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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331 - チャプター 340

374 チャプター

제331화

한참 동안 차창 밖을 바라보기만 할 뿐 이담은 좀처럼 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곁에 있던 진혁이 고개를 돌리면서 물었다.“안에 안 들어가 볼 거야?”시선을 거둔 이담이 담담히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 이제 저긴 내 집이 아니니까.”“그래도 어릴 때부터 자란 곳이잖아.”“사람들은 다 떠나고 빈집만 남았는데, 이제 와서 무슨 미련이 있겠어.”말없이 바라보던 진혁이 입을 열었다.“그럼 하빈은? 동생한테도 미련이 없어?”말문이 막혔던 이담이 이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꾸했다.“지금 얘기하는 건 집이잖아.”진혁이 가볍게 웃으며 손끝으로 이담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하빈이 몸이 다 나아서 경성시로 돌아오면, 양부모의 집도 다시 제 주인을 찾는 셈이야.” “게다가 심씨 집안 사람들도 더 이상 집을 빼앗으려고 찾아오진 않을 거야.”멈칫하며 그를 돌아보면서 이담이 물었다.“그 사람들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진혁이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자, 안나가 대신 입을 열었다.“큰아버님 내외가 운영하시던 제철소가 망한 뒤로 큰아버님은 도박 빚 때문에 사채까지 쓰셨어요.” “큰어머님은 지금 이혼하겠다고 난리라, 다른 일에 신경 쓸 여유도 없답니다.”눈을 내리깔고 입술을 살짝 깨문 이담이 한참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예전에 우리 아버지가 당신한테 4억을 빌렸던 일, 기억해?”결혼반지를 매만지던 손을 멈춘 진혁이 마른침을 삼키면서 대답했다.“기억하지...”“그때 큰아버지가 도박으로 큰 빚을 지고도 큰어머니한테는 말도 못 했어.” “결국 우리 아버지를 찾아와 4억을 빌려 달라고 했지. 난 그 돈이 너한테서 나온 돈인 줄은 꿈에도 몰랐어.”진혁은 얼굴이 굳어지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 4억 때문에 넌 날 권력과 돈을 보고 네 침대로 기어오른 여자로 봤잖아.”이담은 마치 남의 일을 말하듯 담담한 얼굴이었다.“그때 네가 그랬지. 우리 심씨 집안은 하나같이 탐욕스럽고 역겹다고...”“그만해.”무겁게 가라앉은 진혁의 숨소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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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저녁 무렵, 진혁은 권은석 부녀와 함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식사 내내 유담은 진혁에게 호감을 드러냈다. 그런 유담의 마음은 옆에서 서빙하던 직원들에게도 훤하게 보일 정도였다.그 모습을 눈치 챈 권은석이 스테이크를 썰던 손을 멈추며 미간을 찌푸렸다.“유담아, 이러면 못쓴다.”“알았어요, 아빠!”유담은 눈을 깜빡이며 일부러 더 애교를 부렸다.권은석은 애써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순간 얼굴에 스친 못마땅한 기색까지 감추지는 못했다.‘정말 이 아이가 미영이 딸이 맞는 걸까?’와인잔을 가볍게 흔들면서 진혁이 입을 열었다.“권 회장님, 식사가 입에 안 맞으십니까?”권은석이 미간을 펴며 대답했다.“그런 건 아닙니다.”권은석은 진혁과 가볍게 잔을 부딪친 뒤 말을 이었다.“하 대표님께서 강성시 성운 테크와 협력 프로젝트를 따내셨다고 들었습니다. 강성시에 지사도 세울 계획이라면서요?”진혁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제 아내가 강성시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부부 사이에도 좋을 게 없어서요.”유담은 손에 쥔 나이프와 포크를 꽉 움켜쥐었지만 이내 비꼬듯 웃으면서 대화에 끼어들었다.“사모님은 이혼하겠다고 하셨잖아요?”“유담아!”놀란 표정으로 바라보는 권은석에게 유담이 쏘아붙였다.“아빠, 제가 한 말은 사실이에요.”“그 여자는 하 대표님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돈만 보고 결혼한 거예요.”