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ueil / 로맨스 / 별이 되어 빛나리 / Chapitre 561 - Chapitre 570

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561 - Chapitre 570

638

제561화

“연구라는 일 자체가 참 독특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은 단서를 발견할 가능성... 이 모든 것이 온 마음을 다해 몰두할 만한 가치가 있죠.”그녀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진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불어오는 밤바람에 잔머리가 흩날리고 맑은 눈동자 속에는 희미하지만 꺾이지 않는 빛이 서려 있었다.이 일에 얼마나 진심인지 충분히 짐작이 갔다.“가치를 두는 만큼 숨 쉴 틈도 필요하죠.”최시훈의 말투는 여전히 평온했지만, 상사가 부하에게 하는 훈계보다는 오히려 따뜻한 조언에 가까웠다.“식당에서 밥 먹으며 논문 보는 것도, 끼니를 대충 때우는 것도 모두 장기적인 해결책이 아니에요.”송하나가 문득 움찔했다.설마... 이런 것들까지 눈치챘단 말인가?말로 이루 설명할 수 없는 낯선 감정이 밀려왔다. 예상치 못한 남자의 말에 놀랍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했으며 누군가가 나를 신경 쓰고 있다는 이상한 감정까지 느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해명하려 했다.“그냥 가끔... 시간이 정말 빠듯할 때만 그래요.”“건강은 연구의 자본이에요. 휴식 시간을 줄인다고 효율성이 높아지진 않아요. 무엇보다 건강 챙기는 게 우선입니다.”최시훈의 돌직구가 마냥 차갑게 느껴졌다.하지만 이처럼 고요한 밤의 분위기 속에서 사무적인 딱딱한 말투가 아니라 오히려 이성적인 충고처럼 들렸다.송하나는 뭐라 반박할 수가 없어 입술을 앙다물었다. 그의 말이 전부 사실이었으니까.“충고 감사합니다, 국장님. 명심할게요.”그녀가 나직이 대답했다.두 사람 사이에 다시금 침묵이 흘렀다.밤바람이 갑자기 더 차가워진 듯했다. 그녀의 얇은 스웨터를 뚫고 들어와 뚜렷한 한기를 안겨주었다.송하나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살짝 움츠리며 팔로 스스로를 감싸 안았다.최시훈은 그 미세한 동작을 놓치지 않았다.그녀에게 시선이 잠시 머물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팔에 걸친 정장 재킷을 건넸다.“걸쳐요.”마치 불필요한 물건을 처리한다는 식의 제스처,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재킷을
Read More

제562화

“네.”송하나는 마치 사면이라도 받은 것처럼 곧바로 대답했다.그녀는 어깨에 걸쳤던 재킷을 후다닥 벗어 두 손으로 공손하게 돌려주었다.“재킷 고마웠습니다, 국장님.”최시훈은 다소 성급한 그녀의 제스처를 힐끗 쳐다볼 뿐 굳이 말을 얹지 않았다.그는 재킷을 받아 팔짱에 대충 걸치고 먼저 룸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송하나는 그와 약간의 거리를 두며 따라갔다.복도에는 은은한 조명이 깔려 있었고 두꺼운 카펫 위로 발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술을 꽤 많이 마신 탓일까. 아까 바람을 맞았더니 취기가 올라서 몇 걸음 가지도 못하고 몸을 휘청거리는 최시훈이었다.이에 송하나가 본능적으로 앞으로 나아가 그의 팔을 부축해 주었다.“국장님, 괜찮으세요?”그녀가 바짝 다가오니 은은한 자스민 향에 그녀 특유의 달콤하고 깨끗한 체취가 섞여 스르륵 피어올랐다.그 향기가 최시훈의 코를 가볍게 찔렀다.깔끔하면서도 은은한 향이라 남자의 차갑고 냉랭한 기운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갑작스러운 달달함과 포근함에 최시훈은 취기가 더욱 올랐고 왠지 모를, 말로 이루 설명하기도 힘든 설렘을 느꼈다.아니 심지어...알코올의 작용 때문인지 잠깐이나마 그녀를 향한 탐닉과 황홀감마저 일었다.시선을 내리자 그녀의 긴 속눈썹이 드리운 희미한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거기에 남자의 팔뚝을 붙잡고 있는 새하얀 손과 깔끔하게 다듬어진 손톱에서 은은한 빛을 반사했다.“좀 어지럽네요.”술기운이 섞인 탓인지 최시훈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고 거칠었다.아니 어쩌면 그녀의 향기에 현혹되었는지 부축을 빌미 삼아 비스듬히 몸을 기대고 두 눈을 감았다. 침을 꿀꺽 삼키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속삭였다.“잠깐만 기댈게요.”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에 평소에는 보기 힘든 지친 기색이 묻어났다.따뜻한 숨결이 그녀의 이마에 드리워진 잔머리에 스쳤고 둘 사이의 거리가 애틋할 정도로 확 좁혀졌다.송하나는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고 그를 받쳐주던 손에 힘이 쭉 들어갔다.남자의 몸에서 전해오는 열기와 불안정
Read More

