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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별이 되어 빛나리: Kabanata 71 - Kabanata 80

197 Kabanata

제71화

“사진이요?”송태리는 화가 나서 몸을 덜덜 떨었다.“이강우 씨 할머니가 어떤 분이신데요. 그분이 얼마나 많은 일을 겪어봤겠어요. 그런데 겨우 사진 몇 장 있는 걸 믿겠어요? 아빠, 엄마. 왜 이렇게 생각이 없어요? 그분은 원래도 저를 안 좋아하셨어요. 이렇게 되면 제가 이씨 가문 며느리가 되고 싶어서 이강우 씨에게 접근한 것처럼 돼버리잖아요. 틀림없이 제가 엄마, 아빠에게 그렇게 하라고 시킨 줄 알고 저를 더 싫어하게 될 거란 말이에요!”송종현과 김지영은 딸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그들은 한참 뒤 말했다.“그러면… 이제 어떡해?”송태리는 조금 짜증이 났다.“제가 직접 강우 씨를 찾아가서 사과해야죠. 강우 씨가 할머니 앞에서 제 얘기를 좀 잘해주길 바라야겠어요.”저녁때쯤 송태리는 베이지색 원피스에 옅은 화장을 하고 회사 근처에 있는 이강우의 집으로 찾아갔다.초인종을 누르자 이내 문이 열렸다.이강우는 어두운색의 옷을 입고 피곤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방금 본가에서 돌아온 듯한 모습이었다.“강우 씨.”송태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안으로 들어가서 얘기 나눠도 될까요?”이강우는 몸을 옆으로 돌려 송태리가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문을 닫은 뒤 소파로 걸어가서 앉았다.송태리는 이강우가 화가 나 있다는 걸 알았기에 먼저 다가가서 말했다.“강우 씨, 아직 밥 안 먹었죠? 야식 가져왔어요. 다 제가 직접 만든 거라…”이강우는 시선을 들며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너희 부모님 오늘 우리 본가에서 난동을 부렸다던데.”송태리는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아 곧바로 머리를 숙였다.“미안해요. 저도 부모님이 그러실 줄은 몰랐어요. 저도 집에 돌아가서야 알게 됐어요.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말라고 얘기도 해놨고요.”송태리는 자연스럽게 이강우의 옆에 앉아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부모님이 마음이 너무 급하셨나 봐요. 우리가 얼른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해서… 할머니를 화나게 했어요. 강우 씨도 많이 난감했죠? 다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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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송태리는 똑똑한 사람이었다.그녀는 지금 이강우를 몰아붙여봤자 그의 반감만 사게 될 거라는 걸 알았다.그러니 차라리 이강우부터 달래는 게 나았다.그리고 이강우의 할머니는…앞으로 천천히 손을 쓰면 될 것이다.이강우는 잠깐 침묵하다가 서서히 입을 열었다.“그 문제는 이원 그룹 소송이 끝나면 해결해 줄게.”다른 한편, 현진 바이오테크.서유준은 일주일 동안 해외 출장을 가야 했기에 당분간 자신의 업무 중 일부를 송하나에게 맡길 생각이었다.그날 오후, 심성빈이 협력 건에 대해 논의하러 다시 찾아왔고 송하나는 응접실에서 그를 맞이했다.“심 대표님, 앉으시죠.”심성빈은 서류 한 뭉치를 송하나의 앞에 놓았다.“이건 저희의 수정 후 협력 방안입니다. 지난번에 송하나 씨께서 말씀하셨던 부분들을 수정했습니다.”송하나는 서류를 들고 진지하게 읽기 시작했다.심성빈은 확실히 지난번보다 훨씬 더 개선된 방안을 제공했다.위험 요소들을 어떻게 통제할지, 이익은 어떻게 분배할지 고민을 많이 한 것이 눈에 보였다.송하나는 한 장 한 장 자세히 살펴봤다. 그녀는 매우 집중해서 서류를 보고 있었다.한참 뒤, 그녀는 서류를 내려놓고 말했다.“심 대표님, 방안은 읽어봤습니다. 확실히 지난번보다 훨씬 더 개선됐네요. 그리고 귀사의 성의도 보아냈습니다.”심성빈의 눈동자에 기대가 어렸다.그러나 송하나는 이내 말머리를 돌렸다.“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일은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자세한 부분은 서 대표님께서 돌아오신 뒤 결정하실 겁니다.”