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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거짓말쟁이의 참회: Chapter 61 - Chapter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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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권아람은 가슴께를 움켜쥔 채 휘청거리며 병실에서 나왔다.“진짜 제 팬 맞아요? 일부러 방해하러 온 거 아니죠?”사람들은 멍하니 서로를 쳐다봤고 권아람은 앞줄에 있는 팬이 들고 있는 그림을 가리키며 코웃음을 쳤다.“이건 제 작품이 아니거든요?”그 말에 송여준의 표정이 한층 더 싸늘해졌다. 그는 곧장 휴대폰을 꺼내 아래층에 있는 경호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올라와요. 여기 소란을 피우는 사람이 있어요.”유하늘은 그들의 신경전에 별로 관심이 없었기에 그냥 지나치려다가 무심코 권아람의 팬이 들고 있는 그림에 시선이 머물렀다.그녀는 걸음을 멈췄다. 그 팬이 조심스럽게 안고 있는 그림은 바로 노은결의 초기 작품이었다. 햇살이 내리쬐는 로벨라 마을을 그린 풍경화로 상까지 받았던 유명한 그림이었다.유하늘은 아주 오래전부터 노은결의 팬이었다. 예전에 그녀는 이 그림을 한 번 사보려고 했지만 그때 누군가에게 선점당해 결국 못 샀었다.그런데 오늘 이 그림을 보는 순간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 그림의 스타일은 노은결이 은퇴하기 전에 마지막 몇 년간 그리던 작품들과 전혀 달랐다.최근에 노은결의 팬이 된 사람들은 몰라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권아람이 그걸 이렇게 공개적으로 부인하다니.유하늘은 눈을 가늘게 뜨며 팬의 얼굴을 보았는데 충격과 황당함이 뒤섞인 표정이었다.“이, 이거 작가님의 작품이 맞아요! 이건 [로벨라 마을의 햇살]인데 작가님, 설마 자기가 그린 그림도 못 알아보는 건 아니시죠?”그 말에 권아람의 표정이 딱 굳었다.사람들의 시선이 한 번에 몰렸고 심지어 송여준까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자 권아람은 인상을 찌푸렸다.“내가 뭘 그렸는지는 내가 더 잘 알죠. 하지만 이건 내 그림이 아니라니까요. 왜 계속 우기는 거예요?”그 말을 듣자 팬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제가 십 년 전에 이 그림을 샀어요... 작가님 사인도 있어서 지금까지 고이 보관했는데...”“십 년 전이요?”권아람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내가 십 년 전에 그린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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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맞아요. 내 초기작이네요. 이제 생각났어요. 그때 [봄의 숲]을 보고 그렸던 작품이에요.”유하늘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역시 권아람, 들키지 않으려고 조사도 꽤 하고 미리 준비도 해둔 모양이었다.이 그림이 순간적으로 기억이 안 났던 권아람은 그 작은 빈틈이 이렇게 드러날 줄은 몰랐을 것이다.“노은결 작가님, 기억력이 좀 좋지 않은가 봐요. 다음엔 이런 일이 안 생기게 작품 공부를 좀 더 하셔야겠네요.”유하늘은 그렇게 말한 뒤 송여준에게 눈길을 보냈다. 그러자 송여준은 눈치를 채고 손을 들어 올렸다.“풀어줘요.”경호원들이 팬의 팔을 놓았다.팬은 눈물이 맺힌 채 유하늘을 바라보며 감사의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그림을 꼭 껴안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노은결 작가님... 오늘 정말 실망했어요!”그 말만 남기고 팬은 달려 나갔다.유하늘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진짜 노은결 작가님이 이 사실을 아시면 얼마나 화가 나실까. 자신의 이름을 팔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아시면 가만히 계시지 않을 텐데.’그녀는 돌아가기 전에 꼭 노은결을 만나서 이 일을 알려야겠다고 다짐했다.“난 먼저 올라갈게.”