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훈은 다시 한번 송하나를 바라보며 공적인 말투로 말했다.“그럼 송 연구원도 푹 쉬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누구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단호하게 몸을 돌려 문밖으로 나섰다.허리를 곧게 펴고 침착한 발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더는 이곳에 머무를 이유도, 입장도 없으니까...문이 가볍게 닫히고 최시훈은 복도를 따라 차분하게 걸어갔다. 하지만 방금 억지로 가라앉혔던 파문은 진정되기는커녕 보이지 않는 힘에 휘저어져 더 깊은 답답함으로 퍼져 흘렀다.전용차 뒷좌석에 앉아 비서에게 최씨 저택으로 돌아가라고 지시했다.이어서 부드러운 가죽 시트에 기대앉아 눈을 감고 심란해진 마음을 정리하려 애썼다.그러나 뇌리에는 자꾸 병실 안의 장면들이 반복해서 떠올랐다.차정원을 보자마자 환하게 밝아지던 송하나의 눈빛, ‘정원 씨’라는 다정하고 애틋한 호칭, 그리고 차정원을 바라볼 때의 친밀하고 편안한 모습까지...모든 장면이 너무나 선명해서 오히려 눈이 시릴 지경이었다.지금껏 느껴본 적 없는 낯선 씁쓸함이 미세한 덩굴처럼 소리 없이 퍼져나가 심장을 휘감았다.‘내가 송하나를... 신경 쓰고 있다니!’자신에겐 보여준 적 없는 애틋한 미소와 아련한 모습을 딴 남자에게 가감 없이 보여줬고, 그 남자는 또 너무나 당연하게 송하나의 옆자리를 든든히 채워줬다.차 안에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비서는 전방을 주시하며 운전에만 몰두했다.한참 후, 최시훈이 갑자기 입을 열어 이 침묵을 깼다.“신 비서, 여자친구랑 곧 좋은 소식이 있다며?”그저 대충 묻는 식의 말투, 그 속에서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한편 비서 신용우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평소 부하 직원의 사생활에는 일절 관심이 없던 국장님이 갑자기 이런 질문을 건넬 줄이야.그는 곧 정신을 다잡고 쑥스러우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네, 국장님. 내년 봄에 약혼할 생각입니다.”“집에서 재촉해?”최시훈의 시선은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에 머물렀고 말투 또한 평온했다.“그런 건 아니고요.”신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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