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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551 - Chapter 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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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1화

심성빈이 그녀들을 데리고 간 곳은 회원 예약제로 운영되는 레스토랑이었다.분위기가 조용했고 인테리어는 소박하면서도 고급스러웠다.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몇 가지 대표 메뉴를 익숙하게 주문하고는 메뉴판을 송하나에게 건넸다.“먹고 싶은 게 더 있는지 봐봐.”송하나가 고개를 숙이고 메뉴를 훑어봤다. 심성빈이 주문한 몇 가지 음식이 모두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이었다.그녀는 메뉴판을 안다미에게 건넸다.“다미 씨도 좀 봐요.”안다미가 메뉴판을 건네받았다. 메뉴 하나에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걸 보고는 속으로 흠칫 놀랐다.하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면서 가장 저렴한 채소 요리 하나만 고른 뒤 메뉴판을 덮었다. 다행히 심성빈이 많이 주문해서 세 명이 먹기에 충분했다.식사 중 그는 송하나에게 국을 떠주고 음식을 덜어주는 등 아주 세심하게 챙겼다.잠시 후 업무 전화가 걸려오자 심성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옆으로 가서 조용히 전화를 받았다.이 틈에 안다미가 송하나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얼굴에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언니, 심 대표님... 혹시 언니 남자친구예요? 대박. 얼굴이 잘생기고 돈도 많은 데다가 센스까지 있어요. 게다가 무엇보다 언니를 엄청 잘 챙겨주고요.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인데요?”송하나가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헛소리하지 말아요. 그냥 강현시에서 알게 된 친구예요.”“친구요?”안다미가 눈을 깜빡이면서 그녀의 눈은 못 속인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냥 친구 사이 같지 않던데요? 대표님이 언니를 보는 눈빛, 그리고 세심함까지... 딱 봐도 언니한테 마음이 있는 거잖아요. 언니, 이렇게 좋은 남자는 정말 드물어요. 꼭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요.”송하나가 안다미에게 헛소리를 그만하라고 말하려던 찰나 심성빈이 통화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왔다.심성빈의 앞에서 이 말을 할 용기가 없었던 안다미는 즉시 자세를 바로잡고 접시 위의 음식만 열심히 먹었다.그러다 보니 금세 배가 불렀다. 안다미가 눈을 번뜩이더니 갑자기 배를 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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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2화

바로 그때 웨이터가 국물 요리를 들고 걸어왔다.바닥이 약간 미끄러웠는지 휘청거린 바람에 손에 든 뜨거운 그릇이 기울어지더니 송하나의 옆으로 쏟아지려 했다.“조심해!”심성빈이 거의 본능적으로 반응했다.그는 몸을 빠르게 앞으로 숙이고 팔을 뻗어 그녀를 안전하게 감싸 안았다. 동작이 더할 나위 없이 날렵하고 깔끔했다.웨이터가 겨우 균형을 잡고 연신 사과했다.심성빈은 그제야 팔을 거두고 송하나를 보면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목소리에 그녀에 대한 걱정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았다.“괜찮아? 데었어?”갑작스러운 상황에 송하나 역시 놀랐지만 금세 평정심을 되찾고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고마워요.”그녀의 말투에 진심 어린 고마움이 담겨 있었다.그러나 진서영의 눈에 비친 두 사람의 움직임은 거의 애정 행각에 가까웠다.진서영이 놀란 얼굴로 말했다.“오빠, 저쪽 좀 봐요... 우리 프로젝트팀의 송하나 연구원님 아니에요? 여기서 다 보네요? 옆에 있는 분은... 남자친구인가 봐요. 두 사람 사이가 아주 좋아 보여요.”최시훈의 시선이 이미 그 테이블에 고정되어 있었다.