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 Chapter 121 - Chapter 130

146 Chapters

제121화

“목을 졸라 죽여 달라고? 웃기지 마. 네가 저지른 짓들, 살아서 다 갚아야지. 죽여주면 오히려 편해지는 거 아냐?”말을 끝내자마자 유한은 리은을 거칠게 밀어냈다.리은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참 지난 뒤, 리은이 조용한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후회하게 될 거야.”“후회?”어둡게 가라앉은 유한의 시선은 리은을 집요하게 붙들었다.“걱정 마. 절대 안 해. 나는 주유한이야. ‘후회’라는 단어가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르는 사람이라고.”리은은 가죽 시트를 꽉 움켜쥐었다. 그러다 갑자기 고개를 들고 유한을 바라보는 리은의 눈가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나 같은 가치 없는 사람한테 복수하겠다고, 네 인생 후반부의 행복을 다 써버리면... 반드시 후회하게 돼.”“그럼 두고 보자.”유한의 목소리가 차갑게 내려앉았다.“내가 정말 네 말대로 후회하는지, 안 하는지.”말이 끝나자마자 유한은 리은을 거칠게 끌어당겨 품에 안고 입술을 겹쳤다.리은은 처음엔 저항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한의 동작이 점점 조급해지면서 더 많은 것을 요구하자, 결국 참지 못하고 몸부림쳤다.“놔. 만지지 마!”유한은 애초에 선을 넘을 생각은 없었다. 의사가 최소 3주는 부부관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하게 말하기도 했다.유한은 리은의 손목을 뒤로 잡아 눌러 고정한 채, 쇄골 부근에 선명한 키스마크를 남겼다.“진짜 네가 뭐 대단한 여자라도 되는 줄 알아? 너랑 한 번 잔다고 내 인생이 달라질 것 같아?”말과 함께 유한은 리은을 다시 밀어냈다. 그리고는 다리를 꼬아 올린 채 정장 바지를 가볍게 털었다.“일은 하고 싶으면 계속 해. 하지만 내 마지노선은 넘지 마. 그렇지 않으면...”고개를 숙인 채 흐트러진 옷깃을 정리하던 리은이 그 말에 동작을 멈췄다.“계속 나한테 대들면, 회사도 못 나가게 그냥 집에 가둬 버릴 거야. 앞으로는 얌전히 집에서 애나 보면서 살게 말이야.”숨이 순간적으로 막혔다.리은은 맞서고 싶었다. 따지고 싶었고, 논리적으로 말해
Read more

제122화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순간, 리은의 가슴은 거대한 돌덩이가 눌러앉은 것처럼 답답해졌다. 그리고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울 만큼 억눌린 감정이 서서히 목을 조여 왔다.예전에 그녀는 유한의 곁에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자신은 사랑받지 못하더라도, 곁에 머물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여겼다.하지만 이제서야 알았다. 그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 머무는 건, 살아 있는 시체와 다를 바 없었다.분명 숨은 쉬고 있지만, 제대로 살아 있다고는 말할 수 없는 상태였다.도우미들이 리은의 짐을 하나씩 옷장 안으로 정리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동안, 보이지 않는 족쇄가 리은의 목에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다.“사모님, 부부 사이에 안 싸우는 집이 어디 있겠어요. 다들 그러고 살죠.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도 있잖아요.”“이번엔 대표님이 먼저 한발 물러선 것 같은데요. 결국은 같이 살아야 하니까,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적당히 맞춰 가는 게 낫죠.”“그러게요, 사모님. 대표님 같은 남자, 세상에 몇이나 있겠어요. 조금 부족해도 눈 감고 사는 거죠. 다들 그렇게 살아요.”그제야 리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냥... 참고 사는 거요?”“그렇죠. 오래 살다 보면 부딪히는 일 없는 집이 어디 있어요. 저희 집 양반도 예전에 바람을 폈어요. 그래도 애들 생각해서 용서했죠. 결국 다 아이들 때문 아니겠어요?”“그러니까 사모님도 괜히 감정 상해서 밖에 있는 여자들만 좋은 일 하게 놔 두지 마세요.”리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리은은 더 이상 ‘참고’ 살고 싶지 않았다.자신이 이미 충분히 참아 왔다.5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앞으로 50년을 더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자 숨이 막혔다.그 시간을 견디느니 차라리 지금이 끝이라는 편이 나았다.이전에 리은은 자신이 유한을 떠나면 살아갈 수 없을 거라고 믿었다.하지만 집을 나와 지내는 동안, 리은은 무너지는 대신 오히려 가벼워졌다
Read more

