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쟁이의 참회의 모든 챕터: 챕터 21 - 챕터 30

100 챕터

제21화

곧 차가 호텔 앞에 멈춰 섰다.유하늘이 차에서 내리며 가보려는데 임세빈이 따라서 나왔다.“참, 깜빡하고 얘기 못 한 게 있어요. 그 약은 아침저녁으로 한 번씩 먹으면 돼요. 공복에 먹으면 절대 안 돼요.”유하늘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싸늘한 시선이 느껴졌다.유하늘은 그런 시선에 늘 민감했다. 고개를 돌리니 멀지 않은 곳, 송여준이 사람들 틈 사이에서 서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유하늘은 그의 싸늘한 시선에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음 순간, 송여준이 그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는 유하늘을 자신의 곁으로 끌어당기며 조용히 임세빈을 바라보았다.“하늘아, 네 친구분이셔? 나한테 소개 안 해줄 거야?”송여준의 눈빛에서 경계와 의구심이 보였다.임세빈은 그에게서 적개심을 느꼈다.같은 남자로서 임세빈은 송여준의 행동이 뭘 의미하는지를 알았기에 눈을 가늘게 뜨면서 도발적으로 송여준을 바라보았다.그는 유하늘에게서 그녀의 집안 상황에 대해 전해 들었었다.남편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고 혼인신고를 한 척 그녀를 속였다. 게다가 유하늘이 아이를 낳았는데도 그녀와 결혼하지 않으려고 했다.임세빈은 송여준이 유하늘의 남편이라는 걸 눈치채고 언짢아했으나 먼저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저는 하늘 씨 친구 임세빈이라고 합니다.”그 이름을 듣더니 송여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당신이었군요.”“저를 아세요?”임세빈이 되묻자 송여준은 차갑게 코웃음 쳤다.“아니요. 제가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을 신경 쓸 필요는 없잖아요.”“그렇겠죠. 저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니까요. 저는 송여준 씨처럼 성공한 사업가도 아니고, 훌륭한 남편도 아니죠. 송여준 씨는 심지어 아내가 고생하는 게 싫어서 이렇게 아내를 좋은 호텔에서 머무르게 하잖아요.”임세빈의 말을 들으면 누구든 그가 송여준을 조롱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송여준의 표정이 차가웠다. 그가 입을 열려는데 유하늘이 그의 말허리를 자르며 냉담하게 말했다.“나 피곤해.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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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고모, 여긴 어쩐 일이세요?”미소를 짓고 있던 송정희는 표정이 굳어지더니 짜증을 내며 말했다.“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날 환영하지 않는 거야?”“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오기 전에 미리 저한테 연락하지 그러셨어요.”기분이 좋지 않았던 송여준은 애써 감정을 다스리며 다가가서 그녀를 위해 차를 따랐다.송정희는 찻잔을 들었다.“하늘이 걔는 호텔에서 안 돌아오는 거니?”“네.”송여준은 송정희의 맞은편에 앉았다.그는 문득 유하늘이 집으로 돌아오려고 하지 않는 이유가 그 남자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송여준은 결혼 생활에 있어 유하늘을 절대적으로 신뢰했다.그는 유하늘이 자신을 죽을 만큼 사랑하고 절대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다.그러나 임세빈은 믿을 수 없었다.사람들은 본인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각종 수단을 썼다. 유하늘은 착한 데다가 눈치가 빠르지 않아 이용당할 가능성이 높았고 저도 모르는 사이에 안 좋은 일을 당할지도 몰랐다.가장 중요한 것은 임세빈이 그와 유하늘, 유하늘과 송우주 사이를 이간질할까 봐 걱정된다는 점이었다.송여준은 가만히 앉아 있기가 힘들어 휴대전화를 꺼내 유하늘에게 문자를 보냈다.송정희는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하소연하기 시작했다.“하늘이 걔도 참 웃긴다. 이렇게 멀쩡한 별장을 두고 5성급 호텔에서 지내다니. 