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Bab 371 - Bab 380

554 Bab

제371화

“그게 무슨 소리야?”경호원들이 대답하지 않자, 지연이 화가 난 듯 발을 구르더니 병실을 향해 목소리까지 높였다.“오빠! 나 오빠 동생이잖아! 내가 대체 뭘 잘못했는데!”“어머나. 이게 누구야? 하씨 집안 공주님 아니야?”익숙한 목소리에 지연이 돌아봤다.“어쩌다 오빠한테 문전박대까지 당하셨대?”지연은 이담을 한 번 흘끗 보더니 민아를 노려봤다.“넌 뭐가 그렇게 신났어? 네 오빠이기도 하잖아!”“그런데 난 오빠가 못 들어오게 안 하던데?”민아가 약을 올리듯 눈썹을 들썩였다.“너...”“내가 진작에 말했지? 하씨 집안 믿고 제멋대로 굴지 말라고.”민아가 보란 듯이 혀를 찼다.“거봐. 이제 오빠도 널 상대하기 싫은가 보네.”지연은 눈시울까지 붉어진 채 가방을 꽉 움켜쥐고 돌아섰다.멀어지는 지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이담이 통쾌한 표정의 민아에게 물었다.“지연이하고 사이가 안 좋아요?”“제가 걔랑 친하면 그게 더 이상하죠.”민아는 싫은 기색을 감추지도 않았다.“어릴 때 경성시에 놀러 올 때마다 하씨 집안만 믿고 얼마나 절 괴롭혔는데요.”“하씨 집안 아가씨라고 해도 진심으로 어울리는 친구는 별로 없어요. 공주병이 얼마나 심한지, 무조건 자기 비위에 맞춰줘야 하거든요.”민아가 코웃음을 쳤다.“하씨 집안 딸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누구한테 한 대 맞았을 걸요?”이담이 ‘풉’ 웃음을 터뜨리자, 민아가 얼굴을 가까이하며 말했다.“새언니, 웃으니까 얼마나 예뻐요. 앞으로 좀 많이 웃어요.”이담이 잠시 멈칫했다.“오늘 처음 봤으면서 내가 잘 안 웃는 건 어떻게 알아요?”“사진을 봤거든요.”“사진이요?”이담이 의아한 눈으로 바라봤다.“고모랑 오빠, 새언니가 같이 찍은 가족사진이요. 사진에서는 거의 안 웃고 계시던데요?”이담은 말이 없었다.문득 그 사진들을 찍었던 때가 떠올랐다.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온 가족이 모이는 날이면 늘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때 진혁의 마음에 자신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이담은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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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같은 시각, 강성시.초연은 낯선 여자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진혁이 암에 걸렸다는 말을 들은 초연은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차갑게 비웃었다.“당신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거짓말을 하려면 증거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하지만 상대는 화를 내기는커녕 웃음을 터뜨렸다.[안 믿을 줄 알았어요. 그럼 이건 어때요?]여자의 목소리가 느긋하게 이어졌다.[송유담이 꾸민 교통사고. 진짜 배후는 문초연 씨잖아요.]초연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당신 대체 누구예요?”[제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적어도 문초연 씨의 적은 아니니까요.]여자가 나지막이 웃었다.[당신이 송유담을 부추겨 교통사고를 꾸미게 했고, 그 사고로 하 대표는 응급 수술을 받은 뒤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죠.][하씨 가문에서는 하 대표에 관한 소식을 철저히 막고, 외국에서 치료 중이라고 발표했고요. 심이담도 계속 경성시에 머물고 있고.]여자의 말투는 시종일관 침착했다.[제가 심어둔 사람이 경성시에서 우연히 소식을 알아내지 못했다면, 저 역시 이런 사실은 몰랐겠죠.][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요. 직접 알아봐도 되니까.]핸드폰을 꽉 움켜쥐던 초연의 표정이 서서히 어두워졌다.“원하는 게 뭐에요?”[거래를 하나 하고 싶어요.]여자는 서두르지 않고 말을 이었다.[하진혁이 당신을 버린 게 원망스럽잖아요. 심이담이 당신 남자를 빼앗아 가서 죽도록 미웠고요.][제가 도와줄 수 있어요. 대신 문초연 씨도 절 도와줘야 해요.]초연이 헛웃음을 흘렸다.“난 협박당하는 거 싫어해요.”“당신이 누군지는 관심 없고, 지금 부탁하는 쪽은 당신이잖아요. 그런데 내가 왜 당신을 도와야 하죠?”[방준영과 있었던 과거를 알고 있으니까요.]순간 초연의 몸이 휘청거리면서 순식간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 이름을 듣는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고, 눈동자에 스친 공포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초연이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여자는 자신의 말이 제대로 먹혔다는 걸 알아차렸다.[문초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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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이담은 온몸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듯했다.