와인잔을 움켜쥔 손에 힘을 주면서, 권은석은 애써 화를 참고 입을 열었다.“그건 어디까지나 두 사람 문제다.”진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자신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는지 유담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눈웃음을 쳤다.“하 대표님, 세상에 좋은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꼭 그런 여자를 붙잡고 계세요?”잠시 말을 멈춘 뒤 웃으며 덧붙였다.“목숨을 구해준 은혜는 평생 갚아야 한다는 말도 있잖아요.”“안 그래요?”옆에서 지켜보던 직원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미묘해졌다.염치없는 사람은 많이 봤지만 이 정도는 처음이었다.‘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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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진혁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손끝으로 식탁을 가볍게 두드렸다.“송 여사가 줄곧 사람을 붙여서 제 아내를 감시하고 있더군요.”“그저 심씨 집안의 양녀인 제 아내를 그 정도로 신경 쓰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권은석이 눈살을 찌푸렸다.“아내분을 감시했다고요?”“오늘 아침 회장님도 보셨을 겁니다.”와인잔을 내려놓은 진혁이 천천히 눈을 들었다.“제 아내가 사모님과 많이 닮지 않았습니까?”권은석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그날 저녁 식사 이후, 권은석은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유담의 외출을 금지시켰다.곧바로 예절 교사까지 붙여 처음부터 다시 예절을 배우게 했다.평소와 다른 아버지의 태도를 눈치챈 은호는 비서를 불러 이유를 물었다.비서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저도 자세한 건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에 회장님께서 아가씨에게 크게 화를 내셨는데, 아마 아가씨께서 무슨 실수를 하신 것 같습니다.”은호는 소파에 앉았다.유담이 이담을 험담했다는 강준의 말이 떠오르자 표정이 차갑게 굳어졌다.“이참에 교육을 제대로 받아야겠네요.”다음 날.세수를 마친 이담은 소연이 보내온 메일을 확인했다.파일을 열어 보니, 유담은 8년 전 맹장 수술을 받은 기록이 있었고, 혈액형란에는 B형으로 기재되어 있었다.부모의 혈액형을 따져 보면 B형인 유담이 권씨 가문의 친딸일 가능성은 없었다. 역시 유담은 권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었다.그때 카톡 알림이 떴다. 지훈이었다.[또 병원 옮겼어요? 경성시로 돌아갔다는 얘기가 들리던데.]이담이 민망한 표정으로 답장을 보냈다.[아니에요!]곧바로 답장이 왔다.[언제 돌아와요?][며칠만 있다가 돌아갈 거예요.]잠시 후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그때도 안 돌아오면...]이담이 멈칫했다.[안 돌아오면?]몇 분 뒤, 지훈에게서 답장이 왔다.[제가 업어서라도 데리고 올 겁니다.]이담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고지훈이 이런 농담도 하는 사람이었나?’점심 무렵.강준은 은호의 핸드폰으로 이담에게 연락해서, 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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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아니.”진혁이 낚싯대를 내밀어 이담의 손에 쥐여 주었다.“내가 가르쳐 줄게.”“그럴 필요 없어.”이담은 낚싯대를 받아 든 뒤 은호가 미끼를 다는 모습을 슬쩍 보면서 따라 했다.원래 성격이 급한 이담은 20분이 지나도록 낚싯대가 꿈쩍도 하지 않자 슬슬 포기하고 싶어졌다.진혁이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벌써 지친 거야?”“난 너처럼 한가한 사람이 아니라서 그래.”진혁이 피식 웃으며 옆에 있던 은호를 힐끗 바라봤다.“여기서 한가한 사람이 나뿐인가? 은호 씨가 저보다 더 한가하실 것 같은데요.”