심성빈은 이러한 결과를 이미 예상했다.송하나에게서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것만으로도 그는 내심 기뻐하고 있었고 이렇게 빨리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바라지도 않았다.“이해합니다. 그러면 혹시 저녁이라도 함께할 수 있을까요?”“죄송합니다만 제가 오늘 저녁에 따로 볼일이 있어서요.”송하나는 정중하게 거절했고 심성빈도 그녀를 더 설득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때 같이 식사하시죠.”송하나는 밤늦게까지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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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송하나는 빠르게 주위를 둘러보며 빠져나갈 구멍을 찾았다.차 문은 닫혀 있었고 창문도 내려가지 않았다. 운전기사가 앞에서 다 잠근 듯했다.운전기사는 차의 시동을 끈 뒤 몸을 돌렸다.어두운 조명 아래, 운전기사의 점잖아 보이던 얼굴이 조금 일그러져 보였다.“아가씨, 무서워하지 말아요. 아가씨가 얌전히 굴면 나도 아가씨를 다치게 하지 않을 테니까…”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송하나의 얼굴을 만지려고 했고, 송하나는 뒤로 몸을 빼면서 옆에 놓았던 가방을 그에게 던졌다.“꺼져요!”가방은 운전기사의 팔에 부딪혔다. 운전기사는 화를 내며 욕설을 내뱉더니 팔을 뻗어 송하나의 머리채를 잡았다.송하나가 필사적으로 반항하고 있을 때, 갑자기 쾅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차 앞 유리를 부순 탓이었다.“그 여자를 놔줘!”낮으면서도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송하나는 눈을 떴을 때 심성빈이 차 밖에 서 있는 걸 보게 되었다.운전기사는 누군가 나타나 자신의 일을 방해할 줄은 몰랐는지 살짝 당황하더니 이내 욕설을 퍼부으며 차에서 내려 심성빈에게 따지려고 했다.심성빈은 그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고 곧장 발을 뻗어 그를 걷어찼다.운전기사는 화가 나서 나이프를 꺼내 들고 심성빈에게로 돌진했다.그를 경계하고 있던 심성빈은 바닥에서 버려진 쇠 파이프를 들어 운전기사의 손목을 후려쳤다.돼지 멱 따는 소리와 함께 운전기사는 고통스럽게 바닥을 뒹굴었다.심성빈은 빠르게 송하나를 택시에서 구출했다.“괜찮아요?”그의 목소리에서 쉽게 눈치챌 수 없는 걱정이 느껴졌다.송하나는 고개를 저었다.조금 전의 두려움이 가시지 않아 그녀는 두 다리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송하나는 몇 초 뒤 물었다.“신고했어요?”“아까 옆으로 지나갈 때 이 차가 뭔가 이상한 것 같아서 따라가 봤거든요. 좀 따라가다가 경찰에 신고했어요. 이제 곧 도착할 거예요.”심성빈은 송하나의 창백한 얼굴을 보았다.“왜 이렇게 사람이 허술해요? 택시 예약하기 전에 평점 확인했어야죠.”송하나는 그제야 뒤늦게 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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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심성빈은 원래 주말에 업무를 위한 중요한 술자리 약속이 있었다. 그러나 송하나의 눈빛을 본 순간 거절할 수가 없었다.“네.”“잘됐네요.”송하나는 살짝 거리감이 느껴지는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주말이면 서 대표님도 돌아오실 테니 괜찮다면 서 대표님과 함께 식사하시겠어요? 식사 자리에서 협력 건에 대해 논의할 수도 있으니 나쁘진 않을 거예요.”조리 있는 말이었다. 송하나는 심성빈에게 밥을 사주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업무와 관련된 공적인 자리로 만들었다.심성빈은 송하나의 눈빛에서 약간의 거리감을 발견하고는 이내 그녀의 의도를 간파했다.송하나는 지금 티 나지 않게 그와 선을 긋고 있었다. 그와는 사적으로 단둘이 있고 싶지 않고 오로지 일로만 엮인 사이이고 싶다는 뜻이었다.“좋아요. 안 그래도 저도 서 대표님과 얘기 나눠보고 싶었거든요. 그러면 부탁드릴게요.”며칠 뒤, 최로운의 생일날이었다.그의 생일 파티는 교외 쪽에 있는 실외 수영장이 딸린 별장에서 열렸다.