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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681 - Chapter 690

831 Chapters

제681화

“하나야. 송하나!”심장이 멎을 것 같았던 이강우가 소리를 질렀다.격렬한 움직임에 등 뒤의 상처가 벌어지며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떨리는 손으로 송하나의 발목을 묶은 밧줄을 풀고 그녀를 안고 나가려 했다.“움직이지 마십시오. 부상이 심각해서 함부로 움직이면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사람들과 함께 온 구조대장이 재빨리 이강우를 제지했다.의료진들이 들것과 장비를 챙겨 달려오더니 이강우를 강제로 들것에 눕혔다. 피에 젖은 상의를 잘라내자 벌어진 살점 사이로 끔찍한 상처가 드러났다. 그들은 즉시 상처를 소독하고 지혈을 시작했다.다른 한 무리는 송하나에게 달려가 상태를 살피고 상처를 소독했다.이강우의 시선이 송하나의 핏기 없는 얼굴에 고정되었다. 등에 약을 바르는 아픔 따위는 가슴을 짓누르는 공포와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하나야...”송하나에게 다가가려고 몸부림쳤으나 의료진이 이강우의 어깨를 꽉 잡았다.“진정하세요. 과다출혈 상태라 지금 처치하지 않으면 위험합니다.”바로 그때 창고 입구에서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차정원이 뛰어온 것이었다.들것에 실린 송하나를 마주한 순간 차정원은 그대로 굳어버렸다.송하나가 백지장처럼 창백한 얼굴로 눈을 감고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얼룩과 핏자국이 묻어 있었고 가느다란 손목과 발목에 까진 상처와 핏자국이 가득했다.차정원은 그 자리에 박제된 것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둔기에 가슴을 얻어맞은 것 같았다.늘 침착하던 차정원이었는데 지금 이 순간 두 눈에 핏발이 섰고 눈빛도 급격하게 흔들렸다. 차가운 손이 심장을 꽉 움켜쥔 듯 숨조차 쉴 수 없을 만큼 아팠다.바로 그때 차정원이 비틀거리며 들것의 옆으로 다가갔다. 손이 송하나에게 닿았을 땐 손길이 무척이나 가벼워졌다.그는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송하나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피하면서 의식을 잃은 송하나를 품에 안았다.그녀의 몸이 너무 차가웠다. 차정원이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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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2화

납치범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 차정원의 발걸음이 무서울 정도로 안정적이었다.섬뜩한 살기와 압박감을 내뿜는 모습이 평소의 그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뭐... 뭐 하려는 거야?”눈빛에 압도된 납치범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질문의 대답은 묵직한 주먹이었다. 거친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주먹이 납치범의 복부에 사정없이 꽂혔다.“으윽.”납치범의 눈동자가 튀어나올 것 같았고 몸이 새우처럼 꺾였다.차정원이 그의 멱살을 거칠게 잡더니 다시 한번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리꽂았다.뼈와 살이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창고 안에 선명하게 메아리쳤다.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살점이 터져 나가는 것 같았고 주먹에 극에 달한 분노와 심장을 에는 듯한 고통이 서려 있었다.뒤따라온 최시훈 역시 송하나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는 가슴이 미어졌다. 그러다가 송하나를 위해 이성을 잃은 두 남자를 본 순간 그녀를 향한 그의 깊은 마음이 이들 앞에서는 왠지 모르게 초라해 보였다.심성빈을 포함해 송하나의 옆에 있는 남자들은 모두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렇다면 최시훈의 경쟁력은 과연 무엇일까?최시훈이 눈을 질끈 감았다. 다시 떴을 때 눈빛이 한결 차분해졌다.그는 즉시 병원과 연락을 취해 각 부서에 긴급 상황을 알리고 최고 수준의 의료진을 대기시키라고 요구했다.모든 조치를 마친 뒤 뒤를 돌아봤다. 차정원의 폭행이 갈수록 심해져 납치범의 얼굴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졌다.이대로 두면 진짜 큰일이 터질 것 같아 최시훈이 황급히 다가가 차정원을 말렸다.“진정해요. 이런 쓰레기 때문에 변호사님 인생을 망쳐선 안 돼요.”그 말에 광기에 휩싸였던 차정원이 멈칫했다. 허공에 멈춘 주먹이 파르르 떨렸고 거친 숨소리가 공간을 채웠다.고개를 숙여 보니 주먹이 피투성이였고 발치에 겨우 목숨이 붙어있는 납치범이 널브러져 있었다.변호사인 차정원은 피의자를 때려죽이면 법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분노가 치밀어올라 당장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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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3화

