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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거짓말쟁이의 참회: Chapter 251 - Chapter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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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1화

그녀는 술을 마시면 병이 재발할 위험이 있었다.송여준이 일부러 도수 높은 술을 고른 이유도 정말로 유하늘 본인인지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만약 술을 못 마신다고 거절한다면 그녀가 유하늘일지도 모른다는 또 하나의 가설을 하게 될 것이다.반대로 흔쾌히 받아들이고, 실제로 마시기까지 한다면 송여준의 신뢰는 물론 자신을 향한 의심도 지울 수 있다.유하늘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채도현은 더는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송여준이 내미는 술잔을 손으로 막았다.그리고 옅은 미소를 띠며 분위기를 수습했다.“하율은 여자잖아요. 이렇게 도수 높은 술은 몸에 안 좋아요. 제가 대신 마실게요. 어차피 남자친구니까 괜찮죠?”송여준이 싸늘한 표정으로 그를 힐긋 쳐다보았다.“딱 한 모금뿐인데 뭐가 문제지? 마셔도 취하지 않을 텐데, 굳이 남친이 나설 이유가 있나?”채도현은 말문이 막혔다.송여준의 눈이 점점 가늘어졌다.“하율의 음악도 그렇고, 사람 자체가 마음에 들어서 권하는 거야. 게다가 오늘 가장 뛰어난 무대를 보여주기도 했지. 아무리 따져도 투자자인 나랑 한 잔 마시는 게 맞지 않나?”그의 말에 채도현은 당황한 나머지 이를 악물고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하지만 유하늘은 정말로 술을 한 모금도 마셔서는 안 되었다.입에 대기만 해도 큰일이 날 터였다.아무리 유하늘 본인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지만 목숨과 어렵게 치료한 병까지 외면할 수는 없었다.송여준은 팔짱을 낀 채 유하늘을 내려다보았다.“하율 씨, 정말 내 체면을 봐주지 않을 생각인가요?”유하늘의 눈빛이 흔들렸다.옆에서 계속 눈치 주는 윌리엄을 보자 헛웃음만 나왔다.유하늘인지 아닌지 시험하려고 이런 짓까지 서슴지 않는다니.단지 그녀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독한 술을 권한다는 자체가 자신의 병과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뜻 아니겠는가.입으로는 절대 못 잃는다고 하면서 막상 행동은 달랐다.유하늘은 어이가 없어 조롱 섞인 시선으로 송여준을 쳐다보았다.“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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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좋아요, 마실게요.”말을 마치고는 술잔을 건네받아 고개를 젖혀 단숨에 들이키려 했다.그때, 커다란 손이 불쑥 나타나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유하늘은 또 유시훈이나 채도현인 줄 알고 고개를 돌렸지만, 맞닥뜨린 건 걱정이 가득 담긴 송여준의 눈동자였다.다들 어리둥절했다.조금 전에는 하율에게 억지로 술을 권하더니, 이제 와서는 못 마시게 막았다.도대체 무슨 속셈이란 말이지?송여준은 유하늘의 손목을 붙잡고 술잔을 빼앗아 내려놓았다.그리고 호기심 가득한 시선 속에서 태연하게 말했다.“그냥 장난친 거예요. 하율 씨가 술을 못 마신다고 해서 과연 내 체면 세워줄 마음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죠. 마시겠다고 한 자체만으로도 이미 성의를 보여준 셈이라고 생각해요.”사람들은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분위기를 이렇게까지 어색하게 만든 이유가 고작 하율이 술을 마실 의향이 있는지 시험하려고 한 것이라니.정말 할 일이 없었던 모양이다.다만 투자자 앞에서 불만을 표출하기는 어려운지라 하나둘씩 그의 말에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유하늘은 술잔을 집어 들어 윌리엄 앞에 내려놓는 송여준을 보고 한 편으로 안도하면서도 착잡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송여준이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한 건 걱정도 있었지만, 동시에 그녀가 정말 유하늘인지 아닌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에게 제지당함으로써 의심을 해소하는 데 실패했고, 술잔까지 뺏겼다.이를 통해 송여준이 자신을 하율이 아닌 유하늘이라고 여기는 인식이 더 강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그래서 남들의 시선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매번 이랬다저랬다 하거나 심지어 일부러 술 마시는 것까지 막았다.유하늘은 생각에 잠긴 채 자리에 앉았다.어느덧 입맛은 뚝 떨어졌다.그녀는 침묵으로 일관했고, 가끔 물이나 조금 마셨다.밥을 먹는 내내 마음이 심란해 무의식중으로 송여준 쪽 동향을 살폈다.송여준은 진짜 기분이 좋은 건지, 아니면 걱정거리가 있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술을 권하는 족족 전부 마셨다.잠시 후, 송여준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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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유하늘은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하지만 당장은 방법이 없는지라 마지못해 송여준의 차에 올라 그들과 함께 돌아갔다.