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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501 - Chapter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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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1화

“정식으로 소개해 드릴게요. 이분은 우리 회사 공동 창립자 중 한 분인 안재준 대표님입니다.”“안 대표님, 안녕하십니까!”직원들이 열정적으로 인사했다.이토록 당찬 분위기에 안재준은 잠시 멍하니 서서 어쩔 줄 몰라 했다.송하나는 그를 이끌고 한 사무실 앞으로 가더니 비스듬히 문을 열었다.“재준 삼촌, 여기가 삼촌 사무실이에요. 앞으로 여기서 업무를 보시게 될 거예요.”통유리창 너머로 햇살이 고급스러운 마호가니 책상 위로 쏟아져 들어왔고 벽에는 액자에 담긴 정교한 글과 그림이 걸려 있었다.안재준은 떨리는 손으로 매끄러운 책상을 살며시 쓸어보더니 눈가가 미세하게 붉어졌다.“하나야, 이 늙은 몸이 무슨 자격으로...”“삼촌은 그럴 자격이 충분합니다.”송하나가 그의 거친 손을 잡고 부드러우면서도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다.“삼촌은 회사의 큰 공신이잖아요.”그녀는 두 어르신을 향해 몸을 돌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조만간 저는 제연시로 가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합니다. 앞으로 회사 일은 두 분께 맡기겠습니다.”이에 안재준과 신창현이 굳게 약속했다.“걱정 마, 하나야. 가서 마음 놓고 볼일 봐. 우리도 네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게.”이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고 직원이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송 대표님, 밖에 어떤 분이 찾아오셨습니다.”송하나가 사무실을 나서자마자 프런트 앞에 서 있는 심성빈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핏이 예쁜 딥 그레이 정장 차림으로 훤칠한 몸매를 더욱 돋보였으며 손에는 정교하게 포장된 샴페인 컬러 장미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새롭게 꾸며진 사무실 공간과 유난히 잘 어우러지는 모습이었다.“심 대표님?”송하나는 약간 의외라는 듯 발걸음이 멈칫했다.“여기는 어떻게 찾아오셨어요?”“찾을 마음만 있으면 어떻게든 찾게 돼 있어.”심성빈이 꽃다발을 건네면서 옅은 미소를 지었다.“새 회사도 차렸으면서 어떻게 연락 한 번 안 하냐?”송하나는 꽃다발을 잠시 바라보다가 예의 바르게 거절했다.“마음만 받을게요,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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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송하나는 그의 질문에 관한 대답을 교묘하게 피했다.또한, 이제 곧 강현을 떠날 계획도 밝히지 않았다.심성빈은 그녀가 이 제안을 피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회사의 구체적인 업무에 관여하지 않는 것인지 잠시 구별이 안 되었다.그는 옅은 미소를 짓다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우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나야 뭐 언제든 시간 되지.”심성빈은 그녀를 너무 잘 안다.경계심이 강하고 칼같이 원칙적인 사람이라 이강우와 완전히 이혼하기 전까지 그 어떤 이성과도 감정적으로 얽히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터였다.늘 그녀 곁을 지키는 차정원조차도 소용이 없다.심성빈이 몰래 조사한 바로 그녀는 차정원과 항상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선을 넘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여기까지 생각한 심성빈은 눈가에 어두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며칠 후면 그녀는 이강우와 정식으로 이혼 수속을 마친다.그때 비로소 자유의 몸을 얻을 테니 더는 많은 요소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또한, 심성빈도 당당하게 구애를 시작할 수 있다.