차정원은 피하지 않고 임 대장과 두 눈을 마주했다. 그러고는 침을 꿀꺽 삼킨 다음 짧고 명확하게 대답했다.“네.”임 대장이 팽팽하게 굳은 차정원의 어깨를 툭툭 쳤다.“찾았으면 됐어. 앞으로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감사합니다, 아저씨.”차정원이 다시 한번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자 임 대장이 손을 내저었다.“나랑 예의 차릴 필요 없어. 아직 처리해야 할 공무가 남아서 이만 가볼게.”말을 마친 뒤 옆에 있던 최태주에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고는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그 시각 이강우의 수술이 먼저 끝났다.칼자국이 깊었으나 다행히 급소는 피했다. 하지만 과다출혈로 안색이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수술실에서 나왔을 때 마취가 채 풀리지 않았음에도 오로지 집념으로 정신을 붙들고 있었다.“하나는요? 하나 어때요?”그러면서 송하나에게 가려고 발버둥 쳤다.간호사가 다급히 누르면서 그를 말렸다.“이강우 씨, 상처를 금방 꿰매서 함부로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송하나 씨 지금 수술 중이에요. 생명에 지장이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간호사의 말을 듣고도 이강우는 가만히 쉬려 하지 않았다. 의료진에게 송하나의 수술실 앞으로 데려다 달라고 고집을 부렸다.송하나가 무사히 나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마음속에 깊이 박힌 죄책감과 두려움 때문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송하나의 수술실 문이 열렸고 담당 의사가 마스크를 벗으며 나왔다.“송하나 씨 이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모두 안심하십시오. 송하나 씨는 고비를 넘겼습니다. 몸 곳곳의 타박상과 손목의 자상은 처치를 마쳤습니다. 가벼운 뇌진탕 증세가 있어 안정이 필요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송하나가 수술실에서 나왔다.창백한 얼굴로 두 눈을 꼭 감고 있는 모습이 깨지기 쉬운 도자기 인형 같았고 조용히 잠들어 있는 모습이 잠자는 숲속의 공주 같았다.수술실에서 나온 뒤 그녀는 곧장 VIP 병실로 옮겨졌다.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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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4화

“그럼 남자친구분께서 보살피도록 하고 다른 분들은 이만 돌아가세요. 환자분이 푹 쉬어야 하거든요. 병문안은 나중에 다시 오시는 게 좋겠습니다.”이강우의 얼굴에 미련과 억울함이 가득했다.이 기회를 빌려 송하나에게 진심으로 속죄하고 예전으로 돌아갈 기회를 찾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도저히 그녀를 보살필 수 없다는 걸 그도 잘 알고 있었다.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기에 기어코 병실을 송하나의 바로 옆방으로 옮겨달라고 고집을 부렸다. 이러면 송하나를 보러 오기도 편하니까.최시훈이 침대에 누워있는 송하나를 쳐다봤다. 두 눈에 애틋함과 걱정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더 있어봤자 어색함과 불편함만 더할 뿐이라는 걸 알기에 씁쓸함을 억누르고 조용히 병실을 나섰다.복도 끝, 최태주가 자리를 뜨지 않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훈아.”최시훈이 다가가자 최태주가 그를 불렀다. 평소의 엄함은 사라지고 의미심장함이 묻어나는 말투였다.“얘기 좀 하자.”부자가 인적이 드문 창가로 걸어갔다. 최태주가 아들의 냉철한 옆모습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거 나도 알아. 좋은 아이더구나. 그럴 만한 가치가 있어.”그러더니 갑자기 세상을 꿰뚫어 보는 듯한 날카로움이 섞인 말투로 말을 이었다.“하지만 저 아이 곁에 이미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지 직접 봤지? 이강우는 자기 몸을 던져 칼을 막았고 차정원도 기꺼이 목숨을 걸었어. 게다가 심성빈은 모든 걸 불사르더구나... 모두들 최선을 다해서 저 아이를 지켜주고 있어.”창밖을 내다보는 최태주의 눈빛이 아득해졌다. 깊은 밤 너머 그도 잊고 살았던 과거가 보이는 듯했다.“예전엔 나도 너한테 무조건 쟁취하라고 했지. 최씨 가문의 아들이라면 원하는 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평생을 그리워했던 여인의 마음속에 최태주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 후 생각도 함께 바뀌었다.최태주가 눈을 감았다. 말투에 감춰두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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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5화

