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231 - 챕터 240

390 챕터

제231화

리은은 유한이 들고 온 아침 식사를 한 번 보고, 다시 남자의 옷차림을 훑어봤다.어제와 똑같은 차림이었다.‘설마... 밤에 안 간 거야?’유한은 그녀가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걸 알아차렸다.“뭐 해. 멍하니 서 있지 말고 와서 아침 먹어.”고개를 돌린 리은은 유한이 소파로 가 앉는 걸 보고서야 물었다.“어제 안 갔어?”‘소파는 거의 내가 다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럼 어디 있었을까?’“수혁이 연구실.”그 말에 리은의 시선이 잠시 흔들렸다.‘그럼 정말 병원에서 밤을 샌 거네...’유한은 봉투에서 아침 식사를 하나씩 꺼냈다.그런데도 리은이 여전히 서 있기만 하자, 고개를 들고 말했다.“뭐야, 내가 모셔와야 아침을 드시겠다는 거야?”눈빛이 잠깐 흔들렸던 리은이 조용히 다가갔다.지금은 밥을 먹어야 했다.루이를 돌보려면 체력이 필요하니까.자리에 앉자마자 리은이 말했다.“며칠 회사 안 갈 거야.”유한은 대답하지 않고, 신선한 우유를 그녀에게 건넸다.리은은 짧게 ‘고마워’라고 말하고 우유를 받아 들었다.사양하지도, 괜히 예의를 차리지도 않았다.아픈 사람을 돌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힘이 들었다.아이를 돌보는 건 더더욱 그랬다.두 사람이 아침을 먹고 있을 때, 주치의 조하늘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두 사람을 보고 하늘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은 아침입니다.”리은은 급히 손에 들고 있던 빵을 내려놓고 일어섰다.“선생님, 안녕하세요. 제 아이 수술은 몇 시에 예정돼 있나요?”“8시 반입니다. 한 시간 정도 남았어요. 수술 전에는 물이나 음식은 금지입니다.”“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고개를 끄덕인 하늘은 침대로 가서 루이 상태를 한 번 확인한 뒤, 차트에 기록하고 병실을 나갔다.리은은 다시 자리에 앉았지만, 더 이상 음식이 입에 들어가지 않았다.루이가 병원에 입원한 적은 있어도, 수술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밥 다 먹어.”리은은 대충 힐끗 보녀요ㅓ 말했다.“나 배불러. 네가 먹어.”유한이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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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루이, 얌전히 자고 일어나면 바로 나올 거야. 아빠랑 엄마가 밖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무서워하지 마.”루이는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이면서, 고개를 살짝 돌려 옆에 서 있는 유한을 올려다봤다.동그란 눈을 몇 번이나 깜빡거리면서, 안심을 확인하듯 유한을 바라봤다.리은은 그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았다.자기 몸에서 나온 아이였다.루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리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리은도 자연스럽게 유한을 바라봤다.유한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린 채, 크고 작은 두 쌍의 눈과 시선을 마주했다.아무리 마음이 굳어 있어도, 그 순간만큼은 부드러워질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내가 이 모녀에게서 멀어졌던 거야.’리은 쪽도, 루이 쪽도 모두 너무 치명적이었다.칼날과 총구는 피할 수 있어도, 이런 다정함은 도저히 피할 수가 없었다.주머니에서 손을 뺀 유한이 앞으로 다가가서 루이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말 잘 듣고 조금 있다가 나오면 바로 아빠랑 엄마가 있을 거야.”그제야 루이는 환하게 웃었다.“네. 아빠, 엄마. 꼭 밖에서 기다리세요. 저 금방 나올게요.”“그래, 엄마가 약속할게. 우리 루이 착하지.”루이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 뒤, 의사와 간호사를 향해 말했다.“이모, 언니. 우리 이제 들어가요.”“참 착하네요. 그럼 수술 준비할게요.”복강경 수술이라 흡입식 마취만으로 충분했고, 위험성도 크지 않았다.아이를 실은 침대가 수술실 안으로 들어가고, 문이 서서히 닫히는 걸 보면서 리은은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그런 리은을 보고 뭔가 말하려던 유한은, 뒤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리은아!”성빈의 목소리였다.놀란 리은이 고개를 돌렸고, 유한도 얼굴이 굳어진 채 같은 방향을 바라봤다. 유한의 눈빛이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오빠? 여기서 뭐 해?”“병원 간호사가 너를 봤다고 해서. 불안해서 와봤어.”성빈은 리은을 바라보며 급히 물었다.“리은아, 무슨 일이야? 