بيت / 로맨스 / 거짓말쟁이의 참회 / Chapter 281 -الفصل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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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1화

유시훈은 유하늘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이내 가라앉은 목소리로 설명했다.“아니야, 널 곤란하게 할 생각은 없어. 어차피 남인데 왜 너한테 도와주라고 강요하겠어?”그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다만 송우주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네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아서. 이 골칫거리는 오빠가 대신 처리해줄게.”그러고는 전화를 뚝 끊었다.유하늘의 마음속에는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유시훈은 받지 않았다.설마 직접 나설 셈인가?그녀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하지만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유시훈과 송우주가 함께 수술실에 실려 가는 장면이 시야에 들어왔다.유하늘은 급히 다가가 송여준을 노려보았다.눈빛은 당장이라도 그를 죽일 듯한 살기가 일렁거렸다.그리고 싸늘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어떻게 유시훈 씨에게 세포 이식 기증을 부탁할 수 있죠? 그리 큰 죄를 지어놓고, 결국 아내를 죽게 만든 사람이 무슨 낯으로 아내 오빠한테 자기 애 살려 달라고 해요? 정말 역겹네요.”그녀는 마음속에 쌓인 분노와 끓어오르는 증오를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송여준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자신이 보인 태도와 평소와 다른 행동 때문에 유하늘로 의심받는 건 아닌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분노에 거의 이성을 잃을 지경이니까.송여준은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지만 화가 난 기색이 전혀 없었다.홍이수가 나서서 무언가 말하려던 순간, 손을 들어 그를 제지하고 뒤돌아서 유하늘을 바라보았다.그리고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저 때문에 화가 많이 났어요?”말투에는 왠지 모르게 씁쓸함이 묻어났다.유하늘이 냉소를 지었다.이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당신 진짜 인간도 아니네. 부자가 언제까지 유씨 가문 피를 빨아먹을 셈이죠?”“그게 하율 씨랑 무슨 상관이죠? 유시훈 씨랑 그렇게 친해요? 본인이 우리 아들한테 세포 이식 기증해준다는데 직접 찾아와서 따져 물을 정도로?”날카로운 말투에 예리함이 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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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그 말을 듣자 송여준은 저도 모르게 숨이 턱 막혔다.홍이수조차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송여준은 줄곧 아내를 되찾고 싶어 했고, 유하늘이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끝내 믿지 않았다.드디어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 다가왔지만 유하늘은 끝까지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심지어 함께 있는 매 순간이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말했다.그러니 설령 만회하고 싶어도 어찌 앞으로 나아갈 용기가 생기겠는가.송여준이 그녀를 붙잡는 자체가 고통이라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이지?송여준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 반복했다.결국 고민 끝에 눈을 질끈 감고 타협하기로 했다.“알았어요.”그의 대답에 유하늘은 고개를 천천히 들고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뭘 알겠다는 거죠?”송여준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무덤덤하게 말했다.“저도 하율 씨 곤란하게 할 생각 없어요. 다시는 하율 씨를 귀찮게 하거나 유시훈 씨한테 우리 애 도와달라고 부탁하지 않을게요. 이제 됐죠?”눈동자에는 이루 형용하기 힘든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아이가 그렇게 보기 싫으면 다시는 하율 씨 앞에 나타나는 일이 없도록 할게요. 하율 씨 주변에서 맴돌며 ‘엄마’라고 부르지도 못하게 할 거고.”예상외로 말이 잘 통하고 순순히 대답하는 송여준을 보자 유하늘은 의심이 들었다.그래봤자 어디까지나 시간 끌기 전략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진지한 모습은 거짓말을 하거나 그녀를 속이는 것 같지 않았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유하늘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는 뒤돌아서 말했다.“전 먼저 가볼게요.”이내 그를 쳐다보지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송여준은 착잡한 표정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유하늘이 떠난 뒤, 홍이수는 긴가민가한 목소리로 말했다.“진짜 하늘 씨 맞아? 난 잘 모르겠네. 