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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61 - Chapter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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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현진과 협력 의향이 있어서 사전에 배경 조사를 한 것뿐이야.”“협력?”최로운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는 갑자기 무릎을 치며 무언가 깨달은 듯 흥분해서 말했다.“아, 이제 생각났다! 현진에서 너를 거절한 가장 큰 이유가 송하나의 말 때문이었다고 했지?”최로운은 혀를 차며 장난기 섞인 어조로 덧붙였다.“그럴 수밖에 없지, 뭐. 강우가 태리만 챙겨주는데 송하나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짜증 났을 수도 있겠어. 강우 때문에 너라도 골탕 먹이고 싶었던 거겠지.”“과대 해석하지 마.”심성빈은 자료를 서류 가방에 넣으며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현진이 협력을 거절한 건 심하 그룹과 그들의 전략 방향이 맞지 않아서일 뿐, 개인적인 감정과는 무관해.”“그런데 왜 이렇게 세세하게 조사하는 건데?”최로운은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아니면 강우한테 말해 봐. 설마 부부 사이인데 강우 말도 안 들어주겠어?”“필요 없어.”심성빈의 목소리는 담담했다.“비즈니스 협력은 각자의 이익에 맞으면 하는 거지 인정으로 하는 게 아니야. 강우가 나서서 억지로 성사할 협력이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나아.”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룸의 문이 다시 열리며 이강우가 송태리의 허리를 감싸안고 들어섰다.송태리는 아이보리색 원피스를 입고 손목에는 가는 다이아몬드 팔찌를 차고 있었다.그 팔찌는 마침 며칠 전 고양이에게 긁힌 상처를 가려주고 있었다.송태리가 환하게 미소 지으며 인사했다.“길이 조금 막혀서 늦었어요. 오래 기다리셨나요?”최로운이 송태리를 훑어보며 장난스레 말했다.“기다리기는 좀 기다렸죠. 그런데 이렇게 예쁘게 차려입은 태리 씨를 보니 기다리는 강우의 마음은 뿌듯했을 것 같네요. 그러니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죠.”송태리는 얼굴이 붉어졌지만 태연하게 화제를 돌렸다.“방금 일 얘기하고 계셨죠?”심성빈이 말을 꺼내기 전에 최로운이 먼저 웃으며 끼어들었다.“맞아요. 성빈이가 현진과의 협력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대요.”이강우는 재킷을 벗어 웨이터에게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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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송하나가 고글을 벗어내자 맑고도 예리한 눈동자가 드러났다.프로젝트 연구팀의 일원으로서 그녀는 이번 초대장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선배.”잠시 망설이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저는 회사에 들어온 지도 얼마 안 되고 경력도 얕잖아요. 주민규 씨가 연구 엔지니어 대표로 참석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아요.”“주민규는 주말에 집안일로 고향에 내려가야 해.”서유준이 안경을 살짝 올리며 말을 이었다.“게다가 이 프로젝트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너야. 분자 구조부터 임상실험 데이터까지 너만큼 세부 사항을 꿰뚫고 있는 사람이 없어.”송하나가 여전히 주저하자 서유준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장현서 교수님도 참석하신다.”스승님의 이름에 송하나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보고 자료 준비할게요.”같은 시간, 강현시 병원.송태리는 막 한 건의 수술을 마쳤다.하얀 가운을 벗자 그 안에는 세심하게 코디한 정장이 빛났다.거울 앞에서 마지막으로 화장을 점검한 그녀는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송 선생님, 이 대표님이 도착하셨어요.”조용히 들려온 간호사의 말에 송태리는 곧바로 온화한 미소를 띠며 서둘러 병원을 나섰다.이강우는 차량 옆에 기대어 서류를 읽고 있었다.깔끔한 정장이 그의 넓은 어깨와 날씬한 허리를 더 돋보이게 했다.“강우 씨.”송태리는 종종걸음으로 다가가 이강우의 팔짱을 친근하게 끼었다.“오래 기다리셨죠? 오늘 수술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좀 늦었어요.”이강우가 서류를 덮으며 대답했다.“방금 왔어.”그는 송태리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물었다.“피곤하지? 저녁에 뭐 먹을까?”송태리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이젠 익숙해져서 괜찮아요.”그녀는 이마에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다가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말을 이었다.“아, 그런데 강우 씨. 주말에 의약 산업 혁신 포럼이 열리는 데 같이 가 주실 수 있어요?”