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81 - 챕터 90

146 챕터

제81화

광윤은 더 억지로 권하지 않고, 대신 유한에게 술을 한 잔 따라주더니 자기 쪽에도 석 잔을 가득 채웠다.“주 대표님, 이 석 잔은 제가 주 대표님께 드리는 사죄의 뜻입니다. 제가 먼저 마시겠습니다.”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세 잔을 연달아 비웠다.유한은 그 모습을 그저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반면 선호는 살짝 눈썹을 세웠다.‘이 허 대표는... 참 묘한 사람이네.’‘똑똑하다고 하면 아주 똑똑한 사람인데.’‘또 멍청하다고 하면... 사모님을 그런 식으로 이용할 만큼 멍청하기도 하고.’세 잔이 순식간에 넘어갔는데도, 광윤은 눈 하나 깜박이지 않았다. 그는 잔을 내려놓으며 유한을 정면으로 바라봤다.“주 대표님께 숨길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잘 압니다. 그래서 솔직히 말씀드리죠. 저는 장제부라는 사람이 여색을 밝힌다는 소문 정도만 알고 있었지, 그렇게까지 대담한 인간일 줄은 몰랐습니다.”“그리고... 사모님을 이용할 생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직접 주 대표님께 사죄를 드리러 왔습니다. 지분 10%는 제 진심이라고 생각해주십시오.”유한은 술잔을 들고 잠시 들여다보았다.“술은 괜찮네요.”그 말투에서는 감정을 전혀 파악할 수가 않았다.광윤은 여전히 유한의 속내를 판단하기 어려운 듯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제가 한 행동이 비겁했다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그날... 주 대표님이 오시지 않았더라도, 저는 절대로 사모님을 위험에 빠뜨리진 않았을 겁니다.”“제가 그렇게까지 어리석진 않습니다. 다만 주 대표님께서 너무 빨리 움직이셔서... 제가 미처 앞서지 못한 것뿐입니다.”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주 대표님과 사모님 사이 문제는... 저도 들은 게 있습니다. 사람들 말로는 사모님이 주 대표님께 어울리지 않는다느니, 은근히 사모님을 무시하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말끝이 조심스러웠다.“다른 건 장담 못 하지만, 단 하나는 약속을 드리겠습니다. 3년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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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자리를 뜨기 전, 유한은 단 한 문장만 남겼다.“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합니다.”광윤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약속했다.어차피 리은은 지금 LC테크놀로지에서 회사를 지켜주는 사람이자, 돈줄을 끌어다 주는 핵심 인물이었다.그 정도 역할이면, 광윤의 입장에서는 리은을 모셔두고 진짜로 머리라도 조아려야 할 상황이었다....한편, 다른 장소.선글라스를 쓴 인영이 리은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몸에 밴 태도가, 누가 봐도 자신이 상석이라고 믿는 사람의 그것이었다.“저한테 하실 말씀이 뭐죠?”리은은 인영을 바라보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유한이 왜 갑자기 인영에게 마음이 기운 것처럼 보였는지.‘주유한의 눈이 정말 그렇게 형편없나?’‘아니면 원래 이런 타입을 좋아했던 건가?’“허인영 씨, 주유한... 정말 좋아하시잖아요. 정식으로 함께 하고 싶은 거 아닌가요?”인영의 표정이 단번에 일그러졌다.그녀는 성가신 듯 선글라스를 벗고 리은을 노려보았다.“뭐예요? 오늘 절 불러낸 게 그걸 자랑하려는 거예요? 진리은 씨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됩니까?”“유한 오빠가 왜 진리은 씨를 결혼 상대로 택했는지, 본인만 모르는 척하는 거죠? 오빠는 사랑해서 결혼한 게 아니에요.”“사랑했다면 우리 집안과의 정략결혼을 왜 받아들였겠어요? 진리은 씨는 이미 오래전에 탈락한 사람인데요.”