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Chapter 41 - Chapter 50

100 Chapters

제41화

진혁은 잠시 침묵하다가 시선을 거두며 피식 웃었다.“그건 또 잘 기억하네.”“...”잊을 리가 있을까?진혁이 예전에 했던 마음을 상하게 만드는 말들을 이담은 모두 기억하고 있다.6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겨우 정신을 차렸어도 아직 늦지는 않았다.적어도 평생 걸리지는 않았으니까.병원에 도착한 뒤, 이담은 진혁의 뒤를 따라 초연이 있는 병실에 들어왔다.초연은 진혁을 보자마자 웃으며 일어나 앉았다.“진혁 씨, 어쩌다...”다음 순간, 초연의 시선은 진혁의 뒤에 있는 이담에게 닿았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표정은 그대로 굳어지면서, 이불 속의 두 손도 꽉 쥐었다.‘왜 다른 여자를 데리고 날 보러 온 거지?’이담은 그 표정을 무시한 채 초연의 앞에 다가가 싱긋 웃었다.“문 과장님, 전에 안 좋은 태도로 대한 거 죄송해요.”이담은 순간 멈칫했다.‘이게 갑자기 왜 사과하고 난리야?’이담은 곧이어 초연에게 허리를 세 번 굽혔다.“문 과장님, 오래오래 건강하게 장수하시고, 원하는 일을 이루길 바랄게요.”“...”초연은 말문이 막혔다.‘세 번...’‘이게 지금 누구 죽으라고 저주하는 거야?’진혁은 손을 뻗어 이담을 잡아당기며 불만조로 말했다.“그게 사과야?”“진혁 씨, 됐어. 나 괜찮아. 심 선생님도 진심으로 사과하는 걸 거야...”초연은 이담의 손을 잡은 진혁을 보면서 남몰래 이를 악물었다.이담은 얼른 진혁의 손을 떼어냈다.“들으셨죠? 당사자도 됐다고 하잖아요. 그리고 저더러 문 과장님께 고개 숙이라고만 했는데, 제가 허리까지 굽혔으니 더 성의 있는 거 아니에요?”진혁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이담을 바라봤다.이담은 확실히 뭔가 변해 있었다.이담은 진혁한테서 조용히 시선을 거두었다. “사과도 했고 고개도 숙였으니, 두 분 방해하지 않을게요.”이담은 이 말을 남긴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갔다.초연은 진혁을 바라보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내가 심이담을 과소평가했네.’...이담은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마음을 가다듬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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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초연이 쓰러진 후, 진혁은 병원에서 초연이 깨어날 때까지 곁에 있어 줬다.“진혁 씨.”“응. 정신이 들어?”그때 박성준이 마침 병실에 들어오더니 웃는 얼굴로 진혁을 바라봤다.“하 대표님도 계셨네요.”진혁은 가볍게 대답하고 더 이상 수다를 떨지 않았다.“갑자기 왜 쓰러진 거죠?”박성준은 초연과 눈빛을 교환하고 나서 조심스럽게 대답했다.“그건 문 과장님이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병이 생긴 겁니다. 한동안 휴식하면 나을 거예요...”“진혁 씨, 나 괜찮아. 미안해. 걱정했지?”초연의 얼굴이 창백하고 몸도 약해서,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것만 같았다.진혁은 박성준의 말에 눈에 띄게 안도했다.“무사해서 다행이야. 준희는 아직 어려서 네가 필요해.”진혁은 박성준을 보며 말했다.“문 과장을 제일 좋은 병실로 옮겨주고 잘 보살펴 줘요.”박성준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극진하게 보살필게요.”말을 마친 박성준은 싱긋 웃으며 병실을 떠났다.초연은 눈을 내리깔며 미소를 가렸다.“진혁 씨, 나 가족도 없고, 계속 진혁 씨를 오라고 할 수도 없는데... 혹시 심 선생님을 불러서 날 돌봐주게 하면 안 돼?”진혁의 눈이 일순 어두워졌다. 그걸 본 초연은 얼른 말을 덧붙였다.“다른 뜻은 없어. 난 정말 심 선생님과 잘 지내고 싶어서 그래. 심 선생님 실력도 좋으니까 믿음도 가고.”진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침묵했다.“진혁 씨, 설마 나를 못 믿어?”초연은 눈시울이 붉어졌다.“나 바보 아니야. 심 선생님이 나 싫어하는 거 알아. 하지만 나도 낙하산이라고 병원 동료들이 멀리하는 게 싫어.”“귀국하고 나서 준희 외에 친구라곤 나한테 진혁 씨뿐인데, 가는 곳마다 적을 만들 순 없잖아.”