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어, 그래.”허지안은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했지만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에서 가방을 챙겨 송하나의 뒤를 따랐다.뒤늦게 정신을 차린 최우진이 다급히 일어나 쫓아갔다.“시간이 너무 늦었어. 밤길 위험하니까 내가 데려다줄게.”“수고스럽게 그러지 않아도 돼요. 우리끼리 택시 타고 갈게요.”송하나가 차분한 말투로 최우진의 호의를 정중히 거절했다.그녀가 곧장 카운터로 가서 계산하려 하자 최우진이 계산하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제지당한 바람에 결국 계산은 송하나의 몫이 되었다.레스토랑을 나와보니 밤바람이 제법 서늘했다.송하나와 허지안이 길가에서 택시를 잡아탔다.멀어지는 택시를 지켜보던 최우진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쓸쓸함과 상실감에 휩싸였다.송하나는 정말이지 한 번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단호하고 깔끔하게 그를 거절했다.차 안, 내내 꾹 참고 있던 허지안이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하나 씨, 혹시 우진 선배랑... 싸웠어요?”잠깐 화장실에 다녀왔을 뿐인데 그새 분위기가 그렇게 이상해졌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송하나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덤덤하게 대답했다.“아니요. 그냥 너무 늦어서 집에 갈 때가 된 것 같아서 그랬어요.”허지안이 반신반의하다가 문득 밥값이 떠올라 서둘러 휴대폰을 꺼냈다.“아, 맞다. 밥을 우리가 같이 사기로 했으니까 절반은 내가 낼게요.”알림창에 뜬 송금 메시지를 본 송하나가 망설임 없이 반환 버튼을 눌렀다.“괜찮아요. 안 줘도 돼요.”“그건 안 되죠.”허지안이 자세를 똑바로 고쳐 앉으며 고집을 부렸다.“같이 사기로 해놓고 어떻게 하나 씨 혼자 돈을 다 내게 해요.”그러고는 다시 송금하려 했다.송하나가 부드럽고 진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며 허지안의 손목을 지그시 눌렀다.“정 마음에 걸리면 나중에 장학금 나왔을 때 밥 한번 사줘요, 그럼.”송하나의 통장에 매달 상당한 금액이 입금되고 있었다.회사 배당금이든 특허 수익이든 그녀가 평생 돈 걱정 없이 살기에 충분한 액수였다. 밥값 수십만 원 정도는 송하나
“사실 학교 축제가 있던 그날 밤에 네가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본 순간부터 첫눈에 반했어. 그동안 같이 과제 하고 시간 보내면서 내 마음이 진심이라는 걸 점점 더 확신하게 되더라.”“송하나, 정식으로 너한테 대시하고 싶어.”직설적이고 거침없는 고백이었다.하지만 송하나는 그 말을 듣고도 마음이 설레기는커녕 오히려 몹시 난감하고 피곤해졌다.지금까지 최우진을 그저 과제를 함께 완성한 훌륭한 선배 정도로만 여겨왔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고백은 앞으로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막막하게 만들 뿐이었다.바로 그 순간 송하나의 머릿속에 뭔가 번뜩 스쳤다.어쩐지 지나치게 자주 마주친다 했고 수많은 사람 중에 하필 같은 팀이 된 것도 이상했었다. 이 모든 것이 그가 철저하게 의도하고 꾸며낸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송하나가 고개를 들고 최우진을 보며 예의 바르지만 일말의 여지조차 주지 않는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선배, 좋게 봐준 건 감사하지만 선배 마음 받아들일 수 없어요.”최우진 역시 어느 정도 거절당할 각오를 하긴 했지만 막상 이토록 무덤덤하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표정을 마주하자 밀려드는 씁쓸함과 상실감은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이대로 물러서기엔 미련이 남아 집요하게 물었다.“이유가 뭐야? 나한테 부족한 점이 있는 거야, 아니면 뭔가 걸리는 부분이라도 있는 거야? 그런 거라면 내가 다 고칠게.”“우리가 너무 빨리 가까워져서 당장 받아들이기 부담스러운 거면 괜찮아. 천천히 기다릴게.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마음이 설레는 여자를 어렵게 만났고 오랫동안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공을 들였기에 이대로 허무하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송하나가 고개를 저었다.“선배는 훌륭한 사람이에요. 전공 실력도 뛰어나고 성격도 좋고요. 하지만 우린 정말 어울리지 않아요.”“어울리는지 어울리지 않는지는 겪어봐야 아는 거잖아. 나랑 만나보지도 않고 왜 무작정 안 된다고만 해?”최우진이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매달리며 납득할 만한 대답을 원했다.그를 확실히 단