일단은 안정적인 사업 협력을 기반으로 다진 뒤, 그녀의 삶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 작정이었다. 그에게는 충분한 인내심이 있기에...점심 식사를 마친 후, 심성빈은 그녀를 회사로 데려다주었다.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는 문득 뭔가 생각난 듯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나 요즘 골칫거리가 하나 생겼는데 부탁 좀 해도 될까?”“무슨 부탁이요?”송하나가 고개를 살짝 돌렸다.“이번 주말에 우리 회사의 중요한 협력사 대표 따님이 생일이거든. 솔직히 부끄러운 얘기지만 내가 연애 경험이 부족해서 젊은 여자에게 선물을 골라준 적이 별로 없어.”그는 이 선물이 협력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거듭 강조하며 신중하게 설명해나갔다.“그분이 워낙 딸바보라 만족스러운 선물을 골라준다면 이번 협력에도 엄청 중요하게 작용할 거야.”심성빈이 고개를 들고 진지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내일 오후에 시간 괜찮다면 나 한번 도와줄 수 있을까?“대표님, 그토록 중요한 협력이라면 저는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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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어떻게 죽었는데요?”“아마 외부에서 ‘특별 대우’를 지시한 것 같아.”차정원은 마치 한 사건을 진술하는 것처럼 객관적인 말투로 이어갔다.“그 안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모양이야. 같은 방 죄수들에게 따돌림과 구타를 당해서 교도관이 방심한 틈을 타 뾰족하게 간 칫솔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대.”송하나가 잠시 침묵했다. 머릿속에는 이강우의 차갑고도 냉랭한 검은 눈동자가 떠올랐다.송태리가 구치소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게 할 정도의 수단을 가진 사람은 이강우 외에 또 누가 있을까.참으로 아이러니했다.한때 그의 손에 떠받들려 제멋대로 굴던 여자가 결국 그의 의지 아래 이토록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다니.하지만 송하나는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죗값을 치른 것뿐이죠. 다른 사람 마음껏 괴롭히고 모질게 자존심을 짓밟을 때 이런 날이 올 거란 예상은 했어야죠 본인도.”차정원이 흡족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위선적인 동정을 베푸는 대신 이성적이고 통찰력 있는 그녀의 모습을 높이 샀다.차가 어느새 대학가에 접어들었다.차정원이 길가에 차를 세우고 고개를 돌렸다.“아직 좀 여유가 있네? 내려서 좀 걸을래?”송하나는 창밖의 익숙한 풍경을 바라보았다. 머지않아 제연시로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그녀의 마음속에 아련한 그리움이 스쳤다.그녀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두 사람은 캠퍼스 안을 나란히 걸었다.이곳은 송하나의 모교였다. 그녀는 마치 보물이라도 되는 양 차정원에게 학교 구석구석을 소개해 주었다.“저 붉은 벽돌 건물은 제가 예전에 살던 기숙사예요. 그 옆의 하얀 건물은 학교 식당이고 더 걸어가면 저희 실험실이 나와요.”차정원은 제법 열심히 들었다.부드러운 시선으로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며 마치 그 건물들을 통해 송하나의 대학 시절을 퍼즐처럼 맞춰가는 기분이 들었다.농구장을 지날 때, 운동복 차림의 남자 한 명이 갑자기 그들에게 손을 흔들었다.“정원 선배!”그는 농구공을 친구에게 던지고는 이리로 달려와 반가운 미소를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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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송하나는 의아하다는 듯 차정원을 바라보았다. 눈가에는 호기심이 가득 차 있었다.진중하고 차분한 차 변호사님을 한때 그렇게 자주 캠퍼스에 드나들게 한 사람은 과연 어떤 인물일지 상상이 안 갔다.한편 차정원은 태연한 표정으로 안경을 고쳐 쓰며 더할 나위 없이 평범한 사실을 진술하듯 담담하게 말했다.