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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거짓말쟁이의 참회: Chapter 301 - Chapter 310

319 Chapters

제301화

유하늘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짜증이 치밀었지만 별다른 방법은 없었다.어찌 됐든 경연장까지는 가야 했기에 마지못해 차에 올라 장기혁의 옆자리에 앉았다.장기혁은 미소를 지으며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마치 할 말이라도 있는 듯.유하늘이 쌀쌀맞게 쏘아붙였다.“지금 경기에만 집중하고 싶어서 한가하게 수다 떨 기분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말 걸지 말아 줄래요? 방해되니까.”장기혁이 멈칫했고, 얼굴에는 의아한 기색이 역력했다.누군가 자신의 접근을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었다.이내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난 신경 쓰지 마세요. 하율 씨한테 부담이 되고 싶진 않거든요.”“그럼 조용히 하세요.”유하늘은 인정사정없이 말을 끊었다.“딱 한 마디만 해도 될까요?”장기혁의 눈에 웃음기가 묻어났고, 얼굴에 흥미진진한 기색이 역력했다.유하늘은 어리둥절했다.“뭔데요?”“제가 직접 쓴 곡이 하나 있는데, 하율 씨 스타일이랑 똑같진 않겠지만 워낙 그런 풍의 곡을 좋아하다 보니까 영감이 떠올라서 한 번 만들어봤거든요. 혹시 잠깐만 봐줄 수 있어요?”장기혁은 서둘러 말을 이어갔다. 자칫 유하늘에게 무시라도 당할까 봐 손에 든 물건을 잽싸게 건네주었다.유하늘은 악보를 보자마자 눈을 뗄 수가 없었다.상대방이 진짜 그녀의 스타일에 따라 비슷한 느낌의 곡을 써냈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유하늘의 눈동자에 당혹스러운 기색이 스쳤다.한참 뒤에야 흐뭇한 미소와 함께 감탄 어린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곧바로 포커페이스로 돌아와 무덤덤하게 말했다.“다른 사람한테 부탁해 보세요. 난 누구를 가르칠 입장이 아니거든요.”정작 시선은 본능적으로 남자의 손에 들린 악보로 향했고 갈수록 호기심이 커져만 갔다.그녀의 반응을 지켜보던 장기혁은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으며 악보를 앞으로 쓱 내밀었다.“나중에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죠, 뭐. 헬렌한테 부탁해야겠어요. 그쪽도 이런 스타일의 곡에 관심이 좀 있는 것 같더라고요. 게다가 예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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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윌리엄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장 대표님은 우리가 투어에 필요한 모든 공연장을 가지고 계신 분이셔.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부동산 거물이기도 하지.”유하늘은 눈썹을 까딱했다.장기혁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서로 윈윈하는 걸로 하죠.”무심한 말투는 마치 그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다.장기혁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두툼한 앨범 하나를 집어 건네주었다.“만약 하율 씨 작곡 스타일도 엘레나 영향을 받았다면 이걸 꼭 보셔야 할 겁니다. 유감스럽게도 몇 달 전 사고로 돌아가셨지만 전 그분의 작품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보이시죠? 작품마다 메모를 남겨둔 거.”유하늘은 깜짝 놀라며 그가 건넨 물건을 받아 들었다. 펼쳐보니 정말로 한 권의 사진첩이었다.하지만 사진 대신 잘 보존된 악보가 들어 있었다.전부 그녀가 엘레나로서 데뷔해 첼로를 연주하던 시절에 직접 쓴 곡들이었다.악보 아래에는 장기혁의 개인적인 감상평이 적혀 있었다.게다가 신기한 사실을 발견했다.장기혁의 작곡 능력은 아직 개선할 점이 보였지만, 곡의 스타일과 그 이면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만큼은 매우 탁월했다.악보에 적힌 메모들은 놀랍게도 그녀가 곡을 창작할 당시 가졌던 본래 의도와 정확히 일치했다.유하늘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이내 장기혁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았다.“대표님께서 이렇게 확고한 자기 주관과 안목을 가졌을 줄은 몰랐네요. 심지어 엘레나 선생님의 창작 이념과도 완벽하게 부합했고. 마침 저도 엘레나 선생님을 아주 좋아하거든요.”“그래요? 앞으로 하율 씨와 그분의 악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군요. 그나저나 많은 사람이 엘레나를 추모하며 생전에 만드신 곡들을 연주하던데, 하율 씨는 왜 한 번도 안 하셨어요?”유하늘은 흠칫 놀랐다. 그의 말에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는 어려웠다. 진짜 엘레나는 아직 살아 있으며, 스스로 추모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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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장 대표님! 어쩌다 하율 씨와 함께 계신 거죠? 특별히 응원하러 오셨나요?”“그동안 누구도 공개적으로 지지하신 적이 없잖아요. 