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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되어 빛나리의 모든 챕터: 챕터 81 - 챕터 90

198 챕터

제81화

이강우는 송하나를 바라보다가 몇 초간 침묵에 잠기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마음대로 해.”뒤돌아서는 그의 발걸음이 잠시 멈칫했지만 끝내 더는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다.그날 밤, 송하나는 차가운 옥패를 손끝으로 조심스레 쓸어내리다가 결국 눈물을 떨궈내고 말았다.옥패를 되찾아온 기쁨 속에는 말로 이루 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뒤엉켜 있었다.밤이 깊어지자 송하나는 악몽을 꾸었다.꿈속에서 그녀는 부모님이 참혹하게 세상을 떠나는 순간을 다시 마주했다.“아빠... 엄마...!”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난 그녀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고 축축해진 잔머리가 뺨에 들러붙었다.한참 숨을 고른 끝에야 또다시 그 꿈이었단 걸 깨달았다.다음 날 아침, 송하나는 챙 넓은 모자를 눌러쓴 채 집을 나섰다.단골 꽃집에 들러 허리를 굽혀 하얀 국화를 고르고 있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송하나 씨?”뒤돌아보니 심성빈이 계산대 앞에 서 있었다.시선이 그녀의 얼굴에 머무르더니 그는 조심스레 물었다.“어제 잠을 잘 못 주무신 것 같네요?”송하나는 굳이 숨기지 않았다.“네, 좀 안 좋은 꿈을 꿔서요.”손끝으로 국화 꽃잎을 살짝 매만지며 되뇌이듯 말했다.“대표님도 꽃 사러 오셨어요?”심성빈은 고개를 끄덕였다.“친구 회사가 오늘 개업이라 화환 몇 개 주문하려고요.”무슨 오해라도 살까 봐 그는 얼른 덧붙였다.“회사가 여기서 멀지 않은 근처예요.”“아, 그렇군요.”송하나는 다 고른 국화를 점원에게 건네며 말했다.“단정하고 소박하게 포장해 주세요.”계산을 마치고 꽃다발을 건네받은 그녀는 심성빈에게 인사했다.“그럼 전 이만 가볼 테니 천천히 고르세요.”“네, 조심히 가세요.”심성빈은 그녀의 뒷모습이 문을 나서는 순간까지 조용히 바라봤다.사실 전날 밤, 그는 송하나가 걱정돼 몇 번이고 위로의 메시지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었다.하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날이 밝았고 무작정 운전을 하다 보니 어느새 이 거리까지 와 있었다.“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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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바로 옆 묘비 위에는 흑백사진 한 장이 붙어 있었다.사진 속의 젊은 남자는 하얀 셔츠를 입고 있었고 부드러운 눈매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그 얼굴은 분명 이강우와 똑같았다.오똑한 콧대며 날렵하게 올라간 턱선, 심지어 귓불 위에 찍힌 작은 점의 위치까지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그리고 그 묘비에는 한 이름이 깊게 새겨져 있었다.이하준.출생과 사망 연도를 보니 그는 이미 7년 전 세상을 떠난 사람이었다.송하나는 숨이 턱 막히며 온몸의 피가 순식간에 얼어붙는 듯한 감각에 휩싸였다.‘이하준... 이강우...’두 이름이 혀끝에서 맴돌다 갑자기 오래된 기억의 문을 박차고 훅 들어왔다.7년 전, 그녀는 막 부모님을 잃은 참이었다.세상이 송두리째 뜯겨 나간 듯 온통 어둠뿐인 나날들, 심각한 우울증까지 찾아왔고 매일같이 유일하게 향하는 곳은 부모님 묘소뿐이었다.거기서 앉아 울고 또 울었다.그러던 어느 날 오후, 여느 때처럼 절망감에 휩싸여 있는데 하얀 손수건을 든 길고 선이 고운 한 손이 그녀의 앞에 내밀어졌다.“이걸로 닦아요.”부드러운 남자의 목소리였다.“계속 울면 눈이 퉁퉁 부어요.”고개를 들어보니 맑고 따뜻한 눈동자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게 보였다.그는 조용히 그녀의 옆에 앉았다.“지나갈 거예요. 해는 매일 뜨잖아요, 그렇죠?”이건 부모님을 잃은 후 그녀가 처음으로 들은 따뜻한 말이었다.그날 이후, 송하나는 종종 그를 묘원에서 마주쳤다.