“그런데도 본인이 미련을 못 버리고, 치근덕대면서 오빠한테 붙어 있는 거잖아요?”이런 말 따위는 리은에게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지난 5년 동안 셀 수 없을 만큼 들었던 말이었다.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는 마음조차 크게 흔들리지도 않았다.“허인영 씨 얘기를 다 하셨으면, 이제 제 차례죠?”인영은 잠깐 멈칫했다.그러고는 다시 눈을 가늘게 뜬 채 리은을 바라보았다.무슨 꿍꿍이를 품고 있는지 파악하려는, 늘 그렇듯 오만한 시선이었다.“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요?”리은은 더는 입씨름할 생각이 없었다.애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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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그래서 이번엔... 허인영 씨가 저 좀 도와주셨으면 해서요.”“제가 도와요? 어떻게 도와달라는 건데요?”리은은 두 손을 가볍게 펼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허인영 씨, 저... 주유한한테 주강그룹 출입 금지를 당한 사실 알고 있죠.”인영은 비웃으며 입을 열었다.“그런 일을 자기 입으로 직접 말할 낯은 있는 모양이네요?”“하지만 허인영 씨는 다르잖아요.”“무슨 뜻이죠?”“허인영 씨는 주강그룹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고... 그중에서도 유한 씨 사무실은 더 자유롭죠. 만약 정말로 빨리 자리를 잡고 싶다면, 유한 씨를 속여서라도 이 이혼합의서에 사인하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인영의 눈빛이 번뜩이면서, 시선은 자연스레 테이블 위 이혼합의서로 떨어졌다.‘그래... 유한 오빠한테 이혼합의서에 사인하게 만들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이제 제 뜻을 이해하신 것 같네요. 도와줄지 말지는 허인영 씨 마음에 달렸고요.”리은은 말을 잇지 않으면서도 속으로는 계속 계산하고 있었다.‘내 힘으로는 절대 유한을 이혼에 끌어낼 수 없어.’‘게다가 유한은 이제 복수심까지 품었어. 날 쉽게 놓아줄 리가 없지.’‘그러니... 허인영의 집착과 사랑을 이용하는 수밖에.’한참이나 리은을 바라보던 인영이 입을 열었다.“정말... 이혼할 거예요?”“그럼요. 이혼합의서는 여기 두고 갈게요. 도와줄지 말지는 허인영 씨가 결정하세요.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리은은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빠져나갔다.인영은 리은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노려보다가 다시 이혼합의서를 집어 들었다.“후... 진리은. 그래도 눈치는 있네. 하지만 유한 오빠랑 이혼하게 만드는 건 시작일 뿐이야. 내가 그동안 받은 모욕도... 다 돌려줄 거니까.”말을 끝낸 인영도 서류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리은은 인영이 이 기회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인영이 유한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너무 잘 봐왔으니까.그저 인영이 반드시 성공하길 바랄 뿐이었다.이 법적 효력이 있는 합의서만 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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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저녁 식사는 겉보기엔 그럭저럭 조용하고 평온하게 끝났다.리은도, 유한도 먼저 말을 건네는 일은 없었다.식사가 끝나자 리은은 식기를 챙겨서 부엌으로 들어갔다.평소라면 십 분이면 끝날 일을 오늘은 일부러 시간을 끌면서 삼십 분이나 지나서야 밖으로 나왔다.거실로 나온 리은은, 소파에 기대 앉아서 금융 채널에 시선을 고정한 남자를 한번 보고, 바닥에 깔린 돗자리 위에서 그림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루이를 또 한번 바라봤다.