왜 그렇게 성질을 부린대?”송여준은 빠르게 문자를 적었다.“됐다. 그 얘기는 그만할게. 나는 사실 아람이 때문에 찾아온 거야.”송정희가 말머리를 돌렸다.송여준은 그제야 반응을 보였다. 그는 시선을 들며 말했다.“아람이가 왜요?”“걔 곧 생일이잖니? 아람이는 7년 만에 귀국한 거고 국내에서 생일을 보낼 텐데 우리가 잘 준비해야 하지 않겠어? 서프라이즈를 준비해 줘야지.”송정희가 송여준을 향해 눈을 깜빡였다.송여준은 흠칫하더니 문자 내용을 한 번 확인한 뒤 문자를 발송했다. 그러고 나서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고모가 준비하세요.”문자를 보낸 송여준은 이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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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그 순간 송정희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송정희의 가슴이 심하게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녀는 몇 번이나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그러지 않았고, 여러 차례 화를 내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결국 송정희는 차갑게 물었다.“너 그 말 진심이니? 솔직히 얘기해 봐. 농담이지?”“제가 왜 그런 일로 농담을 하겠어요?”송여준은 태연한 얼굴로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송정희의 안색이 굉장히 나빴다.그녀는 자리에 앉더니 송여준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너 미쳤니? 할머니가 너한테 아람이랑 결혼하라고 한 이유는 네가 아람이를 평생 돌봐주길 바랐기 때문이야. 이제 겨우 몇 년 지났다고 벌써 이혼하려고 해?”옆에 있던 집사는 그들이 싸울 것 같자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그렇게 거실에는 송정희와 송여준만 남았고 분위기는 차갑게 얼어붙었다.송여준은 미간을 주무르면서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그때는 할머니가 강요하셨는데 이제는 고모까지 저한테 강요하시려고요? 저는 할머니 말씀대로 권아람이랑 결혼했어요. 그런데 결혼했어도 전 아람이를 사랑하지 않아요. 전 아람이랑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요.”“하지만 너 할머니랑 약속했잖아. 아람이 평생 돌봐주겠다고.”송정희는 송여준을 빤히 바라보았고, 송여준은 짜증 난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결혼하지 않아도 친구로서 돌봐줄 수 있어요.”“하지만 너희는 이미 결혼했잖아. 유하늘을 쫓아내지 않고 오히려 아람이랑 이혼하겠다고? 돌봐주기는커녕 아람이한테 상처만 되잖아!”송정희가 목청을 높였다.자신이 너무 흥분했다는 걸 깨달은 그녀는 화를 억눌렀다.“아람이는 네 할머니를 구하려다가 심장질환을 얻게 되었어. 그리고 네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서 훌쩍 떠나버렸어. 어떻게 그렇게 착한 아람이한테 상처를 줄 수 있어?”송여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서서히 짜증이 치밀어올랐다.“감정이라는 게 원래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제 아내와 아이를 위해서라도 아람이랑 이혼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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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유하늘이 모습을 드러내자 송여준은 눈을 빛냈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빠르게 그녀에게 다가갔다.“하늘아, 왔어?”유하늘은 자신의 감정이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게 최대한 자제하며 덤덤히 말했다.“계약서 가지러 온 거야. 여준 씨가 그랬잖아. 돌아오면 그 땅 나한테 주겠다고.”“물론이야. 계약서는 서재에 있어.”송여준은 유하늘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일단 앉아.”송여준이 유하늘에게 한없이 다정하게 굴자 송정희는 너무 화가 나서 눈을 희번덕거렸다.