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거짓말쟁이의 참회: Bab 41 - Bab 50

100 Bab

제41화

“이수 씨가 일부러 꾸민 일이야. 나한테서 그 땅을 뺏으려고.”유하늘은 휴대폰을 송여준에게 내밀었고 영상 속의 홍이수는 술에 취해 한껏 신나 있었다. 아무리 봐도 위태로웠던 상황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사람 같지 않았다.유하늘은 송여준이 홍이수의 이런 행동을 보고 화를 낼 줄 알았다. 하지만 영상을 다 본 송여준의 얼굴에 화난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그는 휴대폰을 돌려주며 담담하게 말했다.“이수는 원래 저래. 무슨 일이 생기면 일단 다른 데로 정신을 돌려서 한바탕 놀아야 우울해지지 않거든.”그 말에 유하늘은 천천히 미간을 찌푸렸다.그러나 송여준은 그녀의 뺨을 살짝 꼬집으며 웃었다.“우리 하늘이,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그 땅은 내가 꼭 찾아줄게.”그의 반응에 유하늘은 눈빛에 경멸이 스쳤다.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송여준이 그 땅을 되찾아줄까.‘그만하자.’기대해도 소용없으니 그녀는 아예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7년 동안 자신을 속여 온 남자를 더 믿을 이유가 없었다.유하늘은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계단을 올라갔고 할 수 없이 유시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이곳은 하늘에 별이 가득한 밤이었지만 그쪽에서는 차가 지나가는 소리와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유시훈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하늘아, 거긴 밤 아니야? 이 시간에 웬일이야?”유하늘은 시선을 떨구며 조심스럽게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그 땅 이야기를 꺼냈다.송여준이 친구를 살리겠다고 그 땅을 내줬다는 말을 들은 순간, 유시훈은 분노가 치밀었다.“네 말을 신경도 안 쓰고 약속도 안 지키는 남자랑 계속 사는 게 이상한 거지! 조금만 기다려. 내가 당장 비서를 보내서 그 땅을 다시 찾아올게.”역시 유시훈은 믿음직스러웠고 늘 그렇듯 그녀를 보듬어 주는 느낌이었다. 오빠가 자신을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안 유하늘은 눈시울이 붉어졌고 참아왔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그녀는 급히 눈물을 닦으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응... 오빠, 조금만 더 기다려. 내가 며칠 뒤에 갈게.”둘이 멀리 떨어져 있어 유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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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두 사람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금세 레스토랑에 도착했고 예약해 둔 룸으로 들어갔다.식사하면서 유하늘은 현지성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차근차근 이야기했다. 현지성은 누군가와 잠깐 통화하더니 전화를 끊고 차갑게 웃었다.“확인했어. 지금 그 땅의 소유주가 홍이수의 먼 친척 형이래. 네가 짐작한 대로 둘이 짜고 친 거 맞아.”유하늘은 놀라지도 않았다.송여준의 태도가 결국 주변 사람들의 태도를 결정한다. 그가 권아람을 중요하게 여기니, 홍이수도 자기 힘닿는 데까지 유하늘을 밀어내려는 것이다.“그 땅은 곧 돌려받을 거야. 이미 진행하고 있어. 홍이수의 친척 형은 막 사는 인간이라 약점 잡기 쉽거든.”현지성은 갈비 한 점을 집어 유하늘의 그릇에 놓아주며 말했다.“그런데 넌 괜찮겠어? 송 대표는 네 첫사랑이고, 너 그 아이를 낳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었잖아.”유하늘은 별 표정 변화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누구도 제 목숨보다 소중하진 않아요. 전 제가 뭘 원하는지 알아요. 그 사람들과 아이를 포기한다고 해서 제가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사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예전에 그녀는 송여준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는 건 죽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죽음이 가까워지자 내려놓는 게 이렇게 쉬울 줄은 몰랐다. 예전에 붙들고 안 놓으려 하던 것들을 이제는 전부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현지성은 유하늘의 이런 변화에 놀랐고 그가 이유를 묻기 전에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종업원이 들어와 나머지 음식을 놓고 나갔다. 그들은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지만 그때 문밖에서 누군가가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다는 사실은 눈치채지 못했다.잠시 후, 유하늘은 머리가 어지러웠고 곧 코피가 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현지성이 눈치챌까 봐 대충 핑계를 대고 화장실로 향했다.