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거짓말쟁이의 참회: Bab 51 - Bab 60

100 Bab

제51화

송여준은 약 케이스에 적힌 글귀를 소리 내어 읽었다.“감기로 인한 몸살 치료용...”그러나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이건 그저 평범한 감기약일 뿐인데 유하늘은 왜 마치 큰 비밀이라도 들킨 사람처럼 반응했을까.송여준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자신이 과민반응한 거겠지 싶었다.그는 약 케이스를 다시 서랍에 넣고 돌아섰고 그때 샤워를 마친 유하늘이 문가에 서서 그의 모든 행동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딱 걸린 송여준은 멋쩍은 듯 헛기침했다.“네가 무슨 약을 먹고 있나 궁금해서 봤어. 너 요즘 철분제를 먹는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왜 감기약이야?”“응, 감기 기운이 좀 있어서.”유하늘은 머리를 닦으며 그의 앞으로 걸어왔다.“문제 있어? 다른 약도 보고 싶으면 지금 가져다줄 수 있는데?”“아니야. 내가 널 의심하는 것도 아니고.”송여준은 무심한 척 다가가 그녀가 들고 있는 수건을 빼앗았다.유하늘은 그것을 다시 가져오려 했지만 결국 송여준의 힘에 눌려 책상에 살짝 기대게 됐다.그의 손길은 세지도 약하지도 않고 적당했다. 결혼한 7년 동안 늘 그랬듯이 무심한 듯 다정하게.유하늘은 거울에 비친 그의 모습을 바라봤다. 깊고 차가웠던 눈매는 살짝 부드러워지고 그녀를 내려다보는 눈빛은 마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을 보는 듯했다.유하늘은 송여준의 연기가 점점 더 정교해진다고 느끼며 눈을 감았다. 이제 더는 그 위선적인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송여준은 유하늘의 머리카락을 다 닦아준 후 그녀의 머리카락에 코를 가까이 댔다.“좋은 향이 나네.”유하늘은 아무 대꾸 없이 수건을 낚아챘다.이때 송여준은 문득 무언가가 생각난 듯 입꼬리를 올렸다.“아, 너한테 줄 게 있어.”그는 거실에서 가져온 벚꽃 모나카를 건네줬다.“이제 토요일에만 한정 수량을 판매한다길래 미리 가서 따로 맡겨놨어.”유하늘은 시선을 떨군 채 그것을 받지 않았다.송여준이 그것을 그녀의 손에 슬며시 밀어넣으며 물었다.“왜 그래? 오늘은 입맛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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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유하늘이 회사에 도착했을 때, 마침 홍이수가 대표 사무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는 어깨가 축 처지고 얼굴은 잔뜩 구겨진 채 앞도 안 보고 걷다가 유하늘과 부딪칠 뻔했다.홍이수는 반사적으로 몸을 옆으로 피하고 고개를 들었다가 그녀를 보자마자 눈빛이 싸늘해졌다.“여긴 왜 왔어요?”그는 주머니에 손을 쑤셔 넣은 채 비아냥거렸다.유하늘은 서류를 꼭 쥐고 그의 옆을 지나가며 짧게 말했다.“그쪽은 알 필요 없어요.”하지만 홍이수는 팔을 벌려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들었어요. 하늘 씨의 아들이 요즘 하늘 씨랑 안 지내고 친척집으로 갔다면서요? 엄마 노릇도 그 모양이라니, 애가 하늘 씨랑 같이 살기 싫어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아요? 얼마나 답답하고 싫었으면 그랬겠어요!”그의 말에 노골적인 조롱이 섞여 있었다.하지만 유하늘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고 홍이수가 기대했던 상처받은 표정 따위 보여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글쎄요, 내가 좀 답답하긴 하죠. 그래도 홍이수 씨만큼 역겹지는 않아요.”그녀의 차가운 한마디에 홍이수의 웃음이 딱 굳었다.유하늘은 평소에 적당히 상대방의 체면을 세워주며 대했는데 이제는 대놓고 그를 무시하는 태도였다.홍이수는 이를 악물었다. 그는 어떻게든 유하늘의 저 여유로운 표정에 균열을 내고 싶었다.“하늘 씨가 아직 집에서 안 쫓겨난 이유는 아람 씨가 요즘 병원에 있어서예요. 아니면 벌써 짐 싸서 나가라고 쫓겨났을걸요? 아람 씨의 몸이 괜찮아지면 여준이가 바로 구청에 데려갈 걸요?”그는 일부러 말을 아꼈고유하늘이 궁금해할 거라 확신했다.“두 사람이 뭘 하러 가는지 알고 싶어요? 집에 가서 주민등록등본을 한번 확인해봐요. 