그 모습에 순간적으로 어지러운 기분이 들었다.‘이렇게 단순한 장면인데...’‘누가 믿겠어. 유한이랑 결혼한 지 5년 만에 처음 보는 풍경이라는 걸.’‘사실 이런 게 가장 평범해야 하는데...’생각을 털어내듯 리은이 담담히 입을 열었다.“늦었어. 루이는 이제 자야 돼.”유한은 리은을 보지도 않은 채 TV 화면만 응시한 채 말했다.“내가 루이 재우지 말라고 막았어?”유한의 이런 뻔뻔한 태도는 익숙하면서도 매번 어이가 없었다.‘예전에도 이렇게 나한테 억지를 부리던 사람이니까.’하지만 루이가 있기에 별다른 수도 없었다.리은은 루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루이를 재우고 방에서 나오자마자, 리은이 바로 말했다.“이제 가.”그제야 TV에서 시선을 뗀 유한이 차갑고 날카로운 눈으로 리은을 보았다.“이렇게까지 쫓아내는 거 보면... 좀 있다가 누가 오는 거야?”유한의 뜬금없는 말에 리은은 순간 말문이 막혀서 대꾸도 하지 못했다.‘이걸 몰라? 그냥 너 쫓아내는 건데?’‘주유한 머리가 언제 이렇게 잘 돌아갔어?’유한은 그저 찔러본 말이었지만 리은이 즉각 반박하지 않자, 그의 표정은 단숨에 굳어지면서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이 밤중에 누가 온다는 거야?”리은은 심호흡을 하면서 아무 감정도 없이 말했다.“그러니까. 이 밤중에 누가 오겠어. 이제 가라는 말이야.”“진리은!”유한이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리은은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왜 소리를 지르는데? 귀 멀었어? 목소리만 크면 다야?’“경고하지만 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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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10분쯤 지나 욕실에서 나온 리은은 거실에 유한이 없다는 사실을 단번에 확인했다.욕실 문턱에서 잠시 텅 빈 공간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방으로 돌아갔다.하지만 누워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몸을 뒤척이던 리은은 결국 편안한 음악이라도 들을까 싶어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그런데 며칠 동안 유한과 마주한 시간이 많아서 그런 걸까?핸드폰을 켜자마자 유한에게서 온 메시지가 화면 위로 떠올랐다.[일 때문에 당분간 해외에 있어야 해. 내가 없을 때 일이 생기면 장 비서한테 말해.]메시지를 다 읽고도 리은의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하지만 사실 유한이 결혼 후 이렇게 먼저 자신의 일정을 알려온 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은은 이제 그 사실에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유한이 왜, 어디에, 누구와 함께 가는지...‘1년에 한 번씩 꼭 가는 M국 여행이지.’‘그렇게 허인영을 아끼면서, 왜 아직도 제대로 된 명분 하나 못 주는 거야?’‘주유한... 넌 대체 나를 얼마나 미워하는 거야?’‘5년 전 약 사건을 아직도 마음에 담고 있는 건가? 그래서 허인영을 희생시키면서까지 나를 놓아주지 않는 거야?’‘이번엔 제발... 허인영이 유한한테 싸인을 받아냈으면 좋겠어. 정말로 마음 편하게, 사인까지 해버리면 더 좋고...’루이 때문이었다.루이 때문에 리은은 절대로 유한과 이혼소송을 벌이고 싶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아파트 정문을 나오자마자 리은은 이미 대기하고 있던 선호와 마주쳤다.“사모님, 좋은 아침입니다.”루이도 인사를 건넸다.“아저씨, 좋은 아침이에요.”“루이 아가씨도 좋은 아침이에요.”하지만 리은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장 비서님, 이 시간에 왜 여기 있어요?”“대표님께서... 당분간 사모님을 출퇴근할 때 모셔다 드리라고 하셨어요.”리은은 순간 멈칫했다가 곧바로 이어서 물었다.“그 사람 또 무슨 속셈이에요?”선호는 어색하게 웃었다.