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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거짓말쟁이의 참회: Chapter 271 - Chapter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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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1화

유하늘의 몸이 움찔하더니 즉시 고개를 들어 송여준을 바라보았다.“당신 아들 좀 봐봐요. 얼른 데려가요!”송여준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씁쓸하게 웃었다.“지금 운전 중이라 못 움직여요. 이미 잠든 것 같은데 잠깐 다리 베고 눈 좀 붙이게 놔둬요. 아파트 도착하면 금방 벗어날 수 있으니까.”유하늘은 이를 악물고 송우주를 밀어내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결국 못마땅한 표정으로 창밖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송여준은 백미러를 통해 그녀의 반응을 전부 살폈고,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역시나 예상한 대로 유하늘은 지금 송우주와 단 한 치의 접촉도 원하지 않는 상태였다.하지만 이렇게 결연한 태도를 보니 송여준은 마음 한편이 묘하게 언짢았다.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유하늘이 전화를 받았고, 발신인은 유시훈이었다.“여보세요? 시훈 씨?”유시훈이 피식 웃었다.“어디야? 늦었는데 왜 아직도 안 와?”말투는 꽤 자연스럽게 들렸지만 어딘가 떠보는 뉘앙스였다.유하늘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송여준을 만나면서 무슨 일이 생기거나 신분이 들통나진 않을까 걱정한다는 것을.“지금 송여준 씨랑 돌아가는 길이에요.”“오늘 혼자 온 게 아니라 애도 데리고 같이 밥 먹었어요.”유하늘은 말을 이어가며 송여준을 힐끗 바라보았다.송여준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마치 유시훈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게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 듯 당황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잠깐의 침묵을 끝으로 유시훈은 곧바로 눈치채고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그래, 알겠어. 그냥 물건 좀 가져다주려고 전화했어. 친구가 밤 몇 상자를 줬는데 혼자 먹기엔 많아서 나눠주려고 한 거야. 괜찮지?”“그럼요, 고마워요. 시훈 씨.”유하늘은 전화를 끊고, 운전석의 남자를 바라보았다.송여준도 백미러를 통해 눈웃음을 지었다.“그나저나 유시훈 씨, 하율 씨를 진짜 잘 챙기네요. 행여나 다칠까 노심초사하고, 좋은 거 있으면 가져다주기 바쁘고. 어느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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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그리고 협박을 이어갔다.“잘 들어. 다시는 하율한테 손을 대거나 아무나 데려와서 귀찮게 굴지 마.”송여준은 그 말을 듣고도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다.이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귀찮게 한 적 없어요. 단지 아들이 갑자기 찾아와서 밥 한 끼 먹으려고 데려왔을 뿐, 이렇게까지 흥분할 필요 있나요?”유시훈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대뜸 주먹을 뻗으려 했다.유하늘이 서둘러 그를 막아섰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 진정하세요. 아이가 보고 있잖아요.”유시훈은 이를 악물고 송여준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이내 시선을 거두고 냉소를 지었다.“그래? 다시는 네 아들 내 눈에 띄게 하지 마. 아니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국내로 돌려보낼 거야, 알겠어?”송여준은 주먹을 꽉 쥔 채 묵묵부답했다.“하율은 누군가의 대체품도, 빈자리를 대신하는 존재도 아니야. 계속 이렇게 집적거린다면 그땐 나도 가만 있지 않겠어!”유시훈은 송여준을 위협하는 와중에 속으로는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해 버릴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계속 유하늘의 옆을 맴도는 통에 마음 편히 쉬지도 못할 지경이었다.험상궂은 그의 모습에도 송여준은 피식 웃기만 했다.“하율 씨를 곤란하게 할 줄은 몰랐어요. 오늘은 정말 우연히 우주를 데리고 밥 먹으러 갔을 뿐, 그렇게 불편하다면 다음부터는 주의할게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그제야 유시훈은 간신히 화를 억눌렀다.유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 걱정이 가득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살짝 지었다.“네, 전 이만 들어가 볼게요. 다들 잘 가요.”말을 마치고는 유시훈이 가져다준 밤을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세 사람은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시야에서 사라지는 순간 유시훈이 송여준을 노려보며 물었다.“네가 분명 말했잖아. 내 여동생이 아니라고 하더니 왜 또...”