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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541 - Chapter 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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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1화

그녀는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였다. 목소리에는 적당한 투정과 염려가 실려 있었다.“어머님께서 꼭 오빠랑 같이 오라고 신신당부하셨단 말이에요.”“업무 관련 일이야.”최시훈은 짧게 일축했다. 그의 평탄한 말투는 그 자체로 거절할 수 없는 명령처럼 들렸다.곧이어 그는 운전기사에게 분부했다.“서영이 저택으로 안전하게 바래다줘.”“네, 국장님.”운전기사가 즉시 응답했다.최시훈은 차 문을 열고 긴 다리를 뻗으며 안에서 내렸다.진 비서도 재빨리 따라나서서 차 안의 진서영에게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 문을 닫아주었다.진서영은 넓은 뒷좌석에 홀로 앉아 창밖으로 멀어져 가는 최시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주먹을 꽉 쥐었더니 손끝이 손바닥 살갗을 깊이 파고들었다.남자의 껍데기뿐인 예의는 제연의 한겨울 칼바람보다 더 모질게 심장을 후벼 팠다.차는 서서히 시동을 걸고 이내 그곳을 벗어났다.진서영은 차 안에 앉아 점점 멀어지는 최시훈의 뒷모습을 응시했다.손끝의 싸늘함이 어느새 그녀의 마음속까지 스며들어 차갑게 얼어붙는 것 같았다.어언간 수년이 흘렀다.그녀가 아무리 전력을 다해 학업에서 정점을 찍고 사회에서 또래 중 두각을 나타냈어도, 심지어 최씨 가문 어른들과의 관계까지 공들여가며 그들이 바라는 착하고 훌륭한, 집안 배경까지 완벽한 이상적인 며느릿감이 되려 애를 썼어도 최시훈은 항상 거리를 둘 뿐이었다.그에게 진서영은 단지 가문 대대로 친분을 쌓은 여동생에 불과했다.보이지 않는 경계선이지만 그녀가 조금이라도 넘어서게 허락한 적이 없었다.‘설마... 내가 아직 부족해서, 바라는 만큼 눈부시지 않아서, 오빠에게 어울리지 못해서 이러는 걸까?’이 생각이 뾰족한 가시가 되어 진서영의 심장을 쿡쿡 찔렀다.어릴 때부터 1등만 좇던 이유는 그 언젠가 당당하게 최시훈의 앞에 서기 위해서였는데...가슴속에서 강렬한 불만과 그보다 더 걷잡을 수 없는 승부욕이 뒤섞여 왈칵 치솟아 올랐다.최시훈은 집안 배경, 능력, 외모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남자였다. 어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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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2화

“기록은 이미 다 봤어요.”최시훈이 그의 말을 자르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째려봤다.“시스템 기록상 특정 팀들의 예약 내역이 실제 사용량과 현저히 불일치하고 잦은 시간 초과 및 타인의 예약 시간대를 침범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던데요! 이건 다른 팀들의 정상적인 연구 흐름을 방해했을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효율성과 가장 기본적인 공정성 원칙을 훼손했어요.”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사용자가 누구든, 어떤 배경을 가졌든 상관없어요. 이곳에는 오직 프로젝트와 규칙만이 존재할 뿐이니까요. 오늘부터 모든 장비 사용은 반드시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이뤄져야 할 겁니다. 예약 후 시간 초과 시 시스템이 자동으로 기록하고 해당 팀의 후속 예약 우선권을 차감할 것입니다. 인위적인 개입이나 편파적인 책임 전가 행위는 적발 시 엄중히 처리하겠습니다.”오경찬은 듣는 내내 등줄기에 식은땀이 쫙 나고 연신 허리를 굽신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국장님! 명심하겠습니다. 즉시 개선하고 규정을 엄격히 집행하겠습니다! 모든 연구팀에 한 치의 차별 없이 공정하게 대하도록 보장하겠습니다. 그, 그리고 혹시 이전에 저희가 업무 처리 과정에서 어떤 소홀함이라도 있었다면 깊이 반성하고 즉시 바로잡겠습니다!”최시훈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홀로 남은 오경찬은 식은땀을 닦으며 안도했다.