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은 병원을 나서자마자 곧장 복싱클럽으로 향했다.링 위에 오르자마자 코치와 마주 서서, 쉬지 않고 한 시간 내내 주먹을 주고받았다.연달아 밀려나던 코치가 결국 손으로 잠시 멈추자는 신호를 보냈다.“야, 야, 스톱. 그만하자. 오늘 왜 이래? 기분 안 좋은 거 티 너무 난다. 화력이 말이 안 되잖아, 내가 버티질 못하겠어.”유한의 얼굴은 잔뜩 가라앉아 있었고, 이마와 뺨을 타고 흐른 땀이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턱을 꽉 다문 유한이 마우스피스를 뽑아내고 글러브를 벗었다.그대로 링 아래로 내려와 바닥에 앉아 물병을 집어 들고 단숨에 들이켰다.하지만 가슴속에 들끓는 눈노는 전혀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더 세게 타올랐다.‘두 사람이 서로 좋아하고, 마음이 통한다?’그 생각이 스치자 유한은 빈 물병을 세게 움켜쥐고 그대로 집어던졌다.‘진리은, 점점 더 거리낌이 없어지네. 이젠 대놓고 나를 도발하겠다는 거잖아.’‘이혼? 꿈도 꾸지 마.’코치는 다시 물병 하나를 내밀었다.유한은 물병을 받아서 얼굴 위로 그대로 부었다. 차가운 물줄기가 흘러내리자, 그제서야 유한은 기둥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좀 나아졌냐?”유한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떨어진 체력을 회복하는 데 집중했다. 이 분노를 여기서 다 쏟아내지 않으면, 무슨 짓을 할지 스스로도 장담할 수 없었다.누군가를 다치게 해서라도 자신이 받은 상처를 덮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코치는 고등학생 때부터 유한을 가르쳐온 사람이었다.오래된 인연이었고, 스승이자 형 같은 존재였다.“무슨 고민 있구나?”유한은 진리은에 관한 이야기를 스스로 꺼내본 적이 거의 없었다.밖에서는 늘 귀찮아하거나 아예 언급 자체를 거부하는 태도를 보였다.“코치님, 여자친구랑 사귄 지 몇 년 됐지?”“3년 좀 넘었지. 근데 갑자기 왜?”“서로 좋아해?”“그럼 아니겠어? 갑자기 왜 이런 걸 묻는데? 혹시 너도 연애 문제로 골치 아픈 거냐?”유한은 젖은 머리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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