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Chapter 21 - Chapt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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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안나한테 데려다 주라고 일러 둘게.”진혁은 초연의 팔을 뿌리치고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갔다.초연은 손 안의 팔찌를 꽉 쥔 채 떠나가는 진혁을 매섭게 바라봤다.‘빌어먹을 심이담.’‘감히 내 남자를 빼앗아?’초연은 얼른 구석으로 가서 어디론가 전화했다....이담은 주차장에 도착한 뒤에야 경훈이 자기를 쫓아왔다는 걸 발견했다.이담은 고개를 돌리고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경훈 선배?”경훈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 앞에 다가와 어깨를 으쓱거렸다.“난 네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거 믿어.”이담은 약간 멍했다.“왜... 믿어요?”“난 고 교수님 안목을 믿어.”경훈은 팔짱을 끼며 여유롭게 말했다.“고 교수님이 사람 하나는 제대로 보잖아. 물론 나도 마찬가지야. 특히 ‘불여우’를 감별하는 데는 선수거든.”경훈은 여자를 많이 만나 본 데다, 재벌 2세들 사이에서는 ‘여자 감별사’라고 불릴 정도였다.워낙 만나본 여자가 많은 터라, 그의 앞에서 불여우 짓을 하는 건, 도끼로 자기 발등을 찍는 거나 다름없다.이담은 그 말에 웃음이 터졌다.“고마워요.”“이게 뭐라고.”말을 마친 경훈은 이담에게 바짝 다가가며 물었다.“내가 도와줄까?”이담은 고개를 들어 의아한 듯 경훈을 바라봤다. 그때, 뒤에서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진 대표님, 혹시 심이담 씨한테 관심 있어요?”이담은 상대가 누구인지 알았지만, 고개를 돌리고 싶지 않았다.초연이 함정을 파서 자기를 모함한 건 사실 그다지 억울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혁의 태도에 그녀는 너무 비참하고 원통했다.경훈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하 대표님이 여긴 어쩐 일이에요? 여자 친구는 어디에 버려두고요? 아직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는 아닌가 봐요?”비아냥거리는 경훈을 무시한 채, 앞으로 다가선 진혁이 이담의 팔을 홱 잡아당겼다.“심이담 씨한테 볼 일이 좀 있어서요.”“혹시 여자 친구 일 때문에 그래요?”“진 대표님과는 상관없잖아요.”“이담이 일이라면 당연히 저하고 상관이 있죠.”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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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내가 문초연을 건드렸다고?’이것보다 더 우스운 건 없었다.하지만 뭐라고 반박할 수 있을까?이담이 아무리 해명해도, 진혁은 초연의 편에 설 테니까. 이 일이 이담의 한 것이든 아니든, 절대 그녀를 믿지 않을 게 분명했다.이담은 쓸쓸함을 애써 참음 진혁의 손을 밀어냈다.“가서 문초연이나 만나.”이담은 이 말을 남기고 그대로 떠나갔다.멀어지는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진혁은 안색이 어두워졌다.6년 동안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반항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자, 진혁은 순간 언짢았다. 마치 무언가 통제를 벗어나려고 하는 것만 같았다....다음 날.이담은 여느 때처럼 병원에 출근했다. 하지만 어제 일 때문에 동료들은 그녀를 다른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비록 다들 겉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사적으로는 의견이 분분했다.이담은 그런 오해를 풀 생각도 없었다. 이미 전근 신청을 했으니, 때가 되면 이 병원에서의 업무도 마침표를 찍게 될 테니까.때문에 구태여 해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논란이 너무 커져서인지 이 일은 결국 병원장의 귀에 들어갔고, 병원장이 그녀를 병원장실로 호출했다.이담은 병원장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무슨 일로 찾으셨나요?”