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유는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방을 나섰다.서재에서 차 키를 챙긴 그녀는 심용군, 고여진과 함께 차고로 향했다. 눈에 띄지 않는 무난한 세단을 골라 탄 뒤, 서둘러 별장을 빠져나왔다.가는 길 내내 백지유는 미리 외워둔 경로를 되새기며 조심스레 핸들을 잡았다. 머릿속으로는 심성빈이 보내준 주요 표지판을 끊임없이 복기했다.신호등 세 번을 지나 왼쪽으로 꺾고, 도로변의 대형 은행을 끼고 우회전하자 곧 심하 그룹의 거대한 사옥이 나타났다.차가 회사 정문 앞에 멈춰 서기 무섭게 마침 아래층에서 서류를 챙기던 비서실장이 빠르게 다가왔다.“백지유 씨, 며칠 전에 대표님께 여행 다녀오신다고 들었는데 벌써 돌아오셨네요?”백지유는 차에서 내려 여유롭고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여행이 생각보다 빨리 끝났어요. 마침 아버님, 어머님께서 국내에서 오셔서 모시고 구경이나 시켜드릴까 해서요.”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심용군과 고여진이 차에서 내렸다.심성빈을 오랫동안 보좌해온 비서실장은 두 어르신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는 놀란 기색과 동시에 예우를 갖추며 깍듯하게 인사했다.“회장님, 사모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언제 오셨어요?”고여진은 인자한 눈매를 접으며 다정하게 대꾸했다.“며칠 전에 왔어. 그동안 성빈이 곁에서 뒤치다꺼리하느라 고생이 많아.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비서실장은 서둘러 대답하며 몸을 낮췄다. 그 태도에는 깊은 존경심과 겸손함이 묻어났다.“대표님을 모시는 건 제게 큰 영광입니다. 고생이라니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그는 곧장 옆으로 비켜서며 공손히 길을 안내했다.“회장님, 사모님, 안으로 모시겠습니다.”일행이 로비로 들어서자 바쁘게 움직이던 직원들이 하나둘 멈춰 서서 백지유에게 인사를 건넸다.“백지유 씨, 안녕하세요.”“지유 씨, 좋은 아침이에요.”주고받는 인사는 예의 바르면서도 능숙했다. 마치 백지유가 이곳의 일상이 된 사람처럼 조금의 이질감도 없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는 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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