이강우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포럼? 평소 그런 자리 관심 없었잖아?”“이번 건 달라요. 업계 주요 인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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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이강우는 신사적으로 송태리의 차 문을 열어주었다.송태리는 세심하게 맞춘 아이보리색 드레스를 입고 정교한 메이크업으로 완벽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그녀는 이강우의 팔을 살짝 끼고 우아하면서도 당당하게 행사장으로 걸어 들어갔다.두 사람이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주변의 시선이 집중되었다.이강우는 상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이 대표님, 오랜만입니다.”사십 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업계 거물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박 회장님.”이강우는 공손하게 인사받았다. 송태리는 옆에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인사를 건넨 사람들은 이강우 옆에 선 송태리에게도 자연스럽게 존중을 표했다.그녀는 차분하게 대화를 나누며 명함을 교환했다.짧은 시간에 꽤 많은 인맥을 쌓게 되자 송태리는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멀리서 최로운이 심성빈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이강우의 저 보호 본능을 봐. 어디를 가든 송태리를 지켜주지 못해 안달이 났어.”최로운의 시선을 따라가던 심성빈의 눈길은 무의식적으로 행사장에 들어선 송하나와 서유준에게 멈췄다.송하나는 단정한 흰 원피스를 입고 긴 머리를 깔끔하게 묶어 이마를 드러낸 상태였다.얼굴에는 화장기가 거의 없었지만 차가우면서도 날카로운 세련됨이 묻어났다.그녀는 서유준과 나란히 걸으며 낮은 목소리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주변 사람들도 두 사람을 발견하고는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저분이 현진 바이오테크 연구팀 핵심 멤버라고? 너무 젊으시네.”“이번에 주요 성과 후보 리스트에 오른 항암제 개발에 결정적 역할을 하셨대요.”“젊은 나이에 참 능력이 있으시네.”수군거리는 사람들의 소리에 송태리도 그들의 시선을 따라 눈길을 돌렸다.그곳에는 송하나가 상업계 거물과 의학 전문가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었다.그 사람들은 송하나와 서유준에게 예의 바르게 질문하며 신약의 세부 사항을 물었고 태도 또한 매우 겸손했다.이강우의 팔을 살짝 끼고 있던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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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장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강현시 병원에서 근무하는 송태리라고 합니다. 심장내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습니다.”송태리는 살짝 허리를 굽히며 공손히 인사하는 한편, 자신의 직함을 내세워 존재감을 드러냈다.“오래전부터 교수님의 명성을 익히 들었으며 항상 존경해 왔습니다.”장현서는 그녀를 스쳐 지나가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더니 곁에 선 이강우를 힐끔 돌아보았다.장현서는 무표정하게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예상치 못한 장현서의 냉랭한 태도에 송태리의 얼굴에 걸린 미소가 굳어졌다.당황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이강우의 팔을 살짝 끌고 한쪽으로 물러났다.한편, 송하나와 서유준도 장현서를 발견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그를 향해 다가갔다.“교수님!”서유준은 환하게 웃으며 정중히 인사했고 송하나 역시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교수님, 안녕하세요.”그간 냉정하기만 하던 장현서의 눈빛이 순간 반짝였고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그는 서유준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흡족한 눈빛으로 송하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너희가 개발한 신약이 후보에 올랐다고 들었어. 잘했어.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구나.”마지막 한마디는 분명 송하나를 향한 것이었다.복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이렇게 뛰어난 성과를 냈다는 것은 그가 그녀에게 품었던 기대가 헛되지 않았음을 의미했다.“교수님의 가르침 덕분입니다.”송하나는 조용히 감사를 표했다.“너희 스스로 노력 덕분이지.”장현서는 손을 저으며 겸손하게 말했다.“신약 임상 데이터는 어떤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없나?”“지금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만...”