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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511 - Chapter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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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1화

점심에 간단히 축하 모임을 가진 후, 차정원은 송하나를 별장으로 데려다주었다.그녀는 제연시로 떠날 준비에 착수했다.먼저 뭉치의 장난감, 간식, 일상용품을 꼼꼼히 싸서 큰 상자에 넣었다.발밑에서 맴도는 귀여운 녀석을 보다가 쭈그려 앉아 부드러운 털을 살살 쓰다듬었다.뭉치도 이별이 다가왔음을 직감한 듯 불안하게 코를 그녀의 손바닥에 비볐다. 동그란 붉은 눈에는 애틋한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뭉치야.”그녀는 뭉치를 안아 들고 따뜻한 털에 얼굴을 비비며 다정하게 말했다.“엄마가 잠시 떠나야 하니 앞으로 정원 삼촌 말 잘 들어야 해.”뭉치를 조심스럽게 반려동물 운반 상자에 넣을 때, 송하나의 눈가가 살짝 시큰했다.“변호사님, 뭉치 잘 부탁드려요.”차정원이 온화한 눈빛으로 상자를 받아 들었다.“걱정 마. 매일 뭉치 영상 보내줄게.”차정원과 뭉치를 보낸 뒤, 그녀는 본격적으로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제연시는 기후가 더 추워서 두꺼운 옷을 몇 벌 더 챙겼더니 여행 가방 두 개가 금세 꽉 찼다.짐 정리를 마치고 집 안을 깨끗이 청소했다. 모든 정리가 끝나자 시간은 이미 꽤 늦었다.해 질 녘, 송하나는 외투를 걸치고 근처 편의점에 가서 간단히 먹을 것을 사 올 생각이었다.막 가게 문 앞에 다다랐을 때, 익숙한 검은 세단 한 대가 그녀 옆에 천천히 멈춰 섰다.“심 대표님?”송하나는 약간 의외였다.“여긴 어쩐 일이세요?”심성빈이 차 문을 열고 내렸다. 오전에 가정법원 밖에서 기다린 일은 언급하지 않고 옅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할 얘기가 좀 있어서 와봤는데 운 좋게도 이렇게 만났네.”쌀쌀한 저녁 바람을 피해 그들은 편의점으로 향했다.따뜻한 노란 불빛 아래 두 사람은 창가 자리에 앉아 따뜻한 음료 두 잔과 어묵, 초밥, 도시락을 시켰다.심성빈은 좀 더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으로 가려 했지만 송하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대표님, 하실 말씀 있으시면 여기서 하시죠.”그녀가 도시락 하나를 심성빈에게 내밀었다.“이 집 도시락 맛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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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송하나에게 가장 좋은 걸 주고 싶었고 자신의 진심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는데...송하나는 다른 여자들과 달랐다.그녀는 물질적인 것에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심성빈은 그녀의 단호한 눈빛을 보고 더는 강요할 수 없음을 깨닫고는 결국 선물 상자를 거두었다.“알았어. 네 선택 존중할게. 다만 이 선물은 늘 너를 위해 간직해둘 거야.”간단한 저녁 식사 후, 심성빈은 기어이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두 사람은 가로등 아래 나란히 걸었고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심성빈은 그저 시간이 좀 더 천천히 흐르고 이 길이 좀 더 길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마침내 송하나의 집 앞에 도착했다.“추워. 얼른 들어가.”남자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별장으로 향했다.하지만 몇 걸음 걷다가 그녀가 갑자기 몸을 돌려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대표님, 안녕히 계세요.”일부러 몸을 돌리고 건네는 작별 인사가 그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마치 연인 사이의 아쉬움 가득한 이별 같았다.“그래. 조심히 들어가.”