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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701 - Chapter 710

831 Chapters

제701화

안다미는 송하나의 온화한 얼굴을 보며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안함을 느꼈다.결국 옷을 받아들고 몰래 다짐했다. 그녀를 롤모델로 삼으리라.언젠간 자신도 강한 사람으로 거듭나 호의에 보답하는 날이 오기를.송년회 당일 밤, 차정원은 직접 운전해서 송하나를 호텔까지 데려다주었다.연구 업무의 특수성과 보안 유지 때문인지, 이런 내부 행사는 대개 가족 동반을 허용하지 않았다.마침 중요한 의뢰인을 만날 일이 있었던 지라 그는 일부러 약속 장소를 호텔 근처로 잡았다.그렇게 하면 일을 처리하는 와중에 송하나의 곁을 지키며 만약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차는 호텔 입구에 유유히 멈춰 섰다.운전석에서 내린 차정원이 조수석으로 걸어와 문을 열어주었다.그는 고개를 숙여 정중하면서 다정한 어조로 말했다.“안에 사람 많으니까 조심해. 모르는 사람이 주는 술이나 음료는 손대지 말고, 끝나기 전에 연락하면 데리러 올게. 무슨 일이 생기면 즉시 전화하고. 근처에 있으니까 금방 도착해.”송하나는 걱정으로 가득한 남자의 눈빛을 보며 까치발을 들어 살포시 입을 맞추었다.“안심해요. 알아서 잘 처신할 테니까. 정원 씨도 마음 놓고 가서 일 봐요. 내 걱정은 하지 말고.”차정원의 표정이 한결 누그러졌다. 초조했던 마음도 입맞춤 한 번에 눈 녹듯 사라졌다.그는 화려한 조명이 빛나는 호텔 정문으로 향하는 송하나를 묵묵히 지켜보았다.회전문 너머로 가녀린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시선을 거두었다.송하나가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 휴게실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안다미가 소파에서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그녀에게 달려왔다.그러고는 다정하게 팔짱을 꼈다.“언니, 왜 이렇게 늦었어요?”안다미는 화사한 원피스 차림에 정성 들인 화장까지 더해져 발랄하고 귀여운 느낌이 한층 부각되었다.하지만 차가운 손끝과 잔뜩 솟은 승모근이 그녀의 긴장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이렇게 고급스러운 장소는 처음이라 은근히 긴장되네요. 손에 땀 좀 봐요.”송하나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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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2화

얼마 지나지 않아 연회장 내 공기가 다시 한번 미묘하게 일렁였다.연구 센터의 핵심 후원사 대표 자격으로 이강우가 화려하게 입성한 것이다.아직 채 아물지 않은 등 쪽의 상처가 통증을 유발했지만, 그는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버텼다.몸에 딱 맞게 재단된 블랙 슈트 덕분에 불편한 기색은 완벽히 가려졌고, 주변에는 서늘하고도 강인한 아우라가 감돌았다.그의 시선은 연회장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빠르게 송하나를 쫓았다.잠시 후, 마침내 저 멀리서 청초하고 가냘픈 실루엣을 발견했다.턱을 괴고 있는 그녀의 손목에서 반짝이는 낯선 팔찌를 보는 순간, 눈동자에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본래 장신구 따위엔 눈길도 주지 않던 사람이었다.손목의 흉터를 감추기 위함일까, 아니면 이 팔찌를 선물한 이가 그만큼 특별한 의미라도 되는 걸까.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구심이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그의 심장을 콕콕 찔러댔다.송하나는 과일 주스만 들이켰더니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이내 안다미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볼일을 보고 나오던 찰나, 마주 오던 심성빈과 정면으로 맞닥뜨렸다.심플한 그레이 슈트 차림의 그는 온화하면서도 기품이 흘렀으나, 피곤한 듯 안색이 약간 어두웠다.분명 강현에서 부랴부랴 달려왔을 것이다.그의 시선이 송하나의 얼굴에 머물렀다.미련이 가득한 눈동자와 달리 목소리만큼은 여전히 다정하고 절제되어 있었다.“몸은 좀 어때? 이제 완전히 다 회복된 건가?”송하나는 걸음을 멈추고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해 주신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요. 성빈 씨는 어때요? 심하 그룹 일은 잘 해결됐나요?”송하나가 넌지시 물었다.“단순히 해결된 정도가 아니라, 이번 기회에 내부 정비까지 확실히 마쳤어.”송하나가 가볍게 맞장구를 쳤다.“참 다행이네요.”심성빈은 평온하기만 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속으로 짐작했다.이번에 심하 그룹이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 송하나가 뒤에서 손을 써준 덕분일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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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3화

