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별이 되어 빛나리 / Chapter 671 - Chapter 680

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671 - Chapter 680

915 Chapters

제671화

손수건에서 풍기는 지독한 냄새가 거친 숨결을 타고 송하나의 폐 속 깊숙이 파고들었다. 시야가 흐릿해지면서 머리가 빙빙 돌더니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이 그녀의 의식을 집어삼켰다.송하나가 정신을 잃은 것을 확인한 남자는 재빨리 그녀를 창고 안쪽으로 끌고 갔다.그러고는 입고 있던 작업복을 벗어 던지고 눈에 띄지 않는 회색 청소부 작업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다음 구석에서 바퀴 달린 쓰레기통을 꺼내 의식을 잃은 송하나를 안에 집어넣고 뚜껑을 덮었다.모든 일을 마친 그는 조심스럽게 바깥 상황을 살폈다.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서야 묵직한 쓰레기통을 민 채 직원 전용 통로로 컨벤션 센터의 뒤편 외진 화물 출구에 도착한 뒤 조용히 빠져나갔다.그곳에 낡은 회색 봉고차 한 대가 서 있었다.남자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자마자 재빨리 차 문을 열고 쓰레기통에 담겨 있던 송하나를 차에 실은 다음 자리를 떠났다.거의 같은 시각 힐튼 컨벤션 센터 정문 앞.귀를 찢는 듯한 브레이크 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검은색 승용차 몇 대가 험악한 기세로 급정거한 것이었다.이강우가 가장 먼저 차 문을 걷어차고 내렸다.그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해 있었고 눈동자에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뿜어내는 서늘한 기운에 주변 공기마저 얼어붙었다.뒤이어 내린 십여 명의 부하들 역시 하나같이 차가운 표정이었다.검은 양복을 입은 또 다른 경호원 무리가 거의 동시에 현장에 도착했다.심성빈은 송하나에게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가장 믿을 만한 사람들을 보내 이강우의 지시를 따르도록 했다.“모든 출구를 봉쇄하고 아무도 드나들지 못하게 해. 수상한 차량과 인물은 전부 조사하고.”이강우가 진지하게 명령했다. 초조함을 필사적으로 억누른 탓에 목소리가 다 갈라졌다.그가 손을 휘젓자 한 무리의 부하들이 흩어져 주변을 봉쇄했고 그는 남은 사람들을 이끌고 컨벤션 센터 로비로 들어갔다.일부는 그 자리에서 샅샅이 수색하며 송하나의 행방을 쫓았다. 목표가 명확했던 이강우는 살기를 내뿜으면서 곧
Read more

제672화

송하나가 겪을 두려움과 고통이 떠오른 순간 심장을 찌르는 듯한 고통이 차정원의 이성을 무너뜨리려 했다. 하지만 다행히 본능이 차정원을 붙잡아 진정시켰다.‘이성을 잃으면 안 돼. 지금 1분 1초가 하나를 구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야. 진정해야 해.’차정원이 눈을 감았다가 떴을 때 눈동자 속에서 요동치던 거센 파도가 다 사라졌다.그는 휴대폰을 꺼내 평소 별로 연락하지 않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아저씨, 차정원이에요.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요.”전화를 끊은 후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얼굴에 평소의 온화함이라고는 한 톨도 남아 있지 않았고 오직 냉혹함과 결연함만 남았다.차정원은 출입구의 봉쇄 경고도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가 곧장 보안실로 향했다.그 시각 보안실 내부의 분위기가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웠다. 커다란 모니터에 화면이 빠르게 전환되고 확대되었다.이강우가 핏발이 선 두 눈으로 화면을 쳐다봤다.기대감에 부푼 송하나가 직원을 따라 메인 홀을 나갔다가 모퉁이를 여러 개 돈 뒤 결국 카메라 밖으로 사라졌다.몇 분 후 회색 청소부 작업복 차림에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남자가 뚜껑 달린 커다란 쓰레기통을 밀고 직원 통로에서 나와 뒷문으로 향하는 모습이 다른 각도의 CCTV에 포착됐다.뒷문의 CCTV에는 한구석만 흐릿하게 잡혔다.짐짝 같은 것이 봉고차에 실리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으나 번호판이 가려져 보이지 않았고 차종 역시 가장 흔한 모델이라 범위를 좁히기 쉽지 않았다.한 컷 한 컷이 달궈진 인두처럼 이강우의 망막과 심장을 마구 지져댔다.“대표님, 모든 출구에서 수상한 차량이나 인물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내부 구역을 전부 수색했는데 송하나 씨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어요.”부하들이 속속 올리는 보고에 이강우는 멘탈이 점점 무너졌다.쾅.이강우가 테이블을 힘껏 내리쳤다. 손가락 마디가 찢어져 피가 흐르는데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송하나가 사라졌다. 그것도 그들의 눈앞에서 말이다. 한 남자가 완벽하게 위장하고 가장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
Read more