“얘 이거 다 헛소리야. 그땐 단지 너희 학교 농구장이 더 좋았을 뿐이야.”송하나가 문득 기억해냈다.대학 시절 농구장을 지날 때마다 코트 가장자리에는 늘 흥분한 여학생들이 가득했다.같은 과 여학생들도 종종 얼굴을 붉히며 그녀를 이끌고 농구 경기를 보러 가자고 했다.하지만 그때 그녀는 학업에만 몰두하여 이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그 당시 캠퍼스를 떠들썩하게 만든 인물이 차정원일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정말 아쉽네요.”송하나는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농담하듯 말했다.“차 변호사님이 농구를 그렇게 잘하는 줄 알았더라면 저도 실험실에 덜 가고 변호사님 농구하는 모습이나 좀 더 봤어야 하는 건데.”그녀를 바라보는 차정원의 눈빛이 더욱 짙어졌고 안경 너머로 은은한 눈웃음이 번졌다.“괜찮아. 나중에 또 기회가 생기겠지.”실은...그때 이곳에 자주 나타난 이유는 바로 멀리서나마 송하나를 한 번 보기 위해서였다.이 농구장은 그녀가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목에 있었다.15살 어린 나이에 대학에 붙은 송하나는 중학생처럼 풋풋했다.아무리 설레는 감정을 가졌어도 솔직하게 드러낼 순 없었다.스스로가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처럼 느껴졌으니까.하여 차정원은 농구를 빌미로 계속 그녀의 학교에 찾아왔다.겉으론 학교 농구팀과 친선 경기를 하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혹시 다른 남학생들이 그녀에게 접근하는 건 아닌지 살피고 있었다.다행히 송하나는 늘 얌전하게 지냈고 이는 차정원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종일 기숙사와 실험실을 오가는 그녀, 가끔 용기를 내어 고백하는 남학생이 있어도 단호하게 거절하는 그녀였다.원래는 송하나가 좀 더 크고 성숙해지거든 자신의 삶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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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그의 태연한 표정을 보니 송하나의 마음속에 묘한 감정이 스쳤다.자신을 향한 차정원의 친절함은 왠지 보통 친구의 선을 넘어선 듯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방금 그는 신민현에게 자신을 ‘아는 여동생’이라고 소개했다.아마 차설아의 절친한 친구라서 자신에게도 그만큼 애정을 쏟는 것일 수도 있었다.송하나는 더 이상 자신이 먹다 남긴 음식을 차정원에게 줄 수 없어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저 앞에 구멍가게가 있는데 음식 꽤 잘해요. 우리 함께 먹으러 가요.”차정원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두 사람은 소박하면서도 깔끔하게 꾸며진 구멍가게에 도착해 각자 대표 메뉴인 만둣국을 한 그릇씩 시켰다.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둣국이 식탁에 오르자 송하나는 한입 맛보고 눈가에 미소가 번졌다.“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여전히 옛날 맛 그대로네요.”차정원은 흡족해하는 그녀의 얼굴을 묵묵히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덩달아 즐거워졌다.그는 송하나가 웃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늘 차분하던 두 눈이 반달 모양으로 휘어지고 표정이 밝아지며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저녁 식사 후, 차정원은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차 안에는 잔잔한 음악이 흘렀고 남자가 무심코 물었다.“제연시로 가면 뭉치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사랑하는 반려 토끼 이야기가 나오자 송하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이번에 제연시에 가면 얼마나 바쁠지 모르는데 뭉치를 제대로 돌보지 못할까 봐 염려되었다.게다가 길이 멀고 뭉치는 워낙 예민한 녀석이라 혹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다.송하나가 고개를 살짝 저었다.“아직 정하지 못했어요.”“괜찮다면 내가 대신 돌봐줄 수도 있는데.”