말수는 많지 않았지만 그는 늘 그 자리에 말없이, 조용히, 곁을 지켜주었었다.마치 한 줄기의 빛처럼 그는 송하나의 폐허가 된 세상에 스며들었다.그러다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모든 게 바뀌었다.날씨 예보를 확인하지 않고 묘원에 들렀던 그녀는 갑자기 쏟아진 비에 허둥지둥 돌아가려다 질퍽한 흙길에서 미끄러져 심하게 넘어진 것이다.발목에 날카로운 통증이 밀려와 일어설 수 없었고 비는 점점 더 세차게 내렸으며 다시금 절망감이 밀려왔다.그녀는 무릎을 껴안은 채 우두커니 앉아 울기 시작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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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이러한 생각이 머릿속에 박히자 마치 독 가시처럼 송하나의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깨달음이었다.송하나는 거의 비틀거리다시피 묘지를 빠져나왔다.택시에 올라탔을 때, 손끝은 여전히 떨고 있었다.이씨 가문의 본가, 그녀는 문 앞에서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조용히 안으로 들어섰다.거실은 고요했다.홍경자는 방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고 안정인만이 집안을 정리하고 있었다.“사모님, 오셨어요? 어르신 막 주무시기 시작했어요.”“아줌마.”송하나의 목소리가 어딘가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다.“강우 씨한테... 혹시 형이 있었어요?”안정인의 손이 잠시 멈췄고 눈빛에는 당혹감이 스쳤다.곧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있었죠, 큰 도련님. 이름은 하준이였어요. 그런데 참 팔자가 사납다고 해야 하나, 젊은 나이에 이상한 병에 걸려서... 7년 전에 세상을 떴죠. 어르신 마음의 병이기도 해서 평소에는 아무도 그 얘기는 안 해요. 누가 한마디만 해도 그날 밤은 꼭 한숨도 못 주무시니까요.”송하나의 가슴이 서서히 가라앉았다.‘이상한 병이라니?’그녀의 기억 속 이하준은 분명 누구보다 건강했던 사람이었다.“하나야, 무슨 얘기하고 있었니?”홍경자가 방에서 막 나와 거실로 들어섰다.“아무것도 아니에요.”송하나는 급히 표정을 숨기고 환하게 웃으며 다가갔다.“할머니 보고 싶어서 왔어요. 오랜만에 할머니랑 이야기 좀 하고 싶어서요.”홍경자는 별 의심 없이 그녀의 손을 잡고 소파에 앉혔다.“잘 왔다. 오후에 백목이버섯탕 끓였거든. 같이 먹자꾸나.”송하나는 마음이 딴 데 가 있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머릿속에는 온통 그 따뜻하고도 다정하던 얼굴만 가득 맴돌고 있었다.그렇게 해가 뉘엿뉘엿 저물 무렵, 이강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곧 정장을 벗어 가정부에게 건네다 말고 그의 손길이 잠시 멈추더니 소파에 앉아 있는 송하나와 눈이 마주쳤다.예전의 그녀라면 눈을 피했을 텐데 오늘은 정면으로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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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괜찮아요.”송하나는 조용히 일어서며 말했다.언뜻 듣기에는 잔잔해 보였지만 깊은 물 속처럼 생기 하나 없는 평온한 목소리였다.베개와 이불을 집어 들고 뒤돌아선 그녀는 말없이 옆방으로 향했다.“피곤해서 먼저 잘게요.”이강우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은 채 그녀의 뒷모습이 문 너머로 사라지는 걸 가만히 지켜봤다.미간이 자연스레 좁혀졌다.조금 전 송하나가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은 낯선 이를 대하는 것보다도 더 차가웠다.그 눈빛에는 미움도 원망도 없는 것이 마치 지난 4년간의 결혼 생활이 애초에 존재한 적조차 없었던 듯했다.그날 밤, 이강우는 유난히 깊은 잠에 들지 못했다.손님방에는 화장실이 따로 없었기에 그녀가 밤중에 화장실로 나서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작고 조용한 발걸음 소리가 자꾸만 가슴을 간질이는 듯해 괜히 마음이 불편했다.다음 날 아침, 송하나는 눈가가 퀭한 채로 다이닝홀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러자 홍경자가 곁에 앉았다.