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Chapter 51 - Chapter 60

100 Chapters

제51화

“진혁 씨, 오늘 간호 침대를 다른 병실로 옮겨갔는데, 나랑 같은 침대 쓸래?”초연은 진혁의 대답도 듣지 않고 용기를 내어 그의 코트를 벗겼다.초연은 진혁을 오랫동안 탐했다.두 사람이 갓 성인이 되었을 때, 초연은 벌써 진혁을 원했다. 심지어 진혁과 침대에서 뒹구는 걸 기대했다.하지만 그때 진혁은 초연을 건드리기조차 아까워했다. 그러지만 않았어도 초연은 그 사람을 찾아가지도 임신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내가 바보였지.’‘어떻게 진혁 씨처럼 좋은 남자를 두고 그런 사람을 찾아갈 수 있었지?’세 번째 단추가 풀렸을 때, 진혁이 초연의 손을 잡았다.초연은 흠칫 놀라더니 이내 얼굴을 붉혔다.“진혁 씨...”하지만 진혁은 말없이 초연의 손을 떼어냈다.그 순간 초연의 미소는 그대로 굳어버렸다.“우리 이러는 건 아닌 것 같아.”진혁은 천천히 단추를 잠그며 일어섰다.“준희도 잠들었으니 이만 가 볼게.”초연이 반응할 새도 없이 진혁은 병실을 나섰다.초연은 일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잿빛이 되었다.그 순간 이담에 대한 질투가 초연의 마음속에서 더 커졌다....다음 날, 초연은 새로운 단톡방을 만들고 같은 과에 있는 간호사와 의사들한테 모두 통지를 넣었다. 그중에 유독 이담만은 빠져 있었다. 때문에 아침 9시에 열린 중요한 회의에 이담은 지각하고 말았다.박성준은 한창 얘기하다가 늦게 도착한 이담을 보자마자 준비했던 말을 꺼냈다.“심 선생, 너무 바빠서 통지 볼 시간도 없었나 봐? 아침 9시에 회의 있는 것도 몰랐어? 아무리 주원식 병원장이 싸고돈다 해도, 이렇게 병원 규칙을 무시해도 되는 거야? 병원이 심 선생 거라도 돼?”박성준의 말에 옆에 있던 다른 임원들마저 언짢은 표정을 지었고, 아래에 앉아 있던 다른 의사와 간호사들도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았다.이담은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그러자 박성준의 얼굴은 순간 어두워졌다.“심 선생, 내가 지금 말하고 있잖아! 그게 무슨 태도지?”‘임원들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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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박성준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는 이담이 정말 핑계를 댈 뿐만 아니라 이렇게 따지고 들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이렇게까지 말하자 몇몇 임원들은 곧바로 눈치챘다.다만 이런 식의 ‘직장 따돌림’은 임원들 눈에 별것도 아닌 사소한 일이었다. 게다가 자기 이익을 건드린 것도 아닌지라, 임원들은 모른 척 눈감았다.몰래 주먹을 쥔 초연은 입술을 깨물면서 얼른 입을 열었다.“제가 실수했네요. 미안해요, 심 선생님. 회의 끝나자마자 채팅방에 초대할게요.”이담은 고개를 끄덕이며 오히려 고맙다는 듯 받아들였다.“그럼 부탁할게요, 문 과장님.”초연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다음 순간 그녀의 눈빛은 점점 어두워졌다.회의는 한 시간 뒤 끝났다. 이담은 사무실에 돌아와 초연이 채팅방에 초대하기를 기다렸지만, 끝내 아무런 소식도 받지 못했다.이담은 핸드폰을 한 번 확인한 뒤 더 이상 거들떠보지도 않고, 전근할 때 필요한 보고서를 정리했다.그때 이담의 핸드폰이 울렸다.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어머니 이윤정이었다.이담은 잠시 망설이다가 수신 버튼을 눌렀다.“무슨 일이세요?”[이담아, 오늘 오후 시간 있어? 엄마가 너랑 얘기 좀 하고 싶어서 그래.]이담은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알았어요.”...그날 오후, 이담은 약속했던 레스토랑에 도착했다.이윤정은 이담을 보자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이담아, 뭐 먹을래? 엄마가 주문해 줄게.”이담은 거절하려다가 말을 바꿨다.“아무거나 상관없어요. 가리는 거 없어요.”