그녀가 집 안으로 들어가 종적을 감출 때까지 묵묵히 지켜보는 이 남자...그날 밤, 송하나가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잠들 준비를 하는데 서유준에게서 전화가 왔다.“하나야, 이제 곧 제연시로 가는 거지?”“네. 내일 오후 비행기예요.”전화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내일 오전에 시간 괜찮아? 한번 만나고 싶은데.”다음 날 오전, 카페.서유준은 일찍이 도착해 창가 자리에 앉아 무의식적으로 커피를 휘저었다.송하나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는 즉시 일어섰고 눈가에 감추기 힘든 긴장감이 스쳐 지나갔다.“선배.”송하나가 그의 맞은편에 앉아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켰다.두 사람은 먼저 근황을 이야기했다. 서유준은 최대한 편하고 자연스러운 말투로 들리도록 애썼다.“제연에 가는 건 아주 잘한 선택이야. 네 실력이라면 분명 큰 성과를 이룰 거야.”“이것도 다 선배 덕분이죠.”송하나가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제가 가장 힘들 때 선배가 저를 받아주셨잖아요.”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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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화

서유준의 얼굴이 점차 창백해졌다. 그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 손끝으로 따뜻한 커피잔 가장자리를 무의식적으로 문질렀다.“혹시... 이미 좋아하는 사람 생긴 거야?”“아니요...”송하나가 고개를 살짝 저었다.그녀가 일부러 숨기는 것은 정말 아니었다. 지금의 그녀는 오직 일에만 몰두하고 싶고 당분간은 그 누구에게도 곁을 내주고 싶지 않았다.서유준은 오랫동안 침묵했다. 송하나는 그의 마음속 희망이 산산이 조각나는 미세한 소리마저 들릴 것 같았다.그녀가 불안해하며 자신의 거절로 남자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할 무렵, 마침내 서유준이 고개를 들었다.그의 얼굴에는 평소처럼 온화하고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으나 눈가에는 감추기 힘든 실망감이 남아 있었다.“괜찮아.”서유준이 나직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해방감과 함께 알아채기 힘든 씁쓸함이 섞여 있었다.“어찌 됐든 넌 항상 내게 가장 소중한 후배야. 제연에 가서도 몸 잘 챙겨. 힘든 일 생기면 내가 늘 뒤에 있다는 걸 잊지 마. 난 영원히 너의 든든한 버팀목이야.”“고마워요, 선배.”송하나는 감사한 마음과 함께 희미한 아쉬움으로 가득 찼다.카페를 나설 때, 서유준은 문가에 서서 그녀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수년간 이어져 온 짝사랑은 이 겨울과 함께 비로소 완전히 끝을 맺었다.오후의 공항은 사람들로 북적였다.차정원과 차설아는 보안 검색대 입구 밖에서 송하나를 배웅했다.“하나야!”차설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와 그녀를 꼭 껴안았다. 목소리에는 콧소리가 섞여 있었다.“도착하면 꼭 안부 전해! 그쪽은 낯선 곳이니 스스로 몸 잘 챙겨야 해. 제때 밥 잘 챙겨 먹고 실험실에만 너무 박혀 있지는 마.”송하나도 그녀를 껴안고 마음은 따뜻해졌지만, 이별의 아릿함이 느껴졌다.그녀는 차설아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걱정 마세요, 차설아 씨. 내가 애도 아니고... 너야말로 밤늦게까지 밖에서 놀고 다니지 마. 괜히 사람 걱정하게 하잖아.”“알았어.”차설아는 그녀를 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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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그는 차설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손목시계만 들여다보았다. 목소리는 늘 그렇듯 침착하고 태연했다.“가자, 이만. 이따 재판이 있어.”차정원이 먼저 몸을 돌려 긴 다리를 뻗으며 공항 출구로 향했다.그도 당연히 아쉽지만 송하나는 자신만의 이상과 추구하는 목표가 있는 여자였다. 새장 속에 갇힌 예쁘장한 새가 결코 아니란 걸 차정원은 누구보다 잘 안다.