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빈은 예전에 몇 번 마주쳤던 송하나의 모습을 떠올렸다.언제나 고개를 숙인 채 바닥만 응시하던 그녀는, 마치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그림자와도 같았다.예쁜 얼굴 외에는 특별히 내세울 것 없어 보였고 전신에서 맥없이 웅크린 듯한 기운이 느껴졌다.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사뭇 달랐다.오랫동안 갇혀 있던 나비가 마침내 자유로운 날갯짓을 하듯, 자신만의 무대에서 당당히 빛나고 있었다.그 순간, 심성빈은 문득 송하나에게 이혼이란 어쩌면 나쁜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시상식이 끝난 뒤, 장현서는 송하나의 손을 잡은 채 학술원 회원들 앞에 섰다.그는 자신 있는 어조로 그녀를 소개했다.“여러분, 이쪽은 내 제자 송하나입니다. 앞으로 많이 챙겨 주시기를 바랍니다.”학술원 회원 중 한 사람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송하나 씨 이름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습니다. 교수님이 그토록 아끼는 제자답게 정말 유능하시군요.”송하나는 공손히 허리를 굽혀 답했다.“과찬입니다. 아직도 배울 것이 많습니다.”송하나가 손쉽게 최고의 학술계에 녹아드는 모습을 바라보며 송태리는 속에서 타오르는 질투심을 주체할 수 없었다.그녀는 더 이상 송하나가 주목받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고 이강우의 시선이 그녀에게 머무는 것도 견딜 수 없었다.송태리는 이강우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며 말했다.“강우 씨, 갑자기 몸이 안 좋아요. 우리 먼저 가면 안 될까요?”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송하나의 뒷모습을 응시하고 있던 이강우는 그제야 송태리의 말에 시선을 돌렸다.그녀의 창백해진 얼굴을 보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데려다줄게.”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행사장을 떠났다.송태리는 마치 송하나를 보는 것이 고통이라도 되는 듯 일부러 그쪽을 보지 않고 걸어갔다.반면, 이강우는 마음 한구석에 이유 모를 불편함을 느끼며 잠시 망설이다 발걸음을 옮겼다.포럼이 끝난 다음 날, 송하나가 실험실에 도착하자마자 차설아에게 문자가 왔다.[나 지금 1층 카페. 막 구운 크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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