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별이 되어 빛나리 / Chapter 791 - Chapter 800

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791 - Chapter 800

831 Chapters

제791화

“이솔이 자?”차설아가 물었다.“응, 잠들었어.”최로운은 그녀 옆에 앉았다.“오늘 많이 힘들었지?”차설아는 아무 대답 없이 한참 침묵하다가 별안간 입을 열었다.“로운아, 이제 애 낳은 지도 한 달은 됐으니 우리도 시간 내서 일 처리해야지.”최로운은 잠시 멍해졌다.“무슨 일?”차설아는 그를 쳐다보지 않고 매우 덤덤한 말투로 말했다. 마치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이다.“이혼 말이야. 그때 약속했잖아. 애 낳으면 바로 이혼하기로.”최로운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무슨 이혼이야! 이솔이 아빠 없는 아이로 크는 게 말이 돼?”“아이도 공동 양육하기로 했으니 네가 한 달, 내가 한 달 키우면 돼. 아빠 없는 아이 아니야, 우리 이솔이.”다만 최로운의 태도는 확고했다. 그는 더없이 단호하게 쏘아붙였다.“그래도 안 돼, 이혼은!”차설아가 그를 빤히 쳐다봤다.“너 지금 약속 번복하는 거니? 남자가 뱉은 말은 지켜야지.”최로운은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평소에 언변도 좋고 그렇게 능글맞던 사람이 지금은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그는 오랫동안 침묵했다. 마침내 다시 입을 열었을 때 목소리는 한껏 가라앉았고 그 속엔 약간의 억울함과 체념이 섞여 있었다.“설아야, 우리 이혼 안 하면 안 될까?”차설아는 이혼을 언급할 때 마음이 씁쓸하고 괴로웠지만, 이 남자의 애원을 듣고 아쉬움까지 느껴지자 마음 한구석에서 희미한 기쁨이 피어올랐다.입꼬리가 올라갈 뻔했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우린 서로 감정도 없고 속도위반으로 결혼했을 뿐이잖아. 피차 시간 낭비할 필요 없어.”“뭐가 감정이 없어?”최로운이 대뜸 눈시울을 붉혔다.그는 마치 모든 용기를 끌어내듯 심호흡하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설아야, 나는 이솔이 때문이거나 책임감 때문에 네 곁에 있는 게 아니야. 진심으로 널 좋아하고 너랑 함께하고 싶어. 평생토록 너랑 이솔이와 함께 우리 가족 세 식구가 오붓하게 살아가는 게 내 소원이야.”차설아는 심장이
Read more

제792화

차설아는 손을 뻗어 최로운의 앞에 내밀었다.그제야 최로운도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반지를 꺼내 그녀에게 끼워주며 여느 때보다 진지하게 말했다.“이거 프러포즈 반지야. 이 반지 끼면 평생 내 사람이니까 앞으로 두 번 다시 이혼 얘기 꺼내지 마. 알았지?”차설아는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내려다보며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아무런 대답도 없었지만, 마음속에 어느덧 달콤함이 가득 차올랐다.아이가 태어난 지 반년이 되었을 때, 최로운과 차설아는 제대로 된 결혼식을 올렸다.그때쯤 송하나도 심하 그룹과의 프로젝트 협력을 성공적으로 마쳤다.협력 기간 그녀는 심성빈과 업무 관련해서 경계를 철저히 지켰고 그밖에 어떠한 여지도 남겨주지 않았다.반면 차정원과의 감정은 날이 갈수록 더욱 깊어지고 서로를 향한 배려도 짙어졌다.최로운과 차설아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생화와 조명으로 꾸며진 공간은 마치 꿈결처럼 환상적이었다. 로맨틱한 분위기만으로도 공간을 꽉 채우는 느낌이었다.최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친인척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고 신랑의 오랜 친구인 심성빈과 이강우도 초대받았다.결혼 행진곡이 울려 퍼지고 차설아가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아버지의 팔짱을 끼고 한 걸음씩 최로운을 향해 걸어왔다.그는 무대에 서서 차설아를 지그시 바라보며 평소와 달리 조금은 긴장한 듯 목울대를 몇 번이나 굴렸다.반지를 교환하는 순간, 최로운은 하객들 앞에서 그녀를 향한 진심과 약속을 진중하게 고백했다.“설아야, 내가 원래 말실수도 잦고 놀기 좋아하고 좀 덜렁대는 면이 있다는 걸 알아. 그래도 앞으로는 달라질 거야. 너랑 이솔이를 내 전부로 삼고 평생 너희에게만은 절대로 그 어떤 고통도 겪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차설아는 그의 말을 들으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렁그렁 눈물이 고인 채 신랑 최로운에게 대답했다.“약속 꼭 지켜라! 허튼짓하면 가만 안 둬. 이솔이 데리고 집 나가서 평생 안 돌아올 거야!”최로운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황급히 차설아를 더욱 꽉 끌어안았
Read more