의자 옆에 둔 생수를 집어 한 모금 마시고 은호가 웃으면서 말했다.“직장도 없는 저랑 비교하시는 거예요?”진혁은 잔잔한 물결이 이는 호수를 바라봤다.“권씨 가문 사업은 물려받지 않으실 생각입니까? 아니면 유담 씨를 후계자로 키우실 생각이신가요?”이담은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귀를 쫑긋 세웠다.생수병을 내려놓던 은호의 손이 멈췄다.“하 대표님께서 저희 집안일에 관심이 많으시군요.”진혁이 가볍게 웃었다.“그냥 궁금해서요. 수십 년 동안 행방을 몰랐던 권씨 가문 따님을 물건 하나와 DNA 검사 결과만으로 진짜라고 단정할 수 있는 건지.”은호는 진혁이 뭔가를 돌려 말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였다.낚싯대가 크게 흔들리자 이담의 눈이 반짝 빛났다.“물었어요!”급히 릴을 감아 올리자 제법 큰 물고기 한 마리가 입에 바늘이 걸린 채 펄떡거렸다.강준이 멍하니 바라봤다.“초보 버프라는 게 정말 있긴 있네요.”“이 정도면 낚시 고수들은 낚싯대 접고 가야겠습니다.”은호가 웃으며 말했다.“운이 정말 좋네.”이담은 낚싯바늘에서 물고기를 조심스럽게 떼어 다시 호수에 놓아주었다.“아쉽지만 이런 물고기는 가시도 많고 비린내도 심해서 맛이 없어요.”오랜만에 환하게 웃는 이담의 모습을 보자 진혁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그의 시선은 한순간도 이담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은호도 진혁의 시선을 따라 이담을 바라보더니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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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권은석은 물론이고, 저택의 고용인들조차 유담을 슬금슬금 피하기 바빴다.어항 속 비단잉어에게 먹이를 뿌려주던 은호가 입을 열었다.“유전자 검사 결과만 아니었다면, 그 아이가 제 동생이라고는 도저히 믿지 못했을 겁니다. 저와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으니까요...”‘유전자 검사 결과라...’무심코 내뱉은 자신의 말에, 은호의 머릿속에 무언가 번뜩 스쳤다. 은호는 이내 생각에 잠겼다.권은석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20년 넘게 살아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냈던 아이야. 남의 손에서 그만큼 무사히 자란 것만 해도 기적이 아니겠니?”“아버지.”몸을 돌린 은호가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유전자 검사 결과에 오류가 생길 수도 있습니까?”멈칫하던 권은석이 되물었다.“검사를 두 번이나 했는데 오류가 생길 리가 있겠어? 네 생각엔 누군가 중간에서 손이라도 썼다는 뜻이냐?”마지막 한마디에 은호의 머릿속이 번쩍했다.강성시에서는 사설 기관에 의뢰했고, 경성시로 돌아온 뒤에는 강준을 시켜 국가 공인 검사 기관에서 다시 검사를 진행했다.전혀 다른 두 기관에서 같은 결과가 나왔다.만약 누군가 중간에 손을 썼다면, 강준의 눈을 완벽하게 피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외부인이라면 불가능하겠지만, 측근이라면 어떨까?안방을 나선 은호는 곧장 핸드폰을 꺼내 강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고는 두 번의 유전자 검사를 진행할 때 누구와 함께 갔는지 다그쳐 물었다.수화기 너머로 강준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두 번 다 임준강하고 같이 갔습니다. 갑자기 그건 왜 물으십니까?]은호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알았어, 일단 끊어.”전화를 끊고 고개를 든 은호는 기둥 뒤에 숨어 있는 유담을 발견했다.“나와.”유담이 쭈뼛거리면서 기둥 뒤에서 걸어 나왔다.“오빠...”은호가 매서운 눈초리로 유담을 쏘아보았다.“거기 숨어서 뭐 하는 짓이야? 또 뭘 엿들은 거지?”유담이 사색이 되어 다급히 손사래를 쳤다.“아, 아니에요! 아무것도 못 들었어요! 그냥 우연히 지나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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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그건 당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니에요. 