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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거짓말쟁이의 참회: Chapter 71 - Chapter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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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송우주는 콧방귀를 뀌었다.원래부터 유하늘의 주의를 끌려고 일부러 한 행동이었다.“분명 아람 이모를 보러 가는 걸 거예요! 이모가 매일 아프다고 하니까 아빠가 많이 걱정하셨어요.”송우주가 일부러 내뱉은 말에도 유하늘은 아무 표정 없이 듣고만 있었다.“그래?”그녀가 놀라는 기색조차 없이 짧게 대답하자 송우주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왜 화를 안 내요?”유하늘은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내가 이 말 듣고 화를 낼 거라고 생각해서 일부러 말한 거야?”속내를 들킨 송우주는 당황해 억지를 부렸다.“그런 거 아니거든요.”유하늘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의 배에서 나온 아이를 혐오스럽게 내려다봤다. 마음속에 따뜻함은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너희 세 가족이 얼마나 다정하게 지내든 나랑은 상관없어. 앞으로 그런 얘기 내 앞에서 꺼내지 마. 화가 나는 게 아니라 토하고 싶으니까.”그녀는 말을 마치고 시선을 거두었다. 송우주의 놀란 표정을 무시한 채 침대 머리맡에 놓인 책을 들어 진지하게 읽기 시작했다.앞으로 일주일을 더 이곳에 머물러야 한다는 건 이미 기정사실이었다.유하늘은 그 결과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하지만 받아들이기 싫은 것이 따로 있었다. 이틀 뒤는 권아람의 생일, 그리고 그다음 날은 송여준과 자신의 결혼 기념일이었다.그녀는 기억하고 있었다. 송여준이 그날 모든 것을 고모에게 솔직히 밝히겠다고 했던 말을.게다가 그는 디자이너와 계속 연락하며 웨딩드레스를 맞춤 제작하고 있었다.모든 징후는 그가 권아람과 결혼식을 서둘러 올리려 한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자신의 존재는 이미 불필요했고 언제든 버려질 수 있었다. 아마도 권아람의 생일 때쯤일 것이다.유하늘은 책을 바라보며 겉으로는 진지한 척했지만 마음은 이미 멀리 떠나 있었다.만약 송여준이 정말 그런 추한 방식으로 자신을 버린다면 그녀는 출국하기 전에 반드시 먼저 송여준을 버릴 것이다.“쿵!”옆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와 유하늘의 생각이 끊겼다.책을 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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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아람 이모...”유하늘은 몸이 굳어버린 채, 천천히 돌아섰다.송우주는 꿈속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지 미간을 찌푸린 채 웅얼거렸다.“아람 이모, 아람 이모...”그 말을 듣자 유하늘의 눈빛은 더욱 차갑게 굳어졌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송여준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를 데려가라 하려 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미간을 찌푸린 채 화면을 보던 순간, 상단에 뉴스 알림이 떴다.[화가 노은결...]‘노은결’라는 이름이 유하늘의 시선을 붙잡았다.클릭하자 화면은 마케팅 계정으로 넘어갔고 권아람이 올린 게시물이 공유돼 있었다.사진 속에는 촛불이 켜진 저녁 식탁이 담겨 있었다. 권아람의 시선에서 찍힌 듯 카메라는 아래로 내려가 그녀의 손이 샴페인 잔을 들고 맞은편 사람과 건배하는 장면을 담고 있었다.맞은편의 손은 남자의 것이었다. 크고 길며 마디가 도드라진 손가락이 보였다.유하늘의 시선은 곧장 그 손목으로 향했다. 송여준이 오늘 병실에 왔을 때 차고 있던 바로 그 시계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아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송여준은 야근한 것이 아니었다. 아이를 그녀에게 맡기고 서둘러 떠난 것은 권아람과 함께 저녁을 즐기기 위해서였다.유하늘은 권아람이 심장병을 핑계로 송여준을 불러낸 일을 떠올렸다.심장병이 심각한 줄 알았는데 그렇게 아프다던 사람이 다음 날 멀쩡히 시계를 고르고 저녁에는 샴페인 잔을 들고 저녁을 즐길 힘까지 있었다.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애써 자신과 다투려고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송여준은 그녀와 잘 지내기 위해 웨딩드레스 디자인도 거의 마무리된 상태였다.유하늘은 냉소적인 웃음을 흘리며 휴대폰을 내던지고 그대로 침대에 누워 송우주에게 등을 보였다.다음 날 아침, 그녀가 깨어났을 때 송우주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침대 머리맡에서는 은은한 꽃향기가 풍겼다.고개를 들어보니 화려한 꽃다발이 놓여 있었고 위에는 송여준의 쪽지가 꽂혀 있었다.