제673화

심성빈의 얼굴이 휴대폰 화면에 나타났다. 지금 전용기를 타고 날아오는 중이었다.송하나에게 일이 생긴 후 심성빈은 이강우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다.차정원의 합류가 그들에게는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한 명이라도 더 많아지면 송하나를 찾을 확률도 더 높아질 테니까.이강우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결국 잡고 있던 차정원의 멱살을 풀었다.세 남자는 한 여자의 안위 때문에 잠시 연합하기로 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송하나가 두 눈을 천천히 떴다.눈에 들어온 풍경은 폐공장이었다. 높게 솟은 천장에 녹슨 철골이 드러나 있었고 사방에 버려진 기계와 깨진 파편들이 나뒹굴고 있었다.그리고 먼지가 자욱했고 녹슨 냄새와 오래된 엔진 오일 냄새가 코를 찔렀다.손목과 발목이 거친 밧줄에 묶여 있었는데 살을 파고드는 쓰라린 통증이 느껴졌다.송하나는 낡은 의자에 꽁꽁 묶인 채 폐허 한가운데 덩그러니 방치되어 있었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물건처럼 말이다.‘나 납치된 거야?’두려움이 순식간에 송하나의 심장을 집어삼켰다.“깼어?”바로 그때 갈라진 목소리가 갑자기 앞에서 들려왔다.송하나는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가 고개를 들었다. 버려진 타이어 무더기 뒤에서 회색 청소부 작업복을 한 남자가 여유롭게 걸어 나왔다.손에 나이프를 들고 있었는데 칼날에서 서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남자는 송하나와 몇 걸음 떨어진 거리에 서서 덫에 걸린 사냥감을 감상하듯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두 눈에 잔인한 장난기가 담겨 있었다.그의 서늘한 시선을 보고도 송하나는 피하지 않으려 애썼다. 평소 연구실에만 틀어박혀 있어서 누군가와 다툴 일도, 원한을 살 일도 없었다.대체 왜 납치됐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설령 황윤미가 송하나를 눈엣가시로 여긴다 해도 이런 극단적인 방식을 택할 리는 없었다. 이런 부류의 인간이라면 목적은 돈뿐일 것이다.송하나가 입술을 꽉 깨물고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떨렸다.“당신 누구야? 왜 날 납치했어? 돈이 필요한 거라면 줄게. 풀어
Read more