“좋아요. 대신 나랑 지안 씨가 살게요. 이번에 선배 덕을 정말 많이 봤으니까.”송하나는 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팀 내에서 최우진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것을.만약 그녀와 허지안 둘뿐이었다면 우수한 성적을 받을 자신은 있었지만 이 정도의 완벽한 결과물까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맞아요, 맞아요. 무조건 우리가 사야죠.”허지안이 연신 맞장구를 치자 최우진도 고집을 부리지 않고 가볍게 웃어 보였다.“알았어. 너희 말 들을게.”바로 그때 송하나의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 심성빈이 보낸 메시지였다.오프라인 회의로 한창 바쁠 텐데도 그녀의 기말 평가를 잊지 않고 중간 휴식 시간을 틈타 결과를 물었다. 그러면서 회의가 끝나는 대로 데리러 가겠다고 했다.송하나가 재빠르게 답장을 보냈다. 그녀의 팀이 1등을 차지했다는 기쁜 소식을 알려줬고 오늘 저녁엔 팀원들과 축하 파티를 하기로 해서 조금 늦게 들어갈 것 같다고 설명했다.한편 메시지를 확인한 심성빈이 답장을 보내려다가 멈칫했다.원래는 일을 마친 뒤 축하 파티를 해줄 생각이었다. 이미 다른 사람들과 저녁 약속을 잡았다는 사실에 마음 한구석에 씁쓸하고 허전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송하나의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구속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기에 그저 다정하게 당부의 말만 남겼다.[재밌게 놀아. 술은 조금만 마시고. 끝날 때쯤 연락하면 데리러 갈게.]그날 저녁 최우진이 송하나와 허지안과 함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내부가 딱 보기에도 무척 고급스럽고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허지안이 남몰래 주위를 둘러보며 혀를 내둘렀다.‘이 정도 급의 레스토랑이라면 가격이 만만치 않겠는데?’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최우진이 최선을 다해 이끌어주지 않았다면 장학금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장학금을 전부 털어 밥을 산다 해도 마땅히 해야 할 도리였다.최우진이 매너 있게 메뉴판을 송하나와 허지안 쪽으로 밀어주며 취향껏 고르도록 배려했다.두 사람이 메뉴를 다 고른 뒤 그는 가게
그런데 지금은 시도 때도 없이 메시지를 주고받는 데다 간혹 음성 통화까지 하곤 했다. 목소리를 얼핏 들었는데 남자가 분명했다.하루는 같이 저녁을 먹던 중이었다. 심성빈이 아주 능숙한 손놀림으로 새우 껍질을 까서 송하나의 앞접시에 올려주었다.“하나야, 새우 좀 먹어봐.”“고마워요.”송하나가 고마움을 표한 뒤 젓가락으로 새우를 집어 막 입에 넣으려던 찰나 테이블 위에 올려둔 휴대폰 화면이 또다시 번쩍였다.무의식적으로 젓가락질을 멈추고 휴대폰을 확인하더니 이내 집중해서 답장하기 시작했다.그토록 몰두하는 송하나의 모습을 본 심성빈이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요즘 학교에 일이 많나 봐?”송하나가 심성빈이 숨기고 있는 미묘한 감정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이며 사실대로 설명했다.“네. 기말 과제가 좀 복잡해서 팀원들이랑 같이 해야 하거든요. 요즘 편곡 디테일을 다듬는 중이라 진행 상황을 계속 맞춰봐야 해요.”“그렇구나.”심성빈은 더 이상 캐묻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하지만 마음속에 피어난 불안감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송하나의 안전을 위해 심성빈은 입학하던 날부터 몰래 사람을 심어 지켜주고 있었다.그녀의 학교생활이나 대인 관계를 억지로 캐내려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그러나 이번만큼은 송하나가 매일 밤늦게까지 이성과 연락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끝내 마음속의 우려를 억누르지 못했다. 결국 예외를 깨고 그녀 주변의 남학생에 대해 슬쩍 물어봤다.그제야 이번 학년 통합 과제에서 송하나와 파트너가 된 남학생의 이름이 최우진이고 학교 재단 이사장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학교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학업적 교류만 나눌 뿐 상대방 쪽에서 선을 넘는 마음을 내비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심성빈이 지그시 눈을 감고 속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내가 너무 예민해서 불필요한 위기감을 느끼는 것일지도 몰라.’송하나가 대학교 생활을 하면서 동기들을 만나고 팀을 이뤄 과제를 해내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단지 심성빈의 사심이
