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담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진혁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이내 그의 크고 단단한 체구가 이담의 눈앞에 쏟아지는 햇빛을 완전히 가려버렸다.“정말 그렇게 나랑 이혼하고 싶어?”처음 듣는 질문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평소와는 왠지 어투가 달랐다.멈칫하던 이담은, 조금 전 선실 병풍 뒤에서 미세하게 흔들리던 발이 떠올라서 쏘아붙였다.“방금 저 안에 있었어?”“그래.”어둡게 가라앉은 진혁의 두 눈이 이담을 향했다.“전부 다 들었어.”이담이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하진혁, 우린 진작에 끝났어야 할 사이야.”“대체 왜?”진혁이 한 걸음 더 다가왔다.“내가 아직 준희를 데리고 있어서 그래? 네가 그 아이 껄끄러워하는 거 알아. 그래서 임순자 이모님 앞으로 호적도 돌려놓은 거고...”“이게 고작 준희 때문인 것 같아?”이담이 고개를 치켜들고 진혁의 눈을 똑바로 직시했다.“하진혁, 난 어린애 상대로 기싸움 안 해. 너와 나 사이가 틀어진 건 단 한 번도 그 아이 때문인 적 없었어.” “준희가 없었더라도, 넌 문초연 때문에 날 철저히 짓밟고 투명 인간 취급을 했을 거잖아. 안 그래?”진혁은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그가 애원하듯 물었다.“나한테 한 번만 더 기회를 줄 순 없는 거야?”“무려 6년이나 줬는데, 아직도 부족해?”이담이 턱밑까지 차오른 감정을 간신히 억누르며 소리쳤다.“하진혁, 내가 6년 전에 널 왜 선택해서 결혼했는지 궁금하다고 했지? 그 답, 알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송유담이 네 생명의 은인 행세한 거, 원래 다 내 자리였어.” “그때 너랑 같이 납치돼서, 그 끔찍한 인신매매범들 손아귀에서 꼬박 8일이나 버텼던 사람, 그게 바로 나라고!”진혁은 그대로 얼어붙었다.이담이 싸늘하게 말을 이었다.“네 등 뒤에 남은 그 흉터들. 산속에서 가시덤불에 숨었을 때, 네가 날 감싸 안느라 긁혀서 생긴 상처야. 정작 너 자신은 그 흉터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몰랐지?”진혁의 눈빛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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