유시훈을 굉장히 걱정하는 듯하다가도 네가 더는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하니까 아직 수술 중인 사람을 두고 과감히 떠나는 걸 보면 또 자기밖에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이런 관계는 결코 남매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송여준이 그를 힐끗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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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유하늘은 울먹이며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내쉬었다.“미안해, 괜히 내 일로 오빠까지 끌어들이는 게 아닌데... 세포 이식이면 분명 몸에 부담도 컸을 거야.”유시훈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었다.“신경 쓰지 마. 너만 괜찮다면 난 뭐든 할 수 있어.”그는 유하늘의 손을 꼭 잡았다.“네가 남의 죽음을 그냥 넘길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거 나도 알아. 아무리 아이를 미워했어도 이 일로 정말 목숨이라도 잃게 되면 넌 밤새워 뒤척이면서 자신을 괴롭혔을 거잖아. 난 그런 네 모습 보고 싶지 않아.”어쨌든 유하늘이 무사하길 바라는 마음만큼은 변함없었다.유시훈은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내가 한 일, 전혀 후회 안 해. 오히려 네 짐을 덜어줄 수 있어서 기뻤어.”유하늘은 감동을 금치 못하고 침대 옆으로 다가가서 앉아 유시훈의 손을 잡았다.그리고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이대로는 답이 없어. 채도현과 사귀는 척해도 결국 송여준을 속이는 데 실패했잖아.”유시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좋은 생각이라도 있어?”유하늘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두 가지 준비를 할 거야. 일단 대회가 끝나면 이곳을 떠나 이제 진짜 연애도 해보려고. 송여준에게 보여주고 싶어. 설령 내가 정말 유하늘이라고 해도 이미 새로운 삶을 시작할 각오가 되어 있고,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그러고는 멈칫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전에 오빠가 소개해 줬던 맞선 상대들, 다 한 번씩 만나볼게. 마음이 맞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사귀려고. 송여준에게 우리 둘은 이제 가능성이 없다는 걸 확실하게 알려야지.”이 세상에 송여준보다 더 잘난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그녀에게 상처 입혔다고 해서 반드시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지는 건 아니었다.죽음을 가장하고 자취를 감추기로 한 순간, 송여준과 함께 살았던 유하늘은 이미 사라졌다.유시훈의 눈이 반짝이더니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한 듯 말했다.“그렇게 생각하면 다행이고, 지금 바로 연락해볼게.”이내 멈칫하다가 진지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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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친구를 만나는 것보다 맞선을 보는 느낌에 더 가까웠다.송여준에게 사진을 보내자마자 바로 답장이 왔다.[금방 갈게.]유하늘이 한창 남자와 대화를 나누던 중, 한 사람이 밖에서 빠르게 걸어 들어왔다.곧이어 그녀의 어깨 위에 커다란 손을 올리고 옆자리에 앉았다.고개를 돌려 송여준을 보는 순간, 유하늘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송여준은 태연한 표정으로 맞은편의 남자를 향해 눈썹을 치켜올렸다.“안녕하세요.”“누구시죠?”구태원은 송여준과 유하늘을 번갈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유하늘이 대답하려던 찰나 송여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송여준이라고 합니다. 친구가 선을 본다고 하기에 구경하러 왔어요. 둘이 잘 어울리는지 대신 좀 봐주려고.”말을 마치고는 유하늘의 어깨에 살포시 기대었고, 그 모습은 사뭇 다정해 보였다.“하율 씨, 제가 와서 불편한 건 아니죠?”희미한 미소를 짓는 송여준을 보자 유하늘은 일부러 방해하러 왔다는 걸 알아차렸다.진짜 지긋지긋하군, 자식까지 내팽개치고 여기 와서 훼방 놓을 줄이야.유하늘은 짜증이 치밀어 올랐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밖에 없었다.이내 무심하게 말했다.“선을 보는 중인 거 알면서 왜 굳이 끼어들려고 해요? 그냥 가던 길 가세요.”“싫어요. 두 사람이 말이 잘 통하는지만 보려고 하는데 왜 쫓아내요? 속상하게.”송여준은 한숨을 내쉬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마치 그들이야말로 진짜 커플인 것처럼.구태원이 어두운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이 사람 누구예요? 말투가 왜 저러죠?”유하늘이 미처 설명하기도 전에 그는 콧방귀를 뀌며 벌떡 일어났다.“우린 아닌 것 같네요. 전 너무 개방적이고 인간관계가 복잡한 사람은 싫어요. 하율 씨가 바로 그런 부류죠. 그럼 이만.”말을 마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갔다.맞선 상대가 단단히 오해하고 떠나는 모습을 보자 유하늘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그리고 송여준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물었다.“이게 뭐 하는 짓이죠? 선을 보는 데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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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유하늘은 돌아가서 이 일을 유시훈과 채도현에게 알렸다.