오직 엘레나 씨 작곡 스타일만 좋아한다고 공언하셨는데, 하율 씨와 경연장에 나타난 이유는 뭔가요? 설마 대표님께서 우승 후보로 점찍은 분인가요?”기자들이 정신없이 질문을 쏟아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유하늘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옆에 있는 남자가 현지에서 엄청난 유명 인사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하는 순간이었다.그런데 오빠는 왜 이 유명한 부동산 거물에 대해 한 번도 언급한 적 없지?유하늘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장기혁은 그녀의 거북해하는 기색을 알아차리고는 곧장 앞을 가로막아 서며 기자들을 향해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제 사생활을 일일이 여러분께 보고할 이유는 없는 것 같군요. 다들 물러나세요. 우리 방해하지 말고.”기자들은 순식간에 기가 죽어 인터뷰를 포기하고 서둘러 물러났다.자신을 배려해주는 장기혁의 모습에 유하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설령 사소한 일일지언정 인터뷰 대상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이내 장기혁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고는 첼로를 짊어진 채 곧장 경연장으로 향했다.장기혁은 그 자리에 서서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눈에 담았다.유하늘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다시 차에 올라탔다.차 안에서 기다리던 윌리엄은 그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갑자기 하율한테 왜 이렇게 관심을 보이시는 겁니까? 대표님은 엘레나의 열렬한 팬이시잖아요. 하율이가 엘레나의 작곡 스타일을 이어받았네 어쩌네 해도, 대표님 보시기엔 두 사람은 아직 천지 차이일 텐데 말이죠. 안 그래요?”장기혁의 표정이 한결 진지해졌다.그는 윌리엄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아니요, 어쩌면 엘레나보다 더 엘레나 같을지도 몰라요. 심지어 그 느낌이 훨씬 더 살아있죠. 저한테 한 가지 짐작 가는 게 있거든요.”윌리엄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깜빡이며 물었다.“뭔데요?”“하율 씨랑 엘레나가 동일 인물 같다는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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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좋은 성적 거둔 거 축하해요.”유하늘은 어안이 벙벙했다.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또 다른 꽃다발 하나가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하율 씨, 축하드려요.”송여준은 흠칫하며 옆을 돌아보았다.그곳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정갈한 슈트 차림에 훤칠하고 잘생긴 남자가 서 있었다.상대방의 눈에는 오직 유하늘뿐이었고, 시선은 그녀에게서 떠나지 않았다.같은 남자로서 무엇을 의미하는 눈빛인지 어찌 모르겠는가.순간, 위기감을 느껴 어금니를 꽉 깨물며 장기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당신 뭐야? 누가 마음대로 하율이한테 꽃 선물하래?”장기혁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내가 하율 씨한테 꽃을 주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 팬이 그쪽 하나뿐인 것도 아닐 텐데. 설마 본인한테만 그럴 자격이 주어진다고 생각하는 건가?”말을 마치고는 눈을 내리깔고 송여준을 쳐다보았다.송여준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직감적으로 눈앞의 남자는 채도현과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채도현은 처음 나타났을 때부터 그 어떤 위기감도 주지 못했다.설령 유하늘의 남자친구일지라도 경계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상대는 아니었다.하지만 이 남자는 달랐다.자신과 마찬가지로 남부럽지 않은 성공을 거두었고, 값비싼 슈트에 기품 넘치고 냉철한 분위기까지 풍겼다.그야말로 호각을 다투는 경쟁자와 다름없었다.재력이든 지위든 외모든, 모든 면에서 강력한 라이벌이다.송여준의 머릿속에 강한 경보음이 울렸다.그는 곧장 유하늘을 자기 품으로 끌어당기며 장기혁을 싸늘하게 쳐다보았다.이내 또박또박 말했다.“안 보여? 하율은 내 여자친구야. 연인 앞에서 당연히 팬이 주는 꽃보다 남자친구가 주는 꽃을 먼저 받는 게 순서 아니겠어?”송여준은 유하늘과의 관계를 일부러 강조하며 소유권을 주장했다.그 말을 듣자 장기혁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지더니 유하늘을 빤히 바라보았다.장기혁이 송여준의 말에 기가 죽어 물러날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그는 다시 꽃다발을 앞으로 내밀었다.“팬으로서 내가 존경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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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특별히 여기까지 보러 왔다고?송여준은 기가 막혀 실소가 터져 나왔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장기혁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갔다.