최로운은 문 앞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는데 짙은 회색 정장을 입은 그는 매우 늘씬해 보였고, 평소의 산만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재벌가 자제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이강우와 송태리가 그에게로 걸어갔다.“드디어 왔네. 두 사람만 기다리다가 내가 특별히 차갑게 해둔 샴페인 탄산가스가 다 빠질 뻔했다고.”송태리는 정교한 선물 박스를 건네며 말했다.“최로운 씨, 생일 축하해요. 강우 씨 말을 들어보니 요즘 위스키에 빠졌다면서요? 그래서 꽤 오래된 걸로 하나 가져왔어요.”최로운은 웃으며 건네받았다.“역시 태리 씨는 저를 잘 아네요.”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심성빈의 차가 천천히 길가에 멈췄다.“오, 성빈이도 왔네.”최로운은 심성빈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이번에도 또 만년필이나 커프스단추 같은 것들을 준비했지? 창의적인 선물 좀 준비해 봐.”문을 열고 차에서 내린 심성빈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흠, 이번에는 선물 없어.”“말도 안 돼.”최로운은 심성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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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옆에 서 있던 이강우는 무심결에 팔찌를 보았다가 미간을 찌푸렸다.그 네잎클로버 팔찌는 그에게 아주 익숙한 것이었다.‘예전에 송하나가 자주 끼던 그 팔찌 같은데.’이강우는 시선을 들어 심성빈을 유심히 살펴봤다.설마 송하나의 팔찌인 걸까?심성빈은 이강우의 눈빛을 눈치채고는 조금 난감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몸을 돌려 트렁크 안에서 긴 선물 박스 하나를 꺼내 최로운에게 건넸다.“장난은 그만 쳐. 이게 네 선물이야.”박스를 건네받은 최로운은 안에 한정판 카메라가 들어있는 걸 보더니 곧바로 눈을 반짝였다.“웬일이야? 나 이거 오랫동안 못 구했었는데.”최로운은 그들을 안으로 안내하며 술을 마시자고 했다.송태리는 이강우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발견하고 물었다.“강우 씨, 왜 그래요?”이강우는 시선을 거둔 뒤 덤덤히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그 네잎클로버 팔찌는 흔한 스타일의 팔찌로 송하나의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었다.토요일 오전, 송하나는 남성용품 매장에 들러 심성빈에게 줄 감사의 선물로 만년필 하나를 골랐다.그것은 지나치지 않은, 감사하는 마음을 전달하기에 적절한 선물이었다.계산을 마친 뒤 송하나는 포장된 선물을 챙겨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방금 청소부가 바닥을 밀고 옆에 미끄러우니 조심하라는 표지판을 뒀는데, 그걸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걷다가 갑자기 발밑이 미끄러져 그대로 중심을 잃고 비틀대며 앞으로 넘어지려고 했다.그런데 바로 그 순간, 누군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차분한 힘과 익숙한 온기가 느껴지는 손길이었다.송하나는 살짝 놀랐다. 그녀는 자신을 잡아준 사람이 이강우일 줄은 몰랐다.“고마워요.”그녀는 빠르게 손을 거두어들인 뒤 거리를 두려는 듯 낯선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차갑게 말했다.이강우의 손이 허공에 멈췄다.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는 손을 거둔 뒤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오늘 할머니께서 전화하셨어. 내일 본가에 밥 먹으러 오래.”“주말에 약속이 있어서 못 가요. 다음에 제가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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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일요일 저녁, 송하나는 레스토랑 한 군데를 예약해 뒀다.서유준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그곳으로 향했고 두 사람은 회사의 최근 상황에 관해 얘기를 나누었다.