제123화

예전에도 리은은 유한과 크게 다툰 적이 거의 없었다.그리고 앞으로는 더더욱 그럴 생각이 없었다.“대표님도 참... 사모님 모시고 오자마자 또 나가시고...”그 말을 들은 리은은 젓가락을 들어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예전의 리은은 유한이 집에 들어오지 않을까 봐 늘 불안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이제는 유한이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사람은 생각을 바꾸는 순간, 정말로 내려놓을 수 있다는 걸 리은은 이제야 알았다.그 생각에 이르자, 리은은 자신도 모르게 작은 웃음을 흘렸다.도우미들은 그 모습을 보고 서로 눈치를 주고받았다.유한이 없는 저녁이라 그런지 리은은 평소보다 밥을 더 먹었다.이 집의 음식이 그리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무려 5년이나 먹어 온 밥상이니까.리은의 요리 실력은 평범했다.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맛있지도 않았다.그럼에도 예전에는 공부가 바쁘지 않고 시간이 날 때면, 리은이 직접 유한의 식사를 차려 주곤 했다.그때마다 유한은 접시를 깨끗이 비웠다.그 모습에 리은은 한동안 자신이 요리 천재라도 된 듯 착각했다.하지만 실상은 달랐다.자신의 음식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기꺼이 끝까지 먹어 주었을 뿐이었다.결혼 후에도 몇 번은 직접 요리를 했다.하지만 그때는 달랐다. 남겨진 접시, 그리고 돌아온 말.“다음부터는 하지 마. 맛없어 죽겠어.”그 말을 들은 이후로, 리은은 단 한 번도 유한을 위해 요리를 하지 않았다.사랑하는 사람은 독약을 내밀어도 꿀처럼 삼킨다.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리 귀한 음식이라도 독처럼 느끼는 법이니까....한편, 유한은 프라이빗 룸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안에 앉아 있는 인영을 보는 순간, 잠시 시선이 멈췄다가 곧 연준을 바라봤다.연준은 유한의 시선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인영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이 자리의 누구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왔네. 앉아.”인영은 유한을 보자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갔다.“오빠, 왔어?”유한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Read more

제124화

유한은 즉시 술잔을 내려놓고 연준을 바라봤다.오늘따라 가장 신나게 마시고 있던 쪽이 바로 연준이었다.연준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눈을 크게 떴다.“왜 나를 봐? 내 얼굴에 뭐 묻었어?”유한은 다시 한번 시선을 옮겼다. 수혁을 스치듯 바라본 뒤, 오늘 밤 들어 거의 입을 열지 않았던 태현에게 시선이 멈췄다.두 사람의 시선이 정면으로 맞부딪친 순간, 유한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졌다.다음 순간, 유한의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이 그대로 태현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예고도 없이 벌어진 상황에 모두가 얼어붙었다.인영이 놀라 비명을 질렀다.“유한 오빠, 이게 무슨 짓이야?”수혁과 연준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유한아, 너 취한 거 아니야?”유한은 태현을 노려보면서 싸늘한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단 한 마디만 던졌다.“내 술에 약 탔지?”그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의 공기가 단숨에 얼어붙었다.수혁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유한이 계속 마시던 술병을 집어 들어 냄새를 맡아 본 뒤, 미간을 찌푸리며 태현을 바라봤다.“태현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태현은 입꼬리를 느슨하게 올리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장난 좀 쳤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화낼 일이야?”연준이 그대로 욕설을 내뱉었다.“미쳤어? 그게 장난이야? 너 오늘 왜 이래?”유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태현을 소파로 거칠게 밀어 눕혔다.“너, 뭘 하려는 거야?”태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아까부터 말했잖아. 그냥 장난이라고. 그 정도도 못 받아?”“장난?”유한은 비웃듯 되물었다.서로 눈을 마주친 연준과 수혁은 속으로 욕을 삼키면서, 급히 다가가 두 사람을 말리려 했다.“유한아, 일단 진정해. 태현이 놓고 말로 하자.”인영은 유한이 이렇게 빨리 알아차릴 줄 몰랐다.심장이 조여 오는 듯 긴장했지만, 눈동자 깊은 곳에는 실망과 불만이 스쳐 갔다.“유한아, 일단 태현이부터 놔. 혹시 오해일 수도 있잖아. 태현이가 너한테 약을 탈 이유가 없잖아. 말도 안 되고... 일단 놔.”
Read more