송하나의 옆에 앉은 남자는 젊고 잘생겼으며 기품이 비범했다. 그녀를 반쯤 감싸 안은 듯한 동작은 평범한 지인끼리 대화할 때의 동작이 아니라 사이가 무척이나 가까워 보였다.거의 동시에 또 다른 장면이 그의 통제와 상관없이 뇌리를 스쳤다.며칠 전 연구원 기숙사 앞에서 훤칠한 키에 남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가 그녀를 품에 안고 있던 모습이 떠올랐다.그때 그 얼굴은 분명히 다른 얼굴이었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송하나와 평범한 사이 같지 않았다.만약 지금 눈앞의 남자가 송하나의 남자친구라면 저번에 봤던 그 남자는 누구일까? 아니면 혹시... 동시에 여러 이성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걸까?지극히 미세한 초조함과 낯선 감정이 예고 없이 최시훈의 마음속에 밀려왔다. 이 감정이 너무나 갑작스러워서 그마저도 저도 모르게 움찔할 정도였다.그는 즉시 이를 부하 직원의 사생활 문제가 업무에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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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3화

충격과 경악이 순식간에 황윤미의 모든 표정을 집어삼켰다.‘저 얼굴... 너무나 닮았어.’수년 전부터 황윤미가 뼛속 깊이 증오하여 지금까지도 언급조차 하고 싶지 않은 그 여자와 너무나 닮은 것이었다. 닮은 눈매와 윤곽이 그녀가 애써 묻어두었던 기억과 원한을 몽땅 끄집어냈다.가방을 어찌나 꽉 쥐었는지 손가락 마디가 다 하얘졌다.다시 입을 열었을 때 목소리에 한기가 서려 있었고 기본적인 예의조차 갖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흥.”경멸이 담긴 콧방귀, 그리고 송하나를 한 번 더 보는 것도 더럽다는 듯한 차가운 표정에 주변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분위기도 어색해졌다.최시훈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어머니가 평소 체면을 중요시해서 싫어하는 상대를 만났을 때조차 이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가 아주 드물었다.‘송하나가 대체 언제 어머니의 심기를 건드렸지?’평소와 다른 태도에 최시원은 걱정되면서도 의아했다.진서영은 황윤미의 격렬한 반응을 전부 눈에 담았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이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황윤미가 송하나를 이렇게까지 싫어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역시 나만 송하나를 싫어했던 게 아니었어. 어머님도 싫어하셔.’그녀는 기쁜 마음을 감추고 적절한 타이밍에 심성빈에게 시선을 돌렸다.“이분은 누구세요? 우리한테도 소개해주세요.”진서영이 다정한 미소를 짓긴 했지만 심성빈과 송하나를 미묘한 눈빛으로 번갈아 봤다.송하나는 황윤미의 태도를 보고도 표정이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모님이라면 성미를 부리는 건 흔한 일이었다.어쨌거나 상대가 최시훈의 어머니인 데다가 연구소에서 계속 일해야 했기에 이 일로 그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는 없었다.“이분은 심성빈 대표님이세요. 제가 강현에 있을 때 알고 지낸 친구예요.”송하나는 또렷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소개한 뒤 심성빈을 쳐다봤다.“대표님, 이분은 저의 동료인 진서영 연구원님이고 이분은 우리 프로젝트팀 리더이신 최시훈 국장님이세요.”심성빈은 황윤미의 이유 없는 싸늘한 태도에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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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그 말을 끝으로 황윤미는 더는 아무도 쳐다보지 않고 곧장 룸 쪽으로 걸어갔다.“알겠습니다, 어머님.”진서영은 고분고분하게 대답한 뒤 송하나와 심성빈에게 웃어 보였다.“그럼 이만 가볼게요. 천천히 드세요.”그러고는 재빨리 황윤미를 따라가 팔짱을 꼈다. 이는 자신의 지위를 조용히 과시하는 행동이었다.최시훈이 맨 뒤에 섰다. 곧바로 따라가지 않고 송하나를 돌아보았다.“오늘 어머니가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서 그래요. 혹시 실례를 범했다면 양해 바랍니다.”