بيت / 로맨스 / 거짓말쟁이의 참회 / Chapter 261 -الفصل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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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화

유하늘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모든 요리를 한 입씩 맛보았다.맛에 이상이 있지 않은 한, 송여준이 불과 석 달 만에 요리 실력을 키워 전문 셰프와 견줄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이내 착잡한 표정으로 씁쓸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자기가 죽고 나서야 좋아하던 음식을 배우다니.평소와 사뭇 다른 그녀의 안색을 보자 채도현이 들어와서 머뭇거렸다.“무슨 일 있어요? 사부님? 얼굴빛이 어두워 보이네요.”유하늘이 일어나서 미소를 살짝 지었다.“우리 집엔 왜 왔어?”“남자친구 행세해달라면서요? 잘 때도 같이 자자고...”채도현이 어깨를 으쓱했다.유하늘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웃으며 말했다.“응, 맞아. 나 피곤해서 먼저 올라가서 잘게.”“한 상 가득 음식 차려놓고 왜 안 먹어요?”채도현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유하늘은 멈칫하다가 무심하게 말했다.“너 먹어. 다 못 먹겠으면 나머진 버리고. 난 입맛이 없어서 별로 먹고 싶지 않아.”채도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의자에 앉았다.잠시 후,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한 장 찍어 인스타에 올렸다.텍스트는 따로 추가하지 않았고, 단지 음식이 푸짐해 보여서 자랑하고 싶었을 뿐이다.한편, 송여준은 밤늦게 알림을 받았다.유하늘 주변 사람들을 전부 팔로우하고 있었기에 채도현이 올린 음식 사진을 확인하는 순간 눈빛이 싸늘하게 식어갔다.밖에서 홍이수가 캐리어를 끌고 들어와 웃으면서 인사를 건넸다.“여준아, 나 왔어. 요 며칠 우주도 데려올게. 그동안 잘 지냈어?”하지만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그제야 휴대폰을 빤히 쳐다보고 넋을 잃고 있는 송여준을 발견했다.홍이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다가갔다.“왜 그래?”송여준은 입술을 깨물고 착잡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내밀었다.사진 속 진수성찬을 본 홍이수는 의혹을 감추지 못했다.“지난 석 달 동안 셰프 찾아다니며 연마한 음식들 아니야? 그때 하늘 씨가 제일 좋아하던 요리라고 했던 거 같은데.”송여준은 입을 굳게 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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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더구나 송여준을 도와 처리할 일이 많았다.단순히 지부를 옮기는 것뿐만 아니라 송우주까지 데려와야 했다.이것저것 신경 써야 하다 보니 송여준을 위로하거나 걱정할 여력이 없었다.홍이수는 빠르게 자리를 떠나 사전 준비를 철저히 마쳤다.송강 그룹 근처를 돌아다니며 마땅한 건물이 있는지 확인해 보았고, 한 층 전체를 임대해 지부를 임시로 옮길 작업을 했다....한편, 유하늘은 책상 앞에 앉아 최근 발생한 일들을 떠올리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결국 뒤척이다 벌떡 일어나 노트북을 켰다. 사이트에 접속해서 최근 첼로 관련 행사를 검색해보았다.다행히 실제로 한 첼로 대회를 찾아냈다.시간도 아직 남아 있고, 대회 내용도 그녀에게 딱 맞았다. 마침 미공개 신곡을 선보이기 적절하다 싶어 선뜻 지원했다.대회 시작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신청한지라 준비 시간이 이틀밖에 없었다.그녀는 이 사실을 윌리엄에게 알렸다.덕분에 음악회 투어 명단에서 제외당했고, 대회 준비에 매진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음악회를 여는 것처럼 단기간에 유명세를 높이는 방법보다는 대회가 장기적으로 명성과 성과를 가져다주는 데 더욱 유리했다.유하늘은 곧장 방에 틀어박혀 악보를 전부 꺼내 놓고 늦은 밤까지 연습을 이어갔다.다음 날 아침.그녀는 일어나 하품하며 기지개를 켰다.오랫동안 연습하고 늦게 잠든 탓에 밤에 깊이 잠들 수 있었다.다만 밖으로 나선 순간, 퀭한 얼굴로 방에서 걸어 나와 자신을 쳐다보는 채도현과 눈이 마주쳤다.유하늘은 문득 깨달았다. 어제 연습에 매진하느라 채도현이 옆방에 있다는 사실을 새까맣게 잊었다.새벽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으니 그 역시 강제로 밤을 새웠을 터였다.유하늘이 즉시 사과했다.“미안, 혼자 사는데 익숙해서 네가 집에 있는 걸 깜빡했어. 고의는 아니었어. 다음번엔...”“괜찮아요, 연습해요. 어제 귀마개를 안 챙겼던 제 탓이죠.”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래층에서 초인종이 울렸다.유하늘은 숨을 죽였다.혼자 사는 곳이라 찾아올 사람이 아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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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송여준은 아침밥 2인분을 꺼내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이 시간에 만들어 먹는다고 해도 별로 영양가 없는 음식일 것 같아서 조금 챙겨왔죠.”