두 사람의 안색은 하나같이 어두웠다.유시훈이 착잡한 눈빛으로 말했다.“진짜 널 하율로 알고 좋아하게 된 거야? 아니면 유하늘이라고 생각하고 일부러 그러는 거야?”유하늘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저었다.솔직히 말하면 그녀도 이제 송여준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유일하게 확신하는 건, 채도현과 가짜 연애를 하든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려 하든 그가 절대로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거라는 점이었다.유하늘은 입을 꾹 닫았고, 눈빛이 점점 싸늘해졌다.남매의 안색이 어두워지는 걸 보자 채도현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됐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 그 사람 생각이 뭐 중요한가요? 알아서 하게 두고, 우리만 영향받지 않으면 되죠.”그러고는 티켓 두 장을 꺼내 유하늘에게 건네주었다.“오늘 저녁 패션쇼가 있는데 저랑 같이 보러 갈래요?”유하늘은 정신을 차리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이내 티켓을 건네받으며 말했다.“좋아.”집에서 괜한 고민하기 싫어 채도현과 패션쇼나 보러 갈 생각이었다. 마음도 정리할 겸 기분 전환하게.두 사람은 8시에 출발했다.현장에 다양한 드레스를 입은 여자들로 북적였다.유하늘은 가면을 쓰고 샴페인색 롱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의상과 가면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많은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채도현과 팔짱을 끼고 들어서는 순간, 사람들이 인사하려고 다가왔다.둘은 대화를 좀 나누다가 자리에 앉았다.패션쇼 시작까지 아직 30분이 남았고, 유하늘은 지루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그 모습을 본 채도현이 피식 웃었다.“왜요?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요?”“아니, 그냥 여기서도 송여준을 만나겠나 싶어서. 요즘 감시가 좀 심하더라고.”채도현이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괜한 걱정하지 마세요. 초대장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가문 기업의 상속자들뿐이에요. 송여준은 외지에서 왔으니까 자격조차 없죠. 그러니 안심해요.”유하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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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곧이어 스태프는 송여준의 신상 정보를 확인하고 뒤돌아서 채도현에게 말했다.“이분은 주최 측에서 특별 초청하신 손님입니다. 현지 가문 기업의 상속자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참석하실 수 있죠.”채도현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유하늘도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역시나 송여준은 뒤에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고, 오늘 밤 이곳에 나타날 거라 예상했다.충동적으로 가면을 벗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유하늘이 송여준을 싸늘하게 노려보았다.“구경하러 왔으면 쇼나 보세요. 괜히 우리 신경 쓰지 말고.”송여준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방해하려는 건 아니에요. 그냥 하나 물어보고 싶어서요. 둘이 이미 헤어졌는데 왜 아직도 함께 패션쇼 보러 온 거죠?”두 사람은 동시에 어리둥절했다.채도현이 먼저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헤어졌다고 해서 같이 놀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어요? 게다가 하율은 저를 안 좋아하지만 난 아직 못 잊었거든요. 그래서 다시 대시하는 중인데 뭐가 문제죠?”송여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심하게 말했다.“그런 뜻은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니까 흥분할 필요 없어.”채도현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손가락으로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내가 언제...!”“됐어.”유하늘은 한숨을 푹 내쉬고 말했다.“그만해. 얼른 쇼나 보자.”그는 비로소 입을 닫고 송여준을 째려본 다음 다시 의자에 앉았다.곧이어 송여준도 바로 뒷자리에 착석하더니 유하늘의 뒤통수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유하늘은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등 뒤에서 계속 따라붙는 시선이 느껴져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다.결국 참다 못해 채도현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자리 옮기고 싶어.”채도현은 벌떡 일어나 그녀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하필 그때, 장내 조명이 바뀌며 패션쇼가 시작되었다.곧이어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모두 착석해 주시기 바랍니다.”유하늘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제자리에 앉았다.