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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981 - Chapter 990

999 Chapters

제981화

“좋아요. 대신 나랑 지안 씨가 살게요. 이번에 선배 덕을 정말 많이 봤으니까.”송하나는 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팀 내에서 최우진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것을.만약 그녀와 허지안 둘뿐이었다면 우수한 성적을 받을 자신은 있었지만 이 정도의 완벽한 결과물까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맞아요, 맞아요. 무조건 우리가 사야죠.”허지안이 연신 맞장구를 치자 최우진도 고집을 부리지 않고 가볍게 웃어 보였다.“알았어. 너희 말 들을게.”바로 그때 송하나의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 심성빈이 보낸 메시지였다.오프라인 회의로 한창 바쁠 텐데도 그녀의 기말 평가를 잊지 않고 중간 휴식 시간을 틈타 결과를 물었다. 그러면서 회의가 끝나는 대로 데리러 가겠다고 했다.송하나가 재빠르게 답장을 보냈다. 그녀의 팀이 1등을 차지했다는 기쁜 소식을 알려줬고 오늘 저녁엔 팀원들과 축하 파티를 하기로 해서 조금 늦게 들어갈 것 같다고 설명했다.한편 메시지를 확인한 심성빈이 답장을 보내려다가 멈칫했다.원래는 일을 마친 뒤 축하 파티를 해줄 생각이었다. 이미 다른 사람들과 저녁 약속을 잡았다는 사실에 마음 한구석에 씁쓸하고 허전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송하나의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구속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기에 그저 다정하게 당부의 말만 남겼다.[재밌게 놀아. 술은 조금만 마시고. 끝날 때쯤 연락하면 데리러 갈게.]그날 저녁 최우진이 송하나와 허지안과 함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내부가 딱 보기에도 무척 고급스럽고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허지안이 남몰래 주위를 둘러보며 혀를 내둘렀다.‘이 정도 급의 레스토랑이라면 가격이 만만치 않겠는데?’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최우진이 최선을 다해 이끌어주지 않았다면 장학금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장학금을 전부 털어 밥을 산다 해도 마땅히 해야 할 도리였다.최우진이 매너 있게 메뉴판을 송하나와 허지안 쪽으로 밀어주며 취향껏 고르도록 배려했다.두 사람이 메뉴를 다 고른 뒤 그는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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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2화

“사실 학교 축제가 있던 그날 밤에 네가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본 순간부터 첫눈에 반했어. 그동안 같이 과제 하고 시간 보내면서 내 마음이 진심이라는 걸 점점 더 확신하게 되더라.”“송하나, 정식으로 너한테 대시하고 싶어.”직설적이고 거침없는 고백이었다.하지만 송하나는 그 말을 듣고도 마음이 설레기는커녕 오히려 몹시 난감하고 피곤해졌다.지금까지 최우진을 그저 과제를 함께 완성한 훌륭한 선배 정도로만 여겨왔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고백은 앞으로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막막하게 만들 뿐이었다.바로 그 순간 송하나의 머릿속에 뭔가 번뜩 스쳤다.어쩐지 지나치게 자주 마주친다 했고 수많은 사람 중에 하필 같은 팀이 된 것도 이상했었다. 이 모든 것이 그가 철저하게 의도하고 꾸며낸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송하나가 고개를 들고 최우진을 보며 예의 바르지만 일말의 여지조차 주지 않는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선배, 좋게 봐준 건 감사하지만 선배 마음 받아들일 수 없어요.”최우진 역시 어느 정도 거절당할 각오를 하긴 했지만 막상 이토록 무덤덤하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표정을 마주하자 밀려드는 씁쓸함과 상실감은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이대로 물러서기엔 미련이 남아 집요하게 물었다.“이유가 뭐야? 나한테 부족한 점이 있는 거야, 아니면 뭔가 걸리는 부분이라도 있는 거야? 그런 거라면 내가 다 고칠게.”“우리가 너무 빨리 가까워져서 당장 받아들이기 부담스러운 거면 괜찮아. 천천히 기다릴게.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마음이 설레는 여자를 어렵게 만났고 오랫동안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공을 들였기에 이대로 허무하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송하나가 고개를 저었다.“선배는 훌륭한 사람이에요. 전공 실력도 뛰어나고 성격도 좋고요. 하지만 우린 정말 어울리지 않아요.”“어울리는지 어울리지 않는지는 겪어봐야 아는 거잖아. 나랑 만나보지도 않고 왜 무작정 안 된다고만 해?”최우진이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매달리며 납득할 만한 대답을 원했다.그를 확실히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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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3화

