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거짓말쟁이의 참회: Bab 31 - Bab 40

100 Bab

제31화

“신경찬 씨, 이 술을 제가 대신 마셔줘도 될까요?”송여준은 신경찬의 의견을 묻는 듯이 질문했지만 사실은 거절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듯이 강압적인 어투로 말했다. 그리고 그의 미소에서 냉기가 느껴졌다.유하늘은 송여준이 신경찬과는 절대 갈등을 빚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는 걸 떠올렸다.신씨 가문과 송씨 가문은 상당히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하나의 작은 문제가 큰 문제로 번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신경찬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긴장했다.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송여준이 평소 그의 체면을 생각해 주는 것처럼 신경찬 역시 송여준과 갈등을 빚고 싶지 않았다.두 가문은 한창 협력 중인 데다가 사업적으로 많이 엮여 있는 터라 만약 신경찬이 송여준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신경찬의 아버지가 신경찬을 가만두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신경찬은 조금 겁이 났다.그는 권아람을 이렇게 놔주기는 싫었으나 어쩔 수 없이 일단 한발 물러섰다.“대표님, 화 푸세요. 전 그냥 권아람 씨에게 밥을 한 끼 대접하고 싶었던 것뿐이니까요. 권아람 씨가 원하지 않는다면 저도 강요하지 않을게요. 그리고 저도 송여준 씨 체면도 생각해 드려야 하니까요.”송여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신경찬은 웃으면서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했다.그런데 그가 몸을 돌리며 자리를 뜨려는 순간 홍이수가 몰래 다리를 뻗었고, 신경찬은 그의 발에 걸려 앞으로 풀썩 고꾸라지게 되었다. 그는 바닥에 넘어지는 순간 앓는 소리를 냈는데 상당히 아픈 듯했다.송여준은 경고 어린 눈빛으로 차갑게 홍이수를 바라보았다.홍이수는 마치 그제야 이성을 되찾은 척, 그제야 신경찬이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인 걸 떠올린 것처럼 애절한 눈빛으로 송여준을 바라보았다.“여준아, 도와줘.”송여준은 어쩔 수 없이 홍이수가 서 있던 자리에 대신 서서 신경찬을 내려다보았고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조금 전 발을 뻗은 사람이 홍이수가 아니라 자신인 것처럼 연기했다.송여준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신 대표님,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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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그 말에 송여준은 그제야 유하늘을 바라보았다.자신의 행위로 인해 유하늘이 불편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송여준은 조금 자책했다.그는 시선을 내려뜨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늘아, 아람이는 내 친구이자 은인이야. 그래서...”“아람 씨!”송여준이 설명을 마치기도 전에 그의 등 뒤에서 홍이수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그가 고개를 돌렸을 때 권아람은 이미 눈을 감고 쓰러졌다.홍이수의 눈빛이 번득였다. 그는 몇 번이나 시도했는데도 권아람을 못 안아 들겠는 척했다.“아람 씨 심장병이 도졌나 봐. 여준아, 얼른 아람이를 구해줘!”송여준은 빠르게 달려가서 권아람을 안아 든 뒤 밖으로 나갈 때 신경찬을 노려보았다.“아람이한테 문제가 생기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요.”말을 마친 뒤 그는 부랴부랴 권아람을 안고 뛰쳐나갔다.홍이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송여준을 따라가려고 했다. 그는 유하늘의 곁을 지나칠 때 경멸 어린 목소리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여준이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이제 알겠죠? 알겠으면 빨리 떠나요!”