초연의 태도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마치 직장 관계를 위해 이담과 더 이상 싸우지 않겠다는 듯이.예전에는 초연이 말하기만 하면 진혁은 뭐든 들어줬다.하지만 이번에는 망설였다.초연은 점차 불안해졌다. 순간 진혁과 이담이 ‘야릇한’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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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이혼요?”하빈은 놀란 표정으로 굳어버렸다.“누나가 매형하고 이혼한대요? 저 때문에요?”“아니야!”이윤정은 아들 옆으로 다가가 말을 끊었다.“네 누나가 이혼하려고 하는 건 네 탓이 아니야. 하빈아,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자기 아들이 얼마나 충동적인지 이윤정은 잘 알고 있다.만약 이담이 진혁과 이혼하려는 진짜 이유를 알게 되면, 아들은 분명 진혁의 옆에 붙어 있는 ‘내연녀’를 괴롭힐 게 뻔했다.그때 가서 진혁의 심기를 건드리면, 온 집안에 무슨 재난이 닥칠지 몰랐다.이윤정도 딸을 아끼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하씨 가문은 심씨 가문이 일어설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다 이담이한테 힘을 실어줄 수 없는 내 탓이지...’“맞아. 네 누나는 복에 겨운 줄도 모르고 정신 나간 생각을 하는 거야. 하씨 가문에 시집간 게 얼마나 큰 복인데, 주제도 모르고 이혼하겠다고 하다니.”심민철은 끝까지 이담을 깎아내렸다. 마치 이담이 자신들의 고된 마음도 몰라주고 난처하게 했다는 듯이.하빈은 아버지의 말을 들으며 눈을 내리깔았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몰랐다.한편.아침 8시에 병원에 도착한 이담은, 오후가 되어서야 두개골 절개 수술을 끝냈다. 수술을 마치고 나온 그녀는 탈의실에서 수술복을 갈아은 뒤, 사물함을 열고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 화면에는 부재중 전화가 몇 통 떠 있었다.몇 개는 하빈이 걸어온 것이었고, 그중 하나는 진혁이 걸어온 것이었다.이담은 미간을 찌푸리고 하빈에게 전화를 걸며 탈의실을 나섰다.[누나! 아버지한테서 들었는데 매형이랑 이혼한다면서? 그게 사실이야?]핸드폰 너머에서 하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매형이 누나한테 뭐 잘못했지?]“아니야.”이담은 아픈 어깨를 주무르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냥 서로 맞지 않아서 이혼하고 싶은 것뿐이야.”하빈은 매사 충동적인 데다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무턱대고 행동하는 성격이라, 이담은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누나, 이혼하고 싶으면 해! 비록 부모님은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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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이담은 테이블에 놓인 인사이동 통보서를 확인하더니 얼굴이 어두워졌다.병원에서 주치의인 이담은 과장인 초연보다 직급은 한 단계 아래다. 하지만 주원식 병원장이 준 특권 덕에 다른 과장의 관할을 받은 적이 없었다.하지만 이번 통보서에는 병원장 주원식의 사인도 있었다. 보아하니 윗선에서 먼저 결정해서 통과된 게 틀림없었다.그리고 이럴 능력이 있는 사람은...진혁 말고는 아무도 없다.이담은 통보서를 꽉 그러쥐고 숨을 들이마셨다.“심 선생, 왜 그래? 설마 기분 나빠?”박성준은 콧방귀를 뀌었다. 일 년 전에 이담이 병원장의 주목을 받았을 때부터 그는 이담에게 불만을 품었다.병원에서 15년 동안 성실하게 일해왔는데, 고작 들어온 지 3년밖에 안 되는 피도 안 마른 계집한테 병원장의 주목을 빼앗겼으니, 질투에 눈이 멀 수밖에 없었다.처음에 박성준은 이담에게 배경이 있다고 생각했다.그때까지는 순순히 받아들였다.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초연이 진혁을 등에 업고 나타났다.그러다 나중에 진혁이 이담에게 불만이 많다는 걸 알고 난 뒤로, 박성준은 이담에 대한 불만과 경멸을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심이담, 네가 아무리 배경이 있어봤자 어쩔 건데? 