주종현의 움직임이 잠시 멈추더니 이내 몸을 일으켜 그녀를 향해 돌아섰다. 맹시은의 눈빛은 고요했다. 자만도, 죄책감도 없었다. 그것은 그저 순수한 질문뿐이었다.“이 혼사가 여기까지 온 건 분명 할아버지의 사심이 작용한 결과예요.”그녀는 조금도 피하지 않고 맹여산의 의도를 짚어냈다.“처음 폐하께서 나를 당신에게 내리셨을 때 주 가가 노린 건 진국공부였죠. 그렇다면 지금, 할아버지는 그 흐름을 거슬러 이 판을 뒤집은 거예요. 맹 가의 딸을 맞고 싶다면 입서하라는 거죠.”그녀의 말은 냉정하면서도 날카롭게, 정확히 핵심을 꿰뚫고 있었다. 주종현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나 곧 그의 입가에 스스로를 비웃는 듯한 미소가 번졌다.“다들 사심이 있지. 네 할아버지도, 내 아버지도, 그리고 폐하까지도, 모두가 말이다. 이 혼사는 처음부터 서로의 이익을 따져가며 계산속에서 이어진 일이었어. 두 집안의 인연을 맺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남기겠다는 그 본래의 뜻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지.”그는 시선을 들어 깊은 눈으로 맹시은을 바라보았다.“폐하께서 처음 그 혼인 조서를 내리신 이유를 알고 있느냐?”맹시은은 대답 없이 그저 조용히 그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그때 폐하의 눈에 진국공은 후계도 없는 홀로 남은 노장이었거든.”주종현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 또렷했다.“아무런 연고도 없이 병권만 쥐고 있는 노장은 가장 경계해야 할 존재다. 헌데 지켜야 할 것이 생기고, 기다리는 것이 생기고, 심지어 약점까지 생긴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그는 한 글자씩 힘주어 말했다.“처음부터 폐하께서 붙잡으려 했던 건 너도, 나도 아닌, 네 뒤에 있는 진국공부였다.”“저의 할아버지였겠죠.”맹시은이 조용히 말을 이었다.“그래. 그리고 그 뒤 가을 사냥에서 많은 이들 앞에서 내려진 혼수 역시 마찬가지다.”주종현의 눈에 차가운 기색이 스쳤다.“겉으로는 집안을 빛내는 은총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이 복잡한 인연을 통해 우리를 더 깊이 얽어매려는 수였지.”맹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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