어디 아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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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이러지 마. 여긴 병원이야, 그것도 수술실 앞이잖아!”리은의 말에 유한의 발걸음이 멈췄다.천천히 리은을 내려다보는 유한의 눈빛은 가라앉아 있었지만, 목소리는 오히려 더 차가워졌다.“지금 저 사람 편을 드는 거야?”리은은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의 오빠인 성빈을 보호하는 건 당연했다.“아픈 사람이야. 그리고 여긴 병원이야. 상황 좀 가려.”유한의 이마에 핏줄이 도드라졌다.“비켜.”리은은 입술을 꽉 다문 채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유한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으며 경계했다.‘또 그럴지도 몰라.’유한이 앞선 두 번처럼 예고 없이 손을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리은의 머리를 스쳤다.그때 성빈이 손을 뻗어 리은의 손을 잡았다.성빈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리은아, 괜찮아. 비켜도 돼.”리은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고 말했다.“오빠, 그만해.”성빈은 잠시 입술을 눌렀다가 더 말하지 않았지만 리은의 손은 놓지 않았다.대신 고개를 들어 유한과 시선을 맞췄다.말은 없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긴장이 팽팽히 흐르고 있었다.리은이 보지 못하는 사이, 성빈은 의도적으로 입꼬리를 올렸다.그 모습이 유한의 눈에는 노골적인 도발로 보였다.주먹을 꽉 쥔 유한의 시선이 싸늘하게 식었다.“뭐 대단한 줄 알아?”유한의 말은 잔인할 만큼 직설적이었다.“내 발밑에서 밥이나 얻어먹는 개 주제에. 다른 개들은 집이라도 지켜. 넌 뭐가 있어? 결국 주인 물어뜯는 게 네 역할이냐?”성빈의 입가에 걸려 있던 웃음이 그대로 굳었다. 얼굴에 핏기가 사라진 성빈은, 말없이 유한을 바라보면서 휠체어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유한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을 이었다.“왜, 이제 짖기라도 하게?”그 말에 더이상 참을 수 없었던 리은이 손을 들어 유한의 뺨을 때렸다.“그만해! 더 이상 말하지 마!”그 순간 울린 따귀 소리에 막 다가오던 수혁이 발걸음을 멈췄다.고개를 약간 돌린 채 멈춰 있던 유한이 천천히 얼굴을 바로 했다.분노가 아직 가시지 않은 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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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잘 들어. 내가 보는 앞에서 또 저 인간 편을 들 생각을 한다면...”리은은 긴장한 얼굴로 유한을 바라봤다.유한은 성빈을 한 번 흘겨봤다. 시선에는 경멸이 담겨 있었고, 마치 쓸모없는 물건을 보는 듯했다.“내가 사람 하나를 지옥으로 보내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 네가 예전에 나랑 같이 있으면서 어떻게든 나랑 결혼하려고 했던 이유도 결국 저 인간 때문이었잖아.”그는 한 걸음 더 다가오며 낮게 말했다.“그러니까 네 자리는 네 자리답게 지켜. 내 ‘아내’로... 선을 넘는 걸 들키는 순간, 저 인간은 온 데로 다시 굴러가게 할 거야. 이번 생이든 다음 생이든, 네가 저 인간 소식을 듣는 일은 없을 거고.”유한의 목소리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너도 알잖아. 나 그 정도 힘은 있어. 저런 장애인 인간 하나 없애는 건 개미 한 마리 밟는 것보다 쉬워. 알아 들었어?”리은의 표정이 빠르게 변했다.“이건 협박이야. 지금... 말도 안 돼.”유한은 비웃으며 그녀의 턱을 거칠게 잡았다.“그래, 난 원래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야. 힘 앞에서 누가 이성을 찾겠어? 절대적인 자본 앞에서 ‘도리’ 따지는 건 멍청한 짓이야.”그는 눈을 마주치게 한 채 말했다.“방금 한 말, 한 글자도 빼놓지 말고 기억해. 마지막 경고야. 또 그러면 저 인간이 평생 침대에서만 살게 해 줄 테니까.”마지막 말을 하며, 유한의 시선은 창백해진 성빈의 얼굴 위로 스쳤다.유한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지금처럼 휠체어에 앉아 있는 꼴이 오히려 보기 좋을지도 모르지.”리은은 분노와 모욕감에 가슴이 거칠게 오르내렸고, 눈가가 붉어졌다.유한이 자신을 어떻게 오해하든, 어떻게 대하든 모두 참을 수 있었다.하지만 성빈 앞에서 이런 말을 하는 건 달랐다.그건 모두를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일이었다.유한은 조롱을 거두지 않았다.“아니면 지금 당장 전화해서 요양병원에 있는 짐 다 내다 버리라고 할까? 길바닥으로 내몰아서 거지 꼴로 살게 해 줄까?”“주유한!”리은은 온몸이 떨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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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리은의 표정이 완전히 굳어지면서, 반사적으로 유한의 손에 든 핸드폰을 향해 손을 뻗었다.