제674화

“원래는 강현에서 널 없애려고 했는데 사방이 심성빈의 사람들이라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 결국 시궁창 쥐새끼처럼 도망쳐 제연으로 왔고 밥이라도 빌어먹으려고 문지기 노릇까지 했어.”송하나를 쳐다보는 남자의 두 눈에 광기와 뒤틀린 희열이 가득했다.“그런데 하늘이 날 도운 거 있지? 여기서 널 마주치다니. 이거 운명 아니겠어? 네가 나한테 진 빚 오늘 갚도록 해.”그의 잔인한 웃음을 본 송하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간 지나쳤던 사소한 일들이 퍼즐처럼 맞춰졌다.심성빈의 말이 사실이었다. 그가 송하나에게 은밀히 사람을 붙인 적이 있었다. 그때 송하나는 사생활 침해라며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말라고 했었다.오늘 입장할 때 안다미가 불안해하며 속삭였던 것도 전부 이유가 있었다. 누군가 치밀하고 집요하게 송하나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다.극한의 두려움이 오히려 평정심을 불러왔다. 송하나는 두려움을 억누르려고 손톱이 살갗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난 당신과 적이 되려고 한 적이 없었어. 누구를 다치게 할 마음이 없었고. 그 약들이 시장에 풀리면 환자들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어. 그걸 막는 게 내 일이고 책임이야.”“피해? 책임? 하하하하!”남자는 세상에서 가장 웃기는 소리라도 들은 듯 크게 웃더니 먼지 쌓인 바닥에 침을 뱉었다.“가난뱅이들이 싼 약을 찾다가 죽는 게 왜 내 탓이야? 그건 그것들 목숨이 헐값이라서 그래. 어쩌면 가족들은 빨리 죽기를 바라고 약값이 굳어서 좋아했을걸? 내 약은 그것들한테 희망이었어. 희망을 짓밟아놓고는 어디서 구세주라도 된 것처럼 위선을 떨어?”남자의 논리가 완전히 뒤틀려 있었다. 돈벌이를 은혜로 포장했고 피해자를 천한 것들로 치부했다.송하나는 갑자기 속이 메슥거리면서 오한이 들었다. 영혼이 증오와 탐욕에 썩어버린 인간과는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함을 깨달았다.하지만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 했고 빈틈을 찾아야 했다. 그녀는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현실적인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당신이 큰 손해를 봐서 엄청 억
Read more

제675화

송하나는 다시 한번 심장이 내려앉았다.상대는 이미 오래전부터 모든 것을 계획했고 송하나와 심성빈의 관계를 낱낱이 파악하고 있었다.남자는 귀에 거슬리는 웃음을 거두고 품에서 휴대폰을 꺼내 잠금을 푼 다음 그녀에게 들이밀었다.“기회 줄게. 협력 파트너한테 시키는 대로 하라고 직접 말해.”남자가 이렇게 나오는 걸 보면 이 휴대폰이 추적할 수 없는 휴대폰인 게 분명했다. 남자는 송하나를 이용하여 심성빈을 끌어낼 심산이었다.송하나는 저도 모르게 뒤로 피했다. 심성빈이 그녀 때문에 이 깊은 수렁에 빠지는 걸 원치 않았다.이곳이 폐공장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 정보도 없었다. 설령 전화를 건다 한들 어떻게 은밀히 정보를 전달해야 할까?자칫 잘못했다간 오히려 심성빈을 헷갈리게 할 수도 있었다.남자가 송하나의 두 눈에 스친 망설임과 짧은 고민을 포착했다.“흥. 꼼수 부리려고? 이곳이 어딘지 몰래 알려주기라도 하게?”남자의 얼굴에 섬뜩한 살기가 스치더니 휴대폰을 거두어들였다.“내가 너보다 더 오래 살았어. 어디서 꼼수를 부리려고.”그는 거두절미하고 더러운 공구 가방에서 헝겊을 꺼내 인정사정없이 송하나의 입에 쑤셔 넣었다.거친 섬유가 입안을 긁어대자 비명은커녕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남자는 고통스러워하는 송하나를 무시한 채 특수 제작한 휴대폰의 카메라를 켰다.그녀의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초라한 몰골이 잘 보이게 카메라 각도까지 조절했고 손에 든 나이프를 화면 앞에서 흔들었다.10초 남짓한 영상을 찍은 후 남자는 즉시 암호화된 특수 경로로 심성빈에게 전송했다.[네가 아끼는 여자 지금 내 손에 있어. 살리고 싶으면 시키는 대로 해. 경찰에 신고하거나 딴짓하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심성빈의 휴대폰이 울렸다. 영상을 확인한 순간 심성빈이 휴대폰을 꽉 움켜쥐었다. 어찌나 세게 쥐었는지 손가락 마디가 다 하얘질 정도였다.영상 속에서 송하나가 밧줄에 묶여 있었고 입에 더러운 헝겊을 물고 있었다. 그리고 늘 고요하던 눈동자에 절망이 가득했고 칼날이
Read more