바로 이때 심성빈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죄송합니다. 차가 좀 막혀서요. 오래 기다리셨어요?”서유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와 악수를 나누었다.“아니요. 저희도 도착한 지 얼마 안 됐으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심성빈은 자리에 앉으며 무심결에 송하나를 힐끗 보았다.송하나는 오늘 베이지색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소매를 접어 올려 가늘고 흰 손목을 드러냈다.“심 대표님, 새로운 협력 방안은 하나를 통해서 확인해 봤습니다.”서유준은 서류를 펼치더니 손끝으로 종이를 가리켰다.“처음보다 확실히 많이 개선되었어요. 특히 위험 부담 쪽을 굉장히 세세하게 분석하셨더군요.”심성빈은 컵을 들면서 웃어 보였다.“송하나 씨가 아주 전문적인 제안을 해주셨거든요.”서유준과 심성빈은 안건의 디테일한 부분에 관해서 얘기를 나누었다.위험 요소의 통제와 이익 분배 등 두 사람은 핵심적인 부분을 의논했다.송하나는 옆에서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듣다가 몇 마디씩 중요한 정보를 말해주었다.“서 대표님, 그러면 저희 협력 건은 언제쯤 결정되는 거죠?”“사흘만 주세요. 빠르게 결정을 내리고 답변드리겠습니다.”일 얘기를 마치니 종업원이 음식들을 가져왔다.송하나는 가방 안에서 네이비색의 벨벳 원단으로 싸인 선물 박스를 꺼내 심성빈에에 건넸다.“심 대표님, 지난번 일은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건 감사의 의미로 드리는 선물이에요.”박스를 열어본 심성빈은 안에 심플하면서도 정교해 보이는 은색의 만년필이 들어있는 걸 보았다.시선을 든 심성빈은 우연히 송하나와 눈빛이 마주쳤다.“그렇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심성빈은 선물을 챙겼다. 왠지 모르게 손끝이 살짝 뜨거워진 것만 같았다.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밖에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송하나는 서유준의 차를 탔다.안전벨트를 할 때 살짝 걸리자 서유준이 아주 자연스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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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서유준은 아주 느리게 운전했다.“하나야. 심하 그룹이랑 협력하는 거 어떻게 생각해?”“한 번 시도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심 대표님은 믿을 만한 사람 같거든요. 하지만 처음 협력하는 거니까 신중한 게 좋겠죠. 만약 심하 그룹과 협력한다면 계약 기간을 짧게 하고, 일이 순조롭게 풀린다면 그때 다시 계약 연장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서유준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그렇게 생각해. 지금으로서는 심하 그룹이 최고의 선택이야. 심하 그룹의 루트와 우리의 기술이 합쳐진다면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거래가 되겠지.”두 사람은 업무와 관련된 야기를 한참 동안 나누었다.두 사람은 일 적인 면에서는 언제나 잘 맞았다.서유준은 시간을 보았다. 거의 10시가 되는 시간이었다.그는 천천히 아파트 앞에 차를 세웠다.“올라가 봐. 늦었으니까 일찍 쉬어.”“네.”송하나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몸을 돌렸을 때 그녀는 뭔가 떠올린 듯이 말했다.“선배, 안전 운전하세요.”서유준은 손을 흔든 뒤 송하나가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서야 차에 시동을 걸어 그곳을 떠났다.송하나가 계단 쪽에 다다랐을 때 가로등 아래 낯익은 사람이 서 있는 게 보였다.이강우는 검은색 코트를 입고 손에 보온병을 든 채 그곳에 서 있었다.송하나는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멈춰 섰다.“왜 여기 있는 거예요?”송하나는 자신이 어디에 사는지 이강우에게 얘기한 적이 없었다.“할머니께서 너한테 이것 좀 가져다주라고 하셔서.”이강우는 보온병을 들어 보였다.“할머니가 너 미역국 좋아한다고 아주머니한테 일부러 미역국 끓여달라고 부탁하셨대.”