“안 돼!”유한은 아주 쉽게 피한 유한은 곧바로 손을 들어 리은의 목을 움켜쥐었다. 주저도, 망설임도 없는 동작이었다.“당장 실행해.”리은의 시야에 창백해진 성빈의 얼굴이 들어왔다. 더 버틸 수 없게 되자, 리은이 먼저 유한에게 다가가서 안았다. 유한의 분노를 가라앉히려는 몸짓이었다.“내가 잘못했어. 제발 흥분하지 마. 이런 짓은 하지 마.”유한의 손등에 핏줄이 도드라졌다.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하지만 다른 남자를 위해 고개를 숙인 리은이 애처롭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는 순간, 유한의 마음은 더 차갑게 식어 갔다.유한의 얼굴에 남아 있던 억눌린 분노가 빠르게 지워졌고, 대신 감정이 완전히 빠져나간 듯한 무표정이 자리했다. 그 변화는 너무 짧아서 오히려 더 서늘했다.상황을 보다 못한 수혁이 입을 열었다.“두 사람... 무슨 말이든 집에 가서 해. 여긴 병원이야. 안에서 수술 중이잖아.”리은의 시선이 흔들렸다. 고개를 돌려 수술실 문을 잠깐 바라본 뒤, 리은이 다시 유한을 올려다봤다.“이러지 마. 루이 아직 수술 중이야.”유한은 리은을 내려다봤다. 긴장으로 굳은 여자의 얼굴, 붉어진 눈가.마치 자신이 큰 억울함이라도 안긴 사람인 듯한 모습이었다.통화를 끊은 유한은 그대로 몸을 숙여 리은의 입술을 덮쳤다.주변을 의식하지 않은 행동이었다.“읍...”리은은 반사적으로 몸을 비틀었지만, 리은의 목을 조르던 손에는 힘이 더 들어갔다.‘지금 더 자극하면 안 돼.’그녀는 알고 있었다. 자신은 지금 유한을 밀어내면, 정말로 성빈을 해성시에서 쫓아낼 수도 있다는 걸.리은은 부모에게 약속했었다.무슨 일이 있어도 성빈을 지키겠다고.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도 느껴졌지만, 리은은 결국 저항을 멈췄다.유한의 키스를 받아들이며, 두 사람은 얽힌 채 그대로 서 있었다.그 장면을 바라보는 성빈의 손등에도 핏줄이 도드라졌다.성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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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힘없이 벽에 기댄 리은을 올려다보던 성빈이 입술을 꾹 다물었다.“내가 조금만 더 회복해서 혼자서도 살 수 있게 되면... 그땐 루이 데리고 해성시를 떠나자. 우리 셋이 여기서 벗어나면 안 될까?”리은은 눈을 떴다. 복도를 한 번 훑어본 뒤, 사람 없는 걸 확인하고서야 고개를 돌렸다.“오빠, 그런 말은 앞으로 다시는 하지 마.”특히 유한의 귀에라도 들어가면, 또 어떤 식으로 폭주할지 알 수 없었다.성빈은 잠시 멍해졌다.“리은아...?”리은도 방금 자신의 말투가 날카로웠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정말로 지쳐 있었다.그녀는 이마를 짚고 잠시 침묵하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빠가 나 걱정하는 거 알아. 날 위해서라는 것도 알고 있어.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 내 일은 내가 어떻게든 정리할 수 있어.”그녀는 고개를 들어 성빈을 바라봤다.“나는 오빠가 그냥... 건강하게 살아 있기만 하면 돼.”성빈은 고개를 떨궜다.“결국 내가 짐이 된 거잖아.”“아니야.”리은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부모님 돌아가시고 나서, 나한테 남은 가족은 오빠 하나뿐이야. 난 그냥 오빠가 무사했으면 좋겠어.”잠시 숨을 고른 뒤, 그녀는 말을 이었다.“그리고 나랑 그 사람 사이 일은... 앞으로도 오빠가 끼어들 필요 없어. 내가 해결할게.”성빈은 답답한 듯 물었다.“저렇게까지 강하게 나오는데, 대체 무슨 방법이 있겠어?”리은은 눈을 감았다가 깊게 숨을 들이켰다.“방법은... 있어. 반드시.”그리고 조용히 덧붙였다.“오빠, 이제 먼저 돌아가.”성빈은 망설이다가 말했다.“루이 수술 끝날 때까지만 여기 있으면 안 돼? 그냥... 불안해서.”리은은 성빈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미세 복강경 수술이야. 크게 걱정할 건 없어.”...병원 밖.유한은 병원 출입문을 나서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핸드폰은 계속 울리고 있었지만, 받지 않았다.주머니 속에서 진동이 몇 번이고 이어졌지만, 유한은 그대로 두었다.수혁이 다가와서 유한의 바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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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고개를 숙인 유한은 담배꽁초를 버린 뒤, 발로 눌러서 완전히 껐다.“루이한테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약속했어.”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근데 네 딸은 진짜 신기하긴 해. 너랑 닮은 데가 하나도 없잖아.”유한이 잠시 멈칫했다. 턱 근육이 미세하게 움직이면서, 시선은 깊게 가라앉았다.“아무리 봐도 진리은이랑 똑같이 생겼어. 보통은 딸이 아빠 닮고, 아들은 엄마 닮는다던데, 너희는 완전 반대네. 