송하나는 진지하게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보고하기 시작했다.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두 사람의 대화는 술술 막힘없이 이어졌다.서유준이 가끔 농담을 던질 때면 세 사람을 둘러싼 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해졌다.멀리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송태리는 마음이 답답하고 불쾌했다.그녀는 송하나와 장현서가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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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너는 도대체 눈이 어떻게 된 모양이야? 젊은 시절 그 좋은 기회를 포기하고 선택한 남자가 결국 저런 사람이냐?”장현서는 그때 일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그 시절, 송하나는 해외 최고의 명문대학에서 전액 장학금을 약속받은 우수한 학생이었다.그녀의 미래는 순탄하고 찬란하게 빛날 예정이었지만 송하나는 이강우를 위해 모든 것을 과감히 포기하고 결혼을 택했다.송하나의 어이없는 선택에 장현서는 자신의 제자로 더 이상 인정하지 않겠다며 분개했었다.자신의 애제자가 그토록 많은 것을 포기하며 선택했던 이강우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더욱 안타까웠다.송하나의 얼굴에 맴돌던 미소가 옅어졌다.눈을 내리깔자 길게 드리운 속눈썹이 눈 밑에 연한 그림자를 드리웠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송하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교수님, 그때는 정말 어려서 어리석은 선택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제가 뭘 잘못했는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요.”평온한 목소리 속에는 담담한 체념과 미묘하게 스며든 씁쓸함이 함께했다.장현서는 그녀의 눈빛 속 단호함을 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잘못을 알았다면 됐어. 재능을 묻히지 말고 연구에 매진하거라. 앞으로 네가 얻을 성취는 분명 여기에서 그치지 않을 거야.”“고마워요, 교수님. 열심히 할게요.”그 순간, 시상식이 만인의 기대 속에 막을 올렸다.스포트라이트 아래 진행자의 목소리가 단단하고 힘 있게 울려 퍼졌다.“올해의 의약 분야 핵심 기술 성과 상을 받은 팀은... 현진 바이오테크 연구팀입니다! 그들이 이번에 개발한 표적 치료제는 수많은 환자에게 희망을 주었습니다!”관중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현진 바이오테크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이유는 확고부동한 실력에 기반한 것이었기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만큼 당연한 수상이었다.서유준은 송하나를 향해 손을 내밀며 함께 시상대에 올라 상을 받을 것을 제안했다.무대 위, 서유준은 무겁게 느껴지는 트로피를 받은 채 감격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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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심성빈은 예전에 몇 번 마주쳤던 송하나의 모습을 떠올렸다.언제나 고개를 숙인 채 바닥만 응시하던 그녀는, 마치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그림자와도 같았다.예쁜 얼굴 외에는 특별히 내세울 것 없어 보였고 전신에서 맥없이 웅크린 듯한 기운이 느껴졌다.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사뭇 달랐다.오랫동안 갇혀 있던 나비가 마침내 자유로운 날갯짓을 하듯, 자신만의 무대에서 당당히 빛나고 있었다.그 순간, 심성빈은 문득 송하나에게 이혼이란 어쩌면 나쁜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시상식이 끝난 뒤, 장현서는 송하나의 손을 잡은 채 학술원 회원들 앞에 섰다.그는 자신 있는 어조로 그녀를 소개했다.“여러분, 이쪽은 내 제자 송하나입니다. 앞으로 많이 챙겨 주시기를 바랍니다.”학술원 회원 중 한 사람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송하나 씨 이름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습니다. 교수님이 그토록 아끼는 제자답게 정말 유능하시군요.”송하나는 공손히 허리를 굽혀 답했다.“과찬입니다. 아직도 배울 것이 많습니다.”송하나가 손쉽게 최고의 학술계에 녹아드는 모습을 바라보며 송태리는 속에서 타오르는 질투심을 주체할 수 없었다.그녀는 더 이상 송하나가 주목받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고 이강우의 시선이 그녀에게 머무는 것도 견딜 수 없었다.송태리는 이강우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며 말했다.“강우 씨, 갑자기 몸이 안 좋아요. 우리 먼저 가면 안 될까요?”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송하나의 뒷모습을 응시하고 있던 이강우는 그제야 송태리의 말에 시선을 돌렸다.그녀의 창백해진 얼굴을 보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데려다줄게.”