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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301 - Chapter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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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1화

“어휴, 죄송해요 아가씨. 차가 갑자기 말썽을 부리네요. 금방은 안 될 것 같은데, 다른 차로 갈아타는 게 어때요?”송하나는 어쩔 수 없이 차에서 내렸다.눈앞에 쉴 새 없이 오가는 차들을 바라보며 그녀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지금은 한창 붐비는 퇴근 시간대라 고가도로에서 빈 택시는 물론, 콜을 불러도 잡기 힘든 상황이었다.그녀가 착잡해서 발을 동동 구를 때, 매끈한 검은색 세단 한 대가 바로 도로변에 천천히 멈춰 섰다.창문이 부드럽게 내려가자 심성빈의 뚜렷한 이목구비가 드러나고 더불어 고귀한 분위기까지 자아냈다.그는 옆에 서 있는 택시를 훑어보았다.“차 고장 났어?”송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멈춰 버렸어요.”“이런 데서는 택시 잡기 어려울 텐데...”심성빈은 자연스럽게 조수석을 가리켰다.“내 차 탈래?”눈앞의 꽉 막힌 도로 상황을 보며 송하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신세 좀 져야겠네요, 대표님.”그녀는 문을 열고 조수석에 앉았다.차 안에서는 은은한 가죽 냄새와 함께 희미한 삼나무 향이 감돌았다.차가 서서히 고가도로를 내려와 번화한 상업지대로 들어섰다.별안간 심성빈이 배를 어루만지며 태연하게 말을 꺼냈다.“오늘은 하도 바삐 보내서 점심을 못 챙겨 먹었더니 속 쓰리던 고질병이 또 도졌나 봐.”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송하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하나야, 집에 바로 안 가도 된다면 나랑 함께 밥 먹고 갈까? 다 먹고 내가 데려다줄게.”지금은 무엇보다 몸이 우선이니 송하나는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대표님 뭐 드시고 싶으세요? 이번엔 제가 살게요.”심성빈은 빙그레 웃었다.“그럼 내가 면목이 없지.”곧이어 근처의 분위기 좋은 중국 식당 앞에 차를 세웠다.시동을 끈 후, 송하나는 무심코 창밖을 보았는데 바로 맞은편 길가에서 방금 고장 났다고 했던 택시가 새로운 손님을 태우고 빠르게 출발하는 모습이 보였다.송하나는 순간 멍해졌다.‘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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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송하나도 그가 합당한 이유를 대자 더 이상 거절하기도 어려웠다. 결국 다시 한번 고맙다고 인사한 뒤 그의 차에 올라탔다.차가 송하나의 아파트 건물 아래에 천천히 멈춰 섰다.그녀가 안전벨트를 풀고 내리려던 참에 심성빈이 실수로 컵홀더에 있던 뚜껑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생수병을 건드렸다.병이 기울어지며 맑은 물이 순식간에 그의 값비싼 양복 소매를 적셨고 짙은 얼룩이 남았다.그는 축축하게 젖은 소매를 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이내 송하나를 올려다보면서 약간의 미안함과 난처함이 섞인 말투로 말했다.“어떡하지? 너한테 폐 끼치게 됐네. 잠깐 화장실 좀 쓸 수 있을까? 대충이라도 닦아내야 할 것 같아서...”송하나는 엉망이 된 그의 소매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되죠.”그녀는 심성빈을 집 안으로 안내했다.신발을 갈아 신고 막 들어섰을 때, 뭉치가 민첩하게 뛰어와 그녀의 발목에 친근하게 몸을 비볐다.그 순간 송하나의 표정이 한없이 부드러워졌다.그녀는 몸을 숙여 토끼를 품에 안고는 부드러운 털에 얼굴을 비비며 애틋하게 물었다.“뭉치야, 오래 기다렸지? 나 보고 싶었어?”품 안의 작은 녀석을 안은 채 그녀는 몸을 틀어 화장실 방향을 가리켰다.“대표님, 화장실 저쪽이에요.”다시 한번 그의 젖은 소매에 시선이 머물자 송하나가 한 마디 덧붙였다.“혹시 괜찮으시다면 외투 벗어서 저 주실래요? 