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정전에 이담은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드레스를 입고 있어서 핸드폰을 꺼내기도 쉽지 않았다.조금 전까지 곁에 서 있던 지훈을 떠올리며 이담이 조심스럽게 불렀다.“고 선생님?”지훈이 핸드폰 플래시를 켜며 말했다.“차단기가 내려간 모양이네요. 여기 가만히 계세요, 제가 나가서 보고 올게요.”이담은 소파를 더듬어 자리에 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거실에 홀로 남겨진 이담의 눈은 금세 어둠에 적응했다.정원 쪽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들어오는 가운데, 누군가 다가오는 묵직한 기척이 느껴졌다.“고 선생님, 돌아오셨어요?”대답이 없었다.이담이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 단단한 팔이 허리를 낚아채면서 품으로 끌어당겼다.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뜨거운 입술이 사정없이 덮쳐왔다.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면서, 이담은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거칠게 버둥거렸다.하지만 남자는 이담을 단단히 붙잡은 채 숨 쉴 틈조차 주지 않고 몰아붙였다.이 숨 막힐 듯한 집착은 소름 끼치도록 익숙했다.“하진혁.”이담이 가까스로 입술을 떼어내며 남자의 이름을 내뱉었다.상대는 순간 움찔했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이담이 손을 뻗어 그의 가면을 벗기려 하자, 남자가 이담의 손목을 단단히 제압했다.곧이어 귓가에 뜨거운 숨결이 닿으면서, 나지막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역시 진혁이었다.이담이 진혁을 거칠게 밀어내려던 순간, 문밖에서 지훈과 은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담이 안에 있어?”“네, 안에 있습니다.”곧 거실의 조명이 밝아졌다. 은호가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이담은 어색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이담이 뒤를 돌아보았지만 그곳엔 이미 아무도 없었다.“이담아, 괜찮아? 많이 놀랐어?”이담의 표정이 어두워진 걸 발견한 은호가 다가서며 물었다.자세히 보니 이담의 입술 화장이 번져 있었다.이담은 이내 마음을 가다듬었다.“괜찮아요, 그런데 어쩌다가 정전이 된 거예요?”지훈이 이담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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