이담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았다면, 이윤정도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았을 거다.이윤정도 흠칫 놀라더니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할 말 있으면 하세요.”이담은 어머니가 자기한테 부탁이 있다는 걸 알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윤정은 눈을 내리깔며 천천히 말했다.“이담아, 엄마도 네가 결혼 생활하면서 서러운 일 많이 겪은 거 알아. 하지만 이혼하는 것만은 하빈이가 공무원 시험 합격하고 나서 얘기하면 안 될까?”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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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그날 밤 진혁은 이담과 안 좋게 헤어지고 난 뒤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다만 일주일 뒤면 할머니의 생신이었다.임순자는 이담에게 문자를 보내 회장님이 이담과 진혁이 함께 참석하라고 했다고 말뚝을 받았다.이담은 진혁과 정식으로 이혼한 게 아닌지라, 아직 하씨 가문 며느리다. 때문에 집안 어르신의 생일잔치에 무조건 참석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임순자의 문자에 답장을 한 이담은 한참 머뭇거리다가 진혁에게 문자를 보냈다.[할머니께서 생일잔치 때 같이 오래.]하지만 10분이 지나도록 상대방은 문자 한 통 없었다.한편, 초연은 지연과 함께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마동순의 선물을 고르고 있었다.“초연 언니, 역시 언니는 안목이 좋네요. 언니가 고른 선물은 우리 할머니가 무조건 좋아할 거예요!”지연은 초연의 팔짱을 끼고 환하게 웃었다.지연과 초연은 알고 지낸 지 10년이다. 게다가 초연이 바로 사촌 오빠가 지금껏 잊지 못한 첫사랑이라는 걸 알기에, 지연의 마음속에 초연은 여신 같은 존재였다.초연은 눈을 내리깔며 싱긋 웃었다.“그래? 하지만... 이 선물을 내가 골랐다는 걸 알면, 할머니께서 싫어하실 거야”어쨌든 그때 초연과 진혁을 갈라놓은 사람이 바로 마동순이니까.그렇지 않았다면, 초연은 진작 하씨 가문 사모님이 되었을 것이다.“그건 심... 어, 할머니가 남의 말만 듣고 언니를 오해해서 언니와 오빠를 억지로 갈라놓은 거예요!”말실수를 할 뻔했던 지연이 얼른 무마하며 자신만만하게 가슴을 두드리며 다짐했다.“걱정하지 마요. 제 마음속에 새언니는 언니뿐이에요. 제가 있는 한 할머니의 동의를 꼭 받아낼 수 있을 거예요.”초연은 싱긋 웃었다.하지만 고개를 돌리는 순간 미소는 싹 사라졌다.‘방금 뭘 말하려고 했지?’‘심?’‘설마 심이담을 말하는 건가?’지연과 함께 선물을 다 고른 초연은 먼저 병원으로 돌아왔다. 자기 사무실로 가던 그녀는 이담의 사무실을 지나다가 잠깐 멈춰 섰다.초연은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간호사실로 가 한 간호사에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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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이담은 연청색 드레스에 머리를 높게 얹은 뒤 옅은 화장을 했다.시어머니인 이만옥 옆에서 예의 있게 손님들을 맞이하는 이담의 모습은 예의 바르고 단아했다.이런 규칙들은 이담이 하씨 가문에 시집오고 나서 마동순이 세운 것이다.그때 이담은 ‘하씨 가문 며느리는 절대 하씨 가문 얼굴에 먹칠해서는 안 된다’는 마동순의 말을 듣고, 반년 동안 예절을 배우고 2년 동안 악기와 서화를 배웠다. 마동순은 비록 엄격했지만, 이담에게 많은 것을 가르쳤다.이만옥은 손님을 접대하고 나서 이담을 돌아봤다.“진혁이는? 할머니 생신인데 왜 아직도 안 왔어?”이담은 솔직히 말했다.“문자를 했는데 답장을 받지 못했어요.”“쓸모없는 것. 자기 남편 마음 하나 못 잡아서는. 이럴 거면 얼른 이혼해!”이만옥은 그 말을 내던지고는 마동순에게로 다가갔다.