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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691 - Chapter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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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1화

이강우가 떠난 뒤 송하나는 침대에 홀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한참이 지나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이강우,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아주.’송하나의 옆에 남기 위해 자존심까지 다 버리고 황당하기 짝이 없는 비굴한 말을 내뱉었다.이강우의 광기 어린 집착에 송하나는 무력감과 두려움이 밀려왔다.그때 문밖에서 들려오는 발소리가 그녀의 생각을 멈추게 했다.병실 문이 열리더니 차정원이 약봉지를 들고 앞장서 들어왔다. 그 뒤를 따라 기품 있는 중년 부부가 모습을 드러냈다.바로 임 대장과 그의 아내였다.임 대장은 사복 차림이어도 여전히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고 두 눈에 군인 특유의 예리함과 중후함이 담겨 있었다.나윤정이 단아한 원피스 차림으로 우아한 기품을 뽐냈다.두 사람 뒤로 수행원들이 꽃바구니와 각종 선물들을 들고 따라 들어왔다.“하나야.”차정원이 침대 옆으로 재빨리 다가가 약봉지를 침대 머리맡에 내려놓으며 설명했다.“아까 아래층에서 약을 타다가 마침 두 분을 만났어. 널 보러 오셨다길래 같이 올라온 거야.”말이 끝나자마자 나윤정이 빠르게 다가와 송하나의 손을 잡았다. 손끝에서 온기가 전해졌고 말투에도 그녀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다.“드디어 만났구나. 몸은 좀 어때? 아직도 아파? 얼굴이 왜 이렇게 창백해?”송하나가 나윤정의 손을 맞잡고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많이 좋아졌고 이젠 별로 안 아파요. 빈손으로 오시지, 뭘 이렇게 많이 사 오셨어요?”옆에 있던 임 대장이 진지하면서도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원이가 가장 아끼는 사람이면 우리한테도 중요한 사람이야. 다쳤는데 당연히 와 봐야지.”“정원이?”송하나가 놀란 얼굴로 옆에 있는 차정원을 올려다보았다. 차정원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른 순간 송하나는 그들의 관계가 예사롭지 않음을 직감했다.그녀의 시선에 차정원이 나직이 덧붙였다.“아저씨가 인맥을 총동원해서 큰 도움을 주신 덕분에 널 빨리 찾을 수 있었어.”그 말에 송하나가 황급히 임 대장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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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송하나는 가슴을 짓누르던 무거운 돌덩이가 사라진 것만 같았다. 임 대장에게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정말 감사합니다, 아저씨.”나윤정이 송하나의 손을 잡고 일상적인 얘기를 나눴다. 시선이 계속 송하나의 얼굴에 머물렀다. 그러다가 갑자기 한숨을 내쉬더니 감회에 젖은 말투로 말했다.“하나야, 널 보면 참 친근감이 들어. 자꾸만 옛 친구가 생각나거든.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친구는 박복해서 일찍 저세상으로 가버렸어...”목소리에 배인 슬픔에 송하나는 마음이 흔들려 저도 모르게 이렇게 물었다.“그분 성함이 뭐예요?”나윤정이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이 말했다.“임서희라고 대학교 룸메이트였어.”송하나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엄마?”이번에는 나윤정이 경악했다. 송하나의 손을 덥석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뭐? 네 엄마라고? 사람들이 서희가 화재로 죽었다고 했는데?”송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시울도 금세 붉어졌다.“저희 엄마 맞아요.”오랜 친구가 소문처럼 죽은 것이 아니라 이토록 훌륭한 딸까지 남겨두었다는 사실에 나윤정은 감정이 폭발했다. 