제563화

그녀가 돌아오자 안다미가 두 눈을 반짝이며 나직이 속삭였다.“언니, 드디어 왔네요.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요? 괜히 낯선 데서 나쁜 사람한테 납치된 줄 알았잖아요!”송하나는 덤덤한 표정으로 그녀 옆에 앉아서 미지근해진 찻물을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축였다.“강현에서 전화가 와서 통화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어요.”“그렇군요.”안다미는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무심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섰을 때, 뚜렷한 한기를 느꼈다.호기심에 송하나의 손등을 톡 건드렸다가 저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언니, 손이 왜 이렇게 차가워요? 얼음장 같아요.”확실히 차가울 만도 했다.테라스에서 바람을 맞았고 게다가 방금 최시훈과 바짝 붙어있다 보니 긴장감과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꼈으니까.그녀는 차가워진 손가락을 움츠려 자연스럽게 탁자 밑으로 숨기고는 덤덤한 말투로 말했다.“별 거 아니에요. 아까 화장실 물이 좀 차가웠거든요.”“그럼 따뜻한 거라도 마시고 몸 좀 녹여요.”안다미는 즉시 발 벗고 나서서 그녀의 찻잔에 따뜻한 차를 새로 따라주었다. 거기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까지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얼른 뜨거운 거 좀 드세요. 언니는 딱 봐도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감기 조심해야 해요.”송하나는 나지막이 감사를 표하고는 고개를 숙여 따뜻한 국물을 조금씩 떠먹었다.회식이 끝나고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삼삼오오 짝을 지어 식당 밖으로 나와서 차를 기다리며 떠날 준비를 했다.겨울밤의 칼바람이 가감 없이 몰아쳤다. 송하나는 울 코트를 단단히 여몄지만 끝내 참지 못하고 재채기를 해댔다.“에취.”소리는 크지 않아 금세 동료들의 웃음소리에 묻혔다.그녀는 급히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 입과 코를 가렸다.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짜증과 함께 불안감이 스쳤다.‘나 설마 또 감기 들려는 거야?’한편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최시훈이 몸을 살짝 돌리고 옆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다가 그녀의 억눌린 재채기 소리를 들었다.붐비는 인파 위로 시선을 던져
Read More