건조기로 말려드릴게요. 금방이면 돼요.”“그래 주면 너무 좋지. 자, 수고해줘.”심성빈은 자연스럽게 값비싼 양복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건넸다.이에 송하나도 뭉치를 내려놓고 외투를 받아들고는 곧장 베란다에 놓인 세탁 건조기로 향했다.심성빈은 화장실로 들어가 셔츠 소매에 남은 얼룩을 닦아냈다.셔츠를 정리하고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송하나는 한창 거실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뭉치에게 채소를 먹이고 있었다.그녀의 입가에는 편안하고 진심 어린 미소가 걸려 있었고 눈빛도 촉촉하고 애틋할 따름이었다.이토록 아련한 장면은 마치 정성껏 그린 유화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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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별말씀을요. 오늘 데려다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송하나는 그를 문 앞까지 배웅하며 깍듯하게 말했다.문이 부드럽게 닫히면서 복도의 빛을 차단했다.그녀가 샤워를 마치고 나와 소파에 앉아서 머리를 말리고 있는데 아래쪽에서 무언가 느껴졌다.일어나 보니 검은색 가죽 지갑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그건 바로 심성빈이 놓고 간 지갑이었다.송하나는 곧장 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 연결음이 한참 울려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대략 30분 후, 그녀의 휴대폰 화면이 밝아졌다.마침내 심성빈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미안! 휴대폰 무음으로 해놔서 방금 운전 중이라 전혀 몰랐어. 무슨 일이야?”그녀가 전화를 받자 심성빈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저희 집에 지갑을 두고 가셨어요.”송하나가 대답했다.상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뒤늦게 깨달았다는 듯이 대답했다.“어, 그러네. 실수로 빠뜨렸나 봐.”“언제쯤 시간 괜찮으세요? 아니면 제가 가져다드릴까요? 또 혹은...”“아니야, 괜찮아.”심성빈이 대뜸 그녀의 말을 자르고 자연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일단 너한테 둬. 나중에 거기 가는 길에 들러서 찾아갈게.”송하나는 흔쾌히 응했다.“네, 그럼 오시기 전에 미리 전화 주세요.”그녀는 전화를 끊고 심성빈의 지갑을 조심스럽게 서랍에 넣었다. 그리고는 이 작은 해프닝은 곧 잊어버렸다.그녀의 일상은 곧바로 일에 파묻혔다.매일 데이터와 샘플에 몰두하며 연구 프로젝트를 집중적으로 추진했다.이렇게 바쁜 일상은 오히려 그녀의 삶을 충실하게 했다. 다른 중요치 않은 일에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으니까.차설아는 거의 매일 전화를 걸어왔다.가끔은 그냥 수다를 떨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그녀의 감정 상태가 안정적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송하나가 모든 게 정상적이란 걸 알게 된 후에야 그녀도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한편, 송태리의 나날은 그다지 순탄치 않았다.김지영과 송종현은 경찰서에 잡혀갔고 사건은 조사 단계에 접어들었다.송태리는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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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송하나라는 이름 석 자에 이강우는 곧게 뻗은 등 근육이 미세하게 경직되었다.그의 뇌리에는 순간 병상에 누워 창백하고 연약한 얼굴로 있던 송하나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마구 휘몰아쳤다.사무실에 짧은 침묵이 흐른 후, 그가 다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야, 더는 하나 귀찮게 굴지 마. 