“대표님이 시킨 건 출퇴근 모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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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유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핸드폰 건너편에서 인영의 들뜬 목소리가 튀어나왔다.[오빠, 뭐 해? 빨리 와, 얼른!]유한은 잠시, 정말로 삼 초 정도 말이 없더니 전화를 끊어버렸다.갑작스러운 종료음에 두 눈을 크게 뜬 채 핸드폰만 바라보던 선호가, 침을 꿀꺽 삼키면서 천천히 고개를 들고 리은을 바라보았다.“사모님, 저... 그게...”리은은 아무 말도 듣지 못한 듯 담담했다.예전에 선호가 자신을 도와준 적도 많았기에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그럼 장 비서님께서 좀 수고해 주세요.”그 말에 곧바로 허리를 곧게 펴면서, 선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수고라니요, 제 일인데요. 타시죠.”루이를 보내고 난 뒤 리은은 바로 회사로 향했다.유한이 추진하던 인수 건이 어떻게 되었는지, 리은은 아직 알지 못했다.그 때문에 출근 도장을 찍자마자 곧장 광윤 대표의 사무실로 향했다.“대표님, 그 인수 건은...”“이미 정리됐습니다.”리은은 눈을 깜박였다.“정리요? 어떻게요?”광윤은 웃음을 머금은 채 리은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연히 리은 씨 때문이죠. 주 대표님이 제가 가진 지분을 리은 씨에게 넘긴 걸 알았나 봅니다. 그러니 인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끝났고요.”“네...?”도무지 현실감이 없었다.어딘가 맞지 않는 부분이 계속 걸렸지만, 또 뭐가 문제인지 말로 설명할 수는 없었다.그냥 묘하게 석연치 않았다.“‘다른 사람을 봐서 넘어간다’는 말도 있잖아요. 리은 씨를 보고 넘어가기로 한 거죠.”리은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지금쯤 주유한은 허인영과 해외에서 여행이나 다니고 있겠지.’“대표님이 저를 너무 높게 보셨어요. 저는 주유한 씨한테서 그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아니, 대접은 고사하고... 그 인간은 여러 해 동안 허인영을 대놓고 데리고 다니면서... 그렇게 적나라하게 나를 해성시의 웃음거리로 만들었지.’‘주유한이 내가 무슨 체면이 있다고 생각했을까?’체면은커녕, 그 사람은 내 얼굴을 바닥에 짓이겨 문지르는 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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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선호는 굳이 전달하지 않았다.이 정도 크기의 차안에서, 그 말을 못 들을 리가 없었다.유한은 몇 초간의 침묵 끝에 나지막하게 물었다.[왜 전화도 안 받고, 메시지도 안 읽어?]리은은 오히려 담담하게 되받았다.“내가 왜 네 전화를 받고, 네 메시지에 답해야 하는데?”선호는 본능적으로 리은을 흘끗 보았다.‘사모님... 진짜 많이 달라지셨네.’‘예전엔 늘 조용하고 부드럽고, 눈치를 보면서 웃던 분 같은 느낌이었는데...’‘사실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구나.’리은은 본래부터 고개 숙이고 사는 사람이 아니었다.유한과의 관계와 결혼 생활이 그녀를 그렇게 만든 것뿐이었다.한때의 리은은 누구보다 밝고 환한 사람이었다.그걸 무너뜨린 건 유한, 그리고 유한 주변의 사람들이었다.리은을 억눌린 모습으로 만든 건 바로 그 사람들이었다.유한은 리은의 반응에 완전히 자극받은 듯 차갑게 쏘아붙였다.[건드리지 말랬지.]리은은 씁쓸하게, 그러나 조롱이 섞인 표정으로 차량 안의 스크린을 바라보며 말했다.“솔직한 말이 기분 나빴다면... 할 말이 없네. 끊어도 돼.”[진리은!!]“지금 시차를 생각하면, 그쪽은 밤이지? 허인영을 챙겨야 할 시간에 나한테 전화해서 시비 걸 여유가 있는 모양이네.” “흔히‘봄날의 밤은 황금보다 귀하다’고 하잖아. 그 시간이나 아껴. 나한테 낭비할 필요 없으니까.”선호는 속으로 엄지손가락을 척 들었다.‘와... 진짜 대단하다.’예상대로, 유한의 숨결이 살벌하게 가라앉았다.[다시 말해 봐.]“침대 위에서 기다리는 사람 있잖아.