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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891 - Chapter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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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1화

차정원은 앞으로 나서서 송하나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쌌다. 이어서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하나야, 지금 탄 이 배에 문제가 생겼어. 선원들이 전부 빅토르 사람으로 바뀐 것 같아. 빅토르가 살아있어. 통신 장비도 놈들이 전부 장악했어!”“빅토르요?”송하나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싸늘한 한기가 순식간에 온몸을 감쌌다.이전에도 얼핏 그 이름을 들은 적이 있었다. 자신을 끈질기게 추격하며 목숨을 위협했던 악당이 바로 빅토르였는데 지금 이 배가 통째로 그의 손아귀에 들어갔다니!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차정원의 팔을 꽉 움켜쥐었다. 곧이어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우리 이제 어떡해요?”빅토르는 잔인하고 무자비한 사람이라 했는데 그의 손아귀에 잡힌 이상 과연 무사히 보복을 피할 수 있을까?차정원은 그녀를 품에 안고 애써 마음을 다독였다.“괜찮아. 내가 항상 옆에 있잖아. 무슨 일 있어도 반드시 널 여기서 데리고 나갈게.”그는 눈을 감고 배에 탈 때 지나왔던 동선들을 신속하게 되짚으며 화물선의 대략적인 배치를 그려나갔다.화물선에는 구명정과 비상 탈출로가 마련되어 있을 터, 아마도 갑판 뒤쪽이나 양 측면에 있을 가능성이 크니 최대한 빨리 출구를 찾아야 한다.바깥에는 선원들이 지키고 있어 섣불리 나갔다가 의심을 살 게 뻔하다.차정원은 휴게실을 쓱 훑어보더니 천장의 환풍구에 시선이 멈췄다.‘어쩌면 저기로 나갈 수 있을지도 몰라.’그는 망설임 없이 책상 위에 올라섰다. 환풍구 덮개를 열자 먼지가 우수수 떨어졌다. 그 안에는 예상대로 사람이 다닐 만한 통로가 있었다.“하나야, 내가 먼저 가서 길을 살펴볼 테니 너는 여기 가만히 있어.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든 절대로 문을 열면 안 돼. 내가 돌아올 때까지 꼭 기다려야 해.”송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안전에 유의하세요, 정원 씨.”차정원은 마지막으로 그녀를 꼭 껴안았다. 이어서 팔에 힘을 주어 위로 솟구치더니 통째로 환풍구 안에 몸을 밀어 넣었다.그의 움직임은 재빠르고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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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2화

빅토르는 총상 흔적이 채 아물지 않은 데다 어제 밤잠을 설치며 계략을 짠 탓에 체력이 이미 고갈된 상태였다.송하나와 차정원이 제대로 미끼를 물어 화물선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는 곧장 방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몇 달 만의 만남인지라 최상의 컨디션으로 점잖게 그녀를 맞이하고 싶었다.수면제를 다량 투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겨우 몇 시간 잠든 빅토르가 눈을 떴다.그는 여전히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지만, 입가에는 간만에 은근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사랑스러운 펫이 드디어 다시 품 안에 돌아오는 날이니까.빅토르는 송하나와 차정원의 휴게실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문 앞에 서 있던 선원이 그를 보자마자 허리를 굽혀 공손히 인사했다.“보스.”“얘 안에 있어?”빅토르가 차가운 기운을 내뿜으며 물었다.이에 선원이 황급히 허리를 숙여 대답했다.“송하나 씨와 차정원 씨 모두 방 안에 있습니다. 차정원 씨가 한 시간 전에 송하나 씨 뱃멀미가 너무 심하다며 멀미약을 찾으러 나오긴 했습니다만 약을 구해드린 뒤에는 푹 쉬고 싶다며 점심때 불러 달라고 하셨어요.”