차정원의 목소리는 매우 온화했다.“정말요?”송하나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으나 이내 망설이는 기색을 보였다.“그건 너무 폐 끼치는 것 같아요.”뭉치를 돌보는 일이 하루 이틀로 끝날 것도 아니고 시간이 길어지면 차정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전혀.”다만 남자는 전방만 주시하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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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송하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매장 직원의 도움을 받아 하나하나 착용해보았다.그녀는 본래 피부가 하얗고 쇄골 라인이 아름다웠기에 화려한 다이아몬드가 그녀의 목에서 더욱 빛나며 우아한 기품을 자아냈다.몇 가지 착용하던 중에 송하나의 휴대폰이 울렸다.그녀는 한쪽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고 이때 매장 직원이 참지 못하고 심성빈에게 물었다.“여자친구분이 워낙 예뻐서 어떤 디자인도 다 너무 잘 어울리세요! 그냥 손님이 직접 골라주시는 건 어떨까요?”그 호칭을 듣자 심성빈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그는 딱히 부정하지 않고 송하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괜찮아요. 천천히 고르게 해두죠.”통화를 마친 송하나는 돌아와서 몇 가지를 더 착용해보았다.심성빈이 옆에서 다정하게 물었다.“어때? 마음에 드는 거 있어?”그녀는 심플하면서도 유독 정교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가리키며 말했다.“이 디자인이 그래도 젊은 여자들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너무 과하지 않으면서도 품격이 느껴져서 평소에 착용하거나 중요한 자리에 갈 때도 잘 어울릴 것 같네요.”“손님, 정말 안목이 좋으시네요!”매장 직원이 환하게 웃었다.“이 제품은 새로 입고된 저희 매장 시그니처 제품이에요. 최상급 다이아몬드로만 세공된 제품이기도 하죠.”“좋아요. 그럼 이거로 하죠. 얼마에요?”“30억 원입니다.”가격을 들은 그녀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너무 비싼 거 아닐까요? 다른 것도 한번...”그녀는 심성빈이 선물에 어느 정도 예산을 잡았는지 알 수 없었다.적어도 그녀에게는 30억 원짜리 선물이 꽤 비싸다고 느껴졌다.“괜찮아.”이때 심성빈이 은행 카드를 꺼내 매장 직원에게 건넸다.“이걸로 주세요.”이때 마침 옆 진열대에서 갑자기 격렬한 말다툼이 벌어졌다.결혼반지를 고르던 커플인데 여자가 처음에 고른 다이아몬드 반지가 2천만 원이었다.남자는 가격이 너무 높다며 좀 더 싼 거로 고르라고 했다.여자는 계속 기준을 낮춰 결국 400만 원짜리를 골랐다.그럼에도 남자는 비싸다며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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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남자친구가 매정하게 떠나버리자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대성통곡했다.송하나는 이 광경을 보며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조금 전까지 행복해 보이던 젊은 커플이 400만 원짜리 다이아몬드 반지 때문에 이렇게까지 틀어지다니.심성빈은 매장 직원이 건네는 선물 봉투를 받아 들고 나직이 말했다.“저 남자는 이미 마음 떠났어.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면 세상 모든 좋은 것을 다 주어도 부족하다고 느낄 거거든.”송하나는 깊이 공감했다.조금 전의 말다툼 속에서 남자의 얼굴에는 짜증만 가득 찼고 사랑의 기미는 보이지도 않았다.여자가 서럽게 울자 송하나는 휴지를 꺼내 들고 다가갔다.“울지 마세요. 저런 남자 때문에 울 가치도 없어요.”여자가 눈물 젖은 얼굴을 들고 흐느끼며 말했다.“5년을 만나면서 단 한 번도 뭘 요구한 적이 없어요...”“그러니까 더욱 저렴하고 만만하게 보는 거예요.”송하나는 나직이 대답했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정곡을 찔렀다.“400만 원도 아까워하는 남자한테 어떻게 평생을 맡기겠어요?”여자는 멍하니 송하나를 쳐다보다가 처음 그 이치를 깨달은 것 같았다.