유하늘이 시선을 거두고 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뒤에서 권아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유하늘 씨.”돌아보니 권아람은 벌써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미소를 띠고 다가오고 있었다.“아까 알려줘서 고마워요. 요즘 몸이 안 좋아서 예전의 작품들을 못 알아봤네요. 저로서는 너무 부끄러운 일이에요.”권아람은 자조하듯 입꼬리를 올렸지만 눈빛에 분명히 다른 의도가 서려 있었다.“그런데 내 작품을 그렇게 잘 아는 걸 보니, 예전부터 내 팬이었나 봐요?”“저요?”유하늘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맞아요. 저는 노은결 작가님의 팬이에요.”그녀는 그 이름을 힘주어 말하며 강조했다.그러자 권아람은 표정이 굳었고 손에 힘이 들어갔다. 송여준은 두 사람의 기싸움을 눈치채지 못한 채 다가와 유하늘을 살짝 끌어안았다.“하늘이가 네 팬인 줄은 몰랐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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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그 소리에 송여준의 표정이 확 어두워졌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 문밖으로 걸어갔다.“홍이수, 뭐 하는 짓이야? 하늘이 아직 자고 있어.”“자고 있다고?”홍이수는 씩씩대며 소리를 질렀다.“우리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든 애가 무슨 낯짝으로 자고 있어!”눈이 돌아간 듯한 홍이수는 병실로 들이닥치려 했다.그러자 송여준은 심장이 철렁했고 재빨리 홍이수를 밀어내고는 병실 문을 닫아 잠갔다.“닥쳐. 하늘이의 이름을 한 번만 더 입에 올려봐. 나도 참지 않을 거야.”“너 지금 그 여자의 편을 드는 거야?”홍이수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그 여자 때문에 지금 우리 집 꼴이 말이 아니야! 우리 아버지가 심장병이 재발하기 직전이라고!”병실 안에서 유하늘은 천천히 눈을 떴다.송여준은 멈칫하더니 그녀가 직접 홍이수를 처리하겠다고 했었던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홍이수는 이를 악물고 숨을 고르며 말했다.“내가 예전에 밖에서 좀 놀다가 여자 하나 건드린 거 알지? 그 여자가 애를 낳았는데 우리 집에 들어오겠다고 난리쳤어.”“하지만 나는 결혼할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잖아. 나한테 시집오겠다고 줄 선 집안들이 얼마나 많은데, 우리 아버지가 그 여자를 며느리로 들이는 걸 반대하실 게 뻔해. 그래서 지금까지 내가 그 여자를 잘 달래면서 우리 집에 비밀로 했던 거야.”그 말을 듣고 송여준의 눈빛이 차가워졌다.“그게 하늘이랑 무슨 상관이야?”홍이수는 분통이 터진 듯 이를 갈았다.“그런데 하늘 씨가 그 여자를 찾아갔어! 그리고 내가 요즘 맞선 본다고 말했나 봐. 그 여자가 애를 들쳐 안고 우리 집까지 와서 난리쳤다니까! 지금 우리 집안은 물론, 이 바닥 사람들까지 내가 바람피우다가 사생아 생긴 거 다 알게 됐어!”말을 마친 홍이수는 송여준이 자기 편을 들어줄 거라 기대했다.하지만 송여준은 그를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하늘이 술집에서 쓰러졌던 거, 네 짓이지? 그래서 하늘이가 복수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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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게다가 홍이수는 사생아가 있다는 얘기를 송여준에게 한 적이 없는데 유하늘은 어떻게 알았을까?홍이수는 그걸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유하늘의 침대 앞으로 다가가 더듬거리며 말했다.“그... 내가 이번에 좀 치사하게 굴었어요. 하늘 씨한테 악한 감정이 있어서 친구들까지 시켜 괴롭힌 건 내 잘못이에요. 그거 때문에 쓰러진 거면 정말 미안해요...”그러나 사과가 너무 성의 없어서 유하늘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무표정하게 물었다.“지금 사과하는 거 맞아요? 내가 쓰러진 건 내 몸이 약해서가 아니라 그쪽이 일부러 이렇게 만든 거잖아요.”홍이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송여준을 힐끔 봤다. 