진서영이 최 국장과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나?그동안 편의를 봐준 이유는 최 국장에게 간접적으로 잘 보이기 위해서인데 정작 최 국장은 일말의 감응도 보이지 않을뿐더러 되레 아무 배경이 없어 보이는 송하나를 위해 직접 찾아와서 강경한 태도로 훈계하다니.이렇게까지 빨리 흐름이 바뀔 줄이야... 도저히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였다.이제는 사람 가려가며 장비 관리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한편 장현서는 송하나 팀의 진도가 늦어진 이유를 금세 파악했다.다음 날 오전, 그는 송하나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장현서는 빙빙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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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3화

그는 더 이상 캐묻지 않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너무 부담 갖진 마. 최 국장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성격을 지닌 사람이야. 프로젝트에 대한 요구가 늘 엄격하고 오직 효율성과 결과만 따지지만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닐 수도 있어. 잘 들어, 하나야. 난 네 실력을 믿어. 모든 반대를 무릅쓰고 널 스카우트한 사람은 나야. 단 한 번도 내 안목을 의심한 적 없고 너의 잠재력 또한 의심해본 적 없어!”이 말을 들은 송하나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코끝이 찡했지만 이내 그 감정을 억지로 짓눌렀다.이 낯선 환경에 온 뒤로 거의 모든 사람이 그녀를 의심했다.오직 장현서만이 온전히 그녀를 믿어주었다.교수님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고마워요, 교수님. 제가 잘 해내지 못해서 교수님만 난감하게 해드렸네요.”“지금은 자책할 때가 아니야.”장현서가 손을 내저었다.“급선무는 밀린 진도를 따라잡는 거야. 팀에 인력이 부족하진 않아? 만약 부족하다면 다른 연구팀에서 박사 과정 학생 한 명을 빌려줄 수도 있어. 설령 단순한 보조 업무나 기초적인 작업 처리만 돕는다고 해도 조금이나마 부담은 덜어줄 수 있을 거야.”다만 송하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내저었다.“염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지금은 괜찮아요. 다미 씨랑 우혁 씨가 나이가 어리지만 둘 다 엄청 열심히 하고 실험 시스템에도 익숙해졌어요. 갑자기 인원을 충원하면 오히려 새로 맞춰가는 데 시간이 걸려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어요.”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고개를 들어 맑고 단호한 눈빛으로 교수님을 올려다보았다.“부디 안심하시고 저 한 번만 믿어주세요. 최대한 빨리 뒤처진 진도를 따라잡고 다시는 프로젝트에 지장을 주거나... 더 나아가 교수님 얼굴에 먹칠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장현서는 그녀의 눈빛에 서린 익숙한 고집스러움과 남에게 선뜻 도움을 청하지 않는 자존심을 엿보았다. 그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안타까울 따름이었다.이 제자가 얼마나 승부욕이 강한 사람인지 익히 알고 있었다.설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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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4화