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행사장을 떠났다.송태리는 마치 송하나를 보는 것이 고통이라도 되는 듯 일부러 그쪽을 보지 않고 걸어갔다.반면, 이강우는 마음 한구석에 이유 모를 불편함을 느끼며 잠시 망설이다 발걸음을 옮겼다.포럼이 끝난 다음 날, 송하나가 실험실에 도착하자마자 차설아에게 문자가 왔다.[나 지금 1층 카페. 막 구운 크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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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오빠, 지금 어디 있어요? 폭우가 쏟아져서 그러는데 나 좀 데리러 와주면 안 돼요?”전화기 너머로 차정원의 느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로펌에서 의뢰인 만나는 중이야. 알아서 택시 타든 뭐든 해.”“비가 너무 많이 와서 택시도 안 잡힌다고요!”차설아는 앞에 있는 송하나를 흘끗 보고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하나도 여기 있어요. 얘도 우산 없는데 이대로 비 맞으며 집에 가게 할 거예요?”잠시 정적이 흐른 뒤, 차정원의 목소리가 단호하게 들려왔다.“기다려, 바로 갈게.”20분도 채 안 되어 한 대의 검은색 승용차가 카페 앞에 멈춰 섰고 곧이어 차정원이 두 개의 우산을 들고 문을 열며 들어왔다.“오빠, 드디어 왔네요!”차설아가 달려가며 투덜댔다.“진짜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 나를 데리러 오라니까 의뢰인 만난다고 안 된다고 하더니, 하나 이름 한 번에 쏜살같이 달려오네.”차정원은 송하나를 힐끗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송하나도 내 의뢰인이니까.”“그래요. 잘 났어요.”차설아는 더 이상 캐묻지 않고 송하나를 바라보며 말했다.“하나야, 우리 같이 가자.”“아니야. 나는 비 좀 약해지면 천천히 갈게.”송하나의 거절에도 차설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팔을 잡아끌며 말했다.“같이 가자. 비가 이렇게 오는 데 언제 그칠지 알고 기다려. 가는 길에 얘기도 좀 하고. 나 진짜 너무 불안해서 그래.”송하나는 차설아의 끈질긴 설득에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식당 앞에 도착하자 차설아는 차에서 내린 뒤 뒤돌아 한마디 덧붙였다.“오빠, 하나 안전하게 집까지 잘 데려다줘요. 고마워요.”결국 차 안에는 두 사람만 남았고 와이퍼가 규칙적으로 왔다 갔다 하며 빗방울을 쓸어냈다.차정원은 간혹 이원 그룹 소송 진행 상황에 관해 이야기했고 송하나는 조용히 듣다가 가끔 고개만 끄덕였다.차가 아파트 단지 앞에 멈춰 서자 비는 많이 잦아들었다.송하나는 안전띠를 풀며 말했다.“고마워요, 변호사님.”차 문을 열고 발을 내딛는 순간, 송하나는 발아래 웅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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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화단에서 물을 주던 홍경자의 손이 잠시 멈췄다.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중얼거렸다.“하나의 삼촌과 숙모? 처음 듣는 사람인데.”잠시 생각하던 홍경자는 고개를 끄덕였다.“들여보내.”송종현과 함께 화단으로 들어선 김지영은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한 손은 가슴을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는 가방에서 사진 한 뭉치를 꺼내 들었다.“어르신, 송하나를 좀 단속해 주셔야겠어요. 아직 이혼도 안 했는데 다른 남자와 수상하게 지내는 걸 보면 정말 체면이 깎이는 줄 모르나 봐요.”송종현은 한숨을 내쉬며 찡그린 얼굴로 깊은 우려를 담아 말을 이었다.“이런 말을 우리가 꺼내는 게 적절하지는 않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더는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찾아온 거예요. 이씨 가문이 어떤 집안이신지요? 강현에서 손꼽히는 명문가인데 이런 식으로 가문의 체면을 훼손하는 일을 두고 볼 수 있겠습니까? 이런 소문이 퍼지면 어르신의 체면은 물론 이씨 가문의 위신도 땅에 떨어질 텐데요.”홍경자는 손에 들고 있던 물뿌리개를 내려놓고 사진을 훑어본 뒤, 두 사람을 차분히 응시했다.그녀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위엄이 서려 있었다.“당신들은 대체 누구이기에 하나의 일에 이렇게까지 관여하는 것이오?”“저희는 하나의 삼촌과 숙모입니다!”김지영은 마치 눈물이라도 흘릴 듯한 표정으로 재빨리 말을 이었다.“어르신은 모르시겠지만 하나는 어릴 때부터 운이 없었어요. 일찍 부모를 여의고 저희 손에서 자랐죠. 저희는 정말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키웠는데 이제 혼자 살 만하니 저희조차 모른 척하네요.”그녀는 어조를 바꾸며 계속했다.“사실 어릴 때부터 말썽이었어요. 열세 살쯤 되니까 학교도 안 다니는 남자애들과 팔짱 끼고 골목에서 몰래 연애하더군요. 저희가 친부모가 아니라 제대로 혼내기도 꾸짖기도 어렵고... 잔소리만 해도 반발이 심했어요.”송종현이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그때 동네에 소문이 자자했어요. 중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남자만 세 명씩이나 바꾸더라고요. 