귓가에 울리는 이명까지 너무도 선명해서,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진혁이 오래전부터 자신에게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그래?”이담은 벽에 드리운 희미한 빛을 바라보더니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진작부터 마음이 있었다는 사람이 날 문초연보다 못한 사람으로 만들고, 믿어주지도 않아서 결국 마음을 닫게 만들었어?”등 뒤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이담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당신은 단 한 번도 내 편이었던 적 없어.”“잠깐 마음이 흔들렸을지는 몰라도, 결국 당신이 감싸고 돈 사람은 늘 문초연이었어.”“초연을 감싼 건 내가 걔한테 잘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진혁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초연이 귀국한 뒤부터는 예전처럼 설레지 않았어.”잠시 침묵하던 진혁이 말을 이었다.“그리고 그 이유가 너라는 것도 알고 있었어.”“그동안 일부러 널 외면한 게 아니야.”“초연을 향한 마음을 배신했다는 생각에 나 자신이 싫었어. 그래서 너한테 차갑게 굴 수밖에 없었어.”이담은 한동안 멍하니 있으면서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예전의 진혁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단 한 번도 말해준 적이 없었기에, 이담 역시 진혁의 속마음을 알 길이 없었다.“인정해.”진혁이 담담히 말했다.“내 마음이 변한 건 사실이야.”“하지만 납치됐던 당시의 기억을 잃은 나한테 초연은 그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우연히 곁에 있어준 사람이었어.”진혁의 목소리가 낮게 이어졌다.“난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줄곧 외국 사립학교를 다녔어.”“내가 누군지 아니까 선생도, 친구들도 다 목적을 가지고 접근했지. 그래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싫어하게 됐어.”“그러다 어머니가 내가 좀 더 사람들과 어울리길 바라셔서 날 다시 데리고 오셨어.”“집안 배경도 숨기고 일반 학교에 보냈지.”진혁이 잠시 말을 멈췄다.“말주변도 없고 성격도 어두웠던 나는 반에서 겉돌았어. 그때 유일하게 먼저 다가온 사람이 문초연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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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간호사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대표님, 우선 아침부터 드세요. 조금 있다가 수액 맞으셔야 해요.”진혁은 짧게 대답하고는 뒤의 이담을 바라봤다.이담은 고개를 홱 돌려 시선을 피했다.진혁은 결국 웃음을 터뜨리더니 방을 나섰다.다른 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민아가 슬그머니 이담의 곁으로 다가와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새언니, 오빠랑 화해했어요?”“아니.”“그런데 왜 같이 잤어요?”이담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하진혁이 멋대로 내 침대에 들어온 거예요.”민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한편, 초연은 전달받은 주소를 따라 SN성형외과에 도착했다.간호사의 안내를 받아 원장실로 들어가자, 의자에 앉아 있던 여자가 천천히 몸을 돌려 초연을 바라봤다.“왔네요. 앉아요.”초연은 자리에 앉아 여자를 유심히 살폈다.“난 당신을 본 적이 없는데. 대체 누구세요?”송지현이 옅게 미소 지었다.“당연히 날 모르겠죠. 하지만 난 문초연 씨를 알아요.”“날 어떻게 알죠?”초연이 경계심을 풀지 않자, 자리에서 일어난 지현이 한쪽 테이블로 가서 차 한 잔을 따랐다.“방씨 부자를 알고 있으니, 당연히 문초연 씨도 알죠.”초연은 손을 꽉 움켜쥔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송지현은 찻잔을 들고 돌아와 초연의 앞에 내려놓았다.“말했잖아요. 우린 적이 아니에요. 그러니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요.”“우리가 적인지 아닌지 내가 어떻게 알죠?”“내가 원하는 건 간단해요. 심이담이 권씨 가문으로 돌아가는 걸 원하지 않아요. 문초연 씨도 심이담이 자기 머리 위에 올라서는 꼴은 보기 싫잖아요?”지현의 말에 초연이 흠칫했다.눈앞의 여자는 자신의 약점을 쥐고 있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사정까지 속속들이 꿰고 있었다.지금 이 여자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면, 앞으로 무슨 일을 당하게 될지조차 알 수 없었다.“좋아요, 손을 잡죠.”...이틀 후.진료를 마친 지훈이 사무실로 돌아가던 중이었다.간호사 스테이션을 지나치다 이담 이야기를 나누는 간호사들의 목소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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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하빈의 손가락이 경련하듯 움찔거렸다.