그의 목소리가 평소처럼 차분했고 감정 기복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사과하긴 했지만 상류층 특유의 아우라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괜찮아요.”송하나는 최시훈의 눈을 보며 덤덤하게 대답했다.당황함도, 불쾌함도 없었다. 조금 전의 일이 상대의 일방적인 교전인 것처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그녀는 여전히 초연하고 흔들림 없는 태도를 보였다.최시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는 뭐라 하지 않고 돌아섰다. 곧 그 일행의 모습이 모퉁이 너머로 완전히 사라졌다.심성빈은 송하나의 덤덤한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숙인 채 물을 홀짝이고 있었고 긴 속눈썹이 눈 아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그의 미간이 저도 모르게 살짝 찌푸려졌다.조금 전의 짧은 교전 속에 숨겨진 말들과 숨김없는 적의는 방관자인 심성빈조차도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게 했다.“하나야.”심성빈의 목소리가 아까보다 조금 어두워졌고 알아차리기 어려운 걱정이 담겨 있었다.“여기서 지내는 동안... 상황이 별로 좋지 않은 거야?”그는 분명히 보았다.웃음 짓던 여직원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보이지 않는 가시가 숨겨져 있었고 고상한 중년 여자는 혐오감과 적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그리고 국장은 속내를 알기 어려운 사람이었다.적어도 그 두 여자가 송하나를 배척하는 건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런 사람들이 곁에 있다면 결코 편안한 근무 환경이 아닐 것이다.송하나는 심성빈이 무엇을 염려하는지 알고 있었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맑고 투명한 눈빛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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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5화

그는 더 이상 세속적인 잣대로 송하나의 경지를 방해하려 하지 않았다.“몸 잘 챙겨.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나한테 얘기하고.”식사를 마친 후 심성빈이 송하나를 보면서 자연스럽고 다정한 말투로 제안했다.“시간이 아직 이른데 영화 보러 갈래? 요즘 평이 좋은 영화 몇 편이 개봉했더라고. 아니면 근처에서 산책하면서 소화시킬까?”그의 눈빛에 기대감이 담긴 동시에 여지도 충분히 남겨두었다.송하나는 거의 망설임 없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대표님의 호의는 감사하지만 돌아가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좀 있어서요.”그렇게 말했다가 너무 일 중독자처럼 보일까 봐 잠깐 멈칫한 후 그에게 관심을 돌리며 배려심 있게 말했다.“대표님은 이번에 일 때문에 제연에 오셨죠? 아까 그분들 기다리고 계실 텐데 얼른 가보세요. 중요한 일을 미루면 안 되죠.”남녀 단둘이 영화를 보는 건 확실히 보통 친구 사이를 넘어선 일이었다.심성빈은 송하나가 감정적으로 매우 신중하고 이성적이라는 걸 늘 알고 있었다. 거절당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도 예상했지만 그래도 참지 못하고 시도해봤다.심성빈의 눈에 아주 옅은 실망감이 스쳤으나 금세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이 순간에는 차선책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그럼 내가 데려다줄게. 이건 거절하지 마. 난 여자를 혼자 가게 두지 않거든.”송하나는 이번에는 거절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부탁 좀 할게요.”차 안, 심성빈은 그녀가 추위를 쉽게 탄다는 걸 알고 히터 온도를 평소보다 조금 더 높게 설정했다.국가 연구 센터가 그리 멀지 않아 바로 도착했다.차가 멈추자 심성빈은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려 반대편으로 돌아가 다정하게 문을 열어주었다.“몸조심하고 너무 무리하지 마.”그의 목소리가 한없이 부드러웠다.“네. 대표님도요.”송하나는 차에서 내린 다음 그가 건넨 쇼핑백을 받았다.“운전 조심해요.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심성빈은 차 옆에 서서 그녀의 가녀리지만 곧게 뻗은 뒷모습을 지켜봤다.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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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6화