눈물과 미소가 뒤섞여 목이 멘 목소리로 말했다.“너무 잘됐어. 서희한테 딸도 있었다니. 이렇게 예쁘고 훌륭한 딸이...”“이모, 엄마에 대해 좀 얘기해주실 수 있나요?”송하나의 부탁에 나윤정이 눈물을 닦으며 천천히 회상에 잠겼다.“나랑 네 엄마는 대학교 동창이었고 같은 기숙사 룸메이트였어. 그때 네 엄마는 우리 과 수석이었지. 예쁘고 똑똑하고 노래도 얼마나 잘했는지 모든 남자애들의 첫사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 내가 시골 출신이라 사투리만 한다고 친구들이 놀릴 때면 네 엄마가 늘 나를 도와줬어. 발음도 교정해주고 공연 기회도 나한테 먼저 줬었어.”“그러다 나중에 갑작스러운 화재로 소식이 끊겼지. 다들 서희가 그 불길 속에서 죽었다고 했어. 나 꽤 오랫동안 슬퍼했었는데... 세월이 지나 내가 이름을 좀 알리게 됐지만 서희가 없었다면 오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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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나윤정이 넋이 나간 송하나의 얼굴을 보며 손을 꼭 잡았다. 목소리에 깊은 애틋함이 묻어났다.“하나야, 나랑 네 엄마 대학교 때 약속했었어. 나중에 결혼할 때 서로 들러리를 서주고 아이가 생기면 자기 자식처럼 잘 챙겨주기로. 네 엄마는 이제 없지만 너만 괜찮다면 널 딸이라 생각해도 될까? 앞으로는 우리 집이 두 번째 집이라고 생각하고 무슨 일이 생기면 다 말해. 우리가 널 지켜줄게.”나윤정의 말이 송하나의 마음을 따스하게 녹여주었다.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그녀는 어른의 따뜻한 보살핌이나 관심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었다. 낯설면서도 익숙한 따뜻함에 송하나는 코끝이 찡하더니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잠시 감정을 추스른 후 울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좋아요.”“그래. 아이고, 착한 것.”나윤정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두 팔을 벌려 송하나를 조심스럽게 안아주었다.“너무 잘됐어. 서희가 이 사실을 알면 분명 기뻐할 거야.”송하나가 나윤정의 품에 안겨 그녀에게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를 맡았다. 기억 속 어머니의 향기와 너무나 비슷했다.그녀가 훌쩍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모, 엄마에 대해 많이 알려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엄마의 생기 넘쳤던 모습을 새로 알게 됐어요.”옆에 서서 따뜻한 포옹을 지켜보던 차정원의 눈가에도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한편, 강현의 심하 그룹 본사. 긴급 이사회가 열렸다.회의실 안의 분위기가 어찌나 무거운지 숨이 다 막힐 지경이었다.긴 테이블 양옆으로 각기 다른 표정의 이사와 주주들이 앉아 있었다.심성빈이 젊고 경력이 짧다는 이유로 몇몇 이사들은 그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그가 회사의 최대 주주인 데다 지난 몇 년간 회사를 경영하며 누구나 인정할 만한 성과를 냈기에 그 노인네들은 트집 잡을 기회를 좀처럼 얻지 못했다.그런데 이번 사건이 마침 그들에게 권력을 찬탈할 절호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심성빈의 둘째 작은아버지 심명재가 이끄는 반대 세력이 맨 먼저 칼을 빼 들었다.심명재가 심하 그룹의 주가 폭락 그래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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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이 자리에서 물러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절차상 제가 사임하는 즉시 회사 전체에 대한 전면 감사를 청구할 거예요. 작은아버지, 이 자료들의 완성도를 고려했을 때 감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 같아요? 명예를 다 잃고 여생을 감옥에서 보내셔도 상관없으시다면야... 저는 뭐 당연히 문제없고요.”이 한마디에 심명재는 말문이 턱 막혔고 안색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다른 이사들도 그 기세에 눌려 섣불리 입을 떼지 못했다. 