그 자리에 한참 서 있다가 샴페인 잔을 내려놓은 이담이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명문가 자제들에 둘러싸인 채 등장하는 진혁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남자는 옅은 색 계열의 캐주얼한 양복을 입고 있었다. 예전에 자주 입던 짙은 색 정장은 틀에 박히고 딱딱해 보였다면, 오늘의 모습은 오히려 소탈하고 우아한 부잣집 귀공자 같았다.진혁은 할머니 옆으로 걸어가 손을 뻗어 부축했다.“할머니, 늦어서 죄송해요.”“그래. 네놈이 온 게 오히려 더 의외구나.”마동순은 천천히 이담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가 뭐라 말하지 않아도 이담은 이내 뜻을 알아차리고 마동순에게 다가가 인사했다.“할머니.”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담이 하씨 가문 며느리라는 걸 알고 있다. 하씨 가문에서 두 사람의 결혼을 공개하지 않은 것뿐이라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는 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마동순은 이담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너 예전부터 미토콘드리아 표적화 프로젝트를 따내고 싶어 했잖아. 내가 동의할 테니 마음껏 해 봐.”이담은 놀란 눈으로 마동순을 바라봤다.사실 이담뿐만 아니라 이만옥과 진혁마저 놀랐다.“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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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마동순은 허허 웃으며 선물을 받아 들었다.“애썼구나.”“얼른 풀어보세요!”지연은 애교 부리며 재촉했다.마동순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그 자리에서 선물을 뜯었다. 선물 상자 안에는 기름진 광택이 도는 백옥 관음상이 누워 있었다.그걸 본 하동민의 아내 허미란이 얼른 칭찬했다.“어머니, 어머니가 부처님과 관음보살을 좋아하시는 걸 알고 지연이가 특별히 이날을 위해 준비했어요.”이만옥은 허미란을 한번 째려봤다. 그녀는 학자 가문 출신인 동서 역시 가식적이라고 싫어했다.이런 입에 발린 아첨을 떨어대는 사람은 둘째 동서뿐이었다.두 사람 사이에 선 이담은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고 입을 꾹 다물었다.이담은 마동순의 슬하에 두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첫째 하동규는 외교관인데, 하 회장님이 생전에 가장 예뻐하는 장남인 데다 하진혁의 아버지기도 하다.둘째 하동민은 장남보다 능력이 살짝 딸리지만 현재는 마동순이 창립한 운산 메디컬에서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와 허미란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 바로 하지연이다.마동순은 관음상을 상자에 고이 내려놓았다.“마음을 썼구나.”“헤헤. 이거 사실 초연 언니가 골라준 거예요!”지연은 할머니 앞에서 초연을 위해 점수 좀 따보려고 한 거였는데, 웬걸? 오히려 마동순의 지뢰를 밟고 말았다.허미란과 하동민은 그 이름을 듣자마자 하마터면 화가 뻗쳐 넘어갈 뻔했다.마동순은 감정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다시 물었다.“누가 골랐다고?”지연은 입을 약간 오므리고 마동순의 팔짱을 끼더니, 할머니의 태도를 바꾸려고 초연의 칭찬을 늘어놓았다.“할머니, 그때 할머니께서 초연 언니를 오해하셨어요. 초연 언니는 누구처럼 돈 때문에 오빠한테 접근한 적이 없어요.”지연은 은근히 이담을 깎아내리고는 우쭐한 듯 턱을 살짝 쳐들었다.그 모습에 이담은 웃음이 나왔다.만약 그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면, 아마 소리 내어 웃었을지도 모른다.마동순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하동민이 딸을 잡아당기며 버럭 소리쳤다.“이 계집이 어느 안전이라고!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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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지연은 순간 멍해졌다.