멀어져 가는 차를 지켜보던 장기혁은 송여준이 다가오자 심드렁하게 쳐다보며 물었다.“할 말 있나?”송여준이 턱을 살짝 치켜들었다.“방금 들었지? 하율은 내 여자친구야. 당신이 하율 음악을 얼마나 좋아하든 내 알 바 아닌데, 팬이면 팬답게 주제 파악 좀 하고 행동해. 괜히 선 넘으면서 들이대지 말고.”이 정도 경고했으면 상대가 예의상 알겠다고 하거나, 적어도 딴마음은 없다며 해명이라도 할 줄 알았다.하지만 장기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시니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내가 뭘 하든 그쪽이랑 무슨 상관이지? 입만 열면 남자친구라고 떠들어대는데, 왜 하율 씨는 전혀 안 반가워하는 눈치냐고. 꽃을 줘도 거들떠보지도 않더라?”그는 한쪽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도발적인 자세로 말을 이었다.“남자친구로서 완전 자격 미달이네.”송여준의 안색이 돌변했다.장기혁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더 이상 말 섞을 필요 없다는 듯 손짓했다.“오해하지 말고 들어. 그냥 우리 사이에 공정하게 경쟁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서 하는 말이니까. 하율 씨가 그쪽이랑 진짜 결혼한 사이도 아닌데, 나라고 기회가 없겠어? 내 우상을 쟁취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망설이지 않고 끝까지 가볼 거야.”“억울하면 하율 씨를 곁에 꽉 붙들어 매 보든가. 그럴 능력도 없으면서 왜 나한테 와서 징징대는 거지?”말을 마치고는 시선을 거두고 쌩하니 뒤돌아섰다.송여준은 멀어지는 장기혁의 뒷모습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고, 눈빛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주먹을 꽉 쥐는 순간, 뒤에 서 있던 차도 이미 출발했다.윌리엄은 깜짝 놀라 운전기사를 쳐다봤다.“아니, 송 대표님이 아직 타지도 않았는데 그냥 출발하면 어떡합니까?”기사는 뒷좌석에 앉은 유하늘의 눈치를 살피며 헛기침했다.“방금 하율 씨가 그냥 가라고 손짓하셔서...”윌리엄이 의아한 듯 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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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윌리엄은 할 말을 잃었다.이내 어깨를 으쓱하며 한발 물러났다.“알았어. 어차피 지금 네 귀에 아무것도 안 들어올 테니까 그만 말할게.”유하늘은 그를 무시한 채 정면만 응시했다.윌리엄은 참다못해 결국 한마디 덧붙였다.“그런데 이것만은 명심해. 세상일이 다 네 뜻대로 되는 건 아니야. 송 대표님이 너한테 관심 보이는 게 뻔하잖아. 정말 결혼할 생각이 있다면 진지하게 생각해 봐.”인내심이 바닥 난 유하늘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저 좀 쉬게 내버려 두면 안 돼요? 다음 경기 대표님이 대신 나갈 거예요?”“알았어, 알았다고. 이제 말 안 할게.”윌리엄은 항복하듯 두 손을 들고는 얼른 입을 꾹 다물었다.그리고 더는 입을 뗄 엄두도 내지 못했다.유하늘은 비로소 시선을 거두었고,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차를 타고 도착한 뒤 곧장 유시훈을 만나러 갔다.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유시훈은 그녀를 보자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생중계로 다 봤어. 내 동생 정말 대단하더라. 멋진 활약이었어, 오빠는 네가 정말 자랑스럽구나.”그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며 여동생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하지만 유하늘은 기뻐하기는커녕 오히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복잡미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오빠, 최근에 일이 좀 있었는데... 아직 오빠한테 말을 못 했어.”“무슨 일인데?”왜일까, 그 말을 듣는 순간 유시훈의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이어지는 한 마디에 그는 넋을 잃고 말았다.유하늘이 가볍게 헛기침하며 운을 뗐다.“내 말 듣고 너무 상처받거나 슬퍼하지 마. 마음 단단히 먹고.”그 말에 유시훈은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이내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오빠도 이제 나이가 있어서 너무 놀라면 안 되는데... 무슨 일인지 빨리 말해줘, 매도 먼저 맞는 게 나으니까.”유시훈도 대충 눈치를 채고 있다는 것을 느낀 유하늘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곧장 사실을 털어놓았다.송여준이 채도현의 회사를 빌미로 그녀를 협박해 굴복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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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유하늘이 나지막이 말했다.“그냥 그런 줄 알아. 오빠는 입 다물고 아무것도 관여하지 마.”“하지만...”유시훈은 분한 듯 어금니를 꽉 깨물며 무언가 더 말하려 했지만 유하늘이 끼어들었다.“하지만은 없어. 내 말대로 해.”유시훈은 한참 동안 입술을 깨물고 있다가 결국 체념한 듯 눈을 감았다.“참.”