유하늘은 읽어볼 생각조차 들지 않아 카드를 찢어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그때, 방문이 두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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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유하늘은 고개를 들어 문밖에 서 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그녀는 잠시 멍했으나 놀란 기색은 내비치지 않았다.자신이 속마음을 털어놓은 순간을 송여준이 우연히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그러나 이미 흘러나온 말을 굳이 해명할 필요는 없었다.유하늘은 곧바로 시선을 거두고 그를 무시했다.송여준은 이 자리에서 화제를 덮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자신이 잘못 들었다는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그는 침대 곁으로 다가와 창밖을 바라보는 유하늘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정말로 상처받았음을 직감했다.그는 주먹을 불끈 쥐며 낮게 말했다.“나는 지난 7년 동안 너와 함께한 매일이 행복하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이번 기념일에 파티를 열고 싶었던 거야. 하늘아,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왜 이 파티가 역겹다고 하는지 설명해 줄 수 있어?”임세빈은 혹여 송여준이 더 상처 주는 말을 내뱉을까 봐 안절부절못했다. 두 사람의 언성이 높아져 혹시라도 유하늘의 감정을 자극하게 되면 회복에 해로울 터였다.그는 일부러 기침하며 목소리를 높였다.“흥분하지 말고 천천히 이야기하세요. 유하늘 씨는 아직 아프니까...”“닥쳐.”송여준이 고개를 홱 돌려 차갑게 노려보았다. 눈빛은 서늘하고 날카로웠다.“아내와 이야기하는 게 안 보여요? 당신이 낄 자리는 없으니 당장 나가세요.”유하늘은 그가 자신의 주치의에게 무례하게 구는 모습을 보고 더욱 화가 치밀었다.그녀는 홧김에 소리쳤다.“나가야 할 사람은 여준 씨야! 보고 싶지 않으니까 여기서 당장 나가!”송여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상처받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지금 저 남자를 위해 나한테 소리 지르는 거야?”유하늘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그게 뭐 어때서? 여준 씨가 거짓말로 날 속이고 배신한 것에 비하면 난 가볍게 넘어가고 있는 거 아닌가? 이 정도 일로 여준 씨가 상처받을 리 없잖아.”그녀의 말투에는 혐오와 경멸이 선명했다.송여준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눈에 실망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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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유하늘은 그가 발뺌하자 냉소를 지으며 휴대폰을 꺼냈다.그녀는 사진을 찾아내어 그에게 내밀었다.“권아람 씨 계정에 올라온 사진이야. 내가 헛소리해서 여준 씨를 모함하는 건 아니겠지?”유하늘은 휴대폰을 송여준 앞으로 들이밀었다.송여준은 사진을 보고 잠시 당황했다.사진 속에서 권아람은 누군가와 건배하고 있었고 맞은편에 앉은 사람은 얼핏 보면 자신 같았다. 그러나 송여준은 그것이 자신이 아님을 단번에 알아차렸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건 내가 아니야. 게다가 어젯밤 사진도 아니야. 나는 아람이와 함께 나간 적이 없어.”“그럼 맞은편 남자가 차고 있는 시계는 여준 씨가 차던 것과 똑같은 건 어떻게 설명할 건데?”임세빈이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뻔뻔하게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송여준은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 유하늘만 바라보았다.“회사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면 돼. 어제 내가 회사에서 일하는 걸 모두가 봤어.”그러나 유하늘은 그런 말 따위는 듣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차갑게 질책했다.“사진 속 남자의 손목에 있는 시계는 여준 씨 것과 똑같아. 그 시계는 권아람 씨가 준 거잖아. 말해봐, 사진 속 사람이 여준 씨가 아니라고 내가 어떻게 믿어?”그녀의 목소리는 무정하고 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송여준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는 생각을 가다듬은 뒤 침착하게 대답했다.“똑같은 시계를 차는 사람은 많아. 비싼 시계긴 하지만 한정판은 아니잖아. 뭐가 그렇게 이상해? 권아람이 다른 사람이랑 저녁을 먹었는데 우연히 그 남자도 같은 시계를 차고 있었을 수도 있지.”유하늘의 눈에는 실망이 점점 짙어졌다. 이 지경까지 와서도 송여준은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다.그녀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인정하고 싶지 않다면 억지로 강요하지 않을게. 지금 여기서 당장 나가. 앞으로 여준 씨가 하는 모든 말은 믿을 수 없어. 기념일 파티도 참석하지 않을 거야.”“내 결백을 증명할 수 있어.”