채도현은 깜짝 놀라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여기에 제 몫도 있어요?”“난 이미 먹었고, 너희 둘 주려고 가져온 거야. 그렇다고 하율 씨 것만 챙기고 넌 굶길 수 없잖니.”말을 마치고는 채도현의 놀라고도 미묘한 눈빛 따위 무시한 채 어서 앉으라고 손짓했다.“별일 없으면 난 먼저 갈게. 꽃은 마음 안정시키는 용도니까 꽃병에 꽂아두면 예쁘게 피어날 거야. 집에 그냥 두면 돼.”그 말만 남기고 유하늘이 반응하기도 전에 뒤돌아서 떠났다.송여준이 가고 나서 채도현은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유하늘을 바라보았다.마치 귀신이라도 마주친 듯한 표정이었다.“저 사람 어디 안 좋아요? 이게 뭐 하는 짓이죠?”유하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내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무덤덤하게 말했다.“신경 쓰지 마.”“어떻게 신경 안 써요? 너무 이상하잖아요.”채도현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사부님과 하율이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단지 좀 닮았다는 이유로 일부러 잘해주고 가까이하려는 속셈일까요?”유하늘의 머릿속이 뒤죽박죽 했다.당사자가 아니면 이런 느낌은 알 수 없는 법이다.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송여준이 자신의 정체를 100% 확신하고 있다는 것을 뚜렷이 느꼈다.지금 그의 모든 행동은 단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하지만 예전처럼 집요하게 매달리거나 불편을 주고, 과거의 불쾌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지 않았다.그 정도는 충분히 견딜 수 있는 범위였다.물론 대충 짐작은 갔다. 아마도 자신이 갑자기 떠나버릴까 봐 시간을 벌고 있는 전략이겠지.대회를 마치고 남은 몇 번의 음악회까지 끝난 뒤에도 여전히 떠날 생각 안 하고, 그녀를 유하늘로 착각하며 집요하게 매달린다면 그때는 정말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유하늘은 마음을 굳히고 채도현을 향해 손짓했다.“와서 밥 먹어. 음식까지 챙겨다 줬는데 낭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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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그의 눈에는 슬픔이 어려 있었다.채도현은 묵묵부답했다.지금 이 순간, 송여준이 유하늘의 마음을 되돌리고 싶어 하는 진심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심지어 그 대가로 삶을 포기하고 죽음을 감수해야 한다 해도 기꺼이 받아들일 사람처럼 보였다.하지만 둘 사이에는 이미 너무도 많은 일이 쌓여 있었고, 송여준은 유하늘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단지 이제 와서 붙잡으려 해도 늦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뿐이었다.때를 놓친 사과와 보상 따위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유하늘의 마음이 조금씩 닳아 없어질 때 그는 보지 못했고, 용서받지 못하는 대가를 치르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채도현은 생각하면 할수록 자연스레 유하늘의 편을 들게 되었다.이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 말로 자신을 속인다고 뭐가 달라져요? 이제 현실을 좀 직시해요. 지금 상황에서 아무리 만회하려고 애를 써도 하율과 유하늘이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당신한테 감정이 생기겠어요?”송여준은 앞만 바라보며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채도현이 한 마디 덧붙였다.“당신 존재 자체가 본질적으로 하율을 괴롭히려는 것밖에 안 돼요. 그 외에는 아무 쓸모 없죠.”쓴소리지만 맞는 말이었다.송여준도 부인할 수 없었다. 채도현의 독설에는 분명 일리가 있었다.아마 유하늘의 눈에 그가 만회하려고 애쓰는 모습 자체가 하찮아 보이고, 관심조차 가지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그녀가 관심을 가지느냐 마느냐는 별개의 문제였다.단 한 번이라도 유하늘의 마음을 되돌릴 기회가 생기면 그걸로 충분했다.그는 결코 포기할 생각이 없다.송여준은 채도현 회사 앞에 차를 대고 내리라고 눈짓했다.“조언 고마워. 나도 알아. 그동안 내가 저지른 일은 쉽게 용서받기 힘들다는 걸. 그래도 절대 포기 안 해. 하율이 바로 유하늘이라는 사실, 난 믿어 의심치 않거든.”“둘은 다른 사람이에요.”채도현은 무의식중으로 사실을 숨기고 부정했다.송여준은 그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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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채도현은 로비에 들어서서 멀어져 가는 송여준의 차를 지켜봤다.