제793화

송하나는 차정원의 눈빛에 담긴 진심과 미세하게 떨리는 목울대, 그리고 숨길 수 없는 긴장감까지 고스란히 느꼈다.그녀의 코끝이 시큰해졌다.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좋아요.”마침내 확답을 들은 차정원은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일찌감치 준비해둔 청혼 반지를 그녀의 손에 끼워주고 일어나서 진한 포옹을 했다. 머리를 살짝 숙인 채 그녀의 이마에 부드럽지만 소중함이 가득 담긴 입맞춤까지 남겼다.곧이어 장내에 뜨거운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한 결혼식에서 두 쌍의 커플이 행복을 이루는 광경은 마치 하늘이 내려준 선물처럼 예상치 못한 큰 기쁨이었다.이강우는 구석에 앉아 무대 위에서 서로를 껴안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심장은 무언가에 꽉 옥죄인 듯 숨 막히는 고통이 온몸으로 퍼졌고 말 그대로 괴로움 그 자체였다.그녀가 다른 남자에게 청혼을 승낙하는 모습을 제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며 비로소 깨달았다. 자신이 아무리 많은 보상을 한다 해도 그녀의 마음을 되돌릴 수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과거의 잘못과 후회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과거로 남을 뿐이었다.이강우는 조용히 손에 든 술잔을 내려놓고 홀연히 자리를 떠났다. 그의 뒷모습은 쓸쓸하고 적막할 따름이었다.가까운 곳에 있던 심성빈 역시 그 광경에 마음이 찔렸다. 그의 눈빛에는 거의 넘쳐흐를 듯한 상실감이 서려 있었다.송하나의 행복한 미소를 바라보며 그는 천천히 눈을 감고 깊은숨을 들이쉬었다.오랫동안 그를 괴롭혔던 집착 또한 이제는 놓아줄 때가 되었다.그녀가 이미 마음을 굳혔다는 걸 알기에 더 이상 미련을 두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조용히 축복하는 편이 나았다.심성빈은 연회장을 떠나 휴대폰을 꺼내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최근 국내 업무 일정을 조율하고 해외행 비행기 표 예약해.”심성빈은 심하 그룹의 향후 업무 중점을 다시 해외로 옮기기로 했다.차설아와 최로운의 결혼식이 끝난 후, 송하나와 차정원은 집으로 돌아왔다.샤워를 마친 그녀는 침대 옆에
Read more