최태주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투가 부드러우면서도 진지했다.“알았어. 시간을 줄게. 네가 마지막에 어떤 결정을 내리든 아버지는 네 편이야. 단 하나만 명심해.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우지 말고 그 아이를 곤란하게 하지 마.”최시훈의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병실 안, 차정원은 단 한순간도 자리를 뜨지 않고 곁을 지켰다.혹시나 송하나가 깨어난 후 몸에 밴 살기와 핏자국 때문에 놀랄까 봐 사람을 시켜 깨끗한 옷을 가져오라고 했다. 초췌한 몰골을 씻어버리고 나니 다시 예전의 점잖고 다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하지만 눈에 맺힌 핏발과 미간에 서린 짙은 수심은 조금 전까지의 긴박했던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차정원은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송하나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았다.뽀얀 얼굴에 채 가시지 않은 부기, 손목을 감싼 두툼한 붕대, 미간에 맺혀 있는 두려움을 보고 있자니 누군가 심장을 꽉 움켜쥐는 것처럼 아팠다. 송하나가 겪은 모든 통증과 두려움을 대신 짊어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얼마나 지났을까, 침대 위의 송하나가 속눈썹을 심하게 떨더니 거칠고 불규칙한 숨을 내뱉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무의식중에 오그라들며 시트를 쥐어뜯었다.“가지... 마...”몽롱한 의식 속에서 터져 나온 한마디가 사람의 마음을 미어지게 했다.바로 그때 송하나가 치명적인 위협을 막아내려는 듯 팔을 휘저었다. 움직이면서 손목의 상처를 건드렸는지 극심한 통증에 의식을 차리지 못한 와중에도 신음을 토해냈다.그 모습에 차정원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심장이 찔린 것처럼 아팠다.즉시 손을 내밀어 그녀의 다친 손목을 피해 떨고 있는 몸을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한 손으로는 허공을 휘젓는 그녀의 팔을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면서 계속 다독였다.“무서워하지 마, 하나야. 나 정원이야. 내가 여기 있어. 지금 병원이라서 안전해. 그 나쁜 놈은 잡혔으니까 이제 아무도 널 해치지 못해. 내가 계속 옆에 있어 줄게.”익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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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6화

이혼 도장을 찍은 날부터 송하나는 이강우와 완전히 남남이 되기로 결심했다. 어떤 인연도 이어가고 싶지 않았고 조금의 빚도 지기 싫었다.하지만 목숨을 구해준 이 은혜는 너무나 무거웠다.만약 이강우가 잘못되기라도 했다면 갚을 길 없는 이 빚을 남은 인생 동안 어떻게 감당하며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을 것이다.차정원이 송하나의 눈동자에 어린 복잡한 감정을 단번에 읽어냈다. 마음 한구석이 흔들렸지만 그래도 차분하게 다독였다.“이 대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출혈이 좀 심하긴 했는데 다행히 급소는 피했어. 수술도 잘 끝났고. 한동안 푹 쉬면 금방 회복할 거야.”이강우가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송하나는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하늘 위 전용기 안.심성빈이 눈을 감은 채 가죽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살짝 찌푸려진 미간에 피로가 가득했다.비서가 옆에 서서 낮은 목소리로 상황을 보고했다.“대표님, 병원에서 연락이 왔는데 송하나 씨가 의식을 되찾았고 별문제 없을 거랍니다.”그 말을 듣고서야 심성빈이 빳빳이 폈던 어깨를 늘어뜨렸고 손가락에 힘을 풀어 손잡이를 느슨하게 잡았다.비서가 그의 안색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그리고 강현 본사 쪽 이사진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다들 아주 강경한 태도로 대표님더러 당장 돌아가 직접 설명하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대표님의 아버님한테서도 연락이 왔었어요. 말투가 아주 엄하시더라고요.”비서가 잠깐 멈칫했다가 목소리를 한층 낮췄다.“먼저 강현으로 돌아가 이 일들을 처리하시는 게 어떨까요? 송하나 씨 옆에는 차 변호사님이 계시니 별일 없을 거예요.”기내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심성빈이 모를 리 없었다. 그 발표문이 그를 어떤 곤경에 빠뜨릴지, 심하 그룹에 얼마나 큰 위기를 초래할지 말이다.지금 강현 본사에 심성빈을 지켜보는 눈이 아주 많았고 그가 돌아가 사죄하고 해명하기만을 기다렸다.심지어 회사 일에 손을 뗐던 아버지까지 직접 나섰다. 그 압박감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었다.하지만 심하 그룹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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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7화