곧이어 무대에는 화려한 의상 차림의 모델들이 차례로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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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얼굴은 상처받은 기색이 역력했다.하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안 돼요, 키스하지 마요.”유하늘이 피식 웃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비아냥거렸다.“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하죠? 나랑 친해요?”순간, 송여준은 말문이 막혔다.이내 또박또박 받아쳤다.“하여튼 안 된다니까.”유하늘은 그를 무시하고 채도현에게 눈짓을 보냈다.곧이어 채도현이 그녀를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그러다 문득 뒤돌아서 머뭇거리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경고했다.“나랑 하율 사이 일에 함부로 끼어들지 마요. 아무리 매달려봤자 하율 마음속에서 당신은 그냥 아무것도 아닌 광대에 불과하니까.”말을 마치고는 얼굴이 싸늘하게 식어간 송여준을 쳐다보지도 않고 유하늘과 차에 올라탔다.점점 멀어지는 차를 보며 송여준은 주먹을 천천히 움켜쥐었다. 눈빛은 씁쓸한 감정이 묻어났다.다른 남자의 차에 앉아 있는 유하늘을 보자, 비로소 예전에 자신이 얼마나 못된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입으로는 늘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그녀를 소홀히 했었다.이제는 유하늘에게 다가가 평범한 대화를 몇 마디 나눠볼 자격조차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송여준의 뒷모습이 유난히 쓸쓸하게 느껴졌다.유하늘은 백미러를 흘긋거렸다. 아직도 제자리인 그를 보고 다시 정면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화가 머리끝까지 난 채도현이 씩씩거리며 투덜거렸다.“자기가 뭔데 이제 와서 사부님한테 간섭하죠? 같이 있을 땐 소중히 여기지 않다가 뒤늦게 집적거리는 건 무슨 심보래요?”유하늘도 어이가 없었다. 이내 그를 힐긋 쳐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됐어, 그런 말 해봤자 무의미해. 어쨌든 나랑 송여준은 이미 끝났어. 지금은 그냥 신경 쓰지 말고 없는 사람 취급하면 돼.”채도현은 핸들을 꽉 잡고 앞만 바라보았다.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내 콧방귀를 뀌며 한마디 보탰다.“계속 사부님을 쫓아다니는 것도 문제잖아요. 잠시라도 송여준한테 시달리지 않고 대회에 집중할 방법이 하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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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그 말을 듣고도 송여준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홍이수를 무심하게 쳐다보고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알았어.”“그게 끝이야?”홍이수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덤덤한 그의 반응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이내 기가 찬 듯 말했다.“너 제정신이야? 이렇게 큰일이 터졌는데 그냥 모른 척하겠다고? 지금 그럴 기분이 아니라고 해도 잘 생각해 봐. 나중에 하늘 씨랑 다시 잘됐을 때 회사가 망하고 수입도 없으면 무슨 수로 네 여자한테 더 나은 삶을 약속할 건데? 하늘 씨 오빠 회사보다 잘나가기 전에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말조차 꺼내지 마. 알겠어?”오랜 절친답게 홍이수는 어떻게 해야 송여준의 정신이 번쩍 들게 할 수 있는지 잘 알았다.아니나 다를까 그 말을 듣자 송여준은 잠시 멈칫하더니 즉시 서류를 집어 들고 진지하게 훑어보기 시작했다.그러고 나서 다시 홍이수에게 툭 던졌다.“채도현의 짓이야.”“응? 하늘 씨 옆에 붙어 다니던 그 남자친구?”홍이수가 어깨를 으쓱했다.“그 사람이 아무 연고도 없는 하늘 씨를 도와서 널 공격하는 걸 보면 네 추측처럼 가짜가 아니라 진짜 사귀는 사이 같은데?”송여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만약 하늘 씨가 정말 너를 떠나서 새 삶을 시작하고 싶어 하는 거라면? 둘이 진짜로 연애 중이면 어떡할 거야?”홍이수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추궁하듯 물었다.송여준은 대답 대신 차갑고 불쾌한 시선으로 그를 빤히 응시했다.홍이수도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걸 깨닫고 한발 물러섰다.“알았어, 그만할게. 하지만 상황이 심상치 않은 건 사실이야.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송여준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졌다.“오히려 좋은 기회지. 나를 몰아붙여서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작정하고 덤비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홍이수가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던 찰나, 송여준이 그를 향해 가까이 오라는 듯 손가락을 까딱했다.홍이수는 귀를 바짝 가져다 댔다.그의 계획을 끝까지 듣고 나서는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주춤했다.“이렇게까지 한다고?