그녀는 송여준이 왜 유하늘을 이토록 사랑하고 아끼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재능이 많았던 권아람과 비교했을 때 유하늘은 무능력하고 돈만 써댔다.그녀는 유하늘이 7년 전 우연히 송여준을 만나고, 그가 돈도 많고 잘생겨서 온갖 수작을 부려 결국에는 그의 아이까지 가져 송씨 가문의 사모님 자리를 꿰찬 거라고 생각했다.반대로 권아람은 송정희의 어머니를 구한 적도 있고 마음씨도 착한 데다가 송씨 가문 사모님으로서 부귀영화를 누릴 기회를 기꺼이 포기했다. 자신의 병이 송여준에게 짐이 될까 봐, 송여준이 자신과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홀아비가 되는 게 걱정돼서 말이다.그러다 건강이 좋아지기 시작하고 더는 목숨이 위험하지 않게 되자 권아람은 다시 돌아와 송여준과 함께 결혼 생활을 하려고 했다.게다가 그동안 권아람은 자신의 예술적인 재능을 발휘하여 아주 유명한 화가 노은결이 되었다.반대로 유하늘은 어떤가?유하늘은 이룬 게 하나도 없고 그저 남편과 아이 뒷바라지를 하는 주부일 뿐이었다. 게다가 아무런 매력도 없고 능력도 없고 진취적이지도 않았다.남자가 아닌 그녀도 유하늘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무엇 때문에 송여준은 7년간 그녀와 쭉 함께 산 것일까?송정희는 불만스레 코웃음을 치면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동안 호텔에서 편히 지냈을 텐데 왜 돌아왔대? 아이도 남편도 신경 쓰지 않고 밖에서 그렇게 오래 지내다니, 넌 가족 따위 안중에도 없지? 여준이가 밖에서 어떤 얘기를 듣게 될지 걱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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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송정희는 당황했다. 유하늘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에서 놀라움과 혼란이 보였다.예전에 유하늘은 송정희의 말에 대들기는커녕 그녀에게 실례가 될 말조차 감히 하지 못했었다.‘미친 거 아니야?’송정희는 유하늘을 손가락질하며 부들부들 떨었다.“송여준, 하늘이 좀 봐! 얘 왜 이렇게 바뀐 거야? 이제는 집안 어른도 존중하지 않잖아. 빨리 혼 좀 내!”유하늘은 송여준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송여준이 불같이 화를 내면서 호통을 칠 줄 알았고 그에 반박할 준비도 마쳤다.송여준은 심각한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린 채 그녀의 곁에 서서 송정희를 바라보았다.“앞으로 특별한 일이 아니면 우리 집에 오지 마세요. 전 하늘이가 불쾌해하는 걸 원치 않거든요.”유하늘은 무표정한 얼굴로 송여준을 힐끗 보았다.그녀는 송여준이 자신의 편을 들어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곧 찾아올 결혼 기념일에 잔인한 짓을 저지를 생각이라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걸까?그동안 송여준이 계속해 그녀의 편을 들어주고 잘해주었던 것도 아마 그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유하늘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자 갑자기 위층에서 인기척이 들렸다.방 안에서 나온 송우주가 유하늘을 보고는 바로 표정을 굳혔다.학교에서 엄마가 다른 남자의 차에 탔던 모습이 송우주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화가 난 송우주는 일부러 유하늘을 무시하고 빠르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송정희를 고모할머니라고 불렀고 송정희는 송우주를 끌어안았다.“고모할머니, 저 당분간 고모할머니 집에서 지내면 안 돼요?”송정희는 당황했다.“왜? 왜 갑자기 고모할머니 집으로 가려는 거야?”송우주는 은근슬쩍 유하늘을 힐끗 보면서 코웃음을 쳤다.“전 저 사람을 제 엄마로 인정하지 않아요. 앞으로 저 사람이랑은 말도 섞지 않을 거예요!”송우주는 파티에서 있었던 일,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송우주는 그 일들 때문에 잠도 잘 못 잤고 게임할 기분도 들지 않았다.유하늘이 그동안 그를 차갑게 대하고 그를 괴롭힌 것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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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이 방법조차 먹히지 않는다니.’