제794화

차정원은 송하나의 축 처진 속눈썹과 굳게 다문 입술, 그리고 눈빛에 감도는 불안과 타협의 기색을 놓치지 않았다.그는 송하나를 너무 잘 안다. 진짜 가기 싫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망설이지도, 밤늦게까지 메일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지 않았을 터였다.송하나가 평생 꿈꿔왔던 이 기회를 어찌 포기하라고 말할 수 있을까!차정원은 그녀를 품에 안았다.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꽉 안아주며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나 화 안 났어.”잠시 망설이던 차정원은 솔직하게 진심을 털어놓았다. 말투에도 숨길 수 없는 씁쓸함이 약간 묻어났다.“메일을 보고 네가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앞으로 오랫동안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슬프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난 널 놓치고 싶지 않아, 하나야.”다만 그는 이내 단호하면서도 따뜻한 말투로 변했다.“하지만 네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 날 위해서 오랫동안 꿈꿔왔던 걸 포기하게 할 수는 없잖아. 가, 하나야. 항상 응원할게. 얼마나 걸리던 기다리고 있을게. 짬짬이 보러도 갈 거야, 나. 앞으로 그곳에 남고 싶다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네 곁으로 갈게.”송하나는 그의 품에 기대서 말을 듣고 있자니 눈가가 점점 붉어졌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이 남자의 잠옷을 적셨다. 놀라움과 감동, 그리고 깊은 죄책감이 뒤섞였다.“고마워요, 정원 씨.”송하나는 고개를 들고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약속할게요. 길어도 1년이에요. 꼭 최선을 다해서 일찍 돌아올게요. 정원 씨 곁으로 돌아와야죠.”“그래.”차정원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남자의 눈동자에 애틋함이 흘러넘쳤다.그의 다정한 눈빛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속 깊은 곳의 갈등과 불안이 완전히 걷히는 기분이었다. 송하나는 그의 목을 부드럽게 끌어안으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정원 씨, 우리 혼인 신고해요. 내일 바로 가서 해요!”순간 차정원은 몸이 움찔거렸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눈가에는 놀라움과 희열이 가득 찼고
Read more

제795화

송하나도 부인하지 않고 귓불이 다 빨개졌지만, 입가에는 웃음이 번졌다.차설아는 잔뜩 흥분해서 목소리가 높아졌다.“대박! 혼인신고서는요? 빨리 보여줘요.”이때 송하나가 웃으며 차정원을 가리켰다.“네 오빠한테 있어.”차정원은 구청에서 나오자마자 혼인신고서를 챙겼고 심지어 송하나의 몫까지 함께 보관했다.“오빠, 숨기지 말고 빨리 보여줘요!”차정원은 주머니에서 천천히 혼인신고서 두 장을 꺼냈다.제 눈으로 직접 확인한 차설아는 흥분해서 차정원의 어깨를 찰싹 때렸다.“오빠 굉장히 행동파네요! 아무 얘기도 없이 혼인신고라니. 진짜 대박이에요.”실은 두 사람의 일을 조금 걱정했었는데 프러포즈에 성공한 다음 날 바로 혼인신고를 해버리다니.이 기세라면 결혼식도 곧 치르나 보다.차씨 가문의 어른들도 인기척 소리에 하나둘씩 몰려들었다.혼인신고서를 보자 모두 웃음을 멈추지 못했고 둘이 잘 어울린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정원아, 이제 하나랑 혼인신고도 했겠다. 결혼식은 언제쯤 올릴 생각이야?”차씨 가문 어른들은 송하나를 위해 결혼식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성대하고 아름답게 준비하길 바랐다. 그녀에게 그 어떤 섭섭함도 남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송하나가 말하려던 참에 차정원이 그녀를 대신했다.“실은 하나가 해외 연수 초청을 받아서 한동안 해외에 나가 있을 예정이에요. 돌아오면 그때 논의하도록 하죠.”차씨 가문의 어른들은 잠시 멍해졌다.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다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너희 둘이 알아서 정하면 되지. 학업이나 사업이 우선이니 결혼식은 서두를 거 없어.”이때 옆에 있던 최로운이 차정원과 송하나의 혼인신고서를 보다가 몰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곁눈질로 힐끗 본 차설아가 목소리를 내리깔았다.“뭐 해, 로운아?”최로운은 휴대폰을 거둬들이고 찔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아니야, 아무것도 안 했어. 내가 또 뭘 할 수 있겠니?”차설아는 몰래 생각했다.‘이제 오빠랑 하나가 혼인신고를 했으니 딴 남자들이 아무리 우리 하나 넘봐도
Read more