심성빈이 침대 옆으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송하나에게서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몸에 남은 끔찍한 상처들을 훑었다.그가 침을 삼키고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하나야, 좀 어때? 많이 힘들어? 상처 아직도 아파?”송하나는 심성빈을 안심시키려고 웃으면서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괜찮아요. 의사 선생님이 찰과상이랑 가벼운 뇌진탕 정도라니까 좀 쉬면 금방 나을 거예요.”심성빈이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상처를 가까이에서 보니 사진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그가 다쳤을 때보다 천배 만배 더 아팠다.그의 눈동자에 맺힌 안타까움과 숨길 수 없는 피로를 본 송하나는 심성빈이 그녀를 구하기 위해 심하 그룹이 초유의 위기에 처할 정도의 발표문을 올렸던 일이 떠올랐다. 그 순간 죄책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미안해요, 성빈 씨... 나 때문에 심하 그룹까지 이렇게 큰 손해를 입고...”심성빈이 즉시 고개를 저었다.“하나야, 그런 말 하지 마.”그가 손가락으로 송하나의 다치지 않은 손을 잡으려다 너무 갑자기 잡으면 놀랄까 봐 멈칫하고는 다시 묵묵히 거두었다.“사과해야 할 사람은 나야. 뒤처리를 깔끔하게 하지 못해서 널 이런 위험으로 몰아넣었어.”심성빈이 시선을 늘어뜨렸다. 두 눈에 자책과 후회가 소용돌이쳤다.그 당시 옆 도시에서 부하들이 납치범의 행적을 발견했었다. 그때 사람을 더 보내지 않고 중도에서 그만둔 바람에 상대에게 틈을 주고 말았다.가짜 약 유통망을 소탕하는 일은 심성빈과 송하나가 함께 진행했던 일이었다.납치범의 표적은 애초부터 송하나와 심성빈이었다. 다만 심성빈을 감히 건드릴 수 없어 차선책으로 약한 그녀에게 칼날을 겨누고 분풀이한 것이었다.따지고 보면 송하나가 입은 상처의 절반은 심성빈을 대신해 입은 거나 다름없었다. 그 생각만 해도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것처럼 아팠다.원망과 후회가 마음속에서 뒤섞였다. 심성빈의 눈에 서린 자책감이 그를 당장이라도 집어삼킬 듯했고 병실 안의 공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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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8화

심성빈은 송하나를 그윽하게 바라봤다. 가슴 속을 파고드는 애틋함과 아쉬움을 억지로 억누르며 성큼성큼 병실을 나섰다.들어와서 나가기까지 고작 십 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다.강현으로 돌아가는 길.심성빈이 좌석에 몸을 기댄 채 두 눈을 감고 있었다. 미간에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수심이 맺혀 있었고 주변에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조금 전 비서가 전한 말에 따르면 아버지는 이미 그에게 최후통첩을 내린 상태였다. 지금 당장 강현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심성빈을 찾으러 제연으로 오겠다고 했다.그 말에 심성빈은 마음이 철렁했다. 아버지는 평소 회사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런 사람이 이토록 강경하게 나온다는 건 무언가를 알아낸 게 분명했다.만약 아버지가 이번의 광기 어린 행동이 고작 한 여자를 위한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면 그 결과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심성빈은 아버지의 질책이나 처벌 같은 건 두렵지 않았다. 송하나에게 피해를 주는 게 두려웠기에 서둘러 돌아가 모든 비난의 화살을 홀로 받아낼 생각이었다.차정원이 병실로 돌아왔을 때 송하나가 혼자 있었다.“배고프지? 뭐 좀 먹어.”그가 다정한 얼굴로 침대 옆으로 다가와 간이 테이블을 익숙하게 펴고 음식을 세팅했다. 죽을 한 숟가락 떠서 호호 분 뒤 송하나의 입가에 가져갔다.송하나가 입을 벌리면서 무심코 차정원의 손을 보게 되었다.마디가 굵고 선이 고운 손가락 여기저기에 생긴 상처들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그의 다정하고 세심한 행동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었다.그녀가 음식을 넘기다가 잠시 멈칫하더니 갑자기 손을 내밀어 차정원의 손목을 잡았다.그 순간 차정원이 그대로 얼어붙었다.“손이...”송하나의 시선이 상처에 고정되었다. 미간을 찌푸리고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왜 이래요? 어쩌다 다친 거예요?”차정원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으나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손을 빼내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별거 아니야. 실수로 부딪혔어.”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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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9화