과거 남자친구가 인색하게 굴 때, 둘만의 미래를 위해서 아끼는 거라고 여겼지만 오늘 임신한 자신을 내팽개치고 떠나가는 모습을 보니 마침내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일리 있는 말이에요.”여자는 눈물을 닦고 일어섰다. 그녀의 눈빛은 점차 단호해졌다.“이런 남자는 확실히 평생을 함께할 가치가 없어요.”곧이어 휴대폰을 꺼내 차분하게 낙태 수술을 예약했다.송하나와 심성빈이 막 떠나려 할 때, 여자가 갑자기 송하나를 불러세웠다.“아까는 조언 고마웠어요.”그녀는 송하나 옆에 서 있는 심성빈을 쳐다보며 진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남자친구분이 그쪽을 많이 사랑하는 게 한눈에 보여요. 두 분 꼭 행복하세요.”송하나가 살짝 미소 짓고는 예의 바르게 정정했다.“오해하셨어요. 저희는 단지 친구 사이에요.”말을 마친 그녀는 심성빈과 나란히 떠났다.여자는 점점 멀어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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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주말.송하나는 정성껏 준비한 떡 선물 상자를 들고 이씨 가문 본가로 들어섰다.홍경자는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할머니.”그녀가 나직이 부르며 선물 상자를 찻상 위에 내려놓았다.“할머니가 제일 좋아하시는 약과예요. 일부러 노포에 가서 사 왔어요.”익숙한 목소리에 홍경자는 두 눈을 번쩍 뜨고 얼굴에 자애로운 미소가 번졌다.“하나 왔구나.”그녀는 송하나의 손을 잡고 옆에 앉히며 얼굴을 꼼꼼히 살폈다. 그러고는 안쓰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살 많이 빠졌네.”두 사람은 서로 기대어 정겹게 속마음을 나눴다. 거실에서는 틈틈이 즐거운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그러나 대화가 잠시 멈추자 송하나는 홍경자의 손을 꼭 잡고 나직이 말했다.“할머니, 저 내일이면 강우 씨랑 이혼 증명서를 발급받으러 가요.”홍경자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고 눈가에도 감추기 힘든 쓰라림이 스쳤다.이미 예상했던 일이지만 막상 그 소식을 직접 들으니 마음속에 아릿한 슬픔이 밀려왔다.송하나는 가방에서 서류 한 부를 꺼내 홍경자 앞으로 살며시 내밀었다.“이건 이혼 합의서에 따라 제게 분할된 재산 중 절반이에요. 본래 제 것이 아니니 할머니께 다시 돌려드리고 싶어요.”홍경자는 서류를 보지 않고 그녀만 깊이 응시했다.“아가, 정말 괜찮겠니? 할머니 눈에는 강우가... 너를 놓아주기 싫어하는 것 같구나. 너희 둘 사이에 정말 되돌릴 여지는 없는 거니?”송하나는 가볍게 고개를 내젓고 부드러운 눈빛에 확고함을 담아서 말했다.“할머니, 저희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에요. 진작 끝났어야 할 관계였죠.”홍경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흐릿한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할미가 미안해. 우리 집안에서 네게 잘해준 게 없구나. 강우가 널 소중히 여기도록 가르치지 못한 것이 내 평생의 가장 큰 한이란다.”그녀는 서류를 다시 송하나 앞으로 천천히 내밀었다.“하나야, 이것들은 네가 가지고 있어. 이왕 너한테 주는 거면 달갑게 받거라. 앞으로 어딜 가든 우리 집안은 영원히 너의 친정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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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화

더 기막힌 것은 이강우가 감히 이하준에 대한 그녀의 추억을 더럽혔다는 사실이었다.송하나는 더 이상 냉정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짝...그녀가 맹렬히 몸을 돌려 이강우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너 진짜 파렴치한 인간이구나.”분노에 휩싸인 송하나는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하준 씨는 너보다 천 배, 만 배 더 좋은 사람이야. 다정하고 사람 존중할 줄 알고 내게 강요하는 법이 없었어! 그런데 너는...”이강우를 가리키는 그녀의 손가락마저 한없이 떨렸다.“이강우 너는 평생 하준 씨가 될 수 없어. 적어도 하준 씨는 내뱉은 말은 지켰거든. 너처럼 이렇게 번복하지 않아!”