제대로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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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김지영은 홍경자의 날카로운 시선에 몸이 움찔했지만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헐뜯는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한 거예요! 우리는 하나의 삼촌, 숙모가 맞고 송하나는 원래...”“닥치게!”홍경자가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하나가 어떤 아이인지는 내가 더 잘 알아! 이씨 가문에 시집온 지 4년이 넘었는데 한 번도 말썽을 부린 적 없어. 너희 같은 사람들이 와서 그런 소리를 할 애가 아니라고!”김지영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더듬거리며 변명했다.“어르신, 그건 송하나가 착한 척하면서...”“자네들 미쳤구먼!”날카롭게 소리를 지르는 홍경자의 가슴이 거세게 오르내렸다.“자기 딸이 남의 남자한테 달라붙어 첩질하는 걸 뻔히 알면서 그거나 제대로 가르칠 것이지. 감히 여기 와서 우리 하나를 모함해? 이런 염치없고 양심 없는 인간들 같으니라고!”홍경자는 문 쪽을 가리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부모가 이러니까 딸도 그렇게 뻔뻔한 짓을 하고 다니는 거군! 사촌의 남편을 탐내고 기본적인 윤리조차 없이! 이제 보니 너희 같은 부모 밑에서 자라서 그렇게 된 거였네! 위가 바로 서야 아래가 바로 서는 법이다! 내가 살아 있는 한 그런 망나니가 우리 이씨 가문의 문턱을 넘는 일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야!”욕을 뒤집어쓴 김지영은 정신이 아득해졌지만 오히려 목소리를 더 높였다.“우리 딸이 뭐가 어때서요? 태리가 송하나보다 백 배는 낫다고요! 이강우가 좋아하는 건 우리 태리고 결국 이강우의 아내 자리는 우리 태리가 차지할 거예요! 당신이 아무리 송하나를 보호한다고 해도 소용없다고요. 결국 누가 이기는지 한번 두고 봅시다!”홍경자는 화가 치밀어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녀는 탁자 위 찻잔을 움켜쥐어 바닥에 내리치며 소리를 질렀다.“이 집에서 꺼져! 이 미친년들 당장 끌어내! 이씨 가문에 다시 발을 들이면 다리를 부러뜨릴 줄 알아!”경호원들이 송종현과 김지영을 잡아 문밖으로 끌어냈다.“어르신, 우리도 이씨 가문을 위해서 한 말이에요!”“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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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안정인은 굳은 표정으로 목소리를 낮추었다.“방금 송태리 부모님이 다녀가셨습니다. 아주 큰 소란이었어요. 어르신께서 몹시 화가 났습니다.”그는 화단 쪽을 힐끔 돌려보며 걱정 가득한 어조로 덧붙였다.“어르신께서 퇴원하신 지 얼마 안 되셨는데 이런 일로 마음 상하시면 안 됩니다. 들어가시면 조심하세요. 다시 화를 돋우시면 안 됩니다.”이강우의 미간이 순간 찌푸려졌다.‘태리 부모님? 그분들이 왜 여기에?'이강우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화단으로 걸어 들어갔다.“할머니, 부르셨어요?”의자에 앉아 있던 홍경자는 이강우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냉랭하게 말했다.“무릎 꿇어라!”이강우의 발걸음이 멈췄다.“네?”홍경자는 눈을 부릅뜨고 지팡이로 땅을 내리치며 목소리를 높였다.“못 들었느냐? 무릎 꿇으라고!”이강우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말을 따랐고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네가 고른 그 여자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아느냐! 자기 딸 자리를 만들어 주겠다며 감히 이씨 가문에 쳐들어왔어! 너는 내가 나이 들어서 이제 너희 같은 잡것들을 다스리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냐?”이강우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송태리 부모가 이씨 가문 본가를 직접 찾아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찾아와서 소란을 피우셨다고요? 할머니, 몸은 괜찮으세요?”“괜찮다.”홍경자는 냉소를 흘렸다.“몸이 안 좋았으면 벌써 관에 들어갔겠지! 송태리가 어떤 여자인지, 그 부모가 어떤 사람들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느냐? 첩 노릇을 하는 딸을 두고도 당당하게 찾아와 소리치더구나. 그런 집안에서 자란 딸을 네가 이씨 가문에 들이겠다는 것이냐?”이강우는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송태리 부모님이 분별이 없으신 건 인정합니다. 돌아가서 반드시 사과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태리와는 상관없어요. 태리는 이 일을 전혀 모릅니다.”“상관없다고?”홍경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출세하기 위해 이씨 가문에 발을 들이려는 게지! 그렇지 않고서야 하나에게까지 흙탕물을 뒤집어씌우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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