예전에 자신이 이담을 비웃고 괴롭힐 때 진혁은 한 번도 끼어든 적이 없었고, 이담의 편에 선 적도 없었다.‘그런데 이번에는 왜 이렇지?’이담 역시 침묵했다. 그녀는 진혁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뺨을 맞은 지연은 드디어 얌전해져서 더 이상 함부로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담을 볼 때마다 눈빛은 마치 그녀를 산 채로 벗겨버릴 듯 날카롭게 변했다.이담은 지연을 신경 쓰기 귀찮았다. 할머니의 생일잔치가 아닌 다른 식구 생일 잔치였다면 오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몇몇 귀부인들이 먼저 이담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담은 당연히 소홀이 할 수 없어서 귀부인들을 한 명씩 상대하며 술도 적지 않게 마셨다. 연회가 거의 끝나가니 이담은 더 이상 참한 며느리 흉내도 내고 싶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이담은 오직 집에 가고 싶었다.이담은 위층으로 올라가 침실 쪽으로 걸어갔다.문을 연 순간, 누군가 갑자기 팔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이담은 몸을 비틀거리며 남자의 품에 넘어졌다.“하... 읍!”진혁이 고개를 숙여 이담에게 입 맞췄다.이담은 눈동자가 움츠러들며 그대로 굳어버렸다. 남자의 숨결은 예전보다 더 뜨거웠고, 옷을 사이에 두고도 남자의 예민해진 상태를 느낄 수 있었다.이담은 너무 놀라 번쩍 정신을 차리더니 진혁을 밀어냈다.“하진혁, 내가 누군지 똑똑히 봐. 나야...”그때, 문밖에서 찰칵하는 자물쇠 소리가 들렸다.이담은 그대로 굳어버렸다.‘누구지?’‘할머니인가? 아니면 어머니?’하지만 시어머니는 늘 이담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누구보다도 며느리를 바꾸기를 원했으니 이럴 이유가 없었다.이담이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진혁은 당장 그녀를 잡아먹으려고 달려들었다.이담은 우왕좌왕하며 몸부림쳤다.“하진혁...”하지만 가장 원하지 않던 일이 결국 일어났다.진혁은 이담의 마음은 아랑곳하지도 않은 채 마치 이성을 잃은 짐승처럼 끝없이 그녀를 탐했다....이담은 언제 의식을 잃었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깨어났을 때, 걱정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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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진혁이 이담이 묵은 침실에 도착했을 때, 이담은 약을 먹고 있었다.이담은 진혁이 갑자기 나타날 줄 몰랐기에 얼른 약병을 숨겼다.남자는 앞으로 다가가 이담의 손목을 낚아채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봤다.“뭘 그렇게 숨겨?”이담은 너무 아파 바르작거리며 숨을 들이켰다.“이거 놔.”“네가 나한테 약을 탔어?”남자의 질문에 이담의 마음은 산산조각 났다. 하지만 그녀는 애써 웃음을 쥐어짜며 말했다.“하진혁, 지금 내가 약을 탔다고 의심하는 거야? 내가 마조히스트도 아니고, 미쳤다고 그런 짓을 하게?”진혁은 사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는 이담이 약을 탔다고 의심한 적 없다. 다만 이담의 강경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누가 알아? 내 아이를 갖고 싶어 수작을 부렸을지.”남자의 가벼운 태도는 사람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이담은 마침내 손바닥을 펴며 피임약 한 병을 보여주었다.“미안하지만 그럴 리는 없어.”진혁은 ‘피임’이라는 두 글자를 보자마자 이성을 잃고 눈이 뻘게졌다. 그는 손에 힘을 더 꽉 주면서 한 글자씩 뱉어냈다.“독한 것.”진혁은 결국 이담을 놓아주고 나서 문을 쾅 닫고 떠나갔다.계단 옆에 숨어있던 지연은 어두운 얼굴로 떠나는 진혁을 보자 속으로 의기양양했다.‘심이담은 지금쯤 방에 숨어 울고 있겠지?’‘쌤통이야. 그러게 누가 우리 오빠한테 계속 달라 붙으래? 