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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311 - Chapter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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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1화

“그분들이 너한테 상처 많이 준 거 알아. 네가 양해서만 써준다면 경제적 보상으로 2천억 줄게. 그리고 그분들도 직접 네 앞에 와서 사죄하게 할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떤 조건이든 다 들어줄게.”줄곧 듣고 있던 송하나는 냉소를 터트리며 대뜸 말을 잘랐다.“대표님은 송태리에 관한 일이라면 정말 안간힘을 쓰시네요. 안타깝게도 저는 이딴 거 전혀 탐나지 않네요.”말을 마친 송하나는 더는 그와 얽히고 싶지 않아 자리를 떠나려 했다.이때 이강우가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확 잡았다.“하나야, 일단 내 말 좀 들어봐.”요즘 그는 많은 생각을 했다.형에게 송태리를 돌봐주겠다고 약속한 건 반드시 그녀와 결혼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거듭된 고민 끝에 이강우는 마침내 깨달았다. 그는 송태리를 사랑하지 않는다.진정 그를 우울하고 심란해지게 하는 건 바로 지금 송하나의 냉정함과 거리감을 두는 태도였다.그녀가 떠난 뒤로 이강우는 하루하루 고통에 시달렸다.유일하게 저지른 실수가 있다면 바로 그날 밤 술에 취해 송태리와 관계를 가졌고 임신까지 시킨 일이다.이강우는 큰 결심을 내렸다. 이번 일만 마무리되면 송태리와 솔직하게 터놓을 것이다.결혼 외의 모든 보살핌과 경제적 지원을 해줄 수 있다고, 아이의 유무는 오롯이 그녀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해 줄 각오가 되어 있었다.심지어... 송하나와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해봤다.이강우는 송하나의 두 눈을 빤히 쳐다보며 전례 없이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양해서만 써준다면 무슨 조건이든 다 들어줄게.”송하나는 분노가 극에 치닫자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녀는 이강우의 손을 홱 뿌리치고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좋아요. 이렇게까지 성의를 보여주신다니 그만한 가치가 있는 거로 교환하죠 뭐.”“뭔데?”“이혼해요 우리!”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칼 같이 말했다.“이혼합의서에 사인해요. 그럼 나도 양해서 작성해줄게요. 아주 공평하잖아요. 안 그래요?”이강우는 날카로운 무언가에 심장이 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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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그녀의 눈가에 고스란히 드러난 반감과 일말의 미련도 남지 않은 태도에 이강우는 심장이 옥죄어와서 숨쉬기조차 힘들었다.별안간 어제 아파트에 그녀를 찾아갔을 때, 이웃이 한 말이 떠올랐다.“남자친구가 와서 이사 도와줬어요.”이강우는 질투심이 마구 불타올랐다.“하나야.”그는 목소리를 내리깔고 저도 몰래 추궁에 나섰다.“왜 이렇게 이혼하지 못해 안달이야?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누구야? 서유준? 아니면 성빈이? 그것도 아니면... 차정원이야?”찰싹!찰진 귀싸대기 소리가 그의 말을 싹 다 잘라버렸다.송하나는 분노로 온몸을 떨었다.“야, 이강우! 바람 핀 건 너고, 딴 여자 임신 시킨 것도 너야. 이제 와서 나한테 전부 뒤집어씌우고 싶어? 인간이 어떻게 이러냐? 파렴치하고 가증스러워 진짜!”이강우는 뺨을 맞은 방향으로 머리가 돌아간 채 얼굴에 선명한 손자국이 붉게 번졌다.다만 그는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했고 제자리에 선 채로 분노에 치 떨리는 송하나의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이 차갑게 식어내렸고 전례 없는 공허함을 느꼈다.지난날 그녀에게 안겨준 상처와 소홀했던 태도가 뇌리를 스쳤다. 둘 사이에 잘못한 쪽은 영원히 이강우였다.