주원식은 이담을 앉으라고 손짓하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심 선생, 문 과장과 혹시 무슨 오해가 있는 거 아니야?”이담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말했다.“오해라고 할 것도 없어요. 기한이 끝나면 저도 곧 떠날 텐데요, 뭘.”주원식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심 선생도 알다시피, 문 과장은 하 대표님이 선택한 사람이야. 가끔 피할 줄도 알아야지. 앞으로 하고 있던 일은 모두 문 과장한테 넘겨.”이담은 흠칫 놀라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그 여자한테 넘기라고요? 그 여자가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이건 모든 권한을 내놓으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하지만 잘못한 건 그녀가 아니다.“심 선생이 억울한 거 알아. 하지만 이건 하 대표님 결정이야. 대놓고 문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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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저녁 무렵 이담이 업무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가려고 할 때, 초연이 갑자기 문을 두드렸다.“심 선생님.”고개를 든 이담이 평온한 눈빛으로 초연을 바라봤다.“무슨 일이시죠?”“병원에서 수면 의학 센터 프로젝트를 협상 중인데, 오늘 저녁에 마침 식사 자리가 있거든요. 정부와 논의하는 것이니 심 선생님이 다녀오세요.”이담은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를 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직접 가지 않고 이렇게 중요한 프로젝트를 나한테 넘긴다고요?”“심 선생님, 혹시 전에 일로 아직도 꽁해 있는 건 아니죠?”초연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아무리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우리 어디까지나 동료잖아요. 그리고 난 심 선생님 능력을 믿어요. 이 프로젝트를 심 선생님께 맡겨도 안심이 돼요.”이담이 거절할까 봐 초연은 얼른 말을 보탰다.“그리고 이건 진혁 씨 뜻이기도 해요. 심 선생님 업무는 이제 제가 도맡아 하게 됐어요. 제가 식사 자리에 가라고 하는데, 설마 거절할 건 아니죠?”이담은 말없이 주먹을 쥐었다.이담과 초연은 직위로 따져도 사실 거의 상관없는 사이다. 하지만 진혁이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초연을 이담의 상사로 만들어서, 그녀 일에 일일이 간섭하게 한 게 틀림없었다.억울한 듯한 초연의 표정을 보면서, 이담은 꽉 쥐고 있던 주먹을 펴고 서류를 자세히 살펴봤다.프로젝트 자체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병원장의 사인도 이미 있고.초연도 아마 서류에 손댈 엄두는 내지 못할 것이다.판단이 선 이담은 서류를 닫고 담담하게 말했다.“알았어요. 갈게요.”“그럼 수고해 줘요. 이따가 주소는 문자로 보내줄게요.”이담은 더 이상 초연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아 서류를 가지고 나갔다.그 뒤에서, 초연은 이담의 뒷모습을 보면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이담은 곧바로 초연이 보낸 문자를 받았다. 약속 장소는 동해 레스토랑 5층 프라이빗 룸이었다.이담이 서류를 챙겨 룸에 들어서자, 안에 있던 남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이담도 전에 정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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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팍’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는 피가 터진 머리를 감싸 쥔 채 고통스럽게 뒤로 물러났다.“이게 감히 나를 쳤어?”이담은 다른 사람들이 미처 반응하기 전에, 신속히 밖으로 뛰쳐나가느라 핸드폰을 챙기는 것도 잊었다.이담이 복도로 도망치자, 방에 있던 사람들은 이내 뒤쫓아 나왔다. 