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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별이 되어 빛나리: บทที่ 1011 - บทที่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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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1화

백지유는 그렇게 말하면서 미간을 살짝 찌푸렸는데 얼굴에 미안함과 난처함이 공존했다.“아버님, 어머님. 이렇게 갑자기 떠나신다고요? 혹시 제가 며칠 동안 제대로 대접하지 못했거나, 뭔가 잘못해서 두 분을 불편하게 한 건가요? 그렇다면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바로 고칠게요.”자책하는 백지유의 사려 깊은 모습을 본 고여진은 황급히 걸음을 멈추고 웃는 얼굴로 백지유의 손등을 다정하게 토닥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걱정하지 마. 너랑은 아무 상관 없으니까. 네가 그동안 우리를 얼마나 살뜰하게 챙겨 줬는데. 덕분에 우리도 아주 편하게 지냈어.”백지유가 괜히 마음을 쓰게 될까 염려한 고여진은 경매 이야기를 꺼냈다.백지유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그래서 어머님께서 이렇게 서두르시는 거군요.”하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여진이 무려 삼십 년 동안 찾아 헤맸던 희귀한 물건이 하필 지금 이 시점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다니.과연 우연일까?백지유는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심성빈이 치밀하게 짜 놓은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하지만 그 사실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다고 해도 겉으로는 감히 내색할 수 없었다. 그저 평소처럼 온순하고 단아한 모습을 유지한 채 조심스럽게 고여진을 설득할 뿐이었다.“ 아버님, 어머님. 성빈 씨는 지금 출장을 갔잖아요. 이렇게 서둘러 돌아가신다면 너무 갑작스럽지 않을까요? 성빈 씨가 돌아온 다음에 출발하시는 건 어떠세요? 직접 얼굴 보고 작별 인사를 하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요?”“아니, 됐어. 그럴 여유가 없어서 말이야.”고여진은 연신 손을 내저으며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이번 경매는 아주 특별해. 이 기회를 놓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나랑 우리 남편은 오늘 밤 출발하는 항공권을 이미 예매했어. 조금도 지체할 수가 없어. 성빈이한테는 내가 직접 전화해서 얘기하면 돼.”백지유는 고여진이 확실히 마음먹은 것 같자 일부러 난처한 듯 입술을 깨물다가 순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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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2화

휴대폰 너머 심성빈은 조용히 이야기를 들으면서 티 나지 않게 입꼬리를 올려 엷은 미소를 지었다.모든 일이 예상대로였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조금의 허점도 없었다.심성빈은 잠시 침묵하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해해요. 그렇다면 어머니께서 직접 가시는 게 좋겠네요. 몇 시 비행기예요? 지금 당장 돌아가서 공항까지 모셔다드릴게요.”“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고여진은 곧바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심성빈을 말렸다. “너 요즘 매일 야근하는 데다가 갑자기 출장까지 가게 되어서 많이 피곤할 텐데 우리 때문에 또 오갈 필요는 없어. 괜히 사서 고생하지 말고 너는 네 일이나 열심히 하도록 해. 그리고 잠시 뒤에 지유가 우리를 공항까지 데려다준다고 했으니까 걱정하지 마.”심성빈은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알겠어요. 그럼 조심해서 가세요. 그리고 도착하면 꼭 연락하세요.”전화를 끊은 뒤 심성빈은 소파에 기대며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며칠째 가슴을 짓누르던 무거운 압박감이 그제야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았다.심성빈은 눈을 감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때 문밖에서 갑자기 노크 소리와 함께 송하나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성빈 씨, 안에 있어요?”심성빈은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난 뒤 성큼성큼 걸어가 문을 열었다.송하나는 문밖에 가만히 서 있었다. 단정하고 청초한 이목구비에 헐렁한 홈웨어를 입고 있는 모습이 유순해 보이면서도 예뻤다.“하나야, 무슨 일이야?”심성빈은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송하나는 두 손으로 심플하면서도 소박해 보이는 유리 꽃병 하나를 받쳐 들고 있었고, 꽃병 입구에는 들꽃 몇 송이가 꽂혀 있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하면서도 우아했고, 그 사이사이에는 여린 초록빛 풀잎 몇 가닥이 자리하고 있었다.푸른 잎사귀가 꽃을 돋보이게 해 전체적으로 깔끔하면서도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살랑이는 바람이 불 때마다 강하지도, 자극적이지도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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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3화