송여준은 말없이 그를 노려보며 경고의 눈빛을 전했다.“알았어요. 내가 잘못했어요. 정식으로 사과할게요. 그러니까 제발 나 좀 봐주고 내 아들이 어딨는지만 알려주면 안 돼요?”홍이수가 자세를 고쳐 앉으며 진심으로 사과하는 톤으로 말했다.그러나 유하늘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고작 그쪽이 내뱉는 가벼운 사과 몇 마디를 듣자고 내가 죽을 고비를 넘긴 줄 알아요?”그녀는 차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조건이 두 개 있어요. 그걸 들어주면 용서해 줄게요.”그 말에 홍이수의 눈빛이 번쩍였다.“말해요. 뭐든지 할게요!”유하늘은 피식 웃었다.“서두르지 말고 끝까지 들어요.”그녀가 몸을 일으키자 여윈 몸인데도 갑자기 병실 안의 공기가 짓눌리는 듯한 기세가 풍겼다.“첫째, 무릎 꿇고 나한테 사과해요. 내가 영상 찍어 놓을 거고 다음에 또 나한테 손대면 영상을 바로 터뜨릴 거예요.”홍이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뭐라고요?”“둘째, 그 여자는 홍이수 씨를 믿고 애 낳아서 지금까지 조용히 키웠잖아요. 홍이수 씨의 말만 믿고 명분이라도 얻으려고 기다린 거라고요. 홍이수 씨가 그 여자와 정식으로 결혼하면 그때 아이를 돌려줄게요.”유하늘은 한치의 감정도 담지 않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그들과 같은 부잣집 도련님들은 달콤한 말로 여자를 꼬셔서 갖고 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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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왜, 홍이수 씨의 편을 들려고?”유하늘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표정에는 온기라고 하나도 없었다. 송여준은 잠시 말을 잃었다가 몇 초 생각한 끝에 입을 열었다.“이수가 무릎 꿇고 사과하는 건 해야 해. 하지만 그 여자랑 결혼하는 건 홍씨 가문의 문제잖아. 우리가 나서는 건 좀...”유하늘은 주먹을 꼭 쥔 채 경멸의 눈빛을 드러냈다.“내가 꼭 나서겠다면?”송여준은 멈칫했다.“협상 같은 건 없으니까 홍이수 씨의 편을 드느라 나를 설득할 생각은 하지도 마.”유하늘은 코웃음을 쳤다.“아니면 여준 씨도 홍이수 씨랑 같은 생각이야? 세상 모든 여자는 남자한테 속아도 싸고, 애 낳고도 명분조차 얻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송여준의 미간이 천천히 찌푸려졌고 눈동자에 묘한 빛이 스쳤다.이건 단순히 홍이수의 잘못을 비난하는 말 같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겨누는 화살 같았다.‘설마...’아니, 그럴 리가 없다. 유하늘은 그동안 한 번도 그들이 혼인신고가 안 됐다고 의심한 적이 없었다.송여준은 결국 홍이수의 참담한 표정을 외면했고 그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네가 먼저 하늘이를 건드렸잖아. 이제 어떡할지 네가 선택해.”홍이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었고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송여준이 이렇게 말한 건 이제 무조건 유하늘의 편에 서겠다는 뜻이었다. 여자를 위해서 20년이나 알고 지낸 형제 같은 친구까지 버리다니.홍이수는 이를 악물고 천천히 유하늘의 앞으로 걸어갔다. 키 180cm가 넘는, 한 번도 누구 앞에서 무릎을 꿇어본 적이 없는 금수저 도련님이 그 자리에서 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미안해요. 하늘 씨를 괴롭힌 건 내 잘못이에요.”그러자 유하늘은 휴대폰을 꺼내 녹화 버튼을 눌렀고 자존심을 완전히 버린 홍이수의 모습이 화면에 잡히자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화면 잘 받네요.”얼굴이 새파래진 홍이수는 모욕감에 이를 꽉 물고 온몸이 달달 떨렸다.하지만 유하늘은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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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현지성은 차 키를 손에 쥔 채 병실을 나섰다.