그러니 절대 사랑이란 명분으로 그녀를 얽어매서는 안 되고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것이다.더욱이 그녀는 막 결혼 생활을 끝냈기에 치유와 성장을 위한 시간과 공간이 필요했다.이 상황에 괜히 서둘렀다가 오히려 역효과만 날 뿐이다.설령 그녀가 제연시로 간다 해도 차정원은 충분한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계획을 실행할 것이다.차설아는 오빠의 뒷모습을 보다가 텅 빈 보안 검색대 통로를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마냥 답답한 듯 발을 구르며 빠른 걸음으로 오빠를 따라갔다.그 시각, 이원 그룹.이강우는 이틀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비서는 급하게 서명해야 할 서류를 들고 발을 동동 굴렀다.이강우와 연락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도했지만, 예외 없이 전부 묵묵부답이었다.비서는 뭔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다.대표님의 일정은 평소 늘 꼼꼼하게 짜여 있었고 완전히 연락 두절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비서가 초조하게 걸음을 서성이며 문득 한 날짜가 머릿속을 스쳤다.어제는 바로 대표님과 송하나 씨가 이혼 증명서를 발급받는 날이었다.순간 등에 서늘한 한기가 감돌았다.이강우가 최근 자학적인 업무 상태를 보였고 거기에 요즘 같은 특별한 시점을 고려하면...비서가 즉시 휴대폰을 집어 들어 최로운에게 전화를 걸었다.“최로운 씨, 대표님 혹시 어제 그리로 가셨나요?”“아니.”최로운이 혼란스러운 듯 대답했다.“실은 나도 어제 걔랑 약속 잡으려 했는데 전화를 안 받더라고.”최로운도 소식을 모른다니!비서의 마음이 완전히 가라앉았다.이강우의 최측근 비서로서 그가 송하나에게 어느 정도로 깊이 빠져 있는지 누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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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방안은 커튼이 굳게 닫혀 어두컴컴했고 바닥에는 빈 술병 몇 개가 여기저기 굴러다녔다. 크리스털 재떨이에는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흐트러진 침대 위에 겉옷을 그대로 걸치고 축 늘어진 이강우는 창백한 얼굴에 입술이 갈라지고 두 눈은 굳게 감겨 있었다. 보다시피 의식을 완전히 잃은 상태였다.주먹 쥔 오른손에는 무언가가 들려 있었는데 그건 바로 갈가리 찢었다가 다시 투명테이프로 붙여놓은 이혼 증명서였다.“대표님! 정신 차리세요, 대표님!”주은호는 침대 옆으로 달려가 그를 깨우려 했으나 몸이 불덩이처럼 뜨겁고 호흡마저 미약했다.“빨리 구급차 불러요.”아래층에서 당황해하는 서민경에게 버럭 고함을 질렀다. 두려움에 휩싸여 목소리까지 살짝 떨렸다.그는 즉시 쭈그려 앉아 이강우의 생체 징후를 확인했다. 마음속에는 후회와 걱정이 가득했다.진작 알았어야 했는데! 대표님처럼 오만한 성격의 사람이 어찌 그리 쉽게 자신의 나약함을 드러내겠는가?모든 고통을 마음속 깊이 억누르다가 결국 추억 가득한 이 텅 빈 별장에서 완전히 반격당하고 무너져내렸다.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며 성수 빌리지의 평온을 깨뜨렸다.이강우는 급히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었다.주은호가 그 옆을 바싹 따랐다. 대표님의 사색이 된 얼굴을 바라보며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결혼 4년 차인데도 대중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강우의 부인, 그녀는 대체 무슨 수로 이혼 증명서 한 장만으로 이강우의 목숨을 앗아갈 지경에 이른 걸까?병원 복도의 형광등이 차가운 빛을 발했다.주은호는 수술실 위에 번쩍이는 [수술 중]이라는 세 글자를 응시하며 매 순간이 무한대로 길게 느껴졌다.이강우가 밀려 들어갈 때의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한때 수많은 사람들의 경외심을 자아냈던 그 얼굴은 사색이 되었고 굳게 다문 입술은 다 말라서 갈라 터졌다. 오직 찡그린 미간만이 혼수상태에서도 막대한 고통을 견디고 있다는 느낌을 선사했다.별장에서 대표님이 꽉 움켜쥐고 있던, 심지어 너무 힘을 준 탓에 가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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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6화