거기에 누구의 이름이 적혀 있는지 보고 놀라지 말고.”유하늘은 피식 웃었다. 홍이수는 이제 아예 연기할 생각도 없는 모양이다.‘고작 이 정도로 나를 흔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너무 한가해서 그런 소리할 거면 홍이수 씨가 속여서 빼앗아 간 땅이나 걱정해요.”그 말에 홍이수의 얼굴이 굳어졌다가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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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하늘아, 너 왜 이렇게 말랐어? 내가 너 보내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살이 쏙 빠진 것 같아. 완전히 달라졌네!”유하늘은 멈칫했다가 의자에 앉았다. 예상도 못했는데 현지성이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오빠 유시훈과 영상통화를 연결해 버렸기 때문이다.유하늘이 그동안 유시훈과 연락을 거의 끊다시피 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이렇게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을 들킬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멀리 있는 오빠에게 무슨 변명을 해야 할까, 고민할 틈도 없이 유하늘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오빠. 나 요즘 감기 걸려서 입맛이 없어서 그래. 며칠만 잘 챙겨 먹으면 금방 돌아올 거야.”하지만 유시훈은 여전히 표정이 풀리지 않았다.“현 비서 말로는 네가 이번엔 완전히 마음을 굳혔다던데? 모레 같이 들어와서 이혼 절차 다 끝낼 거라며. 송여준이랑 다시 만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거지?”유하늘은 담담히 웃었는데 미련은커녕 시원하기까지 한 웃음이었다.“걱정하지 마. 난 한번 마음을 먹으면 절대 안 바꿔.”“그럼 다행이야.”유시훈은 안도한 듯 한숨을 내쉬며 미소를 지었다.“네가 돌아오면 내가 시간 내서 여기저기 데리고 다닐게. 스트레스 좀 풀어. 거기에서 있었던 일들은 다 잊어버려. 너 아직 더 빛날 수 있는 사람이야.”그 말에 유하늘은 눈시울이 붉어졌다.‘빛나는 인생... 나에게 그런 게 남아 있기나 할까?’그녀는 오빠 유시훈이 눈치채기 전에 얼른 눈가를 훔쳤다.“마침 곧 새 디자인 공모전 시즌이 시작된다던데, 이번엔 같이 가서 다른 사람들의 디자인을 좀 볼래?”유하늘은 멍해졌다.‘디자인 공모전...’해외에 있을 때 그녀는 첼로만 한 게 아니었다. 회사에서 인턴하면서 주얼리 신제품의 디자인에도 참여했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녀가 디자인한 건 매번 대히트를 쳤다.그때 유시훈은 유하늘에게 디자인 대회에 나가보라고 권했고 그녀는 나가는 족족 우승했다. 송여준을 만나기 전까지 무려 여섯 번이나 연속으로 1위를 했다.하지만 결혼하자마자 유하늘은 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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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였고 유하늘이 전화를 받자마자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송여준 씨의 아내시죠? 송여준 씨가 모카우드 바에서 사고를 당했어요! 어서 와 보세요!”상대는 말을 끝내자마자 전화를 끊어 버렸고 유하늘은 당황해서 반응할 틈도 없었다.그녀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길 한가운데 멈춰 서서 휴대폰을 꼭 쥔 채 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망설였다.너무 느닷없는 전화였다. 하지만 혹시라도 송여준이 정말 사고가 났다면 연락받을 사람은 그녀밖에 없었다. 그의 휴대폰에 등록된 긴급 연락처는 여전히 유하늘의 번호이니까.결국 유하늘은 택시를 잡아타고 그곳으로 향했다.이상한 일이다. 그녀는 가는 내내 송여준이 다쳤을 가능성을 여러 가지 상상했지만, 심지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까지 생각했지만 예전처럼 조급하게 뛰어가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그가 예전에 재채기만 해도 대신 아프고 싶어 했던 그 마음이 이제는 어디로 갔을까.