그 후로 며칠 동안 차정원은 모든 일을 제쳐두고 계속 병실에서 송하나의 곁을 지켰다.옆 병실.이강우의 상처가 낫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됐다. 늘 마음이 불안했고 송하나를 그리워했기 때문이었다.등 뒤의 붕대가 자꾸 피로 물들었고 안색도 날이 갈수록 창백해졌다. 하지만 육체의 통증보다 그를 더 괴롭히는 건 마음 깊은 곳에서 일렁이는 미련과 후회였다.이강우는 이제야 뼈저리게 깨달았다. 예전처럼 강압적이고 집요하게 매달렸던 태도가 오히려 송하나를 더 멀어지게 만들었다는 것을. 그녀의 곁에 머물고 싶다면 자세를 낮추고 오만함과 집착을 모두 내려놓아야 했다.그날 이후 이강우는 전략을 바꿨다. 더는 무작정 송하나를 찾아가지 않았다.그저 가끔 송하나의 병실 문 앞으로 몰래 가서 유리창 너머로 그녀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했다.그렇게 눈에 담고 나면 다시 소리 없이 병실로 돌아갔다.사실 송하나도 그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너무나 뜨겁고 또 집착이 너무나 강해서 외면하려야 외면할 수 없었다.그날 오후 차정원이 의사가 처방한 약을 타러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송하나가 병실에 홀로 남아 있었다.간호사가 수액을 놓으려고 병실로 들어왔다. 소독을 마친 그때 문밖에서 익숙한 시선이 느껴졌다. 따스하면서도 비굴한 시선이었다.송하나가 병실 문의 유리창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니나 다를까 이강우의 모습이 보였다.이강우가 송하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는데 두 눈에 복잡한 감정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갈망, 자제력,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 그리고 조심스러운 애원이었다.송하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옆에 있던 간호사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저 문 앞에 계신 분더러 들어오라고 해주세요.”간호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문 쪽으로 다가가 몇 마디 전했다.그 말을 듣자마자 이강우는 온몸이 굳어버렸고 눈가에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환희가 스쳤다.그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발소리를 죽인 채 천천히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소리를 내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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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0화

“내가 경솔했어. 난 그냥... 네가 너무 걱정돼서...”조심스러운 이강우의 모습에 송하나는 마음이 복잡해졌다.과거 결단력 있고 강압적이며 오만하기 짝이 없던 이강우가 언제 이런 비굴한 태도를 보인 적이 있었겠는가?송하나가 놀랄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라니...하지만 어떤 말은 명확히 해야 했고 어떤 선은 확실히 그어야 했다.“강우 씨,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요.”송하나의 목소리나 낮았으나 귀에 정확히 때려 박혔다.“결혼 4년 동안 상처를 받았고 자궁 외 임신으로 출혈이 심해져 죽을 뻔도 했어요. 그건 평생 잊을 수 없는 고통이에요.”이강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입술을 달싹였으나 한마디도 할 수 없었고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하지만.”송하나의 말투가 한층 더 냉랭해졌다.“이번에 나 대신 맞은 칼이 과거의 모든 빚을 상쇄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이제 우리 사이에 남은 건 아무것도 없어요. 강우 씨도 나한테 빚진 게 없고 나 역시 강우 씨한테 빚진 게 없어요.”그녀가 잠시 멈칫했다가 이어 말했다.“이혼할 때 나눠준 재산 한 푼도 건드리지 않았어요. 그땐 강우 씨가 돈으로 보상하고 싶어 했고 난 숨 막히는 결혼 생활을 빨리 끝내고 싶어서 사인했던 거예요. 기회를 봐서 다 돌려주려고 했는데 이참에 다 돌려줄게요.”송하나의 말들이 독이 묻은 비수가 되어 이강우의 심장을 깊숙이 찔렀다.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전해진 극도의 한기에 눈앞이 다 캄캄해졌다.“하나야...”이강우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고 벌겋게 충혈된 두 눈에 순식간에 눈물이 고였다. 그는 눈물을 떨어뜨리지 않으려 온 힘을 다해 참았다.“알아... 내가 너한테 얼마나 깊은 상처를 줬는지. 이 칼이 내 목숨을 빼앗아갔다 해도 네가 겪었던 고통의 만분의 일도 안 된다는 거 잘 알아.”이강우가 고개를 들어 송하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눈동자에 절망과 함께 모든 것을 건 듯한 애원이 서려 있었다.“나한테서 이미 마음이 떠났다는 것도, 마음을 다시 돌릴 자격도 없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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