공식 발표는 다음 날로 잡혔다.공항을 빠져나온 송하나는 택시를 잡아타고 연구 센터 근처의 호텔에 짐을 풀었다.병원.수술실 문이 열리자 의사가 마스크를 벗으며 걸어 나와 걱정이 역력한 얼굴로 주은호에게 말했다.“이 대표님께서 위험한 고비는 넘겼습니다만...”그는 일부러 멈췄다가 무거운 말투로 이어갔다.“위의 손상이 너무 심각합니다. 이번에는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앞으로 또 함부로 굴다가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어요.”병실 안은 그야말로 숨 막히는 정적만이 감돌았다.이강우는 새하얀 병상에 누워 두 눈을 꼭 감은 채 깊은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며칠 사이 뚜렷했던 턱선은 눈에 띄게 쑥 꺼졌고 삐죽삐죽 돋아난 턱수염이 초췌함을 더했다.한때 상권을 좌지우지하던 거만하고 고고한 남자는 지금 한없이 연약한 모습으로 변해버렸다.주은호는 침대 옆에 서서 대표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 한구석이 확 조여오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쓰라린 감정에 휩싸였다.이 공간을 채우는 소리는 오직 생체 신호 측정기에서 나오는 규칙적인 똑딱 소리뿐이었다.한편 병상에 누운 이강우는 편안해 보이지 않았다.미간을 찌푸린 채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는데 마치 깨어날 수 없는 끔찍한 악몽에 시달려 발버둥 치는 듯했다.그는 꿈에서 송하나를 봤다.금방 결혼했을 때 반짝이는 눈동자에 사랑과 기대에 가득 찬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늦게 귀가하는 날이면 거실에는 언제나 꿋꿋이 켜져 있는 희미한 스탠드, 소파에 웅크린 그녀는 앙상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이강우를 기다리다 결국 잠이 들었었다.식탁 위에 정성껏 차려놓은 음식들은 김이 모락모락 나던 데로부터 차갑게 식어버리기가 일쑤였고 이강우는 매번 대충 흘겨보고는 ‘바빠’라는 한 마디만 남긴 채 매정하게 떠나가 버릴 따름이었다.꿈의 마지막 장면은 그녀가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던 그 순간에 멈췄다.너무나 평온해서 오히려 소름 끼치던 그 눈빛... 분노도 원망도 없이 마치 고인 물처럼 고요하기만 했다.“하나야...”바싹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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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학생, 등록은 저쪽에서 줄 서셔야 합니다.”송하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걸어갔다.앞에서 줄을 서 있던 두 여학생이 흥분한 듯 낮은 목소리로 속닥이며 숭배하는 시선으로 한쪽을 바라보았다.“저기 봐봐, 진서영 선배야. 대박! 학술 포럼 영상보다 실물이 훨씬 분위기 있잖아.”한 여학생이 입을 틀어막고 흥분 조로 외쳤다.“선배는 내 워너비야.”또 다른 여학생이 두 눈을 반짝였다.“스물다섯에 최고 권위 저널에 논문을 몇 편이나 내더니 스물여덟에 부연구원 신분으로 이 팀에 들어왔대! 집안 배경도 장난 아니라던데 정통 있는 제연 인맥이라나 뭐라나...”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서영이라는 여자가 마침 근처를 지나갔다.몸에 꼭 맞는 캐시미어 코트를 입고 세련된 메이크업에 걸음걸이도 여유로웠다. 넉넉한 환경에서 자연스레 배어 나온 듯한 우월한 기운이 느껴졌다.그녀는 자신에 관한 의논을 들었는지 이쪽을 쓱 훑어보았는데 이런 분위기에 익숙해진 듯 거리감을 두었다.송하나는 조용히 맨 뒷줄에 서 있다가 자기 차례가 되자 침착하게 서류를 창구 직원에게 건넸다.직원이 서류를 받고 습관처럼 고개를 숙여 확인하던 중, 임명장의 직급 란을 보고는 대뜸 동작을 멈췄다.그는 고개를 번쩍 들고 과분할 정도로 젊고 예쁜 눈앞의 그녀를 훑어보더니 태도가 다 공손해졌다.“정말 죄송해요. 부연구원님은 이쪽 옆 구역으로 오셔야 하는데... 제가 안내해 드릴까요?”“아니요, 괜찮습니다. 제가 찾아가겠습니다.”