유하늘의 눈빛은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차분했다.파티장 안은 사람들의 목소리 때문에 소란스러워졌다.유하늘은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그리고 유하늘이 돌아가자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다들 송여준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 같다고, 그들이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여자에게 엄청 신경을 썼다고 했다.누군가는 송여준이 예전부터 권아람과 만났었고 유하늘이 그들 사이에 끼어든 거라고, 송여준이 그들의 모임에 데려온 권아람이야말로 송여준이 진짜 사랑하는 여자라고 했다.그들의 말은 아주 조리 있었다. 그들은 심지어 당사자인 유하늘보다도 더 많은 내막과 세세한 사정을 알고 있는 듯했다.유하늘에게 계속 전화가 걸려 왔다.사람들은 그녀와 송여준 사이에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려고 했고 유하늘은 그들의 전화를 전부 끊었다.마지막 전화는 송여준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유하늘의 손끝이 잠시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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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홍이수는 이내 병원을 떠났고 송여준만 남아 권아람을 간호했다.두 사람에 관한 소문이 쫙 퍼졌음에도 송여준은 그걸 처리할 틈이 없었다.동기 모임이 끝나고서부터 지금까지, 누군가는 권아람이 송여준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라 했고 누군가는 권아람이 남의 가정을 파탄 낸 불륜녀라고 했다.그리고 누군가는 권아람이 여우 같은 여자라 송여준뿐만 아니라 홍이수와도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했다.유하늘이 집에 돌아가 샤워하고 밥을 먹는 사이 많은 이들이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다들 평소 유하늘과 자주 연락하며 지내던 재벌가 사모님들이었다.그들 모두 악의는 없었다. 그저 유하늘이 걱정되는 마음에 가정을 잘 지켜야 한다고 에둘러 충고할 뿐이었다. 그들은 권아람 같은 여우들은 수도 없이 많은 데다가 송여준은 얼굴까지 잘생겼으니 더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유하늘의 마음속에는 아무런 파문도 일지 않았다. 그녀는 기계적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예의상 보낼 분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송우주가 갑자기 돌아온 것이다.송우주는 가방끈을 잡아당기며 유하늘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간 뒤 불쾌한 얼굴로 유하늘을 노려보았다.“엄마가 그랬죠?”유하늘은 난데없는 질문에 당황스러웠다.“무슨 말을 하는 거야?”송우주는 더 화가 났다.“고모할머니가 그랬어요. 사람들이 아람 이모를 불륜녀라고 욕한다고요. 엄마가 해명해 줘야죠. 아람 이모는 아빠 동기 모임에 참석했다가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그 때문에 아빠가 대신 화풀이를 해준 건데 그게 뭐 잘못됐어요? 아람 이모한테 대체 왜 그래요?”송우주는 주먹을 움켜쥐며 마치 새끼 늑대처럼 사납게 굴었다.예전에는 착하고 순한 모습으로 그녀를 엄마라고 불렀던 아이가 이제는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할 수만 있다면 유하늘의 살점이라도 물어뜯을 듯한 기세였다.유하늘은 평온한 얼굴로 송우주를 바라보았다.“난 불륜녀라고 한 적 없어. 소문낸 적도 없고. 그리고 어른들 일에 끼어들지 마. 넌 그럴 자격 없어. 그리고 귀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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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집사는 서둘러 송우주를 따라가는 와중에 고개를 돌려 유하늘을 바라보았다.마치 모르는 본 사람을 보는 것 같은 낯선 눈빛이었다.유하늘은 손목을 털면서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가정부들의 눈빛을 무시하고 위층으로 올라가 샤워했다.그녀가 할 일을 마친 뒤 자려고 보니 30분 뒤였다.