그 사람이 하씨 가문보다 대단해?’이담은 통보서를 대충 훑고는 테이블 위에 던졌다.“제 기분까지 보고 드려야 하나요?”이담은 박성준을 지나 사무실로 돌아갔다.박성준은 이담의 뒷모습을 보며 콧방귀를 뀌었다.“예의 없는 계집 같으니라고. 언제까지 날뛰나 두고 보자고!”...늦은 밤, 이담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섰다.거실 불은 환하게 켜져 있었다.이담은 현관에 멈춰 서서 가운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남자는 금방 샤워하고 나온 것처럼 머리가 젖어 있었고, 하얀 조명 아래에서 물기는 반짝반짝 빛이 났다.남자는 고개를 숙이며 손목시계를 바라봤다.“지금 오는 거야?”이담은 신발을 갈아 신으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아침에 왜 전화 안 받았어?”“수술 있었어.”이담은 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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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이담은 어젯밤 손님방에서 잠을 취했다. 그 덕분인지 편하게 잘 수 있었다.이튿날 아침 식사 시간이 되어 식탁 앞에 앉고 나서야 이담은 진혁을 발견했다. 그는 어제 잠을 설친 듯 잘생기고 멀끔한 얼굴에 피곤함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준비한 음식을 들고나온 심계화는 이담이 여느 때처럼 먼저 일어나서 받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계속 가만히 앉아 있는 걸 보고 어리둥절했다.그제야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혹시 싸웠나?’진혁은 소매 단추를 채우며 아침상을 바라봤다. 지금껏 진혁이 그린힐에 머물 때면 이담은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상을 준비했다.하지만 지금은 뭔가 바뀌었다.이담이 오히려 진혁보다 더 늦게 일어났다.진혁은 천천히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이담을 바라봤다. 이담은 자기 앞에 놓인 음식을 먹느라 진혁을 없는 사람 취급했다. 그 모습을 본 진혁은 순간 짜증이 치밀어서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았다.“대표님, 혹시 아침에 맞지 않으세요?”심계화는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음식이 불합격이라고 돈을 깎는 건 아니겠지?’이담은 멈칫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입맛이 없어서요.”진혁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의자 등받이에 놓인 코트를 챙겨서 나갔다.할 말이 있는 듯 입을 뻐끔거리던 심계화는, 쾅 닫히는 문을 보고는 서러운 듯 고개를 돌렸다.“사모님, 혹... 혹시 오늘 아침이 맛없나요?”이담은 난감한 듯 고개를 저었다.“이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 사람이 입맛 없다고 한 건 아침 때문이 아니에요.”심계화는 머쓱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무던한 미소를 지었다.“그럼 다행이에요. 돈만 깎지 않으면 됐어요.”그러다가 뭔가 떠오른 듯 말을 이었다.“사모님, 제가 쓸데없는 참견을 하는 걸 수도 있지만 대표님은 사모님을 아끼세요. 그게 아니면 그렇게 화내지도 않을 거예요.”이담은 흠칫 놀랐다.‘진혁이 날 아낀다고?’이보다 더 웃긴 말은 없을 것이다.이담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이모님, 혹시... 잘못 보신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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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예의를 차리던 초연은 상위자라도 되는 듯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진혁이 그런 권한을 줬으니 잘 활용할 생각이었다.