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Chapter 361 - Chapter 370

374 Chapters

제361화

“누가 인정했대? 난 그냥 우리 오빠가 딱해서 한마디 한 것뿐이야.”지연은 이담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코웃음을 쳤다.“오빠 몸이 안 좋아지니까 바로 차버리고, 벌써 다른 남자나 찾아다니는 꼴이라니. 심이담, 너 진짜 속물이다.”“내가 이혼을 안 하겠다고 버틸 땐 제발 이혼해 달라고 빌더니, 정작 내가 이혼하겠다니까 이젠 속물이라네.”이담이 웃음을 터뜨렸다.“상관없어. 지껄이고 싶은 말이 있으면 지금 마음껏 지껄여 둬. 오늘 밤이 지나면 다신 입도 뻥긋하지 못 할 테니까.”“너!”지연은 빽 소리를 지르려다 문득 사람들 틈에 끼어 있는 유담을 발견했다.권씨 가문의 아가씨라는 사람이 입을 꾹 다문 채 눈치만 살피는 꼴이 정말 한심해 보였다.지연은 이담의 어깨를 밀치고 지나가 유담에게 다가갔다.“유담 씨, 오늘 밤은 엄연히 유담 씨를 위한 환영회잖아요. 아무리 손님 제한이 없다지만, 어떻게 이런 수준 낮은 여자가 들어와서 뻔뻔하게 나대도록 내버려 둬요?”지연의 목소리가 정원으로 퍼져나가자, 사람들의 시선도 일제히 유담에게 쏠렸다.“저 애가 권씨 가문 아가씨라고?”“그럴 리가. 사모님하고는 손톱만큼도 안 닮았잖아. 행동하는 꼴도 어디서 막 굴러먹던 애처럼 옹졸하고 소심해 보이는데!”쏟아지는 야유와 의심 어린 눈빛에 유담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원래의 계획은 파티가 무르익었을 때 이담을 망신 주고, 자신은 영웅처럼 나타나서 가문을 지키는 기특한 딸 행세를 하려는 것이었다.그래야 권씨 가문에 계속 남아 있을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눈치 없는 지연이 굳이 제 발로 찾아와 판을 깨부수고 있었다.유담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지연은 사람들 틈으로 비집고 들어가 유담의 손목을 잡아끌었다.“유담 씨, 내 말 안 들려요? 왜 사람 말을 무시하고 그래요!”유담은 얼굴이 흙빛이 된 채 이담을 힐끗 보았다.이담은 들고 있던 붉은 와인 잔만 가볍게 흔들 뿐, 도와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이를 악물고 지연의 손을 뿌리친 유담은 기어들어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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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힘없이 뒤로 물러서는 지연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방금 지연이 대놓고 이담을 몰아세우는 모습을 모두가 지켜봤기에, 이제 와서 지연의 편을 들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이담은 은호의 소매를 가볍게 잡아당기며 나직하게 속삭였다.“오빠, 그냥 둬요. 사람들도 많은데 저런 애 때문에 파티 흥을 깰 순 없잖아요.”그러자 은호가 정신을 차리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내가 그 생각을 못 했네.”그러고는 권은석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버지, 이제 환영 파티를 시작할까요?”권은석은 고개를 끄덕이고 하객들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웅성거리던 사람들도 이내 흩어져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지연은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 사람들은 엮이기 싫다는 듯 지연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태어나서 이런 수모를 당하는 건 처음이었다.언제부터 꼬이기 시작한 걸까? 이담을 건드렸을 때부터였을까? 아니면 이담이 반격하기 시작한 순간부터였을까?그때부터 지연의 인생은 불행해지기 시작한 것 같았다.결국 지연은 더 버틸 수가 없어서 허둥지둥 연회장을 빠져나갔다.지연이 사라진 정원에서 이담은 은호와 함께 첫 춤을 추기 시작했다. 지연의 초라한 퇴장에 관심을 두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은호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내 여동생이 춤을 이렇게 잘 출 줄은 몰랐네.”이담이 고개를 들어 흘겼다.“지금 사람 무시하는 거예요?”“내 동생을 딴 남자 손에 넘겨주려니 영 아쉬워서 그렇지.”은호가 저만치 서 있는 지훈을 힐끗 바라보았다. 음악이 바뀌며 자연스레 파트너를 교대할 시간이 다가왔다.은호는 이담의 손을 조심스럽게 놓으면서 지훈에게 양보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가면을 쓴 낯선 남자가 불쑥 끼어들며 이담의 손을 낚아챘다.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은호는 얼떨결에 남자의 파트너와 마주하게 됐고, 지훈 역시 손을 내민 채 멈춰 서서 두 사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이담은 상대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가면에 가려진 남자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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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갑작스러운 정전에 이담은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드레스를 입고 있어서 핸드폰을 꺼내기도 쉽지 않았다.