“하나야, 왜 이렇게 안색이 안 좋아? 또 강우 저 녀석이 너 속상하게 했니?”“아니에요, 할머니.”송하나는 토스트 한 조각을 들어 입에 물며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대답했다.“어젯밤에 물을 너무 많이 마셨더니 자꾸 깨서 푹 못 잤어요.”바로 그때, 이강우도 다이닝홀로 들어섰다.그녀의 얼굴에 잠깐 시선이 머물렀지만 송하나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오전, 송하나는 현진 바이오 테크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를 켰고 그사이 서유준이 다가왔다.“하나야, 할 얘기가 있어. 네가 요즘 맡은 업무가 많아서 말이야, 인사팀이랑 얘기해서 비서 하나 뽑기로 했어. 잡일이라도 좀 나눠야지.”심하 그룹 일도 이미 복잡한데 본업까지 감당하는 그녀를 그냥 두기에는 미안했던 것이다.“괜찮아요, 선배. 저 혼자 할 수 있어요.”송하나는 무의식적으로 거절부터 했다.“괜히 무리하지 마. 이미 채용 공고까지 올렸어.”서유준은 그녀가 거절할 걸 알고 있었다는 듯 선수를 쳐 놓은 상태였다.“오전 중에 면접자가 몇 명 와. 이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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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송하나가 나가자 이강우는 회의실 문을 열었다.심성빈은 서류를 정리하다가 그를 쳐다봤다.“아직 안 갔어?”“아까 하나랑 얘기하는 거 보니까 꽤 잘 통하는 것 같던데.”이강우는 의자에 앉아 탁자 위의 생수병을 따 마시며 담담하게 말했다.“언제 그렇게 친해졌어?”심성빈은 서류를 내려놓고 의자에 기대앉아 의미심장하게 그를 쳐다봤다.“지금 나 감시하는 거야?”이강우는 물을 마시며 시선을 피했다.“그냥 물어본 거야.”“업무상으로 만나는 사이야. 송하나 씨가 프로젝트 담당이라 접촉할 일이 많거든.”심성빈의 눈에는 웃음기가 어렸다.“왜 그래, 우리 이 대표, 혹시 질투라도 하는 거야?”이강우는 생수병을 내려놓았다.“착각하지마.”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양복 재킷을 정리했다.“가볼게.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심성빈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서히 미소를 지웠다.‘만약 강우가 내가 아직 이혼하지 않은 저 녀석 아내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면 과연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가자 그는 재빨리 생각을 덮었다.어떤 일들은 어둠 속에 묻어둬야만 했다.다음 날 오전.인사부에서 젊은 여직원을 데리고 송하나 앞에 나타났다.“송 교수님, 이쪽은 새로 온 조수 임효민 씨입니다. 어제 면접에 합격해서 오늘 첫 출근입니다.”“송 교수님, 안녕하세요! 임효민이라고 합니다. 갓 졸업해서 부족한 점이 많지만, 잘 부탁드립니다!”임효민은 씩씩하게 인사하며 고개를 숙였다.송하나는 미소로 화답하며 맞은편 빈자리를 가리켰다.“앉으세요. 먼저 회사 돌아가는 거부터 알아야겠죠. 필요한 자료는 메일로 보내줄 테니,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세요.”“네, 교수님.”임효민은 자리에 앉자마자 컴퓨터를 켰다.자료를 보면서도 송하나를 힐끔힐끔 훔쳐보는 눈빛에는 존경심이 가득했다.제약학 전공 졸업생인 그녀는 얼마 전 업계 컨퍼런스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항암 표적 치료제 성공에 송하나의 공이 컸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녀에게 송하나는 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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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임효민은 눈을 반짝이며 금세 활기를 되찾았다.“정말요?”송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다시 활짝 웃는 그녀를 보며 송하나도 마음이 놓였다.“잠깐 쉬었다 와요. 오후에도 할 일이 많으니까.”임효민은 물컵을 들고 말했다.