진리은 유전자가 그렇게 센 건가?”유한은 차갑게 그를 흘겨봤다.“말 진짜 많다.”말문이 막힌 수혁이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유한은 등을 보인 채 자리를 떠나고 있었다....수술실 문이 열리자 리은은 곧장 다가갔다.“선생님...”“걱정 마세요. 아이 수술은 아주 잘 끝났습니다. 회복도 빠를 거예요.”그제야 리은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침대 위에서 아직 몽롱한 루이를 바라보았다.“루이? 엄마 말 들려?”이미 눈을 뜬 상태였던 루이가 흐릿한 목소리로 불렀다.“엄마...”“그래, 엄마 여기 있어.”루이는 고개를 돌리며 누군가를 찾듯 시선을 움직였다.“아빠...”리은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때 성빈이 휠체어를 밀며 다가와 부드럽게 불렀다.“루이.”“외삼촌...”그리고 다시 루이가 물었다.“엄마, 아빠는요?”리은과 성빈은 잠시 시선을 나눴다. ‘아빠는 일이 있어서’라고 말하려던 순간,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리자 유한이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성빈도 잠시 멈칫하며 유한을 바라봤다.공간이 넉넉하지 않아서 유한이 다가서자 성빈은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밀려났다.마치 자신이 불필요한 사람처럼.유한은 성빈을 쳐다보지도 않았다.“비켜.”성빈은 리은을 한 번 바라본 뒤, 휠체어를 옮겨 자리를 내줬다.그제야 침대 곁으로 다가간 유한이 루이를 내려다봤다.루이는 유한을 보자 환하게 웃었다.“아빠, 안 가셨네요.”유한은 아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나오면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잖아. 난 우리 딸한테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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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리은은 스스로 생각했다. 이 결혼 생활 동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해왔다고.아이를 돌보는 일부터 어른을 모시는 일, 그리고 주강그룹 안주인이라는 자리까지.어느것 하나 빠뜨린 적도 없었고, 허투루 한 적도 없었다.그런데도 유한에게서 단 한마디의 인정조차 받지 못한다면, 더 이상 할 말도 남지 않았다.리은은 부정하지 않았다.결혼 이후, 유한의 이름과 힘을 빌렸고, 유한의 돈을 쓴 것도 사실이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성빈이 지금 이 정도까지 회복하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당시 여러 전문의들이 말했다.생존 확률은 고작 십 퍼센트, 그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고.리은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지만, 의료진 구성부터 치료 환경, 재활 과정까지 모든 조건을 최고로 갖출 수 있었던 건 결국 유한 덕분이었다.그 사실을 알기에 리은은 눈과 귀를 닫았다.말을 줄이고, 몸을 낮추면서 조용히 살았다.다른 집안에서 불륜이니, 내연 관계니 하는 소문이 터져 나올 때도 리은은 늘 가장 조용한 사람이었다.단 한 번도 유한에게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었다.유한의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업신여기면서 비웃고 무시해도, 리은은 한 번도 맞서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한은 떠났다.주강그룹 대표라는 자리에 있는 유한이 하룻밤과 다음 날 오전까지 시간을 낸 것 자체가 이미 이례적인 일이었으니까.하지만 리은은 알지 못했다.유한이 병실을 나서며 성빈에게 남긴 말을.“내 와이프한테 집착하지 마. 안 그러면 네가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아.”휠체어 손잡이를 움켜쥔 채 고개를 든 성빈은 차갑고 온기 없는 유한의 시선과 정면으로 마주했다.“주 대표님이 힘과 돈이 많으신 건 압니다. 하지만 저와 리은이 남매로 지내는 것까지 막을 권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비웃듯 입꼬리를 올린 유한이 시선을 성빈의 다리 쪽으로 흘렸다.“시험해 볼래?”성빈의 표정이 굳어지면서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네 목숨을 건져내는 데 내가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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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엄마, 저기 가서 구경해요. 저쪽에 아이들이 놀고 있어요.”리은은 그쪽을 한 번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가서 잠깐 보자.”모녀는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는 않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병원복을 입은 아이들이 함께 노는 모습을 바라봤다.