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 진혁은 권은석 부녀와 함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식사 내내 유담은 진혁에게 호감을 드러냈다. 그런 유담의 마음은 옆에서 서빙하던 직원들에게도 훤하게 보일 정도였다.그 모습을 눈치 챈 권은석이 스테이크를 썰던 손을 멈추며 미간을 찌푸렸다.“유담아, 이러면 못쓴다.”“알았어요, 아빠!”유담은 눈을 깜빡이며 일부러 더 애교를 부렸다.권은석은 애써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순간 얼굴에 스친 못마땅한 기색까지 감추지는 못했다.‘정말 이 아이가 미영이 딸이 맞는 걸까?’와인잔을 가볍게 흔들면서 진혁이 입을 열었다.“권 회장님, 식사가 입에 안 맞으십니까?”권은석이 미간을 펴며 대답했다.“그런 건 아닙니다.”권은석은 진혁과 가볍게 잔을 부딪친 뒤 말을 이었다.“하 대표님께서 강성시 성운 테크와 협력 프로젝트를 따내셨다고 들었습니다. 강성시에 지사도 세울 계획이라면서요?”진혁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제 아내가 강성시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부부 사이에도 좋을 게 없어서요.”유담은 손에 쥔 나이프와 포크를 꽉 움켜쥐었지만 이내 비꼬듯 웃으면서 대화에 끼어들었다.“사모님은 이혼하겠다고 하셨잖아요?”“유담아!”놀란 표정으로 바라보는 권은석에게 유담이 쏘아붙였다.“아빠, 제가 한 말은 사실이에요.”“그 여자는 하 대표님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돈만 보고 결혼한 거예요.”와인잔을 움켜쥔 손에 힘을 주면서, 권은석은 애써 화를 참고 입을 열었다.“그건 어디까지나 두 사람 문제다.”진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자신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는지 유담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눈웃음을 쳤다.“하 대표님, 세상에 좋은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꼭 그런 여자를 붙잡고 계세요?”잠시 말을 멈춘 뒤 웃으며 덧붙였다.“목숨을 구해준 은혜는 평생 갚아야 한다는 말도 있잖아요.”“안 그래요?”옆에서 지켜보던 직원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미묘해졌다.염치없는 사람은 많이 봤지만 이 정도는 처음이었다.‘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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