휴대전화에는 부재중 전화 두 통과 메시지 여러 통이 와 있었다.전화는 송여준과 송우주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유하늘은 신경 쓰지 않았다.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송우주가 송여준에게 고자질했다는 걸 예상할 수 있었다.유하늘은 송여준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하지도 않고 곧장 대화창을 삭제했다.그리고 다른 두 읽지 않은 메시지는 임세빈이 보낸 것이었다. 임세빈은 내일 병원에 와서 검진을 받아보라고 했다. 최근 새 약을 먹기 시작한 뒤로 몸에 변화가 생겼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말이다.유하늘은 시선을 들어 벽에 걸린 달력을 바라보았다.오늘 밤이 지나면 4일이 남는다.오늘 송우주의 뺨을 한 대 때리니 속이 굉장히 시원했다.앞으로 4일 동안 송우주는 그녀를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이다. 유하늘은 천천히 눈을 감았고 어느샌가 잠이 들었다....다음 날, 송여준은 밤새 집에 돌아가지 않았고 전화를 두 통 한 뒤 더는 유하늘에게 연락하지 않았다.유하늘은 병원으로 향했다.임세빈은 검사를 마친 뒤 얼굴을 찡그린 채 검사 결과를 바라보았다.유하늘은 흠칫하며 임세빈을 바라보았다.“왜요? 약을 먹었는데 별로 효과가 없나요?”임세빈은 고개를 끄덕였다.“몸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어요. 요즘 기분이 안 좋으신 건가요? 두개 내압이 낮아지지 않는다면 출국할 수 없어요.”유하늘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면서 다급히 말했다.“그동안 감정 변화가 심했던 적이 없는데 왜 두개 내압이 낮아지지 않은 거죠?”유하늘이 도발해도, 송여준과 송우주가 한 짓들도 전부 무시했는데도 효과가 없다니.임세빈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스트레스가 심한 게 문제인 것 같아요. 빨리 떠나고 싶다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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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유하늘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만해. 왜 여기서 난리야?”“나 보고 그만하라고?”송여준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그는 불만 가득한 어투로 말했다.“우주 너한테 맞은 뒤에 고모 집에 갔는데 밤새 열이 났대. 너한테 연락도 했는데 왜 안 받은 거야?”유하늘은 살짝 멈칫했지만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때려서 열이 나는 것도 아니고, 애가 아프면 의사 선생님한테 연락해. 나한테 연락하면 뭐가 해결돼?”유하늘은 다른 남자가 준 선물을 안고 있었는데 송여준은 그 모습이 눈에 거슬렸다.송여준의 마음속에서 질투의 불길이 치솟았다.그들의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결혼하기 전에도, 결혼한 후에도 유하늘에게는 언제나 그뿐이었고 단 한 번도 다른 남자와 가까이 지낸 적이 없었다.그런데 유하늘에게 갑자기 이성 친구가 생겼다. 게다가 그 사람은 의사인 데다가 잘생기기까지 했다.조금 전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을 보았을 때 꽤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었다.송여준은 왠지 모를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처음 느껴보는 낯선 감정 때문에 송여준의 말투가 퉁명스러워졌다.“너 우주 엄마잖아. 이젠 우주 엄마로 살고 싶지 않은 거야? 그렇다면 솔직히 얘기해.”유하늘의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그녀는 시선을 들며 말했다.“난 우주 엄마 하고 싶지 않아. 권아람 씨한테 우주 엄마 하라고 해.”송여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그는 유하늘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그거 홧김에 하는 말이지? 설마...”“진심이야. 난 우주 엄마 안 해도 되고 여준 씨 아내 안 해도 돼. 다 권아람 씨한테 양보할게. 난 됐어.”유하늘이 송여준의 손을 뿌리치며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고 했다.