말을 마친 그녀가 자리를 떠나자 이강우는 계속 더 쫓아가려 했다.그때, 홍경자가 지팡이를 짚고 빠른 걸음으로 나왔다. 이 광경을 보더니 지팡이로 손자를 가리키며 애통하게 꾸짖었다.“강우야! 아직도 모르겠니? 네가 하나를 잃은 건 강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랑이 무엇인지 몰라서야!”할머니의 말이 그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사랑은 온전히 이뤄주는 것이고 미련 없이 놓아주는 거란다. 지금 네 꼴을 봐라. 하나에게 더욱 경멸만 살 뿐 뭘 얻을 수 있겠어? 이제 그만 놓아줘. 그게 네가 하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고 너 스스로도 마지막 체면을 챙기는 거야.”이강우는 단호하게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할머니의 실망한 눈빛을 보더니 마침내 비틀거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석양이 그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마치 영원히 아물지 않을 상처처럼...깊은 밤, 이씨 가문 본가.이강우는 형 이하준이 생전에 쓰던 방에 홀로 앉아 사진 속 영원히 웃고 있는 형의 젊은 얼굴에 고요히 머물렀다.재떨이에는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였고 방안은 지독한 담배 냄새로 숨 막힐 지경이었다.“형...”사진을 보며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는 찢겨 나간 듯 처참했다.“나 이제 정말 하나를 잃게 되는 걸까?”사진 속 이하준은 여전히 다정하게 웃고 있었다. 그와 닮은 눈매에 한 번도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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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이강우가 보낸 문자였다.[걱정 마. 내일 오전 9시까지 가정법원 도착할게. 마지막 수속까지 마쳐야지.]짤막한 문자 한 줄에 어떤 수식어도 없지만 마치 진정제처럼 불안했던 그녀의 마음을 가라앉혔다.송하나는 한참 동안 화면을 응시하다가 천천히 답장을 보냈다.[알았어요. 약속 꼭 지켜요.]휴대폰을 내려놓고 그녀는 긴 한숨을 쉬었다.최적의 수면 시간을 놓친 탓인지 이상하리만큼 정신이 맑아져서 밤새 뒤척이다가 새벽녘이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다음 날 오전, 가정법원 입구.겨울의 아침 햇살은 스며드는 듯한 차가움을 머금고 있었다. 송하나는 약속 시각 15분 전에 현장에 도착했다.오늘 그녀는 심플한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입었고 옅은 화장에 담담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다만 살짝 움켜쥔 핸드백 끈만이 마음속의 불안감을 미약하게나마 드러냈다.송하나는 계단에 서서 오는 길을 계속해서 바라봤다. 시간은 1분 1초 흘러갔지만 익숙한 검은색 롤스로이스는 보이지 않았다.불안감이 또다시 마음속에 퍼져나갔다.9시 정각, 이제 막 기대를 접으려던 찰나 롤스로이스 한 대가 바로 앞에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고 이강우가 안에서 내렸다.그는 여전히 정장 차림에 훤칠한 몸매를 자랑했다. 마치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에 가는 것처럼.하지만 가까이 다가오자 눈 밑에 짙게 드리워진 다크서클과 면도하지 않아 푸르스름한 수염 자국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늘 꼼꼼하던 이 남자가 오늘만큼은 드물게 초췌한 모습을 보였다.몸에 꽉 밴 담배 냄새는 칼바람이 몰아쳐도 사라지질 않았다.그는 온몸의 신경이 극도로 곤두선 사람 같았다. 겉으론 침착해 보였지만 속으로는 이미 한계에 다다른 듯 위태로웠다.“들어가자.”목소리는 갈라지고 메말라서 마치 긁힌 듯한 소리가 났다.송하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와 나란히 가정법원 대기실로 걸어 들어갔다.가장 이른 시간대를 선택했더니 대기실에 사람이 많지도 않았다.절차는 놀랍도록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서류 작성, 신분증 제출, 직원의 형식적인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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