송하나는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져 나왔다.엘리베이터가 해당 층에 도착하자 그녀가 먼저 밖으로 걸어 나갔다.안다미가 바짝 따라오며 기어코 대답을 듣고야 말겠다는 기세를 보였다.결국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섰다.이내 굳은 얼굴로 평소 실험실에서 보여주던 엄한 면모를 드러냈다.“할 일이 없어서 정력이 넘치나 본데 마침 잘됐네요. 나 아직 교차 검증해야 할 데이터가 남아 있거든요? 같이 좀 도와줘요, 오늘 안에 다 끝내버리게.”일 얘기가 나오자 안다미는 펄쩍 뛰면서 연신 손사래를 치더니 뒤로 물러났다.“아니에요, 제가 잘못했어요. 2주 내내 실험실에 박혀 있었더니 몸에 냄새가 밴 것 같단 말이에요. 이번 주말에 겨우 숨 좀 돌리나 했는데... 제발 살려주세요! 저 이만 가볼게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단 1초도 지체하지 않고 빛의 속도로 도망치듯 사라졌다.주말이 지나고 송하나는 다시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일했다.실험실에서 언제나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사람이었다.최시훈은 업무 때문에 연구 센터를 종종 방문했다.실험실을 지나칠 때마다 유리 벽 너머로 보이는 가녀린 실루엣에 절로 시선이 머물렀다.그녀는 항상 현미경으로 샘플을 관찰하거나 기기 앞에 서서 데이터를 기록했다.집중하는 옆얼굴과 살짝 내리깐 눈동자, 그리고 한껏 몰입한 모습까지.곁눈질 한 번 하지 않는 진지한 태도에는 순수하고도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깃들어 도저히 눈을 떼기 어려웠다.한번은 식당에서 그녀를 발견했었다.창가 구석에 홀로 앉아 식판을 앞에 둔 채 오른손으로 밥을 먹으면서 왼손으로는 빼곡하게 적힌 영어 논문을 들고 있었다.식사도, 독서도 더디기만 했지만 온전히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모습이었다.지나치게 소박한 메뉴와 적은 양을 보며 최시훈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매일 새 모이만큼 먹으면서 이토록 지독한 정신적 소모를 감당하다니, 몸이 버텨내는 게 용할 정도였다.딱히 부하 직원의 식사 시간까지 뺏을 만큼 가혹한 상사가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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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7화

비굴하지도 오만하지도 않은 태도는 선배의 가르침에 대한 존중과 자신의 논리에 대한 확신이 공존했다.그녀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에는 아까보다 더 긴 정적이 감돌았다.침묵을 깨고 오재하가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늘 엄하기만 하던 얼굴에 좀처럼 보기 힘든 흡족한 기색이 스쳤다.“꽤 흥미로운 설정이구나. 논리적으로도 빈틈이 없고.”다른 선임 연구원들도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 섞인 눈빛을 보냈다.“그야말로 청출어람이네요.”한 고문이 경탄을 금치 못했다.“논리 정연하고 기본기도 아주 탄탄하구먼. 젊은 친구가 이런 견해를 내놓다니. 장현서가 이번에 보물 하나를 제대로 캐왔네.”이 말은 전문가의 관점에서 송하나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인정이나 다름없었다.최시훈은 회의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줄곧 송하나만 쳐다보았다.차분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까다로운 질문에도 침착하게 대응하는 모습, 그리고 거물급 인사들의 찬사 앞에서도 그저 가볍게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할 뿐 시종일관 평온한 얼굴까지.어느덧 그녀를 향했던 마지막 의구심마저 안개처럼 흩어져 버렸고, 그 자리를 대신한 건 송하나의 능력에 대한 온전한 인정이었다.심지어 지난날 자신의 편협했던 판단을 되돌아보기도 했다.