송여준은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유하늘의 몸 옆으로 손을 뻗어 문을 닫았다.유하늘은 당황했다. 그사이 송여준이 유하늘의 턱을 잡고 억지로 입을 맞췄다.임세빈이 아직 옆에 있는데 말이다.유하늘은 임세빈이 마치 폭행 현장을 목격한 사람처럼 충격받은 얼굴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자신과 송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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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송여준은 유하늘과 아이가 계속 이렇게 맞서면, 고집불통인 그 아이의 성격 때문에 분명 모자 사이가 더 엇갈리기만 할 거라는 걸 알았다.유하늘은 그의 손을 다시 한번 거칠게 뿌리치고 차갑게 말했다.“나 안 돌아가. 그리고 난 잘못하지 않았어. 걔가 맞을 짓을 했어.”그녀는 창백한 얼굴을 들며 덧붙였다.“내가 말했잖아. 싫으면 애한테 새엄마를 찾아주든지. 여준 씨 아내도 바꾸고.”그 말을 내뱉고 유하늘은 그대로 돌아서 나갔다.송여준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더니 끝내 인내심을 잃고 그녀가 품에 안고 있던 화분을 확 낚아채 쓰레기통에 넣었다.유하늘이 손을 뻗었지만 이미 늦었고 화분은 그대로 쓰레기통 안으로 쾅 하고 떨어져 바늘과 약통 사이에 처참하게 박혔다.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진 그녀는 고개를 들고 송여준을 바라봤다.송여준은 짜증스럽게 말했다.“너 요즘 점점 너답지 않아. 지금부터 이 병원 출입 금지야. 아까 그 의사랑 다시는 접촉하지 마. 나랑 같이 집으로 가자!”그러면서 유하늘의 팔을 거칠게 잡아끌었다.유하늘이 몸부림을 쳤지만 송여준은 그녀의 허리를 안고 그대로 들어 올려 버렸다. 몸이 공중에 들리자 유하늘은 갑자기 현기증이 나 헛구역질할 뻔했고 머릿속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머리가 아팠다.순간 그녀의 몸에 힘이 쭉 빠졌고 코안에서 뜨거운 게 흘러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유하늘은 얼른 손으로 코를 잡았고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다.하지만 송여준은 그녀의 표정을 보지 못했고 그녀를 안은 채 계단을 내려와 차 뒷좌석에 던지듯 앉혔다.그의 얼굴은 먹구름 낀 것처럼 어두웠고 차는 곧 출발했다. 유하늘은 뒷좌석에 힘없이 기대 앉아 있었고 반항할 기운조차 없었다. 한참이나 코를 막고 있다가 더 이상 피가 흐르지 않는 걸 확인하고서야 그녀는 손을 내리고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닦았다.그리고 피 묻은 휴지를 손에 꼭 쥔 채 무표정하게 앞좌석의 송여준을 바라봤다.“어디 가는 거야?”“우주한테 가고 있어. 우주 아직 아프고 계속 울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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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송정희가 먼저 유하늘을 발견했다.권아람과 대화하고 있던 그녀는 순식간에 표정이 굳더니 인상을 팍 쓰고 뛰어와 유하늘의 뺨을 치려 했다.그러나 유하늘은 송정희가 손을 올리는 것을 보고 눈을 가늘게 뜨더니 그 손이 떨어지기 직전에 송정희의 손목을 낚아챘다.유하늘의 손은 차가웠고 손톱고 날카로웠는데 그녀가 손에 힘을 주자 손톱이 송정희의 피부에 파고들어 피가 났다.송정희는 아파서 비명을 질렀고 손목을 홱 빼고는 피 난 자리를 부여잡았다. 그리고 화를 내며 말했다.“여준아, 얘가 무슨 짓을 했는지 봐봐! 완전 미쳤어!”“먼저 손찌검하려던 건 고모님이시잖아요. 늙으면 남을 막 대해도 되는 줄 아세요? 저는 안 참아요.”유하늘은 완전히 딴사람이 된 것 같았다. 무심한 눈빛의 그녀는 더 이상 송정희의 비위를 맞춰 주려는 기색이 없었다.유하늘은 그동안 늘 송정희가 자신을 싫어하는 건 그냥 단순히 마음에 안 들어서, 송여준이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그렇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이제 보니 그들은 처음부터 권아람만 마음에 들어 했다. 그리고 유하늘은 송여준의 아이를 배었으니 어쩔 수 없이 책임져야 하는 골칫거리일 뿐이었다.송정희는 놀라서 멍해 있다가 손가락을 떨며 유하늘을 가리켰다.“너... 너 지금 뭐라고 했어? 그 말은 내가 나이 믿고 설친다는 뜻이야?마흔 줄에 접어든 그녀는 나이를 언급하는 것을 제일 싫어했다.