“어, 그래.”허지안은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했지만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에서 가방을 챙겨 송하나의 뒤를 따랐다.뒤늦게 정신을 차린 최우진이 다급히 일어나 쫓아갔다.“시간이 너무 늦었어. 밤길 위험하니까 내가 데려다줄게.”“수고스럽게 그러지 않아도 돼요. 우리끼리 택시 타고 갈게요.”송하나가 차분한 말투로 최우진의 호의를 정중히 거절했다.그녀가 곧장 카운터로 가서 계산하려 하자 최우진이 계산하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제지당한 바람에 결국 계산은 송하나의 몫이 되었다.레스토랑을 나와보니 밤바람이 제법 서늘했다.송하나와 허지안이 길가에서 택시를 잡아탔다.멀어지는 택시를 지켜보던 최우진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쓸쓸함과 상실감에 휩싸였다.송하나는 정말이지 한 번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단호하고 깔끔하게 그를 거절했다.차 안, 내내 꾹 참고 있던 허지안이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하나 씨, 혹시 우진 선배랑... 싸웠어요?”잠깐 화장실에 다녀왔을 뿐인데 그새 분위기가 그렇게 이상해졌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송하나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덤덤하게 대답했다.“아니요. 그냥 너무 늦어서 집에 갈 때가 된 것 같아서 그랬어요.”허지안이 반신반의하다가 문득 밥값이 떠올라 서둘러 휴대폰을 꺼냈다.“아, 맞다. 밥을 우리가 같이 사기로 했으니까 절반은 내가 낼게요.”알림창에 뜬 송금 메시지를 본 송하나가 망설임 없이 반환 버튼을 눌렀다.“괜찮아요. 안 줘도 돼요.”“그건 안 되죠.”허지안이 자세를 똑바로 고쳐 앉으며 고집을 부렸다.“같이 사기로 해놓고 어떻게 하나 씨 혼자 돈을 다 내게 해요.”그러고는 다시 송금하려 했다.송하나가 부드럽고 진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며 허지안의 손목을 지그시 눌렀다.“정 마음에 걸리면 나중에 장학금 나왔을 때 밥 한번 사줘요, 그럼.”송하나의 통장에 매달 상당한 금액이 입금되고 있었다.회사 배당금이든 특허 수익이든 그녀가 평생 돈 걱정 없이 살기에 충분한 액수였다. 밥값 수십만 원 정도는 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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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4화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은 송하나가 무의식적으로 피하려던 그때 최우진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송하나.”복도에는 오가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최우진이 뛰어난 외모와 화려한 집안 배경 때문에 원래부터 학교에서 주목을 많이 받았다.그의 부름 한 번에 주변 학생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순식간에 두 사람에게 쏠렸다.송하나가 걸음을 멈췄다. 마음속에 난감함이 밀려와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녀는 이런 상황을 가장 꺼렸고 고백과 관련된 일이 알려지는 건 더더욱 원치 않았다.결국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피하기 위해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억누른 채 최우진을 따라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선배, 아직 할 말이 남았나요?”최우진이 송하나를 똑바로 응시하며 더없이 진지하고 간절한 말투로 말했다.“송하나, 나 어제 돌아가서 밤새 생각했어. 그리고 확실하게 깨달았어.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그깟 세속적인 조건이나 장애물 따위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말이야.”그가 반걸음 다가왔다. 눈빛이 이글이글 타올랐고 글자마다 진심이 묻어났다.“나보다 연상이든 한 번 결혼한 과거가 있든 그런 건 하나도 상관없어. 너한테 아이가 있다고 해도 난 다 받아들일 수 있어. 네 아이까지 내 아이처럼 사랑하면서 키울게.”“송하나, 내가 지금 하는 말은 절대 충동적으로 내뱉는 말이 아니야. 모든 결과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야. 난 진심으로 널 좋아해. 제발 너한테 다가갈 기회를 한 번만 주면 안 될까?”그 말에 송하나는 어이가 없으면서 황당하기 그지없었다.이혼이라는 과거와 나이 차이를 꺼내면 당연히 질색하며 떨어져 나갈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최우진이 밤새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결론이 송하나의 모든 과거는 물론 존재하지도 않는 아이까지 전부 품어주겠다는 것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토록 맹목적인 집착 앞에서는 그녀도 완전히 두 손 두 발을 다 들 수밖에 없었다.송하나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일말의 여지도 남겨선 안 된다는 생각에 더욱 단호하고 차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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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5화