제125화

인영이 막 나서려는 순간, 수혁이 인영의 팔을 붙잡고 그대로 밖으로 끌어냈다.“놔! 왜 이래, 수혁 오빠! 놓으라고!”문 밖에 나온 수혁이 인영의 손을 놓고 차분하게 말했다.“이 일에는 끼어들지 않는 게 좋아.”“그래도 안에 유한 오빠랑 태현 오빠가...”“인영아.”수혁의 목소리가 낮아졌다.“태현이 오늘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정말 모른다고 말할 수 있어?”인영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하지만 곧 표정을 정리하며 말했다.“태현 오빠가 나한테 잘해 준 건 알아. 친오빠처럼 챙겨 줬고. 근데... 오늘 일은 뭔가 오해가 있었던 거 아닐까?”수혁은 고개를 저었다.“오늘 일은 인영이 너랑 상관없어. 괜히 얽히지 마. 사람 보내서 집에 데려다줄게.”“그래도...”“우리가 있으니까 일은 커지지 않아. 인영이 넌 먼저 가.”인영은 잠시 문 쪽을 바라보다가, 결국 돌아섰다.하지만 마음속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어떻게 이렇게 빨리 들킨 거지?’‘유한 오빠는 그럼, 예전에 어떻게 진리은이랑 그렇게 된 거야?’‘어쨌든... 오늘 일은 절대 나랑 엮이면 안 돼.’...리은은 샤워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유한이 오늘은 돌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던 순간, 누군가 방문을 거칠게 걷어차며 열었다.놀란 리은은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그리고 유한이 옷을 벗으며 다가오는 모습을 보는 순간, 심장이 턱밑까지 치밀어 올랐다.리은은 반사적으로 이불을 끌어안고 경계 어린 눈으로 유한을 바라봤다.“너... 너 뭐 하는 거야?”유한의 얼굴은 평소와 달리 비정상적으로 붉었다. 온몸은 땀에 젖어 있었고, 술 냄새와 함께 거칠고 낯선 열기가 그대로 밀려왔다.리은은 본능적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손목이 단단히 붙잡혔다.유한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뜨거운 온기에 리은은 순간적으로 놀라고 당황했다.동시에 유한의 상태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도 느껴졌다.“이거 놔. 주유한, 놔!”“가만 있어. 나 좀 도와줘.”유한은 그렇게 말하며 리은의 머리를 붙
Read more

제126화

다음 날 아침, 유한이 눈을 떴을 때 품 안에 안긴 리은은 아직 잠들어 있었다.유한은 몸을 일으키면서, 리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침대에서 내려왔다.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오자, 그제야 리은이 천천히 눈을 떴다.전날 밤의 혼란스러운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둘이 마지막 선을 넘지는 않았지만, 그 이상으로 지치고 혼란스러운 밤이었다.리은은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약을 먹고, 왜 굳이 돌아와서 자신을 찾았는지.‘내가 당분간 그런 일 못 한다는 거, 주유한이 모를 리 없잖아.’‘그럼 허인영을 찾아야 정상 아니야?’생각해 봐야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였다.리은은 더 이상 이런 일로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기로 했다.욕실 문을 한 번 바라본 뒤, 리은은 침대에서 내려왔다.잠시 후 욕실에서 나온 유한은 침대 위에 사람이 없는 걸 보고 입술을 가볍게 다물었다.옷을 갈아입은 뒤 그대로 1층으로 내려갔지만 1층에도 리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사모님은요?”“대표님, 사모님은 방금 나가셨어요.”유한은 말없이 얼굴을 굳힌 채 식탁 쪽으로 걸어갔다.“아침은 안 먹고?”“식사는 안 하셨고, 샌드위치 하나만 챙겨 가셨어요.”도우미는 말을 마치고 유한의 손 옆에 커피 한 잔을 내려놓았다.“대표님, 커피...”도우미는 유한의 얼굴을 보자마자 급히 시선을 거뒀다.유한은 커피를 몇 모금 마신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곧바로 유한이 집을 나서자, 도우미들은 그제야 모여서 작은 소리로 수군거렸다.“어머, 방금 본 거 맞지? 대표님 얼굴에 저거... 긁힌 거 아니야?”“사모님이 어젯밤에 긁은 거 아냐?”“와, 생각보다... 세네.”“...”회사에 도착했을 때, 선호 역시 유한의 얼굴을 보고 순간적으로 굳어졌다.하지만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선을 돌렸다.유한이 저 얼굴로 출근까지 했는데, 선호가 할 말이 있을 리 없었다.다만...“대표님, 오늘 아침에 아침 회의가 있습니다.”유한은 선호를 힐
Read more

