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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Author: 김하이
이강우는 송하나가 떠난 방향을 바라보다가 문득 그녀가 왜 그렇게까지 집착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쨌든 부부였던 사이이지 않은가?

비록 인연이 다했더라도 이런 방식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그녀의 마음을 짓밟아서는 안 됐다.

조금 전 손을 번쩍 들어 입찰에 참여했던 그 순간의 충동은 지금 돌이켜보면 그저 어처구니없고 우스꽝스러울 뿐이었다.

돌아가는 차 안, 송태리는 손에 쥔 옥패를 굴리며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

결국 자기가 원하기만 하면 이강우는 뭐든지 갖다 바친다는 사실이 또 한 번 증명된 셈이었다.

설령 그게 송하나가 애지중지하던 물건일지라도 말이다.

이강우는 말없이 앞에 보이는 신호등을 응시했다.

그러다 초록 불로 바뀌는 찰나, 문득 입을 열었다.

“태리야, 옥패 줘.”

그러자 송태리가 손놀림을 딱 멈추더니 눈빛에 당황한 기색을 띠었다.

“강우 씨, 이거 강우 씨가 나 주려고 낙찰받은 거잖아?”

“다른 거로 보상할게.”

그는 담담하게 운전대를 돌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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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이 되어 빛나리   제979화

    “대박! 내가 시아 선배랑 같은 조라니.”“나도. 시아 선배 실력 장난 아니잖아. 선배만 믿고 가면 이번 기말은 무조건 높은 학점을 받을 수 있어. 운이 너무 좋은 거 아니야?”두 명의 학생이 뛸 듯이 기뻐했다. 시아와 한 팀이 되는 건 누가 봐도 엄청난 행운이었다.인파 속에 끼어 있던 허지안이 부러움이 가득 담긴 표정을 지었다.“진짜 부럽네요. 시아 선배랑 한 팀이 되면 기말은 걱정 안 해도 되는데. 우린 누구랑 한 팀이 될까요? 제발 대충하는 팀원만 안 걸렸으면 좋겠네요.”그러면서 송하나와 함께 두 사람의 이름을 찾기 시작했다.명단을 쭉 훑어 내려가다 결과를 확인한 순간 허지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하나 씨, 이것 좀 봐요. 우... 우리가 우진 선배랑 같은 조예요.”혹시라도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어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다. 보면 볼수록 기쁨이 벅차올라 결국 환호성을 지르고 말았다.“대박! 이게 무슨 운이래요? 남들은 그냥 평범한 선배들이랑 하는데 우리는 실력자랑 팀이 됐어요. 이번 기말 평가 아무 걱정이 없겠어요.”송하나도 명단을 쓱 훑어봤다. 세 사람의 이름이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최우진, 송하나, 허지안.]송하나의 얼굴에 그다지 기뻐하는 기색이 없이 여전히 무덤덤하고 차분했다.그녀에게 있어서 팀원이 누구인지는 애당초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기대거나 무임승차해서 점수를 얻을 생각이 추호도 없었으니까.파트너가 누구든 송하나는 최선을 다해 이번 기말 평가를 치러낼 작정이었다.팀 편성이 확정된 후 각 팀들이 정식으로 모여 연락처를 교환하기 시작했다.송하나네 팀의 첫 모임 장소는 연습실이었다.최우진이 일찌감치 연습실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송하나와 허지안이 들어오자 그가 인사를 건넸다.“안녕. 난 최우진이야.”“선배님, 안녕하세요. 전 허지안이고 얘는 송하나예요.”쾌활하고 명랑한 성격의 허지안이 싹싹하게 인사를 받았다.최우진의 시선이 송하나에게 머물더니 친근한 말투로 말했다.

  • 별이 되어 빛나리   제978화

    송하나는 그 얘기를 듣고도 마음속에 별다른 동요가 일지 않았다.학교의 유명 인사라 한들 송하나에게는 그저 낯선 동문 중 한 명일 뿐이었다.한편 최우진은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티 나지 않게 판을 짜며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송하나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송하나의 수업 시간표는 물론이고 매일 일정한 시간에 연습실에서 연습한다는 것까지 전부 파악한 최우진은 갖가지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조작하며 얼굴도장을 찍었다.어느 날 점심, 허지안과 송하나가 피아노 연습을 마치고 함께 학교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갔다.허지안이 송하나의 팔짱을 다정하게 낀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나 씨, 요즘 이상한 거 못 느꼈어요? 최근 들어 우진 선배를 너무 자주 마주치는 것 같지 않아요?”그녀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소문에 보름씩 학교에 안 나오는 게 일상이라 출석률도 바닥을 친다던데. 요즘은 왜 매일 보이는 거죠? 이상하지 않아요?”송하나가 무심한 표정으로 대꾸했다.“곧 기말 평가라 과제가 많나 보죠.”“그 말도 일리가 있네요.”두 사람은 더 깊이 생각하지 않고 각자 다른 배식 창구로 가서 줄을 섰다.식당 안이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학생들이 구석구석 발 디딜 틈 없이 꽉 들어차 있었다.송하나가 배식을 받은 식판을 들고 저만치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허지안을 향해 걸어갔다.그런데 그때 옆에서 급하게 걸어오던 덩치 큰 남학생이 송하나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어깨를 세게 부딪치고 말았다.송하나가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바로 그 순간 따뜻하고 힘 있는 팔 하나가 재빨리 뻗어와 송하나를 부축했다.“조심해.”송하나는 중심을 잡자마자 재빨리 몸을 일으켜 거리를 두었다.고개를 들어 누군가 봤더니 다름 아닌 최우진이었다.인파 속에 곧게 선 최우진은 190cm에 달하는 큰 키에 이국적이면서도 뚜렷한 이목구비를 지녔고 고귀한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감사합니다.”송하나가 예의 바르고 진심 어린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천만에.”