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송여준을 쳐다보지도 않았고 떠나며 홍이수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살기가 가득했다.송여준은 현지성이 손에 쥔 차 키를 보고 눈치를 챘다.그것은 롤스로이스 한정판이었고 가격만 해도 20억이 훌쩍 넘는 모델이었다.그저 유하늘의 오빠 밑에서 일하는 비서일 뿐인데 어떻게 그런 고급 차를 몰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그가 기억하기로 유하늘의 집은 보석 판매업을 하는 집안이었고 재벌가라고 할 만큼 부유하진 않았다.송여준은 속에서 피어오르는 의심을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하늘아, 이수는 이만 보내자.”“누가 잡고 있었어?”유하늘은 차갑게 홍이수를 노려보았다.숨을 몰아쉬던 홍이수는 반박 한마디 하지 못한 채 풀이 죽어 고개를 숙이고 병실을 나섰다.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송여준은 의자를 끌어다 침대 곁에 앉았다.“하늘아, 네 오빠 비서가 오해한 것 같아.”유하늘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봤다.“여준 씨를?”“응. 내가 땅을 주지 않으려던 게 아니라 단지 보름 정도 늦추려 했던 거야. 땅이 다리가 달려서 도망갈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이수 일도 네가 직접 해결하겠다고 해서 홍씨 가문과의 협력을 끊지 않은 거고. 그런데 네 오빠 비서 눈에는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널 방치하는 것처럼 보인 모양이야.”말하면 말할수록 억울해 보이는 태도였다.결국 그는 희미하게 웃으며 덧붙였다.“나 대신 잘 좀 설명해 줄 수 있어?”유하늘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땅을 주겠다는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고 홍이수를 상대한다던 것도 고작 홍씨 가문과의 협력을 끊은 것이 전부였다.겉으로는 자신을 위해 화를 낸 듯했지만 실제로 도와준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그녀는 땅을 얻지 못했고 홍이수 또한 진정한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홍씨 가문이 잃은 것이라곤 기껏해야 수백만 달러의 주문뿐이었고 그것은 그들에게 새 발의 피에 불과했다.이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유하늘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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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병실 밖에서 권아람은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두 바퀴 감으며 눈빛을 차갑게 빛냈다.‘이렇게 괴롭혔는데도 여전히 죽지 않고 한가롭게 쇼핑이나 하러 다닐 생각인가? 그렇다면 좋아.’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며 복도를 떠났다.“여보세요, 고모님. 내일 저와 함께 여준 씨에게 줄 물건을 사러 가요.”목소리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울려 퍼지며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다음 날.유하늘은 밤새 쉬고 나니 몸이 조금 회복되었다.여전히 온몸에 힘이 빠지고 약간 어지러웠지만 그래도 간신히 움직일 수는 있었다.임세빈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녀의 상태를 꼼꼼히 확인한 뒤에야 외출을 허락했다.유하늘은 택시를 타고 곧장 쇼핑몰로 향했다.명품 시계 매장에 들어선 그녀는 진열대 앞에서 시계를 고르기 시작했다.판매원 몇 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환자복 차림의 그녀를 보고 서로 눈치만 살필 뿐 응대하려는 이는 없었다.한 바퀴를 다 둘러본 뒤에야 판매원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유하늘은 고개를 숙였다.그제야 자신이 환자복을 입은 채로 나온 것을 알아차렸다.화장도 하지 않고 머리도 대충 묶은 모습이었으니 수억 원짜리 시계를 살 손님으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유하늘은 어쩔 수 없이 미소를 띠며 말을 건넸다.