“우주가 엄마를 너무 그리워해서 조금이나마 닮은 사람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시훈 씨는 모르겠지만 얘가 요즘 엄마 무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어서 다리가 거의 다 망가질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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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유하늘은 고개를 들어 유시훈을 똑바로 바라봤다.“지금은 그걸 걱정할 때가 아니야. 나 곧 떠날 거야. 대회가 끝나면 영영. 윌리엄이랑 계약도 해지할 거고.”유시훈은 흠칫 놀라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유하늘이 말을 이었다.“계속 이렇게 질척거리면 앞으로 어떻게 살라는 거야? 오빠도 내 말 동의하지? 여길 떠나는 게 맞잖아. 그렇지?”유시훈은 그제야 완벽히 이해했다.유하늘이 이토록 태연할 수 있었던 건 또다시 자취를 감출 계획을 준비 중이었기 때문이다.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유하늘의 결정을 무조건 지지했다.“당연하지. 네가 뭘 하든 난 다 찬성이야. 굳이 여기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오빠가 데려다줄게. 이번에도 송여준이 널 찾아내는지 두고 보자고.”유하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내 피식 웃었다.“고마워, 오빠.”“고맙긴. 네가 무사하고 행복해야 나도 비로소 마음 놓을 수 있어. 그런 말 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해줄게.”유시훈은 외투를 걸치고 휴대폰을 꺼내 지시를 내리려 했다.유하늘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입을 열기도 전에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똑똑!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두 사람은 동시에 멈칫하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 시간에 누구지?유하늘은 유시훈과 시선을 주고받은 뒤 현관으로 걸어가서 확인했다.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이때, 자그마한 손이 유하늘의 다리를 톡톡 건드렸다.깜짝 놀란 유하늘은 그제야 문 앞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챘다.단지 어린아이라 키가 작아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송우주는 고개를 젖히고 웃는 얼굴로 유하늘과 유시훈을 올려다보았다.유하늘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아빠는 어디 있니?”“아까 싸우고 저 버리고 갔어요.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잘 데도 없어요. 예쁜 이모, 저 여기서 살게 해 주시면 안 돼요?”유하늘은 한숨을 내쉬더니 얼굴이 싸늘하게 식어갔다.옆에 있던 유시훈도 노골적으로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이내 코웃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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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그녀의 말투에 혐오감이 묻어났다.유시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내 유하늘을 바라보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럴 리 없다니까 애는 그냥 밖에 둬. 네가 마음 약해지길 노리고 있는 거니까 절대 안으로 들이지 마.”유하늘이 대답했다.“알았어, 오빠는 이만 가 봐. 계속 우리 집에 있는 것도 이상하잖아. 채도현 불러 줘.”유시훈은 밖을 힐긋 쳐다보았다. 이내 속으로 치밀어 오르는 불쾌함을 억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지금 바로 전화할게. 너도 일단 진정하고 화 풀어. 채도현이 오면 해결될 거야. 송우주는 그냥 무시해.”유하늘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어차피 신경도 안 써. 채도현만 부르면 돼. 걱정하지 마, 오빠. 어쩌면 오빠보다 내가 송우주를 더 싫어할걸? 절대 마음 약해질 일은 없어.”유시훈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몸을 돌려 떠났다.그가 나가자 유하늘도 곧장 위층으로 올라가 자기 일을 하러 갔다.잠시 후, 30분도 되지 않아 밖에 차량 불빛이 번쩍였다.유하늘은 자리에서 일어나 2층 창가로 다가갔다. 송여준이 아이를 데리러 돌아온 줄 알았지만 나타난 이는 채도현이었다.그리고 아파트 입구로 모습을 감추었다.곧이어 그의 목소리가 복도에서 들려왔다.“넌 누구야? 여기서 뭐 해?”“집을 못 찾겠어요. 아빠도 저를 버리고 갔고... 하룻밤만 신세 지고 싶었는데 하율 이모가 안 된대요.”송우주는 고개를 떨군 채 몹시 불쌍해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채도현은 잠시 침묵하다가 문득 깨달은 듯했다.그리고 충격받은 얼굴로 말했다.“네 아빠 설마 송여준은 아니겠지?”“맞아요! 삼촌, 저희 아빠 아세요?”송우주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2층에 있던 유하늘은 더는 듣고만 있을 수 없어 곧바로 몸을 돌려 급히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이내 문을 열고 채도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들어와.”