송우주는 화가 나서 어두운 표정을 해 보였다.송정희는 책가방을 들고 송우주를 잡아당겼다.“우주는 나랑 같이 가자. 어떤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엄마가 될 자격이 없어.”송정희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심지어 작게 욕설을 하다가 아이를 데리고 떠났다.유하늘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송정희의 차가 떠났는데도 유하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곳에 시선 한 번 주지 않았다.“우주는 아직 어려서 혼내기보다는 달래는 게 더 잘 먹힐 거야. 우주는 철이 없어서 너한테 사과하는 게 창피해서 그래. 내가 시간 내서 따끔하게 혼낼게. 계속 저렇게 굴다가는 성격이 삐뚤어질까 봐 걱정돼.”송여준이 먼저 다가가면서 분위기를 풀려고 했다.유하늘이 말했다.“우주는 여준 씨 아들이야. 여준 씨 일을 나한테 얘기할 필요는 없어.”송여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유하늘은 며칠 사이 굉장히 많이 달라졌다.그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그를 대할 때도, 아이를 대할 때도 굉장히 무심했다.송여준은 본능적으로 그들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위기감을 느꼈고 그 이유가 유하늘이 젊고 잘생긴 의사와 자주 접촉한 탓이라고 생각했다.송여준은 본능적으로 말했다.“임세빈이라고 했던가? 그 사람이랑 거리 둬.”유하늘은 그 말을 듣고 당황했다.“왜?”“넌 유부녀야. 이성 친구랑 너무 가까이 지내면 안 돼. 그건 우리의 결혼 생활에 대한 존중이야.”송여준은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듯이 강압적으로 말했다.유하늘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어제 권아람과 함께 밤을 보낼 때는 나를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나 봐.’유하늘은 덤덤히 말했다.“여준 씨가 권아람 씨랑 가까이 지내는 거 나는 뭐라고 안 했는데? 그러니까 내 일에 간섭하려고 들지 마.”송여준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나랑 아람이는 달라. 아람이는 단순히 친구가 아니야.”유하늘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경멸 어린 눈빛으로 덤덤히 송여준을 바라보았다.“단순히 친구가 아니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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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곧이어 유하늘은 따뜻한 품에 안기게 되었고 귓가에 뜨거운 입술이 닿았다.송여준이 그녀의 귓가에 대고 바람을 불어넣었다.“샤워할래?”유하늘은 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송여준의 힘센 팔이 그녀를 꽉 껴안고 있었다.예전에 유하늘은 송여준이 플러팅을 할 때마다 속수무책으로 넘어가 모든 걸 내어주며 그에게 휘둘렸었다.그러나 이젠 몸이 버티지 못했다.비록 송여준 때문에 본능적으로 몸이 떨리긴 했으나 유하늘은 그를 밀어냈다.“나 피곤해. 쉬고 싶어. 오늘 여준 씨 고모 만나서 그럴 기분 아니야.”그 말 한마디에 송여준의 눈빛 속 욕망이 한순간에 사그라졌다.그는 자제하듯 손을 거두어들인 뒤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푹 쉬어.”유하늘은 송여준이 밖으로 나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문을 잠갔다.송여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 복도에 서서 굳게 닫힌 문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떠났다.다음 날, 유하늘이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테이블 위에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장미가 놓여 있었다.그리고 주방에서는 향긋한 내음이 풍겼다.인기척을 들은 송여준은 손에 프라이팬을 든 채로 주방에서 나왔다.