모카우드 바에 도착한 유하늘은 송여준이 자주 예약하던 2층 단골 VIP룸으로 올라갔다.문을 열자 안에 낯선 남자들이 앉아 있는 게 보였고 그들은 서로 술잔을 기울이며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코를 찌르는 술 냄새와 담배 연기가 순식간에 들이닥쳤다. 하지만 유하늘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방 안을 훑었지만 송여준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이면서 예의 바르게 말했다.“죄송합니다. 방을 잘못 찾았네요.”그녀가 돌아서서 나가려는 순간, 날카로운 목소리가 뒤에서 날아왔다.“거기 서요!”유하늘은 걸음을 멈추고 다시 천천히 돌아섰다.남자 중 한 명이 다가오더니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붙잡고 방 안으로 확 끌어당겼다.“여기가 뭐 아무나 들락날락하는 데인 줄 알아요? 죄송하단 한마디로 끝낼 생각하지 마요.”남자의 말투는 차갑고 공격적이었다.유하늘은 놀라서 몸이 굳었지만 힘을 주어 손을 빼내며 물었다.“그럼 어쩌라는 거죠?”남자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왔으니 술 한 잔은 하고 가야죠. 그냥 나가려는 건 욕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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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몇 명의 남자들이 호랑이처럼 눈을 번뜩이며 유하늘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은 도저히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유하늘은 몸이 굳은 채로 휴대폰이 담긴 술잔을 죽어라 노려봤다. 아무리 마시기 싫어도 결국 마셔야 할 것만 같았다.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잔을 받았다. 그러자 주변에서 박수가 터지고 남자들이 신나게 외쳤다.“마셔라! 마셔라! 마셔라!”유하늘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잔을 든 손에 힘을 꽉 준 그녀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남자들이 방심한 순간, 잔 안의 술을 그대로 눈앞의 남자에게 확 끼얹었다.“이 씨!”남자는 눈을 가리며 뒤로 물러섰다.‘지금이다!’유하늘은 잔을 내던지고 그대로 달렸다.“감히 나한테 장난을 쳐? 저년 잡아!”남자들이 욕설을 퍼부으며 달려 나갔지만 이미 유하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디 갔어?”“택시 타고 튄 거 아니야?”그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자신들이 찾는 사람이 바로 머리 위에 있다는 건 꿈에도 몰랐다.2층 화장실, 창문이 열린 칸 안에서 유하늘은 입을 틀어막고 꼼짝없이 숨어 있었다. 그녀는 피가 거꾸로 솟는 듯 긴장했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그리고 코를 찌르는 화장실 냄새 때문에 속이 울렁거려 헛구역질이 났는데 그 어느 때보다 심했다.참지 못한 유하늘은 세면대에 매달리듯 고개를 숙이고 토했고 위액과 함께 선명한 붉은 피가 세면대 안으로 흘러내렸다.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든 그녀는 거울에 비친 귀신처럼 창백한 얼굴로 코피를 흘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몸을 휘청거렸다.그때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남자들의 목소리가 귀에 울렸다.“이수 형님의 말로는 송 대표님이 지금 권아람 씨랑 같이 병원에 있다던데. 절호의 기회였는데 이렇게 허탕 칠 줄은 몰랐지.”“나 진짜 이해가 안 돼. 저렇게 아파 보이고 흥도 안 나는 여자가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우리까지 불러?”그제야 유하늘은 홍이수가 자신을 이곳으로 꾀어냈다는 것을 알았다.지금 그녀가 쫓기고 피 흘리며 도망 다니는 동안 송여준은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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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유하늘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지성 오빠, 설마 내 상태를 우리 오빠한테 말한 건 아니죠? 