공기 속에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이때 갑자기 이강우가 한 걸음 다가서며 훤칠한 체구에 강한 압박감을 내뿜었다.팽팽하게 긴장되고 웃음기가 싹 사라진 얼굴을 바라보며 송하나의 심장이 조여왔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고 등이 차가운 벽에 거의 닿을 지경이었다.눈가에 어린 공포감은 이강우의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그는 송하나의 손목을 잡았지만, 딱히 힘을 주지는 않았다.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하며 눈빛 속에 복잡하고 난해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화 다 풀렸어?”이강우가 낮고 거친 목소리로 물었다.“아직 안 풀렸으면 이쪽도 때려. 다 풀릴 때까지 때려.”송하나는 충격에 빠져버렸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눈길로 남자를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이 인간이 송태리 부모를 위해 양해서를 얻으려고 이렇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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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그녀는 막 지갑을 들어 심성빈에게 연락하려던 참인데 마침 그때 휴대폰 화면이 밝아지며 심성빈의 이름이 떴다.전화를 받자 중저음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하나야, 지금 바빠? 나 너희 집 근처인데 괜찮다면 지갑 돌려받을 수 있을까?”사실 심성빈은 막 현진 바이오테크에서 나온 참이었다.업무 핑계로 그녀 얼굴 한번 보려고 회사까지 찾아왔는데 오고 나서야 그녀가 휴가 중이란 걸 알았다.예정된 업무 미팅도 순식간에 무미건조해졌다.심성빈은 정신이 딴 데 팔려서 대충 응대하다가 핑계를 둘러대며 일찍 자리를 떴다.송하나가 너무 보고 싶어 지갑이라는 더할 나위 없이 자연스러운 이유를 들춰내며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한편 송하나는 지갑을 쥐고 나직이 설명했다.“저 요즘 이사해서 원래 살던 곳이랑 거리가 멀어요. 대표님 급하신 거 아니면 제가 퀵으로 보내드릴게요. 그렇게 하면 대표님 시간도 절약할 수 있잖아요.”“아니야. 그럴 거 없어.”심성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단호하게 말했다.“지금 바로 시간 되니까 내가 직접 갈게.”이어서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한 마디 덧붙였다.“새 주소 문자로 보내줘.”송하나도 다시 생각해보니 지갑은 지극히 개인적인 물품이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라고 시키기엔 확실히 적절치 못했다.그녀는 딱히 망설이지 않고 별장 주소를 보내주었다.통화를 마친 후, 심성빈이 기사에게 분부했다.“근처에서 몇 바퀴 돌다가 20분 뒤에 별장으로 출발해.”기사는 살짝 의아했다.“대표님, 지금 출발하면 10분 뒤에 바로 도착하는데 왜 돌아가라는 거죠?”심성빈은 창밖을 훑어보며 말을 아꼈다.“그냥 시키는 대로 해.”그는 사실 송하나의 새집 위치를 진작 알고 있었다.여태껏 사람을 붙여서 그녀의 안전을 비밀리에 보호해왔고 모든 행적 또한 꿰뚫고 있었다.송하나가 원래 살던 곳에서 별장까지는 차로 약 30분 거리인데 너무 일찍 도착해버리면 자칫 허점이 드러나 그녀가 경계심을 차릴 수도 있다.아직은 자신이 뒤에서 몰래 하는 일들을 그녀에게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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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송하나가 어제 이씨 가문 본가에 다녀왔고 이강우도 밤에 본가로 돌아간 소식을 심성빈은 다 알고 있었다.이강우가 또 그녀를 힘들게 한 걸까?그래서 이렇게 피곤해하고 황급히 이 도시를 벗어나 마음을 식히려는 걸까?심성빈은 차분하면서도 짙은 눈동자로 그녀의 살짝 찌푸린 미간을 바라봤다.차가 천천히 속도를 줄이며 마침내 국내선 터미널 입구에 멈춰 섰다.가벼운 흔들림에 송하나는 얕은 잠에서 깨어났다.그녀는 눈을 깜빡이면서 공항에 도착한 걸 알아채고 차에서 내렸다.