제676화

심성빈은 재빨리 마음을 다잡고 덤덤하게 대답했다.“알았어. 그대로 할 테니까 발표문을 준비할 시간을 15분만 줘.”“시원해서 좋군. 역시 똑똑한 놈을 상대해야 말이 통한다니까.”납치범은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리곤 전화를 끊어버렸다.그 후 이어진 시간 동안 송하나는 걱정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공식 발표한 후 심하 그룹에 어떤 후폭풍이 닥칠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전용기 안.비서실장이 어두운 얼굴로 작성된 발표문을 심성빈에게 내밀었다.“대표님, 정말 올리실 겁니까?”이 발표문을 올리게 되면 나중에 해명한다고 해도 심하 그룹의 공신력은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심하 그룹 같은 대기업이 조작을 인정한다는 건 자기 손으로 성벽을 허무는 것과 다름없었다.심성빈의 목소리가 심하게 갈라졌다. 하지만 그 안엔 결연함이 담겨 있었다.“올려.”송하나의 안전에 비하면 이런 껍데기 같은 명성이나 기반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만약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면 납치범은 심성빈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고 송하나도 더 큰 위험에 처할 것이다.그의 단호한 태도에 비서실장은 결국 입술을 깨물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심하 그룹에서 공식 성명을 발표하자마자 재계와 온라인 커뮤니티가 발칵 뒤집혔다.의심과 비난이 빗발쳤고 주가가 즉각 곤두박질쳤으며 관련 이슈가 광속으로 검색어 1위에 올랐다.납치범이 휴대폰으로 뉴스 보도를 크게 틀어놓았다. 소리가 폐공장 안에 가득 울려 퍼졌다.심하 그룹에 관한 부정적인 소식을 들은 송하나는 절망에 빠졌다.심성빈은 정말로 그녀를 위해 이 뻔한 함정 속으로 주저 없이 걸어 들어갔다. 심지어 사업의 근간까지 흔들며 평생 쌓아 올린 공든 탑을 자기 손으로 무너뜨렸다.송하나는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했다. 고통과 죄책감이 뒤엉켜 숨조차 쉴 수 없었다.결과가 마음에 들었던 납치범은 다시 심성빈에게 전화를 걸어 진짜 목적을 드러냈다.“심 대표 아주 시원시원한 사람이구나. 지금 당장 2천억을 이 해외 계좌로 보내.”심성빈
Read more

제677화

한편 최시훈은 사무실에서 서류를 처리하며 야근 중이었다. 비서가 들어와 굳은 얼굴로 말했다.“국장님, 긴급 상황입니다. 심하 그룹에 문제가 터졌습니다.”“심하 그룹?”최시훈이 고개를 든 순간 얼굴에 의혹의 그림자가 스쳤다.비서가 즉시 태블릿을 건넸다. 화면에 심하 그룹의 자멸을 선언하는 듯한 발표문이 떠 있었다. 그 아래로는 녹색으로 폭락하는 주가 그래프와 비난의 내용들이 보였다.빠르게 내용을 훑어보던 최시훈이 미간을 찌푸렸다.국가급 연구 프로젝트의 기업 파트너는 여러 차례의 엄격한 조사를 거쳐 오점이 없고 실력이 탄탄해야만 선정될 수 있었다.심하 그룹이 그 자리에 오른 것만으로도 기반이 얼마나 깨끗하고 견고한지 증명하는 일이었다. 이처럼 갑작스러운 자폭 발표는 논리에 맞지 않았다.“국장님, 당장 회의를 소집해 심하 그룹과의 협력 관계를 취소할지 논의해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비서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심하 그룹 쪽에선 뭐래?”최시훈의 목소리가 한층 가라앉았다.“심 대표님 개인 전화가 연락이 안 돼서 비서실장한테 연락했더니 매우 조급한 목소리로 심 대표님이 현재 개인적인 일을 급하게 처리 중이라 당분간 부대표님이 대신 업무를 맡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모든 문의를 잠시 보류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어요.”‘개인적인 일? 회사까지 내팽개치고?’최시훈은 심장이 쿵 내려앉았고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심하 그룹이 강현시에서 제연시까지 넘어와 입찰 경쟁에 참여했던 목적을 서로 모를 리 없었다.‘설마... 그 여자한테 무슨 일이 생겼나?’그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즉시 휴대폰을 집어 송하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휴대폰 너머로 전원이 꺼졌다는 차가운 안내음만 들려왔다.최시훈은 비서에게 오후 강연에 이상은 없었는지 조사하라고 지시하는 동시에 안다미에게 전화를 걸어 송하나의 행방을 물었다.안다미가 울면서 사실대로 말했다.“국장님, 하나 언니가 저한테 메시지 한 통 보내고 연락이 끊겼어요. 차 변호사님 쪽에서도 다들 찾고 있는데...”강연
Read more