그런데 룸에서 나가자마자 문 옆에 선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홍이수였다. 그는 벽에 기댄 채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하늘 씨, 대단하네요. 언제부터 다른 남자를 만난 거예요? 여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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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깜짝 놀란 홍이수가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갑자기 눈앞에서 주먹이 날아왔다. 바닥에 쓰러진 그는 얼굴에 통증이 번져오고 입안 가득 피비린내가 퍼졌다. 그런데 홍이수가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상대가 그의 가슴팍을 짓눌렀다.현지성은 킥복싱을 제대로 배운 사람답게 광이 번쩍 나는 구두 끝으로 홍이수의 가슴을 밟은 채 내려다보면서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감히 누구한테 손을 대?”놀란 유하늘은 아무 말 없이 현지성의 뒤로 가서 섰다.홍이수는 화가 나 미칠 것 같았지만 가슴이 눌려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내... 내가 틀린 말 한 거 아니잖아요! 두 사람은 분명... 으악!”말이 끝나기도 전에 또다시 발길질이 날아들었다.현지성은 주먹과 발차기를 번갈아 날리며 홍이수를 거침없이 두들겨 패기 시작했고 복도 양쪽의 룸에서 사람들이 놀라 뛰쳐나왔다.반격할 틈을 못 찾은 홍이수는 결국 머리를 감싸 쥔 채 바닥에 웅크리고 소리쳤다.“하늘 씨, 뭐 해요! 빨리 말리지 않고! 나 진짜 맞아 죽겠어요!”하지만 유하늘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무표정하게 말했다.“날 건드릴 때는 이런 꼴 당할 거라고 상상 못 했죠? 맞아 죽어도 이수 씨 자업자득이에요.”“하, 두고 봐요! 이제... 으악!”홍이수가 또 험한 말을 하자 현지성은 주먹을 들고 그대로 그의 얼굴에 꽂았다.결국 레스토랑의 종업원들이 달려와 현지성을 말렸다.옷이 흐트러지고 얼굴이 퉁퉁 부은 홍이수는 온몸에 발자국이 찍힌 채 꼼짝도 못 했다.현지성은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그의 가슴팍에 던졌다.“치료비 받고 싶으면 내 변호사랑 얘기해. 아, 이참에 네 친척 형이 훔쳐 간 경미 땅 문제도 같이 정리하자.”홍이수는 놀라서 눈이 커지고 몸이 굳어버렸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현지성과 유하늘을 번갈아 바라봤다.‘그 일은 분명 아무도 모르게 처리한 건데, 하늘 씨와 이 남자는 대체 어떻게 알았지? 내가 일부러 꾸민 게 여준이의 귀에 들어가면 분명 난리가 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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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거실은 대낮처럼 환했다.송여준은 소파에 앉아 있었고 테이블 위에 손도 대지 않은 식어버린 커피가 놓여 있었다.유하늘은 집에 들어가자마자 그와 눈이 마주쳤다. 깊고 어두운 송여준의 눈빛에 유하늘은 멈칫했다가 고개를 숙이고 신발을 갈아 신었다.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송여준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어디 갔었길래 이렇게 늦었어?”유하늘은 신발을 가지런히 놓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볼일 좀 보고 왔어.”“볼일? 남자랑 단둘이 룸에서 밥 먹는 게 볼일이야? 이수를 그 지경까지 때려놓고?”송여준은 휴대폰을 들어 보였고 화면에 홍이수가 찍어 보낸, 처참한 몰골의 셀카가 떴다.신발장을 잡고 있는 유하늘의 손등은 부어 있었고 손목에 아직도 홍이수가 움켜쥔 자국이 선명했다.그녀는 차갑게 말했다.“홍이수 씨가 먼저 시비 걸었어. 맞아도 싸.”그 말에 송여준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그 남자는 누구야? 전에 네 주변에 맴돌던 그 의사야? 아니면 또 새로 알게 된 남자야?”그의 강압적인 말투에 유하늘은 불쾌감이 치밀었다.“그게 누구든 무슨 상관이야. 난 결백해. 홍이수 씨의 말을 믿고 싶으면 믿어. 난 억울하다고 증명할 생각 없으니까.”유하늘은 그를 지나치고 그대로 방으로 걸어가려 했다.송여준의 눈빛이 갑자기 싸늘하게 식더니 강한 질투심이 번뜩였다.그는 순식간에 유하늘을 끌어당겨 품에 가둔 채,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입술을 거칠게 덮쳤다.유하늘은 온몸이 굳어버렸고 송여준과 입술이 맞닿는 순간, 머릿속에 그와 권아람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 구역질이 올라왔다.그녀는 몸을 떨며 그의 입술을 세게 물었으나 송여준은 아프지도 않은지 피가 배어 나오는 것도 개의치 않고 유하늘의 손목을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이제 나랑 닿는 것도 싫어?”유하늘은 코웃음을 쳤다.“내가 못 만지게 해도 생리 욕구를 해결해 주는 사람이 있잖아?”그 말은 송여준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다.