권씨 가문 딸은 오직 나 하나뿐이니까요.”전화를 끊어버린 유담은 초연의 경고를 귓등으로 흘려버렸다.‘유전자 검사 결과지가 떡하니 있는데, 그 여자가 누굴 닮든 무슨 상관이야!’유담의 오만한 말투에 초연은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진짜 멍청해도 유분수지.’애초에 유담을 진혁의 생명의 은인이라고 속였을 때부터, 그리고 유담이 권씨 가문 아가씨로 밝혀졌을 때부터 초연은 줄곧 의심을 품고 있었다.‘세상에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겠어?’하지만 이담만 아니라면, 유담이 권씨 가문 아가씨 노릇을 하든 말든 초연은 손해 볼 게 전혀 없었다.‘궁지에 몰리면 결국 제 발로 날 찾아와 매달리겠지.’...다음 날.로펌 소파에 앉아 기다리던 이담에게 서류 가방을 든 변호사가 다가왔다.“사모님, 정말 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셨죠.”“하진혁이 이혼에 동의하지 않으니 소송을 진행하고 싶습니다.”이담이 두툼한 현금 봉투를 테이블 위로 쓱 밀어냈다.“수임료는 얼마든지 더 드릴 수 있습니다.”변호사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저, 사모님. 안 그래도 오늘 확실히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사모님의 이혼 소송 건은 제가 맡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의아해진 이담이 되물었다.“맡기 어렵다니요?”“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경성시를 다 뒤져도 하 대표님과 맞서서 이 소송을 맡을 변호사는 단 한 명도 없을 겁니다.”변호사가 현금 봉투를 다시 이담 쪽으로 조심스럽게 밀었다.“전에 받았던 착수금은 바로 환불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다른 변호사를 알아보시거나, 아니면... 장기간 별거하면서 혼인 관계가 이미 파탄이 났다는 걸 입증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되돌아온 봉투를 내려다보던 이담이 물었다.“하진혁이 찾아왔었나요?”변호사가 입술을 달싹거리면서 시선을 피했다. 그가 곤란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대답은 충분했다.이담은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테이블 위의 봉투를 챙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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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간호사가 대답했다.“심 과장님은 며칠 휴가를 내셨어요.”송인성의 얼굴에 짙은 실망감이 스치더니 되물었다.“그럼 언제쯤 출근하십니까?”“그건 잘 모르겠네요. 혹시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으신가요?”“그게...”송인성이 머뭇거리자, 지훈이 다가오며 차분하게 말을 건넸다.“며칠 뒤면 돌아오실 겁니다. 무슨 일이신지 제게 먼저 말씀해 주시죠.”간호사가 웃으며 소개했다.“저희 신경외과에서 손꼽히는 분이세요. 심 과장님이 보실 수 있는 문제라면 고 교수님도 충분히 도와주실 수 있어요.”송인성이 굳은 표정으로 멋쩍게 웃었다.“치료 문제로 온 게 아니라서...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다시 오겠습니다.”송인성이 발걸음을 돌리려던 순간, 지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따님 일 때문입니까?”송인성의 걸음이 멈췄다....호텔로 돌아온 이담은 로비 앞에서 안나와 마주쳤다. 안나 뒤로 익숙한 벤틀리가 보이자 단번에 상황을 알아차렸다.차로 다가간 이담이 가볍게 창문을 두드렸다.스르르 내려간 뒷좌석 창문 너머로 진혁의 얼굴이 드러났다.“왜 찾아왔어?”“오늘 변호사 만났다면서.”이담의 표정이 잠시 굳어지더니 비꼬는 듯 웃으며 쏘아붙였다.“만났어. 근데 변호사들은 소송 상대가 하 대표라는 말을 듣고 하나같이 내 이혼 소송을 못 맡겠다고 거절하더라고.”진혁이 피식 웃었다.“그럼 이혼하지 마.”이담이 웃음기를 거둔 채 입을 굳게 다물었다.“할머니께서 네가 돌아온 거 알고 본가로 데려오라고 하셨어.”진혁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천천히 덧붙였다.