이담은 절대 상대의 손에 잡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한시도 쉬지 않고 내달렸다.그러다 문득 숨이 가빠 오고 눈앞이 어질해나면서 몸에 힘이 쫙 빠져 그대로 쓰러졌다.이담은 바닥에 넘어진 와중에도 잊지 않고 구조 요청을 했다.“살려주세요...”하지만 직원들 중 나서서 도와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 순간 이담의 눈에 절망이 스쳐 지났다.그와 동시에 뒤쫓아온 남자 한 명이 이담의 입을 막았다.“어딜 도망가?”남자는 말하면서 이담의 머리채를 잡고 뒤로 끌었다. 이담은 있는 힘껏 버둥대며 입을 막은 남자의 손을 콱 깨물었다. 그 행동에 단단히 화가 난 남자는 손을 들어 이담의 뺨을 후려갈겼다.하지만 손이 이담의 얼굴에 닿으려던 찰나.“멈춰!”힘 있는 목소리에 남자의 폭행이 뚝 그쳤다.이담은 경훈을 본 순간 겨우 안심했다.파란 셔츠를 입은 남자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경훈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소리쳤다.“젠장. 당신 누구야? 감히 내 일을 방해...”밀이 끝나기도 전에, 경훈은 남자를 발로 걷어찼다.나머지 사람들도 달려들려고 하자, 경훈의 뒤에 있던 경호원들이 다가와 놈들을 하나둘씩 밀어냈다.그 장면에 파란 셔츠를 입은 남자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경훈은 외투를 벗어 이담의 몸을 살짝 가려주었다.이담은 몸에 걸친 옷을 꽉 움켜쥐고 몸을 바르르 떨었다.예쁘장한 얼굴은 어느새 팅팅 부어 있었고, 입가에는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경훈은 손을 뻗어 이담을 부축했다.“일어날 수 있겠어?”이담은 멍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일어났다.“진 대표님, 이 사람들은 어떻게 처리할까요?”경호원의 말에 파란 셔츠를 입은 남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진 대표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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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훤칠한 체격을 가진 남자는 차 문에 기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희뿌연 담배 연기는 남자의 잘생긴 얼굴을 희미하게 뒤덮었지만, 두 눈만은 유독 매섭게 번뜩였다.남자의 깊은 눈동자는 이담의 어깨에 걸친 남자의 재킷을 한번 훑었다.경훈은 무의식적으로 이담을 한번 보고 나서 진혁에게 시선을 돌렸다.“하 대표님, 혹시 누구 기다리세요?”‘기다린다라...’‘문초연은 진작 퇴근했는데, 누굴 기다리는 거지?’‘설마 난가?”이담은 머릿속에 이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황당하다고 생각했다.고개를 들고 담배 연기를 내뱉은 진혁은 남은 담배꽁초를 바닥에 던져 꾹 밟아 껐다. 그러고 나서 한층 더 어두워진 눈빛으로 경훈을 바라봤다.“진 대표님은 남의 일에 쓸데없이 참견하기 좋아하나 봐요?”이담이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경훈의 눈이 가늘어지면서 고개를 돌려 진혁을 바라봤다. “위기에 처한 미녀를 구해준 건데, 쓸데없는 참견이라니요?”진혁은 일순 미간을 찌푸렸다.경훈이 뭐라고 말하려던 찰나, 이담이 갑자기 그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맥없이 말했다.“선배, 나 집에 좀 데려다줘요.”‘지금 혹시 떨고 있나?’경훈은 진혁을 한번 흘겨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이담의 요구에 응했다.두 사람이 떠나려고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진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이 사이로 튀어나왔다.“심이담.”이담은 그대로 얼어붙었다.진혁은 남 앞에서 이담의 이름을 부르는 걸 싫어한다. 남들한테 이담과의 관계를 들키는 걸 꺼렸으니까.‘그런데 이건 무슨 뜻이지?’이담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걸음을 내디디려 했다.그때 뒤에서 무거운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내 말 못 들었어?”붕대를 두른 이담의 손바닥을 꽉 움켜쥐는 바람에, 또다시 피가 배어 나왔다.이담은 고통을 억누르며 뻣뻣하게 돌아서서 진혁을 바라봤다.“하 대표님, 무슨 일이시죠?”“이리 와.”