이 말을 들은 빅토르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가장 먼저 송하나의 컨디션이 걱정됐지만 이내 불쾌함과 짜증이 밀려왔다.그의 잠재의식 속에서 송하나는 이미 자신의 소유물이나 다름없었다.물론 처음 그녀를 납치한 이유는 유일한 장기 기증자였기 때문이다.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매일 그녀의 숨결을 맡으며 잠들다 보니 그저 이용 관계였던 데로부터 병적인 소유욕으로 변질했다.다른 남자가 그녀와 한방을 쓰고 그녀를 곁에서 보살핀다는 생각에 빅토르의 마음속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그는 굳게 닫힌 방문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눈가에는 잔인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배가 곧 공해에 진입할 예정이라 이웃 나라 영해에서 일을 벌여 불필요한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차정원은 반드시 죽어 마땅한 인물이다!마침내 송하나를 찾았다는 기쁜 마음에 나름 차정원에게 마지막 자비를 베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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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3화

30분 뒤, 부하들이 처참한 몰골로 돌아왔다. 다들 고개를 떨구고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보스... 화물선 전체를 샅샅이 뒤졌지만 송하나 씨와 차정원 씨는 보이지 않습니다.”부하 한 명이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다만 저기 선실에 우리 대원 두 명이 기절한 채 묶여 있고 선미 왼쪽 구명정 하나가 사라졌습니다.”빅토르의 눈가에 어린 분노가 더욱 짙어졌고 주변을 짓누르는 공기는 뼛속까지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그는 냉소를 지으며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망쳐? 절대 멀리 가진 못했어!”그는 곧장 갑판으로 향하며 날카롭게 명령했다.“당장 쾌속정 출동시켜. 두 사람 무조건 추격해낼 거야.”몇몇 쾌속정이 파도를 가르며 전속력으로 바다를 질주했다.뱃머리에 서 있는 빅토르, 거센 해풍이 휘몰아쳐도 그의 눈빛 속에 타오르는 집착의 불길만은 흔들리지 않았다.그 시각, 심성빈의 선단은 화물선 방향으로 전속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모니터 화면에는 화물선의 위치 신호가 점점 약해지더니 거의 사라질 지경에 이르렀다.순간 심성빈의 얼굴에 긴장감이 드리워졌다. 그는 곧장 명령을 내렸다.“더 빨리 움직여!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저 화물선 따라잡아!”심성빈의 불안감은 파도처럼 밀려왔다. 송하나와 차정원이 이미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으리라 직감했다.그녀가 위험에 빠지는 모습을 두 눈 뜨고 볼 순 없을 터!한편 망망대해 위에서 차정원은 죽을힘을 다해 구명정을 저었다. 팔이 마비될 듯 저려와 들어 올릴 수 없을 지경이지만 여전히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이제 정오까지 한 시간 남짓, 빅토르의 사람들이 그들이 떠난 것을 미리 눈치채지 못했다면 충분히 도망칠 기회가 있었다.이 넓은 바다에서 자신들의 도주 방향을 알 리가 없으니까.송하나는 구명정 한쪽에 앉아 뱃전을 꽉 잡고 있었다. 차정원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도우려 했지만, 그가 냉큼 제지했다.“괜찮으니까 넌 가만히 앉아있어. 체력 아껴야지. 이런 건 나한테 맡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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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4화