송여준이 갑자기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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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한편, 아래층으로 내려간 송여준은 엄숙한 표정으로 병실 문을 두드렸다.“아람아.”권아람은 턱을 괴고 앉아 마케팅 계정에 올라온 글을 보며 웃고 있었다. 그 안에는 그녀와 남자 친구가 얼마나 다정한지에 대한 추측이 담겨 있었다.갑자기 송여준의 목소리가 들리자 권아람은 재빨리 휴대폰을 내려놓고 활짝 웃으며 그를 맞았다.“여준 씨, 날 보러 온 거야?”“나랑 같이 가자. 하늘이 쪽에서 일이 생겼어.”송여준의 목소리에는 평소와 달리 단호하고 차가운 기운이 서려 있었다.권아람은 잠시 망설였다.“무슨 일이야?”“일단 가서 이야기하자.”송여준은 더 설명하지 않고 몸을 돌려 떠났다.권아람은 마음을 다잡고 급히 침대에서 내려와 그의 뒤를 따랐다.그러면서 속으로 짐작했다. 분명 자신이 올린 사진 때문에 유하늘이 자극받았을 것이다.병약한 몸으로는 그런 충격을 버티지 못할 터였다. 지금도 감정 기복이 심해 늘 슬픔에 잠겨 있는데 게다가 그 사진까지 봤다면 더 쇠약해졌을 것이다.권아람은 송여준의 뒷모습을 따라가며 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저 여자가 빨리 무너져 자리를 비워주기만을.두 사람은 급히 병실에 도착했다.그 안에서는 임세빈이 유하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유하늘은 얼굴이 여전히 창백했지만 심각한 응급 상황의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권아람은 그 모습을 보고 실망이 몰려왔다. 쓰러져 있는 장면을 기대했지만 유하늘은 아직 버티고 있었다.권아람은 속으로 이를 악물며 겉으로는 일부러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여준 씨, 무슨 일인데 갑자기 날 여기로 부른 거야?”그러자 송여준은 휴대폰을 꺼내 권아람이 올린 게시물을 보여주었다.“이 사진 속 남자는 누구야? 왜 나랑 똑같은 시계를 차고 같은 색 옷을 입고 있는 거야?”권아람은 잠시 멈칫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유하늘은 차갑게 두 사람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권아람 씨를 곤란하게 하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여준 씨와 무슨 관계가 있다면 이제는 솔직히 말씀하세요. 사진까지 이렇게 나왔는데 아니라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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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유하늘은 다시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유하늘은 사진이 어딘가 다르다고 느꼈지만 정확히 어디가 다른지는 알 수 없었다.그녀가 보기에는 손에 점이 없었다.이치대로라면 그렇게 뚜렷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그렇게 생각하니 유하늘은 더욱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그녀가 막 입을 열려 하자 권아람은 더 슬프게 울음을 터뜨렸다.권아람은 송여준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였다.“여준 씨는 날 대신해 변호해 주지도 않고 유하늘 씨가 오해하도록 내버려둔 거야? 여준 씨한테 정말 실망이야!”권아람은 입을 가리고 몸을 돌려 병실 밖으로 뛰쳐나갔다.송여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죄책감 어린 눈빛으로 유하늘을 깊이 바라보다가 곧장 따라 나갔다.그 눈빛이 전하는 뜻을 유하늘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자신을 함부로 모함한다고 비난하고 있었다.유하늘은 혼란스러운 생각에 잠겨 눈에 의아한 빛을 띠었다.옆에 있던 임세빈은 더욱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우리는 이미 여러 번 확인했지만 그 점을 본 적이 없었어요. 게다가 우주도 두 사람이 함께 밥을 먹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 권아람은 왜 팬들을 속이기 위해 꾸며낸 친구라고 하는 걸까요?”유하늘은 고개를 저으며 머리가 심하게 혼란스러웠다.그녀는 아무것도 확실히 알지 못했다.하지만 단 한 가지, 송여준과 권아람이 단순한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아마도 두 사람은 자신이 의심할 때를 대비해 미리 대본까지 짜둔 것일지도 모른다.유하늘은 이미 너무 지쳐 있었다.지금까지 따지고 버티느라 체력이 거의 소진된 상태였다.그녀는 힘없이 말했다.“지금은 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요. 너무 피곤해요. 임 선생님도 먼저 나가주세요. 혼자 조용히 있고 싶어요.”임세빈은 그녀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알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병실을 떠났다.사람들이 나가자 유하늘은 이내 누워 몽롱하게 잠에 빠져들었다.“아람아, 잠깐만.”병실 아래층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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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송여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권아람의 말에는 꽤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그와 유하늘은 최근 몇 년 동안 너무 많은 일을 겪었다.