“안녕하세요. 이 시계 좀 볼 수 있나요?”그녀가 가리킨 것은 진열대 정중앙에 놓인 시계였다.짙은 파란색의 기계식 시계였고 가격표에는 26억이라 적혀 있었다.판매원은 느릿느릿 다가와 시계를 꺼내 주지도 않은 채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봤다.“아가씨, 혹시 어느 병원에서 나오신 건가요? 불편하시면 제가 택시 불러드릴게요. 지금 상태로는 시계를 구매하시기 어려워 보이는데요.”유하늘은 모욕감을 느끼며 고개를 들어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걱정해 주셔서 감사하지만 저는 손님으로 온 거예요. 쓸데없는 것에 신경 쓰지 마시고 손님이 고른 시계를 꺼내서 보여주시면 되는 거 아닌가요?”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온 차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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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지금 바로 결제할 수 있어요.”유하늘의 시선이 블랙카드에 닿자 잠시 멈칫했다.그녀는 단번에 그것이 송여준의 카드임을 알아차렸다.도시 전체에서 단 다섯 명만 가질 수 있는 카드였고 그 다섯 명은 모두 상장기업 순위 5위 안에 드는 대기업 총수였다.송여준은 예전에 유하늘에게 이 카드를 주며 마음껏 쓰라고 했었다.그러나 유하늘은 자신에게 돈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외출할 때마다 그의 카드만 쓰고 싶지 않아 오래전에 거절했었다.그런데 그가 바로 그 카드를 권아람에게 줄 줄은 생각도 못 했다.판매원은 블랙카드를 보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곧 유하늘을 향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이 아가씨가 구매 의사가 강하고 지금 바로 결제 가능하다고 하셔서 우선 이분께 판매하겠습니다.”유하늘은 차갑게 응수했다.“저도 지금 바로 결제할 수 있어요.”그녀는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 계산대 위에 올려두었다.이건 오빠에게 줄 선물이었기에 양보할 수 없었다.붉은 바탕에 금박이 입혀진 카드였다.판매원들이 모두 놀란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봤다.권아람은 처음 보는 카드에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하늘 씨, 이건 무슨 카드예요? 20억 이상 긁을 수나 있어요? 고모님과 다툴 생각 말아요. 어른이 원한다면 공경할 줄도 알아야죠.”“어른을 공경한다는 건, 어른답게 행동할 때의 얘기죠.”유하늘은 가볍게 받아치고 판매원을 향해 단호히 말했다.“됐어요. 포장해 주세요.”송정희는 자신을 겨냥한 말임을 눈치채고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그녀는 골드카드를 흔들며 소리쳤다.“이게 대체 무슨 카드라고 블랙카드보다 우선권이 있다는 거야?”판매원은 놀란 듯 대답했다.“블랙카드도 있으시면서 골드카드를 모르신단 말씀이세요?”권아람의 얼굴빛이 변했다.“혹시 해외 10대 금융기관이 공동 발행한 그 골드카드인가요?”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그 카드는 해외 최고 그룹의 주주만 신청할 수 있었고 세계 어디서든 환율 변환 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가문의 힘을 상징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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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유하늘은 숨을 헐떡였다.권아람은 시계를 얻은 기쁨보다는 송여준의 마음이 자신에게 기울어져 있다는 듯 과시하듯 웃었다.유하늘은 손가락을 오므려 골드카드를 꽉 쥐었다.그녀는 오랫동안 무언가를 두고 다른 사람과 다툰 적이 없었고 자신의 인맥을 내세운 적도 없었다.오늘 유하늘이 이곳에 선 이유가 단순한 사치품 때문이라면 권아람과 다툴 필요가 없었다.하지만 오빠한테 줄 선물, 가족에게 줄 선물이라면 아무리 치열하고 꼴사납게 싸우더라도 결코 양보할 수 없었다.유하늘은 눈을 가늘게 뜨고 몸을 돌려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냈다.