유하늘은 오빠의 기분이 더 나빠질까 봐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장기혁이라는 부동산 거물이 있는데, 혹시 이 사람 알아?”그 이름을 듣자마자 유시훈이 번쩍 눈을 뜨더니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갑자기 왜? 네가 뭐 실수라도 했어?”유하늘은 오빠의 격한 반응에 의아한 기색이 역력했다.“아니야. 걱정하지 마, 잘못한 거 없어. 그 사람 이름만 언급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그제야 유시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장기혁 눈 밖에 난 게 아니라니 진짜 다행이다. 유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사람이 상상 이상으로 대단한 거물이라서 그래.”유하늘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어느 정도인데?”“이 바닥에서 이름 석 자만 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어. 도심 요충지 땅이며 빌딩이며 거의 다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거든. 한마디로 절대 건드려선 안 될 인물이야. 우리 회사 사옥조차 장기혁 소유라니까? 난 네가 뭐 실수라도 한 줄 알고 진짜 가슴이 철렁했어.”유시훈은 식겁하며 말했다.“그 사람 말 한마디면 회사 전체가 쫓겨나서 당장 일할 곳도 없어질 정도니까.”유하늘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그렇구나.”유시훈이 궁금한 듯 물었다.“갑자기 왜 그래? 분위기가 꼭 장기혁이랑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것 같잖아. 일 있으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바로 오빠한테 말해야 한다?”유하늘은 정신을 차리고 피식 웃었다.“아무것도 아니야. 단지 오빠가 그 사람을 이렇게까지 무서워할 줄 몰랐을 뿐.”“꼭 그렇지만은 않아. 우리 회사 사옥 자체가 장기혁 손에 달린 처지라 그래. 그동안 너한테 말은 안 했지만 이제 알았으니까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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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유하늘이 뒤돌아서 밖으로 나왔다.하지만 문을 나서는 순간, 그녀는 다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곁에서 지켜보던 서영준이 의아한 듯 물었다.“아가씨, 무슨 일 있으세요? 안색이 좀 묘한 게 뭔가 고민이라도 있는 분 같아요.”유하늘이 미소를 살짝 지었다.“송여준이 저렇게 끈질기게 달라붙는데 꼼짝 못 하게 할 임자라도 하나 붙여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요. 급이 맞는 상대를 만나야 송여준도 좀 주춤하지 않겠어요? 제 말 맞죠?”그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서영준이 놀란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이내 머뭇거리며 입을 뗐다.“아가씨, 대표님 허락도 없이 마음 쓰실 만한 일은 안 하셨으면 해요. 아시잖아요, 대표님이 세상 그 누구보다 아가씨를 끔찍하게 생각하신다는 거.”유하늘이 허탈하게 웃었다.“당연히 알죠. 오빠가 날 얼마나 아끼고, 나 때문에 얼마나 속상해하는지. 다만 저도 이제 앞가림은 스스로 해야죠.”모든 일을 오빠에게만 기댄다면 그 고생을 하며 버텨온 시간이 다 무의미해지는 셈이었다.집사는 비로소 한시름을 놓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아가씨 뜻대로 하세요. 제가 옆에서 응원할게요.”유하늘은 미소로 답하며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떴다.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소중히 간직해두었던 상자 하나를 꺼내 품에 꼭 안았다.잠시 후 밖으로 나와 윌리엄에게 전화를 걸어 장기혁과 만나고 싶으니 약속을 잡아달라고 부탁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윌리엄에게서 답장이 왔다.“장 대표님이 너랑 만나겠대. 가서 처신 잘해야 한다? 송 대표님이랑 사귄다며? 절대 그 사람 기분 상하게 하지 마.”유하늘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에 눈을 감았다.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윌리엄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너도 알잖아, 송 대표님 질투가 보통 아닌 거.”유하늘은 콧방귀를 뀌고 대꾸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러고는 곧장 장기혁과 약속한 장소로 향했다.도착해 보니 상대방은 이미 자리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유하늘을 발견한 장기혁이 여유롭게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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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그러고는 찬찬히 뜯어보았다.고집이 묻어나는 얼굴에서 왠지 모르게 눈을 뗄 수가 없었다.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엘레나 악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건 맞는데, 그래도 하율 씨가 내걸 조건이 뭔지부터는 들어봐야겠는데요? 아무리 탐나도 앞뒤 안 가리고 대가를 치를 수 없는 노릇이니까.”