다른 방법 찾아!”변호사는 몹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게 말입니다 대표님... 양해서 없이는 형량을 대폭 감면하기가 매우 힘들 것 같습니다.”“그건 너희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고!”이강우는 그의 말을 단호하게 끊으며 결연한 어조로 말했다.“일주일 시간을 더 줄 테니 그사이에 결과물 내놔!”그는 손을 휘저으며 대화를 마쳤음을 알렸다.법률팀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다가 결국 모든 감정을 억누르고 공손하게 대표이사실을 빠져나왔다.현진 바이오테크 연구소.송하나는 연구 개발팀과 함께 수많은 밤낮의 사투를 벌였고 마침내 결정적인 순간이 다가왔다.2세대 약 개발에 획기적인 성공을 거두었는데 예정보다 무려 두 주나 앞당겼다.“하나 언니, 언니는 진짜 너무 대단해요!”임효민은 최종 데이터를 바라보며 흥분을 금치 못했다.연구소의 다른 팀원들도 송하나를 향해 존경과 극찬을 보냈다.전체 연구 개발 과정에서 그녀가 보여준 전문적인 재능과 리더십은 팀의 중심이자 영혼이었다.그녀의 능력은 말 그대로 업계 최고 수준이었다!서유준도 소식을 듣고 달려와 두 눈에 흥분과 감격을 숨기지 못했다.“하나야,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남은 마무리 작업이랑 서류 제출은 내가 할게. 너는 지금 당장 휴가 내고 푹 쉬어. 이건 명령이야.”송하나는 오랜 시간 신경이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다가 이제야 조금 느슨해졌다.업무상의 거대한 성취감과 팀의 인정은 한 줄기 따스한 햇살처럼 그녀의 마음속에 쌓여 있던 먹구름을 점차 걷어냈다.그녀의 정신 상태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서유준의 걱정이 가득 담긴 말을 들으며 송하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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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그 말을 들은 송태리는 마음속에 해결책이 떠올랐다.변호사들이 속수무책이라면 그녀가 직접 송하나를 찾아가면 그만이다.일말의 희망이라도 남아있다면 그녀는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다음 날, 송태리는 몰래 병원을 나섰다.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송하나가 사는 동네 근처로 왔는데 마침 꽃집에서 국화꽃 두 다발을 들고나오는 송하나를 보게 됐다.이제 막 그녀의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송하나가 택시를 잡아타고 어디론가 떠나버렸다.이에 송태리도 얼른 차를 몰아 뒤쫓아갔다.차는 교외의 한 묘지로 향했다.송태리는 줄곧 미행하다가 멀리서 송하나가 묘비 앞에 멈춰 서는 걸 보게 됐다.곧이어 그녀는 정중하게 꽃 한 다발을 내려놓고 묘비를 향해 나지막이 속삭였다.이어서 바로 옆에 있는 또 다른 묘비 앞으로 걸어가 마찬가지로 다른 꽃 한 다발을 내려놓았다.송하나는 묘비 사진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애틋하고 슬픈 표정을 지어 보였다.이에 송태리는 살짝 의아했다.부모님 말고 그녀가 또 누구를 추모하는 걸까?송하나의 모습이 묘지 입구에서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송태리는 조용히 앞으로 다가갔다.그녀는 먼저 송하나의 부모님이 합장된 묘비를 보았고 이내 강한 호기심을 안고서 방금 송하나가 정중하게 추모했던 옆 묘비로 향했다.묘비에 새겨진 이름과 사진을 보는 순간, 송태리는 벼락을 맞은 듯 제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그 이름은 바로 이하준이었다.또한 사진 속 남자는 잘생긴 눈매와 냉철한 분위기가 이강우와 놀랍도록 똑같이 생겼다!이강우에게 쌍둥이 형이 있었다는 말인가?그녀는 전혀 모르는 일인데 송하나가 알고 있었다고?별안간 송태리는 오래전 이강우가 술에 취해 무심코 그녀 앞에서 중얼거렸던 말이 떠올랐다.형을 대신해서 그녀를 잘 보살펴주겠다고,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최대한 만족시켜주겠다고 했던 말...