여섯 명은 한 공간에 있었지만 그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유하늘은 이동하는 내내 송여준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전전긍긍했다.송여준은 조수석에 앉아 윌리엄과 간간이 대화를 나눌 뿐, 그녀를 상대로 뭔가를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유하늘도 비로소 한시름 놓았다.그러다 문득 차 안에서 희미하게 풍기는 어떤 향을 맡았다.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옆에 앉은 유시훈을 바라보았다.“오빠, 혹시 이상한 냄새 안 나?”“무슨 냄새요?”채도현도 바짝 다가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물었다.유하늘은 다시 한번 냄새를 꼼꼼히 맡아보았다.이내 입을 열려던 순간, 갑자기 눈꺼풀이 무거워지며 점점 졸음이 쏟아졌다.유시훈에게 시선이 향하자 마찬가지로 눈살을 찌푸리며 어딘가 불편한 모습이었다.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이런! 또 당했네.’차 안에 사람을 졸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하지만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다시 깨어났을 때 주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천천히 눈을 뜨자 처음 보는 낯선 별장의 거실 풍경이 펼쳐졌다.그녀는 소파에 앉아 있었고, 맞은편에는 송여준이 휴대폰을 들고 통화 중이었다.정말 기가 막히는 상황이다.대놓고 납치당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유하늘은 손을 들어 얼굴을 더듬거렸다. 아직 가면을 착용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그녀를 기절시켜 다른 곳까지 데려왔는데 손가락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니?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수상했다.한껏 경계하는 모습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던 찰나, 고개를 든 송여준이 그녀가 깨어난 것을 발견했다.“깼어요?”그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어때요? 머리가 아직도 아파요?”말을 마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유하늘에게 시원한 차를 한 잔 부어주었다.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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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그런데 송여준은 꿈쩍도 안 했다.단지 슬픈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당신이 진짜 하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화상 입은 얼굴을 드러내기 싫어할까 봐 아무리 기절했어도 허락 없이 가면을 벗기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죠.”“하율 본인일지도 모른다면서 왜 계속 여기 붙잡아두는 거예요?”유하늘이 눈살을 찌푸렸다.“납치까지 서슴지 않고 저를 끌고 온 이유는 뭐죠?”그녀는 머리를 빠르게 굴리며 대처 방법을 생각했다.다만 몸에 힘이 전혀 없었다.무엇 때문에 의식을 잃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였고, 지금은 그냥 소파에 앉아 조용히 쉬고 있을 뿐이었다.심장 박동도 점점 느려졌고, 숨 쉬는 것조차 힘들게 느껴졌다.송여준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테이블 위에 휙 던졌다.“하율 씨에 관한 기사는 전부 다 확인했어요. 얼굴 왼쪽 반만 화상을 입었고, 오른쪽은 멀쩡하죠. 그러니까 오른쪽 얼굴만 보면 내 아내인지 아닌지 알 수 있겠죠?”유하늘은 숨을 헉하고 들이켰다.“만약 하율 씨가 다른 사람이라면 즉시 여기서 내보내 줄게요. 앞으로 절대 다시는 건드리는 일이 없을 거예요.”말을 마치고는 카드를 한 장 꺼내 유하늘 앞에 내밀었다.“이건 오늘 밤 하율 씨가 겪은 일에 대한 정신적 피해 보상이자 그동안 신경 쓰이게 해서 미안한 마음에 드리는 위로금이에요. 총 100억. 오른쪽 얼굴만 보여주면 이 돈을 받고 바로 떠날 수 있어요. 그 후로는 두 번 다시 이런 일 겪지 않을 거예요.”송여준은 그녀를 어르고 달래며 가장 혹하는 조건으로 설득을 이어갔다.유하늘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반쪽 얼굴은 둘째치고 눈썹 하나 보여줄 수 없었다.송여준이 그녀를 단번에 알아볼 게 뻔했으니까.결국 이를 꽉 악문 채 묵묵부답했다.망설이는 그녀를 보자 송여준이 피식 웃었다.“왜요? 차마 얼굴 보여줄 수 없어서? 아니면 진짜 모습을 보고 하율 씨가 내 아내, 유하늘인 걸 눈치챌까 봐 겁나는 거예요?”송여준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금세 다시 활활 타올랐다.그는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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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가면만 벗으면 집으로 데려다줄게요.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에요.