  • 별이 되어 빛나리   제977화

    아들의 자유분방하고 고집스러운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어머니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타협했다.“빨리 다녀와. 멀리 가지 말고.”최우진이 대답한 뒤 사람들을 피해 대기실로 향했다.20년 넘게 살아오면서 낯선 여자에게 이토록 강렬한 흥미와 집착을 느낀 게 생전 처음이었다.송하나를 미치도록 알고 싶었고 모든 것을 파헤치고 싶었다.하지만 대기실에 가서 한참을 찾아봐도 새하얀 실루엣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지나가던 스태프를 붙잡고 물어본 끝에 송하나가 이미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순간 최우진의 마음속에 헛헛한 상실감이 밀려들었다.한편 심성빈이 송하나를 차에 태우고 새로 개업한 최고급 레스토랑으로 향했다.송하나의 입맛을 훤히 꿰고 있다는 듯 그녀가 좋아하는 메뉴들로만 능숙하게 주문했다.“이곳 요리들이 현지식으로 개량된 거라 정통의 맛에는 못 미칠 거야. 그래도 입맛에 맞는지 한번 먹어봐.”학교 축제가 무사히 끝나서일까, 송하나의 마음속에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긴장의 끈도 비로소 느슨해졌다.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송하나는 레드와인 한 잔을 곁들이며 여유를 즐겼다.하룻밤 사이에 송하나가 전교생이 다 알 정도로 유명해졌다.송하나의 피아노 독주 장면을 담은 고화질 영상이 교내 커뮤니티를 도배했고 화제성이 식을 줄을 몰랐다.영상 속 하얀 드레스를 입은 송하나는 눈이 부시도록 청초했다. 섬세하고 경이로운 연주 실력까지 더해져 단숨에 음대의 새로운 첫사랑 여신으로 등극했다.그 인기가 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다음 날 학교에 간 송하나가 강의실에 들어서자마자 허지안이 가장 먼저 달려와 반갑게 맞이했다.“우리 하나 여신님 지금 완전히 뜬 거 알아요? 하룻밤 새에 팬이 엄청 늘어서 강의실 문지방이 다 닳을 정도라니까요?”송하나가 허지안의 시선을 따라갔다가 멈칫했다.책상 위에 온갖 종류의 선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정성스레 포장된 초콜릿부터 꽃이 활짝 핀 싱싱한 꽃다발, 손글씨로 쓴 러브레터 등 책상 밖으로 쏟아질

  • 별이 되어 빛나리   제976화

    “천천히 해. 기다릴게.”심성빈이 제자리에 선 채 다정한 눈길로 송하나가 일어나 걸음을 옮기는 뒷모습을 지켜보았다.송하나는 탈의실로 들어가 금세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그때 허지안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두 눈에 흥분과 감탄이 가득했다.“하나 씨, 아까 무대에서 엄청 예뻤어요. 연주도 완전 훌륭하고 영혼도 담겨있고. 오늘 밤 축제에서 하나 씨가 제일 빛났어요. 그야말로 무대를 찢어놨다니까요?”친구의 편애와 칭찬에 송하나가 눈웃음을 지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계속 옆에 있어 주고 응원해줘서 고마워요, 지안 씨.”허지안이 무심코 시선을 돌리다 그제야 옆에 한 남자가 서 있다는 걸 눈치챘다.전에도 심성빈이 송하나를 데려다주고 데리러 오는 걸 본 적이 있었지만 늘 멀찍이 떨어져 있어서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이렇게 가까이서 심성빈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훤칠하고 듬직한 체격은 물론 이목구비도 젊고 수려했다. 짙은 색 정장이 그의 우아하고도 서늘한 분위기를 한층 돋보이게 했고 온몸에서 차분하면서도 묵직한 기품이 흘러나왔다.허지안이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한껏 낮춘 채 송하나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하나 씨 남자친구예요? 엄청 잘생겼는데요? 외모며 분위기며 완전 대박이에요.”심성빈의 앞에서 오해하자 송하나의 귓불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더니 서둘러 두 사람의 관계를 해명하려 했다.“그런 게 아니라...”그런데 말이 끝나기 전에 심성빈의 여유롭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정중한 태도로 허지안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정하고 진정성 어린 말투로 말했다.“안녕하세요, 심성빈입니다. 그동안 우리 하나 곁에서 잘 챙겨줘서 감사합니다. 고생 많았어요.”허지안이 꾸밈없는 미소를 지으면서 다급히 손사래를 쳤다.“아유, 고생은요. 저랑 하나 씨 얼마나 친한데요. 챙겨주는 건 당연하죠.”심성빈이 송하나를 다정한 눈길로 쳐다봤다가 허지안을 식사에 초대했다.“저희 지금 저녁을 먹으러 가던 참이었는데 지안 씨도 같이 갈래요?”허지안 역시 사회생활을