깜짝 놀란 학교 관계자들이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서둘러 심성빈을 따라갔다.“하나야.”낮고 다정한 남자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자 송하나가 고개를 돌렸다.심성빈이 짙은 정장을 완벽하게 차려입고 여유로운 걸음으로 송하나에게 걸어갔다. 그리고 그 뒤로 학교 고위 관계자들이 줄지어 따라오는 광경을 본 순간 그녀의 눈동자에 놀라움이 가득 들어찼다.그가 지금 이 시간에 학교에 나타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다.심성빈이 금세 송하나의 곁으로 다가가 아주 자연스럽게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 안으며 품으로 끌어당겼다. 그 동작 하나로 최우진의 시선을 완벽하게 차단했다.그가 품속의 여자를 내려다보며 다정하게 설명했다.“학교 측에서 새로 리모델링한 음악 시설들을 보러 오라고 초대해서 왔는데 널 마주칠 줄은 몰랐네.”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곁에 서 있는 최우진을 향해 담담한 눈빛을 던졌다.“이쪽은?”정신을 차린 송하나가 서둘러 최우진을 소개했다.“최우진 선배예요. 이번 기말 과제 때 같은 팀에서 협력했던 선배고요.”그 말에 심성빈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여유롭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과시하거나 거드름을 피우지 않으면서도 주인의식을 은근히 드러내는 듯한 태도였다.“안녕하세요. 하나 남자친구 심성빈입니다.”심성빈이 더없이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선포했다.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면서도 주도권은 온전히 그가 쥐고 있었다.뻣뻣하게 굳은 손을 내민 최우진과 가볍게 악수를 나눈 뒤 심성빈이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전에 하나한테서 기말 과제 얘기를 들었어요. 그동안 우리 하나 곁에서 잘 챙겨줘서 고마워요.”최우진이 그 자리에서 돌처럼 굳어버렸다.눈앞에서 다정하게 밀착해 있는 두 사람을 멍하니 쳐다봤다. 심성빈이 송하나의 허리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감싸 안는 걸 목격한 순간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어버렸다.그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송하나를 쳐다보았다.“이 사람이... 진짜 네 남자친구야?”오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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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6화

가볍게 내뱉은 말이었지만 다정하고 기품이 넘쳤으며 야박하게 들리지 않으면서도 태도를 분명히 하는 말이었다.곁에 있던 학교 고위 관계자들도 덩달아 웃음을 터뜨리며 농담을 던졌다.“아내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더니. 대표님께서 여자친구분께 지극정성이시니까 사업이 크게 성공하신 거군요.”해프닝이 마무리된 후 심성빈이 곁에 선 송하나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목소리가 더없이 부드럽고 다정했다.“하나야, 먼저 강의실로 돌아가 있어. 이쪽 일이 끝나는 대로 데리러 갈게.”송하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러고는 학교 관계자들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한 뒤 강의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옆에 서 있던 최우진이 본능적으로 송하나를 따라가려던 그때 미처 걸음을 떼기도 전에 어머니가 그를 불렀다.“최우진, 어디 가? 이분들이랑 같이 참관하러 가야지.”최우진은 너무도 싫었지만 수많은 눈이 지켜보고 있어 감히 거역할 수 없었다.여기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실수를 저질렀다간 상황만 더 비참해지고 어머니의 체면까지 구기게 될 터.결국 마음속에 들끓는 억울함과 상실감을 억누른 채 씁쓸한 얼굴로 그들의 뒤를 따랐다.송하나가 강의실로 돌아오자마자 허지안이 쪼르르 다가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물었다.“하나 씨, 아까 우진 선배가 하나 씨를 찾던데 무슨 일이래요?”지난번에 같이 식사했을 때부터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과제도 다 끝났는데 굳이 송하나를 따로 불러낼 이유가 뭐가 있을까?송하나가 의자를 빼고 앉으며 담담한 말투로 대충 핑계를 댔다.“별일 아니에요. 그냥 학업에 관해서 뭐 좀 물어보더라고요.”그녀가 말하기를 꺼리자 허지안도 더 이상 캐묻지 않고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참, 이제 곧 방학인데 귀국할 거예요?”송하나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아직 잘 모르겠어요. 당분간은 들어갈 계획이 없거든요. 지안 씨는요? 방학 때 들어갈 거예요?”허지안이 한숨을 내쉬며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가고 싶긴 한데 비행기 푯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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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7화