송하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몸을 피하고는 완곡하게 거절했다.“휴대폰 배터리가 없어서 힘들 것 같아요.”상대가 눈치껏 물러나 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남자는 그녀의 말뜻을 전혀 알아듣지 못한 듯, 불쾌한 생색과 유혹을 섞어가며 끈질기게 달라붙었다.“괜찮아, 내 번호 외워두면 되지. 보니까 얼굴이 낯선데, 연구 센터 실습생인가? 내가 거기 교수들이랑 보통 사이 아니거든. 나랑 친구 하면 나중에 졸업하고 여기서 계속 일하게 힘 좀 써줄 수도 있는데, 어때?”송하나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눈동자에는 혐오감이 가득 찼다.“됐어요. 필요 없으니까.”그녀는 단칼에 거절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안다미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눈앞의 남자와 더는 실랑이를 벌이기 싫었다.자신의 제안이 먹히지 않는 데다 쌀쌀맞게 거절까지 당하자, 남자는 무안했는지 곧장 뒤쫓아오며 오만하고 짜증 섞인 말투로 내뱉었다.“호의를 베풀 때 적당히 하지? 나 참, 좋은 뜻으로 도와주겠다는데 왜 이렇게 튕겨? 본인 실력만으로 이 연구 센터에 남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 텐데? 나랑 잘 지내면 취업은 물론이고, 돈도 섭섭지 않게 챙겨줄 거야.”그는 송하나의 앳된 외모만 보고 그저 대학원생쯤으로 치부했다.나름 괜찮은 마스크에 든든한 집안 배경까지 갖추었기에 그간 자신의 조건을 보고 먼저 다가온 여학생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제 딴에는 눈에 띄는 미모를 가진 그녀에게 특별히 ‘치트키’를 하나 던져준 셈이었다.그런데 감히 호의를 무시하고 청순한 척 내숭을 떨며 밀당을 하려 들다니, 기분이 너무 불쾌했다.송하나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손가락 마디가 하얘질 정도로 주먹을 꽉 쥔 채 당장이라도 테이블 위의 음료를 남자의 면상에 끼얹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하지만 이곳은 연구 센터의 송년회 자리였다.소란을 피웠다가는 기관에 폐를 끼칠뿐더러 본인에게도 득이 될 게 없었다.그녀는 분노를 억누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어떻게든 이 끈질긴 추궁에서 벗어나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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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4화

말을 마침과 동시에 남자를 반쯤 붙들어 매다시피 부축하고는, 더 이상 송하나에게 수작을 걸지 못하도록 서둘러 연회장을 빠져나갔다.그제야 이강우는 송하나를 돌아보았다.주위를 감돌던 서슬 퍼런 기운은 순식간에 잦아들었고, 날카롭던 기세마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 모습은 어딘지 조심스럽고 온순해 보이기까지 했다.마치 날카로운 발톱을 숨긴 맹수처럼.“괜찮아?”송하나의 안색도 차츰 밝아졌으나 눈빛만은 여전히 서늘하고 무심했다.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까딱하며 인사를 건넸다.“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표님.”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일말의 미련도 없이 몸을 돌렸다.더 이상 인사치레도 없이 곧장 빈자리를 찾아가 앉았다.이강우는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다가갈 기회를 엿보았지만, 끝내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멀지 않은 곳에서는 안다미가 이미 선비 같은 남자와 연락처를 주고받은 뒤였다.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얼굴에는 옅은 미소와 함께 발그레한 홍조가 감돌았다.풋풋하고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송하나는 조금만 앉아 있다가 몰래 빠져나갈 생각이었다.사람이 워낙 많으니 아무도 자신을 신경 쓰지 않을 거라 믿으면서.바로 그때, 연회장의 음악이 갑자기 부드럽고 감미롭게 바뀌더니 스피커를 통해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여러분, 이제부터 무도회 시간을 갖겠습니다. 마음에 둔 파트너를 초대해 로맨틱한 시간을 함께 즐겨주시기를 바랍니다!”안내 멘트가 끝나자 연회장은 순식간에 활기로 가득 찼다.여기저기서 솔로 남녀들이 일어나 각자 호감 있는 상대에게 춤을 청했고, 분위기는 금세 후끈 달아올랐다.선비 같은 남자는 얼굴을 붉히며 용기를 내어 안다미를 바라보았다.“저랑... 춤 한 번 추시겠어요?”안다미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손바닥 위에 살며시 손을 얹었다.두 사람은 나란히 무대로 향했고, 서툴지만 다정한 몸짓은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할 만큼 사랑스러웠다.한편, 진서영은 드디어 상사들과 대화를 마친 최시훈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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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5화