차정원과 심성빈이 아무리 조심하고 신중했어도 결국 빅토르의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차정원은 빅토르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마음 같아선 저 인간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한편 빅토르는 마침내 어선 갑판 위로 발을 올렸다. 그는 송하나를 향해 한 발짝씩 걸음을 옮겼고 그 뒤로는 무기를 든 부하들이 그림자처럼 빽빽하게 따라붙었다.문득 그가 걸음을 멈추더니 송하나에게 손을 뻗었다. 남자의 목소리에는 기묘한 유혹이 배어 있었는데 지나치게 부드러워 소름 끼칠 정도였다.“하나야, 이제 그만 반항하고 나랑 같이 가자. 네가 순순히 내 곁에 머물러 준다면 세상에서 가장 좋다는 거로만 갖다 바칠 수도 있어. 리히터 가문의 유일한 안주인이 되어 최고의 권위를 누릴 수 있단 말이야.”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목소리를 더욱 낮추었다.“다시는 널 해치지 않을게. 그저 내 곁에만 있어 주면 돼.”애초에 그녀를 납치한 이유는 오직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장기 이식이 목적이었다.하지만 그녀가 ‘사망’한 이후, 빅토르는 전례 없는 고통과 광기에 휩싸였다.하루하루 쌓여간 그리움은 결국 그의 마음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더 이상 그녀의 장기를 탐하지 않게 된 것이다.송하나는 너무나 연약했다. 설령 그녀와 맞는 장기를 찾는다고 해도 수술 중에 만약 거부 반응이 생기면 그녀가 무슨 일을 겪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지금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송하나를 곁에 두고 매일 그녀의 숨결을 맡으며 사는 것뿐이었다.그 은은한 향기는 빅토르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충분했다.혹여 그 향기를 맛본다면 어떤 느낌일까?그것은 분명 행복하고 아름다운, 온몸이 짜릿해질 느낌이겠지.하지만 빅토르의 달콤한 속삭임은 송하나의 마음을 움직이긴커녕 되레 더욱 큰 공포로 다가왔다.과거의 절망적인 순간들을 떠올리자 송하나는 통제할 수 없이 온몸을 떨었다.이 악마는 대체 왜 아직도 자신을 놓아주지 않는 걸까.“꿈 깨, 빅토르!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하나 끝까지 지킬 거야.”이때 차정원이 송하나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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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5화

송하나는 시선을 거두고 손끝으로 옷자락을 살짝 움켜쥐었다.시간을 벌기 위해 그녀는 심호흡하며 최대한 침착하게 말하려고 애썼다.“빅토르 씨, 잠시 생각할 시간 좀 주세요.”빅토르의 푸른 눈동자에 흥미진진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단칼에 거절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사뭇 흡족했나 보다.빅토르는 입꼬리를 씩 올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약간 너그러운 투로 답했다.“알았어. 그럼 잘 생각해봐. 대신 너무 오래 고민하진 마.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으니까.”말은 이렇게 해도 답은 이미 정해졌다. 그녀의 결론이 뭐가 됐든 제 곁으로 데려갈 테니까.선뜻 따라오느냐 강제로 끌려가느냐의 차이일 뿐이다.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은 둘 사이를 너무 딱딱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였다. 앞으로 자신을 마주할 때 뼛속 깊은 공포와 혐오감만이 남는 것은 정말 원치 않았다.언제나 독단적이고 단호하던 빅토르는 오직 송하나에게만 기꺼이 시간을 내주고 인내심을 쏟아부으며 양보하고 타협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차정원은 그 모습을 보더니 송하나의 손을 꽉 잡고 간절하게 외쳤다.“안돼, 하나야. 절대 저놈 따라가지 마. 쟤 완전 미쳤어. 저런 악마한테 가면...”송하나는 재빨리 그의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제지시켰다.차정원을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가에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또렷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에게 말하듯, 또 마치 자신에게 말하듯 차분하게 이야기했다.“정원 씨, 저는 정원 씨한테 빚진 게 너무 많아요. 더 이상 저를 위해 목숨을 걸게 할 수는 없어요. 정원 씨가 살아있는 게 가장 중요해요. 