이건 네 벌이야.’...이담은 본가 저택에서 하룻밤 지내고 다음 날 바로 할머니께 작별 인사를 드렸다.마동순은 임순자가 따라주는 차를 받으며 다른 손으로 묵주를 빙빙 돌렸다.“정말 진혁이랑 이혼하려고?”“할머니, 제 마음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설사 어제 그런 일을 겪었고 누가 진혁한테 약을 탄 건지는 알 수 없다 해도, 이담이 이혼하려는 결정은 변함이 없었다.마동순은 이담이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걸 보고는 더 이상 설득하지 않았다.마동순의 선실에서 나온 이담은 복도 모퉁이를 돌다 지연과 마주쳤다.이담은 그저 못 본 척 지나치려고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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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이담과 진혁은 앞뒤로 나란히 집에 들어섰다. 먼저 방에 들어선 이담은 등 뒤에서 신발을 갈아 신는 진혁을 신경 쓰지 않고 먼저 침실로 향했다.그녀는 곧장 드레스룸으로 향해 갈아입을 옷가지를 챙긴 뒤 손님방으로 향했다.주방에서 물을 따르던 진혁은 그 모습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음 순간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려왔다.남자는 손에 있는 컵을 꽉 쥐면서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언제부터 나를 저렇게 경계했지?’그때, 진혁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확인해 봤더니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주원식 병원장이었다....반나절 휴가를 냈던 이담은 오후가 되어서야 병원에 도착했다.이담이 병동에 발을 들인 순간, 중년 여성 한 명이 그녀를 향해 달려오더니 대뜸 뺨을 후려갈겼다.여자는 사람들이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이담의 멱살을 잡으면서 버럭 소리쳤다.“이 빌어먹을 년. 어디서 감히 내 남편한테 꼬리 쳐?”“저기요, 여사님. 뭔가 오해가 있는 거 아니에요?”이담은 여자를 밀어내며 말했다.“전 여사님 남편을 본 적도 없는데, 누가 절 모함하라고 시키던가요?”중년 여성은 남자 사진을 꺼내 이담의 얼굴 앞에 갖다 댔다.“박성준이 내 남편이야! 내 남편도 이 병원 다니는데, 모른다고 할 거야?”이담은 흠칫 놀라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박 과장님이요?”“어쩐지 우리 남편이 하루가 멀다 하게 외박한다 했더니, 너 때문이었네!”중년 여성은 말하는 동시에 이담에게 손찌검하려고 손을 쳐들었다. 그때 경호원들이 달려와 얼른 여자를 막았다.초연과 박성준이 마침 그때 나타났다.“여보!”박성준은 얼른 중년 여성 곁으로 달려가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중년 여성은 두말없이 박성준의 귀를 잡아당겼다.“왜? 저 계집을 싸고 돌려는 거야?”“아니야. 그럴 리가. 싸고 돌다니!”박성준은 중년 여성을 끌어안으며 이담을 가리켰다.“저 여자가 날 꼬신 거야. 그게 아니라면 난 저 여자를 보는 체도 하지 않았을 거야.”이담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머리가 징징 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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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박성준의 안색은 약간 어두워졌다.“심 선생 명성은 더러워져도 상관없을지 몰라도, 병원은 그런 거 용납 못 해!”“병원 명성을 생각한다는 분이 이러세요? 전 또 이 병원이 박 과장님 거라서 이런 쇼를 벌이는 줄 알았잖아요.”“이...”“이게 어디서! 아직도 발뺌이야?”박성준의 아내 한경미는 이담에게 삿대질하며 소리쳤다.“네가 우리 남편한테 꼬리친 게 아니면, 입사 자료에 적힌 기혼은 뭔데? 내가 우리 남편한테서 다 들었거든. 그 남편이 바로 우리 남편을 가리키는 거라면서?” “그런데 사람들한테 네가 내연녀라는 걸 들키기 싫어서 유부녀인 척 기혼이라고 적은 거잖아!”