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랄게요.”송여준은 문 앞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마치 도망치지 못할 거라 확신하는 태도였다.유하늘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우선 타협하는 척하며 송여준에게 진짜 얼굴을 보여준 뒤 탈출을 노려볼지 고민하던 순간, 갑자기 머리 위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유하늘과 송여준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멀지 않은 곳에서 헬기 한 대가 날아와 별장 밖 잔디밭에 착륙하는 중이었다.유하늘의 눈이 반짝 빛났다.결정적인 순간에 역시 오빠가 가장 믿음직했다. 헬기까지 띄워서 그녀를 데리러 오다니.유하늘은 곧장 밖으로 뛰어갔다.헬기가 착륙하자 가면이 프로펠러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손으로 고정했다.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헬기에서 내린 유시훈과 채도현도 서둘러 뛰어갔다.유시훈이 그녀를 와락 끌어안더니 위아래로 살펴보았다.“괜찮아? 설마 정체를 들킨 건 아니지?”“응.”유하늘의 마음속에는 수많은 의문이 떠올랐다.“둘이 어쩌다 같이 왔어?”“저 사람이 우리를 전부 기절시킨 뒤 사부님만 여기로 데려왔어요. 저랑 형님은 눈 떠보니 집이었고, 사부님 휴대폰 위치 추적해서 바로 찾으러 왔죠.”채도현이 설명을 보탰다.“아니면 제때 도착하지 못했을지도 몰라요.”유하늘은 비로소 안도하며 기뻐했다.다행이다.단 1분만 늦었어도 가면을 벗고 송여준을 따라 돌아갈 뻔했다.그때, 등 뒤에서 음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게 무슨 짓이죠?”순간, 유시훈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어가더니 곧바로 유하늘을 자기 뒤로 감싸며 송여준을 노려보았다.“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 하율을 납치해서 감금하다니, 미친 거 아니야?”송여준은 눈썹을 치켜올렸다.“감금한 게 아니에요. 단지 하율 씨가 스스로 가면을 벗고 얼굴을 보여주길 바랐을 뿐이죠. 난 줄곧 하율이 유하늘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해 왔어요. 그런데 시훈 씨가 헬기까지 띄워서 구하러 왔잖아요? 이 여자의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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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유하늘은 조마조마한 가슴을 부여잡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하지만 마음 한편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이건 그저 시간을 벌기 위한 행동일 뿐이었다.일단 도망치는 자체가 의심스러웠고, 유시훈과 채도현이 자신을 극진히 보살피며 가면을 벗지 못하게 막는 모습을 보면 그녀가 유하늘이라는 사실을 더 확신하게 될 것이다.이전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신원을 확인하려 들 거라는 생각에 너무 끔찍했지만, 곧 현실로 닥칠 참이었다.유하늘은 자기도 모르게 유시훈 뒤로 숨었다.유시훈도 곧바로 두 걸음 물러났다.송여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어차피 반항해봤자 무의미해요. 지금 여기서 벗어난다고 해도 다음번에 또 붙잡아서 가면을 벗겨버리면 그만이에요.”유하늘을 찾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서슴지 않을 태세였다.송여준의 인내심은 조금씩 바닥나고 있었다.“시훈 씨, 당장 그 여자 내놔요. 얼른 정체를 공개하는 게 좋을 텐데.”“꿈 깨!”유시훈이 콧방귀를 뀌었다. 이내 유하늘을 향해 나지막이 말했다.“지금이야, 뛰어!”유하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헬기로 뛰어가서 잽싸게 탑승했다.조종사가 시동을 걸더니 유하늘을 태우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고개를 들어 헬기가 이륙하는 것을 묵묵히 바라보는 송여준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하지만 눈빛만큼은 흥분과 확신, 재회의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하율이가 유하늘 본인이라는 추측을 포기하지 않은 자신이 대견스러웠다.오늘 밤, 마침내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되었다.유시훈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헬기로 향한 그의 시선을 차단했다.“이제 하율도 갔겠다, 우리도 결판내야지? 내 여동생한테 한 짓도 모자라 지금은 무고한 사람들까지 건드려? 진짜 작작 좀 해라!”“맞아요! 오늘 확실하게 끝장 보죠.”채도현도 뒤따라 나섰다.두 사람은 송여준을 에워싸고, 그가 혼자 있는 틈을 타서 공격했다.잠시 후, 세 사람은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유시훈이 때리면 송여준은 딱히 반격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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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통화가 연결되는 순간 홍이수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때? 얼굴 봤어?”“아니, 어차피 이제 확인할 필요도 없어졌어. 이미 유하늘이라는 걸 알고 있거든.”