제564화

안다미는 차 문을 열고 송하나와 신우혁에게 손짓했다.“언니, 우혁 씨, 차 왔어요! 추우니까 빨리 타요!”송하나는 다른 동료들에게 예의 바르게 눈인사를 한 뒤, 바람에 흩날리던 목도리를 단단히 여미고는 히터를 빵빵하게 틀어놓은 차 안으로 들어갔다.다음 날, 대망의 신정 공휴일이 시작되었다.연구 센터 동료들은 하나둘 짐을 챙겨 떠났고 공기 중에는 왠지 모를 쓸쓸하고 느슨한 기운이 감돌았다.안다미가 작은 캐리어를 끌고 떠나기 전에 송하나의 기숙사 방 문을 두드렸다.“언니 진짜 저랑 함께 집에 안 돌아갈 거예요? 엄마, 아빠가 언니 혼자 여기 남는다고 하니까 꼭 데려오라고 신신당부하셨어요. 집에 가면 훨씬 북적거리고 다 같이 집밥도 먹고 좋잖아요. 여기 혼자 있으면 얼마나 휑해요?”안다미의 집은 제연의 어느 한 군에 있어 차로 두 시간 정도 걸린다.송하나는 한창 노트북 앞에 앉아 데이터를 정리하다가 그녀의 말을 듣고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정말 괜찮으니까 이모, 삼촌께 꼭 대신 인사 전해줘요. 요 며칠 동안 끝내야 할 자료들도 있고...”그녀는 창밖의 뿌연 하늘을 바라보았다.“이제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져서 괜찮아요, 다미 씨.”송하나의 맑고 단호한 눈빛을 보고 있자니 안다미도 더 이상 권유해봤자 소용없음을 깨닫고 한숨을 내쉬었다.“알겠어요... 근데 구내식당 오픈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던데 언니 밥은 어떻게 먹어요? 제가 미리 가서 간식이라도 사다 줄까요?”“나 신경 쓰지 말고 빨리 가요. 무사히 돌아가서 이모, 삼촌께 안부 전해줘요.”송하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안다미를 현관문까지 배웅했다.그녀가 떠나자 층 전체가 더욱 고요해진 듯했다.송하나는 책상 앞으로 돌아가 콧잔등을 살짝 만져보았는데 아직도 먹먹한 느낌이 남아 있었다.그녀는 조용히 뜨거운 물을 받아 감기약을 타 먹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씁쓸함과 몸살까지 떨쳐내려 애썼다.저녁 무렵, 최씨 저택.오늘 밤, 최씨 가문에서 진씨 가문을 초청해 만찬을 베풀었다.이는 오랜 세월
Read More

제565화

이 말은 수도 없이 반복했던 말이고 태도도 늘 한결같았다.하지만 어른들이 듣기에는 젊은 친구가 수줍음이 많다는 핑계로 여겨지기에 십상이었다.아니나 다를까 황윤미가 곧바로 꾸짖듯 말했다.“일도 일이지만 가정도 차려야지 슬슬!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마음이 안정되면 오히려 너의 커리어에도 더 도움이 될 거야. 서영이가 워낙 속 깊고 현명하니 내조도 잘할 테고. 너한테 짐이 될 리가 없어.”진중현 역시 미소를 지으며 분위기를 완화했다.“시훈이가 일 욕심이 많고 포부가 큰 건 좋은 일이지. 하지만 이제 슬슬 결혼식도 올릴 때가 되었어. 너희는 어릴 때부터 서로 알고 지냈으니 감정은 천천히 쌓아가면 돼.”최태주가 술잔을 내려놓으며 평소보다 조금 더 진중한 어조로 말했다.“시훈아, 너도 벌써 서른둘이고 서영이도 스물여덟이야. 여자아이의 젊은 시절을 마냥 헛되이 보낼 순 없지. 내년에 적당한 시기를 잡아서 식을 올리는 게 좋겠구나.”최시훈은 아무 대답 없이 그저 묵묵히 있을 뿐이었다.무언의 거절과 거부감이 은근히 느껴졌다. 그것은 마치 보이지 않는 얇은 얼음판처럼 주변의 훈훈한 분위기마저 깨트렸다.식탁에 팽팽한 정적이 감돌았다.하지만 이내 황윤미와 류지희가 화제를 돌리고 웃음꽃을 피우며 분위기를 되살려 놓았다.다만 ‘혼사’에 대한 시도는 끝내 원하는 대답을 얻어내지 못했다.만찬은 밤 아홉 시가 다 되어서야 마무리되었다.최시훈이 서재로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설 때, 진서영이 용기를 내서 나지막이 그를 불렀다.“오빠, 오늘은 새해맞이 행사가 많아서 밖에 엄청 북적거려요. 원더 스퀘어에 불꽃놀이도 한다던데... 우리 같이 보러 갈까요?”그녀의 눈빛에는 간절한 기대가 어렸다. 인생에서 기념할 만한 모든 순간에 최시훈의 곁에 서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하지만 남자는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고개만 살짝 돌렸다.“난 됐어. 처리해야 할 업무가 좀 남았거든. 불꽃놀이 보고 싶으면 기사 불러줄게.”담담한 어투로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하고 단호하게 거절하는
Read More