오빠가 제가 뇌...”“크흠!”그때 갑자기 문밖에서 기침 소리가 들려오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유하늘은 머리가 어지럽고 지끈거려 몸을 일으킬 수 없어서 그저 눈동자만 굴려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때 임세빈이 검사지를 들고 들어오면서 유하늘에게 눈짓했다.“요즘 몸이 많이 약해진 데다가 놀란 탓에 쓰러진 거예요. 머리까지 부딪쳤으니 절대 움직이지 말고 당분간은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해요.”그제야 유하늘은 눈치챘다. 임세빈이 그녀를 위해 현지성에게 뇌종양 이야기를 하지 않고 덮어준 것이다.다행히 말이 새어 나가지 않았지만 갑자기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고 유하늘은 상황의 심각함이 뼛속까지 느껴져 목이 바짝 말랐다.“임 선생님, 지금 제 상태로 내일 배 타고 떠날 수 있을까요?”“그런 생각은 아예 하지 마.”현지성이 물을 따라 건네며 말했다.“임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지금 네 몸이 너무 허약해서 장거리 이동은 무리래. 며칠 더 쉬고 나서 몸이 좀 회복하면 그때 출국 문제를 다시 얘기하자.”유하늘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고 입술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가슴이 조여오듯 답답해지면서 커다란 상실감이 도저히 가라앉지를 않았다.“임 선생님, 저 정말... 정말 못 떠나는 건가요?”임세빈은 시선을 피하다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사실 저도 이틀 안에 떠나는 건 반대였어요. 그런데 오늘 밤에 다치기까지 하셨으니 더더욱 무리죠. 최소한 일주일은 쉬어야 해요.”“맞아. 임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뇌진탕이래. 너 푹 쉬어야 해. 어차피 일찍 가나 늦게 가나 가는 건 마찬가지니까 너무 급해하지 마.”현지성이 거들며 그녀를 달랬다.그러나 유하늘은 입을 꾹 다물고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일주일을 더 기다리라니, 그건 차라리 죽으라는 말이었다. 이번에야말로 모든 걸 끝낼 기회였는데 왜 또 이곳에 남아야 하는 걸까? 왜 자신은 죽어가면서도 이 지긋지긋한 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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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임세빈은 병실의 문을 닫고 차트를 펼쳐 들여다봤다.“이번에 너무 큰 충격을 받은 데다가 머리까지 다쳤어요. 몸에 무리가 큽니다.”움찔한 유하늘은 손가락이 말려 들었다. 미리 각오했지만 막상 직접 들으니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녀는 애써 웃으며 물었다.“솔직히 말해 주세요. 얼마나 쉬어야 배를 탈 수 있죠?”임세빈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천천히 말했다.“최소 일주일은 입원해서 회복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또 무슨 변수가 생길지 모릅니다.”유하늘은 주먹을 꽉 쥐었다.지금 바깥은 함정투성이였다. 비록 홍이수를 처리한다고 해도 다른 위험이 없으리란 보장은 없으니 그녀는 병원에 있는 게 차라리 안전했다.유하늘은 힘이 빠진 듯 한숨을 내쉬었고 체력이 바닥나 말하는 게 힘들었지만 간신히 입을 뗐다.임세빈은 잘 안 들려서 침대 머리를 짚고 몸을 숙였다.“뭐라고요?”유하늘은 힘겹게 입술을 움직였다.“휴대폰...”임세빈이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듣기도 전에 갑자기 병실 문이 쾅 하고 열렸다.“여기서 뭐 하는 겁니까!”송여준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성큼성큼 들어와 임세빈을 확 잡아끌었다. 하얀 가운이 벗겨질 정도로 거칠게 당겨져 임세빈은 몇 걸음 물러나다가 창문에 부딪혔다.“임 선생님!”유하늘은 걱정스레 불렀지만 곧 송여준의 넓은 어깨에 시야가 가려졌다.송여준이 눈살을 찌푸린 채 따졌다.“둘이 그렇게 가까이 붙어서 뭘 하고 있었어요?”