“하나 언니, 제가 물 따라드릴게요.”그녀의 진지한 눈빛을 보며 송하나는 문득 조수가 있으면 확실히 신경 쓸 일이 줄어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금요일 오후, 이원 그룹 대표 사무실.송태리는 하이힐을 신고 걸어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쇼핑백 두 개가 들려 있었다.“야옹.”통통한 주황색 고양이 한 마리가 소파에서 뛰어내려 그녀의 다리에 몸을 비볐다.“어쭈, 내가 맛있는 거 사 온 걸 아는 거야?”송태리는 웃으며 몸을 숙여 쇼핑백에서 수입 고양이 통조림과 츄르를 꺼냈다.“강우 씨, 내가 귤이 간식이랑 자동 급수기 새로 사 왔어요. 전에 쓰던 게 물이 조금 새는 것 같아서.”이강우는 서류 검토에 열중하고 있었다.“저번에 사 온 동결 건조 간식도 아직 다 못 먹었는데 또 이렇게 많이 샀어?”“귤이는 한창 자랄 때잖아요.”송태리는 캔을 뜯었다.진한 고기 향이 순식간에 퍼져 나가자 귤이는 즉시 달려들어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송태리는 손가락으로 고양이의 부드러운 털을 빗겨주며 말했다.“게다가 내가 자주 안 오면 얘가 또 주인인 나를 잊을까 봐 걱정돼서요.”그때, 비서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대표님, 심하 그룹에서 보내온 협력 추가 계약서입니다. 검토 부탁드립니다.”“음.”이강우는 대답하며 옆에 놓으라고 지시했다.비서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대표님, 이번 주말은 큰 도련님의 기일입니다.”이강우의 펜촉이 갑자기 멈췄다.몇 초간의 침묵 후, 그는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알았어.”송태리는 고양이 장난감 막대로 귤이를 놀리며 빙글빙글 돌게 하고 있었다. 고양이가 어설픈 모습으로 움직이는 모습에 그녀는 눈웃음을 지었다.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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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송하나는 희미하게 웃었지만 눈가에는 이슬이 맺혔다.“거기서 잘 지내고 있어요? 걱정 말아요. 이제 내가 자주 보러 올게요. 당신이 항상 내 옆에 있어 줬던 것처럼.”한참 동안 묘비 앞에 머물던 송하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는 이하준의 사진을 오래도록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돌렸다.송하나가 묘원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강우의 차가 묘원 입구에 멈춰 섰다.그는 검은 정장을 입고 흰 국화 한 다발을 들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무겁고 엄숙했다.이하준의 묘비 앞에 선 그는 낯선 해바라기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그의 눈에 의아함이 스쳐 지나갔다.뒤따르던 비서도 당황한 듯 말을 더듬으며 추측했다.“아마 어르신께서 사람을 시켜 보내신 게 아닐까요? 늘 큰 도련님을 그리워하시니까요.”이강우는 더 캐묻지 않고 들고 있던 흰 국화를 해바라기 옆에 가지런히 놓았다.그는 묘비 앞에 쭈그리고 앉아 사진 속 형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형, 나 왔어.”그의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다.“회사 일은 요즘 잘 풀리고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그는 묘비 앞에서 그룹의 새로운 동향과 할머니의 건강이 아직 괜찮다는 소식을 전하며 마치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다.“그리고 형이 좋아했던 사람, 내가 잘 보살피고 있어. 할머니께서는 탐탁지 않아 하시지만 내가 있는 한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사람은 지켜줄 거야. 억울한 일 당하지 않도록.”7년 전.이하준은 임종 직전, 이강우의 손을 잡고 두 가지를 부탁했다.하나는 이원 그룹 후계자의 자리를 맡아달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라운지 벨라 12동에 사는 송씨 성을 가진 아가씨를 보살펴달라는 것이었다.