심성빈이 꺼내 준 캐리어를 건네받으며 송하나는 나직이 고마움을 표했다.“고마워요, 대표님.”심성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부드러운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뭘 새삼스럽게.”그는 제자리에 서 있을 뿐 바로 떠나지 않았다.송하나가 캐리어를 끌고 가녀린 몸으로 붐비는 인파 속에 들어가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다.그녀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심성빈은 휴대폰을 꺼내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송하나 오늘 항공편 정보 조회해. 목적지에 플라이트 넘버, 정확한 도착 시각까지 모두 포함해서! 아 그리고 예약한 호텔 정보도 확인되는 대로 즉시 나한테 보내줘.”송하나의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한 후, 그녀는 또 공항버스에 시내버스까지 갈아타서 무려 세 시간 만에 아름다운 바다의 도시, 그 속의 어느 한 옛 마을에 도착했다.이곳은 마치 세월에 부드럽게 비껴간 듯 도시의 시끌벅적함과 차단되고 오직 징검다리와 강변 풍경, 그리고 집들의 고요하고도 아득한 정취만이 감돌았다.그녀가 예약한 민박집은 한적한 골목길에 숨어 있었다.하얀 벽과 검은 기와, 돌담길이 문 앞까지 구불구불 이어졌다.색이 바랜 나무문을 열자 정원에는 감귤 나무가 몇 그루 심겨 있었다.사장님은 상냥한 중년 여성으로 환하게 웃으며 그녀를 맞이했고 캐리어도 대신 들어주었다.“송하나 씨 맞으시죠?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방은 2층이에요.”송하나는 위층에 있는 방으로 들어섰다.그리 크진 않지만 우아하고 깨끗하게 꾸며져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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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화

“아니요, 괜찮아요.”사장님이 서둘러 손을 흔들었다.“실은 누가 부탁해서 가져다드린 거예요. 이체 안 하셔도 됩니다.”“부탁이요?”송하나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오늘 처음 이곳에 왔고 아는 사람도 전혀 없는데 대체 누가 약을 보내준단 말인가?사장님은 그녀의 의아한 표정을 보더니 자신이 말실수했음을 깨닫고 서둘러 웃으며 어물쩍 넘겼다.“그게 그러니까 어느 단골손님이 마음씨가 착해서 혼자 여행 오신 손님들을 잘 챙겨주라고 부탁하신 모양이에요. 너무 신경 쓰지 마시고 일단 푹 쉬세요. 제가 주방에 따뜻한 국수 한 그릇 끓여드리라고 할게요. 따뜻한 거 드시면 몸도 편안해질 거예요.”사장님은 말을 마치고 송하나가 더 묻기도 전에 황급히 떠났다.30분쯤 지난 후, 사장님은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수 한 그릇을 들고 왔다.담백한 국물 위에는 수란과 싱싱한 채소 몇 잎이 얹혀 있었다.송하나는 간신히 국수를 먹었고 따뜻한 기운이 위로 흘러 들어가자 몸의 한기가 많이 사라지고 기력도 조금 회복된 듯했다.약효가 서서히 나타나자 그녀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는데 이번에는 훨씬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그 시각, 옛 마을의 또 다른 곳, 언덕 위에 지어진 여느 민박집 안에서 심성빈이 훤칠한 몸매를 뽐내며 조각된 나무 창가에 조용히 서 있었다. 그는 한창 창밖의 아련한 빗줄기와 흐릿한 밤 풍경을 바라보았다.휴대폰 화면이 갑자기 밝아지며 그의 차분한 옆모습에 비췄다.좀전의 민박집 사장님에게서 온 메시지였다.[심 대표님, 해열제랑 따뜻한 물까지 모두 송하나 씨에게 전해드렸습니다. 약 드시고 따뜻한 국수 한 그릇까지 다 드신 후 지금 푹 잠드셨어요.]심성빈은 문자를 확인하더니 팽팽하게 긴장되었던 턱선이 살짝 느슨해졌다.송하나가 과거에 우울증으로 고통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또한 어제 그녀를 공항까지 데려다주었을 때 눈가에 어린 선명한 피로감과 지친 기운을 눈치챈 뒤로 심성빈은 도통 걱정되는 마음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그녀 홀로 멀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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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그녀는 슬슬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기 시작했다.