제127화

유한은 인영을 몇 초간 가만히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뒀다.“내가 뭐가 그렇게 걱정될 일이 있어?”“그게 아니라... 오빠가 어제 밤에...”유한은 서류 하나를 옆으로 내려놓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어제 집에 갔어.”그제야 인영의 시선이 유한의 얼굴에 머물렀다.선명하게 남아 있는 긁힌 자국을 본 순간, 인영의 표정이 눈에 띄게 변했다.손에 쥔 가방 끈을 무의식적으로 꽉 움켜쥐었다.‘결국... 유한 오빠는 어젯밤에 진리은을 찾은 거야.’가슴속에서 불길이 치솟았지만, 인영은 얼굴에 드러낼 수 없었다.“그랬구나. 다행이다. 혹시 오빠한테 무슨 일 생긴 건 아닐까 걱정돼서.”잠시 말을 멈춘 인영은 다시 입을 열었다.“그리고 태현 오빠도... 아침부터 계속 전화했는데 안 받더라. 어제는 수혁 오빠가 나 데려다 준 뒤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어. 오빠랑 태현 오빠는...”유한이 고개를 들어 인영을 바라봤다.“그럼, 태현이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알고 있어?”인영의 심장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하지만 인영은 일부러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나도 잘 모르겠어. 태현 오빠가 멀쩡하다가 왜 그런 건지... 혹시 둘이 다툰 거야?”말은 그렇게 했지만, 인영의 속은 편치 않았다.‘이 질문은 뭐지?’‘설마 나를 의심하는 건 아니겠지?’“오빠랑 태현 오빠 사이에 오해가 있으면 푸는 게 좋잖아. 우리 다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사이고.”유한의 대답은 단호했다.“이 일은 너랑 상관없어. 끼어들지 마.”“그래도...”“더 할 말 있어?”유한이 더 이상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걸 알아차린 인영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그럼... 먼저 갈게. 일 방해해서 미안해.”잠시 망설이다가 덧붙였다.“오빠, 우리 다 오래된 친구잖아. 굳이 가치 없는 사람 때문에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그 말을 남긴 인영은 유한을 한 번 더 바라본 뒤 사무실을 나섰다.차에 타자마자 인영은 참아왔던 분노를 터뜨렸다.운전대를 연달아 세게
Read more

제128화

태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유한이 너한테 화풀이했어?”인영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유한 오빠는 그냥 내가 알고 있었는지만 물어봤어.”잠시 말을 고른 뒤 다시 입을 열었다.“근데 나도 정말 몰랐어. 태현 오빠가 그런 짓을 할 줄은... 오빠.”인영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오빠가 나 도와주려고 한 건 알아. 근데... 도움도 이런 식은 아니잖아.”입술을 꾹 다문 채 태현이 손을 들어 인영을 달래려 했지만, 인영은 자연스럽게 몸을 피해 버렸다.공중에 멈춘 태현의 손을 본 순간, 인영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오빠, 몸에 냄새가 너무 배었어. 난 이런 거 싫어.”태현은 바로 손을 거둬들였다.“미안. 내가 신경을 못 썼다.”인영은 고개를 저었다.“태현 오빠, 다음부터는 뭘 하든지 좀 더 생각하고 움직였으면 좋겠어. 이렇게 무작정 나서는 건 정말 위험해.”목소리가 낮아졌다.“유한 오빠 성격 알잖아. 확실한 계획도 없이 괜히 건드렸다가, 정말 마음이 돌아서면 오빠는 신씨 집안에서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그래?”그 말에 태현의 눈빛이 따뜻해지면서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태현의 귀에는 인영의 ‘걱정’만 들렸을 뿐, 그 속에 담긴 경고와 마지노선은 전혀 읽히지 않았다.어젯밤 일이 성공했다면 모든 게 쉬웠을 것이다.하지만 유한은 예상보다 훨씬 예민했고, 문제를 즉각 알아차렸다.“알겠어. 다음엔 이렇게 충동적으로 안 할게.”인영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어쨌든 오빠는 유한 오빠랑 틀어지면 안 돼. 기회 봐서 제대로 사과해. 그러면 이 일도 넘어갈 수 있을 거야.”“응, 알겠어. 내가 집에 데려다줄까?”“아니야. 오빠는 그냥 가서 씻는 게 먼저야.”인영은 그렇게 말하고 곧바로 등을 돌렸다.태현은 인영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태현이 신씨 집안에 다시 받아들여졌던 그날 이후, 주변의 명문가 집안 딸들은 하나같이 태현을 깔봤다.사생아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태현은 늘 반쪽짜리 취급을 받았다.그 와중에 인영만은
Read more