그때도 몹시 의아했지만 이강우가 술김에 하는 소리라고 여기며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이제 보니 모든 단서가 퍼즐처럼 맞춰지며 아주 끔찍한 진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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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둘째 날, 이원 그룹 대표이사실.이강우는 서류를 꼼꼼히 검토하고 있었다. 그때 비서실장이 다급한 표정으로 노크하고 들어왔다.“대표님, 병원에서 방금 연락이 왔는데 송태리 씨가... 사라졌다고 합니다.”“뭐?”이강우는 서류 더미에서 고개를 들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어떻게 사라져? 간호사가 제대로 안 지켰어?”비서실장은 조심스럽게 보고했다.“그게 실은 간호사가 아침에 약을 가져다줄 때, 이불 아래 사람 형체가 보여서 송태리 씨가 아직 자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점심때 다시 가보니 침대가 비어 있었다고 합니다. 휴대폰은 계속 꺼져 있어서 전혀 연락이 닿지 않고 있어요.”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덧붙였다.“간호사가 또 말하길 어제 송태리 씨가 기분이 아주 우울해 보여서 혹시라도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봐 걱정된다고 합니다...”이강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송종현과 김지영의 일로 짜증이 난 건 맞지만 만약 송태리가 정말 감정 불안으로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는 죽은 형에게 할 말이 없고 송태리의 배 속에 있는 아이에게도 미안할 터였다.“당장 사람 보내서 찾아!”이강우가 즉시 명령했다.“모든 CCTV를 추적해서 반드시 태리 행방을 찾아내!”“네!”비서실장은 명령을 받고 황급히 떠났다.얼마 후, 그가 다시 돌아왔지만, 표정이 은근 미묘했다.“대표님, 찾아냈습니다. 송태리 씨가 홀로 운전해서 교외 묘지로 갔어요. 그리고... 거기서 거의 하루 종일 머물렀습니다.”“묘지에?”이강우는 잠시 멈칫했다.이내 무언가 깨달은 듯 눈빛이 갑자기 짙어지고 복잡한 기운이 스쳤다.그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섰다.“차 대기해. 지금 바로 출발해야겠어.”교외 묘지.이강우가 차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가자 멀리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송태리는 얇은 외투를 입고 그의 형 이하준의 묘비 앞에 서 있었는데 그녀의 몸은 바람에 날아갈 듯 연약해 보였다.그녀는 이강우에게 등을 돌린 채 어깨가 가늘게 떨렸고 흐느끼는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희미하게 들려왔다.“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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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정말요? 고마워요, 강우 씨!”그녀는 이강우의 품에 와락 안겼다.그날 밤, 짙은 어둠이 드리워진 후, 이강우의 검은색 승용차가 송하나가 사는 아파트 건물 아래에 소리 없이 멈춰 섰다.차창을 내리자 그의 손가락 사이로 담배 불빛이 깜빡였다.차 안 재떨이에는 이미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송하나에게 자신을 해쳤던 사람들을 용서하고 직접 양해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그는 너무 잘 안다.아물지 않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거나 다름없는 격이니까.담배 연기 속에서 이강우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눈빛이 한없이 짙어졌다. 어두운 이 밤보다 더 깊게...하지만 송태리가 죽은 형의 묘비 앞에서 슬프게 우는 모습이 또다시 눈앞에 아른거렸다.이제 그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다.