조금 전까지 곁에 서 있던 지훈을 떠올리며 이담이 조심스럽게 불렀다.“고 선생님?”지훈이 핸드폰 플래시를 켜며 말했다.“차단기가 내려간 모양이네요. 여기 가만히 계세요, 제가 나가서 보고 올게요.”이담은 소파를 더듬어 자리에 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거실에 홀로 남겨진 이담의 눈은 금세 어둠에 적응했다.정원 쪽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들어오는 가운데, 누군가 다가오는 묵직한 기척이 느껴졌다.“고 선생님, 돌아오셨어요?”대답이 없었다.이담이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 단단한 팔이 허리를 낚아채면서 품으로 끌어당겼다.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뜨거운 입술이 사정없이 덮쳐왔다.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면서, 이담은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거칠게 버둥거렸다.하지만 남자는 이담을 단단히 붙잡은 채 숨 쉴 틈조차 주지 않고 몰아붙였다.이 숨 막힐 듯한 집착은 소름 끼치도록 익숙했다.“하진혁.”이담이 가까스로 입술을 떼어내며 남자의 이름을 내뱉었다.상대는 순간 움찔했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이담이 손을 뻗어 그의 가면을 벗기려 하자, 남자가 이담의 손목을 단단히 제압했다.곧이어 귓가에 뜨거운 숨결이 닿으면서, 나지막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역시 진혁이었다.이담이 진혁을 거칠게 밀어내려던 순간, 문밖에서 지훈과 은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담이 안에 있어?”“네, 안에 있습니다.”곧 거실의 조명이 밝아졌다. 은호가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이담은 어색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이담이 뒤를 돌아보았지만 그곳엔 이미 아무도 없었다.“이담아, 괜찮아? 많이 놀랐어?”이담의 표정이 어두워진 걸 발견한 은호가 다가서며 물었다.자세히 보니 이담의 입술 화장이 번져 있었다.이담은 이내 마음을 가다듬었다.“괜찮아요, 그런데 어쩌다가 정전이 된 거예요?”지훈이 이담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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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은호는 유담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그 말을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은호가 핸드폰 통화 버튼을 누르려고 하자, 허둥지둥 침대에서 내려온 유담이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제발 신고하지 마세요! 다 진짜예요, 전 그게 독사인 줄 몰랐어요. 그냥 평범한 뱀인 줄만 알았다고요!”권은석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물었다.“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게냐?”“전...”유담이 울먹이며 대꾸했다.“이 집에서 쫓겨나기 싫어서 그랬어요. 뱀으로 이담 언니를 놀라게 한 뒤에 제가 나타나서 구해 주면, 아저씨가 계속 이 집에 있게 해주실 줄 알았어요!”“진짜 독사인 줄은 몰랐어요. 뱀이 무서워서 상자를 열어보지도 못했는걸요.”하지만 은호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그 말을 내가 믿을 것 같아?”“그게...”지훈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거짓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은호가 미간을 찌푸렸다.“지훈 씨, 저 애 말을 믿으십니까?”“뱀은 송유담 씨가 준비한 게 맞겠지만, 독사라는 걸 알았다면 이렇게 물리진 않았을 겁니다.”지훈이 바닥에 주저앉은 유담을 힐끗 보았다.“게다가 뱀이 나타났을 때 다들 도망치느라 난리가 났는데, 송유담 씨는 그 뱀이 자기가 가져온 건지도 모르고 멍하니 서 있다가 물렸어요. 그건 상식을 벗어나는 일입니다.”유담은 지훈이 자신을 에둘러 비꼬는 줄도 모른 채 허겁지겁 고개를 끄덕였다.“진짜 제 상자에서 나온 뱀인지는 꿈에도 몰랐어요. 맹세해요!”이담이 유담을 응시했다.“그 뱀, 누구한테서 받았어?”유담이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초, 초연 씨가 주셨어요.”“문초연?”“네, 맞아요!”이담이 피식 웃었다.“그럼 내가 교통사고를 당했던 것도 그 여자 사주였니?”유담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린 채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권은석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유담을 쳐다보았다.