자칫하다간 횡령이라는 진흙탕 싸움에 휘말릴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결국 양측의 팽팽한 대립 속에 이사회는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연기되었고 심성빈의 거취는 추후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심성빈이 이사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아버지 심용군이 그를 서재로 불렀다.서재 안, 심용군이 어두운 얼굴로 소파에 앉아 호통쳤다.“여자 하나 때문에 심하 그룹의 근간을 걸고 수만 명의 직원을 내팽개치다니. 정말 실망이구나.”심성빈이 서재 중앙에 무덤덤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심용군의 눈빛을 마주하고도 이상하리만큼 차분했다.“아버지도 과거에 어머니를 위해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해외 시장 진출의 가장 좋은 타이밍을 포기하지 않으셨나요? 아버지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타협하시면서 왜 저는 안 되는데요?”심용군이 멈칫하더니 이내 버럭 화를 냈다.“그때의 내 상황과 지금 네 상황이 다르잖아. 네가 이사회의 그 늙은이들을 설득하고 회사를 안정시킬 능력이 있다면 나도 관여하지 않아. 하지만 지금 그럴 능력이 없어 내가 뒤처리를 해야 한다면 간섭할 수밖에 없어.”심성빈이 이를 악물었다가 다시 평정심을 되찾고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단호하게 답했다.“제가 저지른 일이니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심하 그룹에 폐를 끼치는 일도, 아버지께서 걱정하실 일도 없을 겁니다.”서재를 나온 심성빈은 방으로 들어가 정장을 벗어 던지고 넥타이를 풀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긴장감이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술장 앞으로 다가가 위스키를 꺼내 한 잔 가득 따라 단숨에 들이켰다. 목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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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고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심명재조차 낯빛이 새하얘졌고 조금 전까지 오만했던 기세는 온데간데없었다.심성빈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미리 확보해두었던 증거들을 꺼내 들며 몰래 회삿돈을 빼돌리던 이사들을 쳐냈고 심하 그룹 내 그의 입지를 완벽하게 굳혔다.풍파가 잦아든 후 대표이사실.심성빈이 통유리창 앞에 서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뒷모습이 어딘가 쓸쓸해 보였다.비서가 옆에서 흥분한 얼굴로 상황을 보고했다.“대표님, 주가가 계속 오르고 있고 이전 최고치를 넘어섰어요. 홍보팀과 마케팅팀에 인터뷰 요청과 협업 제안 전화가 빗발치고 있습니다...”심성빈은 조용히 듣고만 있을 뿐 기쁜 기색이라곤 전혀 없었다.정부에서 이런 발표를 하려면 단계별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고 감독 기관과 조율도 해야 해서 과정이 아주 복잡했다. 이 짧은 시간 안에 신속하게 처리된 건 결코 우연일 리 없었다. 누군가 뒤에서 몰래 움직인 게 분명했다.‘대체 누구지?’그게 누구든 목적은 하나일 것이다. 바로 송하나가 심성빈에게 빚을 지지 않게 하려는 것.머릿속에 송하나와 차정원이 함께 있는 모습이 저도 모르게 떠올랐다. 가까워 보이던 두 사람의 모습에 마음 한구석이 텅 빈 듯 허전해졌다.다음 날 병원.양복 소매를 정돈하는 차정원의 얼굴에 옅은 근심이 서려 있었다.오늘 중요한 재판이라 자리를 비워선 안 되었다. 그런데 송하나를 혼자 두려니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결국 송하나를 지키기 위해 경험 많은 간병인 두 명을 고용했고 송하나에게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주치의와 간호 데스크에도 몇 번이고 찾아가 송하나를 자주 들여다봐달라고 부탁했다. 