채도현은 서둘러 몸을 틀어 안으로 들어갔다.유하늘은 곧바로 문을 닫았고, 송우주에게 말할 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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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밤은 점점 깊어갔다.유하늘은 방에서 곤히 잠들었다. 난방을 틀지 않아 그런지 싸늘한 한기가 느껴졌다.이내 이불을 여미고 몸을 뒤척이다가 창밖의 희미하게 빛나는 차가운 달빛에 자연스레 시선이 갔다.그때 창문 너머로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유하늘은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걸치고 창가로 다가갔다. 어느새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나무가 뿌리째 뽑히는 듯했다. 설마 아직도 밖에 있는 건 아니겠지?유하늘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책상 위에 놓인 손전등을 집어 들고 밖으로 나갔다.다행히 문 앞에 아무도 없었다.고개를 돌리고 다시 들어가려는 순간, 커다란 나무 아래에 웅크리고 있는 검은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다름 아닌 송우주였다.그는 떠나지 않고 문밖 나무 밑에 앉아 덜덜 떨고 있었다. 마치 버림받은 불쌍한 길고양이처럼.유하늘은 역겨운 느낌이 들었다.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 송여준이 갖은 수단과 방법으로 자신을 몰아붙이며, 마음을 누그러뜨려 타협하게 하려는 이유가 뭔지.이렇게 할수록 더욱 혼란스러울 뿐, 그에 대한 혐오감만 커졌다.유하늘은 싸늘한 얼굴로 방에 돌아와 휴대폰을 꺼내 송여준에게 전화를 걸었다.통화는 금세 연결되었다.전화를 받자마자 유하늘이 곧장 따져 물었다.“고작 이거였어요? 날 궁지에 몰아넣어 당신 아내라고 인정하게 만들려는 방법이?”송여준은 잠깐 침묵하더니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그게 무슨 소리예요?”“모른 척하지 마요! 어린 애를 밖에 내버려 두면 내가 마음 약해질 줄 알았어요? 진짜 대단한 아버지네요.”유하늘은 코웃음을 쳤고, 말투에 경멸이 묻어났다.송여준이 한숨을 내쉬었다.“아니에요, 하율 씨가 오해했어요.”“난 저 아이 절대 집으로 들이지 않을 거예요. 밖에 너무 오래 있어서 이미 저체온증 걸린 거 같은데, 그냥 얼어 죽게 놔두든가 알아서 해요.”말을 마치고는 전화를 끊으려 했다.이때, 휴대폰 너머로 송여준의 무력하고 씁쓸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내가 진짜 그런 사람으로 보여요? 우주는 이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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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추워서 기절했나?유하늘은 주먹을 꽉 쥐었다. 내적인 갈등과 고심 끝에 결국 가서 확인해 보기로 했다.길고양이나 강아지라도 얼어 죽게 무심히 지나칠 수는 없다.하물며 지금은 어린아이, 무려 살아있는 생명체이지 않은가.유하늘은 담요를 들고 다가가 휴대폰 불빛으로 상황을 살펴보았다.송우주의 얼굴은 이미 하얗게 질렸고, 입술도 핏기가 없었다.그녀는 곧장 담요를 몸에 덮어주었다.“죽기 싫으면 얼른 담요 가지고 집에 가. 괜히 여기서 눈에 거슬리게 하지 말고. 이런 식으로 우리 집에 억지로 눌러앉으려고? 그런 생각은 대체 어떻게 한 거야?”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송우주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유하늘은 그와 시선을 마주치기 전에 이미 돌아설 준비를 했다.바짓단이 펄럭이며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자그마한 손이 불쑥 튀어나와 바짓가랑이를 움켜쥐었다.유하늘의 몸이 움찔하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녀를 바라보는 송우주의 눈빛에 고통과 슬픔, 죄책감이 어려 있었다.“우리 엄마인 거 알아요.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엄마 곁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저를 용서해 주신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유하늘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제발, 그 한마디만 해주세요. 우리 엄마 맞고, 죽지 않았다고. 그리고 건강하게 잘살고 있다고...”송우주는 말을 이어가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괴로움, 후회, 그리고 엄마를 잃을지도 모르는 걱정이 뒤섞인 눈물이었다.오열하는 바람에 숨조차 쉬지 못할 정도였고, 작은 손은 여전히 유하늘의 바짓가랑이를 꽉 잡고 있었다.자칫 그녀가 사라질까 두려운 듯.그 모습을 본 유하늘은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분명 송우주에게 기회도 주고, 잘 보이려고도 했었다.정말로 자기 엄마에게 그렇게 매정할 수 있는지 거듭 확인도 했다.하지만 진실은 늘 잔인한 법이다.암 때문에 코피 흘리며 쓰러질 때마다 송여준뿐만 아니라 송우주마저 그녀가 아픈 걸 알면서 권아람과 손잡고 갖은 악행을 저질렀다.그런데 이제 와서 갑자기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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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유하늘이 무의식중으로 대답했다.