당장이라도 몸을 움직일 수만 있다면 아니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하빈이 할 수 있는 건 눈시울을 붉힌 채 목구멍에서 흐느끼는 듯한 신음을 흘리는 것뿐이었다.심씨 집안 사람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니, 초연은 똑같이 괴로워할 이담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생각만으로도 속이 후련했다.그때 초연이 휠체어의 브레이크를 풀었다.기울어진 경사로를 따라 휠체어가 천천히 연못을 향해 굴러가기 시작했다.하빈은 자신이 곧 물에 빠질 거라는 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에 절망한 채 두 눈을 질끈 감았다.“멈춰!”그 광경을 목격한 소연이 다급하게 달려왔다.하지만 한발 늦었다.하빈은 휠체어와 함께 그대로 연못에 빠졌다.소연은 초연을 추궁할 겨를도 없이 하빈을 구하러 곧장 물속으로 뛰어들었다.초연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미처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명월이 지훈과 정우를 데리고 달려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황급히 모자를 눌러쓴 초연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달아났다.“거기 서!”정우가 도망치는 초연의 뒤를 쫓았다.초연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뛰어들었다.정우가 거의 따라잡았던 순간, 초연은 갑자기 지나가던 행인을 잡아당겨 정우의 앞을 막았다.느닷없이 끌려온 행인이 초연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미쳤어요? 앞도 안 보고 뛰어요?”정우는 애꿎은 사람과 부딪히지 않으려고 잠시 걸음을 멈췄다.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초연은 인파 속으로 사라진 뒤였다....한편, 소연은 하빈을 물 밖으로 끌어냈다.지훈과 명월도 연못가에서 두 사람을 끌어 올리는 걸 도왔다.물을 잔뜩 먹은 하빈은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지훈이 하빈의 곁에 한쪽 무릎을 꿇고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하빈이 물을 토해내며 의식을 되찾았다. 온몸이 차갑게 식은 하빈은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지훈은 자신의 재킷을 벗어 하빈의 몸을 감싸주었다.잠시 후, 명월이 부른 금산 요양센터 의료진이 현장에 도착했다.의료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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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괜찮아요. 다만 의사 선생님 말로는 충격을 좀 받은 것 같대요.] [이번에 실패했으니 문초연이 또 찾아올 수도 있다고 명월 씨가 걱정해서, 심 선생님한테 미리 물어보지도 않고 저희 병원으로 옮겼어요.]이담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소연 씨, 오늘 일 정말 고마워요.”[별말씀을요.]“그래도 문초연이 소연 씨 얼굴을 알아봤을 거예요. 나도 최대한 며칠 안으로 강성시로 돌아갈 테니까, 그동안은 절대 문초연하고 정면으로 부딪치지 마세요.”소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그러다 문득 생각난 듯 말을 덧붙였다.[아, 그리고 오늘 고 선생님하고 최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병원에서도 지금 CCTV를 확인하고 있고요.]이담이 잠시 멈칫하더니 눈을 내리깔았다.“알았어요.”통화를 마친 이담이 뒤를 돌아보자, 진혁이 문가에 기댄 채 서 있었다.아무래도 방금 통화 내용을 들은 모양이었다.“문초연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만만한 여자가 아니야.”이담은 진혁을 바라보다 문득 헛웃음을 터뜨렸다.“몇 번이나 그 여자를 놓아준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이제 와서 만만하든 아니든 그게 중요해?”이담이 지나치려 하자 진혁이 팔을 붙잡았다.“권은호가 하빈이를 금산요양센터에 입원시켰을 때, 나도 위치를 알아내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 문초연이 우연히 하빈이 행방을 알아냈을 리 없어.”이담의 걸음이 멈추더니 미간을 서서히 찌푸렸다.진혁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하빈을 금산 요양센터에 입원시켰을 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초연은 더더욱 알 리 없었다.애초에 이담을 괴롭히겠다는 이유만으로 굳이 하빈의 행방까지 뒤질 여자도 아니었다.“처음엔 문초연 뒤에 진경훈만 있는 줄 알았어. 그런데 진경훈이 몇 가지 사실을 털어놓고 난 뒤에야, 일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지.”이담이 진혁을 돌아봤다.“무슨 사실?”진혁이 눈을 내리깔면서 표정은 한층 더 심각하게 굳어졌다.“그때 문초연이 할머니에게 돈을 받고 떠난 건 임신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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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이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만옥이 재차 물으려고 했지만, 하동규가 느긋하게 입을 열면서 말을 끊었다.