이건 꼭 마치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세심하게 챙기고 보살피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뜬금없이 훅 다가온 느낌에 송하나는 다소 불안감에 빠졌다.그녀는 찻잔을 들고 문 앞에 다가가 무심한 척하며 밖을 내다보았는데 마침 사장님이 거의 똑같은 모양의 떡 세트를 옆방으로 가져다주고 있었다.그리고 똑같이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이건 우리 민박집의 특별 서비스예요. 방값에 포함되어 있으니 한번 맛보세요...”이 광경을 본 송하나는 의심이 반쯤 줄어들었다.‘민박집에서 똑같이 제공하는 서비스였구나. 내가 괜한 생각 했네!’어쩌면 SNS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려고 일부러 품절 대란이라고 마케팅 전략을 짰을 뿐 이런 떡은 사실 현지에서 딱히 구하기 힘들거나 비싼 가격대가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안심하며 다시 창가로 돌아와 맛있는 디저트 타임을 즐겼다.저녁이 되자 차설아가 영상 통화를 걸어왔다.두 사람은 한참 수다를 떨었고 차설아가 일부러 카메라에 뭉치의 모습을 담았다.녀석은 한창 잎채소를 씹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엉성해서 지켜보는 송하나도 기분이 꽤 좋아졌다.다음 날.계속되던 흐린 날씨가 마침내 개고 비에 씻겨진 옛 마을은 더욱 맑고 아름답게 변했다.송하나가 외출하기 전, 사장님이 특별히 심플하면서도 예쁜 디자인의 우산을 건네며 웃는 얼굴로 당부했다.“하나 씨, 우산 챙기세요. 우기에는 날씨가 언제 변할지 모르니 미리 준비하는 게 좋아요.”송하나는 사장님의 호의에 감사하며 우산을 들고 문밖을 나섰다.그녀는 축축하게 젖은 청석 돌담길을 따라 목적 없이 거닐다가 작은 도예 가게에 시선이 멈췄다.가게 안에서는 장인 한 분이 능숙한 솜씨로 물레질에 집중하고 있었다.문 앞에 걸린 [체험 제작]이라는 간판을 보자 송하나는 흥미를 느끼고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장인의 인내심 어린 지도를 받으며 그녀는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첫 번째 컵은 서툰 솜씨 때문에 비뚤비뚤하게 만들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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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심성빈은 나지막이 고마움을 표하곤 더 이상 말없이 자리를 떠났다.한편 송하나는 도예 가게를 벗어나 한참을 걷고 나서야 사장님이 준 우산을 가게에 두고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서둘러 돌아갔다.가게 안으로 막 들어섰을 때, 자신이 망쳐버린 못생긴 컵이 굽는 선반 위에 놓여 있는 것을 한눈에 발견했다.주변의 정교한 작품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었으니까.송하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 컵을 가리켰다.“이거 아까 제가 망친 거잖아요. 구울 필요 없어요.”순간 장인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겉으론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핑계를 둘러댔다.“하하, 그게 실은 컵 모양이 독특하고 개성이 넘쳐서 한번 구워 가게에 진열해두고 싶었거든요. 다른 손님들한테 처음 시도해도 이렇게 창의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잖아요. 그래도... 되겠죠?”송하나는 삐뚤빼뚤한 컵을 보더니 크게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사장님 마음대로 하세요.”그녀는 구석에 두고 왔던 우산을 챙기고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하고 떠났다.장인은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요즘 젊은것들은 연애 방식도 참 함축적이야.’송하나는 옛 마을에 네댓 날 정도 머물렀다.