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옆 묘비 위에는 흑백사진 한 장이 붙어 있었다.사진 속의 젊은 남자는 하얀 셔츠를 입고 있었고 부드러운 눈매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그 얼굴은 분명 이강우와 똑같았다.오똑한 콧대며 날렵하게 올라간 턱선, 심지어 귓불 위에 찍힌 작은 점의 위치까지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그리고 그 묘비에는 한 이름이 깊게 새겨져 있었다.이하준.출생과 사망 연도를 보니 그는 이미 7년 전 세상을 떠난 사람이었다.송하나는 숨이 턱 막히며 온몸의 피가 순식간에 얼어붙는 듯한 감각에 휩싸였다.‘이하준... 이강우...’두 이름이 혀끝에서 맴돌다 갑자기 오래된 기억의 문을 박차고 훅 들어왔다.7년 전, 그녀는 막 부모님을 잃은 참이었다.세상이 송두리째 뜯겨 나간 듯 온통 어둠뿐인 나날들, 심각한 우울증까지 찾아왔고 매일같이 유일하게 향하는 곳은 부모님 묘소뿐이었다.거기서 앉아 울고 또 울었다.그러던 어느 날 오후, 여느 때처럼 절망감에 휩싸여 있는데 하얀 손수건을 든 길고 선이 고운 한 손이 그녀의 앞에 내밀어졌다.“이걸로 닦아요.”부드러운 남자의 목소리였다.“계속 울면 눈이 퉁퉁 부어요.”고개를 들어보니 맑고 따뜻한 눈동자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게 보였다.그는 조용히 그녀의 옆에 앉았다.“지나갈 거예요. 해는 매일 뜨잖아요, 그렇죠?”이건 부모님을 잃은 후 그녀가 처음으로 들은 따뜻한 말이었다.그날 이후, 송하나는 종종 그를 묘원에서 마주쳤다.말수는 많지 않았지만 그는 늘 그 자리에 말없이, 조용히, 곁을 지켜주었었다.마치 한 줄기의 빛처럼 그는 송하나의 폐허가 된 세상에 스며들었다.그러다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모든 게 바뀌었다.날씨 예보를 확인하지 않고 묘원에 들렀던 그녀는 갑자기 쏟아진 비에 허둥지둥 돌아가려다 질퍽한 흙길에서 미끄러져 심하게 넘어진 것이다.발목에 날카로운 통증이 밀려와 일어설 수 없었고 비는 점점 더 세차게 내렸으며 다시금 절망감이 밀려왔다.그녀는 무릎을 껴안은 채 우두커니 앉아 울기 시작했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