제678화

심성빈은 일정 시간마다 지정된 계좌로 돈을 입금했다.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금액이었다.한꺼번에 너무 많은 돈을 주면 납치범이 제멋대로 날뛸 수 있고 또 너무 적게 주면 화를 돋울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입금할 때마다 납치범에게 송하나의 실시간 사진을 보내라며 강경하게 요구했다. 송하나가 무사한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납치범은 탐욕과 잔혹함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당장 손에 쥘 거액을 포기할 수 없어 매번 짜증을 내면서도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냈다.납치범이 또다시 욕설을 내뱉으며 휴대폰을 들었다.“젠장. 똑바로 봐. 아직 살아있다고!”셔터를 누르기 직전 송하나가 일부러 몸을 휘청거렸다. 흔들거리던 낡은 의자가 옆으로 넘어지면서 그녀도 그대로 바닥에 쿵 넘어지고 말았다. 그러다가 손목이 마침 바닥에 있던 깨진 유리 조각에 스쳤다.“쓰읍...”통증이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가느다란 손목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와 먼지가 가득한 폐창고 바닥을 적셨다.“젠장. 또 무슨 수작이야?”납치범이 놀람과 분노가 섞인 얼굴로 달려와 쓰러진 의자와 그녀를 거칠게 일으켜 세웠다. 그의 음산한 시선이 피가 흐르는 손목에 꽂혔다.송하나가 창백한 얼굴을 들고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혈당이 와서 어지러워서 그래. 배도 고프고 너무 추워. 물이랑 먹을 것 좀 주면 안 돼?”납치범이 손목의 상처를 봤다가 휴대폰을 들여다봤다.‘지금 이년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심성빈이 입금을 중단할지도 몰라. 눈앞의 먹잇감을 놓칠 순 없지.’그가 짜증을 내며 침을 뱉었다.“진짜 귀찮게 하네. 기다려.”납치범이 더러운 배낭에서 음식과 물을 꺼내려고 등을 돌린 채 구석 쪽으로 향했다.송하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손목의 극심한 통증을 참으며 재빨리 손끝에 피를 묻혀 옷자락에 비뚤비뚤하게 ‘T’자를 썼다.납치범이 반쯤 남은 물병과 말라비틀어진 빵 조각을 건넸다.“빨리 처먹어.”그녀는 납치범을 순진한 표정으로 올려다보면서 애원했다.“손이
Read more