너무 놀라서 이담의 두 눈은 어느새 의아함으로 물들었다.“두 번 말하게 하지 마.”진혁은 인내심이 고갈된 듯했다.이담은 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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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이담은 걸음을 멈추고 주먹을 꽉 쥐어야 했다.이담이 고개를 돌리지 않자, 진혁은 피식 웃으며 그녀의 퇴로까지 막아버렸다.“진경훈한테 도움 청할 거라면 꿈 깨. 진씨 가문은 내 일에 끼어들지 못해.”끝내 멘탈이 무너진 이담은 목이 메이면서 말도 거의 내뱉지 못했다.“하진혁, 대체 원하는 게 뭐야?”진혁은 경훈의 재킷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코트를 벗어 들고 이담에게 다가갔다.이담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다음 순간, 남자의 코트가 이담의 머리 위를 뒤덮었다. 진혁은 이담이 반항하지 못하게 이담의 어깨를 꽉 끌어안고는 강제로 차에 밀어 넣었다.그때 운전석에 있던 안나가 고개를 돌리더니 이담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심이담 씨.”이담은 정신이 몽롱한 채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영혼이 없는 인형처럼 공허했다.진혁은 이담을 힐끗 보고는 안나에게 운전하라고 눈빛을 보냈다.차가 그린힐에 도착하자 이담은 신속히 차에서 내려 건물 안으로 달려갔다.진혁은 서둘러 내리는 대신 안나에게 당부했다.“오늘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해.”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담은 집에 들어선 뒤에야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그제서야 자기 어깨에 걸친 코트가 누구 것인지 발견하고는, 얼른 코트를 벗어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버리고 서둘러 침실로 들어갔다.진혁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바닥에 널부러진 코트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그는 얼른 넥타이를 풀어 헤치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성큼성큼 침실로 다가가 문을 열려고 했지만, 안에 있는 사람은 이미 문을 잠가버린 모양이었다.‘하.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진혁은 결국 몸을 돌려 객실로 향했다.침실 안.이담은 몸을 웅크리고 침대에 누워 있다가 밖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천천히 눈을 떴다. 그 순간 눈물이 그녀의 콧등을 지나 베개를 적셨다.‘그래도 이제 마음을 다잡게 됐으니 다행이야.’‘저런 사람은 이제 필요 없어.’...다음 날, 이담이 침실에서 나왔을 때, 심계화도 마침 아침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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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정부 사람들 접대하러 가라고 다른 룸으로 유인한 것도 모자라서, 그 사람들을 시켜 나한테 억지로 술을 들이붓게 하고 약을 먹이게 하다니.”이담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번졌다.“문 과장님 진짜 무서운 사람이네요. 정말 소름 끼쳐요.”옆에서 듣고 있던 간호사들은 믿기지 않는 듯 귓속말로 수군거렸다.그걸 본 초연은 얼굴색이 단번에 변했다.“난 그런 적 없어요!”“심 선생님, 어제 정부 쪽 사람들이 심 선생님을 밤늦게까지 기다렸대요. 그 사람들이 증명할 수 있어요...”“그건 나한테 일부러 잘못된 방 번호를 줘서 그런 거잖아요.”“진짜 아니에요...”이담은 핸드폰을 꺼내 어젯밤 초연한테서 받았던 문자를 내밀었다.“정부 쪽 사람들한테 확인할까요?”초연은 그대로 굳어버렸다.‘내가 어떻게 이걸 잊을 수가 있지?’초연은 당황한 듯 안절부절못하다가 이담의 뒤에 나타난 사람을 보자마자, 얼른 이담의 손을 들어 제 뺨을 때리게 하려는 듯이 행동했다.“심 선생님, 정말 오해예요. 내가 실수한 건 인정해요. 내가 방 번호를 잘못 보고 잘못된 번호를 줬어요. 차라리 나를 때려요. 나 때문에 심 선생님이 위험에 처한 거니까, 내가 욕을 먹어도 싸요.”갑작스럽게 발작하는 초연의 행동에 이담은 흠칫 놀라며 손을 뒤로 빼려고 했지만, 초연은 갑자기 계단 쪽으로 굴러 떨어졌다.