이담은 말없이 휴지를 꽉 움켜쥐면서도 표정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그럼 뭐 시키실 일이라도 있나요? 문 과장님?”초연은 팔짱을 끼고 자기 아들을 돌아봤다.준희는 엄마의 눈빛을 받자마자, 종종걸음으로 달려와서 애교를 부렸다.“엄마, 저 무스케이크 먹고 싶어요. 저 여자더러 사달라고 하면 안 돼요?”“그건...”초연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이담을 바라봤다.“심 선생님, 저 대신 심부름 좀 다녀와 줄래요? 저랑 진혁 씨 아들이 케이크를 먹고 싶다네요. 설마 곤란한 건 아니죠?”초연은 일부러 ‘저랑 진혁 씨 아들’이라는 글자를 강조했다.마치 이담이야말로 행복한 ‘세 가족’ 사이에 끼어든 남이라는 듯.아이러니하게도 초연은 하진혁의 부인인 이담 앞에서 그걸 자랑하고 있었다.하지만 진혁과 초연 사이에 사생아가 있는 걸 안 순간, 이담은 떠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때문에 초연이 아무리 시험하고 난처하게 굴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작 케이크가 뭐라고, 알았어요.”이담은 아무렇지 않게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별것도 아닌데, 어려울 거 없어요.”이 말을 마치자마자 이담은 사무실을 나왔다.초연은 떠나가는 이담의 뒷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이것 봐, 심이담. 결국엔 개처럼 내 심부름이나 하게 될 거면서.’한편 이담은 계단 입구에서 배달 앱을 켜더니, 디저트 가게에서 케이크 하나를 주문하고 유유히 자기 사무실로 돌아왔다....초연과 준희는 한참을 기다렸다. 그러던 그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혹시 문초연 씨가 누구시죠?”초연은 소파에 앉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데요...”“이건 아이 디저트 가게에서 주문한 케이크입니다.”“전 배달시킨 적 없는데요.”배달 기사는 배송 주소를 한 번 더 확인했다.“신경외과 과장 사무실이 맞는데요? 혹시 문초연 씨 아닌가요?”초연은 그제야 눈치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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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아이?’이담의 머릿속에 준희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그 모자에 관한 일을 제외하고 진혁이 이토록 이성을 잃는 모습은 모기 드물다.“내가 아이한테 무슨 짓을 했다고 그러시죠?”이담은 담담하게 웃었다.“하 대표님, 지금 무슨 말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요.”진혁은 이담의 손목을 확 낚아챘다.“케이크 사 온 거 너 아니야?”진혁이 힘 조절도 하지 않고 손목을 잡아당긴 탓에, 이담은 너무 아파서 표정이 일그러졌다.이담은 무의식적으로 버둥대면서 어느새 코끝이 붉어졌다.“케이크는 문초연이 사달라고 해서 산 건데 또 뭐?”진혁은 팔을 확 잡아당겼다. 그 힘을 못 이긴 이담이 진혁 쪽으로 몸이 기울면서 거리가 가까워졌다.“준희는 초콜릿 알레르기가 있어. 그 케이크 때문에 준희가 죽을 뻔한 거 알아?”이담은 아픈 손을 상관할 겨를도 없이 그대로 굳어버렸다.“문초연이 말해준 적 없어.”“아직도 거짓말이야?”진혁의 눈은 차갑게 식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이담을 목 졸라 죽일 듯 한 걸음씩 다가갔다.“문초연은 너한테 준희가 초콜릿 알레르기라는 걸 알려줬어. 아이 엄마가 설마 자기 아이가 무슨 알레르기인지 모를까?”이담은 연신 뒷걸음 쳤지만, 이내 등이 차가운 벽에 부딪치면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어졌다.진혁의 어둡고도 날카로운 눈빛은 칼날처럼 이담을 도려냈다.진혁은 초연의 말만 듣고 이담이 그런 짓을 했다고 확신했다. 그는 이담을 한 번도 믿은 적이 없었다.이담의 심장이 파르르 떨렸다.수많은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와 가슴을 꽉 막고 있어 너무나도 괴로웠다.이담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애써 해명했다.“하진혁... 문초연은 나한테 정말 알려준 적이 없어. 난 준희가 초콜릿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도 몰랐어. 