“됐어. 치료를 받았으면 됐지.”그러곤 진혁을 바라봤다.“회사 일로 너랑 따로 할 얘기가 있다.”진혁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알겠습니다.”진혁과 하동규가 자리를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이만옥은 이담에게 시선을 돌렸다.“진혁이 병만 나으면, 너희 이혼을 허락하마. 나한테는 진혁이 하나뿐이야. 더는 내 아들이 누구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구나.”말을 마친 그녀는 손에 든 가방을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너도 아이를 낳아 보면, 엄마 마음이 어떤 건지 알게 될 거다.”이담이 대답하기도 전에 이만옥은 그대로 그녀를 지나쳐서 가버렸다.혼자 남은 이담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지훈은 하빈을 병실에 안전하게 데려다준 뒤 밖으로 나왔다.마침 핸드폰이 울려서 확인해 보니, 하빈의 병원 전원을 도와준 것에 대한 이담의 감사 문자였다.한참 동안 화면을 바라보던 지훈은 답장을 몇 번이나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결국 짧게 답장을 보냈다.[강성시에 돌아오면 그때 얘기해요.]“고 선생님.”소연이 다가왔다.지훈은 핸드폰을 집어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수속은 다 끝났어요?”“네, 전부 처리했어요.”“그럼 됐어요.”그때 병실 안에 있던 하빈이 문밖에서 들려오는 대화를 들으면서 천천히 눈을 떴다.그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물에 빠질 뻔했던 순간보다 초연의 말이 더 무섭고 혼란스러웠다.이젠 돌아갈 집도 없는데 하나뿐인 누나마저 자신을 버린 걸까?한편, 경찰이 찾아왔을 때 초연은 송지현과 차를 마시고 있었다.“문초연 씨. 금산요양센터에서 심하빈 씨를 고의로 살해하려 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오늘 오전에 어디에 계셨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초연은 눈에 스친 당황한 기색을 감춘 채 송지현을 바라봤다.송지현이 웃으며 말했다.“형사님들,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은데요. 문초연 씨는 오늘 오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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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다음 날, 이담은 소연이 보내온 조사 결과를 확인했다.예상대로였다.초연의 알리바이는 SN성형외과였고, 송지현이 그녀의 증인이었다.‘내가 권씨 가문으로 돌아가는 걸 송지현이 원하지 않는 이유는, 정말 권씨 가문과의 악연 때문일까?’안타깝게도 이담은 그 내막까지는 알지 못했다.“이담아?”이담은 걸음을 멈췄다.HJ병원 로비에서 은호와 강준을 마주친 것이다.하마터면 김미영 역시 HJ병원에 입원해 있었다는 걸 잊을 뻔했다.단지 층만 달랐을 뿐이었다.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은호를 보면서 이담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진작 예상했어야 했는데.같은 병원에 있는 이상, 언젠가는 마주칠 수밖에 없다는 걸.다만 처음엔 경성에 이렇게 오래 머물게 될 줄은 몰랐다.“오빠...”“너 강성으로 돌아간 거 아니었어?”“그러게요, 아가씨. 강성에 있다던 분이 왜 또 여기 계세요?”은호 옆에 서 있던 강준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이담은 억지로 웃었다.“미안해, 오빠. 일부러 숨기려던 건 아니었어...”은호가 미간을 찌푸렸다.일부러 자신에게 숨기면서까지 경성에 남은 건 설마...“하진혁 때문이야?”“아니에요!”이담은 곧바로 부정했다.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는 걸 깨닫고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나도 일부러 남으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하진혁하고 아직 이혼한 게 아니니까, 어쨌든 난 여전히 하씨 집안의 며느리잖아요.”잠시 말을 멈춘 그녀가 다시 설명했다.“시어머님과 약속했어요. 하진혁의 치료가 끝날 때까지만 곁에 있어 주면, 이혼합의서에 사인하게 해 주겠다고요.”“이만옥 씨 말을 믿어?”은호가 헛웃음을 흘렸다.“자기 아들 때문에 널 붙잡아 두려고 아무 말이나 하는 걸 수도 있잖아.”이담은 말문이 막혔다.은호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하씨 집안 사람들을 만나러 가자.”“오빠...”이담이 은호를 만류하려던 순간, 마침 엘리베이터에서 진혁이 걸어 나왔다.두 남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쳤다.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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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진혁이 정말로 형님이라고 부르자, 은호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솔직히 말해서, 정말 낯짝도 두꺼운 놈이었다.