송하나는 서류를 돌려받으며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다.뒤에서 충격에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려왔다.방금 진서영을 의논하던 두 여학생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송하나를 이리저리 훑어보았다.“그쪽이 정말... 부연구원이라고요?”한 여학생이 참지 못하고 나직이 되물었다.이에 송하나는 옅은 미소로 대신했다.“대박! 우리보다 더 어려 보이는데 벌써 부연구원이라니... 말도 안 돼!”다른 여학생이 놀라서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송하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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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간단히 짐 정리를 마친 송하나는 휴대폰을 꺼내 장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교수님, 저 이제 막 연구단지에 도착했어요.”전화 너머로 장현서의 온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래? 그럼 내 사무실로 와. 연구 센터 본관 맨 위층이야.”그녀가 사무실 문을 열었을 때, 장현서는 한창 업무에 몰두하고 있었다.사랑하는 제자가 들어오니 평소 엄격하고 딱딱하던 교수님의 얼굴에 보기 드문 미소가 띠었다.“앉아, 하나야.”그는 일어나 송하나를 위해 물을 따라주었다.“오는 길에 힘들진 않았어? 제연의 기후가 강현보다 훨씬 건조한데 좀 견딜 만해?”“괜찮아요, 교수님.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송하나는 두 손으로 컵을 받고 맞은편 의자에 조용히 앉았다.“불편한 점 있으면 주저 말고 바로 얘기해. 일상생활이든 실험에 관해서든 무릇 어려운 일 있으면 내가 최대한 조율해줄게.”이토록 따뜻한 배려에 그녀는 마음이 뭉클해졌다.“교수님께 폐를 끼쳐 드렸네요.”인사치레를 나눈 뒤, 장현서는 서랍에서 서류철 하나를 꺼내 그녀 앞에 내밀었다.“이건 이제 곧 네가 맡게 될 하위 프로젝트야.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난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큰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방향이 될 거란다.”이어서 책장에서 두툼한 참고 자료 더미를 꺼냈다.“이건 그동안의 실험 데이터와 관련 문헌들이니 가져가서 꼼꼼히 살펴보도록 해. 연구팀에서 대학원생 두 명을 배정해줄 거고 실험실 시설이랑 연구비도 전폭적으로 지원할 거야.”송하나는 자료들을 숙연하게 받아들었다.“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교수님.”대화가 끝날 무렵, 장현서는 문득 뭔가 생각난 듯 넌지시 한 마디 덧붙였다.“아참, 진서영 박사가 네가 맡을 과제의 후속 검증 책임자야. 아주 뛰어난 젊은 연구원이거든. 두 사람 앞으로 자주 소통하길 바라.”진서영?송하나는 방금 등록할 때 들었던 그 이름을 즉시 떠올렸다.그녀는 태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사무실을 나온 그녀는 장 교수의 지시에 따라 대학원생 안다미의 안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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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과학 연구는 탄탄한 기반에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요구하는 법이지요.”두 사람은 잠시 시선을 맞대고 있다가 진서영이 뒤따르던 학생들에게 말했다.“가요 이만.”복도에 하이힐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려 퍼지다가 점차 멀어져 갔다.안다미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송하나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진 박사님은 평소에 이렇게 말을 많이 하시는 편이 아닌데...”이 말을 들은 송하나는 차분한 눈길로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자꾸...