“그 사고까지 네가 벌인 짓이란 말이야? 송유담,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이건 명백한 살인 미수야!”“잘못했어요, 아저씨!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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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지연의 걱정을 눈치챈 허미란이 표정을 누그러뜨리며 손등을 감쌌다.“오히려 잘됐지. 아직 네 새언니잖아? 진혁이랑 이혼만 안 하면, 지금이라도 잘 지내면 돼.”“엄마는 맨날 잘 지내보라고만 하지!”지연이 짜증스럽게 손을 뿌리쳤다.“그게 무슨 소용이 있는데요? 나랑 심이담 사이가 안 좋은 거 뻔히 알면서, 이제 권씨 가문 아가씨가 됐으니까 자존심도 버리고 비위라도 맞추라는 거예요?”허미란이 말문이 막혔다.“지연아, 엄마는 다 널 위해서...”“엄마 자신을 위해서겠죠!”자리에서 일어난 지연은 아침도 다 먹지 않고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허미란도 화가 나서 젓가락을 식탁에 내려놓았다.한편, 초연은 유담이 구속됐다는 소식을 접하고서야 일이 들통났다는 걸 깨달았다.‘도움은커녕 일만 망치는 멍청한 계집애!’분명 자신까지 불었을 터였다.더는 강성시에 머물 수 없다고 판단한 초연은 안데르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해외 연수를 신청했다.마침 고승범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안데르 교수는 초연의 부탁에 의아해했다.[자네 실력이라면 굳이 해외 연수를 갈 필요가 없을 텐데. 게다가 난 자네에게 내 일을 맡길 생각이었네.]초연은 멈칫하더니 눈빛이 순간 밝아졌다.“교수님 일을 제가 맡는다고요?”[싫은가?]“저는...”초연은 손을 꽉 움켜쥐었다.그토록 원하던 명예와 성공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이제 곧 원하는 걸 손에 넣을 수 있는데, 정말 이대로 포기해야 할까?’‘포기할 수 있을까?’결국 답은 정해져 있었다.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안데르 교수에게 초연은 핵심 인력이었다.교수가 계속 자신을 감싸주는 한, 유담에게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 경찰도 당장은 어쩌지 못할 터였다.“하겠습니다.”...같은 시각, 이담은 고승범에게서 문자를 받았다.예상대로 유담이 체포되자 초연은 곧장 도망칠 생각부터 했다.다행히 이담의 판단이 맞았다.초연은 성공에 대한 욕심을 절대 버리지 못했다.이담은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카페를 나섰다.호텔로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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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화

이담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설명할 필요 없어. 누군지 관심도 없으니까.”진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래.”뭔가 더 말하려던 순간, 입안에 비릿한 피 맛이 번졌다.몸을 돌린 진혁은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기침했다.이담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잠시 후 진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어디서 지내고 있어? 가는 길에 안 비서가 데려다줄 거야.”“됐어. 바로 근처야.”진혁이 움켜쥔 손수건을 바라보던 이담은 시선을 거두고 차에서 내렸다.다시 돌아봤을 때도 진혁은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얼굴에는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가 걸려 있었다.이담은 입술을 꾹 다문 채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차에 올라탄 안나가 진혁이 약 몇 알을 꺼내는 걸 보고 서둘러 생수를 건넸다.진혁은 곧바로 약을 삼키고 물을 마셨다.“대표님, 정말 사모님께 말씀 안 하셔도 되겠습니까?”“그럴 필요 없어.”진혁은 창밖을 바라봤다.유리창에 비친 얼굴에는 핏기 하나 없었다.“내가 죽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사람이야. 말해봤자 나만 괴롭겠지.”안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딴생각에 잠긴 채 호텔로 돌아오던 이담은 호텔 앞에서 송인성과 지훈을 마주쳤다.“심 선생님!”이담을 발견한 송인성이 다급히 달려오더니 털썩 무릎을 꿇었다.이담이 놀라 그를 부축했다.“송인성 씨, 이게 무슨 짓이에요?”“제발 부탁드립니다. 저한테는 하나뿐인 딸입니다.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서 그 아이가 잘못된 길로 빠진 겁니다.”송인성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제가 욕심을 부렸어요. 애초에 제 것이 아닌 걸 탐내선 안 되는데...” “받은 16억 원 중에서 14억은 아직 한 푼도 안 썼습니다. 하 대표님께 전부 돌려드릴게요. 나머지 2억 원도 평생 죽도록 일해서 반드시 갚겠습니다.”“그러니 제발 제 딸만은 고소하지 말아주세요. 