제566화

진서영은 소파에 깊이 파묻힌 채, 성큼성큼 멀어져 가는 그의 훤칠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손톱이 살점 깊숙이 박혀 들어갔다.일? 새해맞이 행사가 있는 북적거리는 이 밤에 직접 뛰쳐나가면서까지 처리해야 할 긴급한 일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만찬 때 넋을 놓고 있던 남자의 모습이 떠오르자 그녀의 예민한 신경이 팽팽하게 당겨졌다.하지만 결국 한 마디도 토해내지 못했다. 그에게 따져 물을 자격이나 용기가 없으니까.최시훈의 차가 고급 주택가를 빠져나갔다.영업 중인 한 약국 앞을 지나칠 때, 그는 차를 갓길에 멈춰 세웠다.유리문을 밀고 들어가 기억을 되짚으며 감기약 몇 종류를 골랐다.선반을 쭉 훑다가 분홍색 포장의 핫팩이 시야에 들어왔다.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자연스럽게 핫팩 한 묶음을 집어 들었다.계산대 앞에 놓인 물건 더미를 보고 있자니 상사가 부하 직원을 걱정하는 범위를 넘어섰음을 깨달았다.최시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본인마저 이 행동이 선을 넘는 처사라고 생각했으니까.하지만 이미 저질러버렸으니 더 이상 고민하지도 않았다.그는 깔끔하게 계산을 마치고 물건들을 조수석에 놓았다.차는 다시 연구 센터를 향해 질주했다.밤이라 도로는 한결 한산했고 창밖으로 화려한 연말 장식과 신나게 웃고 떠드는 인파가 스쳐 지나갔다. 그 바람에 그가 향하는 목적지의 고요함이 더욱 두드러졌다.연구 센터에 도착했을 때,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오직 비상문만이 잔류 인원들의 출입을 허용하고 있었다.경비원은 그의 차를 알아보고 심야 방문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으나 여전히 신속하게 경례하고 길을 터주었다.생활관 구역은 인적 없이 텅 비었고 가로등만이 적적한 후광을 드리웠다.송하나가 정확히 몇 호에 사는지는 모르고 대체적인 방향만 기억하고 있던 터라 전화를 걸어 물어볼까 고민했다.그때 마침 멀지 않은 건물 한쪽 창문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이 보였다. 최시훈은 직감적으로 저곳일 거라 생각했다.그 시각 송하나는 몇 시간 동안 이어진 데이터 정리 작업을 끝내고 컴퓨터
Read More

제567화

“차 변호사님? 여긴 어떻게...”그녀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머나먼 강현에 있어야 할 차정원이 지금 왜 여기에 나타난 걸까?한편 남자의 눈웃음이 더욱 짙어지고 수중의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너랑 함께 새해 맞이하려고 왔지.”적당한 톤으로 그녀의 잔잔한 마음속 호수에 파문을 일으키는 이 남자.놀라움과 따스함,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묘한 설렘이 뒤섞이며 홀로 쓸쓸함을 감내하려던 그녀의 ‘방어선’을 순식간에 무너뜨렸다.이토록 특별한 밤, 장거리도 무릅쓰고 갑작스럽게 나타난 차정원의 존재감은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이었다.“멍하니 서 있지만 말고.”차정원은 넋이 나간 그녀의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이제 그만 안으로 들여줘야지?”송하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옆으로 비켜섰다.“어서 들어오세요, 변호사님!”크지는 않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기숙사 방 안, 서류와 참고서로 가득 찬 책상과 모니터를 쭉 훑다가 포장지가 뜯긴 컵라면 통에 시선이 멈췄다.남자는 눈썹을 치키고 속절없는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푸짐한’ 저녁 식사가 고작 이거야?”송하나는 두 볼이 화끈 달아올랐다. 방금 지어낸 거짓말이 덜미를 잡힌 셈이라 남은 몫은 부끄러움뿐이었다.“그게...”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며 변명하려 했으나 결국 솔직하게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구내식당이 오늘 일찍 문을 닫아서요... 평소에는 진짜 컵라면 잘 안 먹어요!”그래도 조금이나마 체면을 세우려 애쓰는 그녀...“널 어쩌면 좋니?”차정원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지만, 말투 속에 포용과 애틋함이 잔뜩 담겨 있었다.“다행히 내가 왔네.”관심 어린 남자의 말투에 그녀는 또 한 번 심쿵하고 귓불이 뜨겁게 달아올랐다.차정원은 가까이 다가오더니 옷걸이에 걸린 그녀의 캐시미어 코트를 자연스럽게 벗어들고는 그녀에게 걸치라는 듯 손짓했다.곧이어 목도리와 모자까지 건네주었다.“가자.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야지. 새해맞이에 컵라면이 말이 돼?”송하나는 순순히 그가 건넨 코트와 목도리,
Read More

