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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731 - Chapter 740

831 Chapters

제731화

하지만 안에 들어서자마자 최로운은 입에 꿀이라도 바른 듯 차씨 가문 어른들에게 일일이 살갑게 새해 인사를 건넸다. 덕분에 어른들은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그에게 두둑한 세뱃돈 봉투까지 쥐여주었다.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주방에서 송하나와 차정원이 걸어 나왔다.고개를 돌린 최로운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송하나? 쟤가 어제 여기서 잤다고? 진도가 너무 빠른 거 아니야?’이강우나 심성빈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질투가 나서 두 눈이 뒤집힐 게 뻔했다.하지만 차씨 가문 어른들 앞이라 최로운도 딱히 뭐라고 티를 낼 수가 없었다.그저 몰래 휴대폰을 꺼내 단톡방에 소식을 전할 뿐이었다.그는 원래 세배만 드리고 돌아갈 생각이었으나 다시 계획을 바꿔 점심까지 얻어먹기로 했다.식탁에 둘러앉은 차씨 가문 사람들은 송하나를 끔찍이 아꼈다. 반찬을 얹어주고 국을 떠주며 살뜰히 챙기는 모습은 이미 그녀를 한집 식구로 받아들인 거나 다름없었다.최로운은 이 광경을 멍하니 지켜볼 뿐이었다.그때 차설아의 어머니 백윤희가 딸아이에게 눈짓을 보냈다.“설아야, 로운이 반찬 좀 챙겨줘.”차설아는 마지못해 공용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대충 집어 최로운의 앞접시에 올려주었다.서로에 대해 아는 거라곤 하나도 없고 심지어 그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도 모르는데 어느새 약혼까지 하게 되다니.다만 최로운은 꽤 그럴듯하게 연기를 하며 차설아에게 정성껏 반찬을 집어주었다.“설아는 임신 중이니까 제가 더 챙겨야죠. 저한테 반찬을 떠주는 건 말이 안 돼요, 어머님.”차설아의 아버지 차경섭이 흐뭇하게 거들었다.“로운아, 이제 한 가족이나 다름없으니 여길 네 집처럼 생각하고 편하게 하렴.”최로운은 겉으로는 웃으며 대답했지만, 마음속으론 묘한 생각이 들었다.‘내가 설아랑 결혼하고 송하나가 차정원 씨랑 결혼한다면... 나중에 송하나가 내 형수 되는 건가?’판타지도 이런 판타지가 또 있을까?이강우와 심성빈 모두 그녀와 ‘한 가족’이 되고 싶어 안달이었는데 결국 최로운이 그 ‘꿈’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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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2화

차설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대꾸했다.“우리 집에 가정부 있거든.”“...”최로운도 말을 잇지 못했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는 덤덤한 표정으로 덧붙였다.“깜빡했네. 우리 집인 줄 알았지.”저녁 무렵, 송하나가 작별 인사를 건넸다.금미정은 대문 앞까지 직접 배웅을 나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눈가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하나야, 앞으로 자주 놀러 오렴. 이제 여기 네 집이나 다름없어.”송하나는 가슴 한구석에 따스한 온기가 전해졌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럴게요, 어머님.”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차설아가 어디선가 툭 튀어나와 잽싸게 뒷좌석으로 올라탔다.“나도 하나 데려다줄래요.”사실 그저 집에만 있는 게 답답해 바람 좀 쐬고 싶었던 참이었다.차정원은 그런 동생을 힐끗 바라볼 뿐 별다른 말 없이 시동을 걸었다.차가 본가를 빠져나가자 차설아는 곧장 송하나의 귓가에 대고 소곤거렸다.“야, 우리 큰어머니 태도를 보니까 당장 내일이라도 널 집에 들일 기세던데? 오빠야 더 말할 것도 없고. 종일 너만 쳐다보잖아... 그래서 우리 하나 언제쯤 정원 오빠랑 결혼할 생각이에요?”송하나는 그 말에 얼굴이 발그레해졌다.어른들께 인사드리는 건 이제 첫걸음일 뿐인데 결혼이라니! 아직 너무 먼 이야기 같았다.차는 금세 송하나의 별장 앞에 도착했다.차정원이 고개를 돌리고 차설아를 힐끔 쳐다봤다.“넌 가만히 있어. 밖에 추우니까 하나 데려다주고 금방 올게.”‘또 내가 방해했다 이거지.’차설아는 속으로 구시렁댔지만, 겉으론 이해한다는 듯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다시 뒷좌석에 파고들어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송하나를 집 안까지 배웅한 뒤, 차정원은 자상한 말투로 물었다.“내일은 뭐 할 거야? 강현 근처에 새로 생긴 관광지가 있는데 꽤 괜찮대. 같이 구경 갈래?”송하나는 그의 속내를 진작 알아챘다.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딱히 왕래할 친척도 없는 그녀였기에 설 명절은 언제나 쓸쓸하고 적적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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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3화