그냥 어린애들은... 다 초콜릿을 좋아하는 줄 알고 그걸 고른 거야.”“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남자의 사형선고 같은 한마디에 이담은 할 말을 잃었다.저도 모르게 눈시울은 어느새 젖어 들었고, 마음은 돌멩이처럼 바다에 가라앉아 물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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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이담은 손끝을 힘껏 오므렸다. 그녀의 얼굴빛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고,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이담은 억울함을 참으며 눈시울을 붉혔다.“전 잘못한 거 없어요!”진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결국 이담을 풀어줬다.“그럼 계속 꿇어.”진혁은 1인용 소파에 여유롭게 앉아 이담을 바라봤다. 그는 이 정도 기다릴 인내심은 있었다.초연은 처참한 이담을 보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걱정하는 표정으로 진혁에게 다가가 착한 척 말했다.“진혁 씨, 심 선생님더러 이렇게 무릎 꿇게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자기가 원해서 꿇는 거야.”원해서...이담은 입을 오므릴 뿐 더 이상 쓸데없는 설명을 하고 싶지 않았다....이담은 그렇게 한 시간 넘게 무릎 꿇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진혁의 표정은 점점 복잡해지면서, 가슴은 왠지 모르게 답답해졌다.그때, 준희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초연은 금방 깎은 과일을 내려놓고 침대 옆으로 달려갔다.“준희야, 정신이 들어? 엄마 놀랐잖아!”아이가 정신을 차린 걸 보자 이담은 겨우 긴장을 풀었다.준희는 초연에게 안긴 자세로 진혁을 바라보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응. 아저씨 여기 있어.”진혁은 침대 옆에 앉아 아이의 손을 꼭 잡았다.“준희야, 아직도 불편해?”준희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저으려다가, 자기가 아프다고 말하면 아저씨가 더 오래 곁에 있어 줄 거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불편해요. 아저씨, 저랑 같이 있어 줄 수 있어요?”초연은 매우 만족스러웠다.‘역시 가르친 보람이 있네!’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초연은 겉으로 난색을 보였다.“진혁 씨, 준희도 알레르기 때문에 많이 놀란 모양이야. 그래서 더 귀찮게 하는 것 같아.”“괜찮아.”진혁은 아이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오늘은 준희 곁에 있을게.”“그래.”초연은 속으로 미소 짓더니 이담을 향해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이담은 준희를 자기 아이처럼 예뻐하는 진혁을 보면서 마음이 흔들렸다.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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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진혁은 더 이상 머물지 않고 병실을 나섰다.초연은 주먹을 꽉 쥔 채 진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분명히 아이 곁에 있어 주겠다고 했으면서!’‘설마 또 그 여자 때문은 아니겠지?’‘아니야, 아닐 거야.’‘진혁 씨는 우리 모자 편이야. 방금도 우리를 감싸고 돌았잖아. 우리 감정이 10년이나 유지됐는데, 내가 고작 6년 떠났다고 변할 리 없어.’초연은 진혁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진혁은 여자를 안 만날지언정, 아무 여자나 막 만나는 사람이 절대 아니다. 함부로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사람도 아니다.초연은 이렇게 자기를 위로했다. 뭐가 됐든, 방금 진혁이 자기 모자를 싸고도는 모습을 보여줬으니, 진혁의 마음속에 아직도 자기가 있다고 확신했다.