“제가 보호자예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는 물론 채도현도 멈칫했다.유하늘은 급히 말을 고쳤다.“아, 그게 아니라...”“보호자가 맞다는 겁니까? 아니라는 겁니까?”의사가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유하늘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집 근처에서 발견한 아이인데 아빠한테 버려진 것 같아요.”의사는 어안이 벙벙했다.채도현은 유하늘의 안색이 좋지 않은 걸 보고 곧바로 덧붙였다.“아이 손목에 스마트 워치가 있으니까 아버지한테 연락해서 데리러 오라고 하죠. 병원비는 이미 수납했으니까 저희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이만 가보겠습니다.”그러고 나서 유하늘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떠났다.병원 밖으로 나오자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채도현은 알 수 없는 표정의 유하늘을 보며 잠시 망설였다.“저 아이 그냥 병원에 두고 가도 괜찮아요?”유하늘이 싸늘한 목소리로 되물었다.“괜찮지 않을 게 뭐 있어? 돌봐줄 의사도 있고 병원비도 냈겠다, 신경 쓰지 마.”채도현이 피식 웃었다.“사실 속으로는 걱정할까 봐 그러죠.”“난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매정한 사람이야. 저 애한테 아무 감정도 없어. 우리 집 근처에서 죽기라도 한다면 곤란하잖아.”유하늘은 말을 마치고 돌아서려 했다.채도현이 뒤따라오며 다소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 뜻이 아니라 그냥 사부님이 스스로 잘 생각해 봤으면 해서요. 과거 일 때문에 마음이 약해졌으면서도 일부러 이렇게 무정한 척하는 건지, 아니면 애초에 저 아이를 걱정할 마음조차 없었던 건지.”유하늘이 주먹을 살짝 움켜쥐었다.채도현은 차로 다가가서 그녀를 위해 문을 열어주었다.“속으로는 걱정하고 괴로워하면서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건 사부님한테도 힘든 일이잖아요.”유하늘은 그의 진지한 눈빛을 마주 보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이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었다.“아직도 날 잘 모르는 것 같네.”채도현이 어리둥절했다.유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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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송여준이 무심한 눈빛으로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사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 아마 절대 안 봐줄 거라고. 다만 이렇게까지 단호할 줄은 몰랐네.”송여준은 충격받은 기색이 역력했다.그를 가장 놀라게 한 건 유하늘의 태도가 지나치게 강경하고 무정하다는 점이었다.자신도, 송우주도 그녀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조차 일으키지 못했다.그게 바로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솔직히 유하늘이 가장 괴로웠던 시절에 얼마나 실망했는지는 가늠이 안 갔다. 단지 부자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유하늘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만큼은 피부에 와 닿았다.어떠한 방법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는 현실이 그를 가장 두렵고 무력하게 만들었다.완전히 굳어 있는 송여준의 모습을 보고 홍이수는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한숨을 내쉬었다.“내 생각엔 지금 그런 거 신경 쓸 게 아니라 우주를 어떻게 할지가 문제야. 깨어나서 엄마가 여전히 자기를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 얼마나 속상하겠어.”홍이수는 유리창 너머로 안을 들여다보았다.송우주는 잠든 상태에서도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그러나 송여준은 아무런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이내 콧방귀를 뀌며 싸늘한 눈빛으로 비아냥거렸다.“쌤통이지, 뭐. 설령 권아람한테 속고, 내가 중간에서 잘 조율 못 했다고 해도 아무 잘못이나 죄가 없는 건 아니잖아?”홍이수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침묵했다.하긴, 그 누구도 송우주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앞으로 절대 엄마에게 다가가지 말라고 강요한 적은 없었다.이 모든 건 송우주가 자초한 일이었다.홍이수는 복도 벤치에 앉아 물었다.“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송여준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흘긋 쳐다보았다.“간호사 구해서 송우주 잘 돌봐. 그래도 부자 중 한 명은 실수를 바로잡으러 다녀야 하지 않겠어?”말을 마치고는 바로 병원을 떠났다.홍이수는 어쩔 수 없이 남아서 업체에 전화해 적당한 간호사를 추천해 달라고 했다.한편, 유하늘이 집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노크 소리가 들렸다.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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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송여준이 전화를 받았다.