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은 연구 보고서를 들고 자료관리실로 향했다.담당 직원은 초연을 보더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어? 이 자료는 서정고 씨가 가져오기로 하지 않았나요?”초연은 태연하게 미소 지었다.“서정고 씨는 급한 일이 생겨서 제가 대신 가져왔어요.”그러곤 아무렇지 않은 듯 덧붙였다.“안데르 교수님도 계신가요? 잠깐 뵈러 왔는데요.”직원이 고개를 저었다.“교수님은 이틀째 안 나오셨어요.”초연은 그제야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아, 그러셨군요...”주변을 오가는 직원들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초연은 입꼬리를 희미하게 올렸다.이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료관리실을 빠져나갔다....병원.이담은 막 수술을 마친 뒤, 복도에서 보호자에게 환자의 경과와 주의사항을 차분히 설명하고 있었다.보호자가 병실로 돌아가자,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했다.정고에게서 온 문자였다.이담은 곧바로 연구실로 향했다.지훈의 사무실 앞을 지나던 순간,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발걸음이 멈췄다.“아무리 그래도 심이담은 하씨 집안 며느리잖니. 설마 유부녀를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여정아의 목소리였다.이담은 문 앞에 선 채 그대로 굳어 버렸다.연구실 안에서는 지훈의 담담한 목소리가 이어졌다.“제가 누구를 좋아하든 그건 고씨 집안이 관여할 일이 아닙니다.”여정아가 다급하게 말했다.“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심이담은 안 돼.”“우리 집안은 흠 없는 며느리라면 누구든 받아들일 수 있지만, 심이담은 결혼도 했고...”말미에서 잠시 멈칫하다가, 여정아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슬쩍 바꿨다.“네 아버지도 절대 허락하지 않으실 거야.”“밖에 알려지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니?”지훈은 서류를 내려놓으며 그녀를 바라봤다.“어머니와 하 회장님 사이에 인연이 있었으니, 아버지가 신경을 쓰시는 것도 이해합니다.”여정아가 답답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지금 그 얘기가 아니잖니.”“난 네 결혼 이야기를 하는 거야.”지훈은 더는 듣고 싶지 않다는 듯 말을 잘랐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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