“하늘 씨의 몸 상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그 질문을 하기 전에 아내분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나 좀 보시죠!”임세빈은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참다못해 그를 나무랐다.그제야 송여준은 정신이 든 듯 유하늘 쪽을 돌아보고 표정을 굳힌 채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하늘아, 쓰러졌다고 들었어. 도대체 무슨 일이야? 한밤중에 왜 술집까지 간 거야?”유하늘은 기운이 없어 그의 손을 뿌리칠 힘도 없었다.그녀는 송여준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지만 않았어도 술집에 갈 일도 없었고 그 함정에 걸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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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간호사가 나가자마자 송여준은 바로 임세빈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임 선생님은 하늘이의 담당 의사도 아니시잖아요. 더 계실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임세빈은 그 말에 또 한 번 열이 확 올랐지만 꾹 참으며 유하늘 쪽을 힐끔 봤다.유하늘이 말없이 고개를 젓자 임세빈은 결국 씩 웃으며 말했다.“사람이 산 게 중요하지, 이렇게 질투해 봤자 무슨 소용이에요.”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송여준을 흘겨보고는 병실을 나갔다.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송여준은 침대 옆에 앉아 시무룩한 얼굴로 유하늘을 바라봤다.“임 선생님이 진짜 널 많이 챙기네.”유하늘은 평온한 눈빛으로 그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그분이 아니었으면 몇 시간 동안 누가 날 챙겼겠어? 나중에 몸이 좀 괜찮아지면 과일 바구니라도 사 와서 감사 인사를 드려야겠네.”그녀가 자신을 비꼬는 것을 눈치챈 송여준은 얼굴이 굳었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그 시간 내내 권아람의 곁에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라 아무 말도 못 했다.송여준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앞으로 이수가 절대 네 앞에 못 나타나게 할 거야. 이번에는 그놈이 너무 심했고 나도 널 제대로 지키지 못했어. 미안해.”유하늘이 막 입을 열려는 순간, 병실 문이 다시 두드려졌다. 간호사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권아람 씨가 통증 때문에 기절했어요! 송 대표님, 빨리 와 보셔야겠어요!”송여준은 유하늘의 손을 놓고 벌떡 일어섰다.“기절했다고요? 진통제를 맞은 거 아니었어요?”“진통제가 효과가 없나 봐요. 이번에는 발작이 꽤 심해요!”“알겠어요. 바로 갈게요.”그는 간호사에게 대답하고 고개를 숙였는데 유하늘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리모컨을 집어 들어 텔레비전을 켜고 있었다.송여준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랬다.“하늘아, 넌 그냥 몸이 허약해서 쓰러진 거지만 아람이의 상태는 좀 심각해. 나 잠깐만 다녀올게.”유하늘은 속으로 당장 꺼지라고 욕하고 싶었지만 무표정한 얼굴로 짧게 대답했다.“응. 잘 다녀와.”송여준은 못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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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기운이 없는 권아람은 숨을 몰아쉬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여준 씨, 휠체어 하나 사줘. 그러면 내가 휠체어 타고 구청에 갈 수 있잖아. 난 여준 씨랑 하늘 씨가 혼인신고하는 거 방해하고 싶지 않아.”창백한 얼굴로 애써 웃는 그녀를 보고 송여준은 차마 더 강하게 말하지 못했다. 그는 권아람이 몸을 일으키려는 걸 막으며 가볍게 웃었다.“됐어. 의사도 가만히 있으라잖아. 넌 그냥 병원에 있어.”