제796화

휴가를 마치고 송하나는 연구 센터로 돌아와 장현서 교수님을 찾았다.장현서는 문헌을 보고 있다가 그녀가 들어오자 웃으면서 반겼다.“그래, 하나야. 마침 잘 왔어.”그는 서류 한 부를 송하나 앞에 내밀며 진지한 톤으로 말했다.“얼마 전에 국가 차원의 대형 프로젝트가 나왔는데 이번에 너를 수석 과학자로 내세워 신청서를 넣어보려고 해.”송하나는 서류를 바라보며 마음속에 잔잔한 온기가 전해졌다.장현서가 늘 자신을 위해 길을 닦아주고, 더 멀리 나아가도록 돕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안다.“고마워요, 교수님.”송하나는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그런데 실은 저 해외에서 초청 메일을 하나 받았어요. 잠시 그곳에 머물면서 선진 기술도 좀 익히고 연구 경험을 더 쌓고 싶어요.”장현서는 잠시 멍해졌다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에르빈 박사님 연구실 말하는 거야?”송하나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어떻게 아셨어요?”장현서는 손을 저으며 자랑스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지난번 프로젝트가 끝나고 네가 발표했던 논문이 국제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어. 에르빈 박사가 직접 연락이 와서 너에 관해 물어보시더라고. 그때 널 최고의 제자라고 말씀드렸어.”그는 흐뭇한 눈길로 송하나를 바라보았다.“젊을 때 세상 밖으로 나가 보는 건 좋은 일이지. 가봐, 하나야. 여기 일은 내가 다 알아서 할게. 연구 센터 자리도 잘 이야기해서 네 이름으로 남겨둘 테니 언제든 돌아와.”송하나의 눈가가 촉촉해졌다.“교수님, 감사합니다.”장현서는 손을 저으며 호탕하게 웃었다.“뭘 새삼스럽게! 네가 실력을 쌓고 돌아오면 나 같은 늙은이는 결국 네 도움이 필요할 거다. 우리 하나가 내 뒤를 이어야 할 텐데.”국내의 일을 마무리하고 송하나는 출국할 준비를 했다.공항에서 차설아가 딸 최이솔을 안고 그녀를 배웅하러 나왔다.아기는 어느덧 옹알이를 시작했고 동그란 눈으로 송하나를 바라보며 작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으려 했다.“하나야, 이제 혼자 타지에서 지내려면 꼭
Read more

제797화

송하나는 에르빈 박사와 악수하며 왠지 모르게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박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곳에 올 수 있게 되어 제게는 더없는 영광입니다.”처음으로 자신의 우상과 이렇게 가까이하게 되었다. 앞으로 자주 만나 학술 교류와 더불어 과학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녀의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하지만 앞으로의 나날들은 예상만큼 순탄치만은 못했다.에르빈 박사는 매일같이 바빴고 연구실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연구실에서 송하나는 유일한 에인시아인이자 여성이었다. 많은 동료들이 그녀를 좋게 보지 않았다.어떤 이들은 에르빈 박사의 편애 덕분에 들어왔을 뿐 실속 없이 겉모습만 번듯하다고 수군거렸고 심지어 그녀에게 배정된 연구 과제는 중요하지도 않은 변두리 업무였다.더 나아가 송하나가 이전에 발표했던 논문조차 팀 전체의 공을 빌린 것이며 그 영광은 그녀만의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이러한 의심과 따돌림은 송하나에게 낯선 일이 아니었다.이런 상황에서 말로 시비를 가리는 것은 가장 쓸모없는 짓이다.오직 실력으로 증명해야 진정한 존중을 얻을 수 있다.그녀는 변명하지 않고 묵묵히 일에만 몰두했다.매일 연구실에 틀어박혀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했으며 하루에 네다섯 시간밖에 자지 않았다.이해가 안 가는 문제는 수첩에 적어두었다가 에르빈 박사를 만날 때마다 겸손하게 여쭤보았다.데이터를 수없이 반복해서 계산했고 실험을 거듭했으며 모든 세부 사항을 극도로 완벽하게 처리했다.차정원은 매주 그녀를 보러 날아왔다.금요일 밤에 도착해서 일요일 밤에 떠나는 비행이었다. 왕복 비행시간은 10시간이 넘었지만, 그저 송하나와 함께 주말을 보내기 위해서였다.그녀가 현지 음식이 입에 안 맞는 걸 알고 출국할 때마다 그녀가 좋아하는 간식, 고향의 향수가 담긴 식재료들을 빠짐없이 챙겨 오곤 했다.비록 힘든 왕복 비행이라도 그는 기꺼이 감수했다.석 달 후, 송하나는 탄탄한 전문 지식, 극도의 노력, 그리고 혁신적인 연구 아이디어로 연구실에서
Read more

