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Chapter 431 - Chapter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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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1화

진혁의 품에 안긴 채 이담은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머릿속이 하얗게 비면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진혁은 이담을 감싸고 있던 팔에 힘을 조금 풀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이담은 곧바로 남자의 품에서 빠져나왔다.“술 마셨잖아. 안 비서가 올 때까지 기다려.”이담은 애써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진혁이 피식 웃으며 이담을 바라봤다.“내가 술에 취했다고 믿으면서까지, 내가 진심이라는 건 믿기 싫은가 보네.”이담은 마음이 복잡했다.결국 진혁의 시선을 피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혁은 서두르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겉옷을 챙겨 들었다.“그냥 내가 술에 취했다고 생각해.”진혁이 돌아서려는 순간, 이담이 손을 뻗어 그의 팔을 붙잡았다.진혁은 순간 멈칫했다.그리고 돌아서 이담을 바라봤다.눈빛에 희미한 기대가 어렸지만 이담은 곧 손을 놓았다.“술 마셨잖아. 안 비서가 올 때까지 기다려.”“괜히 나갔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내가 책임져야 하잖아.”이담이 그를 붙잡은 건 아쉬워서가 아니었다.괜히 사고라도 나면 자신까지 곤란해질까 봐 걱정이 됐을 뿐이었다.진혁의 눈빛에 남아 있던 기대감도 서서히 사라졌다.그는 이담의 손을 뿌리쳤다.“됐어.”이담은 그 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는 진혁의 뒷모습을 바라봤다.그런데도 마음이 계속 불안하고 초조했다.잠시 망설이던 이담은 결국 뒤를 따라 내려갔다.아래층에 도착했을 때 진혁의 차가 멀어지는 모습이 보였다.그제야 이담은 조금 안도했다.‘내가 왜 이렇게 불안한 거지?’‘아마 하진혁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하씨 집안에 설명하기 곤란해질까 봐 그런 거겠지.’...다음 날.이담은 잠에서 깨자마자 유하연에게서 온 답장을 확인했다.유하연이 신유리에게 들은 말이라며 보낸 내용이었다. 지원이 준영과 함께 있고, 이미 방씨 집안과의 혼사를 공식적으로 알렸다는 내용이었다.결혼식은 다음 달 초에 올릴 예정이라고 했다.이담은 감사하다는 답장을 보낸 뒤 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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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초연을 억지로 떼어낸 뒤에도 여자 변호사는 한동안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변호사의 목에 선명하게 남은 손톱자국을 확인한 감시 팀 사람들은 초연의 주치의를 불러 상태를 물었다.주치의는 초연이 자살 소동을 벌였다는 이야기를 이미 들은 상태였다.이번에는 아무 이유 없이 사람까지 공격했다는 말에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입원해 있는 동안 상처도 잘 아물고 있었는데, 사람을 공격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주치의의 말을 곱씹던 감시 팀 사람들이 초연이 고의로 사람을 다치게 한 일에 대해 상부에 보고하려고 했다.그때 여자 변호사가 다가왔다.“자살하려는 행동도 보였고, 사람까지 공격했잖아요.”“심리적인 문제나 정신적인 이상 때문일 수도 있으니, 일단 정신감정을 받아보는 게 어떨까요?”감시 팀 사람이 잠시 생각했다.“먼저 상부에 보고하고 결정하겠습니다.”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던 소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리고 사람들이 흩어지자 서둘러 자리를 빠져나왔다.소연은 곧장 이담의 사무실로 달려갔다.“심 선생님!”이담은 서류를 넘기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숨을 헐떡이며 책상 앞까지 다가온 소연이 다급하게 말했다.“문초연이 방금 자신을 감시하던 사람을 공격했대요.”“그래서 정신감정을 받게 됐대요!”이담은 순간 멈칫했다.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지만 표정은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이렇게까지 우연일 리는 없어요.”“그러니까요. 사법기관 사람들이 막 인수인계를 끝냈는데 갑자기 사람을 공격하다니.”소연이 미간을 찌푸렸다.“제 생각에는 일부러 그런 것 같아요.”“설령 일부러 그런 거라고 해도 정신감정 자체를 피할 수는 없어요.”이담이 잠시 말을 멈췄다.“만약...”이담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이미 답을 짐작하고 있었다.“그럼 그냥 지켜보고 있어야 해요?”이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만약 사법기관 안에서 누군가 초연을 위해 감정 결과를 조작한다면, 그걸 막기 위해서는 먼저 그 결과가 조작되지 않았는지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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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사법기관 고위 관계자는 뭔가 사정이 있는 듯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그게...”