그녀는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는 이런 삶이 너무 좋았다.민박집 사장님은 그녀에게 가족처럼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했다.이날은 마침 옛 마을의 장날이라 시장에 인파로 북적였다.송하나도 활기찬 시장 분위기에 녹아들어 삶의 정취를 느꼈다.하지만 자수를 파는 노점 앞에 멈춰 섰을 때, 곁눈질로 음흉한 몰골의 남자가 도둑질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그 남자는 한창 가늘고 긴 족집게를 소리 없이 여성 관광객의 배낭 안에 찔러넣고 능숙한 솜씨로 가죽 지갑을 빼내고 있었다.순간 송하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녀는 더 이상 고민할 겨를도 없이 도망치려는 남자를 가리키며 큰소리로 외쳤다.“거기 서! 도둑이야! 저 사람 이 여자분 지갑 훔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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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그는 한 걸음 다가서서 목소리를 내리깔고 끈적한 악의를 담아서 송하나에게 쏘아붙였다.“네 얼굴 기억했어. 딱 기다려, 이년아. 조만간 울게 될 날이 올 거야!”송하나는 상대의 음침한 표정을 보며 소름 끼치는 싸늘한 기운이 발바닥부터 솟구쳤다.용감하게 정의를 구현했더니 정작 돌아온 건 이토록 고립되고 노골적인 협박이란 말인가?그녀는 차오르는 공포를 억누르며 애써 평정심을 유지했다.상대의 음험한 시선 아래, 송하나는 재빨리 장터를 벗어났다.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등 뒤에서 또다시 오싹한 기운이 느껴졌다.느긋한 발걸음 소리가 그녀의 뒤를 끈질기게 따라왔다.송하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당황한 그녀는 복잡하게 얽힌 옛 마을의 골목길을 헤치며 상대를 따돌리려 애썼다.하지만 불행히도 그녀가 먼저 길을 잃었다.점점 더 외진 곳으로 들어서자 청석 돌담길은 더욱 좁고 고요해졌으며 양옆으로는 높은 방화벽이 늘어섰다.더 소름 끼치는 것은 뒤따르던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공포에 사로잡힌 송하나는 저도 몰래 걸음을 재촉하다가 마침내 뛰기 시작했다.다급한 마음에 갈림길로 접어들었는데 애석하게도 이곳은 막다른 골목이었다.송하나가 대뜸 걸음을 멈추고 떨리는 몸을 돌렸더니 아니나 다를까 건달의 모습이 골목 입구에 나타났다.그는 느릿느릿 다가오며 희롱하는 듯한 미소를 띠고 야유 조로 말했다.“왜 멈췄어? 계속 도망치시지? 아까 정의에 차 넘치는 모습은 다 어디로 간 거야?”송하나의 등은 차갑고 축축한 벽에 단단히 밀착되었고 손톱은 손바닥을 깊숙이 파고들었다.“원하는 게 뭐야!”“이 예쁘장한 얼굴은 망가뜨리기도 아깝지.”건달이 음흉하게 웃으며 손을 뻗었다.“그냥 따끔하게 혼내주고 싶어서 따라온 거야. X발, 오지랖 그만 피워, 이년아.”그의 더러운 손이 송하나에게 닿으려는 순간, 얼음처럼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골목 입구에서 들려왔다.“그 더러운 손 치워!”건달은 동작을 멈추고 경악하며 뒤돌아보았다.심성빈이 언제 따라왔는지 골목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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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화

“숙소는 어디로 묵었어? 내가 데려다줄게.”“네.”심성빈은 그녀를 민박집으로 데려다주었다.막 문을 들어서자 사장님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마중을 나왔다.“하나 씨, 이것 참 죄송해서 어쩌죠? 방금 집에서 연락이 왔는데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입원하셨대요. 지금 바로 가봐야 하니 민박은 당분간 문을 닫게 생겼어요. 하나 씨는 다른 곳으로 알아보셔야 할 것 같군요...”송하나는 이 소식이 몹시 의외였지만 이해한다는 태도를 보였다.“가족이 우선이죠. 어서 다녀오세요. 아버님이 빨리 쾌차하시길 바랄게요.”그녀는 방으로 돌아가 짐을 정리했다.이때다 싶어 심성빈이 은근슬쩍 제안을 꺼냈다.“내가 묵고 있는 민박집도 분위기가 좋고 빈방이 있을 텐데 우선 그리로 옮기는 게 어때? 거리도 안 멀고 서로 의지할 수 있고 좋잖아.”