차정원의 목소리는 깃털처럼 가볍게 송하나의 심장을 간질였다.그녀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입술을 잘근 깨물다가 차정원의 입술에 살며시 입을 맞추곤 수줍은 듯 고개를 숙였다.“됐죠 이제?”차정원은 잠시 멈칫하다가 눈가에 짙은 웃음을 머금었다.그는 물러나는 대신 송하나를 빤히 쳐다보며 나직이 읊조렸다.“겨우 한 번이야? 너무 성의 없는데.”송하나가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남자의 따뜻한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처음에는 그저 가벼운 입맞춤이었다. 은밀한 초대처럼 조심스럽게 다가오자 그녀는 무심코 뒷걸음질을 쳤다.등 뒤로 차가운 신발장이 닿기 바쁘게 차정원이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었다.좁은 공간 안에 그녀를 가두면서 입맞춤은 점차 끈적하게 이어졌다.송하나의 호흡이 가빠졌다.온몸을 휘감는 그의 향기와 뜨거운 숨결에 정신이 아득해질 무렵, 그녀는 참지 못하고 남자의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그제야 차정원이 아픈 듯 입술을 떼어냈다.그는 흐트러진 호흡을 고르며 송하나를 내려다보았다. 눈동자에는 여전히 짙은 애정과 웃음기가 서려 있었고 입술은 살짝 부어올랐다.“일찍 쉬어.”차정원이 잠긴 목소리로 속삭였다.“내일 데리러 올게.”송하나가 수줍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돌아설 때까지, 그리고 문이 닫히고 나서도 그녀의 심장은 좀처럼 진정될 줄을 몰랐다.차정원이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뒷좌석에서 지켜보던 차설아가 고개를 쑥 내밀며 짓궂게 물었다.“오빠, 왜 이렇게 늦게 나왔어요? 하나랑 무슨 얘기 했는데요?”차정원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별 얘기 안 했어.”“에이! 이렇게 싱글벙글 웃는 데도?”차설아는 마치 큰 발견이라도 한 듯 그에게 바짝 다가와 눈을 가늘게 떴다.“어라? 입술이 왜 이렇게 빨개요?”차정원은 잠시 동작을 멈칫했다.‘그렇게 티 났나?’한편 차설아는 두 눈이 반짝거렸다. 그녀는 장난스럽게 덧붙였다.“뭔가 있네! 뭐 했을까 둘이?”차정원은 정색하며 꿀밤을 한 대 날렸다.“적당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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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4화