마침내 결심한 이강우는 마지막 담배를 세게 비벼 끄고 휴대폰을 꺼내 익숙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다만 수화기에서 차갑고 기계적인 안내음만 흘러나올 뿐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다.이강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그때야 기억이 났다.지난번에 송하나에게 전화했을 때 이미 차단당했었지.말할 수 없는 짜증과 답답함이 그의 숨통을 조여왔다.그는 차 문을 열고 거침없이 안으로 올라갔다.익숙한 문 앞에 서서 노크를 했지만 돌아온 것은 침묵뿐이었다.계속되는 노크 소리에 옆집 이웃이 놀라 나왔다.문이 틈새만큼 열리자 한 아줌마가 고개를 내밀었다.“어휴, 그만 두드려요! 시끄러워 죽겠네. 안에 아무도 없어요.”이강우는 멈칫하다가 고개를 돌리고 인상을 구겼다.“그럼 혹시 어디 갔는지는 아십니까?”“이사 갔어요.”아줌마는 번듯하고 위풍당당한 그의 모습에 말투가 조금 누그러졌다.“오늘 오후에 남자친구가 와서 짐을 다 빼갔어요. 그쪽은 누구세요? 같이 안 갔나요?”‘남자친구? 이사?’이강우는 어안이 벙벙했다.그 찰나의 순간, 그는 뼈저리게 느꼈다.이제 정말 송하나의 세상에서 아웃되어 더는 그녀 인생의 어떤 부분에도 참여할 수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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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송하나는 어느덧 취기가 올라 눈가가 촉촉해졌다.방금 차설아가 한 말이 재미있다고 느껴졌는지 순순히 응하는 그녀, 술기운에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좋아.”차정원은 한창 만취한 두 여자를 위해 고기를 데치면서 천엽을 집었는데 송하나의 대답을 듣는 순간 동작을 멈추고 말았다.한편 송하나는 이 화제에 끌린 듯 혀 짧은 소리로 캐물었다.“내가 네 새언니가 되면 우리 한 식구 되는 거 아니야? 그럼 매일 같이 지내겠네?”“당연하지.”차설아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곤 술에 취한 채 멋진 미래를 그렸다.“나중에 우리 둘이 한방 쓰고 정원 오빠랑 뭉치가 같이 자면 되겠네. 완벽해!”이에 송하나도 푼수처럼 웃었다.“굿... 아이디어!”옆에 있던 차정원은 몹시 난감할 따름이었다.취객 두 명은 업돼서 마지막 잔을 부딪치곤 술기운을 이기지 못해 나란히 테이블에 쓰러졌다.차정원은 엉망진창이 된 광경을 쳐다보다가 속절없이 관자놀이를 문질렀다.그는 우선 차설아를 손님방에 데려갔다.이어서 더 취한 송하나를 부축하여 2층 안방으로 데려갔다.부드러운 침대 위에 그녀를 조심스럽게 눕히고 이불도 꼼꼼히 덮어주었다.이제 막 일어나려던 순간, 송하나가 갑자기 손을 뻗어 그의 넥타이를 잡고 아래로 끌어당겼다.차정원은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몸에 균형을 잃고 잘생긴 얼굴이 그녀에게 바짝 다가갔다.거리가 너무 가깝다 보니 그녀의 숨결이 코에 닿았고 흐릿해진 눈빛과 살짝 떨리는 속눈썹, 그리고 발그스름해진 두 볼까지 선명하게 보였다.송하나의 몸에서 나는 은은한 술 향기와 달콤한 체취가 어우러져 그의 코끝을 맴돌았다.차정원은 불현듯 숨결이 거칠어지고 눈빛도 짙어졌다. 도톰한 그녀의 입술에 시선이 닿으니 저도 몰래 목울대를 두어 번 굴렸다.잠긴 목소리에는 일종의 경고와 절제가 섞여 있었다.“하나야, 이 손 놔.”그녀가 여전히 취기에 젖은 눈길로 바라보며 손을 놓을 기미가 없자 차정원은 나지막이 웃고는 아찔한 기운을 담아 말했다.“계속 이러다가는... 네가 먼저 어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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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송하나의 곰돌이 캐릭터 앞치마를 두른 차정원은 평소의 엘리트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송하나는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당혹스러워하며 나직이 인사를 건넸다.“변호사님, 좋은 아침이에요.”차정원은 고개를 들고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좋은 아침.”어젯밤 술 취한 두 여자를 그대로 집에 둘 수 없어 그는 결국 거실 소파에서 하룻밤을 지새웠다.