이내 뒤돌아서 유하늘에게 전화를 걸어 조금 전 상황을 보고했다.송여준이 정말 그를 회사까지 데려다주기만 하고, 아무런 정보도 캐내지 않았다는 소리를 듣고 유하늘은 살짝 놀랐다.채도현도 당최 짐작이 안 갔다.“대체 무슨 꿍꿍이죠? 혹시 사부님한테 접근하는 동시에 저를 회유해서 언젠간 내 입을 통해 진실을 알아내려는 건 아닐까요?”유하늘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송여준의 생각을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전 절대 사부님을 배신하지 않아요.”채도현은 휴대폰 너머로 충성을 다짐했다.유하늘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됐어, 신경 꺼. 아마 우리 경계심을 풀게 하고, 가면 속 얼굴에 관심 없는 척 보이게 하려는 거겠지. 일단 알겠어. 나중에 무슨 일이 있으면 다시 연락해. 나 이제 대회 신청하러 가야 해.”이내 전화를 끊고, 음악 대회가 열리는 현장으로 향했다.온라인으로 신청한 사람들은 전부 신분증을 지참하고 현장에서 다시 한번 신원 확인을 거쳐야 했다.유하늘이 가면을 쓰고 등장하자, 현장에 있던 참가자들이 그녀를 향해 호기심 어린 눈길을 보냈다.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사람들은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대회 참가하러 와서 가면은 왜 쓰지? 혹시 진짜 얼굴 들킬까 봐 겁나는 건가?”“망신당하기 싫으면 그냥 대회 안 나오면 되잖아.”숙덕거리는 소리가 이어폰을 타고 흘러 들어왔다.유하늘은 의혹을 감추지 못했다. 단지 가면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큰 악의를 불러일으킬 줄이야.이내 사람들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여 설명했다.“전 화제를 노리려고 가면을 쓴 게 아니에요. 얼굴이 화상을 입어서 여러분이 놀랄까 봐 가렸을 뿐이죠. 혹시 불편을 드렸다면 사과할게요.”유하늘은 미안하다고 말할 때조차 온화하고 낮은 톤을 유지했기에 조금 전 아무 이유 없이 비웃던 사람들은 당황한 나머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다들 어쩔 줄 몰라 하며 잇달아 사과했다.“죄송해요, 전혀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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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밖은 텅 비어 있었고, 모두 안에서 접수하느라 바빴다.그런데 난데없이 세 사람이 나타났으니 유하늘은 자연스레 경계심을 높였다.이내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지금 뭐 하는 거죠? 아까 시비 건 것만으로도 부족해요?”세 여자가 에워싸듯 다가와 웃는 둥 마는 둥 그녀를 바라보았다.싸늘한 눈빛에 악의가 가득했다.“도대체 대회엔 왜 나왔죠? 대답해요. 진짜로 얼굴 망가진 거 맞아요? 아니면 이런 식으로 이목을 끌려는 심산인가요?”“내가 모를 줄 알아요? 지금 화제 만들려고 일부러 이러는 거잖아요. 진짜 공연하러 온 사람 맞아요? 그 가면, 꽤 고급스러워 보이는데 얼굴 망가진 와중에 무슨 여유로 꾸밀 생각까지 하나 싶네요.”유하늘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순간 눈빛이 싸늘하게 식어가더니 곧바로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맞받아쳤다.“얼굴이 망가졌다고 아름다움을 추구할 권리조차 없어요? 화장 못 하니까 예쁜 가면이라도 골라 쓴 건데, 그렇게 큰 잘못이에요? 내가 뭐 법을 어겼나요? 왜 남의 앞길까지 막아가면서 시비를 걸죠?”유하늘은 몸을 살짝 틀었다.“안으로 들어가서 다른 참가자 얘기 좀 들어볼래요? 예쁜 가면 썼다고 대회에 참가할 자격조차 없는지.”말을 마치고는 뒤돌아서 걸음을 옮기려 했다.그 모습을 보자 여자들은 하나같이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급히 그녀를 막아섰다.“툭하면 이런 식으로 협박하지 마세요! 정말로 얼굴이 망가졌는지부터 확인해 볼까요? 내가 보기엔 그냥 콘셉트인 것 같은데.”“맞아요. 단지 관심 끌려는 쇼맨십에 불과하잖아요.”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여자들을 보자 유하늘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계속 이런 식으로 억지 부리면 저도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어요. 조금만 생각해 봐도 여기서 트집 잡는 게 더 손해라는 사실을 알 텐데.”그 말을 듣자 여자들의 안색이 돌변했다.“이제 협박까지 하는 거예요? 오늘 당신 정체 꼭 밝혀내고 말겠어요. 일부러 눈길 끌려고 이러는 건지 아닌지!”여자들은 다짜고짜 유하늘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붙잡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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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송여준은 유하늘의 몸에 손을 댄 여자들을 노려보며 싸늘한 눈빛으로 호통쳤다.“꺼져.”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 사람은 엉겁결에 손을 놓았다.