송여준의 목소리에 확신이 묻어났다.“다만 지금은 너무 부담 주면 안 돼. 다시 도망치려고 하면 큰일이니까.”홍이수가 한마디 거들었다.“맞아, 지금 하늘 씨는 분명 네 얼굴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거야. 다른 방법 좀 고민해 봐야겠는데?”송여준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그의 말을 한 귀로 흘러 내보냈다.머릿속으로는 오로지 어렵게 찾은 아내를 다시 데려올 궁리만 했다.유하늘이 지금 병세가 안정된 건지, 아니면 다른 상태인지는 알 수 없었다.석 달 전 유하늘의 사망 소식은 그를 계속 괴롭혀 왔다.앞으로 평생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아내에 대한 죄책감과 슬픔 속에서 살아야 할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보니, 그건 오산이었다.신이 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준 이상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송여준은 서둘러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갔다.유하늘은 헬기를 타고 곧장 별장에 도착했다.서영준이 급히 담요를 가져와 그녀의 어깨에 덮어주었다.“아가씨, 갑자기 왜 돌아오신 겁니까?”유하늘이 그를 힐긋 쳐다보더니 무심하게 말했다.“이제 아파트로 갈 필요가 없어서요.”“왜요?”서영준이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유하늘은 입술을 꾹 다문 채 바닥만 내려다보며 묵묵부답했다.잠시 후, 채도현과 유시훈도 도착했다.거실에 앉아 있는 유하늘을 보고 가까이 다가갔다.유시훈이 달래듯 말했다.“걱정하지 마. 아직 만회할 여지는 있어. 어떻게든 송여준을 쫓아내거나 너를 멀리 보내면 되니까.”“그냥 날 보내줘.”유하늘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들었다. 무심한 얼굴엔 감정 변화가 전혀 없었다.“그렇게 오랫동안 애써 숨겨왔는데 결국엔 들키는 꼴이 되었잖아. 굳이 여기 머물 필요 있을까? 차라리 하루라도 빨리 떠나는 게 나아.”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유하늘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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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유하늘도 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잠시 침묵했다.“내일 한 번 만나보고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알아볼게.”순간, 두 남자는 내키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설령 그들이 반대하더라도 유하늘은 송여준을 다시 만나야만 했다. 그래야 상대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원래는 오늘 별장에서 하룻밤 묵고 다음 날에 바로 도망갈 생각이었다.하지만 송여준이 보낸 메시지 때문에 위기의식이 조금은 누그러졌다.그녀는 곧장 아파트로 돌아갔고, 밤새워 뒤척이다가 결국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다음날 이른 아침, 초인종이 울렸다.문을 열자 밖에 서 있는 송여준을 보고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이건 뭐죠?”송여준은 손에 든 선물 상자를 앞으로 내밀었다.얼굴은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고, 마치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분위기마저 한결 부드러워졌다.“죄송해요, 하율 씨. 어제는 제가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요. 어떻게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었는지...”이내 고개를 숙이고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의료센터 안락사 절차랑 동의서를 확인해 봤는데, 거기에 분명 제 아내 이름이 있더라고요. 이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이 되었죠. 그냥 아내랑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하율 씨를 붙잡고 놓지 못하고, 혹시 본인 아닐까 하고 의심했어요.”“그건 하율 씨한테 너무 불공평한 일이죠. 일상생활까지 방해하게 돼서 정말 미안해요. 진심으로 사과드릴게요.”송여준은 계속해서 사과만 했고 눈에 죄책감이 가득했다. 마치 자기 행동을 깊이 반성하는 것처럼.유하늘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열심히 사과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콧방귀를 뀌었다.“그 말을 어떻게 믿어요? 또다시 가면 벗기려고 들고, 진짜 얼굴 보겠다고 집착할지 누가 알아요?”송여준이 피식 웃었다.“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증명되겠죠. 일 봐요. 오늘은 사과하러 왔을 뿐, 방해해서 죄송해요.”말을 마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미련도 없이 멀어지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유하늘은 문가에 멍하니 서서, 한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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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아무리 기다려도 사람이 나타나지 않자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그녀는 곧장 스태프를 찾아가 물었다.