그는 다른 여자를 만난 적도 없는데 왜 자기가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이해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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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새벽 세 시, 별장은 아직 불이 환히 켜져 있었다.송여준은 복잡하고 죄스러운 표정으로 침대 옆에 서서 가정주치의가 유하늘을 진찰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멱살을 잡고 한 대 패고 싶을 만큼 후회스러웠다.‘요즘 하늘이의 몸이 유난히 약해져 면역력도 떨어졌다는 걸 알면서도 왜 그렇게 무리했을까.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생각만 해도 송여준은 숨이 막혔다.“송 대표님.”가정주치의가 가볍게 기침하고 청진기를 거둬들였다.송여준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물었다.“어때요? 하늘이는 괜찮습니까?”“음... 아마도 운동을 너무 과격하게 해서 코피가 흐르고 실신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이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사모님은 몸이 약해서 버티기 어렵거든요.”가정주치의는 얼굴이 화끈거려 뭐라 말해야 할지 난감해했다. 설마 이런 상황을 보게 될 줄이야.송여준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떴다.“알겠습니다. 별일 아니라 다행이네요.”“제가 약을 좀 지어 드릴게요.”가정주치의가 의료 가방을 챙기며 덧붙였다.“그런데 사모님께서 평소에 드시던 약이 있나요? 같이 드시면 안 되는 약이 있을 수 있어서요.”송여준은 유하늘이 늘 정수기 옆에서 약을 먹던 걸 기억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컵을 보관하는 서랍을 뒤졌다. 하지만 약은 보이지 않았다.그때 쓰레기통에서 빈 약 케이스가 눈에 들어왔고 송여준이 그것을 주우려는 순간, 뒤에서 가정주치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깨어나셨네요. 괜찮으세요?”송여준은 약 케이스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방에 들어서자 그는 멍한 표정의 유하늘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송여준은 죄책감이 더욱 깊어져 저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하늘아, 미안해. 나...”그러나 유하늘은 그의 손에 들린 약 케이스를 보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내 약을 왜 가져와?”‘혹시 눈치챈 건가?’“제가 부탁드렸습니다. 사모님께서 드시는 약을 확인해야 처방할 때 부작용이 없는 걸로 해 드릴 수 있거든요.”가정주치의가 이유를 설명하며 약 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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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송여준은 믿기지 않는 듯한 눈빛으로 유하늘을 바라보았고 마음의 상처를 받은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결혼하고 지금까지 유하늘은 그에게 그렇게 매정한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대놓고 나가라니.송여준은 유하늘이 점점 더 차가워지고 점점 더 단호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나가라고 했어. 안 들려? 앞으로 내 허락 없이는 내 방에 들어오지도, 나한테 손대지도 마!”유하늘의 목소리는 차갑고 매몰찼다.송여준은 가슴이 무겁게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고 단단한 망치로 세게 맞은 듯 숨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그는 한참 동안 유하늘을 바라보다가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고 더는 변명의 여지가 없음을 느끼며 조용히 돌아섰다.문이 닫히자마자 유하늘은 벌떡 일어나 약 케이스를 침대 매트리스 밑으로 밀어 넣고 서랍을 뒤져 비슷한 색의 영양제 케이스를 꺼내 침대 머리맡에 두었다.그리고 나니 머리가 핑 돌고 몸을 가누기 힘들 만큼 기운이 빠졌다. 유하늘은 겨우 침대로 기어 올라가 몸을 웅크린 채 잠에 빠져들었다.아래층에서 송여준은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집사 최민형은 그의 심기가 뒤숭숭한 걸 보고 한숨을 내쉬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대표님... 이번 일은 대표님께서 조금 과하셨던 것 같습니다.”송여준이 차갑게 눈을 흘겼고 눈빛만으로 입 다물라는 경고가 전해졌다.하지만 최민형은 용기를 내 말을 이었다.“사모님께서 요즘 상태가 이상합니다. 혹시 권아람 씨 때문이 아닐까요? 도련님이 권아람 씨랑 점점 가까워지면서 두 분 사이가 나빠진 것 같아서요.”오랫동안 그들을 지켜본 최민형은 권아람이 돌아온 이후로 집안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걸 날카롭게 눈치챘다.송여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먼 곳을 응시했고 그 순간 표정이 유난히 무심하고 냉혹해 보였다.그는 한참이나 손가락을 문지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람이가 아니라 다른 사람 때문이에요.”아이와 엄마 사이가 멀어졌다고? 