송하나는 건네받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할머니께는 감사드리지만 난 이미 저녁 먹었어요.”이강우는 송하나의 앞으로 보온병을 내밀었다.“그냥 받아. 이건 할머니께서 내게 시키신 일이니까.”송하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결국 보온병을 받았다.그녀가 위층으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이강우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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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이강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송하나는 빨리 그를 보내버리고 싶은 듯했다.이강우는 문가로 걸어간 뒤 문고리 위에 손을 올려두고 말했다.“미역국 데워서 먹어. 식으면 맛없어.”“알겠어요.”송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강우가 복도에서 사라지고 난 뒤에야 그녀는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사흘 뒤, 심성빈은 현진 바이오테크 측에서 함께 협력하자는 답변을 받았다. 회의실 안, 송하나는 서유준의 곁에 앉아 양측 변호사가 계약서에 사인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펜촉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가 유달리 크게 들렸다.“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심성빈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며 악수를 건넸다.“저도 잘 부탁드립니다.”서유준은 그와 악수한 뒤 몸을 돌려 전화를 받으러 나갔다.그렇게 회의실 안에는 송하나와 심성빈만 남게 되었다.심성빈은 정장 안주머니 안에서 케이스 하나를 꺼내 송하나에게 내밀었다.“송하나 씨가 제 차에 물건을 흘리셨더라고요.”송하나는 케이스 속 네잎클로버 팔찌를 본 순간 당황했다.그녀는 운전기사와 다투다가 택시에 그것을 떨어뜨린 줄 알았는데 심성빈의 차에 떨어뜨렸을 줄은 몰랐다.송하나는 팔찌를 가방 안에 넣었다.“감사합니다.”“별말씀을요.”심성빈이 먼저 화제를 던졌다.“참, 지난번에 선물해 주셨던 만년필 굉장히 잘 쓰고 있습니다. 예전에 제가 쓰던 것보다 더 저한테 잘 맞더라고요.”송하나는 차분히 대답했다.“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네요.”이때 전화를 받고 돌아온 서유준이 회의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심 대표님, 계약 체결되었으니 나머지는 하나가 책임지고 처리할 겁니다.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네.”심성빈은 고개를 끄덕인 뒤 송하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그는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송하나 씨, 업무 편의를 위해서 연락처를 받을 수 있을까요?”송하나는 잠깐 멍해 있다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네.”심성빈은 송하나의 카톡을 추가한 뒤 그녀의 이름을 ‘현진 바이오테크 송하나’로 설정했다.다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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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저기 네이비색 정장 입은 사람이… 나랑 맞선 본 사람이야.”송하나는 시선을 들어 최로운의 한없이 가벼워 보이는 얼굴을 바라봤다. 그녀의 입가가 살짝 떨렸다.차설아가 듬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 이유가 있었다.최로운은 재벌가 자제들 중에서도 바람둥이로 유명했었다.그의 성격을 생각해 본다면 솔직히 한 여자와 결혼해 평온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그들의 시선을 눈치챈 것인지 심성빈도 그들 쪽을 바라보았다.송하나를 발견한 순간 그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가 예의를 차리듯 고개를 끄덕였다.