제798화

협력사의 얼굴이 굳어졌다. 당황한 나머지 허겁지겁 일어나 심성빈의 앞을 가로막았다.“대표님, 오해입니다. 저희가 드릴 말씀이...”다만 심성빈은 뒤돌아보지 않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룸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몇 사람은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어리둥절했다. 심 대표가 원하는 게 대체 뭘까?돈도 부족하지 않고 권력 또한 연연하지 않으며 거기에 여자까지 거들떠보지 않는다니.그의 약점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그 무엇으로도 심성빈을 쥐락펴락할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아파트로 돌아왔을 때, 어느덧 깊은 밤이었다.거실에는 불이 꺼졌고 통유리창 밖에는 도시의 야경이 펼쳐졌다. 수많은 집들의 불빛이 마치 은하수처럼 찬란하게 빛났다.심성빈은 창가에 서서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운 채였다.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가 그의 윤곽을 희미하게 흐렸다.요즘 그는 모든 에너지를 일에 쏟아부었다. 업무처리 방식은 광적일 정도로 엄격했고 거의 변태 수준에 가까웠다.하루에 겨우 네댓 시간만 자고 빽빽하게 짜인 일정 속에서 단 한순간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았다. 비서조차 감당하기 힘들어할 지경이었다.심성빈은 자신에게 어떠한 틈도 내어주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멈추는 순간, 해서는 안 될 생각들이 밀물처럼 밀려올 테니까.지금 이 위치에 서니 들이대는 여자들이 차고 넘쳤다.비즈니스 파트너부터 경쟁 상대, 심지어는 친구라고 자처하는 이들까지 저마다 이런 얄팍한 수로 그를 회유하려 했다.화려한 미모를 무기로 그에게 다가오는 여자들도 많았다. 다들 하나같이 미모와 몸매가 완벽 그 자체였다.하지만 심성빈은 이 모든 것을 얼음장처럼 차갑게 무시했다. 곁눈질조차 할 가치가 없다는 듯이.다들 심 대표는 여자라면 쳐다보지도 않는 냉혈한이자, 감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일만 하는 기계라고 수군거렸다.오직 그만이 알고 있겠지. 여자에게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마음을 홀딱 빼앗겨 버린 단 한 사람을 만난 후로는 다른 그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아무리 아름다운
Read more