“그럼 여준 씨, 화내지 않을 거지?”권아람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송여준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내가 하늘이랑 같이 살 날이 얼마나 긴데, 천천히 말해도 돼. 이혼은 네가 퇴원하면 해도 늦지 않아.”그 말에 권아람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고 눈동자의 깊은 곳에 은근한 만족이 스쳤다. 그녀는 다시 한숨을 내쉬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나 곧 생일이잖아. 올해도 이전처럼 아무도 없이 나 혼자 보내야 하는 거 아니야?”송여준은 그녀를 달랬다.“이번 네 생일은 좀 북적일 거야. 고모랑 우주가 벌써 같이 보내자고 난리야.”“그럼 여준 씨는?”권아람의 눈빛에 기대가 담겼으나 송여준은 말문이 막혔다. 그녀의 생일 바로 다음 날이 그와 유하늘의 결혼기념일이었다.송여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네 선물은 꼭 준비할 거야. 하지만 같이 있어 주진 못해. 그날은 하늘이랑 결혼기념일을 챙겨야 해서.”그 대답에 권아람의 얼굴이 굳어졌고 그녀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그래야지. 결혼기념일이 더 중요하니까.”하지만 이불 속 그녀의 손은 주먹을 꽉 쥐고 있었고 그녀의 눈동자 속에 증오가 일렁거렸다.‘유하늘은 정말 눈엣가시야. 어쩜 사람이 쉽게 무너지지도 않는 건지.’홍이수를 그렇게 부추겨도 결국 아무 일도 안 생겼고 오히려 송여준은 점점 더 유하늘에게 마음을 쏟는 것 같았다.‘안 돼. 이번 기념일만큼은 절대 평온하게 보낼 수 없게 만들 거야. 절대!’...한편, 윗층 병실에서.유하늘은 현지성에게서 일이 다 정리됐다는 연락을 받았다.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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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그 순간, 병실 밖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방금 그 꼬마 봤어? 내가 방금 회진 돌 때 들었는데 그 애가 협심증 환자한테 주려고 직접 갈비탕을 한 통 끓였대.”“둘이 모자지간이겠지? 역시 피는 못 속여. 그렇게 어린 애가 엄마 주려고 갈비탕을 끓이다가 손에 물집까지 생겼다잖아. 내가 다 감동했다니까.”유하늘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고 천천히 고개를 내려 보온통 속을 들여다봤다. 맑디맑은 국물에 갈비는 하나도 없고 바닥에 연근 두 조각이 덩그러니 깔려 있었다.‘그러니까... 이건 원래 아람 씨한테 끓여주려고 했던 거고 여준 씨가 시켜서 남은 걸 나한테 준 거네?’그렇게 생각한 유하늘은 굳은 표정으로 보온통 뚜껑을 꽉 닫고 통째로 쓰레기통에 던졌다.이전에 했던 짓들보다 더 역겨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송여준과 송우주는 매번 새로운 한계를 깨부수며 그녀를 역하게 했다.유하늘은 울컥 올라오는 속쓰림을 꾹 참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휴대폰을 집어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번에 고용한 변호사는 예전에 그녀가 다른 일로 상담했던 사람이었다. 전화가 연결되자 유하늘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변호사님, 시간 괜찮으시면 저... 친권 포기 협의서 하나 작성해 주세요.”그녀와 송여준은 혼인신고가 안 된 가짜 부부 사이이지만 송우주는 그녀의 친아들이다. 하지만 유하늘은 이번에 송여준뿐만 아니라 송우주와의 관계까지 완전히 끊고 싶었다.심지어 그녀가 죽은 뒤에도 송우주가 자기 엄마 무덤에 절 한 번 올릴 권리도 주기 싫었다.변호사가 물었다.“내일이면 다 작성할 거 같은데 어디로 보내드릴까요?”유하늘은 잠시 눈을 감았고 예전에 송우주에게 타임캡슐을 하나 만들어준 게 생각났다. 그들은 그것을 집 뒷마당에 있는 은행나무 밑에 묻어두고 설날 때 같이 열어보자고 약속했었다. 그 안에는 송우주가 제일 좋아하는 한정판 레이싱카가 들어 있었다.유하늘은 휴대폰을 꼭 쥔 채 담담하게 말했다.“집으로 보내주세요. 최 집사님한테 그건 아이한테 주는 거라고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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