홍경자와 송하나는 그렇게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홍경자는 애틋한 눈길로 그녀를 꼼꼼히 살폈다.“살이 좀 빠졌구나. 일하느라 힘들어서 그런 거니?”“아니요. 일은 나름 적응하고 있으니 괜찮아요.”송하나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할머니는요? 몸은 좀 어떠세요?”“늘 똑같지, 뭐. 괜찮단다.”어르신이 손을 내저었다.“그저 가끔 네가 너무 보고 싶을 뿐이야.”송하나의 코끝이 찡해졌다.홍경자는 다시금 그녀의 일이며 근황까지 물어왔다.이에 송하나는 일일이 대답했다. 일도 잘 풀리고 나름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이야기를 나누던 중, 홍경자의 시선이 문득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에 머물렀다.정교한 디자인의 팔찌가 빛나고 있었는데 얼핏 봐도 값어치가 상당한 물건이었다.평소 내성적인 편이라 장신구를 즐기지 않는데 이토록 화려한 팔찌라니.홍경자는 마음속으로 얼추 짐작한 채 조심스레 물었다.“너 이 녀석 요즘 누구 만나는구나?”송하나가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네.”홍경자는 잠시 침묵했다. 눈가에 복잡한 기색이 스치고 옅은 한숨을 내쉬다가 송하나의 손등을 어루만졌다.“그 아이는... 너한테 잘해주니?”송하나는 시선을 올리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주 잘해줘요.”눈가에 차 넘치는 행복을 본 순간, 홍경자의 서운함은 눈 녹듯 사라졌다.“그럼 됐어.”어르신은 그녀의 손등을 토닥이다가 어느새 눈시울이 촉촉하게 젖었다.“우리 집안이 결국 너라는 복을 누릴 운명이 아니었던 게지.”“할머니, 그런 말씀 마세요.”송하나가 나직이 말을 끊었다.홍경자는 손을 저으며 눈물을 훔치고는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 사람과 예쁜 만남 이어가거라. 나중에 혹여라도 그 녀석이 속상하게 하거나 괴롭히거든 할미한테 전화해. 이 할미가 네 편이 되어줄게.”송하나는 울컥하는 마음을 누르며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그 시각, 최로운의 바.대낮부터 이강우가 술을 마시자고 불러냈다.최로운은 그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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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5화

송하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며칠간 명절 음식으로 느끼했던 터라 담백한 비건 요리가 당기던 참이었다.홍경자는 가정부의 부축을 받으며 현관에 서 있었다.송하나가 차에 올라타는 모습, 남자가 그녀를 위해 자상하게 차 문을 열어주는 모습, 그리고 송하나가 지어 보인 달콤한 미소까지 묵묵히 지켜보았다.어르신은 눈가에 아쉬움이 그득한 채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저렇게 마음씨 착하고 조신한 아이를 곁에 남겨두지 못한 건 결국 그럴 만 한 복이 없었던 거겠지.옆에 있던 가정부가 조용히 위로했다.“어르신,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나 아가씨가 늘 어르신을 생각해 주시잖아요.”홍경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정부의 부축을 받으며 힘없이 거실로 돌아갔다. 표정엔 짙은 허망함이 서려 있었다.송하나가 떠난 지 채 5분도 되지 않아 이강우가 급하게 본가로 들이닥쳤다.차 문을 박차고 내려 현관까지 달려 들어온 남자는 숨을 헐떡이고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가쁜 숨을 몰아쉬며 뛰쳐 들어오는 그를 보자 가정부가 깜짝 놀라 물었다.“도련님, 무슨 일이세요? 어디 불편하세요?”이강우는 설명할 겨를도 없이 절박한 눈길로 거실을 훑어보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하나는요? 하나 어디 있어요?”“그게...”가정부가 대답하려는 찰나, 어르신이 차가운 투로 덥석 말을 잘랐다.“갔어 이미.”소파에 앉아 있던 홍경자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투에는 원망과 질책이 섞여 있었다.이강우는 멍하니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두 눈에는 당혹감이 가득 찼다.‘벌써 갔다고?’이토록 미친 듯이 달려왔는데, 신호등까지 두 번이나 위반하면서 달려왔는데 결국 엇갈린 것일까?넋 나간 얼굴로 서 있는 이강우를 보자 홍경자도 마침내 들끓던 울화가 폭발하고 말았다.“이제 와서 이러는 게 무슨 소용이야? 진작 하나한테 잘하라고 몇 번이나 말했어! 그까짓 송태리인지 뭔지 하는 여자한테만 매달리더니! 하나가 너한테 받은 상처가 얼마나 컸으면 저렇게 단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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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6화