유하늘이 몸이 불편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녀의 태도는 날카로워졌고 걸핏하면 화를 내며 아이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송여준은 유하늘의 그런 반응이 임세빈과 가까워진 것 외에 다른 이유가 있는지 알지 못했다.그럼에도 그는 권아람의 말을 마음에 새겼다.관계를 개선하려고 애써도 효과가 없다면 차라리 며칠간 냉담하게 대하고 결혼 기념일에 모든 것을 한 번에 털어놓는 것도 방법일 수 있었다.그렇게 결론 내린 송여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래, 네 뜻은 알겠어.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생각해 볼게.”병실 안에서 그 말을 들은 권아람은 등을 돌린 채 입꼬리를 올리더니 몸을 돌려 말했다.“난 그저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이 잘 풀리고 모든 일이 잘 해결되길 바라.”그녀는 속내를 짐작할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송여준이 떠난 뒤, 권아람은 갑자기 긴장이 풀린 듯 가슴을 두드렸다.다행히 만반의 준비를 해두었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가짜 사진으로 유하늘을 자극했을 뿐 아니라 일부러 사진에 검은 점까지 추가해 둔 것이다.원래 사진 속 남자는 송여준이 아니었고 손 역시 특징이 드러나지 않아 알아보기 어려웠다.권아람은 이미 계산해 두고 있었다.송여준을 따라가는 도중에 그녀는 문득 자신이 올린 게시물 때문에 유하늘이 시비를 걸어올 것이라고 예상했다.그래서 사진을 임시로 바꿔치기했다.편집 기록은 남지 않았고 이후 사진을 확인한 사람들에게는 어느새 조용히 점이 찍힌 모습이 보였을 뿐이었다.유하늘이 자신과 대치했을 때도 그녀는 백 가지 설명을 충분히 준비해 둘 수 있었다.결국 모든 것은 유하늘이 성급하게 굴고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그녀를 의심한 잘못으로 귀결될 터였다.그것은 곧 권아람을 모욕하는 것이며 동시에 송여준을 불신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권아람은 입꼬리를 올리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송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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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유하늘은 쑥스러워하며 휴지를 가져다 입가를 닦았다.그러자 임세빈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직 남아있는데요.”유하늘은 다시 닦았지만 여전히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임세빈은 아예 직접 손을 뻗어 휴지를 받아 그녀의 얼굴을 닦아주었다.그는 허리를 숙여 조심스럽게 유하늘의 턱을 잡았다.유하늘은 잠시 망설였지만 곧 고개를 돌려 그가 닦아주도록 내버려두었다.임세빈이 막 그녀의 얼굴에 묻은 얼룩을 닦아냈을 때,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지금 뭐 하는 거야!”송여준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고 손에 들고 있던 장미꽃은 빛을 잃은 듯 시들해 보였다.유하늘은 순간 멈칫하며 무의식적으로 임세빈과 거리를 두었다.임세빈도 몸을 일으켜 휴지를 쥔 채 해명했다.“하늘 씨 얼굴에 뭐가 묻어 있어서 닦아주고 있었어요.”“닦아주는데 턱까지 잡고 그렇게 가까이서 닦아야 하는 거야?”송여준은 안으로 들어와 유하늘에게 주려던 꽃을 탁자 위에 놓고 곧장 임세빈의 멱살을 잡았다.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이틀 동안 나와 하늘이가 조용히 지내는 틈에 기회라도 엿보는 거야? 내 여자는 평생 내 여자야. 네가 아무리 원해도 빼앗을 자격은 없어. 알겠어?”그의 말에 유하늘은 놀라움과 분노가 한꺼번에 치밀어 올랐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여준 씨, 빨리 놔줘!”송여준은 잠시 멈칫하며 고개를 돌려 믿기지 않는 듯 상처받은 눈빛으로 유하늘을 바라봤다.“지금 이 사람을 감싸는 거야?”유하늘은 더는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임 선생은 단지 내 얼굴을 닦아줬을 뿐이야.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며칠 만에 또 싸우려고 온 거야?”‘며칠 만에.’그 말은 송여준을 찌르는 듯한 상기였다.그는 며칠간 서로 냉정히 거리를 두면 유하늘의 감정이 가라앉아 그녀가 적극적으로 연락해 오거나 불편했던 일들을 털어놓으며 태도가 바뀔 거라 믿었다.그러나 현실은 달랐다.유하늘은 여전히 냉담했고 오히려 그 공백 속에 임세빈과 더 가까워진 듯 보였다.억눌러왔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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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송여준의 커다란 뒷모습이 병실 문 앞에서 사라지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유하늘은 손가락을 오므리며 그가 남긴 카드를 바라봤다.