최로운과 인사를 나누고 싶지 않았는지 차설아는 곧바로 송하나를 데리고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앉았다.경매는 곧 시작되었다.진행자의 소개와 함께 경매품들이 화려한 조명 아래 모습을 드러냈다.송하나는 원래 경매에 관심이 없었는데, 단상 위 케이스가 열리며 그 안에 있던 꽃이 조각된 옥을 본 순간 자기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그 옥은 문양도, 꽃 모양도, 심지어 꽃잎 쪽에 살짝 하자가 있는 것까지 송하나의 엄마가 생전에 끼고 다니던 그 옥과 똑같았다.송하나의 엄마가 돌아가신 뒤 그 옥도 사라졌었다.그런데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이런 방식으로 다시 그 옥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경매가는 2억부터 시작하겠습니다.”“4억.”송하나는 경매가 시작되자마자 가격을 불렀다.패들을 든 그녀의 손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심지어 송하나 본인은 인지하지 못했겠지만 그녀의 목소리에서도 다급함이 느껴졌다.“6억.”송태리가 천천히 패들을 들었다.“8억.”송하나는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말했다.송태리는 고개를 돌려 이강우를 바라봤다.“강우 씨, 저 옥 되게 예뻐서 갖고 싶어요.”이강우는 무심하게 단상 위를 힐끗 보았다가 패들을 들었다.“20억.”순식간에 치솟은 경매가에 사람들은 헛숨을 들이켰다.차설아는 송하나의 옷자락을 잡았다.“하나야, 그만 포기하자. 그냥 평범한 옥일 뿐이잖아. 괜히 저 사람들 때문에 돈 낭비할 필요 없어.”멀지 않은 곳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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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이강우는 송하나가 떠난 방향을 바라보다가 문득 그녀가 왜 그렇게까지 집착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어쨌든 부부였던 사이이지 않은가?비록 인연이 다했더라도 이런 방식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그녀의 마음을 짓밟아서는 안 됐다.조금 전 손을 번쩍 들어 입찰에 참여했던 그 순간의 충동은 지금 돌이켜보면 그저 어처구니없고 우스꽝스러울 뿐이었다.돌아가는 차 안, 송태리는 손에 쥔 옥패를 굴리며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결국 자기가 원하기만 하면 이강우는 뭐든지 갖다 바친다는 사실이 또 한 번 증명된 셈이었다.설령 그게 송하나가 애지중지하던 물건일지라도 말이다.이강우는 말없이 앞에 보이는 신호등을 응시했다.그러다 초록 불로 바뀌는 찰나, 문득 입을 열었다.“태리야, 옥패 줘.”그러자 송태리가 손놀림을 딱 멈추더니 눈빛에 당황한 기색을 띠었다.“강우 씨, 이거 강우 씨가 나 주려고 낙찰받은 거잖아?”“다른 거로 보상할게.”그는 담담하게 운전대를 돌리며 말했다.“이원 그룹 산하에 수백 억대 프로젝트 몇 개가 있어. 너희 아버지 회사랑 잘 맞을 거야. 내일이라도 사람 보내서 협의하게 할게.”옥패를 움켜쥔 송태리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속으로는 천 번, 만 번도 싫었다.하지만 이강우의 옆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감히 반기를 들 수 없음을 직감했다.이강우는 그녀에게 인색한 사람이 아니었다.수백억 규모의 프로젝트를 맡긴다니 그 정도면 아버지 회사가 도약할 절호의 기회였다.결국 그녀는 대범한 척 미소를 지으며 옥패를 내밀었다.“그래. 하나가 그렇게 갖고 싶어 한다면 양보하지, 뭐.”한편, 차설아는 송하나와 함께 택시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창밖의 네온사인이 빠르게 지나가며 그녀의 얼굴에 어른거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차설아는 불안한 듯 송하나를 바라보며 물었다.“하나야, 진짜 괜찮아?”송하나는 애써 입꼬리를 씩 올리며 웃어 보였다.“무슨 큰일이라고 그래? 그냥 옥패 하나일 뿐인데.”그녀는 스쳐 지나가는 거리 풍경을 보며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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