형의 죽음은 이강우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그는 짊어져야 할 책임감에 억눌린 채, 이를 악물고 경영 수업에 매달렸다. 3년간의 혹독한 수업 끝에 이원 그룹의 새로운 대표가 된 그는 뛰어난 경영 능력으로 회사를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성공으로 이끌었다.그리고 라운지 벨라 12동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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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이혼 절차가 복잡해서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이강우처럼 훌륭한 남자는 송태리보다 훨씬 좋은 여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유독 송태리에게 잘해주는 걸까?이강우의 편애를 받는 송태리는 꿈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언제 그 여자와 완전히 끝낼 수 있는지 물어봤어?”김지영은 갈비를 그녀의 그릇에 놓아주면서 물었다.“여자의 청춘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꽃다운 나이에 빨리 가정을 꾸려야지, 언제까지 시간을 끌 생각이야? 차라리 아이를 가지는 건 어때? 그러면 이씨 가문에서 아주 좋아할 거야. 어르신이 아무리 너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고 해도 소용없어. 아이를 봐서라도 손주며느리로 인정할 거야.”그 말에 송태리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녀는 쑥스러워서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갑자기 아이를 어떻게 가져요...”“약한 소리 하지 말 거라.”김지영은 그녀를 노려보면서 차갑게 말했다.“오랫동안 만났으니 이제는 슬슬 아이를 가져야지. 그렇게 되면 어르신도 너를 어쩌지 못할 거야. 무슨 뜻인지 알겠니?”이때 옆에 앉아 있던 송종현이 입을 열었다.“네 엄마 말이 맞아. 얼마나 많은 아가씨가 이씨 가문 사모님 자리를 노리고 있는지 알아? 멍청하게 굴지 말고 기회를 잡아.”젓가락을 들고 있던 송태리의 손이 덜덜 떨렸다.“강우 씨는 그동안 한 번도 저에게 강요하지 않았어요.”이강우는 송태리한테 욕구를 쏟아낸 적이 없었다. 지나친 배려는 오히려 이 관계에 독이 될 수도 있었다.송태리는 가끔 이강우가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게 맞는지 의심했었다.“그래서 가만히 있었던 거야?”김지영은 마음이 답답해서 미간을 찌푸렸다.“이강우가 먼저 다가오지 않으면 네가 적극적으로 들이대란 말이야. 체면이 뭐가 중요하니?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아이를 가지는 거야.”송태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만약 정말 아이를 가진다면 홍경자가 아무리 반대해도 소용없을 것이다.이강우가 유일한 자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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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나중에 할머니의 상태가 어떤지 알려줘야 해요.”“알겠어.”송태리는 차에서 내리고는 손을 흔들었다. 검은색 롤스로이스 차량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보고는 주먹을 꽉 쥐었다.이때 그녀는 김지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어르신은 이강우와 송하나가 만날 수 있게 자리를 만들고 있어. 그러다가 송하나가 아이를 가지게 된다면 이강우는 너를 버릴 거야.”카드를 쥐고 있는 손이 덜덜 떨렸다.홍경자는 이강우와 송하나가 결혼해야만 하는 구실을 만들었다. 이제는 아이를 가질 수 있게 손을 쓸 수도 있었다.만약 송하나가 먼저 아이를 가진다면 송태리는 이씨 가문 사모님 자리에 오를 수 없었다.“송태리 씨, 차에 타세요.”이때 이강우의 비서가 차를 세우고는 공손하게 말했다. 송태리는 뒷좌석에 올라탄 후 창밖을 내다보면서 생각에 잠겼다.‘다시 생각해 보니 엄마의 말씀이 일리가 있어. 이제는 적극적으로 들이대야지.’