송하나는 한창 데이터를 대조하다가 안다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더니 눈가에 비로소 안도의 빛이 스쳤다.그녀는 당연히 이 모든 것이 장현서가 나서서 조율한 결과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 배후에는 장현서 말고도 더 높은 곳에서 내려온 지시가 있었다.그날 오후, 공유 실험실 밖.송하나 팀은 장비 인계를 위해 약속 시각보다 10분 일찍 도착했다.얄궂게도 바로 앞선 사용 시간대는 하필 진서영 팀에게 배정되어 있었다유리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니 진서영 팀의 학생 몇 명이 여전히 작업대 앞에서 분주하게 움직였고 장비 모니터는 계속 깜빡였으며 마무리할 기미가 전혀 안 보였다.안다미는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나직이 속삭였다.“설마 또요...”이에 송하나는 아무 말 없이 벽에 걸린 전자 스크린의 예약 시간을 확인했다.이제 그들 팀에게 할당된 시간이 시작됐다.그녀는 곧바로 앞으로 나아가 가볍게 문을 두드렸다.진서영 팀의 대학원생 한 명이 문을 열더니 송하나를 본 순간 언짢은 기색이 스쳤다. 상대는 건성으로 대꾸했다.“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마무리 작업이 남았거든요. 금방이면 돼요.”이제 막 문을 닫으려던 찰나, 송하나가 적당한 톤으로 조리 밝게 말했다.“저기 학생!”이어서 입구의 전자 스크린을 가리켰다.“시스템 예약에 따라서 지금 이 시간대는 저희 팀에게 할당된 권한이거든요.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작업이 있다면 5분 정도는 기다려줄 수 있어요. 다만 관리 규정상 정식으로 사용 권한을 인계하고 기록을 남기는 절차를 밟도록 하죠.”대학원생의 얼굴이 돌연 굳어졌다. 송하나가 이렇게 정면으로 인계를 요구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과거에는 대충 얼버무리며 시간을 끌면 상대는 늘 체념하고 기다리거나 아예 포기하고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바로 그때, 옆 장비 관리실 문이 열리더니 책임자인 오경찬이 인기척 소리를 듣고 걸어 나왔다.그는 더없이 사무적인 태도로 말했다.“해당 장비의 예약 시간이 변경되었습니다. 이전 사용 팀은 조속히 작업을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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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5화

“우리 팀 앞으로 예정된 몇 가지 핵심 검증 실험은 모두 이쪽에서 얼마나 빨리 믿을 만한 데이터를 제공하느냐에 달려있어요. 예전처럼 지연되는 일은 절대 다시 없도록 해주세요. 그쪽 팀이 늦어지는 건 작은 일이지만 프로젝트 전체의 핵심 진행 일정에 차질이라도 생기면 그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겁니다.”송하나는 진서영의 시선을 마주하며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담담하게 응수했다.“명심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할게요, 진 연구원님!”그녀는 짧고 담백한 대답을 끝으로 곧장 작업에 착수했다.장비 사용 시간이 안정되자 송하나 팀의 효율은 눈에 띄게 상승했다.실험 흐름에 대한 그녀의 정확한 감각, 데이터의 이상 징후를 놓치지 않는 예민함, 그리고 거의 자신을 잊을 정도의 근면함이 금세 팀 전체의 사기를 끌어 올렸다.안다미와 신우혁 역시 강도 높은 압박 속에서 빠르게 성장했고 뛰어난 실행력을 보여주었다.어느 날 정오.안다미와 신우혁은 나란히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다.송하나는 당장 처리해야 할 데이터 묶음이 있다며 홀로 실험실에 남았다.물론 진도를 따라잡아야 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제연시의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특유의 자극적인 맛을 지닌 제연시 음식은 아무리 애써도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녀는 늘 억지로 몇 숟갈 뜨다 마는 것이 일쑤였다.식사 시간대에 접어들 때, 포장이 깔끔한 배달 음식이 건물 아래로 도착했다.차정원이 제연에서 어렵게 찾아낸 강현의 한정 식당에서 그녀를 위해 주문해준 건강식인데 벌써 일주일째 배달되고 있었다.송하나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따끈따끈한 음식을 받아들고 실험실로 다시 돌아가려 했다.엘리베이터 홀 모퉁이를 돌아설 때, 훤칠한 몸매의 실루엣이 반대편 전용 통로에서 막 걸어 나왔는데 반듯한 블랙 슈트에 차분한 걸음걸이의 소유자 최시훈 국장이었다.두 사람은 널찍하고 밝은 대리석 홀에서 서로 정면으로 맞닥뜨렸다.송하나는 걸음을 멈칫하더니 이내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최시훈을 향해 예의 바르게 고개 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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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6화