“밥이나 한 끼 먹자고 하셨어.”“할머니한테 진 빚은 예전에 다 갚았어. 이제 와서 내가 굳이 거기까지 가서 밥을 먹어야 할 이유는 없잖아?”이담이 미련 없이 몸을 돌리려던 순간, 창틀에 팔을 걸친 진혁이 한마디를 덧붙였다.“우리가 이혼하지 않은 이상, 넌 아직 할머니의 손주며느리야.”‘아오, 진짜!’어금니를 악문 이담은 신경질적으로 돌아서서 차에 올라탔다.그 모습을 본 진혁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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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지연은 준희를 데리고 이담에게 다가왔다. 덩굴 뒤로 바짝 숨어버린 준희를 보며 지연이 얄밉게 웃었다.“준희야, 오랜만에 아줌마 봤는데 인사 안 할 거야?”“싫어요.”지연의 뒤에 찰싹 달라붙은 준희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심이담, 애 너무 나무라지 마. 우리 오빠가 워낙 오냐오냐 키워서 그래. 나나 우리 식구들 빼고는 원래 아무한테도 곁을 안 주거든.”지연이 준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해명하듯 말했다.일부러 자신의 신경을 긁고 있다는 걸 단번에 눈치챈 이담이 코웃음을 쳤다.“그래서 어쩌라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왜 상관이 없어?”지연이 능청스럽게 눈을 깜빡였다.“오빠가 준희를 입양하게 되면, 너는 준희... 새엄마가 되는 거잖아?”말을 마친 지연이 준희를 내려다보며 물었다.“준희야, 이 아줌마가 우리 준희 새엄마가 됐으면 좋겠어?”얼굴이 하얗게 질린 준희가 입술을 꽉 깨물며 소리쳤다.“저 엄마 있어요!”이미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준희는 하씨 가문에서 지내는 동안 나름 밝아졌지만, 초연의 이야기만 나오면 유독 기겁을 했다.초연이 진짜 이 아이를 내버렸든 말든 지연이 알 바는 아니었다. 어찌 됐든 그 여자가 나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이상, 초연이 진혁과 만나는 것만큼은 결사반대였다.게다가 이담과 진혁이 이혼하네 마네 하며 경성시를 떠났을 때, 지연은 두 사람이 진짜로 갈라서는 줄로만 알았다.내친김에 진혁에게 권씨 가문 아가씨를 소개해 줄 생각에 지연은 한껏 들떠 있었다.진혁의 아내를 자기들 편으로 만들어 둬야, 훗날 마동순이 세상을 떠난 뒤 하씨 가문의 주도권을 두고 다툴 때 유리하다고 허미란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했다.그러니 아직 법적으로 이혼하지 않았다 해도, 얼마든지 이담의 속을 뒤집어놓고 쫓아낼 방법은 널려 있었다.지연의 뻔한 표정만 봐도 이담은 무슨 속셈인지 훤히 보였다.“굳이 애까지 앞세워서 내 속 긁으려고 애쓸 필요 없어. 내가 네 오빠처럼 남의 자식 거둬주는 호구로 보여?”말문이 막힌 지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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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언제 돌아옵니까?]호텔 방 문을 열고 들어선 이담이 핸드폰으로 답장을 보냈다.[아마 이틀 뒤쯤이요. 왜요?][심 선생님 환자가 찾던데요.]‘내 환자?’누구냐고 묻기도 전에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송씨 성을 가진 환자입니다.]‘송인성?’ 진실이 다 까발려진 마당에 송인성이 다시 자신을 찾을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몇 분이 지난 후, 지훈이 또다시 메시지를 보내왔다.[그 사람이 저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 안 궁금해요?][뭐라고 했는데요?][태어난 것과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요.]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던 이담은 잠시 후에야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알아차렸다. 곧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의외네요. 그런 이야기까지 했을 줄은 몰랐어요. 그래도 알려줘서 고마워요.]