제568화

충격과 언짢음, 아울러 이 광경 자체가 상당히 눈에 거슬렸다.복잡한 감정들이 솟구쳐 올라와 그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비닐봉지를 쥔 손가락에 무의식적으로 힘이 들어갔다.직접 고른 약과 핫팩들이 이 순간 너무나 하찮고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새해맞이를 하는 이 밤, 그녀는 애초에 외롭지 않았다.사랑하는 남자가 옆에 있어 줬으니.책임감에서 비롯된 최시훈의 염려는 지금 이 장면 속에서 시의적절하지 못한 농담으로 거듭났다.그는 자조적으로 입꼬리를 씩 올리고 조용히 자리를 피하려 했다.“최 국장님?”하필 이때, 송하나가 그를 발견하고 놀라움이 섞인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여긴 어쩐 일이세요?”오늘은 연휴라 연구 센터에 사람이 거의 없는데 국장님이 이 늦은 시각에 왜 이곳에 나타난 걸까?한편 최시훈은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여전히 맞잡고 있는 두 남녀의 손을 훑어보다가 눈빛이 더더욱 짙어졌다.무표정한 얼굴에 덤덤한 어조로, 심지어 평소보다 더욱 냉랭한 말투로 그녀에게 대답하는 이 남자...“지나가는 길이었어요.”간결하면서도 딱딱한 한 마디, 송하나는 어딘가 찝찝함을 느꼈지만 최시훈이 거리를 두는 분위기 탓에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그의 시선이 차정원에게 머물자 송하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다가 소개에 나섰다.“이분은... 저의 친구 차정원, 차 변호사님이에요. 변호사님, 이쪽은 저희 프로젝트 담당자이신 최시훈 국장님이세요.”‘친구?’최시훈의 시선이 다시 그녀의 얼굴에 꽂히고 입가에 조롱 섞인 미소가 스쳤다.도대체 어떤 친구길래 이토록 자연스러운 스킨십을...친구 사이에 손을 잡는 게 무슨 경우란 말인가?남자의 냉소적인 미소에 송하나는 가슴이 찔렸다. 그제야 차정원과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상사 앞에서 이성 친구와 이렇게 손을 잡고 있는 건 도저히 해명하기 힘든 애틋한 행위이지만 친구 외에 둘 사이를 더 정의할만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어색함과 부끄러움이 뒤섞여 그녀의 두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손가
Read More