이강우가 내밀었던 손은 갈 곳을 잃은 채 허공에서 그대로 굳어버렸다.한껏 기대하던 얼굴은 처참히 일그러졌고, 고통과 상처가 고스란히 묻어났다.심성빈과 맞잡은 송하나의 손이 마치 가시라도 된 듯 그의 눈을 아프게 찔렀다.목구멍이 꽉 막혀오며 호흡마저 가빠졌다.최시훈도 씁쓸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마치 예견이라도 한 결과인 듯 끝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당연히 거절당할 거로 알고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에 남은 일말의 미련이 끝내 그로 하여금 손을 뻗게 했다.비록 돌아온 게 텅 빈 공허함뿐이었을지라도.심성빈은 송하나의 손을 부드럽게 이끌며 천천히 무대로 들어섰다.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살포시 잡았다.그는 시종일관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신사적인 면모와 다정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두 사람의 실루엣이 교차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았다.송하나의 청초하고 단아한 분위기와 심성빈의 부드럽고 고귀한 자태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순식간에 연회장 안의 모든 시선을 사로잡았다.무대 위의 남녀를 지켜보던 이강우는 참담한 심정을 달리기 위해 구석에서 연거푸 독주를 들이켰다.목구멍을 태우는 듯한 매캐한 알코올 기운조차 가슴을 헤집어놓는 고통과 질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한편, 진서영은 연신 심호흡하며 씁쓸한 마음을 달랬다.이내 표정을 가다듬고 다시 최시훈에게 다가갔다.“오빠, 송 연구원님은 벌써 파트너가 있는 것 같은데... 저랑 춤 한 번 추시겠어요?”최시훈은 평온한 기색으로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미안, 갑자기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겨서 다음에 보자.”곧이어 고개를 까딱하고는 연회장 밖을 향해 걸어 나갔다.진서영은 그 자리에 망연자실하게 서 있었다.얼굴은 처참하게 일그러졌고, 두 눈에 억울함과 수치심이 가득했다.그에게 자신은 ‘차선책’조차 되지 못한 존재라니.이때, 평소 그녀와 가깝게 지내며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빠른 여학생 몇 명이 슬그머니 다가왔다.“송하나 진짜 보통내기가 아니네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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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6화

여자는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결국 겁에 질린 나머지 황급히 미소를 거두고는 허둥지둥 자리를 떠났다.한 곡이 끝나고 음악이 점점 잦아들었다.심성빈은 여전히 송하나의 허리춤에 손을 살짝 댄 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한 곡 더 출까?”그의 말투에는 스스로도 미처 깨닫지 못한 일말의 미련이 섞여 있었다.송하나는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좀 힘드네요.”심성빈은 강요하지 않고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알았어. 가서 쉬어.”송하나가 무대에서 내려가자 심성빈도 흥미를 잃은 듯, 뒤이어 쏟아지는 춤 제안을 일절 거절했다.주위를 둘러보던 송하나는 아까 그 선비 같은 남자와 무대 근처에서 한창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안다미를 발견했다.눈매가 휘어질 정도로 환하게 웃는 모습은 다른 걸 신경 쓸 겨를이 전혀 없어 보였다.그녀는 더 이상 이곳에 머물고 싶지 않았고, 한창 신이 난 안다미를 방해하기 싫어 혼자 자리를 뜨기로 결심했다.이내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연회장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근처에 다다랐을 때,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최시훈을 발견했다.그는 연회장을 등진 채 낮은 목소리로 통화하고 있었고, 아무래도 급한 용무를 처리하는 듯했다.그렇다고 상사의 면전에서 몰래 빠져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문득 화장실 옆에 호텔 외부로 바로 연결되는 비상 통로가 있다는 사실이 떠오르자, 즉시 발길을 돌렸다.비상 통로 입구에 들어서자 매캐한 담배 연기가 확 끼쳐 왔다.아까 그녀를 끈질기게 괴롭혔던 남자가 벽에 기대 짜증 가득한 얼굴로 담배를 피워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정면으로 딱 마주치고 말았다.남자는 송하나를 발견하자마자 눈이 반짝 빛났다.아까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가 거절당한 데다 엉뚱한 놈 때문에 술까지 뒤집어썼던 터라 속이 부글부글 끓던 참이었다.하지만 청초하고 아름다운 여자의 미모를 보니 마음속 깊은 곳에서 뒤틀린 소유욕이 다시금 치밀어 올랐다.송하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속으로는 아차 싶었다.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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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7화