송하나는 잠시 멍해졌다.“강현 음식요? 식당에 갑자기 왜...”“듣자니 윗분들이 우리 직원들의 다양한 입맛을 배려해서 후방 지원팀에 특별히 추가 요청을 했다고 하더라고요.”점심시간, 송하나는 안다미에게 이끌려 식당으로 들어섰다. 아니나 다를까 구석에 코너 하나가 새로 생겼다.멀지 않은 곳에서 진서영이 연구원 몇 명과 함께 창가 자리에 앉아 식사하고 있었다. 그녀 역시 금세 그 새로운 코너에 시선을 빼앗겼다.옆에 있던 정보에 밝은 한 연구원이 진서영의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알아채고는 바로 말했다.“언니, 저 코너는 며칠 전에 최 국장님이 후방 지원팀을 시찰했을 때 특별히 지시해서 추가된 거래요.”‘시훈 오빠가 직접 지시했다고?’진서영이 젓가락을 쥔 채 멈칫했다가 이내 다시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우리 팀에 강현 출신 직원들이 많아요? 아니면 최근에 강현에서 온 윗분이라도 있나요?”“우리 팀에는 강현 출신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요. 장 교수님이 강현 사람이긴 한데 평소에 워낙 바빠서 식당에서 식사하는 일이 드물거든요... 송하나 연구원님이 강현 출신이라고 들었어요.”진서영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새로 생긴 코너 앞에서 줄을 서 있는 송하나에게로 향했다. 그 순간 눈빛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그녀는 송하나를 처음 본 순간부터 별로 호감이 가지 않았다. 그 혐오감은 아주 직설적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첫째는 송하나의 뛰어난 용모 때문이었다. 피부가 백옥처럼 희고 눈썹과 눈매가 그림을 그려놓은 것처럼 아름다워 화장을 하지 않아도 청순미가 있었다.늘 외모에 자부심이 있던 진서영마저도 송하나의 아름다움이 훨씬 희귀하고 고급스럽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사실 자체가 그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더 중요한 건 어린 나이에 경력도 평범해 보이는 송하나가 그녀와 같은 직책이라는 것이었다.어릴 때부터 늘 1등 자리를 지켰고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것에 익숙했던 진서영은 엄청난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특히 학력이 높지 않은 송하나가 장현서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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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7화

최시훈은 늘 엄격하고 절제력이 뛰어나며 매정할 정도로 공과 사를 잘 구분했다.지난 몇 년간 그의 주변에서 온갖 방식으로 시선을 끌려 했던 여자가 한둘이 아니었다.집안이 좋은 여자, 재능이 뛰어난 여자, 용모가 빼어난 여자까지 정말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최시훈은 여자와 거리를 두었고 그에게 가까이 다가갈 기회를 누구에게도 주지 않았다.그는 절대 예쁜 얼굴 하나에 가볍게 흔들릴 남자가 아니었다.이런저런 생각에 진서영의 마음속에 밀려왔던 아픔과 불안감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여유롭게 식사를 계속했다.그 시각 강현시.송하나가 떠난 후 안재준과 신창현이 하이 테크를 함께 관리했다.과거와 단절하고 불필요한 일을 피하기 위해 지난번 이강우와 통화를 마친 다음 그녀는 전화번호를 바꿨다.심성빈은 보름 전부터 신창현과 접촉하며 협력을 논의했다. 논의가 예상보다 훨씬 순조롭게 진행되었다.이는 심하 그룹의 성의 덕분이었는데 협력 조건이 하이 테크 쪽으로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었다.심성빈은 원래 협력을 구실로 삼아 송하나와 만날 기회를 더 만들려 했다.지난 보름 동안 하이 테크를 네다섯 번 방문하여 세부 사항을 직접 처리했다. 하지만 그가 늘 마음에 품고 그리워하는 그 사람을 끝내 보지 못했다.