이제 겨우 20살입니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아이예요!”딸을 위해 자존심까지 버리고 무릎을 꿇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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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이담의 미소가 곧바로 굳어지더니, 고개를 돌리며 퉁명스럽게 말했다.“갑자기 그 사람 얘기는 왜 해요?”지훈은 태연한 표정으로 담담히 입을 열었다.“그날 밤 가면을 쓴 사람, 하진혁 맞죠?”이담의 눈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어떻게 알았지?’이담의 표정만으로도 자신의 짐작이 맞았다는 걸 알아차리자, 지훈은 아무렇지 않게 시선을 거뒀다.“생각보다 한결같네요.”그 말을 끝으로 이담을 지나쳐 호텔 로비로 들어갔다.이담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지훈을 의아하게 바라봤다.‘갑자기 왜 저러지?’...지훈은 다음 날 볼일이 있다며 예정보다 서둘러 강성시로 돌아갔다.이담은 경성시에 이틀 더 머물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하지만 올해 쓸 수 있는 휴가는 이미 다 써버려서, 다음 날 아침에는 강성시로 돌아가야 했다.별장에서 가족들과 아침을 먹던 중, 권은석이 이담의 접시에 반찬을 올려주었다.“며칠 뒤면 우리도 용주시로 돌아갈 건데, 우리랑 먼저 갈래? 아니면 강성시로 돌아갈 거니?”잠시 생각하던 이담이 대답했다.“전 강성시로 먼저 돌아갈게요. 휴가를 너무 오래 썼어요. 교수님께서 미토콘드리아 표적화 프로젝트를 맡기셨는데 이제 돌아가서 살펴봐야 하거든요.”권은석은 굳이 붙잡지 않고 웃었다.“일 욕심 있는 건 좋지만 그래도 너무 무리하진 마라.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 오빠한테 말해. 얘는 시간도 많으니까.”“아버지, 이제 동생을 찾았다고 제가 빈둥거리는 것처럼 보이세요?”“네가 동생 찾은 것 말고 언제 제대로 된 일을 해본 적이 있어?”권은석이 은호를 흘겨봤다.“회사를 맡으라 해도 싫다더니, 설마 네 동생한테 떠넘길 생각이냐?”은호는 이담을 바라보며 눈썹을 치켜세웠다.“이담이만 좋다면 전 상관없는데.”이담은 젓가락을 입에 문 채 고개를 저었다.“싫어요. 난 수술밖에 할 줄 몰라서 회사 경영은 못 해요.”부자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이담은 그날도 별장에서 묵으면서, 짐을 정리한 뒤 다음 날 비행기 티켓까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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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화

마동순은 눈을 감은 채 손에 든 염주 팔찌를 천천히 굴렸다.손자와 자신이 아끼던 손주며느리.뭐가 더 중요한지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한참이 지나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는 건 사실상 동의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다음 날, 은호가 이담을 공항까지 데려다주었다.차가 공항 입구에 멈추자, 강준이 트렁크에서 짐을 꺼냈다. 그때 뒷좌석 창문이 천천히 내려갔다.“이담아.”이담이 차창 곁으로 다가갔다.“왜요?”“정말 경호 안 붙여도 되겠어?”“괜찮다니까요.”이담이 난감한 듯 웃었다.“저 애 아니에요.”은호가 미간을 찌푸렸다.“걱정돼서 그렇지. 문초연이 아직 강성시에 있잖아.”“송유담이 잡힌 것도 이미 알 텐데, 당분간은 저한테 함부로 못 할 거예요.”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도착하면 전화하고. 혼자 해결하기 힘든 일이 생기면 강 부시장님 찾아가.”강민준의 이름이 나오자 이담이 문득 눈을 크게 떴다.“아, 맞다. 강 사모님 생신을 잊고 있었네요!”“괜찮아. 네가 가족을 만나러 경성시에 왔다는 것도 알고 계셔. 선물은 내가 대신 챙겨드릴게.”이담이 환하게 웃었다.“고마워요, 오빠. 이제 가 봐요. 저도 곧 들어갈게요.”은호와 인사를 나눈 뒤, 차가 멀어지는 것을 지켜본 이담은 캐리어를 끌고 공항으로 향했다.그 순간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 몇 명이 나타나더니 이담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담이 멈칫했다.경호원들 뒤에서 안나가 걸어 나왔다.“사모님, 회장님께서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대표님이 아닌 회장님이었다.이담이 미간을 찌푸렸다.“아버님께서요?”“네.”“제 휴가는 끝났어요. 강성시로 돌아가야 해요. 하씨 가문 일은 이제 저하고 상관없어요.”캐리어를 끌고 지나가려 하자 안나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면서 길을 막았다.이담이 의아한 눈으로 바라봤다.“죄송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사모님을 모셔오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안나가 가까이 다가오면서 목소리를 낮췄다.“사모님. 