휴대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송우주 보호자분 맞으신가요? 아이 상태가 좋지 않아서 지금 바로 수술 동의서에 서명해 주셔야 합니다. 긴급 수술이 필요합니다!”유하늘은 비로소 움찔하더니 고개를 들어 송여준을 바라봤다.송여준도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그는 마음을 가다듬고 침착하게 말했다.“알겠습니다. 금방 갈게요.”말을 마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병원에서 연락이 와서 먼저 가볼게요.”유하늘은 못 들은 척했다.채도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송여준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다 한숨을 내쉬었다.이내 뒤돌아서 멍하니 있는 유하늘을 발견하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정말 걱정 하나도 안 돼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보여도 실상은 아닐 텐데... 송우주 상태가 궁금하면 제가 대신 확인하고 올까요?”유하늘은 고개를 번쩍 들더니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채도현을 바라봤다.“네가 뭔데 자꾸 내 생각을 함부로 넘겨짚어? 애 아빠가 있는데 무슨 일 생기겠어? 설령 그렇다고 해도 나랑은 상관없어.”말을 마치자 밥맛이 뚝 떨어졌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방으로 들어갔다.굳게 닫힌 방문을 바라보며 채도현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내 눈살을 찌푸린 채 관자놀이를 문질렀다.말실수했음을 깨달았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결국 방 앞으로 다가가 조심스레 노크했다.“그래도 한 번 보고 올게요. 사부님이 별로 궁금하지 않으면 저 혼자만 알고 있으면 되니까.”방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닫고 자리를 떠났다.채도현이 가고 나서 유하늘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눌렀다.사실 송우주가 어떤 상태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던 지라 건강을 회복한 뒤에도 의사에게 절대 추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여러 차례 당부받았다.혹시라도 찬 기운이 닿으면 상태가 크게 악화할 수 있다.심한 경우, 몸 안에서 꼭 필요한 세포가 부족해져 이식 수술을 해야 한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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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게다가 워낙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다른 이식 희망자를 찾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무리한 부탁 해서 죄송해요, 다른 방법 한 번 찾아볼게요.”그러고는 전화를 뚝 끊었다.유하늘은 휴대폰을 움켜쥐었다.왠지 모르게 마음이 뒤숭숭했다.송여준의 말처럼 모체 이식이야말로 거부 반응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하지만 송우주가 하필 이런 중요한 순간에 문제가 생겨 바로 기증해 줄 사람을 찾기 어려운 상황일 줄은 몰랐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에 빠졌다.한참 후, 천천히 숨을 내뱉으며 마음을 정리했다.‘됐어, 어차피 내 알 바 아니야.’이미 모자 관계를 끊은 이상 송우주가 앞으로 어떻게 되든 그녀가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이내 송여준의 전화번호를 차단하고 다시는 연락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첼로를 들고 작업실로 향해 연습을 시작했다. 내일 있을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몇 곡을 연주한 후 누군가 작업실 문을 두드렸다.윌리엄이 들어오자 유하늘이 눈썹을 치켜올렸다.“무슨 일이죠?”“연주하는 거 쭉 들었는데 참다못해 들어왔어.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거야? 왜 곡마다 실수가 나오는 거지? 지금 상태로는 대회 출전하기도 힘들어.”윌리엄은 심각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는 단순히 소속사를 운영하는 사업가일 뿐만 아니라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사람이다.유하늘처럼 첼로 실력이 뛰어난 전문 연주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단원은 윌리엄의 지도를 받아왔다.유하늘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머뭇거리며 말했다.“제가요? 난 몰랐는데...”윌리엄은 어이가 없었다.이내 저벅저벅 걸어가 유하늘 앞에 놓인 악보를 집어 들었다.“됐어, 그만 연습하고 얼른 집에 가.”유하늘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벌떡 일어났다.“그게 무슨 뜻이에요? 대회에 나가지 말라는 거예요?”윌리엄이 피식 웃었다.“아니야, 단지 지금 상태로 계속 연습하면 오히려 더 안 좋을 것 같아서 그래. 돌아가서 좀 쉬어.”유하늘이 딱 잘라 거절했다.“괜찮아요.”“하지만 이 친구는 쉬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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