어쩌면 제가 빅토르와 함께 가는 것이 제일 현명한 선택일지도 몰라요.”차정원의 얼굴에 순간 고통과 미련이 뒤섞였다. 눈시울이 점점 붉어지고 목소리에는 감추기 힘든 흐느낌이 섞여 나왔다.“난 그딴 거 신경 안 써. 널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줄 수 있어. 네가 나한테 짐이 되었다고 생각한 적 단 한 번도 없어! 너 없는 삶이야말로 아무 의미 없는 인생이야.”“고마워요, 정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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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6화

차정원은 송하나의 손을 꽉 붙잡고 놓아줄 기미가 없었다. 이 광경을 본 빅토르는 눈가에 순간 음침한 기운이 감돌았다.다른 누군가가 송하나와 가까이 있는 모습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 상대가 차정원이라면 더더욱 예민해지는 법.빅토르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뒤돌아 부하들에게 차갑게 명령했다.“저놈 당장 묶어서 쾌속정에 던져버려. 여기서 내보내야겠어.”차정원을 죽이지 않겠다고 한 것은 오로지 송하나를 위해서였다.이제 그녀가 자신과 함께 돌아가겠다고 약속까지 했는데 저 인간이 대체 무슨 자격으로 막아선단 말인가?알아서 얌전히 물러나는 게 나을 법했다. 자꾸 빅토르를 화나게 하면 확 죽여버릴지도 모르니까.그땐 정말 아무도 차정원을 구해주지 못할 것이다.몇 명의 부하들이 밧줄을 들고 이쪽으로 다가오자 송하나가 황급히 막아섰다.“잠깐만요, 빅토르! 정원 씨랑 작별 인사를 나눌 시간이 필요해요.”빅토르의 회색빛이 감도는 푸른 눈동자가 송하나에게 머물렀다.불쾌함이 감도는 남자의 눈빛, 두 남녀가 질척거리며 떨어지지 못하는 꼴을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었다.이를 눈치챈 송하나는 재빨리 나긋한 톤으로 바꾸어 애원 조로 속삭였다.“정원 씨 제 남편이잖아요. 한때 부부였는데 이렇게 떠나가면 평생 못 만나는 거 아닐까요? 마지막 인사라도 건네고 싶으니까 제발 허락해줘요, 빅토르.”여기까지 들은 빅토르는 대뜸 기분이 좋아졌다.그녀가 드디어 자신을 따라주기로 하다니. 차정원과는 모든 인연을 끊고 영원히 만나지 않을 각오를 하다니. 이것은 빅토르가 무엇보다 바라던 일이었다.그의 기분은 더없이 황홀해졌고 마음 깊숙이 끓어오르던 폭력적인 기세도 거의 잦아들었다.송하나가 앞으로 온전히 내 여자가 될 거란 생각에, 그 누구도 방해하지 못할 거란 생각에 빅토르는 쿨하게 손을 흔들며 말투마저 한결 부드러워졌다.“알았어, 가봐. 가서 충분히 작별 인사 나눠.”송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빅토르의 뒤에서 총을 들고 있는 부하들을 쭉 훑어보자 겁먹은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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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7화

어선과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져 이제 겨우 몇 해리만 남았다.심성빈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부하들에게 배를 두 갈래로 나누어 기동하라고 명령했다.첫 번째 배는 해상 순찰대로 위장하여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하여 그들의 주의를 분산시켰다.나머지 배들은 어선의 시야 사각지대에 정박한 채 엔진을 끄고 부하들이 수중 추진기를 휴대하여 어선 뒤편으로 조용히 접근했다.어선 위에서는 송하나와 차정원이 애틋한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두 사람은 나지막이 속삭이며 목소리에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눈빛에는 경계심을 감췄다. 멀리서 다가오는 움직임을 주시하며 빅토르의 표정을 은밀히 살폈다. 혹여나 들키면 안 되니까.시간이 일분일초 흐르고 빅토르는 손목시계를 연신 들여다보았다.10분이 거의 다 되어가니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재촉하려 했다.그때 송하나가 갑자기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나지막한 목소리에는 적당히 연약함도 담고 있었다.“빅토르 씨, 제가 당신과 함께 가면 정원 씨 진짜 풀어주실 거죠?”