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그 말이 끝나자마자, 리은은 선호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듯 통화를 종료해 버렸다.뚝!전화를 내려놓은 선호가 결국 한마디 내뱉었다.“사모님... 저는 대표님이 사실 사모님을 꽤 많이 신경 쓰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대표님이랑 허인영 씨가 그냥 친구 사이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리은은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선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그렇게 웃기는 얘기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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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다음 날, 리은은 음식을 다 준비한 뒤 루이를 데리고 요양병원으로 향했다.성빈의 상태는 눈으로 봐도 훨씬 좋아져 있었다.예전처럼 핏기 없던 얼굴도 살짝 붉은 기색이 돌고 있었다.요양병원에는 한의과 진료도 함께 있어서, 전통요법과 서양의학 치료를 병행하고 있었다.“리은아, 루이야. 왔구나.”루이는 성빈을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면서 달려가 안겼다.“외삼촌, 저 외삼촌 보고 싶었어요.”성빈은 루이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외삼촌도 우리 공주님이 보고 싶었지.”리은은 성빈의 얼굴을 꼼꼼하게 살핀 뒤 조심스럽게 말했다.“오빠, 요즘 얼굴이 많이 좋아졌네.”성빈은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꽤 회복됐어. 곧 퇴원해도 될 것 같아. 더는 요양병원에 안 있어도 되겠어.”“그럼 정말 다행이야. 오빠 좋아하는 반찬들 해왔어. 우리 안으로 들어가자.”“그래.”성빈은 루이를 품에 안고 휠체어에 앉았다.리은이 그 뒤를 밀면서, 세 사람은 정겹게 얘기를 나누면서 요양병원의 복도를 천천히 지나갔다....한편, 멀리 M국에 있는 유한은 그 시각, 세 사람이 요양병원에서 밝게 웃는 사진을 전달받고 있었다.사진 속에서 너무도 편안하게 웃는 리은의 모습.유한은 그 웃는 모습을 한참 내려다보다가 휴대폰을 불쾌할 정도로 꽉 쥐어 버렸다.‘그래서 전화를 안 받았던 거야? 내 메시지도 무시하고.’차가운 웃음이 새어나왔다.유한은 바로 선호에게 전화를 걸었다.[대표님, 이 시간까지 안 주무셨어요?]“돌아가는 표 끊어. 제일 빠른 걸로.”[예? 이렇게 급하게요?]“시키면 해. 말이 많네?”[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예매하겠습니다.]선호는 속으로 혀를 찼다.자기 보스가 대체 M국에서 무슨 일로 새벽에 폭주했는지 알 길은 없었다.하지만 방금 그 말투라면, 표가 없어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그리고 아무도 몰랐다.유한이 날도 채 밝기도 전에 이미 M국을 떠났다는 사실을......다음 날 아침.인영은 평소처럼 유한의 방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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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그러나 인영은 아무리 계산한다 해도, 유한이 온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자기도 모르게 귀국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오빠, 몇 시쯤 도착해?”[한 4시간 정도 남았어.]“4시간...?”인영은 시계를 보았다.‘그럼 어제 한밤중에 떠났다는 건데?’‘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렇게 급하게?’“알겠어요.”전화를 끊자마자, 인영은 바로 태현의 번호를 눌렀다.“여보세요, 태현 오빠. 아직 안 자고 있죠?”[왜? 인영아, 이 시간에 전화를 다 하고,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어?]“유한 오빠가 어젯밤 갑자기 국내로 돌아갔어요. 