“백스테이지에 아무도 안 왔어요?”“출입구가 전부 닫혀 있었어요. 하율 씨랑 관계자 외 출입 금지에요. 정리 끝났으면 옷 갈아입고 바로 돌아가시면 돼요. 밖에 댁까지 모셔다드릴 전용차가 대기 중이거든요.”스태프가 대답했다.깜짝 놀란 유하늘이 착잡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송여준이 무대 아래에서 조용히 연주만 듣고 돌아갈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백스테이지로 찾아와 단둘이 있을 기회조차 노리지 않았다니.도대체 무슨 속셈이지?정말로 자신이 유하늘이 아니라는 걸 완전히 믿은 걸까,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시험하고 있는 걸까?유하늘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차에 올라탔다.보아하니 이제 포기한 듯했다. 더는 진짜 정체를 드러내라고 강요하지 않을 것 같긴 한데...하지만 상대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 수 없는, 마음이 들쭉날쭉 불확실한 이 느낌은 그녀에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답답함과 초조함을 안겨주었다.잠시 후, 차기 아파트 입구에 멈추어 섰다.차에서 내린 유하늘은 주방 창문 너머로 분주히 움직이며 요리하는 그림자를 발견했다.아마도 채도현이겠지.지난번에 이사 와서 같이 살자고 한 적이 있었다.이미 동거까지 하는 남녀를 아직도 커플이 아니라고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유하늘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 현관문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안으로 들어섰다.순간,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식탁 위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가득 차 있었다.유하늘은 멈칫하더니 착잡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채도현이 그녀의 입맛을 어찌 아는 거지?분명 단 한 번도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말한 적이 없는 걸로 기억하는데.식탁에 앉자마자 주방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잠시 후, 한 남자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접시 하나를 들고 걸어 나왔다.“10분만 더 기다리면 마지막 요리가 완성돼요. 밥 먹을 준비해요. 먼저 손부터 씻고.”깜짝 놀란 유하늘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마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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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이내 눈썹을 까닥하더니 의혹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흔하게 사용하는 숫자일 뿐인데 비밀번호로 설정하는 게 그리 이상한 일인가요?”“아니요, 단지 우연 치곤 너무 공교로워서.”송여준은 앞치마를 벗고 여유롭게 그녀를 바라보았다.“예전에 우리 아내가 자주 쓰던 은행 비번이랑 동일하거든요. 둘이 진짜 인연이 있나 봐요. 연주 스타일도 닮았고, 비밀번호 설정하는 습관까지 같으니.”유하늘은 초조함에 입술을 깨물었다.결국 당황한 나머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허락 없이 남의 집에 들어온 건 불법 침입이에요. 경찰에 신고해서 넘길 수도 있...”“그럴 필요 없어요.”송여준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이미 예상했다는 듯, 몸을 돌려 주방으로 가서 마지막 요리를 들고나왔다.“그냥 하율 씨 위해 한 끼 차려주고 싶었어요. 음악회 끝나고 나면 분명 몸도 지쳤을 테고, 고생도 많이 했잖아요. 맛 좀 봐요. 전부 요즘 제가 배운 집밥이에요.”그는 고개를 숙이고 기대 어린 눈빛으로 유하늘을 바라보았다.유하늘은 식탁 위에 차려진 요리를 살폈다.“왜 이런 걸 만들었죠?”“아내가 세상을 떠난 이후로 정말 죽었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어요. 어떻게든 흔적이라도 찾으려 했죠. 가끔 생전에 해주던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다 보면 마치 아직도 내 곁에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으며 이 요리는 맛있다, 저 요리는 오늘 별로다 말해줄 것처럼.”말을 이어가면서 송여준은 어느새 혼자만의 추억에 빠졌다.석 달 동안 밤낮없이 일에 매달려 정신을 붙들어 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유하늘 생각뿐이었다.도저히 못 참겠다 싶으면 그녀가 다니던 곳을 찾아가고, 예전에 가장 좋아하던 벚꽃 모나카를 맛보았다.유하늘이 좋아하던 음식들도 하나하나 배웠다. 조금이라도 그녀의 세계에 가까워지고 싶어서.함께 산 지 7년이나 되었으니 분명 가족 같은 존재였다.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유하늘을 제대로 이해하려 한 적 없었다. 그녀의 취향, 오랫동안 이어져 온 습관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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