진혁은 손끝으로 찻잔 가장자리를 천천히 문지르면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문초연이 연루된 건 형사 사건입니다.”“그런데 허다미는 정식으로 선임된 것도 아닌데, 본인이 나서서 피의자에게 정신감정을 받게 했죠.”“이건 변호사로서 지켜야 할 선을 넘은 것 아닙니까?”“감형을 노리고 정신적인 문제를 들고 나오는 범죄자가 어디 문초연뿐이겠습니까?”고위 관계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진혁과 잔을 부딪쳤다.“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결과가 나올 때까지 제가 사람을 붙여두겠습니다.”식사가 끝난 뒤 진혁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식당을 나섰다.차에 다다른 순간이었다.진혁의 몸이 살짝 휘청거렸다.차 문에 손을 짚은 채 갑자기 심하게 기침을 했다.안나가 급히 차에서 내려서 손수건을 건넸다.“대표님, 괜찮으세요?”진혁은 입을 가리고 있던 손을 살짝 내렸다.다른 손으로 손수건을 받아 들고, 곧바로 차에 올라타며 말했다.“괜찮아. 가자.”안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다시 운전석에 올랐다.진혁은 손수건으로 손바닥에 묻은 핏자국을 닦아냈다.창백해진 얼굴은 끝까지 담담한 기색이었다....이틀 후.허다미는 초연의 정신감정 결과를 감시팀에 건넸다.감시원은 보고서에 적힌 정신질환 진단을 확인하고 물었다.“가족들은 알고 있습니까?”“이미 연락했습니다.”감시팀 사람이 병실 쪽을 한번 바라봤다.“그래서 문초연 씨 변호를 맡으시겠다는 겁니까?”다미가 살짝 웃었다.“만약 문초연 씨가 예전부터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면 어떨까요?”“저도 조울증이나 조현병을 앓는 미혼모가 증상이 심해진 상태에서 아이를 학대한 사건을 여러 건 맡아봤습니다.”“정말 질병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한 거라면 법원에서도 어느 정도 정상 참작을 할 수 있습니다.”“세상에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어머니가 어디 있겠어요.”감시원은 목소리를 낮췄다.“허 변호사님도 문초연 씨 신분이 좀 특별하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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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이담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소연에게 자신이 실망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화제를 돌렸다.“소연 씨, 요 며칠 지원 씨 연락 온 적 있어요?”소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그러고는 다시 물었다.“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닐까요?”“아무 일도 없어요.”“다만, 지금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예요.”“그럼 정말 강제로 결혼하게 된 거예요?”이담은 고개를 끄덕였다.“두 집안에서 이미 결혼 날짜까지 정했어요.”소연은 지원이 안쓰러웠다.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그 마음을 다 알 수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사랑하지 않는 남자에게 시집을 간다는 건 지원에게는 그 자체가 고통일 테니까.“심 선생님.”그때 매장의 판매 직원이 다가와서 웃으며 물었다.“아까 보신 차는 어떠셨어요? 마음에 드세요?”이담은 카드를 내밀었다.“살게요.”판매 직원은 웃으며 두 손으로 카드를 받아 들었다.“네. 그럼 바로 계약을 진행하겠습니다.”차량을 인도받은 뒤 이담은 소연을 집까지 데려다줬다.소연이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초연의 재판 날짜였다.누가 무슨 의도로 보낸 건지는 알 수 없었다.하지만 이담에게는 어쩌면 기회일지도 몰랐다.이대로 초연을 그냥 놓아줄 수는 없었다.이 결과만큼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한편, 호텔 아래 호숫가에 있는 레스토랑 발코니.진혁은 경호원의 핸드폰으로 이담에게 문자를 보낸 뒤, 곧바로 이담의 번호를 삭제했다.핸드폰을 경호원에게 돌려준 뒤, 혼자 발코니에 앉아 정원 한쪽을 붉게 물들인 단풍나무 숲을 바라봤다.“대표님, 정말 여유로워 보이시네요.”“소문대로 암에 걸린 게 사실인가 봅니다.”안나는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진혁의 뒤쪽에서 준영이 남자 두 사람을 데리고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멀찍이 서 있던 진혁의 경호원들이 곧바로 앞으로 나서면서 길을 막았다.준영의 경호원이 나서려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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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이담은 저녁을 거의 먹지 못해서 마침 배가 고팠던 참이었다.