잠시 후, 입구 쪽이 소란스러워졌다.이강우가 등장한 것이다.훤칠한 키에 검은 코트를 입은 그는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며 인파들 속에서도 단연 돋보였다.다만 안색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며칠 밤을 제대로 잠 못 이루지 못했는지 눈 밑에 다크써클이 짙게 드리워졌다.최로운이 선뜻 그에게 다가갔다.“강우야, 오늘은 일찍 왔네.”이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연회장을 훑었다.최로운이 바로 눈치채고 목소리를 내리깔며 바짝 다가왔다.“둘러볼 거 없어. 아직 안 왔으니까.”이강우는 시선을 거두며 무덤덤하게 답했다.“내가 뭘!”최로운은 피식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알았어. 내가 괜한 말 했네.”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입구 쪽에서 작은 소동이 일었다.이강우는 거의 본능적으로 그곳에 눈길이 향했는데 송하나가 한창 차정원의 팔짱을 끼고 들어오고 있었다.연보라색 원피스 차림의 그녀는 무릎까지 오는 치마 아래로 가녀린 종아리를 드러냈고 그 위에 흰색 코트를 걸쳐 우아하면서도 단정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옅은 화장에 부드러운 눈매, 입가에는 은은한 미소까지 감돌았다.옆에 선 차정원은 짙은 색 수트 차림으로 그녀를 든든하게 지키며 훤칠한 자태를 뽐냈다.그가 고개를 숙여 귓속말을 건네자 송하나는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살짝 빨개진 그녀의 볼을 쳐다보고 있자니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최로운이 짓궂은 표정으로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친구로서 나도 할 만큼 했다. 너희 자리 전부 다 저 테이블이야.”이강우는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힐긋 보다가 묵묵히 걸어가 앉았다. 다만 그의 시선은 여전히 송하나를 쫓고 있었다.한편, 차설아는 송하나를 발견하자마자 두 눈을 반짝이며 드레스 자락을 걷어 올리고 달려왔다.“하나야.”송하나는 서둘러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천천히! 조심해야지! 아기 생각 안 해?”“괜찮아, 이쯤이야 뭐.”차설아는 싱글벙글하며 그녀의 팔짱을 꼈다.“너 오늘 왜 이렇게 예뻐?”“네가 더 예뻐.”송하나가 웃으며 말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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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7화

차정원이 송하나를 이끌고 다가가려던 찰나, 송하나의 발걸음이 멈칫했다.그 테이블엔 이강우가 앉아 있었으니까.그의 포스가 워낙 살벌한지라 옆자리가 분명 비어 있음에도 선뜻 다가서는 이가 없었다.차정원이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나직이 물었다.“다른 데 앉을래?”송하나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괜찮아요.”그녀는 차정원을 이끌고 테이블로 가서 이강우와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앉았다.처음부터 끝까지 이강우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남자의 시선은 집요하게 그녀를 쫓았다.차정원이 자연스럽게 의자를 빼주었고 자리에 앉은 후에도 두 사람은 맞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이 광경을 지켜보는 이강우는 가슴 속에서 질투가 들끓었다.그는 말없이 술잔을 비웠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성빈이 도착하자 직원이 그를 이 테이블로 안내했다.“손님, 이쪽입니다.”심성빈은 다가오자마자 이강우와 송하나를 한눈에 알아봤다.그녀 옆엔 차정원이, 다른 쪽엔 낯선 사람이 앉아 있었다.그는 송하나 옆의 낯선 이에게 잠시 시선을 멈췄다. 곧이어 직원에게 짧게 무언가 속삭이더니 직원이 고개를 끄덕이고 낯선 이에게 말을 건넸다.어느새 자리가 났고 심성빈은 자연스럽게 그 빈자리에 앉았다.“하나야, 오랜만이야.”송하나는 놀란 듯 고개를 돌렸다.분명 조금 전까진 낯선 사람이 앉아 있었는데 언제 심성빈으로 바뀐 걸까?하지만 이내 예를 갖추며 미소를 지었다.“오랜만이네요, 심 대표님.”테이블에는 차정원, 송하나, 이강우, 심성빈, 그리고 낯선 사람 두 명까지 총 여섯 명이 앉아 있었다.묘한 기류가 흘렀지만, 다행히 곧 약혼식이 시작되었다.사회자가 활기차게 무대에 올라 두 가문의 배경을 거창하게 소개했다.이어서 차설아와 최로운이 무대 위로 불려 나갔다.두 남녀는 나란히 섰지만, 최소 30센티미터 정도는 떨어져 있었다.차설아는 어색한 듯 드레스 자락을 만지작거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최로운은 양손을 주머니에 찌르고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어울리는 한 쌍이라기보단 무슨 임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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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8화