송하나의 힘은 그리 센 편이 아니었다.하지만 이강우는 혹여나 그녀가 다칠까 봐 허공을 가르려던 주먹을 우뚝 멈추고는 힘없이 떨어뜨렸다.주변을 감싸고 있던 살기가 차츰 가라앉고, 핏발 섰던 눈동자에도 이성이 돌아오기 시작했다.그녀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온기에 이성이 서서히 돌아왔다.이내 남자의 멱살을 움켜쥐고 있던 손을 놓아주었다.바닥에 널브러진 사내는 피범벅이 된 얼굴을 감싸 쥐고 꼴사납게 뒤로 엉금엉금 도망쳤다.어느 정도 거리를 벌려 안전을 확보했다고 생각하자, 갈라진 목소리로 여전히 허세를 부려댔다.“딱 기다려! 당장 우리 외삼촌한테 전화할 거니까. 오늘 여기서 곱게 나갈 생각은 하지 마.”이강우의 눈빛이 다시 서늘하게 가라앉으며 앞으로 나서려 했다.그때, 송하나가 손을 들어 가로막더니 남자를 향해 다가갔다.눈을 깔고 내려다보는 시선은 서늘하다 못해 고요하기까지 했다.“후회 안 해요?”남자가 멍하니 그녀를 올려다보았다.송하나는 남자를 빤히 쳐다보며 차분하고도 낮은 어조로 덧붙였다.“그쪽 외삼촌이 조카가 ‘성폭행 미수범’이라는 사실을 온 세상 사람이 알아도 상관없다면, 나도 판을 한 번 제대로 키워볼까 하거든요.”남자의 안색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내 말은 당신이 성추행 미수범이고, 이 분은 그저 범죄를 막으려던 ‘의인’이라는 뜻이죠. 법적 절차대로 진행하면 구류 아니면 실형까지 갈 텐데, 과연 외삼촌이 범죄자 조카 하나 때문에 자신의 앞날을 포기할까요?”“헛소리 마! 네가 성추행당했다는 증거 있어?”남자는 목을 뻣뻣하게 세우며 우겨댔다.이곳이 CCTV 사각지대라는 점을 이용해 송하나가 아무런 증거도 내놓지 못할 거라 확신했다.오히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자신의 몰골이야말로 확실한 물증이니 나중에 진술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했다.송하나는 대답하는 대신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화면 속에는 방금 찍힌 영상 하나가 재생되고 있었다.앵글이 다소 흔들리긴 했으나 남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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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만약 일이 정말 커진다면 본인이 감옥 가는 건 둘째치고, 외삼촌의 앞길까지 망치게 되어 득보다 실이 훨씬 컸다.결국 기세가 한풀 꺾인 남자는 피범벅이 된 얼굴을 감싸 쥐고 간신히 일어나더니, 찍소리조차 못 하고 허둥지둥 도망쳤다.단 1초라도 늦었다간 더 큰 화를 입을까 겁이 난 모양이었다.남자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송하나는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제야 긴장의 끈이 서서히 풀렸다.이강우는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서서 그녀를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지금까지는 그저 차갑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여자라고만 생각했었다.방금처럼 여우같이 수를 쓰고, 진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섞어 상대를 겁주는 모습은 처음이었다.생동감 넘치는 영특함에 이강우의 가슴 한구석이 뜨겁게 달아올랐다.어느덧 그녀를 바라보는 눈동자에 애틋함과 놀라움이 뒤섞였다.송하나는 휴대폰을 가방에 집어넣고는 그대로 자리를 뜨려 했다.하지만 걸음을 옮기자마자 이강우가 그림자처럼 바짝 뒤따라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녀는 우뚝 멈춰서더니 몸을 돌려 미간을 찌푸렸다.“왜 따라와요?”이강우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마치 버림받은 대형견처럼 처량한 얼굴에는 낙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그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디 가는데?”송하나의 어조는 평온했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남자친구 찾으러요.”이강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어떻게 해야 사람 속을 뒤집어놓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그녀였다.결국 한참이 지나서야 낮게 깔린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래.”송하나가 다시 몸을 돌려 떠나려던 찰나, 이강우가 신음을 내뱉으며 허리를 앞으로 숙였다.얼굴은 잔뜩 찌푸렸고, 이마에서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송하나는 무의식적으로 그를 돌아보며 미간을 좁혔다.이강우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갈라진 목소리는 묘하게 늘어지며 애처로운 느낌이 묻어났다.“등 한번 봐줄래? 아무래도 상처가 다시 터진 것 같아.”말을 마치고 슈트 재킷을 벗자 하얀 셔츠가 드러났다.등 부분은 이미 시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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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9화