그녀는 누군가를 등에 업은 게 아니라 오로지 본인의 재능과 노력만으로 이곳에서 입지를 다졌다.‘장현서의 안목이 확실히 예리하긴 하군.’더욱이 그녀의 합류로 인해 이 프로젝트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실을 보게 될지 내심 기대하기 시작했다.이 모든 변화를 진서영 역시 놓칠 리 없었다.초기의 무시와 적대감은 송하나가 연이어 보여준 실력 앞에서 강렬한 위기감으로 바뀌었다.진서영은 직감했다.송하나는 단순히 자원을 나눠 갖는 경쟁자가 아니라 전문성과 잠재력 면에서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강력한 숙적이라는 사실을.후발 주자에게 바짝 추격당하는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연말이 가까워졌다.윗선에서 그동안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단체 회식을 마련했다.장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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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8화

회식 분위기는 금세 달아올랐다.송하나는 다른 팀원들과 아주 스스럼없는 사이까지는 아니었지만, 다행히도 안다미가 수다쟁이인데다 신우혁까지 맞장구를 쳐준 덕분에 세 사람은 실험실의 에피소드나 최근의 가십거리로 대화를 나누며 꽤 즐겁게 지냈다.더욱이 안다미의 과장 섞인 묘사에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반면, 상석 쪽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현장에서 직급이 가장 높은 최시훈의 주변은 금세 술을 권하며 인사를 건네려는 이들로 북적였다.업무에선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엄격한 사람이지만 사석에서는 부하 직원들을 배려하는 적절한 예우를 갖추는 유연함을 보였다.쏟아지는 건배 제의에도 거절 한번 없이 잔을 비워냈고, 시종일관 침착하고 여유로운 태도로 짧은 대화를 이어가며 완벽하게 수위를 조절했다.그러던 중 누군가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와 고가의 주류를 몇 가지 더 주문했다.회식 담당자가 예산을 초과한 것을 확인하고는 종업원과 메뉴를 변경하려 상의하던 찰나, 이를 알아챈 최시훈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괜찮아요. 다들 오랫동안 고생했는데 모처럼의 휴식인 만큼 마음껏 즐기시죠. 초과한 비용은 제가 낼게요.”평온한 어조에는 상사다운 책임감과 여유가 묻어났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좌중에서 적절한 아부와 감사의 인사가 들려왔다.안다미는 술잔이 오가는 상석 쪽의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언니, 국장님께 술 한 잔 올리러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다들 이미 다녀온 분위기인데 우리 셋만 가만히 있는 것 같아서요.”송하나는 생선 살을 작게 베어 물었다.이내 고개를 들어 보니 최시훈은 이미 서너 명에게 겹겹이 둘러싸여 있었다.그녀는 시선을 거두며 무덤덤한 어조로 대답했다.“저 인파 좀 봐요. 굳이 우리까지 가서 얼쩡거릴 필요 없어요. 그냥 조용히 밥이나 먹죠. 우린 국장님 눈에 띄지도 않을 테니까.”안다미는 안도하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그럼 다행이고. 사실 저도 상사들한테 술 따르는 게 제일 무섭거든요. 특히 국장님은 더더욱. 그분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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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9화