“해장국 끓였어. 지금 먹기 딱 좋아.”그는 식탁 위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해장국을 가리키며 말했다.“먼저 좀 마셔. 머리가 맑아질 거야.”“고마워요, 변호사님.”송하나는 순순히 걸어가 앉아서 국그릇을 들고 해장국을 한 모금씩 마셨다.따뜻한 국물이 목구멍을 넘어가자 확실히 속이 한결 편해졌다.이때 차설아도 눈을 비비며 손님방에서 나왔다.풍성하게 차린 아침 식사를 보더니 그녀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오빠! 언제 이렇게 살림꾼이 됐어요? 직접 음식까지 만든 거예요? 대박, 나 우리 하나 덕분에 오빠가 해준 아침도 먹어보네요!”차정원은 여동생의 농담에 대꾸하지 않고 앞치마를 풀었는데 제스처가 아주 우아하고 깔끔했다.이때 문득 식탁 위의 휴대폰이 진동했다.차정원은 전화를 받고 몇 마디 짧게 대답하더니 곧 옆에 걸려 있던 정장 외투를 집어 들었다.“로펌에 급한 일이 생겨서 이만 가봐야겠어. 둘이서 천천히 먹어.”그가 떠나자 주방에는 송하나와 차설아, 두 여자만 남았다.차설아는 토스트를 한 입 먹으면서 반짝이는 눈으로 송하나를 바라보았다.“하나야, 너 어젯밤에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송하나는 애써 기억을 더듬었지만, 머릿속이 어지러울 따름이었다.그녀는 불안한 마음으로 은근슬쩍 떠보았다.“뭐라고 했는데? 설마 통장 비밀번호라도 알려준 건 아니겠지?”“아니야, 그런 거.”차설아가 킥킥 웃으며 눈을 찡긋했다.“네가 뭐라고 했냐면 우리 오빠랑 결혼해서 내 새언니가 되어주겠다고 했어.”“풉... 콜록콜록!”송하나는 이제 막 삼킨 해장국이 하마터면 기도에 걸릴 뻔했다.그녀는 서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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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송하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마치 무언가에 꽉 움켜잡힌 것처럼 답답할 따름이었다.“할머니가 편찮으신데 왜 아무도 제게 말씀해주지 않았어요?”“어르신께서 말씀하지 말라고 하셨어요.”가정부가 고개를 저었다.“하나 씨가 걱정하실까 봐, 이런 속상한 일로 기분 상하실까 봐 말씀하지 말라고 하셨거든요. 사실 어르신은 항상 마음속으로 하나 씨한테 미안해하시고 볼 면목도 없다고 생각하고 계십니다.”이 말을 들은 송하나는 코끝이 찡하고 마음이 아팠다. 무엇보다 자신을 배려해주시는 할머니 덕분에 마음속에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지만, 또 한편으론 복잡하고 심란할 따름이었다.홍경자는 그녀에게 딱히 빚진 것도 없다.오히려 그녀의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홍경자가 일방적으로 따뜻함을 선사해주었고 덕분에 그녀도 소중한 가족애를 느낄 수가 있었다.송하나는 안정인의 손에서 따뜻한 탕약을 건네받았다.“제가 할게요.”곧이어 약을 들고 홍경자의 침실 문을 가볍게 두드린 후 안으로 들어갔다.침실은 커튼을 절반 쳐서 조금 어둑했다.문을 등지고 누운 홍경자가 허약한 목소리로 시큰둥하게 말했다.“안 먹는다고 했잖아. 매일 이렇게 쓴 약만 마셔봤자 뭐가 달라지겠어. 그냥 가져가.”이에 송하나가 침대 맡으로 다가가며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그래도 약을 드셔야 기운 차리죠, 할머니.”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홍경자는 몸을 움찔거리다가 이내 믿기지 않는 듯 돌아누웠다.“하나야!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송하나는 침대 맡에 앉아 눈에 띄게 수척해진 어르신의 얼굴을 보며 속상함을 금치 못했다.“할머니 저 안 보고 싶어서 이러신 거예요? 이렇게 오랫동안 편찮으셨으면서 왜 아무도 저한테 알리지 못하게 하신 거냐고요.”“아니야 그런 거...”홍경자는 급히 부인하며 일어나려고 애썼다.이에 송하나가 약그릇을 내려놓고 어르신을 조심스럽게 부축하며 등 뒤에 푹신한 베개를 받쳐주었다.홍경자는 그녀의 손을 꼭 잡더니 죄책감 가득한 눈길로 바라봤다.“미안해, 하나야... 그동안 너무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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