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혼 후 기분 전환을 위해 잠시 바람 쐬러 나간 거라고 생각했다.그날 오후 심성빈이 다시 하이 테크에 갔을 때 송하나의 사무실 문이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더는 참을 수 없었던 그는 용무를 마친 후 태연한 척하며 물었다.“신 대표님, 송 대표... 요즘 휴가 갔어요?”서류를 정리하던 신창현이 잠깐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고귀한 기품을 지닌 젊은 대표를 쳐다봤다.심성빈이 송하나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신창현이 보아내지 못할 리 없었다. 마음이 없었더라면 심하 그룹이 이제 막 설립된 작은 회사와 협력하려 하겠는가? 그것도 이렇게 후한 조건까지 제시하면서 말이다.그리고 심성빈의 신분에 이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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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8화

송하나가 이혼한 후부터 심성빈은 일부러 속도를 늦췄다. 성급하게 움직였다가 되레 그녀의 반감이나 회피를 불러일으킬까 두려워 너무 몰아붙이지 않았다.하여 비즈니즈 협력이라는 우회적인 방식을 택했고 자연스럽게 송하나의 생활권에 스며들 생각이었다.마지막 만남에서 심성빈이 송하나를 집까지 바래다줬을 때 송하나가 돌아보면서 아주 정중하게 말했었다.“다음에 또 봐요.”그 순간 심성빈의 마음속에 따뜻한 기운이 스쳤다. 심지어 이 한마디를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신호일지도 모른다고 혼자 착각했다.그러다가 신창현이 흘린 정보를 조합하고 나서야 문득 깨달았다. 아쉬워하는 작별 인사가 아니라 멀리 떠나는 작별 인사였다는 것을.그가 제멋대로 그 장면을 미화했던 것이었다.심성빈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상실감과 당혹감이 뒤섞인 감정이 마구 밀려왔다. 그가 그토록 가까이하고 싶었던 사람이 진작 이곳을 떠나고 없었다.그는 잠깐 흔들렸다가 곧바로 평정심을 되찾았다. 하이 테크를 나와 차에 탄 다음 출발하지 않고 등받이에 기댔다. 두 눈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잠시 후 휴대폰을 꺼내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송하나가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상세 정보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전화를 끊은 그는 창밖의 먼 북쪽을 내다봤다. 송하나가 더 넓은 무대를 선택했다면 그도 그곳으로 판을 확장할 방법을 찾으면 되었다.한편 국가 연구 센터.송하나는 안다미와 신우혁을 이끌고 업무에 모든 심혈을 쏟아부으면서 밤낮없이 일했다.그 결과 단 며칠 만에 늦어졌던 진도를 따라잡았을 뿐만 아니라 한 핵심 파라미터에서 결정적인 돌파구를 마련했다.새로운 주간 보고회, 진서영 팀은 늘 그랬듯 안정적이고 뛰어난 성과를 보여줬다.송하나의 차례가 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 앞으로 걸어갔다.짙은 니트 원피스를 입어 피부가 더욱 하얘 보였고 긴 머리를 느슨하게 틀어 올려 뚜렷한 턱선과 가늘고 긴 목선을 드러냈다.송하나는 또렷하고 침착한 목소리로 팀의 주간 업무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 핵심 돌파구를 발표할 때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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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9화