유하늘은 그게 송정희의 약점인 걸 알고 있었고 입꼬리를 비틀며 웃었다.“아닌가요? 우리 우주한테는 고모할머니시잖아요.”송정희는 기가 막혀 헛기침했다.이때 송여준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유하늘의 팔을 붙잡았다.“그만해. 아무리 그래도 고모를 존중해 줘야지.”송정희는 피가 흐르는 손목을 보여주며 울분을 터뜨렸다.“존중? 쟤는 존중은커녕...”“너 왜 고모 손목에 상처까지 냈어! 우주 지금 열나. 당장 올라가자.”송여준은 유하늘을 다그치듯 말하고 바로 끌고 올라갔다.송정희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방금 송여준이 자신의 편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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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유하늘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치밀어 오르는 굴욕감을 꾹꾹 눌렀고 속으로 수십 번 되뇌었다.‘그 땅을 위해서 참자.’그녀는 송우주 쪽으로 다가갔다.“어제는 내가 너무 심했어. 미안해.”아들한테 모욕당한 것도 모자라, 뺨 한 대 때린 것까지 사과해야 한다니. 정말 웃기지도 않는다.유하늘이 사과하자 송우주는 표정이 풀렸고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그, 그래요. 용서해 줄게요. 대신 앞으로 아람 이모를 괴롭히지 말고 나한테 잘해요. 그러면 계속 엄마라고 불러 줄게요.”어린 나이에 벌써 마치 베풀어 주는 듯한 어투를 쓰다니.유하늘은 무덤덤하게 말했다.“말했잖아. 네가 원하면 다른 사람을 엄마라고 불러도 된다고.”“왜 또 그렇게 말해요!”송우주는 다시 표정이 어두워졌다.“어릴 때부터 엄마가 나를 제일 사랑해 줬잖아요. 심지어 목숨까지 기꺼이 내놓을 만큼! 내가 다른 사람 보고 엄마라고 부르는 거, 엄마가 절대 못 참는 거 다 알아요!”그 말에 유하늘은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렇게 믿고 싶으면 그렇게 생각해.”그녀는 문을 열고 나왔고 마침 송여준과 권아람이 뒷마당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게 보였다.유하늘은 걸음을 멈췄다가 못 본 척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다.송여준은 그녀가 지나간 줄도 모르고 권아람의 안색을 살폈다.“너 원래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하는데 우주 때문에 밤새 못 쉬었잖아. 기사 불러서 집에 데려다줄게.”권아람은 고개를 들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그래도 우주 옆에 있을래. 지금 우주한테는 내가 필요해. 하늘 씨랑 우주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그건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넌 신경 쓰지 마.”송여준은 기사에게 전화를 걸려다가 들어온 문자를 보고 손을 멈췄고 권아람도 그의 휴대폰 화면에 뜬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캐럴’이라는 이름을 보자 표정이 굳었다.그가 답장을 마치자 권아람은 조심스럽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방금 웨딩드레스 디자이너가 문자 보낸 거 맞지? 혹시 하늘 씨가 입을 드레스를 맞추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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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유하늘은 송여준의 손을 막았다.“철분제야.”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나 여준 씨 말대로 다 했어. 그 땅은 언제 줄 거야?”송여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봤다.그는 유하늘을 데리고 송우주를 보러 갔었는데 둘의 관계가 여전히 풀리지 않은 듯했다.유하늘이 송여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모조리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걸 보면 그와 더는 함께 살기 싫은 것 같았다.그렇게 생각하자 송여준의 가슴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위기감이 차올랐다.그는 유하늘의 손목을 붙잡고 말했다.“일단 나랑 같이 어디 좀 가자. 