그건 유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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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유하늘은 집을 나서자마자 바로 현지성에게 연락해 만나자고 했다.잠시 후 현지성과 마주 앉은 그녀는 숨도 고르지 않고 방금 있었던 일을 전부 털어놓았다.“제 친구 좀 다시 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주실 수 있어요?”현지성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네 오빠도 국내 의료계에 인맥이 많으니까 임 선생님을 다시 복귀시키는 건 어렵지 않을 거야. 그런데 말이야... 이 모든 게 송여준 대표가 한 일이라면, 왜 직접 그 사람한테 말하지 않는 거야?”유하늘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다시는 그 사람한테 부탁 안 할 거예요.”그녀는 어젯밤 생각만 해도 치가 떨렸다.송여준은 그녀가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조상 대대로 내려온 땅도 서슴없이 다른 사람에게 넘겨줬다. 그런 사람에게 뭘 기대한단 말인가.더구나 송여준은 이미 유하늘과 임세빈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는데 그에게 부탁했다간 오히려 불난 데 기름 붓는 꼴이 될 게 뻔했다.현지성은 그녀의 눈빛에서 완전히 마음이 식어버린 것을 읽고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네 결혼생활은 정말 엉망이구나. 하루빨리 벗어나는 게 너한테 좋을 거 같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네 오빠한테 바로 전화할게.”유하늘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부탁드려요.”유시훈의 일처리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는 두 시간도 안 돼 병원 쪽 인맥을 다 동원해 임세빈이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이 소식은 곧장 병원장 연정수에게도 전해졌고 연정수는 서둘러 송여준에게 보고했다.“뭐라고요?”회사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던 송여준은 임세빈이 다시 돌아왔다는 말을 듣자 눈매가 급격히 날카로워졌다.“내가 분명히 임세빈을 당장 잘라 버리라고 하지 않았어요?”연정수가 난처해하며 변명했다.“원래는 그렇게 진행했는데 임세빈 선생님의 뒤에 대단한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본관의 원장님까지 직접 오셔서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임 선생님을 복귀시키라고 지시하셨어요. 임 선생님은 꼭 잡아야 할 인재라고까지 말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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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유하늘은 씁쓸하게 웃었다.“제가 저번에도 말씀 드렸지만 모레면 저희 오빠 친구랑 같이 해외로 나가야 해요. 그래서 아마 이 특효약은 못 받을 거 같아요.”“그럼 이렇게 하죠. 제가 바로 전화해서 약을 주문하고, 해외 주소를 적어주시면 거기로 보내드릴게요.”임세빈은 바로 휴대폰을 꺼내 공급처에 연락했다. 하지만 몇 초 지나지 않아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완전히 사라졌다.유하늘은 그의 표정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왜 그러세요?”임세빈은 눈에 띌 정도로 낙담한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고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숙였다.“미안해요. 이제 이 공급 라인을 못 쓸 거 같아요. 연구소에서 투자자한테 약속했다네요. 더 이상 제 쪽으로는 약을 공급하지 않겠다고...”그는 더 깊은 사정을 말하지 않았지만 유하늘은 이미 전부 눈치챘다.또 송여준의 짓이었다. 그는 임세빈을 병원에서 쫓아내지 못하자 대신 그가 찾는 약의 공급 루트를 알아내 끊어버렸다.유하늘은 숨이 막힐 듯해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되도록 옷자락을 움켜쥐었다.‘송여준...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그녀가 임세빈과 가까워진 게 못마땅해서 이런 식으로 보복을 하는 건가?하지만 임세빈이 없어도 괜찮다. 유하늘은 약이 없으면 과다 출혈로 병세가 더 빨리 악화할 수도 있었다. 송여준은 지금 자기 손으로 그녀를 죽이려 하고 있었다.“죄송해요. 괜히 헛고생하게 만들었네요.”임세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하늘 씨, 송 대표님한테 얘기해 보는 건 어때요? 혹시 공급 루트를 다시 열어줄 수도 있잖아요.”“아니요.”유하늘은 피식 웃었다.“어차피 저 곧 해외로 가요. 그쪽의 의료기관에서 직접 사면 되죠. 굳이 그 사람한테 부탁할 필요는 없어요.”그 말에 임세빈은 입술을 깨물고 더 말하지 않았다.“게다가 이 약은 그냥 코피를 멎게 하는 정도지, 제가 당장 낫는 것도 아니잖아요. 전 이만 갈게요.”