대표님을 살리는 셈 치고 한 번만 같이 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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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이담은 안나와 함께 병실 앞에 도착했다.마침 문이 열리고 이만옥이 밖으로 나오자, 안나가 고개를 숙였다.“사모님.”이만옥의 시선이 이담을 향했다.“진혁이 상태는 안 비서한테 들었겠지. 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없어. 그래도 지금만큼은 진혁이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구나.”이담이 대답하기도 전에 이만옥은 가방을 챙겨서 자리를 떴다.안나도 경호원들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내린 뒤 돌아갔다.한동안 문 앞에 서 있던 이담은 그제야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병실에서 나오던 한주원은 하마터면 이담을 알아보지 못할 뻔했다.“심, 심이담 씨?”두 사람은 몇 번 마주친 적은 있었지만 친분은 없었다.주원이 소아정신과 전문의이고 진혁과 가까운 사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다.이담은 담담하게 인사했다.“한 선생님.”주원 역시 이담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았다.진혁이 비밀리에 결혼한 아내라는 정도였다.예전에 봤던 이담은 늘 조용하고 얌전했다. 누구에게나 깍듯했고, 특히 하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는 유독 고분고분했다.당시 주원이 받은 첫인상은 그저 예쁘기만 한 여자였고, 공교롭게도 진혁이 가장 싫어하는 유형이기도 했다.‘오랜만에 봐서 그런 걸까?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 보이네.’생각을 정리한 주원이 가볍게 웃었다.“강성시 병원으로 옮겼다고 들었어요. 진혁이 보러 오신 겁니까?”“회장님께서 부르셨어요.”주원이 멈칫했다.‘회장님이라고? 남편 아버지를 아직도 그렇게 부른다고?’이담은 주원의 반응에 신경 쓰지 않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진혁은 침대 머리에 기대 책을 읽고 있었다.발소리에 고개를 든 진혁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지만, 곧 어떻게 된 일인지 짐작한 듯 입을 열었다.“부모님이 보낸 거지? 굳이 말 들을 필요 없었는데.”“네가 시킨 거 아니었어?”책장을 넘기던 손이 멈추더니 진혁이 태연하게 웃었다.“이제 네 눈에는 내가 수단과 방법도 안 가리는 사람으로 보이나 보네.”이담이 대답하기도 전에 책을 덮었다.“맞아. 네가 와서 날 설득해 주길 바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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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진혁을 오빠라고 부르는 걸 보니 이 여자가 하진혁의 사촌 동생인가?’이담도 이씨 집안에 딸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예전에 이만옥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걸 우연히 들었을 뿐, 직접 만난 적은 없었다.진혁의 시선이 이담의 손을 잡은 여자에게 머물렀다.가볍게 헛기침을 한 진혁이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민아야, 그만 장난쳐.”민아가 냉큼 이담의 뒤로 숨었다.“새언니, 이것 봐요. 오빠가 저한테 뭐라고 하잖아요.”이담이 난감한 듯이 웃었다.“저기, 민아 씨. 그럼 오빠 곁에 좀 있어 줄래요?”“오빠는 제가 없어도 돼요. 새언니는 어디 가세요? 제가 같이 갈게요!”“화장실 좀 가려고요.”민아가 고개를 갸웃했다.“병실에도 화장실 있잖아요?”이담이 입술만 꾹 다문 채 대답하지 않자 금세 눈치를 챘다.“아, 부끄러우신 거구나? 결혼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부끄러워요?”“민아야.”진혁이 미간을 찌푸리자 민아가 입술을 삐죽거렸다.“알았어, 알았어. 이제 말 안 할게!”이담은 그 틈에 침실을 빠져나왔다.병실 밖으로 나오자, 복도 저편에 서 있는 경호원들이 눈에 들어왔다.당장은 빠져나가기 힘들어 보였다.캐리어는 물론 신분증까지 경호원들이 가지고 있었다.공용 화장실로 들어간 이담은 핸드폰을 꺼내서 은호의 번호를 찾았다.통화 버튼을 누르려다 손을 멈췄다.아무리 자신이 권씨 가문의 딸이라 해도 이제 막 가족을 찾은 참이었다.아직 다른 가족들과는 제대로 가까워지지도 못했는데, 자신 때문에 권씨 가문과 하씨 가문이 척을 지게 해도 되는 걸까?이담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결국 은호에게 비행기에 탔다는 메시지만 보냈다.메시지를 전송한 뒤 강성대학병원에도 전화를 걸었다.개인 사정이 생겨 당분간 복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심 선생님, 강 부시장님 소개로 온 것도 알고 고 교수님 제자인 것도 알아요. 그런데 부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오래 자리를 비우면 곤란해요.]병원 측에서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담도 이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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