그는 유하늘을 보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아침은 샌드위치야. 테이블 위에 놓인 꽃은 네 취향에 맞춰서 준비했어. 그리고 저기 안에 네가 자주 쓰던 향수가 들어 있어. 너 지금 쓰는 향수 얼마 안 남았잖아.”유하늘은 무표정한 얼굴로 송여준이 준비한 서프라이즈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아무런 파문도 일지 않았다.바보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송여준은 그녀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며칠간 집을 떠나 있었던 유하늘의 기분을 풀어줘야 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유하늘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그녀는 그저 집으로, 오빠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유하늘이 7년 동안 산 이곳이 이제는 그녀를 숨 막히게 했다.유하늘은 난간을 꽉 쥐고 소파 쪽으로 걸어가서 앉은 뒤 안에 들어 있는 향수를 꺼내서 냄새를 맡았다.그녀는 권아람의 몸에서 비슷한 향을 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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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송여준은 유하늘이 기분 나빠할까 봐 곧바로 유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유하늘은 무표정한 얼굴로 몸을 돌려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가서 먹어.”송우주는 결국 참지 못하고 유하늘의 앞으로 걸어가서 씩씩대며 말했다.“엄마 할 말 없어요? 엄마 없이 우리끼리 밥 먹는다잖아요. 그리고 유치원 체험 활동도 아람 이모가 엄마 대신 가줬어요. 다들 아람 이모가 엄마보다 더 좋다고 했다고요!”“우주야, 그런 말 하면 안 돼.”권아람이 다가가서 송우주를 말렸다.이때 직원이 조심하라고 말하면서 뜨거운 국을 들고 다가왔고, 그 순간 권아람은 눈을 빛내면서 하필 직원 쪽으로 몸을 돌렸다.“위험해요!”직원이 소리쳤으나 이미 늦었다.그가 들고 있던 그릇들이 권아람의 어깨에 부딪쳤고 음식들은 유하늘 쪽으로 쏟아졌다.유하늘이 빠르게 피하긴 했으나 팔뚝에 뜨거운 국이 튀어 순식간에 피부가 빨개졌다.송여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빠르게 다가가 유하늘의 손목을 잡고 살폈다.“데었어? 어디 한 번 봐봐.”권아람은 송여준보다도 더 큰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면서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미안해요. 전부 내 잘못이에요. 하늘 씨, 괜찮아요?”유하늘은 아닌 척 연기하는 권아람의 모습을 지켜보며 무심하게 말했다.“아람 씨는 귀가 안 좋은가 봐요. 직원이 조심하라고 말하자마자 하필 직원 쪽으로 몸을 돌리는 걸 보면 말이에요.”그 말에 송여준은 그제야 조금 전 권아람이 갑자기 몸을 돌리지만 않았어도 직원과 부딪쳐 음식이 쏟아질 일은 없었을 거라는 걸 떠올렸다.게다가 권아람의 몸을 돌리는 행동은 뜬금없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다.송여준은 의심스러워했다.“권아람, 너 아까...”“윽...”권아람이 갑자기 앓는 소리를 내면서 심장을 부여잡고 비틀거렸고 송여준은 본능적으로 그녀를 부축했다.“왜 그래?”송우주도 황급히 권아람의 옷자락을 잡았다.“아람 이모.”“괜찮아. 아까 깜짝 놀라서 심장이 또 아프네.”권아람은 조금 가쁘게 숨을 내쉬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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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송여준은 집으로 돌아간 뒤 유하늘에게 동기 모임에 대해 언급했다.“내일 저녁 나랑 같이 참석하자.”유하늘은 물을 따르다가 그 말을 듣고 잠깐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그래.”유하늘은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땅을 위해서라면 당분간은 송여준의 말에 고분고분 따라야 했다.송여준은 겉옷을 벗어 가정부에게 건네며 말했다.“아람이도 가서 놀고 싶다고 했어. 홍이수도 아마 참석할 거야.”