‘고작 노리개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어.’한편.이담은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바지를 걷어 올렸다. 무릎은 이미 퍼랗게 멍이 들어 있었고, 바닥의 무늬대로 자국이 나 있었다.그때 사무실 문이 갑자기 열리자 이담은 무의식적으로 바지를 내렸다.“누나, 무릎은 왜 그래?”하빈은 도시락을 들고 들어왔다가 마침 그 모습을 보고 말았다.이담이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하빈은 도시락을 테이블에 올려놓더니 이담의 이마에 난 상처를 보고 버럭 화를 냈다.“제기랄. 누가 이랬어?”하빈이 당장이라도 그 사람을 찾아가 싸울 기세를 보이자, 이담은 얼른 그를 잡아당겼다.“내가 넘어진 거야.”“누나 나이가 몇 살인데 넘어져?”하빈이 믿지 않자, 이담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병원 복도는 매일 소독해야 해서 걸레질하거든. 정말 실수로 넘어진 거야. 왜? 계단이랑 싸우기라도 하게?”하빈은 순간 말문이 막혀 입을 삐죽거리더니 의자에 앉았다.이담은 얼른 테이블에 놓인 도시락을 보고 물었다.“뭐 가져왔어?”“아. 엄마가 삼계탕을 끓였거든. 나더러 누나 것도 챙겨 주라고 해서 가져왔어.”하빈은 보온병을 열어 이담의 앞으로 밀었다. 삼계탕은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이담은 테이블에 놓인 삼계탕을 보며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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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진혁은 이담의 모습을 보자마자 피하려고 했지만, 그가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듯한 이담의 말을 듣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진혁은 한 걸음씩 이담에게 다가가며 노골적으로 그녀의 몸을 훑었다.“여긴 내 집이야. 내가 언제 돌아오고 싶으면 언제 돌아오는 거지.”이담은 무의식적으로 남자를 피했다. 하지만 남자는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하얀 피부에 달라붙은 이담의 축축한 머릿결은 야릇한 분위기를 냈고, 깨끗한 눈동자는 물기에 젖어 보는 사람을 설레게 했다.짙은 갈색을 띤 눈물점은 이담의 눈을 예쁘게 장식해서, 매력을 한 층 더해주었다.진혁은 뜨거운 손가락으로 이담의 눈물점을 문지르며 울대가 꿀렁거렸다. ‘손을 안 댄 지 벌써 몇 달이네.’남자의 뜨거운 눈빛을 이담은 너무 잘 알았기에, 허둥지둥 밀어냈다.“그거 다 썼어.”“사 왔어.”진혁의 목소리는 낮게 잠겨 있었다. 그는 커다란 손으로 이담의 허리를 움켜잡더니 고개를 이담의 목덜미에 파묻었다.갑자기 분위기를 잡는 진혁의 모습에 이담은 흠칫 놀랐다.이담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남자는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곧이어 침대 시트가 푹 꺼지더니, 진혁이 이담을 두 팔 사이에 가뒀다. 남자의 체온은 달궈진 강철처럼 뜨거웠고, 손길이 닿는 곳마다 따라서 뜨거워 났다.그 순간 이담은 저도 모르게 진혁과 처음 잠자리한 날을 떠올렸다.그때 이담은 처음이었다.하지만 진혁은 그녀를 다정하게 대하기는커녕, 걸레처럼 마음대로 주무르며 육체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트라우마만 안겨줬다.그날 이후, 이담은 진혁과 잠자리를 가지는 걸 배척하지 않았다.이담은 진혁을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한 맞춰주려고 했다. 이담은 진혁의 마음을 얻으려고 스스로 성욕을 푸는 도구로 전락한 것이다.하지만 지금...진혁이 처음으로 애무했다.‘이건 대체 뭐지?’이담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일순 뜨거운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담은 진혁에게 협조하지도 거절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몸은 자연스럽게 진혁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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