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유가 얼른 대답했다.“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나도 눈치는 있어요.”심성빈이 그 여인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아낀다는 것을 잘 알았다. 만약 자신의 말 한마디 때문에 오해가 생긴다면, 심성빈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백지유는 굳이 그런 골칫거리를 자초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두 사람의 대화가 막 끝났을 때, 키가 크고 화려한 인상의 여자가 빠른 걸음으로 백지유에게 다가왔다.금발에 푸른 눈, 또렷하고 입체적인 이목구비를 가진 분위기 있는 외국인 미녀였다.그녀는 곧장 백지유 앞으로 다가와 아무 거리낌 없이 팔을 들어 목을 감싸더니 살짝 몸을 숙여 입꼬리에 다정한 키스를 남겼다.“자기야, 이 옷 색깔이 네 피부톤이랑 정말 잘 어울려. 너무 예뻐.”이토록 직설적이고 친밀한 행동에 심성빈은 잠시 멍해졌고, 눈빛에는 놀라움이 스쳤다.아무 준비도 없이 사람들 앞에서 키스를 당한 백지유는 귀밑까지 순식간에 붉어지며 조금 어색한 기색을 보였다.심성빈은 한눈에 알아차렸다. 두 사람의 관계는 평범하지 않았다.평범한 친구나 절친이 아니라, 오히려 연인처럼 보였다.그 순간 그는 백지유가 왜 그렇게 집안에서 정해준 선이나 정략결혼을 거부하고, 왜 그토록 해외로 도망치려 했는지 비로소 깨달았다.그녀가 오만해서도, 결혼에 얽매이기 싫어서도, 눈이 너무 높아 세속적인 혼처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다.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이 여자였기 때문이다.그 사실은 가족들에게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일이었다.백지유는 지금까지 자기 성적 지향을 아주 철저히 숨겨 왔다.처음에는 어떻게든 둘러댈 생각도 했지만, 모든 걸 꿰뚫어 본 듯한 심성빈의 눈빛과 마주하자 무슨 말을 해도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그래서 아예 더는 숨기지 않았다. 옆의 연인 손을 당당하게 마주 잡고 손가락을 깍지 낀 채 태연하고 여유로운 얼굴로 심성빈을 바라보았다.“기왕 성빈 씨한테 들켰으니 내가 빚 하나 진 셈 칠게요. 오늘 본 건 비밀로 해 주세요.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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