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 Chapter 221 - Chapter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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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1화

약을 쓰는 방법이 막혔다고 해서 인영에게 선택지가 없는 건 아니었다.방법은 얼마든지 더 생각해 낼 수 있었다.어쨌든 목적은 반드시 이뤄야 했다.‘더이상 미루면 안 돼.’이상하리만큼 강한 예감이 인영을 재촉했다.처음부터 이렇게 될 걸 알았더라면, 진작에 움직여야 했다.지금처럼 한 발 한 발 몰리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그날 저녁, 퇴근 시간 무렵 리은의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하자마자 리은은 그대로 통화를 끊었다.하지만 거의 동시에 다시 진동이 울렸다.이번에는 선호의 이름이었다.리은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내 전화는 일부러 안 받아?]리은은 일부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무실로 올라와.]“왜?”리은의 말투에는 짜증이 묻어 있었다.“나 루이 데리러 가야 해.”[사람 보내서 데려오게 할게. 지금 바로 올라와.]리은은 단호했다.“안 가.”그대로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였다.[2분 주겠어. 안 올라오면 내가 내려간다.]“너 진짜...”이번에는 리은이 끊기도 전에 통화가 종료됐다.핸드폰을 내려다보는 리은의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표정도 눈에 띄게 굳어졌다.“팀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리은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숨을 한 번 깊게 들이마셨다.“아니야. 너희 먼저 가. 나 화장실 좀 가야겠어. 기다리지 마.”“아, 네. 그럼 먼저 갈게요 팀장님. 내일 봬요.”“네, 내일 봬요.”가을과 우길은 웃으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진호는 바로 들어가지 않고 잠시 리은을 돌아봤다.리은은 그의 시선을 마주하며 물었다.“왜요? 할 말 있어요?”진호는 짧게 대답했다.“아니요.”그리고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리은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선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사모님, 대표님은 허인영 씨 병원에 데려다 주시고 바로 복귀하셨습니다. 왕복 두 시간도 안 걸렸습니다.”리은은 걸음을 멈췄다.선호를 바라보며 말했다.“굳이 나한테 말 안 해도 돼요. 알고 싶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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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계속 뭘 그렇게 봐... 처음 보는 사람도 아니잖아.”리은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시선을 거두며 부인했다.“안 봤어.”“여기 너랑 나 말고 누가 더 있어? 내가 아니면 누굴 보고 있었는데.”리은은 입술을 조금 움직였다.“어쨌든 너는 아니야.”그저 유한의 너머에 겹쳐 보이던 기억 속의 사람을 보고 있었을 뿐이었다.지금 눈앞에 있는 유한이 아니라 과거에 머물러 있던 누군가를.유한은 서류 한 장을 던져놓고 고개를 들었다.“이상하네. 방금 네 시선에서 그리움 같은 게 느껴졌는데. 뭘 그리워했어?”유한이 이렇게까지 예민하게 느낄 줄은 몰랐기에, 리은은 곧바로 화제를 바꿨다.“나 부른 게, 그냥 앉아서 멍하니 있으라는 거야?”방금의 시선을 인정하느니, 차라리 딴생각을 했다고 말하는 편이 나았다.두 사람의 과거가 그렇게 가벼운 것으로 치부되는 건 견딜 수 없었다.펜을 내려놓은 유한이 회전의자를 반 바퀴 돌리면서 말했다.“이리 와.”리은은 고개를 돌려 그를 봤다.“할 말 있으면 해. 여기서도 다 들려.”