“진리은 씨?”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리은은 고개를 돌렸다.뜻밖의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임하나 씨, 안녕하세요.”하나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까부터 혹시나 했어요. 제가 사람을 잘못 본 줄 알았거든요.”그러고는 휠체어에 앉아 있는 루이를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하나의 눈빛에 걱정이 스쳤다.“아이 어디가 아픈 거예요?”리은은 루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루이, 인사해. 하나 이모야.”루이는 하나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예쁜 이모 안녕하세요. 저 기억해요. 지난번에 놀이공원에서 만났잖아요.”웃으며 다가온 하나가 루이 앞에 쪼그려 앉았다.“그래, 놀이공원에서 만났지. 루이, 이모한테 말해줄래? 어디가 아팠어?”“저 아파서 여기서 작은 수술을 했어요. 근데 이제 괜찮아요.”루이는 그렇게 말하며 배를 가리켰다.하나는 리은을 바라봤다. 무슨 병이었는지 묻는 눈빛이었다.“크진 않았어요. 맹장염인데, 이미 수술은 끝났어요. 그런데 하나 씨는 왜 병원에 계세요?”유한과 얽힌 여자들이라는 공통점은 있었지만, 인영과 달리 하나한테서는 적의가 느껴지지 않았다.속마음이 어떻든 적어도 겉으로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태도였다.“우리 언니 아이가 감기랑 폐렴으로 입원해서요. 잠깐 들렀는데 이렇게 만나네요. 유한이는 같이 안 왔어요?”그 질문에 루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모, 우리 아빠는 일이 바빠요. 그래도 오늘은 꼭 온다고 했어요.”“그래?”하나는 웃으며 루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명목상의 현재와 한때 과거를 가졌던 여자.그 둘이 마주하고 있음에도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했다.은근한 신경전도, 날 선 말도 없었다.“연주 영상 잘 봤어요. 정말 인상적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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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유한이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하나는 더 캐묻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부부 사이에서 제일 무서운 게 숨기는 거야. 한 번 신뢰가 깨지면 계속 의심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감정은 조금씩 닳아 없어져.”“대부분 그렇게 각자 다른 길로 가게 되지. 오해가 있다면 차라리 다 털어놓는 게 나아.”그 말을 한 하나는 유한을 한 번 바라본 뒤, 리은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리은은 두 사람을 그 자리에 남겨 둔 채,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다.‘아예 신경을 안 쓰는 건지, 아니면 완전히 기대를 접은 건지.’관대함과 이해심이라는 말은, 결국 아무렇지도 않다는 뜻일지도 모른다.하나는 시선을 거두며 조용히 말했다.“그럼 먼저 갈게. 다음에 봐.”리은이 무심코 뒤를 돌아봤을 때, 유한의 곁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그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리은은 시선을 거두었다.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잠시 뒤, 리은은 루이를 데리고 병실로 돌아왔다.수술 후라 음식은 최대한 담백해야 해서 루이는 영양죽만 조금 먹었다.그때 허광윤이 병실로 들어왔다.낮에 리은에게서 전화를 받고 상황을 들은 터라, 그냥 넘길 수는 없었던 것이다.“주 대표님도 계셨군요.”유한은 광윤을 한 번 힐끗 볼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광윤은 개의치 않고 병상으로 다가가서 가져온 물건들을 내려놓았다.“아이 상태는 어때요?”“작은 수술이었어요. 이제 괜찮고, 모레쯤이면 퇴원해서 집에 갈 수 있어요.”리은이 차분히 답했다.“아저씨 안녕하세요.”루이가 또렷하게 인사했다.광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안녕.”“이래서 딸을 낳아야 하나 봐요. 말도 잘 듣고, 참 얌전하네. 우리 집 애는 사람 속만 뒤집어 놓거든요.”리은은 살짝 웃었다.“남자아이랑 여자아이는 원래 다르잖아요. 성향 자체가 좀 더 활발한 거죠.”“활발하기는요, 사흘에 한 번씩 혼내지 않으면 지붕이라도 뜯을 기세라니까요.”그 말에 리은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유한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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