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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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심지어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만약 지금 당장 유하늘이 송여준에게 건물에서 뛰어내리라고 한다면,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창문을 열고 뛰어내릴 것이다.홍이수가 한창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송여준이 낮은 목소리로 재촉했다.“멍하니 서서 뭐 해? 얼른 가 봐.”“알았어, 지금 갈게.”홍이수는 그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아무 말 없이 마음을 가다듬고 발길을 돌렸다.그가 떠난 뒤, 송여준은 시선을 돌리고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이내 사색에 잠긴 채 창밖을 바라보았다.잠시 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하늘아, 넌 결국 내 사람이 될 수밖에 없어.”...한편, 채도현도 유하늘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안달이 나 있었다.“사부님, 축하해줘요. 송여준 퇴치 계획이 드디어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어요.”유하늘이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채도현이 히죽 웃었다.“몰랐죠? 송여준이 회사에 소홀히 한 틈을 타서 진행하던 사업을 내가 전부 가로챘거든요.”유하늘의 안색이 돌변했다.“모든 협력사로부터 퇴짜를 맞았다는 소문이 이 바닥에 퍼지기만 하면 아무도 송여준과 거래하지 않으려고 할 거예요.”모든 경영인은 파트너의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여긴다.그런데 지사를 옮기자마자 영문도 모른 채 줄줄이 계약 파기 당하고 있는데, 어느 누가 안심하고 그와 거래하겠는가.송여준의 앞날이 가시밭길이 되는 건 안 봐도 비디오인 셈이다.하지만 유하늘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다.채도현이 예상했던 것처럼 기뻐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이내 그녀의 모습에 당황한 듯 물었다.“왜 그래요? 전혀 기뻐하는 얼굴이 아닌데요?”유하늘이 정신을 차리고 그를 힐긋 쳐다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송여준이 왜 남들이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존재가 됐겠어? 그 남자는 속을 전혀 알 수 없을뿐더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때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상상조차 안 가기 때문이야. 네가 그런 식으로 도발했다가 이 사실을 알고 화가 나면 너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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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상황은 유하늘의 짐작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역시나 사달이 난 것이다.직원 한 명이 서류를 들고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채도현을 바라보며 보고했다.“조사 결과, 얼마 전 지사를 옮겨온 리헬 그룹의 소행으로 밝혀졌어요. 우리와 거래하던 업체들이 갑자기 협력 중단을 요청해 왔어요. 프로젝트가 기준 미달이라는 게 그쪽 이유입니다.”채도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당장이라도 송여준을 찾아가 담판을 지으려 몸을 돌리는 찰나, 유하늘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진정해. 이미 지경이 됐는데 네가 욱해서 찾아간다고 그 사람이 멈출 리 없어. 분명 나를 노리고 벌인 짓인 게 확실해.”“사부님 때문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죠?”채도현이 몸을 돌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유하늘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휴대폰을 건네주었다.“지금 바로 송여준한테 전화해. 분명 어떤 요구를 해올 거야. 내가 나서길 바라는 건지 들어봐봐.”채도현은 의구심과 불안함이 뒤섞인 표정으로 곧장 전화를 걸었다.이윽고 수화기 너머로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결국 참다못해 전화했어? 내 회사를 건드리기 전에 그 머리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인지부터 생각했어야지.”송여준의 목소리에는 노골적인 경멸이 서려 있었다.채도현은 화가 치밀어 올라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송여준!”악을 쓰는 채도현을 보며 송여준이 콧방귀를 뀌었다.“정말 사서 고생하는군. 내가 준 선물이니 그 골칫덩이들을 마음껏 즐겨보라고.”말을 마치고는 전화를 끊으려 했다.다급해진 채도현이 얼른 입을 열었다.“원하는 게 뭐죠? 어떻게 해야 우리 회사를 놔줄 건데요?”송여준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비로소 원하던 대답을 듣게 되었다.“하율한테 직접 찾아와서 부탁하라고 해.”그 한마디에 채도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이내 이를 악물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쏘아붙였다.“꿈 깨요.”“그래?”송여준이 피식 웃었다.“그럼 네 회사가 망하는 꼴이나 지켜보든가. 손실은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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