자신을 바라보는 진서영의 눈빛에 약간의 경멸과 은근한 적대감마저 느껴졌다.그 시각, 강현시 병원, 병실 안.이강우는 끝없는 어둠 속에서 의식을 되찾으려 애썼고 마침내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 올렸다.눈에 들어온 것은 새하얀 천장이었다.몸의 감각이 점차 돌아오면서 형언할 수 없는 무력감이 느껴졌다. 마치 모든 근육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것 같았고 숨을 쉬는 것조차 가슴과 복부에 둔한 통증을 유발했다.그의 시선은 초점 없이 천장에 고정되었다.한때 매의 눈처럼 날카로웠던 그 눈빛은 이제 모든 영혼이 빠져나간 듯 공허했다.과거의 날카로움과 카리스마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뒤였다.“대표님, 깨셨어요?”주은호는 거의 본능적으로 침대 옆에 다가갔다. 밤샘으로 잠긴 목소리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흥분이 섞여 있었다.“좀 어떠세요? 의사 선생님 불러드릴게요!”다만 그의 부름과 격앙된 반응에도 이강우는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생기를 잃은 대표님의 모습에 주은호가 이를 악물고 용기 내서 말했다.“대표님, 정신 차리셔야 해요! 송하나 씨께 연락도 드려봤는데 이미 강현을 떠났다고 합니다.”이 한 마디가 굳게 닫힌 철문을 열어버린 격이 됐다. 여태껏 짓눌렀던 감정이 한순간에 폭발해버리고 말았다.이강우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침을 삼키더니 얼마 남지도 않은 기력을 다해서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하나한테... 연락하지 마.”바싹 마른 입술 사이로 간신히 말하는 이 남자, 의식을 되찾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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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연구 단지를 참관하고 나니 벌써 정오가 되었다.안다미는 송하나를 구내식당으로 데려갔다.그녀는 갖가지 메뉴들을 열성적으로 소개했다.하지만 제연의 음식들은 전반적으로 간이 세고 헤비한 편이라 담백한 입맛에 익숙한 송하나는 뭘 먹어야 할지 망설여졌다.결국, 그녀는 가장 담백해 보이는 몇 가지 반찬만 골라 소량씩 담았다.“언니, 왜 이것밖에 안 드세요?”안다미는 산처럼 쌓인 자신의 식판과 너무 대비되는 송하나의 식판을 보면서 저도 몰래 혀를 찼다.“이것만 드시고 배부르시겠어요?”“오늘은 별로 입맛이 없네요.”송하나는 부드럽게 웃었다.별안간 안다미가 부러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아, 알겠어요. 새 모이처럼 먹는다는 게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었네요. 이러니까 날씬할 수밖에 없죠. 게다가 분위기까지 우아하잖아요, 언니는.”장현서가 배정한 두 명의 대학원생 중 한 명인 안다미는 성격이 단순하고 솔직했다.반나절만 함께 지냈지만, 그녀는 새로 온 이 부연구원에게 호감이 급상승했다.다른 연구원들은 꼰대 같은 느낌이 있는 반면 송하나는 틀을 차리지 않을뿐더러 차분하고 온화한 분위기를 풍겼다. 게다가 두 사람의 나이도 비슷해 안다미는 다른 교수님들 앞에 있을 때처럼 불안하거나 주눅 들지 않고 한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두 사람은 나란히 창가 자리에 앉았다.송하나는 식판에 담긴 음식을 묵묵히 먹었다. 낯선 입맛이라 느리고 조심스럽게 먹었다.막 젓가락을 내려놓으려 할 때 휴대폰 화면에 알림이 떴는데 프로젝트팀 단톡방 공지였다.[오후 2시, A동 1층 대회의실에서 프로젝트 착수 및 1차 전체 회의를 개최합니다. 모든 팀원은 정시에 참석 바랍니다.]송하나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휴대폰을 집어넣었다.이때 안다미가 목소리를 낮추고 흥분 조로 말했다.“선배님들한테 들었는데 이런 급의 착수 회의에는 우리 팀원들 말고도 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쪽의 거물급 인사들이랑 최고 수준의 학술 및 산업 자문위원들까지 참석한대요! 저도 이렇게 큰 자리에 참석해 보다니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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