송하나의 미간이 더욱 깊게 팼다.“그럼 호텔 직원이라도 불러요.”주은호는 더욱 곤란한 기색을 내비치며 서둘러 해명했다.“지금 송년회가 한창이라 직원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요. 아마 당장은 사람 빼기가 힘들 텐데...”“그럼 병원으로 보내요.”송하나는 단호하게 말하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나가려 했다. 더는 이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하지만 걸음을 내딛자마자 뒤편에서 억눌린 신음이 들려왔다.곧이어 주은호의 당황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대표님!”송하나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이내 뒤를 돌아보자, 이강우는 종잇장처럼 창백한 안색으로 두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호흡마저 가늘어진 것이 금방이라도 의식을 잃을 듯 위태로워 아까보다 상태가 훨씬 심각해 보였다.주은호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송하나를 바라보았다.간절한 목소리에는 애원이 가득 담겨 있었다.“대표님이 피를 너무 많이 흘리셨어요. 여기서 더 지체하다간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정말 큰일 납니다! 제발, 제발 한 번만 도와주세요. 우리 대표님 좀 살려주세요!”송하나는 눈앞의 무기력한 남자를 내려다보며 차마 모질게 마음을 먹지 못했다.애당초 자신을 구하려다 생긴 상처라는 사실을 부정할 순 없으니.게다가 방금 비상 통로에서 그 남자가 무례하게 굴려던 걸 막아준 사람도 이강우였다.잠시 침묵하던 그녀는 결국 발길을 돌렸다.“...가위 줘요.”주은호는 십년감수한 표정으로 얼른 구급상자에서 가위를 찾아 건넸다.송하나는 가위를 받아 들고 허리를 숙여 피에 젖어 등에 달라붙은 셔츠를 잘라낸 뒤 더러워진 붕대를 풀어냈다.피범벅이 된 상처가 여실히 드러났다. 아물었다 터지기를 반복한 듯 가장자리가 짓무른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만큼 참혹했다.그때, 이강우가 슬그머니 눈을 뜨더니 주은호에게 은밀히 눈짓을 보냈다.상사의 신호를 단박에 알아챈 주은호는 발소리를 죽여 밖으로 나갔고, 눈치 있게 휴게실 문까지 꼭 닫아주었다.송하나는 구급상자에서 포비돈 요오드와 지혈 솜을 꺼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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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잠시 후, 주은호가 깨끗한 셔츠를 받쳐 들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대표님, 차 준비됐습니다. 병원에 가서 다시 한번 검사를 받아보시는 게 좋겠어요. 상처에 큰 이상은 없는지 확인도 할 겸...”“됐어.”이강우의 손끝은 여전히 붕대 위에 머물러 있었다. 마치 세상에 둘도 없는 진귀한 보물을 만지는 듯.그녀가 직접 감아준 것이었기에 풀어내기가 아까웠다.주은호는 멈칫하더니 그의 손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그러고는 뒤늦게 무언가를 깨닫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한편, 송하나는 비상 통로를 가로질러 빠르게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곧이어 휴대폰을 꺼내 차정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울리기도 전에 통화가 연결되었다.“하나야.”수화기 너머로 그의 목소리와 함께 약간의 소음이 들려왔다.송하나의 말투가 한결 누그러졌다. 본인조차 알아채지 못한 변화였다.“정원 씨, 저 끝났어요.”“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차정원과 통화하느라 여념이 없는 그녀는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심성빈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그는 다정한 시선으로 송하나의 뒷모습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조금 전 춤을 추고 나서 연구 센터 교수에게 붙잡혀 대화를 나누는 바람에 시간이 지체되었다.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이미 그녀는 시야에서 사라진 뒤였다.구석에서 말없이 독주를 들이켜던 이강우와 함께.송하나가 걱정되어 주위를 살피던 와중에 마침 이강우의 비서가 전화를 받더니 급히 직원에게 구급상자를 빌려 화장실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을 목격했다.그래서 조용히 뒤를 쫓았고, 덕분에 휴게실 안에서 벌어진 모든 상황을 모조리 지켜보게 되었다.하지만 그는 끝내 방해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한때 오만하고 안하무인이던 남자가 송하나의 시선 한 번 받으려고 몸까지 낮추며 불쌍한 척 연기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심성빈은 믿기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충분히 이해가 갔다.‘만약 나라면...’고작 칼에 한 번 찔리는 것으로 그녀와 단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송하나의 곁에 머물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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