제799화

송하나의 태연함과 겸손함은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더욱 호감을 샀다.게다가 그녀는 자주 고향 음식을 나눠주었던지라 연구실 사람들은 젊고 예쁜 그녀를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회식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한 젊은 남자 동료가 다가와 웃으며 물었다.“저기 혹시 매달 하나 씨를 찾아오는 그 남자는 남자친군가요?”이에 송하나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눈빛마저 다정함이 감돌았다.“제 남편이에요. 저희 나라에서는 이미 합법적인 부부거든요.”남자 동료는 과장되게 가슴을 움켜쥐었다.“너무 안타깝네요! 연구실에 싱글이 몇 명이나 되는데 전부 하나 씨한테 관심 있거든요. 이제 그만 단념해야겠죠? 유부녀라니, 말 다 했죠 뭐.”송하나는 웃으며 대꾸하지 않았다.회식이 끝나자 에르빈 박사가 따로 그녀를 불렀다.“하나 씨, 우리 잠깐 얘기 나눌 수 있을까요?”그는 안경을 고쳐 쓰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지난 반년간 하나 씨의 성과는 정말 뛰어났어요. 저는 항상 하나 씨를 높이 평가하고 있죠. 그래서 말인데 이곳에 장기적으로 머물 의향은 있나요? 제가 하나 씨를 위해 최고의 대우를 신청해드릴게요. 단독 연구실, 충족한 연구 자금, 원하는 연구 주제라면 무엇이든 지원할 수 있어요.”송하나는 잠시 멍해졌다. 마음속에서 따뜻한 감정이 피어올랐다.그녀는 에르빈 박사의 제안이 얼마나 임펙트가 있는 것인지 알고 있었다.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연구실에 들어오기 위해 애쓰는지, 심지어 잠시라도 방문하는 기회조차 얻고 싶어 안달할 정도인데 정직원이 되는 것은 더 말할 나위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결국 거절했다.“좋은 제안 감사합니다, 박사님.”그녀는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이곳이 너무 마음에 들고 또 저에게 이런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하지만 이번 방문 학습을 마치고 귀국할 예정입니다.”에르빈 박사는 그녀를 바라보며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정말 다시 한번 고려해볼 생각은 없나요? 외국인 연구원이 이렇게 국제적인 최고 수준의 연구실에서 정직원이
Read more

제800화

송하나는 스스로 이마를 만져보았는데 너무 뜨거워서 무서울 지경이었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병가를 내고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병원 입구.검은색 고급 세단 한 대가 부드럽게 정문 앞에 멈춰 섰다. 번쩍거리는 차체가 위압감이 차 넘쳤다.차 문이 열리자 십여 명의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신속하게 하차하여 순식간에 주변을 정리했다.그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문을 봉쇄하고 사람들을 대피시켰으며 엘리베이터를 통제했다. 이 모든 과정이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너무나 철저하고 숙련된 움직임은 그야말로 입이 쩍 벌어지게 했다.인파들 속에서 한 젊은 남자가 천천히 차에서 내렸다.훤칠한 키에 투명할 정도로 창백한 피부, 뚜렷한 이목구비와 날카로운 눈매, 회색빛이 감도는 푸른 눈동자는 마치 얼음으로 뒤덮인 깊은 연못 같아 아무런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다.핏 좋은 검은색 코트는 그의 마른 몸을 감싸서 더욱 차갑고 고귀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마치 르네상스 시대 유화 속 귀족이 걸어 나오는 것만 같았다.남자는 표정 변화 없이 병원 안으로 들어섰다. 대리석 바닥을 울리는 구두 소리는 느긋했지만, 그 소리에 맞춰 모든 이들의 심장이 조여왔다.복도의 의료진들은 모두 고개를 숙여 그를 피했고 숨 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마치 거대한 재앙이라도 닥칠 것 같은 분위기랄까...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그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원장실로 향했다.원장실 안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빅토르는 넓은 가죽 의자에 앉아 늘씬한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가볍게 두드렸다.방 안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병원장은 물론, 혈액종양내과 과장, 장기이식센터 책임자까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다.그 남자는 시선을 올리고 회색빛이 감도는 푸른 눈동자로 앞에 서 있는 겁에 질린 사람들을 훑어보았다.“적합한 기증자에 대한 소식은 아직인가요?”그의 목소리는 아주 담담했다. 마치 아무런 관련 없는 일을 묻는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그 무형의 압박감은 모든 이의 목에
Read more
PREV
1
...
7879808182
...
84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