가정부가 문을 열자 문밖에는 뜻밖에도 심성빈의 비서실장이 서 있었다.“안녕하세요. 회장님, 사모님, 백지유 씨.”비서실장은 허리를 살짝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대표님께서 두 분을 공항까지 모셔다드리라고 특별히 지시하셨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중요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탓에 도저히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직접 오시지 못하는 것을 무척 마음에 걸려 하셨고, 제게 두 분께 대신 사과의 말씀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그리고 트렁크 안에 이곳의 귀한 특산품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모두 심 대표님께서 두 분께 드리기 위해 직접 고르신 것들이니 귀국하실 때 챙겨가시면 됩니다.”그 말을 듣자 고여진의 눈빛이 한결 따스해졌다. 심성빈이 이렇게까지 세심하게 준비해 줄 줄은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이 녀석도 참. 자기 부모한테까지 이렇게까지 깍듯하게 굴 필요가 있나. 우리가 남도 아닌데 뭘 이렇게 신경을 많이 써.”겉으로는 그렇게 타박하면서도 눈빛에는 감출 수 없는 흐뭇함이 가득했다.비서실장은 빠르게 앞으로 나서며 두 사람의 캐리어를 차에 실어 주었다.모두 자리에 앉은 뒤 차는 공항을 향해 출발했다.공항에 도착한 뒤 고여진은 백지유의 손을 잡고 매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지유야, 나랑 우리 남편이 이렇게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여기까지 찾아온 이유는 너랑 성빈이가 걱정돼서야. 그런데 직접 이곳에 와서 너희 둘이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니 드디어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아.”고여진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나이가 들다 보니 우리도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이렇게 먼 곳까지 오는 게 쉽지는 않아. 그래서 너희를 자주 보러 오기가 힘들 것 같아. 그래도 둘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잘 지내도록 해. 그래야 우리도, 너희 부모님도 국내에서 마음 놓고 지낼 수 있으니 말이야.”고여진은 그렇게 말하더니 한층 더 진지해진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앞으로 성빈이가 혹시라도 뭔가 잘못하거나 너를 속상하게 했다면 절대 숨기지 말고 곧바로 나한테 연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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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4화

팔찌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다면 백지유는 심씨 가문의 죄인이 될 것이다.고여진은 백지유가 끝까지 받지 않으려 하자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일부러 서운한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지유야, 설마 앞으로 우리 성빈이랑 결혼해서 함께 살 생각이 없는 거니? 그래서 이 팔찌도 받지 않으려는 거야?”그 한마디에 백지유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심성빈의 부모님 앞에서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자신은 그저 연기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털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아니요. 절대 아니에요. 어머님, 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 그냥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래요.”“그러면 더 사양하지 말고 잘 간직하렴. 이건 우리 마음이야. 심씨 가문이 너를 며느리로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하고.”결국 백지유는 하는 수 없이 팔찌를 받았다.“감, 감사합니다. 어머님.”고여진은 그제야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래.”한참 동안 작별 인사를 나누고 당부의 말을 건넨 뒤, 심용군과 고여진은 순조롭게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 비행기에 올랐다.두 사람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걸 확인한 백지유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며칠 동안 계속 연기하면서 미소를 짓느라 얼굴 근육이 굳어버릴 지경이었는데 다행히 이제는 더 이상 연기하지 않아도 되었다.옆에 있던 비서실장이 백지유를 바라보며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백지유 씨, 며칠 동안 최선을 다해 협조해 주시고 세심하게 배려해 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대표님을 대신해 감사드립니다.”백지유는 손을 내저으며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별말씀을요.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요, 뭘.”게다가 백지유도 아무런 대가 없이 도와준 것은 아니었다. 백지유는 심성빈에게서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받았다.“참, 그리고 이 팔찌는 가져가세요. 성빈 씨가 돌아오면 그때 저 대신 전해 주세요.”백지유는 자신의 손에 들린 그 골치 아픈 팔찌를 얼른 처분하려 했다.비서실장은 눈빛이 잠시 흔들리더니 연신 손을 저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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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5화