판매원들은 서로 눈치를 주고받았다. 이 시계는 결국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것이 될 것이 분명했다.곧 매장 내 전화가 울렸다.권아람은 기뻐서 환호하며 말했다.“어서 받으세요. 한국 본사에서 걸려 온 전화일 거예요.”판매원은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한 목소리로 응대했다.“본사에서 전화하신 건가요? 네, 알겠습니다. 말씀하세요.”송정희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권아람의 손을 토닥였다.“들었어요? 본사에서 전화가 왔대요. 역시 송여준이 대단하긴 대단하네!”“네, 구매 경쟁을 하는 상황이 맞습니다. 유하늘 씨라고요? 네, 알겠습니다.”판매원이 유하늘의 이름을 언급하자 권아람의 웃음은 굳어졌다.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전화를 끊은 판매원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본사에서 앞으로 저희 브랜드에서 유하늘 씨와 경쟁이 생기면 무조건 유하늘 씨에게 먼저 판매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그녀는 곧장 유하늘 쪽으로 다가가 손짓으로 안내했다.“유하늘 씨, VIP실로 가셔서 차를 마시며 기다리시겠어요?”유하늘은 담담한 얼굴로 얼이 빠진 두 사람을 돌아보지도 않고 판매원을 따라 VIP실로 향했다.사람들이 떠난 뒤에도 송정희와 권아람은 멍하니 서로를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 유하늘이 본사에 인맥이 있다고? 말도 안 돼. 유하늘은 그저 집 밖에도 잘 나가지 않는 가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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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현지성은 그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좋은 일은 말하고 나쁜 일은 숨기는 사람이라는 것을.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차는 그녀의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유하늘은 마음이 허전해져 병원으로 돌아와도 좀처럼 기운을 차리지 못했다.오후에 그녀의 병실로 송여준이 송우주의 손을 잡고 찾아왔다.부자 모두 조심스러운 기색이었다.유하늘은 두 사람을 흘끗 보고는 여전히 냉담하게 말했다.“여기엔 왜 왔어?”“엄마...”송우주는 작은 상자를 들고 침대 곁으로 다가왔다.“엄마, 이건 제가 드리는 선물이에요. 빨리 나으셨으면 해서요.”그는 아첨하면서도 어색하게 눈을 깜빡이며 상자를 내밀었다.유하늘은 자신의 배에서 나온 아이를 차갑게 바라봤다. 송우주의 속셈은 뻔했다.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이건 갈비탕 사건처럼 송여준이 억지로 시켜 내몬 것이 분명했다. 아마 장난감과 바꿔치기했거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했을 것이다.그래서 이렇게까지 큰 대가를 치르며 자신에게 잘 보이려는 게 분명했다.유하늘은 오랫동안 상자를 받지 않았다.그러자 송여준이 다가와 선물을 침대 곁에 내려놓으며 말했다.“그래도 아이가 직접 만든 건데 열어보는 게 어때?”유하늘의 시선이 송여준의 손목에 머물렀다.거기에는 오늘 자신이 산 시계와 같은 브랜드의 시계가 채워져 있었다. 송여준이 이런 시계를 찬 적은 한 번도 없었다.“이 시계, 새로 산 거야?”유하늘은 아무렇지 않은 듯 물었다.“아니.”송여준은 그녀가 시계를 알아본 것을 깨닫고 무의식적으로 시계 판을 만지며 대답했다.“아람이와 고모가 같이 골라줬어. 그동안 잘해줘서 고맙다면서. 예뻐?”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친구가 준 선물이라며 당당히 차고 다니는 모습이었다.유하늘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조롱이 스쳤다. 그러나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정말 잘 어울리네. 사람이든, 시계든.”송여준은 순간 멈칫했다. 그녀의 말이 낯설게 들렸다.“무슨 뜻이야?”“아무것도 아니야.”유하늘은 치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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