  • 별이 되어 빛나리   제975화

    그해 학교의 주요 후원자 중 한 명이었던 심성빈은 일찌감치 학교 측으로부터 초대장을 받았는데 그 사실을 송하나에게 알리지는 않았다.자신이 그 자리에 참석한다는 사실에 송하나가 부담을 느낄까 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저 조용히 무대 아래서 송하나의 인생 첫 무대를 지켜볼 생각이었다.축제 날, 무대 위에는 화려한 조명이 비춰졌고 객석은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가득 찼다.학교 관계자들과 초청받은 인사들도 하나둘 현장에 도착했다.무대가 이어질수록 마지막 독주 무대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 또한 커졌다.객석 곳곳에서 설렘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드디어 시아 선배 독주네! 나는 오늘 이 무대를 보려고 30분 일찍 와서 기다렸어. 오직 시아 선배의 무대를 보려고 말이야!”“그 곡 엄청 어려운 걸로 유명하잖아. 실수하는 경우가 진짜 많은데 우리 학교에서 그 곡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시아 선배뿐이라서 더 기대가 돼!”“어머, 너희 몰랐어? 시아 선배 교통사고 때문에 손목을 다쳐서 오늘 무대를 하지 못해.”“뭐라고? 그러면 피날레는 누가 하는데? 저 어려운 곡을 시아 선배 말고 누가 연주할 수 있겠어?”“설마 다른 곡을 연주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너무 아쉬울 것 같은데. 오늘 괜히 왔네.”관객들의 웅성거림이 이어지던 그때, 무대 조명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곧 따뜻한 색감의 스포트라이트 하나가 무대 중앙을 비췄다.무대 위에 서 있는 건 송하나였다.송하나는 흰색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치맛자락은 바닥에 살짝 끌렸고 허리선은 깔끔하게 잡혀 있었으며 살짝 웨이브가 들어간 긴 머리는 허리까지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아름다우면서도 청초한 이목구비에 남다른 분위기, 흰 피부의 송하나는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눈부셨고 인간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웠다.순간 객석은 고요해졌고 모두의 시선이 송하나에게 집중됐다.송하나는 의자에 앉은 뒤 천천히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마음이 완전히 차분해지자 그제야 건반 위에

  • 별이 되어 빛나리   제974화

    다음 날 오전, 송하나가 교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허지안이 송하나를 한쪽으로 끌고 갔다.허지안은 기다렸다는 듯 휴대폰으로 인기 검색어를 클릭하며 감탄했다.“하나 씨, 이것 좀 봐요! 아까 기사를 봤는데 자선 경매에 나온 오래된 피아노가 엄청난 가격에 낙찰됐대요! 19세기 왕실 공주가 사용하던 전용 피아노인데, 한 젊은 사업가가 거액을 주고 낙찰받았고 이번 경매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대요! 다들 그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려고 산 거라고 추측하고 있어요. 대체 얼마나 운이 좋은 여자길래 그렇게 비싸고 낭만적인 선물을 받은 걸까요? 그 피아노는 음악을 하는 모든 사람이 한 번쯤은 원한 적 있는 악기잖아요.”송하나는 기사에 실린 사진을 보는 순간 가슴이 살짝 뛰었다.심성빈이 자신에게 선물한 바로 그 피아노였기 때문이다.비싼 피아노라는 건 예상했지만 이렇게 엄청난 가격에 낙찰받은 것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진심으로 부러워하는 허지안을 보며 송하나는 말 없이 미소만 지었다.그 엄청난 가격에 낙찰된 피아노가 지금 자신의 집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차마 말할 수 없었다.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어느샌가 1년에 한 번 열리는 축제가 다가왔다.축제에는 전교생과 교직원은 물론 업계 유명 인사들이 초청되었다. 중요한 행사인 만큼 학교에서도 두 달 전부터 행사를 열심히 준비하기 시작했다.가장 중요한 마지막 무대는 원래 대학교 3학년인 여학생 시아가 독주를 맡기로 되어 있었다.탄탄한 기본기와 뛰어난 연주 실력을 갖춘 데다 화려한 외모까지 겸비한 시아는 학교를 대표하는 학생으로 여겨질 만큼 인기가 많았다.그리고 시아가 연주할 예정이던 곡은 난도가 매우 높은 클래식 피아노 연주곡이었다.고난도의 테크닉과 넓은 리듬 변화는 물론, 풍부한 감정 표현까지 요구되는 곡이라 연주자의 실력과 음악적 해석 능력이 매우 중요했다.하지만 공연을 며칠 앞두고 시아는 이동 중에 교통사고를 당해 손목을 다쳤고 의사는 최소 2주 이상 안정을 취해야 한다며 당분간 무대에 오르는 것은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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