눈썹을 살짝 치켜세운 유한이 소파를 힐끗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소파가 더 넓긴 하지. 그럼 내가 갈게.”리은은 곧바로 소파에서 일어나 책상 앞으로 갔다.“그래서 뭐 하자는 건데?”“이렇게 성급해? 예전에 보이던 얌전함은 다 연기였나 보네.”리은은 유한의 비아냥을 못 들은 척하면서 받아쳤다.“궁지에 몰리면 누구나 달라져. 참다 보면 한계도 오는 거고.”“그래서 너는 뭐야. 개야, 토끼야?”리은은 숨을 한 번 고르고 그를 봤다.“할 말이 없으면 그만해.”‘사람을 붙잡아 놓고 흔들면, 누가 안 예민해지겠어.’그 생각을 삼켰다.유한은 자기 앞을 가리켰다.“여기 서.”리은은 유한이 일부러 이러고 있다고 확신했다.바로 돌아서서 나가려고 했다.그러나 유한이 곧바로 따라붙으면서 길을 막았다. 리은의 허리를 감싸 안아서 들어 올리더니, 그대로 책상 위에 앉혔다.“너 또 뭐야. 선 넘지 마.”리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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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이제는 물어뜯는 게 버릇이 된 거야?”리은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린 채 한쪽만 바라봤다.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분명한 태도였다.냉소하면서 손을 뻗은 유한이 리은의 턱을 잡고 좌우로 가볍게 흔들었다.“내가 묻잖아.”“이렇게 사람 무는 게 좋으면, 오늘 밤엔 마음껏 물게 해 줄게.”말을 끝내며 유한의 시선은 리은의 입술에서부터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리은은 그가 말한 ‘마음껏 물게 해 준다’는 의미를 곧바로 알아차렸다.“꺼져.”리은이 책상에서 내려오면서 유한을 거칠게 밀었다.유한은 몇 걸음 물러서며 그녀를 바라봤다.“오늘 저녁에 루이 데리고 외식할 거야. 너 같이 가기 싫으면 지금 가도 되고.”발걸음을 멈춘 리은이 돌아서서 그를 노려봤다.“일부러 이러는 거지?”“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리은은 주먹을 천천히 움켜쥐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무실에 남았다.그리고 잠시 후.“아빠, 엄마! 저 왔어요!”밝은 목소리가 사무실에 울렸다.리은은 고개를 돌렸다.“루이...”“엄마!”책가방을 멘 루이는 그대로 리은에게 달려와 안겼다.그제야 유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가자. 밥 먹으러.”“아빠!”유한은 손짓했다.리은의 품에서 빠져나온 루이가 곧장 유한에게 달려갔다.“아빠, 여기가 아빠가 일하는 곳이에요?”유한이 루이를 안아 올렸다.“그래. 어때, 마음에 들어?”“와, 진짜 커요! 천장도 높고요!”“오늘 밖에서 외식할 건데, 뭐 먹고 싶어?”외식이라는 말에 루이의 눈이 반짝였다.“우리 밖에서 먹어요?”“응. 그래서 뭐 먹고 싶어?”“진짜 뭐든 골라도 돼요?”“골라.”“그럼 저 햄버거 먹고 싶어요!”“햄버거?”유한은 리은을 흘끗 봤다.“평소에 이런 것만 먹여?”“가끔이야. 루이가 좋아하니까.”루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아빠. 저 햄버거 진짜 좋아해요. 근데 엄마가 자주 못 먹게 해요. 오늘은 아빠랑 먹으면 안 돼요? 저 햄버거 먹고 싶어요.”햄버거 같은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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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루이는 주문을 마치고 핸드폰을 다시 건넸다.“엄마, 다 골랐어요.”리은은 화면을 확인하다가 고개를 들었다.“루이, 불아이스크림도 골랐네?”“괜찮아요, 엄마? 불아이스크림은 저 혼자 먹는 거 아니에요. 아빠랑 엄마랑 저랑 같이 먹는 거예요.”그때 유한이 물었다.“불아이스크림이 뭐야?”리은은 유한을 보면서 담담하게 설명했다.“그냥 아이스크림 종류 중 하나야.”결국 리은은 루이의 바람을 받아들여 불아이스크림을 하나 추가했고, 패밀리 세트도 함께 주문했다.자리를 잡고 앉자, 세 사람의 모습은 단번에 사람들 눈에 띄었다.유한과 리은은 말할 것도 없고, 루이도 또래보다 훨씬 또렷한 마스크를 가지고 있었다. 유치원에서 지급한 원복을 입고 있었지만, 국제학교의 알파 마크가 선명했다.