저녁.송하나는 일찌감치 방으로 돌아가 쉬었고 심성빈은 서재에 남아 야근하며 업무를 처리했다.방학이 되면 리조트로 휴가를 가기로 송하나와 약속했기에 미리 모든 일을 마무리해야 했다. 그래야 휴가 기간에 온전히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연달아 몇 시간 동안 쉴 틈 없이 바쁘게 일한 끝에 책상 위에 쌓여 있던 서류들을 마침내 전부 처리했다.심성빈이 손을 들어 미간을 가볍게 주물렀다.낮에 학교에서 목격했던 그 장면이 통제할 수 없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최우진이 송하나에게 보낸 그 뜨거운 구애가 그의 심경에 파동을 일으켰다.늘 이성적이고 절제력이 강한 심성빈이었지만 유독 송하나 앞에서만큼은 남들이 알지 못하는 감정을 숨기고 있었다.다른 남자가 그녀를 마음에 품고 탐내는 게 너무도 두려웠다.하지만 송하나는 모든 면이 뛰어나고 맑고 투명하며 눈이 부셨다. 어딜 가든 빛을 발하는 사람이었다.이토록 눈부신 그녀의 곁에 구애하는 사람이 없을 리가 없지 않은가?예전의 심성빈은 늘 억지로 자신을 억누르고 통제했었다. 섣불리 속마음을 털어놓지도 못했고 두 사람의 관계를 한 발짝 더 진전시킬 엄두는 더더욱 내지 못했다.그저 조심스럽게 송하나의 곁을 맴돌며 선을 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그의 마음속에는 늘 넘어설 수 없는 족쇄가 채워져 있었다.심성빈은 매 순간 스스로를 다잡았다. 빈틈을 파고들어선 안 된다고, 그의 것이 아닌 자리를 차지해선 안 된다고.무거운 부담감을 짊어지고 싶지 않아 마음속에서 들끓는 사랑을 억지로 짓눌렀다.원래는 그저 조용히 송하나의 곁을 지키며 그녀가 평안하고 무탈하도록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오늘 다른 남자가 송하나에게 고백하고 끈질기게 매달리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 순간 오랫동안 억눌러왔던 인내심과 양보가 철저히 무너져 내렸다.품어서는 안 될 헛된 욕망이 고개를 쳐들었다.더 이상 다른 남자가 함부로 송하나에게 다가가 귀찮게 굴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당당하게 그녀의 곁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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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8화

“알았어요. 안 낼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뭐 먹고 싶어요? 식당은 하나 씨가 정해요. 그럼 이따 봐요.”송하나는 허지안이 무리하게 돈을 쓸까 봐 가성비가 좋은 레스토랑을 골랐다.턱없이 비싸지 않으면서도 조용해서 수다를 떨기 좋은 곳이었다.두 사람이 만나 자리에 앉은 뒤 허지안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두 번째 희소식을 전했다.“나 오늘 운 진짜 대박이에요. 방금 하나 씨 만나러 오는 길에 학원에서 전화가 왔는데 면접 합격했대요. 다음 주부터 바로 출근하기로 했어요.”“축하해요, 지안 씨.”송하나는 진심으로 기뻐했다.그런데 환하게 웃던 허지안이 이내 한숨을 쉬더니 다소 난감한 말투로 말했다.“그런데 골치 아픈 문제가 하나 생겼어요.”“무슨 일인데요?”송하나가 고개를 들어 허지안을 쳐다봤다.“우리 학교 기숙사 방학 동안에는 열지 않는대요. 오늘 사감님이 남은 학생들더러 이번 주말 전까지 전부 기숙사를 나가라고 했어요.”허지안이 턱을 괸 채 고민에 빠진 얼굴로 말했다.“여기 남아서 알바하려면 방을 구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낯선 이곳에서 사기라도 당할까 봐 무서워요.”그 말을 들은 송하나가 선뜻 제안했다.“걱정하지 말아요. 밥 먹고 나랑 같이 방 보러 가요. 내가 옆에서 봐줄게요.”“정말요?”허지안의 얼굴이 금세 환해지더니 감동한 눈빛을 보냈다.“고마워요. 하나 씨는 정말 천사예요. 하나 씨 휴식 시간을 뺏는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해요.”송하나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나한테 뭘 그렇게 예의를 차리고 그래요.”식사를 마친 뒤 송하나는 허지안과 함께 부동산을 찾아가 본격적으로 집을 보러 다녔다.허지안의 예산이 빠듯했기 때문에 주로 가성비가 좋은 소형 원룸을 위주로 찾아보았다.여러 군데를 돌아본 끝에 마침내 꼭대기 층에 있는 원룸 하나를 골랐다.다락방 구조라 천장 높이가 일정하지 않았고 겨울철 채광이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천장이 약간 낮아 답답한 감이 있었지만 다행히 집이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가구도 완비되어 있어 짐만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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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9화