그 장면에 이담은 물론 현장에 있던 간호사들도 놀랐다.“심 선생, 지금 뭐 하는 겁니까?”뒤에 있던 과장과 의사들도 그 모습을 똑똑히 봤다.이담은 얼른 뒤돌아서서 무의식적으로 해명했다.“박 과장님, 제가 민 거 아니에요...”“우리가 다 봤는데 어디서 발뺌이에요?”말을 마친 박성준은 얼른 뒤돌아 간호사들을 향해 말했다.“얼른 문 과장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뭐 해요?”몇몇 간호사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계단으로 내려갔다.이담의 앞으로 다가간 박성준은 그녀를 삿대질하며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우리 병원에 온 지 3년 동안, 병원장님이 심 선생한테 거는 기대가 얼마나 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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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진혁은 천천히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그는 떡 벌어진 어깨와 긴 다리를 소유하고 있어, 다양한 스타일의 정장을 능숙하게 소화했다. 게다가 얼굴까지 잘생겨,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말을 완벽하게 그려냈다.대학교 시절, 학교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던 킹카가 자기를 3년 동안 애지중지 여기고 결혼까지 할 뻔했던 걸 생각하면, 초연은 점점 불안해졌다.그와 동시에 후회막심했다.“접대 건은 대체 어떻게 된 거야?”진혁이 이 사건을 언급하자, 초연은 그대로 얼어붙으면서 눈물을 쥐어짰다.“내 실수였어. 내가 방 번호를 잘못 보는 바람에 심 선생님이 위험에 처할 뻔했어. 그러니까 심 선생님이 나한테 무슨 짓을 하든 참을게.”진혁의 표정이 순간 복잡해지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혁이 말하지 않을수록 초연은 불안했다.“진혁 씨, 설마 나 못 믿는 거야?”“아니야.”진혁은 몇 초 동안 망설이다가 대답했다.“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진혁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초연은 살짝 안도했다. 그러고는 몸을 살짝 기울여 진혁의 몸에 기댔다.“진혁 씨, 그럼 이번 일은...”진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내가 알아서 처리할게.”진혁의 어깨에 기대려고 몸을 기울였던 초연은, 마침 일어나는 진혁과 어긋나면서 하마터면 침대 밑으로 굴러어질 뻔했다.초연은 자기가 귀국한 뒤로 진혁의 태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분명하게 느꼈다. 비록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 들어주지만, 대하는 태도는 달라진 게 틀림없었다.‘분명히 내가 더 이상 깨끗하지 않은 게 신경 쓰이는 걸 거야...’초연은 너무 후회스러워 표정이 어두워졌다.‘만약 내가 다른 남자와 아이를 낳지만 않았어도, 날 지금까지 건드리지 않을 리가 없었을 텐데...’한편.이담은 심각한 표정으로 CCTV 제어센터에서 나왔다.초연이 미리 손을 썼는지, 하필 사건 당시 CCTV 카메라에 찍히지 않았다. ‘또 손을 썼나 보네.’이담은 잠시 망설이다가 카톡 채팅창을 열고는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냈다....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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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초연은 그 말에 목이 꽉 막히면서 난처한 안색이었다.‘이게 무슨 뜻이지?’‘감히 나를 비꼬아?’복도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초연은 얼른 핸드폰을 원래 자리에 내려놓고 옆에 서 있었다.얼마 뒤, 진혁과 안나가 함께 사무실에 들어왔다.진혁은 눈을 들어 초연을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퇴원했어?”“응. 의사 선생님이 별다른 문제는 없대. 며칠 휴식하면 다 나을 수 있대.”진혁이 의자에 앉자 핸드폰을 들자, 초연이 얼른 앞으로 다가서면서 화제를 돌렸다.“준희도 한동안 진혁 씨를 못 봤는데, 오늘 점심 같이 먹을까?”