유하늘은 풀려나자마자 곧바로 송여준의 뒤로 몸을 숨겼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감정싸움 따위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그저 가면이 벗겨지지 않은 것에 안도했다.송여준은 차가운 얼굴로 여자들을 훑어보더니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선두에 있는 여자가 따져 물었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송여준은 무표정하게 그녀를 힐끗 바라봤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시비 걸고 가면 벗기려고 날뛰지 않았어요? 그쪽 얼굴 다 찍어놨으니까 이 사진들 주최 측에 넘겨 신원 확인시키고 대회 출전 자격 영구 취소하게 할 겁니다.”“우리 출전 자격을 취소한다고? 왜요? 무슨 권한으로?”여자는 발끈하며 소리쳤다.“당신이 뭔데 그런 걸 결정해요?”“나, 이 대회 투자자 거든요. 그 정도면 자격 충분하지 않나?”송여준의 한마디에 사람들은 전부 넋을 잃고 말았다.유하늘 역시 놀란 눈으로 송여준을 바라봤다.대회 투자자라니? 대체 언제부터?그런 얘기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데?송여준은 곧바로 그녀의 손목을 잡고 고개를 돌려 나지막이 말했다.“갑시다. 차에 타요.”유하늘은 그를 따라 조수석에 올라탔다.송여준이 액셀을 밟자 차는 곧장 달려 나갔다.건물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유하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송여준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나저나 여긴 무슨 일로...”송여준은 앞만 바라보며 무심하게 말했다.“지금은 무사히 빠져나와 가면을 사수한 것에 안도해야 하는 상황 아닌가요?”그리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보탰다.“저도 아직 고맙다는 인사도 못 들었고.”말문이 막힌 유하늘은 헛기침하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아, 고마워요.”송여준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제야 생수 한 병을 건네주며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진정하고, 물 좀 마셔요.”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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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왜요?”송여준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도움받아놓고 고맙다는 말 한마디로 퉁치려 하다니, 기브 앤 테이크 몰라요?”유하늘의 눈썹이 까딱했다.“제가 언제 도와달라고 했어요?”“하여튼 도움받았으니 갚아야죠.”송여준이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고, 그녀가 뭐라 하든 계속 우겼다.유하늘은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차에서 내려 뒤돌아섰다.걸음을 옮기는 순간, 뒤에서 송여준의 목소리가 유유히 울려 퍼졌다.“강요할 생각은 없어요. 전 단지 하율 씨랑 친구가 되고 싶을 뿐이에요.”유하늘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잠시 후, 마침내 몸을 돌려 송여준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그래요. 오늘 저녁은 제가 대접할게요.”송여준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승낙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이내 무언가 말하려던 순간, 유하늘은 이미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오늘 저녁 그 사람이랑 같이 밥 먹는다고?”유시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를 빽 질렀다.“설마, 농담이지? 내가 다 심장병 걸리겠네.”유하늘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진지하게 말했다.“농담 아니야. 진짜로 밥 한 끼 먹으려고. 오늘 도움받은 게 있으니 이 정도는 해줘야지. 게다가 정말 여기서 계속 살 생각인지도 떠봐야 하고.”유시훈은 한동안 침묵하다가 말했다.“그럼 조심해. 난...”곧이어 유하늘이 끼어들었다.“알았어, 걱정하지 마. 나도 다 생각 있으니까 .”전화를 끊은 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저녁 약속을 위해 준비하러 갔다.저녁이 되자 유하늘은 먼저 약속 장소에 도착해 기다렸다.조금 더 평화로운 방식으로 송여준과 맞서 보려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이때, 문이 열리며 송여준이 걸어 들어왔다.뒤이어 그녀가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또 다른 사람의 모습도 나타났다.“엄마!”송우주는 들어서자마자 유하늘을 보더니 순식간에 눈가가 붉어졌다.이내 빠른 걸음으로 뛰어가 그녀를 덥석 끌어안았다.