조금이라도 놓친 게 있을까 봐 노심초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송하나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더니 다정하게 말했다.“정원 씨, 너무 유난 떠는 거 아니에요? 무슨 일 있으면 호출 벨 누르면 돼요. 걱정하지 말고 얼른 일 보러 가요.”“유난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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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몸은 좀 괜찮아졌어?”“네, 많이 나아졌어요.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국장님.”송하나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부드러운 말투에 적당한 거리감을 두는 뉘앙스가 섞여 있었다.최시훈은 상사로서 부하 직원을 문병한다는 명분으로 왔기에 그녀가 불편해하지 않기를 바랐다.송하나의 건강 상태에 관해 몇 마디 더 물었지만, 시종일관 예의를 지키며 선을 넘는 말은 일절 하지 않았다.문득 그녀가 지난번 약속을 떠올리며 약간 곤란한 기색으로 선뜻 입을 열었다.“국장님, 지난 강연 보고서는 아직 정리 중이라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아요. 최대한 빨리 마무리해서 보고드리겠습니다.”이 말을 들은 최시훈은 순간 흠칫했다.애초에 그가 강연 티켓을 건네줄 때, 송하나가 무턱대고 받기 싫다기에 일주일 안에 청강 보고서와 분석을 제출하라는 말을 곁들였던 것이었다.다만 그녀는 입원한 상황에서도 머릿속은 온통 일 생각뿐이었다.설마 그녀의 눈에 자신은 그토록 비인간적이고 부하를 쥐어짜는 악덕 상사로 비쳤던 것일까?최시훈은 간신히 목소리를 가다듬었다.“괜찮아, 서두를 거 없어. 이미 연구 센터 측에 얘기해서 너한테 충분한 유급 휴가 기간을 확보해 뒀으니까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회복에만 전념해.”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한 마디 덧붙였다.“보고서는 편할 때 하면 돼. 전혀 부담 가질 필요 없어.”송하나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국장님. 감사합니다.”최시훈은 더 머물지 않고 작별을 고한 뒤 자리를 떠났다. 그는 줄곧 자신을 철저히 절제하는 모습이었다.점심시간이 되자 간병인이 정성껏 준비한 영양식을 가져다주었다.송하나는 음식을 몇 입 먹고는 다시 침대 맡에 기대앉았다.오후 내내 태블릿을 붙잡고 강연 보고서를 정리하는 데 몰두했더니 몇 시간이 훌쩍 지났다. 손끝이 저리고 미간에 피로감이 짙게 드리웠다.늦은 오후, 그녀는 마침내 졸음이 완전히 몰려왔다.태블릿을 내려놓고 침대에 누운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창밖은 어느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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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중저음의 조곤조곤한 위로 속에서 송하나는 마침내 격한 떨림이 서서히 진정되고 몸도 한결 나른해졌다.이강우의 가슴을 후벼 파던 거친 숨소리도 차츰 평온해졌다.한참 뒤, 그녀가 남자의 품 안에서 살짝 움직이며 코맹맹이 소리로 나직하게 말했다.“나 괜찮아요, 정원 씨...”이강우는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다. 그녀를 감싸고 있던 팔마저 굳어버리고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송하나도 딱딱하게 굳어진 남자의 품을 느꼈는지 가슴이 움찔거리며 고개를 들었다가 이강우의 씁쓸한 눈빛을 마주했다. 그 눈빛 속에는 복잡한 기색이 잔뜩 스쳤다.그제야 그녀는 자신이 사람을 착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송하나의 얼굴에 띈 연약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낯선 소외감과 경계심만이 자리 잡았다.그녀는 몸을 뒤로 내뺐다. 힘껏 밀어낸 건 아니지만 분명한 거부감이 담겨 있었다. 당장이라도 이 남자의 품에서 벗어나 적당한 거리를 두려 했다.이강우는 그녀의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 놓치지 않았다.심장이 바늘로 콕콕 찌르듯 아팠지만, 그 고통을 티 내지 않으려 애썼다.그는 팔을 풀고 오히려 반걸음 뒤로 물러서서 송하나에게 충분한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침을 꿀꺽 삼키면서 차오르는 씁쓸함까지 가슴 깊이 짓눌렀다. 