심용군, 고여진, 백지유가 떠난 뒤 심성빈은 가장 먼저 사람을 시켜 별장 안팎을 깨끗이 청소했다. 심지어 송하나의 방에 있던 매트리스까지 새것으로 교체했다. 다른 사람이 그곳에 머물렀던 흔적을 송하나에게 들키기라도 할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이틀 뒤, 심성빈은 송하나와 함께 리조트를 떠나 도심에 있는 별장으로 돌아왔다.차가 멈춰 서는 소리를 들은 가정부가 곧바로 달려 나와 그들을 맞이했다.“대표님, 송하나 씨. 돌아오셨어요.”“네.”심성빈은 덤덤하게 대꾸한 뒤 가정부에게 짐을 안으로 옮기라고 지시했다.가정부는 재빨리 트렁크에 있는 짐을 안으로 옮겼다.그리고 그제야 송하나는 심성빈이 자신이 선물한 꽃을 별장까지 가지고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며칠 지난 탓에 꽃이 살짝 시들었는데도 심성빈은 차마 버리지 못하고 마치 보물처럼 먼 곳까지 고이 들고 온 것이었다.송하나는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무심코 건넨 작은 선물이었고 값비싼 것도 아니었는데, 심성빈은 그걸 무척이나 소중히 여겼다.송하나의 시선을 눈치챈 심성빈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설명했다.“며칠 동안 이 향을 계속 맡다 보니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 없으면 오히려 익숙하지 않을 것 같아서 챙겨왔어.”“성빈 씨, 그게 마음에 들었다면 나중에 마당에 꽃밭을 하나 만들어서 좀 더 많이 심을게요. 그럼 앞으로 매일 성빈 씨 방에 싱싱한 꽃을 가져다 놓을 수 있으니까요.”“좋아. 대신 꽃밭을 가꾸는 일은 가정부에게 맡기도록 해.”심성빈은 송하나가 힘든 일을 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심성빈은 송하나의 손목을 잡고 그녀를 방 앞까지 데려다주었다.그리고 손을 들어 송하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당부했다.“너는 일단 방으로 돌아가서 쉬어. 주방에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라고 일러뒀어. 준비가 끝나면 얘기할 테니까 이따가 내려와서 먹어.”송하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네.”방으로 돌아온 송하나는 푹신한 침대에 누웠다. 포근하고 따뜻한 이불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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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6화

심성빈의 다정함과 배려를 받아들이는 것이 심성빈을 받아들이는 첫걸음이었다.그렇게 생각한 송하나는 더 이상 사양하지 않고 블랙 카드를 살며시 집어 들면서 입꼬리를 올리며 싱긋 웃었다.“그럼 일단 챙길게요.”그 순간 심성빈의 눈동자에 웃음기가 번졌고, 목소리는 한없이 다정했다.“그래.”다음 날 오전, 송하나는 간단히 외출 준비를 한 뒤 약속 장소에 시간 맞춰 도착했다.멀리서 허지안이 길가에 서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지안 씨!”송하나가 가까이 다가가자 허지안은 곧바로 앞으로 나서며 두 팔을 벌리고 송하나를 힘껏 끌어안았다. 그러면서 무척 반가운 목소리로 친근하게 말을 건넸다.“하나 씨, 정말 오랜만이에요. 진짜 너무 보고 싶었어요!”“그러게요. 진짜 오랜만이에요.”송하나는 허지안의 활기찬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눈이 휘어질 정도로 즐겁게 웃으며 허지안을 마주 안았다.두 사람은 나란히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천천히 쇼핑을 즐기는 한편,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허지안은 참지 못하고 한바탕 불평을 늘어놓으며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나 진짜 우리 집 친척들 때문에 미치겠어요. 매년 연말만 되면 연애하라느니 결혼하라느니 얼마나 잔소리를 하는지 몰라요. 올해는 더 심해요. 해외에 있는데도 직접 전화까지 해서 얼른 외국인 사위를 데리고 돌아오래요. 정말 어이가 없다니까요!”송하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린 뒤 허지안을 위로했다.“어른들은 원래 다 그렇잖아요. 남의 결혼에 정말 관심이 많다니까요.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요.”영화관 앞을 지나던 중 밖에 걸린 신작 영화 포스터를 본 허지안이 흥미를 보였다.“하나 씨, 요즘 새로 개봉한 이 영화 평이 엄청 좋던데, 마침 시간도 괜찮은데 같이 영화 한 편 볼래요?”“좋아요.”송하나는 흔쾌히 동의했다.두 사람은 매표소에 가서 줄을 섰고, 송하나가 한발 먼저 카드를 내밀며 영화 티켓을 계산했다.영화가 끝난 뒤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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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7화