다행히 진혁은 통화 기록을 클릭하지도 않고, 회사 내부 채팅방만 확인하고는 가볍게 대답했다.“그래.”그 대답을 들은 순간 초연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한편, 이담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레스토랑에 가서 경훈을 만났다.경훈이 자기보다 일찍 와서 자리에 앉아 있는 걸 보자, 이담은 빠른 걸음으로 그의 앞에 다가갔다.“미안해요. 오래 기다렸죠?”“고작 몇 분인데, 뭐. 괜찮아.”경훈은 찻잔을 내려놓더니 복구한 파일을 이담의 핸드폰으로 보냈다.“다행히 영상을 지운 사람이 전문가가 아니라 깨끗이 지우지 못했나 봐. 안 그러면 복구하는 것만 해도 엄청 오래 걸렸을 거야.”이담은 핸드폰으로 받은 온전한 CCTV 영상을 확인하고는 환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정말 고마워요.”“참, 선배 재킷 얼마에요? 옷 값은 내가 배상할게요.”어찌 됐든 경훈이 빌려준 옷을 진혁이 내다버렸으니, 이담은 가운데서 너무 난처하고 미안했다.경훈은 진작에 예상한 듯 가볍게 눈썹을 치켜세웠다.“배상할 거 없어. 고작 온 한 벌인데 뭐. 네가 다시는 나한테 연락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야. 고 교수님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을 것 같아.”이담도 싱긋 웃었다.“나중에 다른 곳으로 전근하면, 고 교수님 뵈러 가야겠어요.”경훈은 의아한 듯 물었다.“전근?”이담이 대답하기도 전에,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준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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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화면에 뜬 문자를 보고 이담은 잠시 망설였다.그때 상대의 전화가 걸려 왔다.화면에 뜬 ‘남편’이라는 글자에 이담은 순간 정신이 아득해져다.예전에 진혁은 절대 먼저 연락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언제부턴가 먼저 문자를 하는 건 물론, 전화도 걸기 시작했다.이담은 살짝 망설이다가 결국 전화를 귀에 갖다 대고 어색한 말투로 물었다.“하 대표님, 무슨 일이시죠?”전화 건너편에서 라이터 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나른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주차장에서 기다리라는 문자 못 봤어?]“문초연 씨도 있는데, 무슨 일 있으면 문초연 씨를 찾으세요.”이담이 전화를 끊으려고 하자, 상대는 갑자기 피식 웃으며 가볍게 말했다.[진경훈이 뒤 봐준다고 배짱이 많이 커졌네?]이담은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뜻이야?”[듣는 그대로야.]진혁은 담배를 문 채 차에 기대서 금속 라이터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이담은 더 이상 한마디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더니, 잘생긴 진혁의 얼굴이 보였다.진혁은 여전히 나무랄 데 없이 완벽했다.이담도 예전에는 이 얼굴에 반했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만큼 이 얼굴이 미웠다.이담은 진혁의 앞으로 다가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하빈이 변호를 맡은 변호사를 철회했다며? 이유가 뭐야?”진혁은 담배꽁초를 발로 밟아 끄고는 눈꺼풀을 들어 이담을 바라봤다.“문초연 건드리지 말라고 했지”이담의 마음은 일말의 흔들림도 없었다.남자의 입에서 나온 건 진작 예상했던 답이었다.하지만 이렇게 나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나랑 했던 약속은 문초연 때문에 번복할 수도 있는 거였어? 그리고 난 한 번도 문초연을 먼저 건드린 적 없어. 매번 문초연이 먼저 나를 건드린 거야.”“문초연 얘기는 우선 그만해.”진혁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지더니 잠시 후 말을 이었다.“진경훈한테서 떨어져. 하씨 가문에 시집왔으면서 스캔들 터지는 건 용납 못 해.”그 말음 마치 유리 파편처럼 이담의 심장을 쿡쿡 찔렀다.진혁은 하씨 가문 명예 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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