최대한 평정을 유지하려 했으나 목소리가 심하게 잠겼고 말투에도 비굴함과 절제가 담겨 있었다.“차정원 아직 안 왔어. 네 방에서 소리가 나길래 걱정돼서 와본 거야. 나 여기 있다가... 그 사람 돌아오는 대로 바로 나갈게.”침대 곁에 선 그의 등 뒤로 상처가 당겨져 욱신거렸다. 통증 탓에 몸이 절로 구부정하게 휘었지만 이강우는 오직 그녀만을 집요하게 응시했다. 제발 허락해 달라는 듯한 눈빛이었다.다만 송하나는 완전히 이성을 되찾았고 평소의 차분하고 덤덤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그녀는 고개를 젓고는 남자를 쳐다보지도 않고 허공을 응시하면서 공손하지만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염려해주셔서 감사하지만 그럴 필욘 없어요. 간병인 있으니까 괜찮아요.”이강우는 그녀의 차가운 옆모습을 보며 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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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8화

적어도 송하나가 완전히 무관심한 건 아니니까.적어도 송하나의 마음 한구석에는 아주 조금이나마 이강우가 남아 있으니까.생각을 마친 이강우는 등 뒤의 통증마저 한결 가벼워진 듯했다.한편 송하나는 병원에서 며칠 더 경과를 지켜보다가 의료진의 검사 끝에 몸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져 마침내 퇴원 허락을 받았다.퇴원 당일, 하늘에서 갑자기 눈꽃이 흩날렸다. 칼바람이 눈보라를 몰고 와 뼛속까지 스미는 서늘함이 감돌았다.차정원은 그녀가 감기라도 걸릴까 봐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 싸매 주었다. 목도리를 몇 번이나 칭칭 감아준 탓에 맑은 두 눈만 겨우 보일 정도였다.그는 이내 허리를 굽혀 조심스럽게 송하나를 안아 들고는 침착한 걸음으로 병원을 나섰다.멀지 않은 곳에서 이강우가 얇은 환자복 위에 대충 외투만 걸친 채 말없이 서 있었다.차정원의 품에 안겨 소중하게 보호받고 있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니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복잡했다.미련, 쓸쓸함, 아릿함, 그리고 스스로도 인정하기 싫은 부러움까지...두 사람을 태운 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이강우도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몸을 돌리고 옆에 서 있던 비서에게 간결하게 명령했다.“퇴원 수속해.”비서가 난처한 기색을 드러내며 다급히 만류했다.“대표님, 등 뒤의 상처가 자꾸 벌어져서 아물지를 않고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도 당분간은 입원해서 경과를 지켜보라고 강력히 권고하셨는데...”“됐고! 당장 수속해.”이강우가 차갑고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애초에 치료를 위해서 입원한 게 아니었으니. 그저 송하나와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 머물며 그녀의 안부를 확인하고 싶었다.이제 그녀가 떠났으니 입원은 이강우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됐다.비서는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음을 잘 알기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곤 서둘러 퇴원 수속을 밟으러 갔다.그 시각, 송하나는 차정원의 품에 안겨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문을 열자마자 따스한 온기가 온몸을 감싸 안았다.복슬복슬한 솜털을 자랑하는 뭉치가 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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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다음 날 아침, 송하나는 연구 센터로 복귀했다.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안다미가 눈시울을 붉히며 달려와 그녀의 몸을 이곳저곳 살폈다.“하나 언니, 드디어 돌아왔네요! 