그 원복 한 벌 가격만 해도 200만 원 넘었다.“저기 봐, 가족 셋이 다 눈에 띄지 않아? 남자분도 그렇고, 옷차림이나 분위기만 봐도 보통 집은 아닌 것 같아.”“여자분도 대단해. 전부 명품 브랜드에다가 애 엄마 같지가 않아. 우리는 기미에 뱃살인데...”“돈 있으면 다 저렇게 살지.”“하아...”“...”주문을 마치고 자리에 앉자마자, 책가방을 연 루이가 오늘 그린 그림을 꺼냈다. 마치 보물을 꺼내듯 조심스러웠다.“아빠, 엄마. 이거 제가 그린 그림이에요. 선생님이 만점 주셨어요.”리은의 눈이 바로 반짝였다.“그래? 엄마가 한 번 볼까?”“짜잔! 아빠랑 엄마, 할머니랑 저예요. 우리 가족 그림이에요.”리은은 그림을 받아 들었다.루이는 어릴 때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 다섯 살 아이가 그렸다고 하기엔 구도가 또렷했고, 인물도 구분이 분명했다.“와, 정말 잘 그렸네. 루이 대단해.”루이는 환하게 웃었다.유한도 슬쩍 관심을 보였다.“나도 좀 볼게.”리은은 잠시 그를 보다가 그림을 건넸다.유한은 그림을 훑어보며 눈썹을 세웠다.“이거 네가 그린 거야?”루이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빠, 잘 그렸어요?”약간 추상적인 느낌이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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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리은은 더는 듣고 있을 수가 없어서 다시 유한을 발로 찼다.유한은 리은을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왜 차? 루이한테 회사 물려주기 싫으면 하나 더 낳아. 아니면 이건 루이 책임이야.”리은은 미간을 찌푸린 채 이를 악물고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진짜 미쳤나...’그때 마침 주문 번호 벨이 울리자, 리은은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향했다.“루이야.”리은이 자리를 비운 사이, 유한이 딸을 불렀다.“네, 아빠?”“동생 갖고 싶어? 남동생이나 여동생.”“동생이요?”루이는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했다.“아빠, 동생은 어디서 생겨요?”“아빠랑 엄마가 낳아 주는 거야. 어때, 동생 갖고 싶어?”“좋아요! 근데 아빠, 저는 남동생이 좋아요!”그 말을 들은 순간, 음식을 들고 돌아오던 리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트레이 가장자리를 손바닥이 파고들 정도였다.‘지금 저걸 그냥 엎어버릴까...’리은은 유한의 뒤통수를 노려보다가, 간신히 참고 자리에 앉았다.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루이야, 아빠 말 듣지 마. 엄마는 루이 하나면 충분해. 자, 얼른 먹자.”아이의 관심은 역시 금방 옮겨 갔다.음식이 앞에 놓이자, 방금 전의 대화는 바로 잊어버린 듯했다.유한은 몸을 뒤로 기댄 채, 기름진 음식을 먹는 모녀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이미 산 음식이니 남길 수는 없었다.리은은 일회용 장갑을 끼고 햄버거를 집어 들었다.“너무 맛있어요!”루이는 한 손엔 치킨 다리, 다른 손엔 케첩을 찍은 감자튀김을 들고 연신 감탄했다.얼굴 가득 만족감이 묻어났다.“루이, 햄버거 먹을래?”“네!”리은은 자기 햄버거를 루이 입에 대고 한 입 크게 베어 물게 했다.두 사람은 정말 맛있게 먹고 있었다.그제서야 유한도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장갑을 꼈다.“그렇게 맛있어?”리은은 대꾸하지 않았다.유한은 치킨 윙 하나를 집어먹었다.기름 맛이 강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어느새 꽤 많이 먹고 있다는 걸, 다 먹고 나서야 알아차렸다.식사가 거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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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대표님, 루이 아가씨가 복통을 호소해서 사모님께서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셨습니다.”