차설아는 눈을 깜빡이며 뻔뻔하게 대꾸했다.“손이 미끄러졌네.”최로운은 이를 갈았지만, 하객들을 가득 모셔놓은 자리에서 화를 낼 수도 없을 터였다.이때 사회자가 황급히 상황을 수습했다.“두 분 사이가 정말 좋으시네요! 서로 알콩달콩한 모습이 참 보기 좋죠?”객석에 흐뭇한 웃음이 터졌다.차설아와 최로운은 서로를 힐끗 보고는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누가 이딴 녀석이랑 사이가 좋다는 거야?’식이 끝나고 건배 제의 시간이 되었다.차설아와 최로운은 술잔을 들고 테이블을 일일이 돌았다.차설아의 잔에는 생수가, 최로운의 잔에는 도수 높은 위스키가 담겨 있었다.송하나가 앉은 테이블에 다다랐을 때, 차설아는 심상치 않은 기류를 바로 느꼈다.‘아니, 이 조합은 뭐지?’그녀는 한심하다는 듯 최로운을 노려봤다.‘망할 놈! 자리를 이따위로 배치해?’송하나가 차정원을 만나는 걸 뻔히 알면서 어떻게 이강우, 심성빈과 같은 테이블에 앉히는 걸까?이건 뭐 건배 제의가 아니라 전쟁터나 다름없었다.최로운은 그녀의 앙칼진 눈빛을 받고도 억울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자리를 이렇게 배치하지 않았어도 두 남자는 알아서 송하나에게 다가올 게 뻔하니까.친구로서 한 번쯤 도와주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최로운은 아무렇지 않은 듯 술잔을 들어 올렸다.“자, 자, 다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 같이 건배하시죠!”차설아는 슬쩍 송하나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평온해 보이는 그녀를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다.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잔을 들어 올렸다.그중에서도 심성빈이 제법 분위기를 띄우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약혼 축하해. 백년가약 맺길 바라.”한편 이강우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그의 시선은 식장에 들어온 순간부터 줄곧 송하나에게 고정되었다.이를 눈치챈 차설아가 송하나와 차정원을 향해 일부러 웃으면서 말했다.“오빠, 하나야, 두 분도 곧 좋은 소식 있겠죠? 나 엄청 기대되는데.”차정원이 대답했다.“내가 더 분발해야지.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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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9화