한편, 현진 바이오테크.안정인의 전화를 받은 송하나는 홍경자한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되었다. 그녀는 퇴근하자마자 달려 나가서 택시를 기다렸다.콜택시를 불렀지만 대기하는 사람이 많아서 계속 기다려야만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밤이 되어도 본가에 가지 못할 것이다.“하나야, 아직도 택시를 기다리는 거야?”검은색 차량이 천천히 멈춰 서더니 차창 뒤로 서유준의 얼굴이 드러났다.“어디에 가려고 그래? 데려다 줄 테니 차에 타.”“선배, 그럴 필요 없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볼게요.”회사에서 본가에 가려면 30분 정도 걸렸다. 서유준이 그녀를 데려다주고 집에 가려면 1시간 넘게 걸릴 것이다.송하나는 그에게 민폐를 끼치기 싫었다.“하나야, 얼른 차에 타.”서유준은 조수석의 문을 열면서 미소를 지었다.“우리 사이에 서로 도와줄 수 있잖아.”머뭇거리던 송하나는 홍경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시간을 더 지체할 수 없어서 그의 차에 올라탔다.“선배, 정말 감사해요.”얼마 후, 창밖을 내다보던 송하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잠깐 저 앞에서 차를 세울 수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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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고개를 돌린 그녀는 이강우와 눈이 마주쳤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송하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송하나.”그는 분노를 간신히 억누르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아직 이혼하지 않았어. 그런데 감히 다른 남자의 차를 타고 본가에 와? 굳이 내 앞에서 애틋한 사이라는 걸 티 내야겠어?”이강우는 있는 힘껏 잡지 않았지만 그녀를 제압하기에 충분했다. 손을 빼내려고 안간힘쓰던 송하나는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택시가 없어서 선배의 차를 탔을 뿐이에요. 가는 길에 데려다준다고 했거든요. 그리고 내가 언제 선배와 애틋한 사이라고 했어요? 강우 씨, 그 상상력으로 소설을 써보는 건 어때요?”“가는 길에 데려다주었다고?”이강우는 피식 웃더니 차가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현진 바이오테크에서 여기까지 오려면 얼마나 걸리는지 알아? 굳이 먼 길을 돌면서까지 당신을 데려다주었잖아.”“강우 씨!”송하나는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할머니께서 기다리고 있으니 비켜요. 당신과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다른 남자와 같이 가서 산 디저트를 내밀면 할머니께서 좋아할 것 같아?”이강우는 그녀의 손에 들린 봉투를 힐끗 쳐다보았다.“그 상황을 할머니가 봤더라면 쓰러졌을 거야.”“이강우 씨!”화가 난 송하나는 더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그저 내 선배일 뿐이고 같은 일하는 사이예요. 나랑 선배가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이혼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세요. 송태리와 같이 살고 싶어 했잖아요.”그러자 이강우는 살기로 가득 찬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 이때 본가에서 안정인이 걸어 나왔다.“도련님, 사모님. 왜 아직도 문 앞에 계세요?”송하나는 재빨리 다가가서 물었다.“아줌마, 할머니는 좀 어때요?”“아무것도 드시지 못했어요. 혼자 위층에 올라가더니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했어요.”안정인은 울상을 지으면서 말했다. 송하나와 이강우는 다급히 위층으로 올라가서 홍경자를 찾았다.여러 방에 들어가 보았지만 홍경자를 찾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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