유한은 고개를 들었다.“언제요?”“방금입니다.”유한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가 커튼을 열었다. 마침 차량 한 대가 마당을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유한의 표정이 착 가라앉았다.“왜 바로 보고 안 했어요?”“갑작스러운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모님께서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잠옷 차림으로 급히 나가셨습니다.”“다만 필요한 물건은 조금 뒤에 가져다 달라고 하셨는데요. 대표님, 제가 전달할까요? 아니면 대표님께서 직접 가시겠습니까?”유한은 이미 몸을 돌리고 있었다.“필요한 거 정리하세요. 바로.”“네, 대표님. 바로 준비하겠습니다.”...병원으로 향하는 길에서 유한은 수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뭐 해?”[왜.]“내 딸이 배가 아파서 병원 갔어. 네가 좀 봐 줘.”[알았어.]전화를 끊은 수혁은 곧바로 소아과 응급실로 향했다.도착하자마자, 잠옷 차림의 리은이 눈에 들어왔다.밤의 소아과 응급실은 늘 분주했다.아이를 안고 울먹이는 부모들, 신발도 제대로 못 신고 나온 사람들도 많았다.“엄마... 으아아, 엄마 살려줘요. 배가 너무 아파요... 엄마...”루이는 침대 위에서 배를 움켜쥔 채 몸을 뒤척이며 울고 있었다.리은은 아이의 손을 꼭 잡은 채, 불안한 눈으로 의사를 바라봤다.“선생님, 제 아이가 왜 이러는 건가요? 아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갑자기 너무 아파해요.”소아과 응급의가 루이의 배를 조심스럽게 눌러 보며 통증 부위를 확인했다.“조 선생님, 아이 상태는 어떤가요?”고개를 돌린 의사가 수혁을 보고 물었다.“임 선생님, 아시는 아이인가요?”“지인 아이입니다.”리은은 수혁을 힐끗 봤지만, 왜 그가 여기 있는지 물을 여유조차 없었다.시선도 마음도 모두 루이에게 가 있었다.“선생님, 그래서... 제 아이가 어떻게 된 건가요?”“현재로서는 급성 충수염이 의심됩니다. 우선 수액과 진통 처치를 하고, 검사 결과에 따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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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여기야.”수혁의 말에 유한은 곧바로 그쪽으로 걸어왔다.흰 셔츠의 단추는 풀려 있었고, 한 손에는 서류 봉투를 들고 있었다.“둘은 어디 있어?”“수액실.”‘수액’이라는 단어에 유한이 저절로 미간을 찌푸렸다.“수액?”“응. 급성 충수염이래. 수액은 필수고, 큰 문제는 아닌데 통증이 워낙 심해. 아까 네 딸이 거의 숨 넘어갈 정도로 울었어. 리은 씨도 많이 당황했고.”유한은 더 듣지도 않고 곧바로 수액실 쪽으로 향했다.수혁은 그 뒷모습을 보면서 눈썹을 살짝 세웠다.‘아무리 사이가 틀어져도, 결국 아내와 아이가 우선인 거야.’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딱 맞았다....수액실 안.리은은 의자에 앉아서 루이를 안고 있었다. 루이는 여전히 울고 있었지만, 이미 진통제를 투여한 상태였다.“루이, 지금도 아파? 조금 나아졌어?”루이는 울음을 삼킨 채 고개만 작게 저었다.리은은 아이의 땀에 젖은 이마에 입을 맞췄다.“괜찮아. 무서워하지 마. 엄마 여기 있어.”그때 문이 열리면서, 유한이 안으로 들어왔다.모녀를 발견하자 곧장 다가왔다.인기척을 느낀 리은도 고개를 들었다가 유한을 보자 잠깐 멈칫했다.“너 왜 왔어?”“그걸 말이라고 해?”굳은 표정으로 리은을 바라보는 유한의 시선에는 분명한 불만이 담겨 있었다.리은은 그 불만이 무엇을 향한 건지 알 수 없었다.예전에도 루이가 아팠던 적은 있었다.그때도 유한에게 연락을 했지만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아이의 상태에 관심을 보인 적도 거의 없었다.‘이제 와서 뭘 따지겠다는 거야.’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마음조차 없었다.리은은 고개를 숙인 채 아이를 계속 달랬다.결국 시선을 돌린 유한도 엄마 품에 안긴 채 울고 있는 아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그때 응급실 담당 의사가 검사 결과지를 들고 들어왔다.