옆에 있던 허지안은 최우진이 혼자 있는 것을 보고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같은 학교에 선후배 사이인 데다 함께 조별 과제를 한 적도 있는 사이였으니 어느 정도 친분이 있다고 할 수 있었다.허지안이 고개를 끄덕이려는 순간이었다.“좋아요. 그러면 우리...”그 순간 송하나가 허지안의 손목을 잡았다.힘은 아주 약했지만, 그 손짓에 담긴 뜻은 분명했다.허지안은 곧바로 상황을 파악하고는 서둘러 뒷말을 삼켰다.송하나는 고개를 들어 앞에 서 있는 최우진을 바라보며 옅게 미소 지으면서 완곡하게 거절했다.“정말 죄송해요. 제 남자 친구가 이따가 올 거라서요. 같이 식사를 하는 건 좀 곤란할 것 같아요.”그 말이 떨어지자 최우진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고, 실망의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조금 전 최우진은 송하나와 허지안 둘만 있는 것을 보고 용기를 내 다가가 두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우연히 마주친 것을 계기로 송하나와 조금이라도 더 오래 함께 있고 싶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송하나의 남자 친구가 이곳으로 올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최우진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송하나의 남자 친구는 경계심이 워낙 강해서 다른 남자가 송하나에게 접근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만약 이 일이 어머니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또 한바탕 잔소리를 들어야 할 게 뻔했다.결국 최우진은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감정을 억누르며 애써 침착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 그러면 좀 불편하겠네. 내가 괜한 말을 꺼냈네. 그럼 점심 맛있게 먹어.”짧은 말이었지만 한마디 한마디에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다.그때 옆에 있던 직원이 마침 다가와 말을 건넸다.“두 분,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송하나는 허지안의 손목을 잡고 직원의 안내에 따라 창가에 있는 빈자리로 향했다.자리에 앉은 뒤에야 허지안은 호기심 섞인 목소리로 작게 물었다.“하나 씨, 하나 씨 남자 친구 정말 여기로 오는 거예요?”아까 이곳으로 오면서 그런 얘기는 한 적이 없었다.송하나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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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8화

송하나는 그 누구에게도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았다. 특히 최우진에게는 더더욱 그랬다.갚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고, 그렇다고 갚자니 괜히 얽히게 될 것 같아 싫었다.그럴 바에는 애초에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편이 나았다.깔끔하게 일을 처리한 송하나는 그제야 자리로 돌아가 다시 허지안과 식사를 함께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최우진과 일행의 식사도 끝났고, 그들은 웃고 떠들며 레스토랑을 나섰다.카운터로 걸어가던 최우진은 무의식적으로 창가 쪽 자리를 힐끗 바라봤다.그러고는 곧 시선을 거두고 카운터 직원을 향해 덤덤히 말했다.“안녕하세요. 창가 쪽에 있는 두 여성분의 비용까지 같이 계산할게요.”직원은 재빨리 결제 내역을 확인한 뒤 정중하게 대답했다.“죄송합니다, 손님. 창가 쪽 테이블의 손님들은 이미 미리 계산을 마치셨습니다.”“이미 계산했다고요?”최우진은 순간 흠칫했고 눈빛에 실망이 스쳤다.역시나 송하나는 자신의 행동을 미리 예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심지어 자신과 조금도 엮이고 싶지 않아 계산까지 미리 해두었다.송하나는 최우진에게 조금의 기회도 주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송하나와 절대 이어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여전히 가슴 한구석이 아렸다.오후.송하나와 허지안이 쇼핑을 마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송하나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심성빈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송하나는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휴대폰 너머에서 심성빈의 낮으면서도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하나야, 쇼핑 끝났어? 나도 하던 일이 다 끝났거든. 지금 어디야? 내가 데리러 갈게.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송하나는 미소를 지으며 구체적인 위치를 알려주었다.“거기서 움직이지 말고 기다려. 10분 안에 도착할게.”전화를 끊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고급스럽지만 눈에 띄지 않는 검은색 차 한 대가 길가에 멈춰 섰다.심성빈은 차에서 내린 뒤 조수석 문을 열고 송하나가 차에 타는 것을 살뜰히 챙겼다.별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심성빈은 운전하면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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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9화