“대박! 내가 시아 선배랑 같은 조라니.”“나도. 시아 선배 실력 장난 아니잖아. 선배만 믿고 가면 이번 기말은 무조건 높은 학점을 받을 수 있어. 운이 너무 좋은 거 아니야?”두 명의 학생이 뛸 듯이 기뻐했다. 시아와 한 팀이 되는 건 누가 봐도 엄청난 행운이었다.인파 속에 끼어 있던 허지안이 부러움이 가득 담긴 표정을 지었다.“진짜 부럽네요. 시아 선배랑 한 팀이 되면 기말은 걱정 안 해도 되는데. 우린 누구랑 한 팀이 될까요? 제발 대충하는 팀원만 안 걸렸으면 좋겠네요.”그러면서 송하나와 함께 두 사람의 이름을 찾기 시작했다.명단을 쭉 훑어 내려가다 결과를 확인한 순간 허지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하나 씨, 이것 좀 봐요. 우... 우리가 우진 선배랑 같은 조예요.”혹시라도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어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다. 보면 볼수록 기쁨이 벅차올라 결국 환호성을 지르고 말았다.“대박! 이게 무슨 운이래요? 남들은 그냥 평범한 선배들이랑 하는데 우리는 실력자랑 팀이 됐어요. 이번 기말 평가 아무 걱정이 없겠어요.”송하나도 명단을 쓱 훑어봤다. 세 사람의 이름이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최우진, 송하나, 허지안.]송하나의 얼굴에 그다지 기뻐하는 기색이 없이 여전히 무덤덤하고 차분했다.그녀에게 있어서 팀원이 누구인지는 애당초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기대거나 무임승차해서 점수를 얻을 생각이 추호도 없었으니까.파트너가 누구든 송하나는 최선을 다해 이번 기말 평가를 치러낼 작정이었다.팀 편성이 확정된 후 각 팀들이 정식으로 모여 연락처를 교환하기 시작했다.송하나네 팀의 첫 모임 장소는 연습실이었다.최우진이 일찌감치 연습실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송하나와 허지안이 들어오자 그가 인사를 건넸다.“안녕. 난 최우진이야.”“선배님, 안녕하세요. 전 허지안이고 얘는 송하나예요.”쾌활하고 명랑한 성격의 허지안이 싹싹하게 인사를 받았다.최우진의 시선이 송하나에게 머물더니 친근한 말투로 말했다.
송하나는 그 얘기를 듣고도 마음속에 별다른 동요가 일지 않았다.학교의 유명 인사라 한들 송하나에게는 그저 낯선 동문 중 한 명일 뿐이었다.한편 최우진은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티 나지 않게 판을 짜며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송하나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송하나의 수업 시간표는 물론이고 매일 일정한 시간에 연습실에서 연습한다는 것까지 전부 파악한 최우진은 갖가지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조작하며 얼굴도장을 찍었다.어느 날 점심, 허지안과 송하나가 피아노 연습을 마치고 함께 학교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갔다.허지안이 송하나의 팔짱을 다정하게 낀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나 씨, 요즘 이상한 거 못 느꼈어요? 최근 들어 우진 선배를 너무 자주 마주치는 것 같지 않아요?”그녀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소문에 보름씩 학교에 안 나오는 게 일상이라 출석률도 바닥을 친다던데. 요즘은 왜 매일 보이는 거죠? 이상하지 않아요?”송하나가 무심한 표정으로 대꾸했다.“곧 기말 평가라 과제가 많나 보죠.”“그 말도 일리가 있네요.”두 사람은 더 깊이 생각하지 않고 각자 다른 배식 창구로 가서 줄을 섰다.식당 안이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학생들이 구석구석 발 디딜 틈 없이 꽉 들어차 있었다.송하나가 배식을 받은 식판을 들고 저만치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허지안을 향해 걸어갔다.그런데 그때 옆에서 급하게 걸어오던 덩치 큰 남학생이 송하나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어깨를 세게 부딪치고 말았다.송하나가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바로 그 순간 따뜻하고 힘 있는 팔 하나가 재빨리 뻗어와 송하나를 부축했다.“조심해.”송하나는 중심을 잡자마자 재빨리 몸을 일으켜 거리를 두었다.고개를 들어 누군가 봤더니 다름 아닌 최우진이었다.인파 속에 곧게 선 최우진은 190cm에 달하는 큰 키에 이국적이면서도 뚜렷한 이목구비를 지녔고 고귀한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감사합니다.”송하나가 예의 바르고 진심 어린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천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