그날 언니가 사라졌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안다미의 목소리엔 자책감이 가득했고 눈시울도 어느새 빨갛게 물들었다.“다 제 탓이에요. 뭣 하러 그렇게 물을 많이 마셔서 하필 그때 화장실을 갔을까요! 계속 언니랑 같이 있었더라면... 그놈이 언니한테 손댈 기회도 없었을 텐데...”송하나는 안다미의 손등을 토닥이며 자상하게 달랬다.“괜한 생각 말아요. 이 일은 다미 씨가 화장실 간 거랑 전혀 상관없으니 자책하지 말아요.”그녀는 안다미를 안심시키듯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띠었다.“봐봐요. 나 지금 멀쩡하잖아요. 그간 입원해있던 탓에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였네요. 앞으론 나랑 같이 야근하면서 진도를 따라잡아야겠어요. 그래 줄 수 있죠, 다미 씨?”송하나가 살짝 여윈 것 말고는 평소와 다름없이 담담한 모습을 보이자 안다미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이죠! 언니만 무사하면 야근쯤이야 식은 죽 먹기에요. 매일매일 함께해줄게요!”익숙한 일터로 돌아온 송하나는 곧장 페이스를 되찾았다.하지만 복도에서 우연히 진서영과 마주쳤을 때, 두 사람의 시선이 잠시 얽혔다.송하나는 인사치레로 고개만 까딱하고는 그대로 옆을 지나쳐 버렸다.한편 진서영은 그 자리에 서서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요즘 송하나가 납치당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가장 놀라운 것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수많은 제연의 거물들이 나섰다고 한다.최시훈의 아버지 최태주 장관이 직접 나섰고 군부대의 실세인 임창현까지 인맥을 총동원했다는 사실에 진서영은 아직도 어안이 벙벙했다.그저 평범한 연구원인 줄 알았던 송하나가 도대체 어떤 뒷배가 있기에 그런 거물급 인사들이 움직였던 걸까? 이 사실이 도통 이해가 안 됐다.이어진 며칠 동안 송하나는 낮에는 연구실에서 밀린 업무를 처리하고 밤에는 집에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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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0화

안다미는 송하나의 곁으로 다가와 눈을 반짝이며 은근슬쩍 오지랖을 피웠다.“더 대박인 건 뭔지 아세요? 우리 연구원들 중에 솔로가 많잖아요. 글쎄 윗선에서 옆에 있는 알짜배기 기관이랑 단체 미팅을 주선했대요! 거기 다니는 사람들 전부 엘리트 훈남들이라 다들 엄청 신경 쓰고 있어요. 이번 기회에 어쩌면 솔로 탈출 할지도 몰라요.”송하나는 안다미의 발랄한 기운에 전염되어 덩달아 웃음을 터뜨렸다.사실 미팅 같은 것엔 별다른 생각이 없었지만 저렇게 들떠 있는 안다미의 흥을 깨고 싶지 않았다.두 사람은 백화점을 누비며 옷을 골랐다. 안다미는 이것저것 입어보느라 신이 났고 결국 디자인이 독특하면서도 색감이 화사한 원피스를 골라 그녀 특유의 귀엽고 발랄한 매력을 한껏 뽐냈다.송하나는 좀 더 심플하고 우아한 스타일을 선호했다. 그녀가 고른 건 달빛을 닮은 은은한 화이트 톤에 핏이 예쁜 실크 롱 드레스였다.장식 하나 없이도 찰랑거리는 치맛단이 그녀의 차갑고도 온화한 분위기를 완벽하게 살려주었다.탈의실에서 나오자마자 안다미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멍하니 바라보다가 감탄사를 내뱉었다.“와! 언니 진짜 미쳤다. 아무거나 걸쳐도 이렇게 잘 어울리기에요? 내가 남자라면 무조건 필사적으로 언니한테 대시했을 거예요!”송하나는 안다미의 오버스러운 칭찬에 웃음이 터졌다.“다미 씨야말로 그 옷 정말 잘 어울려요. 화사하고 생기 넘쳐서 연회장에서 다들 다미 씨만 쳐다보겠는데요?”옆에서 지켜보던 점원이 웃으며 거들었다.“두 분 정말 안목이 높으시네요. 두 제품 모두 이번 시즌 신상인데 두 분께 정말 딱이에요.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계산 도와드릴게요.”하지만 안다미가 원피스의 가격표를 확인하는 순간, 얼굴에 서려 있던 흥분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눈빛도 서서히 짙어졌다.그녀는 안절부절못하며 치맛단을 만지작거렸다. 목소리도 기어들어 갈 듯이 낮아졌다.“그게 실은... 이 컬러가 저한텐 좀 너무 튀는 것 같기도 하고 평소에 입긴 부담스러운 것 같네요. 언니 먼저 결제하세요. 저는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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