송하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좋아요! 그럼 우리 내일 좀 일찍 가요!”다음 날 오전, 심성빈과 송하나는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차를 타고 별장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화인국 마트로 향했다.그곳은 현지에서 유일한 정통 화인국 마트로 다양한 물건이 구비되어 있었다.문을 열고 들어서자 익숙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복주머니, 노리개, 병풍 등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진열대에는 화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간식들이 빼곡하게 놓여 있었다.견과류와 육포, 설 명절 선물 세트까지. 정겨운 명절 분위기가 물씬 풍기며 이국에서 느꼈던 생소함을 단숨에 씻어냈다.두 사람은 천천히 마트를 돌아다니며 꼼꼼하게 설맞이 물품을 골랐다.각종 간식과 선물 세트는 물론이고, 설 전날 저녁 식사에 필요한 식재료까지 넣으니 금세 카트 하나가 가득 찼다.계산을 하려던 순간, 송하나는 계산대 앞에 가지런히 진열된 정교한 세뱃돈 봉투를 발견했다. 깔끔한 바탕색에 금빛 무늬가 새겨진 봉투는 명절 분위기와 굉장히 잘 어울렸다.송하나는 두 묶음 집어 장바구니에 넣었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송하나는 저도 모르게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어릴 적 아빠와 엄마가 곁에 계셨을 때, 설을 앞둔 시점에 부모님은 늘 새 옷과 장난감을 한가득 사주셨다.그리고 가족 모두가 시끌벅적하게 웃으며 오붓하게 설을 보냈었다.그러나 지금 송하나는 이국땅에 와 있었다. 곁에 심성빈이 있기는 했지만 여전히 무의식적으로 옛 기억이 떠올랐다.그러다 문득 이곳에 홀로 남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허지안이 생각났다. 혼자라면 자신보다 훨씬 외롭지 않을까 싶었다.그 생각이 들자 송하나는 옆에서 운전에 집중하고 있는 심성빈을 바라보며 말했다.“성빈 씨, 성빈 씨랑 상의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어요.”심성빈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송하나를 바라보며 애정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얘기해.”“지안 씨 말이에요. 올해는 화인국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곁에 가족도 없어요. 섣달그믐 밤을 혼자 자취방에서 보낸다면 분명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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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0화

“영상 틀어놓고 따라서 해봤어. 그렇게 어렵지는 않더라고. 그런데 처음 해본 거라 네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어.”“이미 충분히 대단한걸요!”송하나는 눈을 빛내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그때 마침 비서실장도 주방으로 들어왔다.눈앞의 광경을 본 비서실장은 깜짝 놀라 하마터면 표정 관리를 하지 못할 뻔했다.‘내가 알고 있는 대표님이 맞나?’비서실장이 아는 심성빈은 항상 맞춤 정장을 입고 뛰어난 능력으로 거침없이 활약하는, 집안일과는 거리가 먼 남자였다.그런데 그런 심성빈이 지금 앞치마를 두른 채 주방에서 직접 재료를 손질하여 만두소를 만들었다. 평소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다정하면서도 소탈한 모습이라 비서실장에게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송하나가 대체 무슨 수를 썼기에 심성빈이 평소의 날카로운 모습을 지우고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까지 한 걸까?심성빈이 자기 쪽을 바라보자 비서실장은 황급히 표정을 가다듬고 코끝을 살짝 만지며 공손하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심성빈이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데 비서실장인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밥만 얻어먹을 수는 없었다.심성빈은 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마침 잘됐네. 와서 같이 만두 좀 빚자고.”얼마 지나지 않아 허지안도 주방으로 들어왔고, 네 사람은 함께 만두를 빚기 시작했다.허지안과 비서실장까지 합류한 덕분인지 주방은 평소보다 한층 활기차졌다.게다가 다들 솜씨가 제각각이라 만두의 모양도 꽤 재미있었다.심성빈과 비서실장은 평소 요리를 거의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 만두가 전부 삐뚤빼뚤했다.어떤 것은 납작하고, 어떤 것은 옆구리가 터졌다.심성빈은 학습 능력이 뛰어난 편이라 금방 요령을 익히더니 금세 능숙하게 만두를 빚기 시작했다.반대로 비서실장은 계속 실수를 연발하며 허지안에게 무자비하게 놀림당했다.당황한 비서실장은 땀을 뻘뻘 흘리며 허둥댔다.결국 몇 번이나 실패한 끝에 비서실장은 마음을 편히 먹기로 했다.‘어차피 대표님도 처음 배우는 거잖아. 내가 조금 서툰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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