송하나는 잠시 멈칫했다.“내가 왜 불편해?”“아니, 전남편 이강우에 줄곧 너한테 호감 보이던 심성빈, 그게 다야? 현 남친 우리 오빠까지 있었잖아. 나라면 숨 막혀서 기절할 듯.”송하나는 피식 웃다가 태연하게 말했다.“괜한 생각 마. 강우 씨는 이미 지나간 사이고 성빈 씨는 보통 친구일 뿐이야. 지금 내 곁엔 정원 씨가 있으니까 전혀 문제 될 거 없어.”“진짜지?”“그럼.”차설아는 몇 초간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이다. 난 또 네가 불편해할까 봐 엄청 걱정했거든.”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솔직히 말해서 이강우 넋 나간 모습 보니까 은근히 속 시원한 거 있지? 옛날엔 너한테 그렇게 모질게 굴더니, 쯧쯧.”송하나도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됐어. 이미 다 지난 일이야. 그 사람 얘기는 그만하자.”“오케이. 다 지난 일이지 뭐.”차설아는 송하나의 팔짱을 끼며 싱글벙글 웃었다.“이제 네 옆엔 우리 오빠가 있잖아. 오빠가 분명 널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줄 거야!”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차설아의 휴대폰이 울렸다.최로운에게 걸려온 전화인데 멀리서 온 친척들에게 인사를 하러 가야 한다며 빨리 나오라고 닦달하는 내용이었다.차설아는 두 눈을 희번덕거리다가 송하나를 향해 나중에 또 보자는 식으로 손짓하곤 급히 자리를 떴다.그녀가 떠난 뒤 송하나는 홀로 걸음을 옮겼다.모퉁이를 돌자마자 누군가와 부딪힐 뻔했다. 서둘러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보니 상대는 다름 아닌 이강우였다.복도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그의 몸에서는 옅은 술 냄새가 풍겼다. 꼿꼿한 자세였지만 어딘가 모르게 처연하고 쓸쓸한 기운이 감돌았다. 꼭 마치 일부러 여기서 그녀를 기다린 것만 같았다.두 사람의 거리는 불과 1미터도 되지 않았다.송하나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며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응시했다.이강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처럼 쌓였으나 한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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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0화

복도 모퉁이에서 이강우는 차정원과 송하나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쳐다보다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케이크 커팅 순서가 되자 5단이나 되는 거대한 케이크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눈처럼 희고 섬세한 크림 위로 생화와 과일이 장식되어 조명 아래서 유혹적인 빛을 뿜어냈다.사회자가 열정적으로 주인공 두 명을 무대로 초대해 달콤함을 상징하는 약혼 케이크를 함께 자르게 했다.차설아와 최로운은 케이크 앞으로 등 떠밀린 채 아주 가까이 붙어 섰다.너무 가까운 나머지 차설아는 그의 몸에서 나는 은은한 코롱향 향수 냄새까지 맡을 지경이었고 최로운도 바짝 컬링된 그녀의 속눈썹이 빤히 보였다.지나치게 가까운 거리 탓에 두 사람 모두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사회자가 칼을 건네며 두 사람에게 함께 쥐라고 손짓했다.차설아의 손이 칼자루에 닿는 순간, 최로운의 손도 그 위를 덮쳤다.피부가 맞닿는 찰나, 두 사람 모두 화들짝 놀라 손을 떼려 했지만 억지로 참아냈다.“자, 이제 두 분이 같이 케이크를 힘껏 자르면 됩니다.”사회자가 웃으며 말했다.차설아와 최로운은 서로 눈을 맞추고는 동시에 힘을 주었다.하지만 두 사람 사이엔 예비 신랑 신부다운 호흡이란 털끝만큼도 없었다.한 명은 왼쪽으로, 한 명은 오른쪽으로 힘을 주었으니까.결국 케이크는 엉망진창으로 뭉개졌다.다급해진 차설아가 힘을 과하게 주는 바람에 큼지막한 크림 덩어리가 푹 떠졌다.그녀가 손을 멈추려 했지만 최로운은 여전히 힘을 주고 있었다.그 크림 덩어리는 허공을 날아 완벽한 포물선을 그리더니 찰싹하는 소리와 함께 차설아의 얼굴에 정통으로 박혔다.순식간에 장내가 정적에 휩싸였다. 사회자조차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몰라 얼어붙었다.얼굴에 크림을 뒤집어쓴 차설아는 멍하니 서 있었다.이마와 코끝, 턱을 타고 흰 크림이 흘러내리고 속눈썹까지 대롱대롱 매달려서 초라한 몰골의 눈사람 같았다.그녀는 얼굴을 쓱 닦아내며 이를 갈았다.“야, 최로운!”옆에 있던 최로운은 처음엔 멍해 있다가 이내 입꼬리를 씰룩거리더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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