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였다. 목소리에는 적당한 투정과 염려가 실려 있었다.“어머님께서 꼭 오빠랑 같이 오라고 신신당부하셨단 말이에요.”“업무 관련 일이야.”최시훈은 짧게 일축했다. 그의 평탄한 말투는 그 자체로 거절할 수 없는 명령처럼 들렸다.곧이어 그는 운전기사에게 분부했다.“서영이 저택으로 안전하게 바래다줘.”“네, 국장님.”운전기사가 즉시 응답했다.최시훈은 차 문을 열고 긴 다리를 뻗으며 안에서 내렸다.진 비서도 재빨리 따라나서서 차 안의 진서영에게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 문을 닫아주었다.진서영은 넓은 뒷좌석에 홀로 앉아 창밖으로 멀어져 가는 최시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주먹을 꽉 쥐었더니 손끝이 손바닥 살갗을 깊이 파고들었다.남자의 껍데기뿐인 예의는 제연의 한겨울 칼바람보다 더 모질게 심장을 후벼 팠다.차는 서서히 시동을 걸고 이내 그곳을 벗어났다.진서영은 차 안에 앉아 점점 멀어지는 최시훈의 뒷모습을 응시했다.손끝의 싸늘함이 어느새 그녀의 마음속까지 스며들어 차갑게 얼어붙는 것 같았다.어언간 수년이 흘렀다.그녀가 아무리 전력을 다해 학업에서 정점을 찍고 사회에서 또래 중 두각을 나타냈어도, 심지어 최씨 가문 어른들과의 관계까지 공들여가며 그들이 바라는 착하고 훌륭한, 집안 배경까지 완벽한 이상적인 며느릿감이 되려 애를 썼어도 최시훈은 항상 거리를 둘 뿐이었다.그에게 진서영은 단지 가문 대대로 친분을 쌓은 여동생에 불과했다.보이지 않는 경계선이지만 그녀가 조금이라도 넘어서게 허락한 적이 없었다.‘설마... 내가 아직 부족해서, 바라는 만큼 눈부시지 않아서, 오빠에게 어울리지 못해서 이러는 걸까?’이 생각이 뾰족한 가시가 되어 진서영의 심장을 쿡쿡 찔렀다.어릴 때부터 1등만 좇던 이유는 그 언젠가 당당하게 최시훈의 앞에 서기 위해서였는데...가슴속에서 강렬한 불만과 그보다 더 걷잡을 수 없는 승부욕이 뒤섞여 왈칵 치솟아 올랐다.최시훈은 집안 배경, 능력, 외모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남자였다. 어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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