제129화

“조금 있으면 리은 씨도 알게 될 겁니다.”“알겠습니다.”하지만 광윤이 리은을 데리고 룸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본 리은은 곧바로 고개를 돌려 광윤을 바라봤다.광윤은 목소리를 최대한 낮춰서 조심스럽게 말했다.“리은 씨도 아시겠지만, LC테크놀로지는 주강그룹 입장에서 보면 아직 작은 회사예요. 우리가 선택권을 쥘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에요. 이해해 주실 수 있죠?”리은은 손바닥을 꽉 움켜쥐었다.광윤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리 없었다.유한이 LC테크놀로지와의 협업을 원하고 있었다.LC테크놀로지가 업계에서 신흥 강자로 주목받고 있긴 했지만, 주강그룹과 비교하면 회사의 규모 차이는 분명했다.“이해합니다.”광윤은 리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미안합니다. 나도 한 번은 정중히 거절해 보려고 했어요. 하지만...”유한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방식으로 일을 밀어붙이는지 리은도 잘 알고 있었다.“괜찮습니다, 대표님. 다 알고 있습니다.”“이해해 줘서 다행이에요. 회사에는 직원들이 있고, 다들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리은은 시선을 낮췄다.LC테크놀로지의 동료들은 리은에게 늘 편안한 사람들이었다.광윤의 사람 보는 눈은 확실했다.회사 안에는 흔한 사내 정치나 날 선 경쟁이 없었다.모두가 한 방향으로 힘을 모아 일했고, 서로 돕는 분위기였다.리은은 이 회사의 환경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다른 회사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주 대표님, 늦어서 죄송합니다.”유한은 다리를 꼬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광윤의 말을 듣고는 손짓으로 자리를 권했을 뿐이었지만, 시선은 계속 리은에게 머물러 있었다.유한의 얼굴에 남은 손톱 자국을 확인한 광윤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지만, 곧 아무 일 없다는 듯 본론으로 들어갔다.회의는 차분하게 진행됐다.마지막으로 광윤이 안경을 밀어 올리며 말했다.“주 대표님, 협업과 관련해 원하시는 조건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최대한 맞추겠습니다.”회의 내내 리은은 유한에게 단 한마
Read more

제130화

리은은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리은은 광윤이 주유한과 협력하는 것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하지만 주강그룹 본사 건물로 들어가서 유한의 눈앞에서 일하는 것만큼은 절대 할 수 없었다.사실 이전에도 리은은 회사에 나가 일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때마다 유한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어떻게든 나랑 결혼한 게 주씨 가문 사모님 자리 차지하려고 그런 거 아니었어? 이제 와서 무슨 수작질이야.”“돈은 내가 벌 테니까 쓰고 싶은 만큼 써. 대신 회사 일에는 손대지 마.”“아니면 회사에 가겠다는 게 진짜로 일하려는 게 아니라, 나 감시하려는 거야? 그거라면 그냥 포기해. 절대 안 돼.”그 말을 들었을 때의 기분을, 리은은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주유한 눈에는 내가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계산적인 여자가 된 걸까.’‘지난 5년 동안 내가 뭘 요구하든, 전부 다 속셈 있는 행동으로만 봤잖아.’이미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억들이었다.하지만 유한은 늘 이렇게, 의도하든 아니든 리은의 예전 기억을 끄집어내게 만들었다.그 경험은 결코 견딜 만한 것이 아니었다.그래서 리은은 본능적으로 알았다.유한에게서 멀어져야만, 덜 다칠 수 있다는 걸.리은은 광윤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대표님, 이 프로젝트는 다른 분께 맡기시는 게 좋겠습니다. 저는 아직 부족합니다. 주 대표님 말씀처럼 저는 신입이나 다름없고, 이렇게 큰 협업은 감당하기 어렵습니다.”광윤은 잠시 유한을 바라보다가 말을 꺼냈다.“주 대표님, 그렇다면...”“그럼 그냥 진리은 씨로 합시다.”하던 말이 끊기자, 광윤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난처한 기색이 그대로 드러났다.“주 대표님, 사실 저희 회사에는 실력 있는 기술 인력도 많습니다. 굳이...”“진리은 씨로 하겠다고 했습니다.”유한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제 말이 그렇게 어렵습니까?”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자, 손에 힘을 준 리은이 고개를 돌려 유한을 똑바로 바라봤다.“주 대표님, 저한테 주강그룹 출입
Read more
PREV
1
...
101112131415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