제569화

그는 몸을 돌려 자신의 차 쪽으로 걸어갔다. 뒷모습은 가로등 아래 길게 늘어졌고 무언가에 억눌린 듯 차갑고 딱딱한 소외감을 풍겼다.차 안은 히터 덕분에 따스했다.차정원은 부드럽게 시동을 걸면서 백미러로 최시훈을 힐긋 살펴봤다.훤칠한 몸매의 남자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수중의 비닐봉지를 가차 없이 휴지통에 버렸다.이 모습을 본 차정원의 눈빛이 미세하게 굳어졌다.비닐봉지에 찍힌 약국 이름과 그 안에 희미하게 비친 약상자, 한밤중에 기숙사 앞에 불쑥 나타난 최시훈은 그들이 손잡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눈가에 싸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송하나는 단순하고 이성의 감정에 둔감한 편이라 최시훈을 상사로만 여길지 몰라도 같은 남자인 차정원은 예리한 통찰력과 직감으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바로 감지했다.최 국장이라 불리는 이 남자는 일부러 송하나를 보러 왔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엄청 높은 위치에 있는 남자가 새해 첫날밤이라는 특별한 시간에 직접 운전해서 으슥한 연구 센터 기숙사 아래까지 왔다는 것은...결코 ‘지나가는 길’이라는 가벼운 핑계로 설명될 수 없었다.그는 제 감정을 완벽하게 숨겼다.하지만 찰나의 눈빛만큼은 차정원의 눈썰미를 피해갈 수 없었다.송하나를 향한 이 남자의 관심은 상하급 관계를 훨씬 넘어섰을 터였다.무언의 경고가 차정원의 마음속에 조용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밥 먹으러 가는 길, 꼬르륵 소리가 차 안의 정적을 깨트렸다.송하나는 순간 몸이 굳었고 귓불이 다 빨개졌다.점심에 구내식당에서 밥을 대충 몇 숟가락 먹고는 데이터 분석에 전념하다 보니 위가 텅 비어버린 상태였다.“배고파?”옆에서 차정원의 온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앞쪽 수납함에 간식 있으니까 일단 배 좀 채워. 식당 금방 도착이야.”“아, 네...”송하나는 민망함에 낮은 소리로 대답하고는 조수석 앞 수납함을 열었다.하지만 안에 펼쳐진 광경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종류별로 다양한 간식들이 빈틈없이 채워져 있었는데 그중에는 그녀가 줄곧 선호하는 브랜드의 김부각
Read More

제570화

송하나도 그의 말이 나름 일리 있어 보였다.그녀는 곧장 김부각 한 조각을 집어 남자의 입가로 가져갔다.“여기요.”차정원의 얼굴에 뚜렷한 미소가 번졌다.그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기울이고 송하나의 손을 빌려 김부각을 한입 먹었다.천천히 씹다가 꿀꺽 삼킨 후 평가도 잊지 않았다.“음, 확실히 맛 좋네.”송하나는 그제야 자신이 한 행동이 너무나 친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차 안의 히터를 너무 강하게 틀었던 탓일까. 그녀는 뺨이 뜨겁게 달아올랐다.다행히 차가 곧장 초고층 빌딩의 지하 주차장에 멈춰 서며 그녀를 이 미묘한 분위기에서 일시적으로 구원해 주었다.차에서 내리자 차정원은 그녀를 이끌고 엘리베이터에 올라 맨 위층으로 직행했다.문이 열리는 순간, 눈앞에 들어온 것은 우아하고 세련된, 전망이 끝내주는 레스토랑이었다.단정한 유니폼 차림의 종업원이 허리를 숙여 길을 안내했다.“손님, 이쪽으로 모실게요.”최고의 위치에서 새해맞이를 만끽할 수 있는 레스토랑은 이치대로라면 예약도 힘들 정도로 테이블이 꽉 차 있어야 하겠지만 희한하게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잔잔한 배경음악 외에는 다른 손님들이 단 한 명도 눈에 띄지 않았다.통유리창 밖으로는 도시의 찬란한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고 차정원은 자연스러운 제스처로 그녀를 위해 의자를 빼주었다.“뭐 먹고 싶은지 봐봐.”그는 메뉴판을 가볍게 그녀 앞에 밀어주었다.송하나는 고개를 숙여 메뉴를 보다가 대충 몇 가지를 골랐다.남자는 다시 메뉴판을 받아 들고 그녀가 좋아하는 요리를 두 가지 더 주문했고 디저트도 추가했다.곧이어 음식들이 하나둘씩 차려졌다.송하나가 거짓말로 둘러댔던 탕수육이 눈앞에 보란 듯이 놓여 있었다.윤기 도는 탕수육을 한입 먹으니 새콤달콤한 맛에 부드러운 식감이 입안을 풍요롭게 했다.이어 따뜻한 국물과 싱싱한 제철 채소로 된 샐러드까지, 모든 요리가 정갈하고 맛까지 보장되어 셰프의 정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송하나는 음식을 먹으면서 창밖의 야경에 자꾸만
Read More
Dernier
1
...
5556575859
...
64
Scanner le code pour lire sur l'applicatio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