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은 뒤 지훈의 집으로 향했다.지훈의 집에 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집 안은 꽤 넓었고,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잡동사니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이담은 집 안을 둘러봤다.“가구가 별로 없네요.”“복잡한 걸 싫어해서요.”지훈은 입고 있던 정장 재킷을 벗었다.안에는 얇은 흰색 셔츠를 받쳐 입고 있었다.목깃까지 단정하게 갖춰 입은 모습은 이담에게도 처음이었다.“집안 일은 다 끝났어요?”지훈의 손이 잠시 멈칫했다.그는 테이블로 가서 포장해 온 꼬치를 펼쳐 접시에 담았다.“별로 중요한 일도 아니었어요.”그러고는 고기 꼬치를 이담에게 내밀었다.“먹어봐요. 입에 맞는지.”꼬치를 받은 이담은 자리에 앉아서 한입 먹었다.“음, 괜찮네요.”지훈은 냉장고 앞으로 갔다.“뭐 마실래요?”“아무거나요.”지훈은 음료수 한 병을 꺼내 이담 앞에 내려놓았다.이담은 음료수를 받아 들었다.“고마워요.”이담은 꼬치를 다 먹고 음료수까지 한 모금 마셨다.지훈이 그녀를 바라봤다.“많이 먹네요.”이담이 멈칫하자 지훈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런데도 꽤 마른 편이니까 많이 먹어요.”“이거... 제 마지막 식사는 아니죠?”이담이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내자 지훈이 피식 웃었다.그러더니 자세를 바로잡으며 말했다.“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갑자기 돌아오자마자 야식 먹으라고 하고, 많이 먹으라고 하잖아요.”“그래서 마지막 식사인가 했죠.”이담이 반쯤 농담처럼 말했다.하지만 지훈은 무척 진지한 얼굴이었다.“매일 먹고 싶으면 매일 해줄 수도 있어요.”이담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갑자기 이야기가 이쪽으로 흘러가자 당황스러웠다.괜히 말을 잘못했다가는 곤란할 것 같아서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훈은 이담의 흔들리는 시선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손을 뻗었다.이담은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살짝 물렸다.“움직이지 말아요.”지훈이 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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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차가운 물이 얼굴에 쏟아지자, 조희는 한동안 멍한 모습이었다.그러다 목이 찢어질 듯 소리쳤다.“감히 나한테 물을 뿌려요? 심이담 씨, 당신 고소할 거예요!”소란을 듣고 연구실 직원들이 하나둘 몰려왔다.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눈치였다.이담은 CCTV를 가리켰다.“고소할 테면 해보세요. CCTV가 장식인 줄 알아요?”“여기 들어와서 무슨 짓을 했는지 CCTV에 다 찍혀 있어요.”“당신이 고씨 집안 사모님 곁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내가 참고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그리고 이 일이 어르신의 귀에까지 들어가면, 그때도 사모님이 당신을 감싸줄 수 있을 것 같아요?”어르신이라는 말이 나오자, 조희의 얼굴이 곧바로 굳어졌다.이를 악물고 분노를 억눌렀다.“두고 봐요!”조희는 그대로 손가락질을 하면서 자리를 떠났다.멀어지는 조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이담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별 사람이 다 있네.”“심 선생님, 아까 정말 저 여자가 일부러 저한테 부딪친 거예요.”옆에 있던 직원도 방금 상황에 놀란 듯했다.조희가 사라지고 나서야 조심스럽게 설명했다.이담은 그를 달랬다.“알아요. 이 일은 당신 잘못이 아니니까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그런데 손은...”이담은 손을 내려다봤다.뜨거운 물에 덴 곳은 벌겋게 부어올라 있었다.살이 익어서 화끈거렸고 손끝까지 얼얼했다.“저는 가서 좀 치료 좀 받을게요.”이담은 연구실을 나와 치료실로 향했다....한편, 지훈이 연구실로 돌아왔을 때였다.그는 누군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를 들었다.처음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그러다 ‘심 선생님’이라는 말이 들리자 걸음을 멈췄다.“심 선생님이 그 여자한테 미움이라도 산 거 아니에요? 아까 보니까 그 여자가 일부러 심 선생님한테 달려든 것 같던데.”“심 선생님이 고씨 집안 사모님의 사람이라고 하셨는데... 설마 제가 생각하는 그분인가요?”“어쨌든 심 선생님도 참 운이 없네요. 그래도 그렇게 뜨거운 물에 뎄는데,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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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여정아는 속으로 불만이 없지 않았다.하지만 아들은 원래부터 자신과 남편에게 살갑지 않았다.여기서까지 강하게 나갔다가는 두 사람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멀어질지도 몰랐다.여정아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혔다.