전화를 끊고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낯익은 검은색 세단 한 대가 길가에 멈춰 섰다.유리창이 내려가고 심성빈의 수려하고 기품 있는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의 다정한 시선이 송하나에게 닿았다.송하나가 허지안의 손을 잡고 말했다.“지안 씨, 아직 시간도 이른데 우리가 학교까지 데려다줄게요.”허지안이 연신 손사래를 치더니 아예 반걸음 뒤로 훌쩍 물러서며 웃음 띤 얼굴로 거절했다.“아니에요. 괜찮아요. 굳이 빙 돌아가지 말고 얼른 가요. 버스 타고 몇 정거장만 가면 되는데요, 뭐.”송하나가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허지안이 손을 흔들며 한마디 덧붙였다.“조심해서 가고 방학 잘 보내요. 나 먼저 갈게요.”그러고는 가방을 멘 채 버스 정류장 쪽으로 향했다.도망치듯 멀어지는 허지안의 뒷모습을 보던 송하나가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가 혼자 차에 올라탔다.차 안의 온도가 적당했고 공기 중에 맑고 깨끗한 향기가 감돌았다.송하나가 자리에 앉자마자 옆에 있던 심성빈이 상체를 살짝 숙이고 그녀 쪽으로 바짝 다가왔다.무방비 상태에서 갑작스레 좁혀진 거리에 송하나는 온몸이 굳어졌고 등줄기가 순식간에 뻣뻣해졌다.심성빈의 따뜻한 숨결이 그녀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살짝 내리깐 속눈썹이 바로 코앞에 있었고 조각 같은 옆모습이 고스란히 시야에 들이찼다.분명 한없이 다정한 몸짓이었지만 숨이 막힐 듯한 압박감과 포식자 같은 분위기가 서려 있었다.낯선 감각에 송하나가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여태껏 심성빈은 송하나를 살뜰히 챙기면서도 늘 완벽하게 선을 지켰다. 철저하게 경계를 지키며 의도적으로 그녀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 왔다.낯선 밀착감에 어찌할 바를 모르던 송하나가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둥글게 말아 쥐었다. 귓불이 눈으로 보일 만큼 빠르게 붉은빛으로 물들었고 심장 박동도 빨라졌다.그 바람에 감히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굳은 채로 앉아 있었다.정작 심성빈은 그녀의 긴장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기다란 손가락으로 안전벨트 클립을 쥐더니 시선을 내린 채 벨트를 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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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0화

굽이진 산길로 접어들자 창밖으로 푸른 숲이 끝없이 펼쳐졌다. 산자락을 감싼 구름과 안개가 어우러져 그림처럼 고요하고 힐링이 되는 풍경을 자아냈다.심성빈이 전방을 주시하면서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졸리면 의자에 기대서 좀 자. 그렇게 멀지 않으니까 금방 도착할 거야.”“안 졸려요.”송하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뒤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산과 들의 풍경을 내다보던 그녀의 눈동자가 한없이 맑게 빛나고 있었다.“산속 풍경이 너무 좋네요.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져요.”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며 달리다 보니 어느덧 목적지에 다다랐다.리조트에 도착하자 미리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관리인이 잰걸음으로 다가왔다. 정중한 태도로 두 사람의 짐을 넘겨받고는 안으로 안내했다.이곳은 평범한 민박이 아니었다. 깊은 숲속에 은밀하게 숨겨진 독채형 최고급 리조트였다.인테리어가 정교하고 정원 곳곳에 예쁜 식물들이 감각적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시야가 탁 트여 있어 창문을 열면 온 산을 뒤덮은 운해가 한눈에 들어왔다. 더없이 고요하고도 럭셔리한 공간이었다.간단히 짐을 푼 뒤 관리인이 리조트 구역 내의 다양한 부대시설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저희 리조트는 부대시설이 아주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습니다. 뒷산에 전문 승마장과 골프장이 마련되어 있고 객실 내에 프라이빗 온천이 딸려 있어요. 산 아래쪽에는 유기농 농장도 있고 레저 활동도 전부 편안하게 체험하실 수 있습니다.”심성빈이 송하나를 돌아보며 의향을 물었다.“특별히 관심 가는 거 있어? 우선 승마부터 한 번 해볼까?”송하나는 살면서 말을 타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푸른 산과 구름을 배경으로 넓게 펼쳐진 창밖 승마장을 보자 마음속 깊은 곳에서 호기심과 신선함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그녀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한번 해보고 싶어요.”잠시 후 두 사람이 관리인을 따라 승마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깨끗하고 몸에 꼭 맞는 승마복으로 갈아입은 후 심성빈은 송하나에게 모든 보호 장구를 꼼꼼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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