땅 얘기는 나중에 하고.”...십여 분 뒤, 차는 도심 한가운데 있는 호텔 앞에 멈췄다. 유하늘은 고개를 들어 간판을 보고는 멍해졌다.화연 호텔은 도심에서 가장 호화로운 호텔이고 7년 전에 바로 이곳에서 그녀와 송여준은 결혼식을 올렸다.그 후로 단 한 번도 이곳을 다시 찾은 적이 없었고 세월이 흘렀지만 호텔은 그대로였다.송여준은 유하늘의 손을 잡고 곧장 호텔의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는데 여기 루프탑에서 그들의 결혼식 피로연을 열었었다.유하늘은 놀란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는데 어쩜 그날과 똑같았다.“여기 오기 전에 미리 사람 시켜서 꾸미라고 했어. 어때, 똑같지?”송여준은 말을 마친 후 고개를 돌리고 가볍게 기침했다.유하늘은 구석에 놓인 수국 화분을 보고 눈동자가 흔들렸다. 사실 송여준은 수국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어서 꽃가루가 피부에 닿기만 해도 기침하고 열이 났다. 결혼식 때 유하늘이 수국으로 장식하면 더 예쁠 것 같다고 하자 그는 끝까지 버텼고, 결국 식이 끝나자마자 이틀이나 병원에 입원했었다.그런데 지금 송여준은 그때를 재현하려고 또다시 수국을 가져다 놓았다.유하늘은 그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 자신의 건강을 희생하면서까지 이런 행동을 하는 건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할 수 있는 거 아닌가?그녀가 혼란스러운 감정을 정리할 틈도 없이 송여준이 뒤에서 그녀를 안았다.“결혼식 때 우리 서로 반지 주고받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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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밤이 되어서야 송여준이 돌아왔다.유하늘은 여전히 깨어 있었고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계단을 내려왔다.송여준은 외투를 어디에다 두고 왔는지 보이지 않았고 검은 셔츠의 옷깃이 살짝 풀려 있으며 소매는 아무렇게나 걷어 올려져 있었다. 피곤해 보이는데도 어쩐지 느긋한 분위기가 났다.“왔어.”계단 아래까지 내려온 유하늘이 말했다.그녀가 안 자고 기다린 걸 본 송여준은 멈칫하더니 곧 미소를 지었다.“왜 안 잤어? 혹시 나를 기다린 거야?”유하늘은 고개를 끄덕였다.송여준이 기뻐하기도 전에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약속했잖아. 내가 여준 씨 말대로 다 하면 그 땅을 내 명의로 넘겨주겠다고.”송여준은 신발 끈을 풀다가 동작을 멈췄다. 그의 눈빛에 잠깐 복잡한 감정이 스쳤고 목이 멘 듯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유하늘은 그의 미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고 한 걸음 다가가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설마 말 바꾸려는 건 아니지? 이제 와서 주기 싫어?”송여준은 입술을 깨물었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당연히 너한테 줄 거야. 하지만 그 땅에 문제가 생겨서 아마 보름은 지나야 다시 찾을 수 있을 거 같아.”그 말을 듣자 유하늘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이런 우연이 어딨어. 나한테 주기로 약속하자마자 문제가 생겼다고?”그녀는 보름이나 기다릴 수 없었다. 국내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오빠와 함께할 시간은 줄어들 테니까.게다가 이 집 사람들은 날마다 별별 방법으로 유하늘을 괴롭히고 있고 그녀는 이제 진절머리가 났다.유하늘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자 송여준은 잠시 침묵하다가 다가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오늘 이수가 누군가한테 사기를 당했어. 이수가 상대방한테 속아서 말도 안 되는 이중계약을 강제로 쓰고 수백억을 날렸거든. 지금 그쪽에서 이수를 붙잡고 안 놔주고 있어. 그런데 돈도 필요 없고 딱 그 땅을 내놓으래.”유하늘은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그래서 내 땅을 줬다고?”송여준은 고개를 살짝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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