열고 싶지 않았지만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카드를 펼쳤다.거기에는 몇 마디 말만 적혀 있었다.[우리를 위해 7주년 기념 파티를 준비했어.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참석해 줘. 너는 영원히 내 아내야. 내가 평생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오직 너뿐이야. 내일 저녁 8시, 기다릴게.]유하늘은 카드를 읽으며 표정이 점점 복잡해졌다.기념일 파티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일이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송여준이 사람들 앞에서 진정한 결혼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드러내든, 권아람을 향한 감정을 증명하든, 그녀에게 모욕일 수밖에 없었다.유하늘이 더 혐오스럽게 느낀 건 그녀를 제시간에 파티장으로 돌아오게 만들기 위해 송여준이 ‘영원히 내 아내’라고 말하는 뻔뻔한 태도였다.그 순간,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정말 갈 거예요?”언제 들어왔는지, 임세빈이 카드의 내용을 보고 물었다.유하늘은 정신을 차리며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가야죠. 여준 씨가 직접 사람들을 초대하고 저를 위해 준비한 파티라는데 참석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그렇지 않나요?”임세빈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다가와 말했다.“무슨 일 생기지 않겠죠? 그때 또 사고가 날까 봐 걱정돼요. 몸이 버티지 못할 수도 있어요. 모처럼 며칠 동안 몸이 좀 좋아졌는데.”유하늘은 무심하게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여준 씨가 무슨 짓을 하든 마음의 준비는 돼 있어요. 사람들 앞에서 권아람을 아내로 맞이하고 송씨 집안의 부인으로 인정하더라도 괜찮아요.”사람이니 감정 기복은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피할 수 없었다.버티지 못하면 출국조차 못 하고 오빠도 만나지 못한 채 이곳의 모든 것을 완전히 놓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그건 그녀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한 결말이다. 유하늘은 어떤 일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었다.만약 불치병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앞으로 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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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유하늘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입원 절차는 여준 씨가 해준 거예요. 제가 계속 입원하는 걸 원하지 않으시면 여준 씨에게 말하세요. 저를 괴롭히지 마시고요.”“너...”송정희는 이를 악물며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녀는 권아람이 부탁했던 말을 떠올리며 필사적으로 화를 억눌렀다.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쏘아붙였다.“내가 오고 싶어서 온 줄 알아? 할 말만 아니었으면 평생 네 병실엔 발도 안 들였을 거야!”송정희는 차갑게 임세빈을 노려봤다.“나가.”“나갈 필요 없어요.”유하늘은 곧바로 입을 열어 송정희를 차갑게 바라봤다.“할 말 있으면 하고 없으면 지금 당장 나가세요. 제 친구는 송 여사님이 함부로 나가라 말라 할 사람이 아니에요.”임세빈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그녀 곁에서 꼼짝하지 않았다.송정희는 심호흡하며 얼굴을 굳혔다.그녀는 냉소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좋아, 창피한 줄 모르는 것 같은데 다른 사람 앞에서 솔직하게 말할게!”그녀는 몇 걸음 다가와 유하늘을 쏘아보며 덧붙였다.“오늘은 권아람의 생일이야. 제발 얌전히 있어. 아람이와 여준이가 단둘이 시간 보내는 거 방해하지 말란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유하늘은 주먹을 꽉 쥐고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정작 당사자는 아무 말 안 했는데 송 여사님이 이렇게 서둘러 찾아온 걸 보니, 혹시 권아람이 키우는 개라도 돼요? 충성심이 대단하네요.”송정희는 놀라움과 분노에 휩싸였다.“너 지금 날 욕하는 거야? 유하늘, 네가 미친 게 분명하구나. 네가 아프다고 해서 내가 널 봐줄 거라고 생각해?”“그럼 누구를 욕했겠어요. 여기에는 고작 사람 두 명과 개 한 마리밖에 없는데.”유하늘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웃는 듯 마는 듯 말했다.임세빈은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송정희는 모욕감을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서서 유하늘의 뺨을 때리려 했다.그러나 유하늘은 눈을 가늘게 뜨고 덤벼드는 그녀를 피하지도 막지도 않았다.“감히 저를 때리려 들면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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