이제 겨우 성과가 조금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가벼운 몇 마디로 부정해버리다니...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안다미가 반박하려던 그때 송하나가 그녀의 팔을 잡았다.“신경 쓸 필요 없어요.”그녀가 덤덤하게 말했다.“내일 모레 주말이니까 다들 계획대로 쉬어요.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요.”안다미의 두 눈이 반짝이더니 불쾌감을 순식간에 잊어버렸다.“언니, 주말에 내가 제연시를 제대로 구경시켜줄게요. 언니 여기 온 지 보름이 되는데 아직 제대로 구경도 못 했잖아요.”송하나는 살짝 멈칫했다.일기 예보에서 기온이 내려갈 거라는 소식이 떠올랐다. 그녀가 가져온 옷으로는 제연시의 매서운 추위를 견디기 힘들지도 모른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좋아요.”다음 날 안다미는 송하나와 함께 시내 중심가의 최고급 쇼핑몰로 향했다.송하나는 미색의 넉넉한 스웨터에 옅은 회색 긴 바지를 매치했고 겉에 연한 베이지색 캐시미어 코트를 걸쳤다. 부드러운 긴 머리가 어깨까지 드리워졌다.외출해야 했기에 메이크업도 연하게 했고 부드러운 느낌의 더스티 로즈 색 립스틱을 발랐다. 실험실에서 보여주던 차가운 모습은 사라지고 화사하고 매력적인 분위기를 풍겼다.안다미는 그녀와 함께 신나게 고급 백화점으로 들어갔다.안에 실험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한 부티크가 있었는데 옷걸이에 걸린 옷들 대부분이 스타일이 과감했고 재단이 독특했다.안다미는 한눈에 디자인 감각이 뛰어난 원피스를 발견했다.몸통이 하얀색이었고 진주와 깃털로 포인트를 줬다. 허리 라인이 매우 높게 잡혀 있었고 컷아웃 디자인이라 피부가 아슬아슬하게 드러났으며 치맛단이 불규칙했다.“언니, 이거 한번 입어봐요.”원피스를 집어 든 안다미의 두 눈이 다 반짝였다.“이런 원피스 아무나 소화 못 하는데 언니는 왠지 잘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송하나는 허리 부분의 디테일을 보자마자 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너무 과해서 일상복으로 안 어울려요.”“한번 입어봐요, 도전한다고 생각하고. 효과나 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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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0화

송하나는 거울 앞에 서서 하얀 롱 드레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유심히 살폈다.진주와 깃털 장식이 조명 아래에서 은은한 광택을 냈고 비대칭적인 어깨 디자인이 그녀의 아름다운 쇄골을 돋보이게 했다. 유난히 높은 허리 라인이 한 줌에 잡힐 듯한 허리를 강조했다. 그리고 희고 탄력 있는 피부가 아슬아슬하게 드러나 가장 매혹적인 포인트가 되었다.불규칙한 치맛단은 송하나가 몸을 살짝 돌릴 때마다 자연스럽게 흘러내려 늘씬하고 아름다운 곡선을 그렸다.옅은 메이크업 덕에 본래 뛰어난 용모가 더욱 생기가 넘쳐 순수하면서도 눈부신 광채를 발산했다.“시훈 오빠.”진서영이 원래 옷으로 갈아입고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어머님이 저쪽 가서 액세서리 좀 보고 싶대요...”그녀가 팔짱을 끼려 하자 최시훈이 자연스럽게 피해버렸다. 그는 시선을 거두고 다시 차분한 표정을 지었다.“가자.”최시훈이 먼저 몸을 돌려 황윤미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조금 전 최시훈이 쳐다보던 방향으로 진서영이 시선을 돌렸지만 가게 안에서 움직이는 손님과 화려한 옷걸이 말고는 누가 있었는지 정확히 보지 못했다.하지만 여자의 예리한 직감과 보기 드문 최시훈의 넋이 나간 표정에 진서영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경계심과 불안감이 밀려왔다.탈의실 안, 송하나는 다시 한번 거울 속의 자신을 자세히 살펴보았다.원피스는 정말 예뻤지만 실용성이 떨어져 평소에 입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가 다시 벗어서 제자리에 걸어놓았다.두 사람은 매장을 몇 군데 더 돌면서 필요한 겨울옷을 샀다. 백화점을 나설 땐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 되었다.안다미가 뻐근한 종아리를 주무르며 제안했다.“언니, 우리 어디 가서 밥 먹어요. 배고파 죽겠어요.”송하나가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몇 걸음 앞에서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송하나?”그 소리에 송하나가 고개를 돌아보니 뜻밖에도 심성빈이었다.몸에 잘 맞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어 어깨가 넓고 다리가 길어 보였고 귀티가 흘러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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