품 안에서 느껴지는 부드럽고 말캉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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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유하늘은 싸늘한 얼굴로 송여준을 바라보았고, 눈빛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당신, 선 넘은 거 알아요? 그게 왜 궁금하죠? 입 조심해요.”송여준은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죄송해요. 제가 경솔했네요. 일단 앉아서 식사부터 하시죠.”말을 마치고는 송우주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우리 아들이 하율 씨를 무척 좋아하는 것 같은데, 옆에 앉혀서 먹게 하면 안 돼요?”유하늘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송우주를 차갑게 노려보았다.“미안하지만 난 아이 별로 안 좋아해요. 가까이 오지 말았으면 좋겠어요.”그 한마디에 송우주는 제 자리에 얼어붙었다.이내 불쌍한 눈빛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곁에 다가가고 싶었지만 감히 드러내지 못했다.그는 알아볼 수 있었다. 눈앞의 여자가 바로 엄마라는 것을.송우주를 데리고 와서 하율을 보여주는 순간, 송여준은 그녀가 바로 유하늘이라는 사실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아니면 송우주가 혈연관계도 없는 사람에게 저렇게 반가워할 리가 뭐 있겠는가.혈연은 서로 이어진 것이며, 영원히 끊어지지 않는다.그때 종업원이 요리를 속속 내왔다.테이블 위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가득했다.유하늘은 힐긋 훑어보고 무덤덤하게 말했다.“요리들이 다 비슷비슷하네요. 지난번에 우리 집에서 해준 것도 그렇고. 저는 이런 집밥 스타일은 안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제 입맛에도 영 별로예요.”송여준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어떤 요리를 좋아해요?”“새콤달콤한 거요.”유하늘이 대충 둘러댔다.송우주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엄마는 새콤하고 매콤한 걸 제일 좋아하잖아요. 새콤달콤이 웬 말이에요?”유하늘은 차가운 눈길로 그를 쏘아보았다.“내가 몇 번이나 말했어? 엄마라고 하지 마. 난 너 같은 애 몰라.”“송여준 씨, 아들 교육 똑바로 시켜요. 아무한테나 엄마라고 부르면 어떡해요? 얼마나 무례한 짓인지 몰라요?”송여준이 송우주에게 눈짓을 보냈다.“아, 우주도 단지 엄마가 너무 그리워서... 참, 그거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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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유하늘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송여준은 입을 꾹 닫고 송우주에게 반찬을 집어주었다.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대화할 마음 없으면 관둬요. 제가 괜히 나섰네요. 얼른 밥 먹어요. 더 이상 방해 안 할게요.”유하늘은 그를 무시하고 고개를 숙였다. 착잡한 눈동자에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였다.송여준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불쾌했지만, 송우주가 나타나는 순간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그녀에게 가장 깊은 상처를 준 사람은 바로 송우주였으니까.잦은 배신과 다른 여자를 엄마로 부르는 만행, 그리고 거듭된 모욕.만약 가장 역겨운 사람을 누구냐고 물으면 송여준 다음으로 송우주였다.배 아파 낳은 자식을 지금까지 키우는데 얼마나 많은 심혈을 기울였는지 모른다.따라서 아들의 배신이 제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제 와서 매일 몇 시간씩 무릎 꿇는다 해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송여준이 또다시 송우주에게 눈짓을 보냈다.송우주가 옆으로 다가가 유하늘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유하늘의 눈빛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왜?”송우주는 그녀의 새끼손가락을 살포시 붙잡았다.그리고 조심스레 물었다.“하율 이모, 제 다리 한 번 봐주면 안 돼요? 너무 가려워요. 화상 입은 데는 상처가 많이 간지럽다던데 괜찮은 연고 있으면 하나 추천해줘요.”말을 마치고는 앞에 앉아 바짓단을 걷어 올렸다.유하늘은 송우주의 무릎을 보자 숨을 헉하고 들이켰다.이내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송여준이 옆에서 설명을 보탰다.“매일 산소에 가서 몇 시간씩 무릎 꿇고 있잖아요. 피부가 워낙 여려서 조금만 지나도 까지고 퉁퉁 붓는데, 그만하라고 해도 말을 안 들어요. 그렇게 매일 똑같이 반복하다 보니 이 모양이 된 거죠.”유하늘은 입을 굳게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송우주의 무릎에 생긴 두꺼운 피딱지를 보자 대충 짐작이 갔다. 매일 피가 날 때까지 무릎 꿇고 있다가 또다시 아픔을 참고 같은 행동을 반복했겠지.곱게 자란 부잣집 도련님이 이런 일을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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