조금 전 그 흉악스러운 건달을 떠올리니 송하나는 여전히 가슴이 철렁거렸다.그녀는 잠시 생각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대표님께 신세를 져야겠네요.”심성빈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캐리어를 건네받고 자신이 묵은 민박집으로 향했다.체크인 수속을 마친 후, 그는 송하나를 방으로 안내했다.방문 앞에 막 도착했을 때, 옆방 문이 열리고 덩치 큰 체구의 외국인 한 명이 걸어 나왔다.“성빈 씨, 방금 어디 갔었어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던데요.”심성빈은 적당히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차분하게 응대했다.“윌슨, 정말 죄송해요. 잠깐 지인을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왔어요.”윌슨이라 불리는 외국인 친구가 다정하게 웃었다.이때 심성빈이 송하나를 향해 몸을 돌리고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소개했다.“이분이 바로 내 협력 파트너 윌슨이야.”송하나는 실존하는 인물임을 직접 확인하고는 마지막 의구심마저 다 풀렸다.아무래도 심성빈과 이곳에서 만난 것은 정말 우연이었던 모양이다.저녁 무렵, 심성빈이 그녀의 방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문이 열리자 그가 문 앞에 서서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요 근처에 분위기 좋은 바가 하나 있는데 라이브 음악이 꽤 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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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그녀는 잔잔한 멜로디의 발라드를 한 곡 선택했다.전율이 흘러나오자 송하나는 지그시 눈을 감고 노래에 집중했다.맑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오직 그녀만의 서사적인 느낌을 담아 곡의 감정을 차분하게 전달했다.심성빈은 객석 어두운 곳에 앉아서 짙은 눈빛으로 그녀를 묵묵히 바라봤다.지금의 송하나는 평소의 차갑고 냉담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은은한 빛에 싸여 있어 진실되고 매혹적인 자태를 자아냈다.마음을 사로잡는 아름다움에 심성빈은 차마 눈을 뗄 수 없었다.노래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진심 어린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송하나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얼굴에 살짝 붉은 기운이 감돌았다.무대 계단을 내려올 때, 심성빈이 일찌감치 자리에서 일어나 신사적으로 팔을 뻗어 그녀를 부축했다.“조심해.”그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감탄이 섞여 있었다.“너 이렇게 노래 잘 부르는 거 오늘 처음 알았어.”송하나는 빙그레 웃었다.“고마워요.”무대 위의 가수마저 참지 못하고 농담을 던졌다.“우와, 미인분이 얼굴도 예쁘신 데다 노래까지 엄청 잘하시네요. 객석에 계시는 남성분들 연락처 받고 싶어서 안달이겠는데요?”그 가수는 말하다가 심성빈에게 시선이 향했다.“하지만 아쉽게도 이미 주인이 있더라고요. 게다가 엄청 다정해 보이네요.”사람들은 악의 없이 환한 미소를 지었고 송하나도 그저 농담으로 받아들일 뿐 딱히 마음에 담아두진 않았다.잠시 후, 웨이터가 특별히 과일 접시를 들고 왔다. 사장님이 보내주신 거라며 그녀의 멋진 공연에 고마움을 표했다.밤 11시가 넘어서야 심성빈과 송하나는 바에서 나와 천천히 민박집으로 돌아갔다.밤의 옛 마을은 고요하고 평화로웠으며 바의 활기찬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세상 같았다.그 시각, 강현.이원 그룹 대표이사실은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이강우는 마지막 서류를 처리하다 피곤한 듯 미간을 문질렀다.이제는 몸이 기억하듯 휴대폰만 들면 오랫동안 팔로우했던 소셜 계정에 들어가 보곤 했다.본인조차 설명하기 어려웠다. 언제부터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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