장난기가 묻어난 날카로운 눈빛을 마주하자 유하늘은 바짝 긴장했다.하지만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제는 솔직하게 털어놓아야 할 때였다.유하늘은 장기혁을 똑바로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간단해요. 대표님이 채씨 가문 뒷배가 되어주셨으면 해요. 앞으로 누가 채성 그룹을 건드리든 무조건 막아주세요. 특히 후계자인 채도현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꼭 지켜주시고.”장기혁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여기서 채도현이라는 이름이 튀어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유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명백한 경계심이 서렸다.“이거 뜻밖이네요. 왜요? 조만간 채씨 가문 도련님을 건드리기라도 할 사람이 나타난다는 건가요?”“네, 맞아요.”유하늘은 망설임 없이 인정했다.“대표님이 채도현을 도와주셨으면 해요. 제안을 받아만 주신다면 이 악보들 전부 드릴게요.”장기혁은 과연 수지타산이 맞는지 진지하게 고민했다.유하늘도 서두르지 않고 정적 속에서 그를 기다렸다.잠시 후, 장기혁이 입꼬리를 올리더니 악보를 챙기기로 마음먹었다.그는 상자를 가볍게 툭 치며 말했다.“좋아요.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받아들여야죠.”유하늘의 눈이 번쩍 뜨였다.이내 놀란 기색으로 그를 바라봤다.“정말요?”“네.”장기혁은 흔쾌히 대답하며 묘한 미소와 함께 눈썹을 추켜세웠다.“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안 될 거 없잖아요?”유하늘은 내심 경악했다.어려운 일이 아니라니?한 기업을 통째로 지켜내는 게 고작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이 남자의 저력이 대체 어디까지인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유하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그제야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그래요?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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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팬으로서 우상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 거잖아요.”말을 마치고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려 나가려는 순간, 장기혁이 다시 그녀를 불러 세웠다.“나를 속일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마세요. 하여튼 이번 거래 성사돼서 정말 기쁘군요. 이제 우리 자주 보게 될 텐데 앞으로가 참 기대되네요. 어쩌면 하율 씨한테 내가 상상도 못 할 놀라운 비밀들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니 어디 한번 지켜보도록 하죠.”유하늘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고, 심장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뒤를 돌아볼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간신히 마음을 가다듬고는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갔다.유하늘이 떠난 뒤, 장기혁은 제자리에 서서 창밖으로 그녀가 차에 올라타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저 가면 아래에는 자신이 이미 짐작하는 그 얼굴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모든 정황을 추론하고 손에 든 악보를 내려다보자 마침내 확신을 얻었다.우울증에 시달리던 시절, 이 곡들을 들으며 버텨냈던 수많은 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이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하율이라... 역시 살아있었군. 드디어 찾았어.”...차에 올라탄 유하늘은 심란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그녀는 떨리는 마음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곧장 리헬 그룹으로 향했다.도착하자마자 송여준을 대면해야 했다.송여준은 사무실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유하늘이 걸어 들어오자 그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여자친구 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나랑 오붓하게 정이라도 쌓고 싶어서 달려온 거예요?”유하늘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싸늘한 눈빛으로 쏘아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알려줄 게 있어서 왔어요. 우리 거래 이제 끝났어요. 당신이 채도현을 어떻게 괴롭히든 상관없으니까 마음대로 하세요. 더는 당신 여자친구 노릇 안 할 거라 알아서 해요.”그 한마디만 남기고 뒤돌아서 자리를 뜨려고 했다.송여준의 눈에 당혹감이 스쳤고, 급히 일어나 그녀를 불러 세웠다.“잠깐만! 채도현 회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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