“주루이 환자 보호자분 계신가요?”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리은을 알아본 의사가 말을 이었다.“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리은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려고 했지만, 수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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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유한의 표정이 눈에 띄게 가라앉았다. 차가운 눈으로 수혁을 노려보던 유한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입 다물어.”수혁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팔짱을 꼈다.“그래서 지금 네 생각이 뭐냐는 거야. 허 회장님과 사모님이 왜 갑자기 귀국했는지 설마 모른다고 하진 않겠지. 이건 누가 봐도 네 입장을 정리하라는 거잖아. 선택하라고.”“선택?”유한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담담해서 오히려 섬뜩했다.“난 이미 선택했어. 더 뭘 밝히라는 거지?”그 말을 들은 수혁은 유한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 몸을 바로 세웠다.“설마... 네 선택이 처음부터 끝까지 진리은이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지?”유한은 시선을 거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수혁이 눈을 깜빡이면서 안경을 밀어 올렸다.“그럼 좀 물어보자. 그럼 왜 진리은이랑 헤어졌어? 왜 갑자기 허인영이랑 약혼 발표를 했는데? 넌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행동한 거야?”말을 잇던 수혁은 고개를 저었다.“네 선택이 계속 진리은이었으면, 그때 그런 소동을 벌일 이유가 있었어? 네가 갑자기 허인영이랑 약혼 얘기를 꺼내지만 않았어도 그 사고는 안 났어.” “너도 허씨 집안에 그렇게까지 빚질 일도 없었고. 솔직히 말해 봐. 그때 네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었던 거야?”유한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어금니를 꽉 깨문 채 유한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화를 억누르고 참는 기색이 분명했다.안경 너머로 유한을 가만히 바라보던 수혁이 조용히 말했다.“혹시 아무한테도 말 안 한 비밀을 숨기고 있는 거 아니야?”유한은 차갑게 그를 흘겨보며 경고했다.“쓸데없는 호기심 접어.”“그래, 안 궁금해하면 되잖아?”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수혁은 결국 덧붙였다.“근데 말이야... 네 선택이 늘 리안 씨였다면 왜 이렇게 꼬인 거야? 네 아이한테도 이렇게 무심하고 말이야.” “그 감정에는 원망하고 미묘한 증오가 섞여 있는 것 같은데, 연기라고 보기엔 너무 리얼하거든.”유한은 입꼬리를 아주 살짝 올리며 수혁을 바라봤다.시선은 깊고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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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 혹은 찬 음식을 먹으면 급성 충수염 증상이 발현될 수 있다고 했다.다만 다행인 건, 내일 수술로 제거해 버리면 이후에는 그런 음식을 먹어도 다시 재발할 가능성은 없다는 점이었다.“아니.”리은은 더 말을 잇지 않았다.같은 자세로 루이를 안고 있다 보니 팔도 점점 저렸고 어깨도 뻐근했지만, 아이를 깨울까 봐 크게 움직일 수도 없었다.유한이 다가와 리은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애 나한테 줘.”고개를 들고 유한을 바라보던 리은은 잠시 생각한 뒤 조용히 대답했다.“응.”유한이 먼저 나서지 않는다면, 리은은 억지로 요구하지도 탓하지도 않을 생각이었다.이 아이는 사랑 속에서 태어난 아이가 아니었다.