이담을 아는 사람들은 이담의 기혼 사실을 다 알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이담의 남편을 본 적 없다.그런데 박성준의 아내가 갑자기 튀어나와 혼란을 주자, 일부 사람들은 진짜로 믿었다.“너무 충격적이네요. 심 선생님은 대체 박 과장님 어디를 보고 좋아한 거래요?”“평소에 얌전해 보이던데, 이런 사람일 줄이야.”뒤에서 수군대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초연은 몰래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어디 진혁 씨가 말할 용기가 있나 보자고!’이담이 진혁을 내세우든 내세우지 않든 내연녀라는 오명을 벗을 수는 없다.이담은 초연을 보자마자 이 쇼가 초연이 주도한 것이라는 걸 더 확신했다.“제가 결혼한 건 맞지만 박 과장님과는 아무 사이도 없어요. 전 박 과장님 개인 번호도 없거든요. 설마 바람을 피우면서 병원 전화로 바람피우는 사람도 있나요?’박성준은 당황한 나머지 초연을 바라봤다.개인 번호에 관한 건 자신도 모르는 일이다.초연은 억지 미소를 지었다.“심 선생님, 바람을 피운다고 꼭 상대 전화번호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하지만 전 박 과장님 카톡도 추가한 적 없어요.”“지워버린 걸 지 누가 알아요?”“지금 제가 박 과장님 사모님이 쳐들어올 줄 알고 미리 연락처를 지우기라도 했다는 거예요?”초연의 표정은 또 굳어졌다.사람들도 그 말에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이담의 말은 확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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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진혁이 예상을 깨고 갑자기 입을 열었다.초연은 흠칫 놀라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진혁의 표정을 관찰했다. 다만 진혁의 표정은 평온해 보였고,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한경미는 생각 없이 말을 내뱉었다.“이 여자가 제 남편한테 꼬리쳤어요!”진혁은 내색하지 않았지만 눈빛이 어두워졌다.박성준은 머쓱한 듯 진혁 옆에 다가갔다.“하 대표님, 이런 모습을 보여서 죄송해요. 이건 우리의 개인적인 일이니 제가 반드시 잘 처리할게요.”박성준은 이담을 끌고 가려고 손을 내뻗었다.진혁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담을 응시했다.“박 과장님한테 꼬리쳤다고요?”이담의 입가에 냉소가 번졌다.“같은 사무실에 있었던 게 꼬신 거라면, 박 과장님과 문 과장님은 저보다 더 가까이 지냈는데, 더 의심스러운 거 아닌가요?”박성주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심이담, 그게 무슨 헛소리야? 문 과장님은 하 대표님 여자 친구인데, 문 과장님이 너처럼 부끄러움도 모를 것 같아?”“문 과장님이 정말 하 대표님 여자 친구예요?”이담은 고개를 쳐들고 진혁을 바라봤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 모습에 넋을 잃었다.“무슨 상황이죠? 심 선생님이 지금 하 대표님을 의심한 거예요?”“두 분 대체 무슨 사이래요?”“그럴 리가요. 제가 들은 게 있는데, 하 대표님 여자 친구는 문 과장님이랬어요. 그 소식이 잘못됐을 리 없어요...”초연은 입술을 깨물며 이담을 원망하듯 노려봤다.그녀는 진혁과 관계가 모호한 데다, 진혁은 한 번도 명확한 답변을 준 적이 없었다. 만약 여기서 진혁이 부인한다면, 초연은 망신을 당하게 될 게 뻔하다.초연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서 진혁의 소매를 잡아당겼다.“진혁 씨, 미안해. 심 선생님이 우리 사이를 오해했나 봐...”“뭘 오해했다는 거야?”진혁은 덤덤한 말투로 초연의 말을 자르며 시선은 여전히 이담을 향해 있었다.“우리 사이가 남들이 오해할까 봐 걱정해야 할 사이야?”그 말은 마치 이담에게 뜻을 표명하는 것 같았다. 진혁과 초연의 몇 년 간의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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