지금 연락도 안 되고... 장 비서님은 모르겠다고만 하고...”“그래서 부탁 좀 하려고요. 오빠가 좀 알아봐줘요. 이번에 왜 이렇게 급하게 돌아간 건지... 우리 아빠, 엄마도 걱정하고 계셔서...”[그거였어?]“응, 그거.”[알았어. 내가 알아보고 연락할게. 기다려.]“고마워, 오빠. 부탁해.”전화를 끊은 인영은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소파에 앉았다.‘도대체 뭐가 그렇게 급했길래... 그렇게까지 서둘러 돌아간 거지?’...일요일.리은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음식을 정성껏 준비해서 루이를 데리고 요양병원에 갔다.전날 세 사람 모두 모처럼 웃는 시간이었기에, 오늘도 자연스레 발걸음이 그곳으로 향했다.“오빠, 이거 먹어봐. 메기탕이야. 오래 끓였어.”“그래. 먹어볼게.”성빈은 웃으면서 국물을 들어 올렸다.리은이 성빈을 살피고 챙기는 모습은 이미 5년 동안 쌓여온 습관처럼 자연스러웠다.“오빠, 국물이 묻었네. 닦아 줄게.”리은이 몸을 숙여 성빈의 입가를 닦아주는 장면은, 특정한 각도에서 보면 너무나 친밀하게 보여서 오해의 여지를 줄 만큼 다정한 모습이었다.그리고 바로 그 순간, 리은의 손목을 누군가 거칠게 붙잡았다.예상치 못한 강한 힘에 리은은 놀라 눈을 크게 뜨면서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그 얼굴을 보자, 눈은 더 휘둥그레졌다.“너... M국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어떻게 여기에 있어?”잿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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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성빈이 더 걱정할까 걱정이 된 리은은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며 말했다.“우리... 둘만 얘기하자.”“왜? 네 오빠가 들을까 봐? 아니면 네 오빠가 볼까 봐?”그 말에 결국 성빈도 입을 열었다. 그리고 걱정과 당혹이 뒤섞인 표정이었다.“매제, 무슨 말이든 부부끼리 잘 풀어. 화를 내면 사이만 나빠져.”유한의 관자놀이가 울컥했다.만약 유한이 ‘가장 보기 싫은 인간 순위’를 매긴다면, 눈앞의 성빈은 무조건 상위권일 것이었다.유한은 싸늘한 눈길로 성빈의 얼굴을 훑으며 말했다.“형님도 말씀하셨잖아. 이건 우리 부부 문제라고. 형님이 끼어들 자리가 어디 있어?”성빈은 비난을 받아도 위축되지 않았다.오히려 더 걱정스러운 눈으로 리은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초조함까지 비쳤다.“리은아...”그 소리에 리은의 심장이 쿵 내려앉으면서 순간적으로 손이 먼저 나갔다.짝!리은은 유한의 뺨을 정확히 후려쳤다.“주유한, 그만해!”유한은 튀어나온 피맛을 혀끝으로 핥으면서 안개처럼 짙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차가운 기운이 얼음처럼 눈동자에 맺혔다.그리고는 갑자기 리은의 목을 움켜쥐었다.“내가 요즘 너 좀 편하게 해줬더니, 지금 네 주제를 잊은 것 같네? 어?”리은의 얼굴빛은 금세 하얗게 질리다가 새파랗게 변했다.유한이 진짜 힘을 주고 있다는 증거였다.“놓... 놓으라고 했지!”“리은아!”성빈은 휠체어 양쪽 팔걸이를 꽉 잡았다.하얗게 뼈마디가 드러날 만큼 힘을 쓰며 말했다.“매제, 아프게 하고 있잖아! 리은이는 매제 아내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빨리 놓으라고!”너무 당황하고 급했던 탓인지... 성빈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면서 유한 쪽으로 손을 뻗었다.마치 막아서려는 듯했다.하지만 유한은 그에게 단 하나의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대신 유한이 발을 반걸음 뒤로 빼는 순간, 성빈은 균형을 잃고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퍽!묵직한 소리가 병실 바닥에 울렸다.그 소리는 곧바로 리은의 가슴을 내리찍었다.리은은 쓰러진 성빈의 모습을 보자,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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