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조희를 바라봤다.“왜 아무 이유도 없이 심이담 씨한테 시비를 건 거니?”“저...”조희는 말문이 막혔다.여정아가 이담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은근히 이담을 괴롭혀도 여정아가 뭐라고 하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설령 지훈이 이담의 편을 들더라도, 여정아가 자신을 감싸줄 테니까 쉽게 고씨 집안에서 쫓겨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사모님, 정말 제가 먼저 시비를 건 게 아니에요. 정말 실수였어요!”자신을 감싸줄 생각이 없다는 걸 알아차린 조희는 그제서야 진심으로 다급해졌다.“제가 사모님 곁에서 이렇게 오래 일했잖아요. 고씨 집안을 위해서도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요.”“제가 굳이 그런 짓을 할 이유가 없잖아요!”여정아는 두 눈을 꼭 감았다.조희는 회사에 들어온 뒤부터 줄곧 자신의 곁을 지켜왔다.자신이 직접 키우다시피 한 사람이었다.평소에도 분수를 지키며 말도 잘 듣는 편이었다.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이유가 없다고요?”조희가 반박할 틈도 주지 않고 지훈이 말을 이었다.“저랑 심 선생님은 같은 연구실에서 일하지도 않는데, 왜 굳이 그곳까지 찾아간 거죠?”“우연히 마주쳤다고는 하지 마세요.”“연구실 CCTV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니까요.”조희의 어깨가 움찔하면서 떨렸다.얼굴에서 핏기가 완전히 가셨다.자신이 그동안 여정아를 곁에서 모신 정을 생각해서, 여정아가 한마디 정도 거들어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예상과 달랐다.여정아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어느새 깊고 복잡한 감정이 어려 있었다.마치 경고하는 듯했다.감히 자신의 아들을 넘볼 자격도 없다는 듯했다.조희는 곧바로 경호원들에게 끌려 나갔다.집사 역시 조희의 해고 절차를 밟기 위해 자리를 떴다.지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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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이담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진혁을 바라봤다.진혁은 곁에 있는 사람과 뭔가에 집중한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송지현은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눈치챈 듯 피식 웃었다.“듣자 하니 하 대표하고 이혼 얘기까지 나왔다면서? 정말 안됐네.” “문초연 하나 때문에 두 사람 사이가 이렇게까지 위태로워졌으니, 네가 왜 그렇게까지 그 여자와 끝까지 가려고 하는지도 알겠어.”비꼬는 말투가 역력했지만 이담은 지극히 담담했다.“제가 문초연과 끝까지 가려는 건 남자 하나 때문이 아니에요.”“두 사람의 목숨 때문이에요.”“결혼도 해본 적 없는 이모가 사람 목숨이 결혼보다 더 소중하다는 걸 어떻게 이해하겠어요?”송지현의 표정이 굳었다.이를 악물고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역시 김미영 딸답네. 똑같이 사람을 질리게 해.”“가족끼리 왜 이렇게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까요?”이담이 송지현을 바라봤다.“가족들이 전부 이모와 등을 돌리는 게 정말 이모가 원하던 결과예요?”“가족?”송지현은 눈시울을 붉힌 채 비웃었다.“나한테 가족 같은 건 없어.”이담은 알 수 있었다.이런 사람의 마음은 이미 증오로 가득 차 있어서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없을 터였다.이담은 더는 말을 섞지 않고 몸을 돌려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그 자리에 남은 송지현의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고, 표정도 한층 어두워졌다....첫 재판이 시작됐다.초연은 여경 2명에게 이끌려서 피고인석으로 들어왔다.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초연은 멍한 눈빛에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이었다.한때 당당하고 화려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지금은 초라하게 풀이 죽어 있었다.진혁과 이담을 발견하자, 초연의 눈꺼풀이 살짝 움직였다.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러다 방청석에 앉아 있는 송지현을 발견하고서야 조금 안도하는 듯했다.송지현은 진혁과 이담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이담과 눈이 마주치자 송지현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겉으로는 이담도 아무렇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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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이 변호사님, 어디서 그런 억지를 부리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증거도 없이 이런 주장을 했다가 일이 끝나면 변호사님의 명예에도 큰 타격이 될 겁니다.”다미는 승부를 걸어 보기로 했다.