제679화

납치범이 욕설을 퍼부으며 영상 통화를 끊었다.심성빈은 마지막 순간까지 송하나를 깊은 눈으로 응시했다. 눈동자에 말로 다 할 수 없는 애틋함과 고통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돈 바로 입금할게.”화면이 꺼지자마자 심성빈은 핵심 정보를 즉시 구조팀에 전달했다.“하나가 정보를 줬어. 철도 근처에 있을 확률이 높아. 하지만 열차 운행이 잦은 곳은 아니니 그 점을 중점으로 수색해.”지휘 본부.긴급히 소집된 노련한 전문가가 신구 지도와 위성 영상을 보면서 분석했다.“제연에 지난 20년간 환경 규제 강화와 산업 이전으로 폐쇄된 산업 단지만 열일곱 곳입니다. 그중 철도와 인접한 곳은 아홉 곳이고 완전히 철거되거나 개조된 곳을 제외하면 최종적으로 남는 곳은 세 군데입니다.”전문가가 손가락으로 지도 위에 세 개의 원을 그렸다.세 곳은 북쪽 외곽에 삼각형 형태로 흩어져 있었고 서로 십여 킬로미터씩 떨어져 있었다.공교롭게도 그 위치는 앞서 CCTV에 포착됐던 송하나를 납치한 봉고차의 이동 경로와 완벽하게 일치했다. 이 발견으로 수색 범위가 순식간에 좁혀졌다.차정원, 이강우, 최시훈이 각각 팀을 나눠 목표 구역으로 향했다.북쪽 외곽 홍성 농기계 공장 근처.이강우가 이끄는 차량 부대가 공장에서 1km 떨어진 지점에서 멈춰 섰다.그가 차에서 내려 수신호를 보내자 뒤따르던 훈련된 부하들이 소리 없이 흩어졌다. 그들은 둘씩 팀을 나누어 폐허 외곽으로 빠르게 침투해 모든 탈출로를 봉쇄했다.그리고 이강우는 잡초와 폐기된 장비들을 엄폐물로 삼아 한 걸음씩 공장의 깊숙한 곳으로 잠입하며 송하나의 흔적을 쫓았다.그 시각 폐창고 안.해가 저물면서 창고 안이 서서히 어두워졌다.창밖에 짙어지는 어둠을 보던 납치범은 점점 더 불안해졌다. 이곳에 있다는 게 들킬까 봐 조명 하나 켤 엄두도 내지 못했다.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이 그를 옥죄었다.결국 참다못한 납치범이 심성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격앙된 목소리에 살기가 가득했다.“심성빈, 지금 일부러 시간을 끌려고 20억씩 깔짝대면
Read more

제680화

송하나의 눈빛이 급격하게 흔들렸고 한기가 척추를 타고 온몸에 퍼졌다. 겁에 질린 두 눈으로 납치범을 쳐다보면서 쉰 목소리로 물었다.“뭐... 뭐 하려는 거야?”납치범이 콧방귀를 뀌며 비웃었다. 두 눈에 조롱과 잔인함이 일렁거렸고 얼굴에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게임을 앞당겨 끝내기로 했어. 송하나, 원래 돈만 받으면 널 죽일 생각이었는데 이제 마음이 바뀌었어. 너 엄청 고고하잖아. 약품을 개발해서 환자를 살리는 데 평생을 바칠 생각인 거 맞지?”납치범이 상체를 숙여 손에 든 주사기를 흔들면서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이걸 네 몸에 주사하면 평생 이 약물에 매달려 살게 될 거야. 사람들이 명성이 자자한 송하나 연구원이 사실은 약에 절어 사는 중독자라는 걸 알게 돼도 계속 네 연구 성과를 믿을까? 심성빈이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가 약 중독자라는 걸 알면 지금처럼 모든 걸 내던질 수 있을까?”텅 빈 창고에 납치범의 웃음소리가 메아리쳤다. 너무나도 귀에 거슬렸다.“하하하. 너희들이 몰락하고 비참하게 사는 꼴을 생각하니 정말 기대가 되는구나.”송하나는 순간 움찔했다. 주사기 안에 든 게 불법 약물임을 바로 깨달았다.납치범은 송하나를 죽이려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을 망가뜨리려 했다. 그녀의 존엄, 커리어 등 모든 것을 말이다. 이건 죽음보다 더 절망적이었다.납치범이 점점 다가오자 송하나는 필사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발목을 묶은 밧줄이 살을 파고들어 뼛속까지 아려왔지만 멈출 수 없었다.“오지 마. 내게서 떨어져.”“이리 와. 말 들어. 금방 끝날 거야...”납치범이 흉측하게 웃으며 송하나의 팔을 잡으려 했다.“안 돼. 저리 꺼져!”송하나가 허공에 팔을 휘저으며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짝.바로 그때 납치범이 송하나의 뺨을 후려갈겼다.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눈앞이 캄캄해졌다.납치범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그녀의 어깨를 짓눌러 의자에 단단히 고정시킨 다음 다른 손에 쥔 주사기를 목덜미의 혈관에 겨누었다.그쪽의 혈관이 선명해서 가장 빠르게
Read more
PREV
1
...
6667686970
...
92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