빅토르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다가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곧이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물론이지. 난 내뱉은 말은 꼭 지켜. 네가 얌전히 따라오면 차정원 안전하게 보내주고 앞으로도 더는 괴롭히지 않겠다고 맹세할게.”차정원은 그를 두 번이나 암살하려 했다. 그의 대역을 죽인 것은 물론 그에게 총상까지 입혔다.빅토르의 성격대로라면 차정원을 갈기갈기 찢어놓는다고 해도 성이 차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어쩐지 송하나를 위해 그는 모든 분노를 억누르고 눈엣가시 같은 이 남자를 살려주기로 했다.이는 빅토르의 인생에서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자존심과 잔혹함을 내려놓은 첫 번째 순간이었다.송하나는 여전히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 마치 마지막 발버둥이라도 치는 듯 눈빛에는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그럼... 앞으로 나도 더는 해치지 않을 거죠? 사실 애초에 날 납치했던 것도 다 장기를 얻기 위해서였잖아요.”이 말을 들은 빅토르는 눈가에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그녀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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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8화

이 한마디는 마치 갑판 위의 고요함을 깨뜨리는 폭탄 같았다.빅토르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는 맹렬히 고개를 돌려 상황을 살폈다. 어느새 검은색 복장을 한 서너 명의 남자들이 어선 뒤쪽에서 소리 없이 올라타고 있었다. 날렵하고 거친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가장 가까이 있던 부하 둘을 제압한 터, 그들은 바로 심성빈의 수하였다.빅토르는 동공이 끔찍하게 수축했다. 그의 눈빛에 담겨 있던 온화함은 순식간에 분노로 뒤덮였다. 회색빛이 감도는 푸른 눈동자에는 배신감으로 인한 분노가 소용돌이쳤다.송하나에게 철저히 속았다는 것을 마침내 깨닫는 순간이었다.고민? 작별? 맹세? 죄다 시간을 끌기 위한 수작인 것을!그녀는 처음부터 빅토르와 함께 떠날 생각이 없었다.“젠장!”빅토르가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 그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심성빈의 수하들은 이미 공격을 개시했고 양측은 격렬한 혼전 속으로 빠져들었다.이들은 철저한 준비를 마쳤고 선제공격을 날렸다.반면 빅토르의 부하들은 갑작스러운 기습에 무방비 상태였고 무기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 불과 짧은 순간, 몇몇 부하가 총에 맞아 쓰러졌고 속수무책으로 밀려나며 저항할 의지를 잃었다.두 명의 부하가 총탄이 빗발치는 위험을 무릅쓰고 빅토르에게 달려왔다.“보스,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심성빈 쪽 병력이 너무 많아요. 저희가 엄호할 테니 어서 후퇴하세요!”지금 움직이면 살 수 있지만, 더 늦으면 정말 끝장이다.하지만 빅토르는 도저히 물러설 수 없었다.그는 송하나를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두 눈에는 광기 어린 집착만이 번뜩였다.그렇게 애를 쓰고 함정을 파서 겨우 찾아낸 여자를 이대로 포기하고 돌아설 수는 없었다.‘송하나는 무조건 데려가야 해. 후퇴하더라도 함께 가야 한다고!’빅토르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자 부하들은 초조하고 당황해서 그를 말리기 시작했다.“보스, 어서 가셔야 합니다! 안 가면 늦어요. 여자 하나 때문에 목숨까지 버리실 수는 없어요!”하지만 빅토르는 아무런 충고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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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9화