유하늘은 차가운 손으로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요즘 빈혈 때문에 늘 손발이 차갑고 속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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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 순간, 권아람은 바로 찻잔을 내려놓고 환하게 웃으며 일어섰다.“어디 갔다 왔어요? 나 여기서 기다린 지 벌써 십몇 분 됐어요.”권아람과 단둘이 마주 앉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권아람이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지만 유하늘은 몸을 살짝 옆으로 빼며 피했다.“무슨 일로 오셨어요?”“아, 그게...”권아람은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방금 고모님이랑 통화했는데 학교에서 우주 입학 서류 때문에 주민등록등본을 제출하라고 했다네요.”권아람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고모님께서 여기까지 올 시간이 없으시다고 나한테 부탁하더라고요. 그러니까 하늘 씨가 주민등록등본을 좀 찾아줘요.”멈칫한 유하늘은 고개를 들어 권아람을 바라봤다.그녀와 송여준은 실제로 혼인신고조차 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주민등록등본에 그녀의 이름이 없다.권아람이 일부러 알고 말한 건지, 아니면 정말 순수하게 부탁하러 온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유하늘은 결혼한 지 7년 동안 자신이 이런 서류 문제에 단 한 번도 관여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집에서 필요한 서류, 증명서 같은 건 항상 송여준이 챙겼었다.그래서 그녀는 이 집의 주민등록등본은커녕 송씨 가문과 관련된 서류를 직접 본 적이 없었다.유하늘은 송여준이 이런 중요한 서류를 전부 자기 서재의 금고에 보관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는 주먹을 꼭 쥔 채 권아람을 바라봤다.“여준 씨한테 부탁하세요. 저는 금고의 비밀번호를 몰라서 꺼낼 수 없어요.”“아, 그거요? 나 알아요.”권아람은 바로 말을 잘랐다.“금고의 비밀번호는 우주 생일이잖아요. 여준 씨가 전에 나한테 직접 알려줬어요.”권아람은 의미심장하게 눈썹을 올리며 손짓했다.“얼른 좀 꺼내줘요. 고모님께서 기다리고 계세요. 내일 아침에 제출해야 해서.”순간 유하늘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송여준은 단 한 번도 그녀에게 금고의 비밀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었다. 혹시라도 그들이 실제로 결혼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들킬까 봐 그랬던 걸까?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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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다음부터 이런 거 필요하면 나한테 말해. 내가 비서 시켜서 가져다줄 테니까 하늘이를 귀찮게 하지 마.”송여준의 말은 경고하는 것처럼 들렸다.권아람은 표정이 살짝 굳었지만 곁눈질로 무표정한 유하늘의 얼굴을 보고는 마음이 놓였다. 유하늘은 분명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게 틀림없었다.권아람은 억지로 웃으며 입술을 깨물었다.“알았어. 다음부터는 바로 여준 씨한테 전화할게.”송여준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나도 그냥 고모님이 너무 급하시다고 해서 대신 온 거니까 화내지 마.”권아람은 손으로 가슴께를 누르며 급히 숨을 골랐다.그 모습을 보고 송여준은 더 말다툼하지 않고 목소리를 낮췄다.“또 심장이 아파? 그렇게 몸이 안 좋으면 병원에서 푹 쉬어. 이런 사소한 일로 돌아다니지 말고.”그는 최민형을 향해 턱짓했다.“아람이 좀 바래다줘요.”권아람은 그가 직접 배웅도 안 해주자 얼굴이 일그러질 뻔했지만 꾹 참으며 최민형과 함께 느릿느릿 나갔다.그녀의 뒷모습이 문 너머로 사라지자 송여준은 곧장 유하늘에게 시선을 돌려 그녀의 표정을 자세히 살폈다.“방금... 뭐 봤어?”유하늘은 그를 바라보며 되물었다.“본 게 한두 개가 아닌데 대체 뭘 말하는 거야?”“나...”송여준은 말끝을 흐렸다. 그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으나 유하늘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는 안도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송여준은 그녀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고 생각했다.그는 유하늘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내가 말했지? 요즘은 집에 가만히 있어. 임세빈 선생님을 만나러 다니지 말고. 내가 얼른 그 땅을 넘겨줄 테니까. 그런데 오늘은 또 뭐 때문에 병원에 갔어?”유하늘의 주머니 속에 병원에서 받아온 약봉지가 들어 있었다. 그녀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그 땅은 이미 받았어. 여준 씨가 애쓰지 않아도 돼.”“뭐라고?”송여준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네가 그걸 받았다고? 어떻게?”“그 땅이 홍이수 씨 사촌 형의 명의로 되어 있더라고. 우리 오빠의 비서가 해외에서 들어오자마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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