상대에게 확실한 증거가 없을 거라고 믿었다.감정 결과를 조작한 일이 세상에 드러나면 연루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사법기관 사람들이 자신의 명예와 앞날을 걸고 그런 어리석은 짓을 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다미가 몰아붙여도 이철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잠시 후, 사법기관의 한 부장이 증인으로 법정에 들어섰다.송지현은 그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제야 다미도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여유롭던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진실이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초조함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판사가 증인에게 물었다.“화면에 나온 두 감정서 중 어느 쪽이 진짜입니까?”사법기관의 부장이 침을 삼켰다.곁눈질로 송지현을 한 번 바라본 뒤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첫 번째 감정서가 가짜입니다.”“황주원!”송지현이 그 남자의 이름을 부르면서 다급하게 제지했다.방청석에서는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판사가 주의를 줬다.“법정에서는 정숙해 주십시오.”주변의 소란이 잦아들자 판사가 다시 증인을 향해 말했다.“증인 황주원, 계속해서 답변하세요.”황주원은 감정 결과를 조작한 경위부터 그 배후에서 지시한 송지현, 그리고 다미까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하나도 빠짐없이 털어놓았다.두 사람의 이름이 차례로 언급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의 표정도 굳어졌다.특히 다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송지현을 돕기 위해 자신의 변호사 경력까지 걸었는데, 설마 송지현에게도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이철수는 창백해진 다미를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허 변호사님은 형사 전문 변호사로서, 사적인 이익을 위해 자신이 피의자 측에서 선임한 변호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경찰에 접근했습니다.”“조작된 증거를 제출하고 피의자의 정신감정 결과까지 고의로 조작해서 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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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여경이 재빨리 초연을 바닥에 넘어뜨렸다.곧이어 경찰 두 명이 더 달려와 초연을 붙잡고 강제로 끌고 갔다.초연은 발악에 가깝게 고함을 지르느라 어느새 쉰 목소리로 변해 있었다.사람의 감정이 극에 달하면 얼굴까지 악마처럼 일그러질 수 있었다.섬뜩할 정도로 무서운 모습이었다.특히 피가 번진 것처럼 새빨갛게 충혈된 두 눈은 이담마저 순간 겁을 먹게 만들었다.“대표님, 이제 가시죠.”뒤에서 경호원이 재촉했다.진혁은 대답하지 않았다.품에 안긴 이담을 힐끗 바라보더니 갑자기 가볍게 안아 들었다.그리고 성큼성큼 법원을 빠져나갔다.주차장.“이제 내려줘도 돼.”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면서, 진혁의 품 안에 안긴 이담이 입을 열었다.진혁은 말없이 그녀를 내려놓았다.오늘 일은 이담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자신이 가지고 있던 증거조차 아직 꺼내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모든 일이 끝나 있었다.초연이 다쳐 병원에 실려 간 순간부터 누군가 뒤에서 계속 판을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송지현마저 완패하고 말았다.이담이 고개를 들어 진혁을 바라봤다.마침 진혁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 순간, 이담은 처음으로 어색하게 고개를 돌리면서 시선을 피했다.아마 진혁이 초연에게 남아 있던 마지막 희망까지 끊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양부모의 죽음과 그때 자신이 겪었던 억울함과 원망은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그래서 진혁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복잡했다.이담이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진혁이 손목시계를 내려다봤다.“고지훈은 같이 안 왔어?”이담이 멈칫했다.“고 선생님하고 무슨 상관이야?”진혁이 조용히 웃었지만 태도는 여전히 담담했다.“고지훈한테 기회를 주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내가 누구한테 기회를 주든 말든 너랑 무슨 상관이야?”이담은 괜히 화가 치밀어 그대로 몸을 돌렸다.진혁이 손을 뻗어 그녀를 붙잡았다.이담은 휘청거리면서 뒤로 물러나다가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진혁의 손이 그녀의 허리춤을 단단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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