은호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진혁은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농담입니다. 이런 몰골로 빈손으로 장모님을 뵙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으니, 다음에 정식으로 찾아뵙죠.”은호가 이를 악문 채 웃었다.“다음으로 미룰 필요 없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부족한 게 없으시거든요. 설마 하 대표님은 이제 와서 겁이라도 나신 겁니까?”진혁이 평소답지 않게 나올수록 은호는 더더욱 뜻대로 흘러가게 둘 생각이 없었다.“형님께서 그토록 제가 장모님을 뵙길 원하신다면,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요.”“...”이담은 입꼬리를 씰룩거리면서 시선을 거뒀다.“오빠, 엄마가 기다리고 계세요.”은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이담과 함께 먼저 걸음을 옮겼다. 진혁도 느긋하게 그 뒤를 따랐다.네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 VIP 병실로 향했다. 병실 문 앞에 멈춰 선 강준은 옆으로 물러난 뒤, 세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김미영은 방금 약을 먹은 건지 침대에 기댄 채 쉬고 있었다. 하지만 손은 쉬지 않고 인형 옷을 만들고 있었다.침대 곁에는 두 명의 고용인이 함께 있었다.밖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고용인 한 명이 문가로 다가왔다. 은호와 이담을 발견한 고용인이 웃으면서 고개를 숙였다.“도련님, 아가씨. 오셨어요.”이담도 미소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은호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침대 곁으로 다가간 은호는 김미영이 손에 들고 있는 인형의 원피스를 바라보며 웃었다.“어머니, 동생 데리고 왔어요.”그제야 고개를 든 김미영은 곧바로 손에 들고 있던 바느질거리를 내려놓았다.“우리 아가 왔어?”“어머니.”이담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김미영의 손을 잡았다.“푹 쉬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왜 또 아가 옷을 만들고 계세요?”원래는 인형이라고 말하려고 했다.하지만 엄마는 지난 세월 동안 줄곧 인형에 의지하며 살아왔다. 이담은 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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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김미영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자, 진혁은 새끼손가락을 내밀어 약속하자는 시늉을 했다.김미영은 역시 이런 행동에 약했다.진혁 혼자만의 힘으로 김미영의 기분을 한껏 좋게 만들었다.은호는 얼굴이 굳어졌지만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탓하려면 진혁과 결혼하기 전에 동생을 찾지 못한 자신을 탓해야 했다.한참을 논 뒤 김미영이 잠든 뒤에야 세 사람은 병실에서 나왔다.병실 밖으로 나오자, 이담이 입을 열기도 전에 은호가 진혁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쥐면서 노려봤다.“하 대표님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운 사람한테까지 수작을 부리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합니까?”이담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혹시라도 은호가 정말 진혁을 때리기라도 한다면, 하씨 가문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터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만옥 한 사람만으로도 충분히 골치가 아팠다.“오빠, 일단 진정해요.”그래도 은호는 여전히 손을 놓지 않았다. 시선은 여전히 태연하기 짝이 없는 진혁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진혁 역시 은호를 바라봤다.“김 여사님께서 정신질환을 앓고 계신 건 맞지만, 적어도 딸만큼은 제대로 알아보셨잖습니까? 당신들 부자보다 훨씬 나으신 것 같은데요?” “전 그저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고 가까워진 것뿐입니다. 그게 어떻게 수작이 됩니까?”은호의 표정이 순간 굳어지면서 손등 위로는 푸른 힘줄이 또렷하게 도드라졌다.제대로 아픈 곳을 찔린 모양이었다.“하진혁, 그만해!”이담은 진혁을 밀어낸 뒤 은호의 앞을 막아섰다.“꼭 사람의 아픈 데만 골라 찔러야겠어? 그렇게까지 몰아붙여야 해?”진혁의 눈빛이 조금 어두워졌다.“내가 몰아붙인 거야?”이담은 진혁의 시선을 피하면서 말했다.“우리 오빠랑 아빠가 어떻든 네가 뭐라고 할 일이 아니야. 그리고...”이담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진혁을 바라봤다.“그런 말을 할 자격이 가장 없는 사람은 바로 너야.”진혁의 등이 순간 뻣뻣하게 굳어지더니, 얼굴에 남아 있던 미소도 서서히 사라졌다.깊고 어두운 그의 눈빛은 거센 파도가 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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