그 시각, 주방에서 요리하던 지훈은 새로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하고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는 가스레인지 불을 줄인 뒤, 긴 손가락으로 빠르게 답장을 입력했다.[별말씀을요. 그래서 가서 친딸이라는 사실은 밝혔어요?][생각했던 것보다 쉽지 않더라고요.][세상에 쉽게 풀리는 일이 어디 있겠어요? 가족으로 인정받는 일은 더 그렇고요.]소파에 기댄 이담은 핸드폰 화면을 보며 미소 지었다. 가슴 한구석이 왠지 따뜻해졌다.지훈은 ‘유전자 검사’니 ‘친부모’니 하는 껄끄러운 단어는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은 채, 특유의 유머로 이담의 마음을 풀어주고 있었다.‘그나저나 송인성이 고 선생님한테 털어놓을 줄은 몰랐네.’...하씨 가문 본가.숨 막히는 저녁 식탁. 상석에 앉은 마동순이 수저를 들지 않아서, 식탁 분위기는 얼어붙어 있었다.마동순이 수저를 들지 않으니, 이만옥과 허미란 모녀도 배는 고프지만 그저 눈치만 볼 수밖에 없었다.‘음식이 다 식어가네. 오늘따라 이모님이 요리에 꽤 공을 들인 것 같은데 아깝게 생겼네.’이만옥이 속으로 투덜거릴 무렵, 참다못한 지연이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할머니, 밥 다 식겠어요. 일단 식사부터 하시면 안 될까요?”“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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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마동순이 손바닥으로 식탁을 탁 내리치며 단호하게 말했다.“요즘 사람들이 뒤에서 뭐라고 떠드는지 알기는 하니?”“하씨 가문이 권씨 가문하고 사돈을 맺겠다고 체면까지 다 내던졌다고 하더라.”“그게 네 딸을 위한 거라는 거냐? 약이나 먹이는 비열한 수법 말고는 다른 방법은 생각도 안 했어?”허미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욕심을 참 그럴듯하게도 포장하는구나.”“둘째야, 내가 널 정말 다시 보게 되는구나.”마동순이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밥은 너희끼리 먹어라.”임순자가 얼른 다가와 부축해서 자리를 떴다.이만옥도 입맛이 떨어졌는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어느새 식당에는 모녀 둘만 남았다.지연은 그제야 겁이 난 듯 허미란을 돌아봤다.“엄마, 할머니 진짜 화나신 거 아니겠죠?”식탁 아래로 주먹을 꽉 움켜쥔 허미란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그래서 어쩌라고?”“연세도 많으신데 언제까지 저렇게 버티시겠어. 잠깐은 피할 수 있어도 평생 피할 수는 없어. 결국 마주해야 할 일이야.”한편 모처럼 마련한 저녁 식사가 그렇게 엉망으로 끝이 났을 때, 이담은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기분 좋게 꼬치를 먹고 있었다.진혁과 결혼한 뒤로는 길거리 음식을 입에 댄 적이 거의 없었다.‘사모님’이라는 신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였다.안나는 차를 몰고 포장마차가 늘어선 거리를 지나고 있었다.차량이 많아서 속도를 줄인 채 주변을 살피는데, 한 꼬치집에 앉아 있는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멈칫한 안나가 말했다.“대표님, 저분... 사모님 아니세요?”회사에서 막 돌아오던 진혁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담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는 이담이 단번에 눈에 들어왔다.어디에 있어도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 미모였다.“차 세워.”안나가 길가에 차를 세웠다.문을 열고 내리던 진혁은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 두 명이 이담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봤다.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핸드폰을 내밀며 연락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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