그는 술잔을 내려놓으며 옆 사람에게 양해를 구했다.“잠시 바람 좀 쐬고 올게요.”말을 마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곧이어 진서영이 기다렸다는 듯 뒤따라 일어섰다.그녀는 한 걸음 다가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오빠, 술 너무 많이 마신 거 아니에요? 저랑 같이 가요.”동시에 손을 뻗어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려고 했다.최시훈은 조용히 그녀의 손길을 피했다.“아니야, 나 멀쩡해. 안에 아직 챙겨줄 사람이 필요하니까 넌 여기 있어.”그러고는 대답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곧장 긴 다리를 움직여 방문을 향해 걸어 나갔다.훤칠하면서도 쌀쌀맞은 뒷모습이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자 진서영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두 눈에 아쉬움과 불만이 스쳐 지나갔고, 찰나의 망설임 끝에 따라나서지 않기로 했다.한편, 송하나는 세면대 앞에 서서 흐르는 물에 소매 끝에 묻은 간장 얼룩을 조심스레 닦아내고 있었다.주머니에 넣은 휴대폰이 진동하자 손을 대충 닦고 꺼내서 확인했다.차설아였다.젖은 손으로 전화를 받기가 마땅치 않았던 그녀는 스피커폰을 누른 뒤 마른 선반 위에 휴대폰을 내려놓았다.“하나야, 뭐 해?”스피커 너머로 특유의 맑고 청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밥 먹는 중. 오늘 팀 회식이거든.”송하나는 소매에 묻은 얼룩을 계속 지우며 무심한 말투로 대답했다.“아, 맞다. 곧 신년인데, 너희 안 쉬어?”차설아가 물었다.“쉬지, 3일 연휴라고 공지 내려왔어.”“강현으로 올 거지? 내가 공항으로 마중 나갈게.”차설아의 목소리에 기대감이 서렸다.“아니.”송하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하며 세정제를 살짝 묻혀 소매 끝을 부드럽게 문질렀다.“3일이나 쉬는데도 안 온다고?”의아함이 섞인 말투에 장난기가 묻어났다.“설마 연휴 내내 실험실에 처박혀 혼자 현미경 앞에서 새해를 맞이할 셈은 아니지?”송하나가 실소를 터뜨렸다.흐르는 물소리 사이로 그녀의 목소리가 유독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설마. 그냥 날도 춥고,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일이라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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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0화

그녀를 응시하는 깊은 눈동자는 예의 바른 거리감 뒤에 숨겨진 미묘한 불편함을 단숨에 꿰뚫어 볼 기세였다.질문은 지나치게 직설적이었고, 당황스러울 만큼 갑작스러웠다.평소 절제된 태도로 말을 아끼던 엄격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송하나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그녀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천천히 몸을 돌려 날카로운 시선을 마주했다.“국장님, 농담도 잘하시네요.”무미건조한 목소리는 감정의 동요가 느껴지지 않았다.“제가 국장님을 무서워할 이유도 없고, 싫어한다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되죠. 그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실 것 같아 자리를 비켜드리려고 했을 뿐이에요.”최시훈은 묵묵부답했다.단지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말속에 담긴 진짜 의미를 가늠하는 듯했다.이윽고 시선을 거두어 다시 창밖의 찬란한 야경으로 고개를 돌렸다.조명과 어둠이 교차하는 경계에서 남자의 옆얼굴은 조각처럼 더욱 입체적인 윤곽을 드러냈다.“여기 전망 좋네요.”다시 입을 뗐을 때, 말투는 어느새 평소처럼 덤덤하게 돌아와 있었다.“무서운 것도, 싫은 것도 아니라면 잠시 같이 있죠...”그리고 짧은 침묵이 감돌았다. 끝내 잇지 못한 말들은 서늘한 밤바람을 타고 흩어졌다.“룸 안이 좀 시끄럽긴 해요.”송하나는 어쩔 수 없이 그에게 다가갔고, 적당하고도 안전한 거리를 두고 멈추어 섰다.최시훈은 그제야 손가락 사이에서 절반쯤 타들어 간 담배를 알아챈 듯, 옆에 놓인 재떨이에 무심하게 비벼 껐다.이내 시선은 다시 멀리 불빛이 일렁이는 곳을 향했고,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마치 몸속에 남은 술기운을 삭이는 것 같기도 했고, 누구의 방해도 없는 찰나의 정적을 즐기는 것 같기도 했다.송하나는 옆에 서서 똑같이 먼 곳을 바라보았지만 요동치는 심장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그가 왜 그런 질문을 던졌는지, 지금 이 순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침묵이 가장 안전한 선택 같았으나 아무 말 없이 나란히 서 있는 상황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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