유한이 루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렇다고 해서, 유한이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 리은이 그걸 막을 이유도 명분도 없었다.“천천히.”“알아.”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아이를 옮겼다.그 과정에서 살짝 눈을 떴던 루이는, 아빠와 엄마가 모두 곁에 있는 걸 확인하곤 다시 고개를 숙이고 잠들었다.아픈 데다가 울다 지쳐서인지, 아이의 숨소리는 금세 고르게 가라앉았다.부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리은이 저린 팔을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그때 유한이 불쑥 물었다.“왜 나 안 불렀어?”리은은 걸음을 멈췄다.유한이 왜 묻는 건지 알고 있었다.잠시 침묵한 뒤, 리은은 있는 그대로 말했다.“네가 집에 있는지 확신이 없었어. 그래서 안 불렀어.”유한이 밤중에 집을 비우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처음 몇 번은 연락을 해 봤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러지 않게 됐다.유한의 얼굴이 굳어졌다.“모르면 물어보면 되잖아.”고개를 돌린 리은이 유한의 눈을 마주했다.‘물어보라고? 누구에게?’‘집에 있는 고용인들에게? 아니면 이 인간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리은은 이미 그런 시도를 해 본 적이 있었다.그래서 이번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돌아서서 수액실을 나섰다.유한은 리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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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수액을 다 맞고 나서, 유한은 곧바로 루이를 안아 병실로 옮겼다.리은은 미지근한 물에 적신 수건으로 루이의 얼굴과 목, 손발을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집에서 이미 씻긴 했지만, 아까 통증 때문에 울고 보채는 사이에 땀을 많이 흘렸다.아이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잠들게 하고 싶어서, 다시 한번 몸을 정리해 주는 수밖에 없었다.다 닦고 나서야 리은은 이마의 땀을 훔쳤다.그때 유한이 리은의 핸드폰을 내미는 모습이 리은의 눈에 들어왔다.고개를 돌린 리은이 유한을 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고마워.”핸드폰을 받아 시간을 확인하니 어느새 밤 열한 시가 가까워져 있었다.“시간도 늦었어. 넌 먼저 가. 내가 여기서 볼게.”하지만 유한은 대답 대신 몸을 돌려 다시 소파에 앉았다.탁자 위에 놓인 잡지를 집어 들고 아무렇게나 넘기기 시작했다.리은은 그 모습을 잠시 보고 있다가 다시 물었다.“너도 남을 거야?”잡지에서 눈을 뗀 유한이 깊은 시선으로 리은을 바라봤다.“왜, 내가 남는 게 싫어?”리은은 잠깐 침묵하다가 말했다.“아니.”사실은 유한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말이었다.루이는 리은 혼자서도 충분히 돌볼 수 있었다.하지만 유한이 굳이 남겠다면, 리은이 더 말릴 이유도 없었다.리은은 의자에 앉아서 루이의 손을 잡았다.병실은 넓고 조용했다.두 사람 모두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그러다 유한이 문득 고개를 든 유한은 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눈빛이었다.시간이 한참 지난 후.피로가 몰려오자 리은은 침대 옆에 엎드린 채 잠시 눈을 붙이려 했다.그런데 그 잠시가 그대로 깊은 잠으로 이어졌다.의자에서 들어 올려져 소파 위에 눕혀졌을 때도, 리은은 몸만 살짝 뒤척였을 뿐 곧바로 다시 잠들었다.유한은 소파 옆에 쪼그려 앉아 한동안 그녀를 내려다봤다.그러고는 조용히 일어나서 병실을 나섰다.그때 마침 야간 근무 중이던 수혁이 커피 두 잔을 들고 복도를 지나오다 유한을 발견했다.“마실래?”유한은 병실 안에서 잠들어 있는 모녀를 한 번 돌아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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