송하나는 울부짖으며 차정원의 이름을 불렀다.목소리는 이미 거칠게 갈라져 있었고, 눈물이 둑이 터진 것처럼 걷잡을 수 없이 쏟아졌다.완전히 이성을 잃은 그녀는 차정원을 찾아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선박 난간을 향해 몸을 던졌다.그 찰나, 심성빈이 움직였다.재빨리 뒤쫓은 그는 두 팔로 여자의 허리를 꽉 껴안으며 난간 끝자락에서 아슬아슬하게 끌어당겼다.“하나야, 진정해! 제발 바보 같은 짓 하지 마.”송하나는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눈동자엔 절망이 가득했고, 눈물로 시야가 흐려진 채 애원했다.“정원 씨 피 흘리는 거 못 봤어요? 이 높이에서 떨어지면 무조건 죽는단 말이야...! 내가 찾으러 갈 거예요.”“나한테 맡겨.”심성빈의 목소리 역시 떨리고 있었지만, 어떻게든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악을 쓰며 평정심을 붙잡았다.“나 믿어. 내가 있는 한, 그 사람 절대 안 죽어.”그는 송하나를 품에 꼭 끌어안고 부하들을 돌아보며 외쳤다.“서둘러! 전부 구조 장비 챙겨서 당장 바다로 뛰어들어 사람부터 찾아.”그사이 어선 위에서 벌어지던 난전은 어느 정도 진압되어 있었다.빅토르의 부하 중 일부는 심성빈의 사람들에게 제압당해 갑판 구석에 포박된 채 꿇어앉았다.또 다른 무리는 빅토르가 총에 맞고 도망치는 것을 보자 저항을 포기하고 그대로 바다로 뛰어들었다.더는 승세를 몰아 추격할 여력도, 정신도 없었다. 심성빈의 모든 신경은 오직 차정원을 찾아내는 것에만 쏠려 있었다.송하나는 갑판 위에 서서 온몸을 덜덜 떨었다.바다 한가운데에 향한 그녀의 시선은 떠날 줄 몰랐다. 그저 차정원이 제발 무사하기만을 속으로 몇 번이고 기도했다.심성빈은 그녀의 곁을 한 발짝도 떠나지 않고 지켰다.송하나를 달래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희망의 끈을 붙잡으려고 전문 구조 팀에 쉴 새 없이 전화를 돌렸다.최대한 빨리 차정원을 찾아내야만 했다.수색 작업이 얼마나 지속되었을까.바다로 뛰어들었던 부하들이 하나둘씩 수면 위로 떠 올랐다.얼굴에는 하나같이 피로와 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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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0화

“저 목 안 말라요.”“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심성빈의 목소리엔 안타까움이 가득 배어 있었다.“자극적이지 않은 걸로 준비해 오라고 했으니까 몇 숟가락이라도 떠봐. 그러다 너 진짜 쓰러져.”송하나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초점 없는 눈동자는 영혼을 잃어버린 듯 텅 비어 있었고, 주변의 그 어떤 것에도 반응하지 않았다.“지금은 아무것도 먹기 싫어요.”그 모습을 지켜보는 심성빈은 가슴이 난도질당하는 것 같았지만 속수무책이었다.이미 수많은 인력을 동원해 수색 범위를 넓혔는데도 차정원의 소식은커녕 작은 단서 하나조차 찾지 못했다.그 후로 며칠 동안, 송하나는 완전히 마음의 문을 닫았다.식음 전폐하고 침묵으로 일관했다.간호사가 들고 온 식사는 매번 손도 대지 않은 채 치우기 일쑤였다.심성빈이 종류별로 죽이며 국물, 예전에 그녀가 좋아하던 음식들까지 공수해 와 어떻게든 먹여 보려 애썼지만 송하나는 늘 미동조차 없었다.그녀의 앞에서 차정원의 이름은커녕, 바다와 관련된 그 어떤 단어도 감히 입에 올리지 못했다.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는 송하나가 안쓰러워 직접 음식을 떠먹여 주기까지 했다.그의 지극정성을 차마 모질게 거절할 수 없었던 건지, 아니면 그저 모든 감각이 마비되어 버린 건지, 마지못해 한 입 받아먹기도 했다.하지만 삼키기 무섭게 몸에서 극심한 거부 반응이 일어났다.송하나는 허리를 숙이더니 구토를 시작했고, 방금 받아먹은 음식물을 모조리 게워 냈다.급기야는 신물까지 쏟아낼 기세였다.슬픔에 잠긴 그녀의 육체는 이미 본능적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마치 음식을 섭취하는 행위 자체가 짐이라도 되는 것처럼.연신 구토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송하나를 지켜보던 심성빈은 가슴이 문드러지는 것 같았지만 도무지 손쓸 방도가 없었다.그저 의료진을 독촉해 영양제를 맞히는 게 전부였다.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점점 말라갔다.눈동자에 서린 공허함은 날이 갈수록 깊어졌고, 초췌한 모습은 시들어가는 화초를 연상케 했다.심성빈의 초조함과 자책감을 감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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