두 사람의 이름을 듣는 순간 유하늘의 눈빛에 짙은 혐오가 피어올랐다.그녀는 컵을 힘주어 쥐었다. 입맛이 떨어져 물조차 마시고 싶지 않았다.“다른 사람이 가든 말든 관심 없어. 난 올라가 볼게.”송여준은 유하늘이 하루 종일 쇼핑해 피곤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해 유하늘의 표정이 이상하다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다음 날, 유하늘은 잠에서 깨자마자 송여준이 사람을 시켜 보내온 드레스와 주얼리를 보았다.눈부시게 빛나는 예쁘고 화려한 드레스와 주얼리였다.현재 유하늘은 매일 많은 약을 먹어야 했고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힘들어서 화장할 생각도 들지 않는데 드레스까지 예쁘게 차려입을 생각 따위는 전혀 들지 않았다.유하늘은 송여준이 준비한 드레스를 입는 대신 심플한 검은색 원피스를 입었고 화장도 아주 옅게 했다.그럼에도 유하늘이 위층에서 내려올 때 송여준은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깜짝 놀랐다.송여준은 잠깐 넋을 놓고 있다가 뜨거운 눈빛으로 유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봤다.“내가 준비한 드레스는 왜 안 입었어?”“안 맞아.”유하늘은 대충 핑계를 대서 넘어간 뒤 송여준을 따라 차에 탔다.“오늘 무슨 요일이에요?”유하늘이 운전기사에게 물었고 송여준이 먼저 대답했다.“금요일. 왜?”“그냥.”유하늘의 눈빛이 반짝였다.‘이제 5일 남았네.’곧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흥분 때문에 두 손이 살짝 떨렸다. 심지어 오늘 송여준의 동기 모임에 참석해야 한다는 사실도 그렇게 싫지는 않았다.유하늘은 송여준을 따라 차에서 내렸다.사람들은 그들이 온 걸 보고는 웃으면서 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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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순간 유하늘의 손을 잡고 있던 송여준의 손에 힘이 들어갔고, 유하늘은 통증을 느꼈다.유하늘은 그제야 깨달았다. 송여준은 신경찬이 그녀를 희롱해서 언짢았던 게 아니라 권아람이 걱정됐던 것이다.신경찬의 목표물은 확실했다. 그는 곧장 권아람의 앞으로 걸어갔다.홍이수는 권아람의 곁에 서서 일부러 경계하듯 신경찬을 바라보았다.그러나 그는 사실 신경찬이 그들 쪽으로 왔다는 사실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오늘의 주인공이 바로 신경찬이었기 때문이다.그래서 홍이수는 일부러 권아람에게 신경찬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꾸미라고 했다.홍이수는 싱긋 웃었다.“경찬 씨, 요즘은 뭐 하고 계세요?”신경찬은 홍이수를 무시하고 권아람만 빤히 바라봤다. 그는 권아람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이 여자는 이수 씨가 데려왔어요? 이수 씨 여자 친구는 아니죠?”권아람은 웃으며 말했다.“아니요. 그냥 지인이에요.”“연인이 아니라니 다행이네요. 잠시 뒤에 저랑 같이 여기 맞은편에 있는 일식집에 가서 식사하실래요? 거기가 맛집이거든요. 참, 이름이 뭐예요?”신경찬은 그렇게 말하면서 권아람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고 했다.이때 홍이수가 신경찬을 막으며 웃음기 없는 얼굴로 말했다.“경찬 씨, 아람 씨는 몸이 좋지 않아요. 그리고 여기 잠깐 놀러 온 것뿐이고 몸이 약해서 일식도 먹지 못해요.”홍이수가 정중하게 말했다.“경찬 씨와 같이 시간을 보내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미안해요.”송여준이 곧바로 걸음을 옮겼다. 그는 유하늘을 데리고 그들 쪽으로 다가갔다.유하늘은 송여준의 손을 뿌리치고 싶었으나 끝내 실패해서 그들 사이에 끼게 되었다.홍이수는 태연한 얼굴로 신경찬을 향해 웃어 보이면서 권아람을 자산의 뒤에 숨겼다.그러나 그 행동에 신경찬은 오히려 화가 났다.신경찬은 이를 악물며 경멸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같이 식사 한 끼 하자는 것뿐인데 뭘 그렇게 감싸고 도는 거죠? 지금 나 무시하는 거예요? 나는 권아람 씨랑 식사 한 끼 할 자격도 없어요?”홍이수는 조금 다급해졌다.“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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